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자들 위픽
백온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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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 한줄평 : 비겁해지지 마세요. 더 사랑하세요.


덜 사랑하면
덜 슬플 줄 알았는데


준 만큼 보답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지어 그게 마음이라면? 그렇다면 인생 난이도가 다섯 단계 넘게 낮아질텐데.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이 사실을 종종 잊기도 해서 뒤늦게 마음을 줄여보려고 허우적거리곤 했다. 그게 될리가 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어떤 때에는 너무 커져버려 나를 뚫고 나와 당혹시키는 걸... 잘못 튿은 실밥처럼 후두둑 나오는 마음을 들키는 게 싫었다. 그래서 덜 주고 싶었다. 아끼고, 숨기고, 남겨 두었다. 한 줌의 남은 마음들이 나를 지켜줄 줄 알고.

연고자들은 '태화'의 죽음을 계기로 그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윤아'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태화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일주일 전 태화의 죽음이 명확해지고, 가족이 없어 무연고자로 처리될 그의 시신을 윤아와 지현은 인도받아 장례를 치르려 한다. 혈연이나 서류로 묶이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가족이었기에. 장례를 준비하는 며칠 동안 윤아는 태화와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휘어진 관계, 숨겼던 감정을 꺼내어 돌이켜본다.


📖 (...) 처음으로 그 애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 지겨워졌다. 위로만 바라는 그 애가 너무나 이기적이라서 화가 났다. 이제는 서서히 정을 떼는 편이 내 신상에 이로우리란 결론에 도달했다. 태화c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일, 웃게 하는 일,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일이 소모적인 일로 여겨졌다. 그때부터 나는 태화의 표정에 슬픔이 비칠 때, 그것을 심상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___75p

📖 나는 느슨하게 그 애를 붙들고 있었다.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나름대로 애를 썼다. ___76p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 맘처럼 해줬으면, 알아줬으면 할 때가 많았다. 머리로는 그러면 안된다고 수없이 되뇌여도 답답한 마음에 몸을 어쩔 줄 모르고, 말이 먼저 나가버리는. 그러다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그에게 마음을 끊어야 겠다는 결심으로 끝이 났다. 더이상 너에게 마음 쓰지 않는다고 온몸으로 표내고 싶었다. 거짓말도 연기도 소질없는 주제에. 그럴 때면 마치 내가 이긴 것 같았다.


📖 비겁하게도 덜 슬프려고 덜 사랑하는 법을 연마했다. ___84p

📖 깨달음은 언제나 늦고 후회만이 영영. ___103p

📖 상처를 덜 받기 위해 거리를 두는 태도는 얼핏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겁했던 게 아닌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극지한 사랑의 감정들, 아낌없이 쏟아내지 못해서 부패한 마음을 소설 여기저기에 부려놓았다. 조금 난잡하고 징그럽게 느껴질지라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 같아서다. ___작가의 말


하지만 마음을 덜 주려는 시도는 늘 실패로 귀결된다. 이겼다는 생각도 아주 찰나일뿐 금세 식어버린다. 그 후 다른 고통의 시작. 덜 준 마음은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안으로 파고들어 내 마음을 좀먹고, 끈적하고 물컹물컹한 부산물을 토해내게 만든다. 책을 덮은 뒤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 생각했다. 덜 사랑하는 척 하는 게 힘들까, 부패한 감정을 토해내는 게 더 힘들까.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결국 난 요령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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