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초록색 병 바람어린이책 35
아르투르 게브카 지음, 아가타 두덱 그림, 엄혜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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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초록색 병>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사실 이런 내용일지 짐작하지 못했다. 앞표지를 가득 채운 초록색 병, 그리고 병 실루엣 안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와 고양이 두 마리. 내용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아서 뭔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책을 받아서 앞표지를 넘기고, 면지를 한 장, 두 장 넘겨서 처음 마주하는 본문이 글로 가득 차 있어서 우선 놀랐고, 보통의 그림책들이 한 펼침 면 안에 그림과 글을 함께 싣는데 반해 글 위주인 면과(물론 그 뒤에 초록색 얼룩과도 같은 그림이 의미를 가지고 더해져있지만) 그림만으로 꽉 찬 면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라 신선했다.

내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서 제목을 읽고도 초록색 병이 술병이라고는 쉽게 연상하지 못했는데, 글을 읽어 나가며 곧 제목에서 언급한 '초록색 병'이 술병을 말한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야기에서 술병이 점점 집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크기도 커지고 가정을 불안에 빠뜨리고 가족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시선에서 묘사하고 있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의 내용이 판타지는 아닐까 생각했던 게 무색할만큼 현실의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리만치 사실 그 자체일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라니.

사실 그림책의 소재로 다루지 못할 주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린이들이 기분 좋고 행복하게, 혹은 재미있게 읽을 주제가 아니다보니 크게 흥행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판매 부수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런 현실의 여러 이야기들을 어린이책으로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존재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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