박테리아가 침투했다, 면역 세포 출동! 한울림 별똥별 그림책
플라비오 알테르툼 지음, 페르난도 빌렐라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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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그림책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지식 그림책의 매력과 가치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새롭게 만나본 책, <박테리아가 침투했다, 면역 세포 출동!>은 제목부터도 매우 정직하다. 박테리아와 그에 맞서는 면역 세포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하고 책의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고, 앞표지의 익살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며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두 생명체를 나란히 세워두고 비슷한 점, 다른 점을 대조해가며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런 방식의 도입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박테리아가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분명히 박테리아는 살아 움직인다는 진실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다니엘의 몸에 생긴 작은 상처에서 시작된 엄청난 전투는 정말 실감나게 묘사되었고, 너무나 처절한 전투 상황을 사실적이기 보다는 귀여운 손가락 도장 모양의 박테리아들과 판화 기법으로 그려진 면역 세포들의 모습으로 나타내어 익살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보여졌다. 이와 같은 내용을 약간의 삽화와 설명하는 글 몇 문장에 담았더라면 아이들에게 인상깊게 기억되지 못했을테지만, 이 그림책에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의 대비와 그림들이 있어서 몸 안에 박테리아가 침투해서 심각한 감염에 이르러 문제가 생기는 과정, 그리고 해결해가는 과정까지도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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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왕 -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큰곰자리 고학년 1
곽영미 지음, 해랑 그림 / 책읽는곰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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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을 소재로 하거나 동물이 주인공인 많은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어보았다. 그 중에서도 개는 사람의 친구로서 마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반려 동물의 대표로 꼽히고, 충직함이나 용맹함 등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이기 때문에 아동 문학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들개왕> 책에서는 우리의 고정관념 속의 개에 대한 이미지가 아닌 야생, 자유,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갈망하는 본능을 지닌 들개가 등장하기 때문에 신선함을 주었다. 그리고 그 들개와 대비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곁에 머물며 사랑받고 돌봄받는 반려견을 보았을 때 이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과 개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생각은 다양한 사람의 유형-삶의 목적, 추구하는 바가 다른 여러 사람들-에 대한 것까지 확대되었다. 태어나고 자라온 방식에 따라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다르기도 하고, 성장 과정에서 큰 영향을 준 누군가에 의해 자라온 환경을 뛰어넘어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삶을 꿈꾸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기에, 그런 여러 삶의 모습을 들개왕 안의 등장인물에게서 발견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아빠 개를 보며 꿈을 쫓는 것과 현실적인 조건을 우선하여 안정적인 삶에 머무는 것, 개인의 선택과 가족 관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에 대한 역할 갈등에 대한 질문도 던질 수 있었고, 늑대왕인 줄 알고 무리가 뒤따랐지만 사실은 주변의 묵인 속에 모두를 속였던 인물과 그에 대비되게 이상 속 롤모델을 꿈꾸며 살다가 결국 자신이 그와 같은 인물로 성장한 '달' 같은 인물을 보며 진짜 이 사회에 필요한 리더의 모습과 그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시사점도 있었다.

초등 고학년이나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성인이 읽으면서도 배울 점이 있었던 좋은 장편동화를 만난 것 같아서 반가웠고, 그렇기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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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보다 커 - 2025 문학나눔 선정도서 날개달린 그림책방 61
엘레나 레비 지음, 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이현경 옮김 / 여유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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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보다 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말이다.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친구와 서로 경쟁하듯 내기하고 뽐내는 아이들의 말이기도 하고,
다섯 살 차이가 나는 남매도 집에서
"내가 너보다 ~해."
"아니거든! 내가 누나보다 ~하거든?"
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안나와 마르코 역시 나이만큼이나 긴 시간을(자기 인생의 전부를) 가깝게 지내온 가장 친한 친구사이지만 한 명이 뭔가를 더 잘한다고 자랑할 때면 양보가 없다.
처음에는 친구보다 내가 더 크게, 더 크게 변신하기 바쁘고, 그 다음엔 친구보다 내가 더 작게, 더 작게 변신하면서 상대방보다 내가 더 잘한다고 뽐낸다.

그런데, 그 모습에는 다툼이나 질투, 시기가 없다.
상상만 하면 이것으로 "펑!" 저것으로 "퐁!" 변하는 모습은 현실의 냉정한 비교와 저울질과는 다른 차원이어서 상대방의 자존감을 짖밟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좋아, 네가 이겼어." 두 손 들고 항복을 해도 분함이나 억울함이 없다.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는 귀엽고도 창의적인 상상 대결이어서 그런가 승자와 패자가 있지만 금방 돌아서서 간식을 함께 먹고 또 놀러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훈훈하다.

이번에는 다른 내기를 하자며 뛰어나가는 안나와 마르코를 긴장 없이 볼 수 있는 데에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일러스트도 한 몫 한다. 오일파스텔로 쓱 쓱 그린듯 편안한 선에 알록달록한 색감까지. 게다가 아이들이 변신할 때마다 안나의 상징인 삐죽삐죽 단발머리와 마르코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안경테를 가지고 있어서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심, 순수한 경쟁과 내기, 상상놀이,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 단짝친구와의 관계 등에 대해 생각해볼 게 많은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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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키워요 - 똑 부러지고 야무지고 뚝심 있게 자라는 27가지 실천법
장인혜 지음, 뜬금 그림 / 길벗스쿨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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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진로교육의 측면에서 다양한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체험 경험을 제공하기도 하고, 여러 활동지를 하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등에 대해서 탐색하도록 하는 것은 특히 초등학교 진로교육 단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자신의 욕구, 취향, 관심, 흥미 등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짜놓은 성공하는 인생을 위한 로드맵에서 게임말처럼 움직이느라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도 있을 것이고, SNS나 또래 관계에서의 주류를 따라가기에 급급해서 진짜 내가 선호하는 것을 용기있게 쫒아갈 용기가 없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다양하고 폭넓게 세상의 여러 일들을 경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요즘의 세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일지 모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키워요>는 진로교육을 하면서 항상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나로서는 참 반가운 책이다. 초등교사가 쓴 책이라서 그런가 현실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계시고 요즘 아이들이(더 나아가서 청년들까지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세태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 원인을 파악하여 책의 방향성을 정하신 부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그냥 읽혀도 좋지만, 교사로서 참고서처럼 생각하고 학생들과의 수업에 적용할 수 있기도 해서 학부모들이나 주변 교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하여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좀 더 즐겁게 적극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고민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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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초록색 병
아르투르 게브카 지음, 아가타 두덱 그림, 엄혜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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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초록색 병>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사실 이런 내용일지 짐작하지 못했다. 앞표지를 가득 채운 초록색 병, 그리고 병 실루엣 안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와 고양이 두 마리. 내용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아서 뭔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책을 받아서 앞표지를 넘기고, 면지를 한 장, 두 장 넘겨서 처음 마주하는 본문이 글로 가득 차 있어서 우선 놀랐고, 보통의 그림책들이 한 펼침 면 안에 그림과 글을 함께 싣는데 반해 글 위주인 면과(물론 그 뒤에 초록색 얼룩과도 같은 그림이 의미를 가지고 더해져있지만) 그림만으로 꽉 찬 면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라 신선했다.

내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서 제목을 읽고도 초록색 병이 술병이라고는 쉽게 연상하지 못했는데, 글을 읽어 나가며 곧 제목에서 언급한 '초록색 병'이 술병을 말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야기에서 술병이 점점 집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크기도 커지고 가정을 불안에 빠뜨리고 가족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시선에서 묘사하고 있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의 내용이 판타지는 아닐까 생각했던 게 무색할만큼 현실의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리만치 사실 그 자체일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라니.

사실 그림책의 소재로 다루지 못할 주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린이들이 기분 좋고 행복하게, 혹은 재미있게 읽을 주제가 아니다보니 크게 흥행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판매 부수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런 현실의 여러 이야기들을 어린이책으로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존재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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