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각해 보니 직장을 옮기고 나서 가장 손해를 본 곳이
알라딘 하고 우리 여동생인 것 같다.
먼저 알라딘.
근무 시간이 짧은 대신 낮에 인터넷 할 시간이 적은데다가 직장에서는 페이퍼 올릴 때 사진 첨부나 상품 이미지 추가가 잘 안된다.
그러다보니 서재 정리도 밀리고.... 캄보디아 후기도 못 올리고 있다.
여동생은 아직 한창 감기랑 배탈 걸릴 애들 셋을 쪼란히 키우고 있는데
그동안 수시로 불쑥 찾아와서 공짜로 처방전 받아가고, 예방접종 꽁짜로 놓아주던 서비스를
더이상 받을 수가 없게 되었다.
새 직장은 여동생 입장에서 거리도 더 멀고,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2. 캄보디아 후기
Day-1 >
오전 근무, 오후에 공항으로 출발,
일행은 조, 원, 나연, 나, 이.. 이렇게 다섯 명. 의사는 나와 나연.
저녁 7시 비행기 탑승, 12시 경 프놈펜 도착.
13불짜리 호텔서 숙박. 한국인 선교사가 마중 나옴.
Day-2>
새벽에 일어나서 봉고차를 타고 첫 날 목적지인 깜풍치낭으로 향함.
깜풍치낭도, 깜풍치낭군의 '껀달' 마을의 현지인 선교사가 세운 작은 교회에서 진료함.
첫날 진료 약 200 명.
교회 주변 풍경.
주요 도로 가까운 곳은 우기에도 물에
잠기지 않으나,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저지대가 나옴.
우기에는 물에 잠겨 배를 타고 다니고,
우기가 끝날 때쯤해서 모네기를 해서
벼농사를 짓는다고 함.
주변의 마을 풍경.
작년까지만 해도 야자잎 지붕이었는데
염소를 키워서 지붕개량을 했다고 함.
이곳은 군청소재지의 메인 도로로부터
약 5분 거리인데도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빗물을 받거나, 강에서 물을 길어오거나
해서 저 하얀 항아리에 담아두고
식수, 빨래, 세수 등을 한다고 함.
이 사진은 작년에 buddy가 찍은 것으로,
마을의 소녀가 물을 이용하는 모습.
그러다보니 이런 수동 펌프라도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물을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 이런 펌프를 파는 것이 숙원사업이라고 한다.
깊이 10-20미터의 지하수를 퍼올리는
펌프 하나 파는 데 약 200불 정도 든다 함.
마을에 이런 것 한두개만 있어도 좋다 함.
진료가 끝나니 이미 깜깜해 짐.
교회 건물 옥상에서 저녁을 먹음.
근처의 12불짜리 호텔에서 숙박함.
Day 3>
아침 7시에 다른 마을로 출발한다고 했는데, 시차 적응이 안되어서 새벽 5시에 눈이 떠짐.
호텔이 주요 도로에 연해 있어서 근처를 산책함.
이 공원 주변이 깜풍치낭도청소재지의
중심 도로임.
이 도로 양옆으로 도청, 관공서, 보건소, 교육기관 등이 들어서 있음.
제법 큰 시장도 있었다.
그 주요 도로에 바로 연한 골목길.
이런 길로 오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어제 진료했던 곳과 같은 마을들이 나타난다.
도로변에서 조금만 멀리 나가면 바로 초원이다.
우리가 아침을 식당에서 일찍 먹었다는
것을 알고 그곳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차에서 간단히 떼웠다.
깜풍치낭의 북서부쪽으로 한시간 가량 더
떨어진 마을로 이동중.
이 도로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부고속도로
에 해당되는 고속도로라고 한다.
프놈펜서부터 이곳까지도 연결되었고,
남쪽으로는 베트남, 북쪽으로는 태국까지
이어져 있다고 한다.
지붕이 개량되었거나, 그렇지 않거나, 집의 일층은 비어있다.
우기에 물이 차는 것에 대비하기도 하고, 건기에는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열이나 벌레, 동물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 물항아리와 가축들이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고, 마을 이름을 잊어먹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한참 길을 들어선 후 목적지에 도착.
우리가 진료를 했던 집의 모습과 우리가 타고 온 차의 모습.
이 마을에 의료진이 온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왼쪽은 약 조제실, 오른쪽은 같이간 김나연샘의 진료 모습.
의자와 테이블까지 다 껀달 마을에서 실어왔다.
김나연샘은 전문의 자격을 따고 태국에 열대의학 연수를 다녀오더니,
이달 중순부터는 예멘에 6개월간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을 하러 간단다.
가냘픔 몸에서 어떻게 그렇게 굳은 의지가 나오는지.... 제일 부러운 후배 중 하나이다.
동네 여자 아이.
결막염이 심하고 전반적으로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
마을 아이들이 다 이런 것은 아니고,
이 아이는 고아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통역'을 해준 현지인.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하다고 해서
처음에는 기대했었는데... ㅡ,ㅡ
결국 나중에는 내가 간단한 캄보디아 말을 배워가면서 진료 했다.
여기부터는 개인적인 관심사가 반영된 편향된 앵글.
동네 사람들이 동물들과 사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동물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고, 사람도 동물을 신기해 하지 않는다.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해 준 소.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강아지들.
흩어지지 않게 모아 놓았다.
부엌 바로 옆에 키우는 돼지.
가두거나 묶어놓지 않는다.
점심 음식을 만드는 바로 옆에서
쉬야를 참으로 시원하게 함.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주택 내부.
농사지은 쌀을 자루에 담아 보관한 뒤로,
암탉과 병아리가 살고 있었다.
암탉이 경계를 한 탓에 급히 찍느라
촛점이 흐리다.
실내에 사는 또하나의 식구인 고양이.
아직 새끼인데, 다리를 다쳐서 절뚝거린다.
고양이 뒤에 있는 플라스틱 물통은
큰 보건단체에서 보급한 정수기.
물을 세라믹 같은 것에 걸르는 장치이다.
점심 먹는 일행.
정말 진수성찬이었다.
재료도 이집 주인이 멀리 시장에
나가서 구해왔다고 한다.
저 파란 쌀푸대 뒤가 암탉과
병아리의 은신처이다.
실내는 원룸(?) 이다.
그곳에서 온 가족과 닭과 병아리와
고양이가 모여 잔다.
그 한쪽 구석에 다리가 불편한
고양이를 위해 모래 화장실을 만들어준
주인의 마음은 얼마나 넓은걸까?
사람 화장실도 없는 마당에...
(사람이 화장실 갈 때는 삽을 들고
머얼리 떨어진 숲풀로 들어가서
볼일을 본다. 삽으로 흔적을 덮어주는
센스! )
아까 사진의 여자아이를 비롯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인 것 같다.
반찬은 거의 없이 맨쌀밥.
그래도 더 어린 아이를 챙겨서 먹여준다.
이 날도 진료 200 명.
주위에 인가도 몇 보이지 않던데, 얼마나 멀리서부터 그렇게 많이 왔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던 "자연 화장실 체험"은 하지 못했다.
일부러 참은 건 아니었는데, 12시간동안 화장실을 안 갔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체면'이 발동한건가?
이 마을에 우물을 일곱 개 파도록 한 교회에서 모금을 해 옴.
나도 우리 아이들 이름으로 우물 하나를 파달라고 함.
두시간여를 달려서 프놈펜으로 돌아와서 취침.
참, 평가.
평가라기보다는 숙제들이다.
- 이번 활동은 probing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음.
- 우리 단체가 상설 진료기구를 만들 역량은 안되고, 일시적인 방문진료는 의미가 적다고 해서
마냥 손놓고 있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아 고민을 하는 중임. 그 중간적인 활동 모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음.
- 종교인들을 통하지 않는 현지의 활동은 불가능한 것인지?
우리가 만났던 주민들, 선교사들 모두 훌륭한 분이고, 이들도 의료를 필요로 하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신자 중심, 교회가 있는 마을 중심의 활동이 되었음.
일례로 첫 날 진료한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빈민촌'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 사람들이 진료를 더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이는 처음부터 예상했던 한계임.
- 일시적인 진료로 해결하기 어려운 질병이 너무 많음. 만성질환은 애초에 진료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그런 상태임.
. 일단 다음에 또 간다면 치과의사도 함께 가는 것이 좋을 듯. 충치와 염증로 인한 합병증이 많았음.
.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쁜 사람이 많았음. 해 줄 것이 없었음.
. 구충제를 더 많이 준비해 가야 할 듯. 이를 위해 진료 지역의 인구 수를 미리 파악하면 좋을 듯 함.
.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빨 닦는 법과 함께 칫솔, 치약 보급,
우물 부근의 생활하수가 다시 지하수로 유입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법 등도 준비하면 좋을 듯.
- 국경없는 의사회(MSF) 등 기존의 해외 단체는 개인 차원의 자원활동으로는 괜찮지만, 특히 MSF는 원칙적으로 단체 대 단체의 연합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함.
한국인, 혹은 한국 단체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언어 소통의 문제도 큼.
Day 4 >
저녁 비행기 시간까지 시간이 남은 것을 핑계로 관광을 함.
생전 처음으로 두리안을 먹어보다.
왜 별명이 '열대과일의 왕'이라면서도
고급 호텔에는 '두리안 반입 금지'
라고 써놓는지가 궁금했었다.
캄보디아 두리안은 다른 나라것에 비해
향이 순하다고 하다.
맛은 음.... ㅜ,ㅡ
점심때 비행기 타고 씨엔립으로 감. 왜일까?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서.
이 사진은 그 지역 유적의 지도인데,
이 많은 유적을 단 세 시간 만에
둘러본다는 것은 정말 무식한 발상이다.
그래도 내가 평생 올 일 없을거라며
구글 어스로 만족하려던 처지에
세 시간이나마 열심히 봐야지.
그래서 발바닥에 물집 잡히도록 열심히 구경했다.
앙코르와트가 세워진 지 800 년 정도 되었나? 그런데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석조 유적에 비해서 풍화가 많이 되었다. 기후때문인지, 밀림이 자라면서인지, 아니면 돌 자체가 무른 돌이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그 짧은 시간에도 가이드님은 벽에 부조로 새겨진 캄보디아의 역사를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학생은 그저 문양에만 정신이 팔려서 문양을 사진기에 담느라 귀 기울이지 못했다.
이건 기념 셀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