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가지 않는 돌멩이
우지현 지음 / 초록귤(우리학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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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겁이 아주 많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는 겁쟁이들도 아주 많다는 사실을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이다. 겁이 많아서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세상은 그저 흑백과 다름없다는 것을 그림으로 전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깊고도 짙은 어둠과 다름없는 겁 많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집에서 나가지 않아요.

<미지의 서울>드라마에서도 이러한 장면이 등장한다. 밝고 당당하고 정의로웠던 누나가 좋은 직장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후 스스로 퇴사하게 된다. 그리고 누나는 스스로 집안, 자신의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이 된다. 스스로 닫아버린 세상은 이 그림책과 다름없는 어둡고 짙은 어둠만이 공존하는 세상임을 그림의 색감으로도 전달한다.

집단적 괴롭힘, 직장 괴롭힘에 희망을 잃어버린 누나가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 안타까워 남동생이 누나를 방에서 나오도록 노력하지만 헛수고가 되면서 예전 직장 후배 동료에게 손을 내밀면서 누나의 현재 사연을 전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누나는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던 용기를 후배 직장 동료를 통해서 다시 용기 내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갇힌 방에서 나오는 장면이 생각난 그림책이다.

겁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이 그림책 돌멩이의 사연은 자세히 들려주지 않지만 무수히 많은 사연들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자신만의 공간인 집안에서도 돌멩이는 구석진 곳에서 두려움과 걱정, 눈물을 가득히 담으면서 생활하고 있음을 그림으로 전달하는 그림책이다. 걱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주인공에게 갑자기 누군가의 눈물 소리가 들린다.

길을 잃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집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한다. 괴물일 거라고 생각하며 고함을 치지만 자신은 그저 겁 많은 돌멩이라는 답변을 듣는다. 눈물 범벅이 된 또 다른 겁 많은 돌멩이를 문 앞에서 보게 되면서 집안으로 들인 후, 서로가 나누는 음식, 대화들이 전해진다.

난 늘 집에서 혼자 있었거든.

용기 내서 집에서 나오니 세상은 뾰족뾰족 울퉁불퉁하고 따끔따끔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두워지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길을 잃은 돌멩이의 사연을 들은 겁 많은 돌멩이는 "역시 집 밖으로 나가는 건 별로지?"라고 한숨을 쉬면서 묻는데 길 잃은 친구는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네가 문을 열어 줬잖아!" 소리친다.

겁이 많았던 상태로 용기를 낸 겁 많은 친구의 행동이 길을 잃은 돌멩이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을 지워준 좋은 세상의 빛이 되어주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겁에 질려서 숨어버리는 것보다 용기를 내서 타인에게 다가서는 순간 서로에게 큰 빛이 된다는 것, 희망을 준다는 것, 기쁨이 된다는 것을 두 친구를 통해서 보여준다.

친구가 되어 함께 세상을 경험한 두 친구에게는 세상은 반짝이고 보드랍고 시원한 것임을 만끽하게 된다. 두려움과 걱정, 겁이 많았던 돌멩이들이 서로가 함께 하면서 웃음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전개된다. 함께 즐기고 쉬기도 하고, 요리도 해서 나누어 먹는 두 친구에게 어두운 밤 길을 잃고 도와달라는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을 잡아먹을지 모르는 뱀이 길을 잃었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두 친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용기를 낼지, 겁을 내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을지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이다. 독후활동지와 원화 전시도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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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5 소설 보다
김지연.이서아.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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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빚』 소설을 통해서 만났던 김지연 작가라 반가움에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다. 싱그러운 책표지 그림에 매료되어 머뭇거림 없이 냉큼 주문한 도서이다. 책 사이즈도 크지 않고 무겁지도 않아서 외출할 때마다 에코백에 넣어 다니면서 읽은 책이다. 『방랑, 파도』 이서아,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함윤이 작가의 소설도 함께 하고 있는 소설집이다. 더불어 작가와의 인터뷰도 실려있어서 대면하면서 듣는 기분으로 읽는 재미도 선사해 주는 소설집이다.



『무덤을 보살피다』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산속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길을 잃으면서 의문의 장소를 발견하고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화수는 이 남자가 막냇삼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사연이 있어서 이 남자의 존재는 가족들 사이에서 사라졌는지도 의문스럽지만 이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도 불편함을 감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생선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에서 그가 하는 일과 죽은 할아버지의 무덤을 보살핀다는 사연까지도 알게 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지만 박정희와 박근혜를 고마워하고 안쓰러워하는 사람이었다. 대선에도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하면서 박근혜를 투표하라고 종용하여 화수는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준 사연을 여자친구에게 말하면서 큰 실망을 안겨주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고통스러워서 화수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화수는 마지막 소원이라는 말을 번복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당혹스러워한다. 그 할아버지의 무덤을 보살피는 이 남자가 막냇삼촌이며 이 남자에 의해 화수가 친척과 함께 산속에 갇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추운 겨울에 얼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두 사람이 모의하는 주제마저도 흥미롭게 흘러가는 상황이다.



이 두 사람이 다시 마주하게 된 막냇삼촌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의미인지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공존해야 하는 삶에 대해서 인터뷰를 한다. 믿었던 세계가 무너진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작가는 두 차례 반복하면서 마무리한다.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비상 계엄 선포가 가장 황당하였던 사건이다. 나라가 망해가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의 불투명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 때 광장을 가득하게 메운 사람들의 자유를 향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다시 상기하게 된다.



존 르카레 장편소설 『완벽한 스파이』에서 "아빠는 항상 자유를 이야기해요. 자유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우리가 직접 쟁취해야 한다고." (386쪽) 1권에 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어떻게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자문해게 된다. 가족의 마지막 부탁이라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정답인지 이 소설의 할아버지의 부탁이었던 두 가지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질문을 던진다.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이상한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을 상징하고 있는지 비유해 주었던 작품이다.



내 마지막 남은 소원이다. 언제는 박근혜를 뽑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하더니... 탄핵 과정에서 나왔던 말들도, 뽑은 사람도 다 공범이죠. 34

내 마지막 남은 소원이다. 언제는 박근혜를 뽑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하더니... 탄핵 과정에서 나왔던 말들도, 뽑은 사람도 다 공범이죠. - P34

맹목적인 신뢰가 건강한 것 같지는 않고, 부모를 배반하는 일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 P55

물러 받은 세계가 한 번 더 패배할 차례이고, 두 번째 패배는 더욱 괴로울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물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죽음을 맞이하며 사라졌지만, 남자는 막내 삼촌으로서 화수의 세계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P57

우리가 살아갈 세계는 막냇삼촌들과 공존하는 세계일 테지요.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남았고 그들이 뿜어내는 악의를 견디며 나의 악의 또한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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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들이 가득한 1권의 이야기가 2권에서 서서히 드러나면서 작가의 소설을 깊게 조우한 장편소설이다.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진실 앞에서 세계가 구축한 거짓된 역사와 제도, 답습하는 관행에 진중한 질문을 던지게 한 작품이다. 유능한 외교관이면서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충실했던 친구가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사라지는데 영국 정보국 요원이었던 그가 왜 사라졌는지, 어디에 있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이데올로기의 시대적 혼돈 앞에서 자신의 이상과 소신이 흔들리는 인물들의 희생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영국, 체코, 티토주의, 조지 오웰, 스위스, 미국 등이 상징하는 의미가 예사롭지가 않다. 넷플릭스 시리즈 <아웃랜드>를 통해서 영국의 민낯을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조지 오웰의 에세이와 소설을 통해서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기에 지금 이 소설에 등장한 나라들은 찌르는 아픔이자 슬픔으로 점철된다. 밀란 쿤데라 작가가 체코를 향한 사랑과 체코의 역사를 유럽과 동일시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89개의 말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에세이 내용까지 떠올리게 된다.

"소유의 허망함에 대한 경고" (439쪽)가 소설 1에서 언급된다. 영국이 소유한 나라들이 집어삼키기까지 어떤 폭력이 자행되었는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역사도 아프게 떠올리면서 독립된 나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거듭 확인하게 된다. 밀란 쿤데라가 체코를 떠나 프랑스에서 생활하였을 지난한 날들과 체코어를 향한 애정까지도 또렷하게 부각된다. "아빠는 항상 자유를 이야기해요. 자유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우리가 직접 쟁취해야 한다고." (386쪽) 소설 1의 문장이 예사롭지가 않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을 떠올리면서 모두가 공포를 느끼면서 자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엄청난 불안을 느낀 역사까지 떠올리는 문장이다.

쉽게 흔들리고 쉽게 동조하는 문화와 트렌드 앞에서도 역사와 자유를 먼저 떠올리는 습관이 어느새 생겨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반드시 머릿속에 세상을 집어넣고 다녀야 돼. " (211쪽) 소설 1에서 말하듯이 자본의 힘에 좌우되는 소모되는 기계의 부품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이 소설의 예리한 문장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톰이 즐거운 얼굴로 ... 고함을 질렀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근심이 가슴 밖으로 사러지는 것을 느꼈다... 언덕 꼭대기에서는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85쪽) 소설 1에서 언덕 위에서 고함을 친 톰의 근심이 사라지는 순간을 함께 공감하게 된다. 김지연 소설 <무덤을 보살피다>을 읽고 나서 그녀의 인터뷰 내용과 소설은 그녀의 언덕 꼭대기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자유로워졌다.(359쪽)라고 말하는 자유가 얼마나 거대한 의미인지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수수께끼처럼 남겨진 메모들이 향한 인물을 따라가면서 그의 선택들을 살펴보았던 소설이다. 지주 같은 사람이 현대사회에서는 누구인지,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는 지주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고문 도구를 머뭇거림없이 사용하고 싶어하는 지주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원주민과 다름없는 그들이 누구인지, 가든파티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누구인지 상기하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옛날에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인 지주 같은 사람. 일주일에 하루는 시내에서 일하고, 그 외에는 사냥을 하고, 원주민들에게 구슬을 선물로 주고, 초범들에게 쓸 고문 도구를 가져오고 싶어 하고, 그 사람 아내는 가든 파티를 열어. - P132

너를 지금의 너로 만든 모든 쓰레기들, 그러니까 특권, 속물근성, 위선, 교회, 학교, 아버지들, 계급 제도, 역사 속 거짓말, 시골의 하급 귀족들, 대기업의 하급 귀족들, 그리고 그 결과로 벌어진 탐욕의 전쟁, 이 모든 걸 우리가 영원히 쓸어 버리고 있다는 것. 너를 위해서. 우리는 매그너스 경처럼 슬픈 친구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사회를 만들고 있으니까.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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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이소설하면 우린 흔히 007 제임스본를 떠올리지만(실제 작가인 이언플레밍은 잘모름),영미예선 60넨대 냉전시대의 스파이들을 리얼하게 묘사했던 르 까레를 더 늪이 평가한다고 하지요.완벽한 스파이는 오래전에 다른 이름으로 번역된 것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당시 절판이라 상권만 본 기억이 납니다.다시 재간 된것 같은데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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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종과 혐오, 조롱이 사회를 얼마나 혼탁하게 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기에 미국 노철학자 저서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시대이다. 불안을 조성하고 가짜뉴스로 분열을 야기하는 분노의 정치, 선거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저자가 책을 집필한 이유들이 가장 또렷하게 기억된다. 맹종의 함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설명되는데 지적 탐구의 독이 맹종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한다.

저자의 동료가 보여준 비판적 조언과 도발적 통찰, 냉소적 조롱까지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확고한 지지와 우정으로 동행하는 동료들의 묵직한 음성마저도 소중하였던 책이다.


오해가 아닌 이해부터가 시급해진다. 편견과 혐오로 물들어가면서 혐오와 배제의 정치학으로 쌓아올린 시대의 역사와 페미니즘과 가부장제, 권위주의, 학벌주의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두려움이 낳은 괴물과 분노, 혐오와 배제를 집요하게 떠올리게 한다.

한쪽만 배를 채우기 위한 제국들이 무엇인지 마주보면서 그들의 성과 성벽이 되어준 것들에 희생된 것들이 무엇인지도 냉철하게 일깨워준다. 성차별과 여성 혐오는 가부장제와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현상에서 여전히 잔존한 폐허가 지금도 사회, 정치, 가정에 유유히 흐르고 있음을 지적하게 된다.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여정이 여전히 험준하다는 것을 언론, 직장여성들의 하소연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시기와 질투, 분노의 차이에 대해 설명된다. 비판은 타당하지만 '시기'는 파괴적인 적개심일 뿐이라 차이점을 명시하면서 '시기'는 악순환의 시작, 비난과 뒤섞인것이라고 설명한다. '포용'은 증오보다는 더 빛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시기심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학과 성경에서 많이 확인한 감정이기에 '시기'라는 감정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적의적 감정인지 확인한 내용이다.

'희망'을 가졌던 인물들도 소개한다. 삶 전반에서 '선하고 유용한'것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자양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의 '사유', 그들이 사유한 '희망', 스토아학파 철학자 세네카의 말도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는 목차들에 감동한 책이다. 두려움이 얼마나 사회를 혼탁하게 조성하는지 극우주의와 여성 혐오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들의 불안, 그들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날수록 혐오와 분노는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이지만 여성은 지워버리는 가부장제, 노동자를 혐오하는 학벌주의와 권위주의, 무엇도 허투로 무시하면 안되는 노동자이지만 그들이 가진 혐오, 무시,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회와 정치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상대를 향한 이해, 상대가 두려워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그들의 혐오, 분노, 시기, 두려움, 폭력, 분쟁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사회를 넘어 한국사회까지 접목하면서 읽은 내용이다.


특히 '현실적인 희망과 게으른 희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아름답고 선한 것들에 집중한 결과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희망은 중립적이며 노력하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하며, 희망은 선택이고 현실적인 습관이라고 전한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더 섬세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특히 청년들이 국민의 다양성을 체험하기를 제시하면서 두려움과 피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었던 이유가 사랑 때문이었다고 마무리한다.

사랑이라는 귀결점이 얼마나 험준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보여준 내용이다. 자신을 헤치는 감정이며 결코 사라지지 않을 여러 감정들을 이겨내도록 독자들에게 전하는 책이다.


2022년 청년 책의 해 추천도서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자신의 미래를,

사랑하는 이들의 미래를 두려워한다. 27

두려움은 원시적일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이기도 하다. - P59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자신의 미래를, 사랑하는 이들의 미래를 두려워한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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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낙천적인 아이 오늘의 젊은 작가 50
원소윤 지음 / 민음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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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부짖는 이야기는 너네가 안 들어 줄 거라는 것과 자기 고통을 적절하게 다룰 줄 아는 이의 이야기는 귀를 기울여 주는 이기적이고 재수 없는 사회를 향해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새로운 방식이 흥미롭게 전개된 젊은 작가의 소설이다. 술술 읽히는 소설이며 히죽거리면서 웃는 웃음과 농담이 강약약 리듬으로 전개되지만 강한 여운이 구석구석 묵직하게 잔존하였던 자전적 소설이다.

꿈이 있었던 아버지의 젊은 날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알코올 중독, 돈을 몽땅 가지고 달아난 가출한 누나, 학업으로 인한 큰형의 부재, 범죄 사건으로 인한 둘째 형의 부재로 홀로 가정을 책임진 아버지의 이야기와 어머니와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세 명의 아이가 태어난 이야기가 전해진다.

불안한 가정문제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댁을 스스로 찾아간 이야기, 미아가 되고자 노력한 어린 소녀가 가졌던 깊숙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부모님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가족들이 모두 천주교를 믿게 된 사연도 밝혀지면서 2월이 찾아오면 엄마가 힘들어하는 사연과 그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난다.

가족이지만 가족의 속내를 전부 알 수는 없다. 외할아버지는 딸이 교도소에 봉사했던 일을 지인들에게 자랑했지만 봉사를 받은 사람은 딸이었음을 작품은 드러낸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딸과 아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사용하지만 남편에 대한 내용은 숨기지 않았다는 것도 전해진다. 아들을 아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은 죽이고 싶은 사람이라는 깊숙한 감정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졌던 감정과 죽고 싶다고 차에 달려들었던 아들의 절절한 사연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꿈이 좋지 않다고 밤에 찾아온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오빠를 먼저 살핀 이유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외할아버지가 고아가 되어 어린 나이부터 빵을 만드는 일을 하였던 사연과 사고로 병원에 왔지만 방치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어린 고아의 머리를 내리치는 사회의 폭력에 익숙했던 외할아버지가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관계를 포용하는 모순된 모습도 매만진다.


'바르게 살자'라는 구호가 새겨진 비석...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서 세운 것으로 ...'삼청교육대'의 후산 226



외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딸에게 자신의 돈을 주려고 하지만 은행에서 받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에 소동을 피우는 사연도 전해진다. 종교적 이야기도 재미있게 매만져서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푹 빠져서 읽은 소설이다. 신을 거부하였던 성당에서의 이야기, 마리아가 잉태할 아기 예수에 대해 믿음을 받아들이는 말씀에 대한 이야기, 기독교를 받아들인 최초의 페미니즘에 대한 매만짐까지 흥미로움이 폭발한 소설이다.

솔직함이 넘치고 예리한 시선들이 응집되지만 무겁지 않게 코미디 형식으로 전개한 농담과 희극에서 사회적 비극과 폭력들을 다각도로 매만져서 키워드가 소복해지는 함께 읽기에 좋은 장편소설이다. 누군가는 창녀라고 욕하고 누군가는 처녀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향해, 여성을 향해 퍼붓는 야유와 비난을 무심하지 않게 번쩍 들어 올려서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양립적이고 모순적인지 보여준다.

다시는 서울에서 자식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딸이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고 계속 살아갈 거라고 말하는 사연과 이유까지도 가족들 새로운 희망으로 덧칠이 되기를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곤봉으로 내리치는 사람, 머리가 터진 사람, 다리가 터진 사람, 거대한 영안실...떄리는 사람도 사람이고 맞는 사람도 사람이고 245

세상 많은 것이 영원히 끔찍해요. 아무리 농담해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눈물이 안 닦여요. 아무리 농담해 봤자 고통을 감히 가볍게 만들 수 없으니까. 죽음과 폭력, 재난과 참사가 우스워질 수 없으니까요... 친족 성폭력... 국가 폭력 254

‘바르게 살자‘라는 구호가 새겨진 비석...‘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에서 세운 것으로 ...‘삼청교육대‘의 후산 - P226

5.18 광주민주화운동...
곤봉으로 내리치는 사람,
머리가 터진 사람,
다리가 터진 사람,
거대한 영안실...떄리는 사람도 사람이고 맞는 사람도 사람이고 245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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