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음식 잡학 사전 - 음식에 녹아 있는 뜻밖의 문화사
윤덕노 지음 / 북로드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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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먹음직스럽다. 다채롭다. 풍성하다.

한 권의 책에서 산해진미를 맛본다. 이름하여 <음식잡학사전>이다.

'사전'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따분함에 지레 겁을 먹지 말자.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학명부터 영양학적인 가치, 요리법 등이 서술된 그런 사전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부터 숱하게 이름만 들어본 음식,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들의 기원과 유래, 음식에 얽힌 일화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 재미있는 사전이다.

우선 평소에 자주 먹으면서도 잘 몰랐던 음식의 여러 가지 면면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항목을 살펴볼까? 채소냐 과일이냐라는 논란의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토마토는 미 연방법원이 음식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라는 이유로 채소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도 채소로 여겨지고 있단다. 또 김밥은 일본의 노름꾼이 노름하느라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만들어서 먹게 된 음식이고, 어묵은 생선을 먹을 때 가시가 걸리면 요리사를 처형하던 진시황을 위해 고민하던 요리사가 생선살을 다지다가 우연히 만들게 된 음식이다.

'음식에 녹아있는 뜻밖의 문화사'라는 부제가 잘 말해주듯 음식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 문화가 잘 녹아있다. 프랑스혁명 이전에는 일반 시민이 흰빵을 먹으면 처벌을 받았는데, 혁명 이후에 비로소 빵의 평등권이 실현되어 부자나 가난한자 모두 빵을 평등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한다. 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크루아상은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침략을 받은 오스트리아가 승리할 수 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과업자가 오스만투르크제국의 깃발에 그려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 빵으로, 마리 앙투와네트가 자신의 고국에서 제과기술자를 데려와 프랑스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시켰다고 한다.

음식 이외에도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한 질병 치료제로 쓰였던 위스키, 왕이 약술로 하사한 술로 너무 많이 마셔서 죽은 사람도 있었다는 소주 등 술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읽으면 읽을수록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혀를 내두르며, 입맛을 쩝쩝 다시며 책의 내용에 푹 빠진다. 보통사람의 음식부터 황제의 음식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물론 아직 먹어본 적도, 본 적도, 먹을 일도 없는 음식도 많다. 황제의 음식으로 소개된 푸아그라, 바다제비집요리, 삭스핀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좀더 서민적이고 평범한 음식이 좀더 많이 소개되었다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삐딱한 편견으로 인한 아쉬움일 뿐이다. 색다른 맛이 있는 색다른 책이라고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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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책향기 2007-08-20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재밌을 것 같아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당선도 축하드리구요!
 
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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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시절, 엄마와 다툼 끝에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다음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아들을 낳았다. 허나 아들이든 딸이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출생의 순간부터 현재진행형의 육아까지 '부모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부모라는 이름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끝없는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로 버텨내야 하는 이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감회가 남달랐다. 오십줄에 들어선 저자의 감정이 제대로 이입이 된 것일까? 저자는 한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는 동안의 행복함과 반성, 지난날 자신의 부모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 세월 속에서 나이 먹어가는 자신의 모습과 세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가족 이야기 이외에도 세상에 알려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담배 겉봉에 아들에게 남기는 유언을 쓴 아버지, 심약한 아들을 위해 솔선수범을 보이겠노라고 아들과 함께 전국 도보 행군을 떠난 아버지,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방황하는 서예가 아들에게 천만 원을 주고 그 돈만큼만 술을 마시고 끊어달라며 아들의 재기를 기다려준 아버지, 화투로 세월을 보내다가 퀼트를 익힌 후 시집갈 딸에게 이불을 만들어주는 어머니 등. 때로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고, 때로는 코끝이 찡하게 가슴을 울리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부모님을 이해하게 해주고,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리라.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은 애정 표현에 서툴렀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뽀뽀와 포옹 등의 행동 같이 살가운 표현을 받아보지 못했다. 물론 기억나지도 않는 어린시절에는 분명 엄마아빠의 등에 업히고 뽀뽀도 받고 귀여움도 받았을 것이나 불행히도 내 기억이 유효한 이후부터는 우리 부모님의 애정 담긴 행동이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나 무뚝뚝하고 칭찬에 인색하고 나무라기만 하셨다. 그래서 저자와 아들간의 관계를 보며 바람직한 가족은 이런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한달에 한번 ‘핸드폰과 인터넷이 없는 날’을 정해 그 날만큼은 가족들이 대화하는 날을 만들고, 아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하기 위해 앉은뱅이책상을 손수 설계하고 만들고, 아들과 일본 자전거 역사기행을 떠나기 위해 체력 단련에 힘을 쏟는다. 이런 아버지가 있기에 아들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자전거에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 준 일을 가장 기뻤다고 기억하고, 과외 석 달 만에 혼자서 공부해 보겠노라며 등교 두 시간 전에 일어나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괌의 중학교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아 유학을 떠나면서 아버지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편지도 건네는 의젓함을 보인다. 이런 아들 덕에 아버지는 살아갈 힘을 얻고, 아들도 인생의 스승인 아버지에게서 길을 찾게 된다.

책을 덮으며 내게 물어본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대답한다. 끊임없이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오늘도 내 아들에게 말해줘야겠다. 태어나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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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하종강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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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이/ 제 한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드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

대학 새내기 시절, 한창 많이 불리던 민중가요의 첫부분이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가슴 깊이 와닿는 가사 때문에 한동안 그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녔었다. 노래를 흥얼거릴 때마다 '그래, 세상에 길들면서, 철들면서 살지 말자'고 굳게 다짐을 했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오래전에 불렀던 그 노래가 생각이 났다. 철들지 않는다...같이 사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들지 않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철들지 않는 것=물들지 않는 것. 참 서글픈 공식이다. 세상에 일찍 물든 사람이 앞서가는 세상에서 철들지 않고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그렇게 산다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

그런 의미에서 하종강 이 양반은 평생 철이 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라는 양반도 그랬다지. 철 안 난 것으로 치자면 자네는 거의 정신병 수준이라고. 이 책은 <하종강의 중년일기>라는 작은 제목이 말해주듯 이 양반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져 있다. 중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 사회, 일상 등이 잔잔하게 와닿는다. 그의 일기 몇 편을 읽다 보면 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무거운 내용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금방 사라지고 만다. 간간이 나오는 유머러스함에 픽하고 웃음도 여러 차례 터져 나왔다. 세상에 대한 무거운 시선보다 사람을 향한, 특히 노동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는 30년 동안 노동상담 일을 하고 있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전국의 파업현장,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손짓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간다. 가족과 휴가를 보내긴 해야 하는데 파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부르니 가족들을 데리고 파업현장으로 달려갈 정도로 유별나고,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자동차 범퍼가 날아갔는데도 청년의 푸념 한마디에 그냥 넘어갈 정도로 심성이 여리다.

허나 일 때문에 가족을 등한시하는 이율배반적인 인간도 아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락콘서트 티켓을 얻어 아들과 락콘서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마다 아이들에게 편지와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가 되기도 하며, 아들 친구들에게 진돗개를 보여주기 위해 기습적으로 학교를 찾아가기도 하는 좋은 아빠이기도 하다. 또 크리스마스 전날 아마추어 무선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할 정도의 엉뚱함과 따뜻함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마흔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근데 이 양반, 철이 들지 않아서 그럴까?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 해맑다. 사진으로 보는 그는 김미화의 말대로 '부드러운 남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중년 남성'이다. 대학시절 수배전단에 '미남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전설이 거짓은 아닌 듯하다.

노동조합과 연애하기에 연애하는 청춘남녀가 부럽지 않다고,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는 그는 평생 철이 안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그가 60이 되어도 70이 되어도 철이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해맑은 미소를 유지하면서. 

아울러 나도 해맑게 나이 먹고 싶다. 그래서 이제 그만 철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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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전 - 한국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여덟 인생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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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이야기, 책으로 쓰면 백 권도 더 될끼다...

우리네 할머니들의 푸념 섞인 넋두리. 여자이기에 겪었던, 여자라서 겪어야 했던 억울하고 기이한 일들, 설움받고 눈물 흘렸던 일들이 어찌 한두 권으로 끝나겠는가. 자라면서,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낳은 후에는 더더욱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에 구구절절 공감하며 함께 서러워하고 눈물 흘리게 된다. 이제 나도 비로소 '여자'가 된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구구절절 한 많고 사연 많은 우리네 할머니들의 '백 권도 더 나올 법한 인생'을 요약한 책이다. 굴곡 심한 우리네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치며 살아온 할머니. 상처투성이인 우리네 역사만큼이나 그네들의 인생 역시 파란만장하다. 하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 전쟁, 침입 등의 큰일을 겪을 때마다 상처받고 짓밟히는 것은 여자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뼈아픈 우리네 역사 앞에서 할머니들의 운명이 평탄할 수 있었을까.

삼천포 갑부집 막내딸이 지리산 빨치산이 되어 동상으로 얼어버린 발가락을 모두 잘라내고,  종가집 며느리로 시집와서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앞세우고 남편마저 월북했지만 평생 종가집 살림을 지키며 살아가고, 한 달간의 인연으로 생긴 딸아이를 홀로 낳아 키우며 평생을 먼저 간 남편을 그리워한 순애보 ....그렇다고 한숨만 푹푹 나올 법한 기구한 운명만 이야기하진 않는다. 시대를 앞서간 혁명적인 여자의 삶도 있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아래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을 열고, 세계적인 춤꾼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인정받는 춤꾼이 된 후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기도 하고, 미군 부대의 물품 관리를 하다가 사업을 벌여 여성기업인으로 크게 성공한 이야기도 있다.

할머니들의 주름살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가 아릿하게, 서럽게 다가온다. 허나 그네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지켜보는 이나 이야기를 듣는 이의 아련함이 우습다는 듯 그네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래도 살아있음에 고마워하고 감사해한다. 나도 그네들의 생존이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그네들의 한이 한으로 남지 않도록, 팔자 기구한 여편네의 넋두리로 남지 않도록 맛깔나게 써내려간 작가의 글발이 고마울 따름이다.

세상에 부딪치며 살아온 그네들의 평생, 여생만이라도 편안하게 보냈으면 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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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호리병박의 비밀 작은거인 11
장톈이 지음, 김택규 옮김, 왕지성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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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의 묘미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데 있다.

 착한 일을 한 사람은 그에 응하는 보상을 받고, 나쁜 일은 한 사람은 그에 응하는 처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나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착한 일을 하면 언젠가는 보답을 받는다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며 자라난다. 흥부에게 제비가 박씨를 물어주어 부자로 만들어줬고, 정직한 나뭇꾼이 금도끼 은도끼를 얻고, 위기에 처한 콩쥐에게 두꺼비와 황소가 도움을 준 것처럼 나에게도 그러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천진난만한 희망을 말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도 그렇다. 중국의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리병박이 현재 초등학생인 왕바오의 눈앞에 나타나 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준다고 한다. 왕바오는 특별히 착하지도, 가난하지도, 고생을 많이 하지도 않는, 친구들과 싸우고, 공부하기도 싫어하고, 할머니에게 반항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그런 왕바오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호리병박이 나타났으니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눈앞에 나타나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손 안에 쥐어주니 그야말로 세상에서 남부러울 게 없다. 여기까지는 여느 동화책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저 그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왕바오는 어느 순간부터 요술 호리병박이 싫어지기 시작한다. 왕바오의 속마음을 귀신처럼 읽고 그대로 실행해주는 호리병박의 요술이 싫어졌기 때문이다. 모형비행기가 만들고 싶은데 완성된 모형비행기를 가져다주고, 도서관에 기증한 책을 읽고 싶다고 왕바오의 가방에 넣어주고, 장기를 두고 있는데 상대방의 장기를 없애 왕바오가 이기게 해준다. 그러면서 자기가 모든 것을 해줄 테니 무엇인가를 하려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만들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왕바오에게 말한다. 공부하기는 싫어하지만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왕바오로선 기가 찰 노릇. 학교에서 칠 시험에서 호리병박의 도움이 받아야 하니 호리병박을 함부로 없앨 생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호리병박이 가져온 그 모든 것들이 원래의 주인이 있는 것들이었고, 시험지 답안도 다른 친구의 시험지를 훔쳐서 내준 것이라는 것을 알고선 호리병박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 하지만 호리병박은 부서지지도 불에 타지도 않으니 정말 미칠 노릇!

 너무 소원을 잘 들어줘서 곤란한 호리병박. 실제로 생각했던 일이 이루어지면 왕바오는 지레 놀라 호리병박을 나무라지만 호리병박은 도리어 네가 원해서 이루어진 거라며 왕바오의 이중성을 꼬집는다. 왕바오는 소원하던 일들이 이루어져 놀라긴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은근히 호리병박의 요술의 힘에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평생 공부하지 않고, 학교에 가지도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 살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산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던 모양이다. 결국 곁에 있는 친구와 가족이 가장 소중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요술 호리병박의 요술이 그렇게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었던 거다.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 이상 아이들은 유치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우리와 같은 문화권의 중국 아이들의 생활도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술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접하지 못했던 동화책에 빠져 있던 며칠간의 경험과 왕바오와 요술 호리병박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와 심리전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전래동화의 소재를 현실에 적용하여 사건들이 벌어진다는 것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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