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온전히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지는 힘과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4대를 거치는 여인들의 이야기들을 만난다. 시대를 살아간 여인들의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과 삶, 부당함을 대처하며 살아간 그들 나름의 방식들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서 나름의 방식들이 여인들을 살려내고, 살아가게 하였음을 보게 한다.

신분의 시대가 있었으며, 양민들조차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던 백정이라는 천민의 굴레가 가지는 억지스러움을 여인의 삶을 통해서 작품으로도 생각하게 한다. 호기심이 많았던 소녀가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고자 선택하는 결혼,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유하는 존재로만 남겨지는 딸이라는 부당한 운명도 작품은 매만지고 있다. 소리 없이 살아가는,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딸의 목소리가 한순간 울리는 날이 있고, 그 목소리는 날카롭고, 매섭고 차가운 단죄하는 목소리가 되어 아버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날들을 정리하게 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4대를 거친 여인들은 호기심도 많은 소녀이기도 하고, 당찬 목소리를 내면서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인도 등장한다. 배움을 쉽게 포기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여인이기도 하며, 배우자의 거짓된 결혼 앞에서도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딸을 지키며 키우지만 자신의 호적에 올리지 못한 시대를 살아간 여인이라 자식에게 해주지 못한 것의 아쉬움이 남는 여인의 이야기도 작품에서 만나기도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좋은 삶... 평가나 단죄를 받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엄마의 마음 271쪽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337쪽

아픈 상처를 스스로에게 가두면서 이겨내지 못하는 날들과 병원의 약들, 세상의 편견과 위선과 싸워가는 현대 여성의 삶도 조명하기도 한다. 세상이 색안경으로 여성을 가두고 이혼의 이유도 여성에게도 암묵적으로 제시하는 사회를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목표인 엄마가 선택하는 것들은 딸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평범하게 사는 여인들이 선택한 삶을 주위에서도 자주 목도하지만 그 삶이 여성으로써 온전히 행복한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진심으로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의 나라가 있을 것이다. 252쪽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사람이야. 나도 감정이 있어. 279쪽

이 한 문장이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이 기나긴 세월 동안 사과를 받고자 기다렸을 나날들과 흩날리는 기대들도 떠오르게 하는 문장이다. 책장은 무겁지 않게 넘어가는 작품이지만 작품의 인물들이 살아간 시대와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온점으로 찍고 넘어갈 수 없는 기나긴 날들과 인생의 기록들이기도 하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가졌던 기대와 희망들이 서툰 방식으로 상처를 내기도 한다. 온전히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뒤돌아보며 서로를 이해하는 여정들이 그려지는 모녀 사이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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