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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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요즘, 하나 둘, 천천히, 소설에 다시 손이 가고 있다. 버젓이 큰 자리를 차지하며 방치하고 있는 전시품같은 책들이 하나둘 내 손을 타고 있다.

 

홀연히 사라진 인도 남친. 그는 동거하면서 모은 돈과 갖가지 물건까지 가지고 사라졌다. 당당히 오랜 시간 떠나있던 엄마가 있는 동네에 가서 식당을 하겠다며 돈을 빌린다. 뻔뻔스럽다. 그런데 전혀 뻔뻔하지 않게 그렸다. 일본은 그런가?

 

어디라도 밑줄 하나쯤은 그어놓는데, 이건 하나도 안 그었다. 그럴만한 문장이 없어서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랬다.

 

뻔뻔함이 자연스럽게 달팽이 식당을 운영하게 한 것처럼?

 

주인공은 예약한 손님 1팀만 받는다. 사연을 받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메뉴를 정해서 정성들여 준비한다. 그리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은 마법처럼 소원이 이루어지고, 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과 엄마의 관계도 좋아진다. 안보는 것 보다 못한 사이에서 주인공이 벌인 일이라니.

 

그나저나 오늘은 뭐 먹나? 사실 오늘보다는 주말 동안 먹을 음식이 고민이다. 평일엔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오기도 하는데, 주말에는 세끼 모두 고민해야 한다.

이번주 토요일 아침에는 비빔밥, 점심에는 짜파게티, 저녁은 배달음식

일요일 아침에는 김자반 밥, 점심에는 부대찌개, 저녁에는 카레? 모르겠다. 당장 먹을 때가 되어서야 냉장고를 뒤지는 건 이제 그만해야하는데 매번 뒤늦게 후회만 하고 만다.

 

매일 만나는 귀여운 손님에게 정성들여 음식을 하고, 그것을 먹는 것을 보며 기뻐하는 날을 만들어야 겠다. 배고플 때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음식을 하는 내내 사랑을 뿌리는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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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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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래이 키건 지음

 

클레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필두로 침습하듯 접하고 있는 작가의 책들. 타인을 믿는 것에 대한 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 후벼 파는 것도, 그렇다고 잔잔한 것도 그렇다고 이해되는 것도 없는 어지러운 공간에서 너무 일찍 봐버린 것 같다.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무 늦은 시간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남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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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떨어지면 나를 잡아 줘
배리 존스버그 지음, 천미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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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떨어지면 나를 잡아줘

Catch me if I fall

베리 존스버그 지음

천미나 옮김

 

초등 고학년 아이가 읽을 만한 소설을 찾아서 보고 있다. 제목만 보면 자살이 떠올라서 손이 쉽사리 가지는 않는데. 일단 집어 들었다. 처음에는 진도가 잘 안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재미있자나? 1/3 정도 지나면 가독력이 갑자기 좋아진다.

 

소설 속 세계는 가상의 세계이자, 혹은 우리의 미래가 될지 모르는 삭막한 세계. 돈 있는 자들만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여기는 자연이 파괴된 세계. 그곳에서 매우 부자인 쌍둥이 남매. 처음부터 이 둘은 일란성이라고 우기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남매는 이란성일 수밖에 없는데, 왜 일란성이라고 우겼을까?

 

애슐리

에이든

제나

샬럿

메레디스 선생님

 

애슐리는 여자, 에이든은 애슐리의 쌍둥이 남자 동생. 에이든은 애슐리를 항상 지키려고 하는 본능이 강하다. 그러다 캠프를 가게 돼서 애슐리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에이든이 물로 뛰어들어 애슐리를 살린다. 그리고 에이든을 수색해 찾아온다. 에이든은 돌아왔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애슐리를 지키기는 하지만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과학자 애슐리의 엄마는 애슐리를 지키기 위해 AI 에이든을 만들어서 애슐리의 쌍둥이 동생으로 살게 한 것이었고, 이전에 입력했던 방식대로 작동하지 않는 에이든을 없애려고 한다. 갑자기 반전이... 그래서 애슐리가 에이든을 탈출시키지만, 엄마는 에이든을 찾아 없앤다. 애슐리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 에이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이든은 이제 몸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다른 장치에 들어가 있다. 이를 애슐리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상황 설정이 잘 되어 있고, 자연 파괴, 과학의 무자비한 발달로 인한 아이러니, 인간으로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생각하게 하는 구성력이 좋은 소설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어도 좋지만, 중학생이 읽어도 괜찮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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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행복 - 사는 힘을 기르는 수수한 실천
김신회 지음 / 여름사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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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행복

김신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었다. 기분 전환할 겸, 독서를 하기 전에 웜업용의 책들이 있는데, 바로 일상의 이야기를 써놓는 비작가의 글들이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반신도 하고, 반의도 하면서 어느새 동조하기도 하면서 예열을 한다. 그런 의도로 읽었던 책에서 작은 글씨로 열심히 썼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보노보노가 이렇게 큰 일이야?라고 할 정도로 마음이 고와 끝까지 읽었더랬다.

 

마음이 고왔던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길래 주문을 했다. 글로 돈을 벌고 혼자서 사는 그녀의 삶을 보는데 왜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전혀 담지 못했을까? 내게 꾸준함이라는 건 누추한 가게를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끌어안고 사는 엄마이고, 결국에 쫒겨날 때까지 버티기만 했던 노동자 친구였으며, 회사에서 갑질을 당하고, 감정 폭력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다니고 있는 . 꾸준함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나는 내 것인데, 나 하나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주구장창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나의 꾸준함은 결국 이것이었나 싶은. 상반된 꾸준함에 꾸준히 살아가고 있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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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은 그야말로 반복의 작업이다. 글을 쓰고 지우고, 완성한 글을 또 지우고, 새로 쓴 걸 다시 고치고 반복되는 작업에 나가떨어질 즈음이면 책이 나온다. 너무 지겨워, 다신 안해.라고 다짐해도 다음 날이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힘들지만 계속하고 싶은 일은 이거 하나뿐이다. 일단 집에 가서 책상 앞에 앉아봐야지. 누구나 자신만의 실력과 인성으로 일하며 산다. 그걸 세상은 깜냥이라고 부른다. 내 그릇에 담길 만큼만 애쓰자는.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마음을 접자는 각오는 이상하게 용기를 준다.

 

처음에는 내가 우울증?’하고 놀랐지만 치료를 거듭하면서 절로 수긍이 갔다. 나는 진작 병원에 왔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처방약은 잘 맞았고, 상담 치료는 나도 몰랐던 내 상태를 마주하는 계기가 됐다. 진료 때마다 의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다음 진료까지 버틸 힘을 얻었다.

 

어느새 우리는 가만히 숨만 쉬어도 몸이 고장 나는 세월을 건너는 중이 아닌가. 아무렇지 않게 해왔던 것들의 결과가 병원행일 때 인간은 비로소 늙음과 마주한다.

병원에서는 자주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잊어버리고,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궁금한게 생겨도 물어볼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문제는 아무리 대답을 듣고 안내를 받아도 잘 모르겠다는 것. 병원에 올 때마다 머릿속이 하얗게 리셋되는 것 같다. 점점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훗날 나는 더 낡은 몸으로 병원 진료를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을까. 1인 가구라 동행할 사람도 없어 모든 게 무섭고 귀찮다며 병원 오는 일 자체를 멀리하게 되진 않을지.

얼마 전부터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병원에서 모든 걸 신속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급할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큰 병원에 올 일이 있는 날은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다. 하루를 통으로 비워두어 오래 대기하거나 허둥대더라도 마음이 조이지 않도록 여유 있게 움직인다. 그리고 병원 주변에 가고 싶은 카페나 식당을 미리 찾아놓아 진료 후의 작은 즐거움을 마련해둔다. 큰 병원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희석하기 위함이다.

 

짐짐하다: 음식이 아무 맛도 없이 찝찔하기만 한 상태를 표현하는 형용사]

 

* 책을 읽으며 마음이 가는 글들을 한 데 모아 문단으로 만드는 일을 오래 해 왔다. 따라서 당신이 책을 읽는다고 이 문단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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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마리 씨, 우리 집 좀 정리해주세요 - 만화로 보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 지음, 우라모토 유코 그림,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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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곤마리씨, 우리 집 좀 정리해주세요

곤도 마리에 지음/우라모토 유코 지음

 

집 정리하면 생각나는 곤도 마리에.

만화로 정리의 기술과 삶의 변화를 보여준다.

정리라는 건 무언가를 각잡아 놓는 것이 아닌, 설레지 않는 것을 버리는 것.

버려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듯,

너무 많은 것을 끌어안고 있어서 불필요한 것들을 안은 채로 필요한 것들을 채울 수 없는 상태로 공허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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