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거짓말쟁이 다림창작동화 1
김리리 지음, 한지예 그림 / 다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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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이 짧으면서도 유쾌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저학년 아이들이 아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요. 더구나 상단에는 글, 하단에는 만화처럼 그림이 펼쳐져 있어요. 글, 그림 모두 깜찍해서 재밌는데, 거기에 만화처럼 그림이 펼쳐지니 아이들이 폭 빠져듭니다.

읽으면서 '맞아, 맞아' 나도 이런 거짓말 하는데 맞장구 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내심 아이들과 함께 책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은근히 기대했는데 아이들은 자기네 엄마들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하네요.

"우리 엄만 거짓말 안 해요."
"해도 한번 두번이에요. 잘 안 해요."

그래서 한 마디 거들었답니다.

"너희들 엄마는 정말 거짓말을 안 하시는 걸까?
아님 너네 엄마들께서 너희를 잘 속이는 걸까? 후후후."

속은 아이들이 귀여서 그랬는데,
아이들 반응은 절대 그럴리 없다는 표정이었답니다. 아님 정말 요즘 엄마들은 거짓말은 잘 안하나 봅니다. 그래도 간혹 우리 엄마가 잘 치는 거짓말 있다고 솔직히 얘기하는 아이도 있지요. 뭐 사준댔다가 언제그랬냐고 발뺌하는 엄마, 같이 어디를 간다고 해놓고 혼자간 엄마, 뭐 먹기로 하고 그냥 넘어간 엄마....

사실 거짓말은 어디 엄마 뿐이겠어요. 아빠도, 아이들도, 선생님이란 이름을 단 사람들도 가끔은 거짓말을 사탕녹여 먹을 때처럼 그렇게 은근히 입안에 넣고 사는 걸요.

그래서 또 물었죠.

"그럼 너희들이 자주 하는 거짓말은 뭐니?"
그랬더니요.
부모님한테 혼날 때 거짓말을 더 하게 되고, 친구한테 하는 거짓말이 가장 많았고요, 숙제 안 했을 때 거짓말을 하게 되고요, 주로 형제지간에 무얼 더 갖고 싶거나 빼앗고 싶을 때,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쓰더이다.

그러면서 거짓말은 왜 하게 될까? 얘기도 나누고 과연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물었을 땐 정색을 하며 "아뇨." 그러던 걸요. 한 아이가 탈무드에서 읽었다면서 저에게 얘기해 주었어요.

"선생님. 거짓말은 딱 두 가지래요. 하나는 다른 사람은 기를 살려주는 거짓말과 하나는 자기를 위해서 쓰는 거짓말이요.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아! 그러니... 정말 그런 맞는 말 같구나. 오호라~ 똑똑이."


암튼 잼난 책덕분으로 아이들과 거짓말에 대해서 실컷 얘기를 나눴네요. 저도 가끔 거짓말을 하곤 하죠. 아이들에게. "샘이 다음에 한턱 쏠게." 이 말 믿고 여전히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데요. 언제 한번 거짓말이 아님을 보여줘야 할텐데요.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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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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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참 좋아서 무턱대고 사 놓았던 책입니다. 달이가 꿈속에서 아저씨와 뛰놀던 널따란 풀밭 풍경이 어찌나 어여쁘던지요. 낙엽송 통나무로 손수 지은 납작한 집. 이곳에 다리 세 개인 달이와 신부님이었던 아저씨 둘이 삽니다. 달이는 아저씨를 아빠라고 합니다. 남들은 모르지만 아저씨와 달이는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개하고 대화를 한다니, 좀 멋적기도 하지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마음을 열면 얘기나눌 수 있는 것들은 많으니까요. 아저씨는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편안히 사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슬픔이 고여있는 모습으로요.

아저씨는 쬐꼬만 강아지 달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달이가 마치 스님 같기도 하고, 도사님 같기도 하고, 예수님 같기도 하답니다. 달이 뿐만 아니라, 모든 짐승들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벌이는 그 무시무시한 전쟁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아서. 총칼도 안 만들고, 핵폭탄도 안 만들고, 거짓말도 안 하고, 화도 안 내고, 몰래 카메라가 없어도 도둑질도 안 하고, 술 주정뱅이도 없고, 가짜 참기름도 안 만들고, 덫을 놓아 약한 짐승도 안 잡고, 쓰레기도 안 버리니까." 라면서요.

잠깐, 아저씨와 달이가 나누는 얘기를 엿들어 볼까요.

"아빠, 어릴 때 뭘 했어?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아빠가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전쟁이 있었지."
"......"
"폭격으로 집이 불 타고, 총으로 서로 죽이고, 식구들이 헤어지고......"
"......"
 
권정생 선생님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릴 때 겪은 전쟁의 상처와 아픔 때문에 쓰게 되는 거라는 생각을 됩니다. <몽실언니>, <점득이네>, <초가집이 있는 마을>, 이것 모두가 6.25전쟁이야기고.  그리고 <하느님의 눈물>도 같은 맥락에서 쓰여진 글이라 생각되네요. 선생님은 자신이 겪은 전쟁의 참담함과 아픔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꾸만 자꾸만 전쟁이야기가 나오고 있겠지요. 이 작품도 그런 뜻을 직접 얘기해 주고 있지요. 

누구나 평화와 자유를 꿈꾸며 살아요. 하지만 꿈처럼 이뤄지는 일이 별로 없지요. 현실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안히기만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 서로 빼앗고 죽이는 일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선생님의 작품은 그런 뜻을 품고 있기에 작품이 진지하고 좋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러한 주제가 아이들에게 부담스럽게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솔직하자면, 어른이 된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읽어낼 수가 없기에 불편한가 봅니다. 아이들에게 더 알려줘야 할 부분들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얘기해 줘야할지 먹먹해질 때가 있습니다.

<몽실언니>에서의 양공주 이야기라든가 , <밥데기 죽데기>에서의 종군위안부라든가, <하느님의 눈물>에서 토끼가 자기보다다 약한 풀을 뜯어먹지 못하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해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전해야 할까? 미리 겁부터 먹게 되더라구요.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프고, 화나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거란 생각에요.

세상 사는 일이 그렇잖아요. 내가 겪어봐야 그 마음을 진실로 이해할 수 있듯이, 혹여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지금의 우리 세대, 그리고 아이들의 세대가 자꾸만 전쟁을 그저 책속의 이야기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음을, 그런 안타까움이 있음을. 그리고 선생님의 작품은 다 전쟁이야기라서 맘 아프고, 가난과 싸워야 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착하게 살아야 하고. 가끔은 그런 내용들이 아이들의 손을 떠나지는 않을까? 때로는 어렵다는 이유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읽어야 하고, 선생님은 써내야만 하겠지요. 꿈을 이루기 위해선 꿈을 꿔야하듯이, 노력을 해야 하듯이, 평화와 자유가 있는 세상을 꿈꾼다면 전쟁과 다툼이 없는 세상을 그려야겠지요.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그림이 좋아 퍼득 골랐지만, 책을 덮으며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온전하지 못한 다리 세 개인 달이가 꿈꾸는 세상, 그런 세상을 함께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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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청아 예쁜 청아 책읽는 가족 28
강숙인 지음, 이창훈 그림 / 푸른책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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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에 알고 있던 <심청전>과 <청아 청아 예쁜 청아>의 청이 이야기는 많이 다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가 청이가 아닌 용왕의 아들 빛나로라는 점이다. 청이를 사랑하는 빛나로는, 청이가 사랑하는 임금의 아들 동궁과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자기의 사랑을 기꺼이 희생하는 슬픈 사랑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눈 먼 아버지를 위해 효를 다하는 착한 청이보다, 인당수에 빠져 죽음을 맞이한 청이를 구했으나 빛나로는 자신이 구해준 사실을 밝히지도 않고, 청이를 사랑한다 말도 못하고, 동궁을 만나 왕비가 되게 도와주는 빛나로가 더 돋보이고, 그 사랑이 애달프게 펼쳐진다.

이러하니 이야기 배경도 청이와 동궁이 사는 육지와 빛나로가 사는 바다라는 공간을 오가고, 하늘의 상제님이 사는 공간을 상하좌우로 넘나든다. 이러한 공간적인 배경 또한 구체적이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읽는 재미가 커진다. 감정의 폭의 넓어진다. 이렇게 <청아 청아 예쁜 청아>는 주인공이 다르고, 이야기의 주제가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그래서 평면적인 이야기에서 입체적인 이야기 구조로 새롭게 읽힌다.

'청아 청아 예쁜 청아'라고 부르지 못하는 빛나로의 슬픈 사랑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다. 청이가 꿈꾸던 사랑을 지켜주고 이뤄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청이가 알고 있는 거북의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니란 걸 알려주었다면, 그래도 청이가 동궁을 선택했을까? 싶다. 비록 청이가 끝까지 동궁을 선택했고, 그래서 빛나로의 마음에 슬픔이 여전하다 해도, 그 슬픔의 깊이는 달랐을 텐데 말이다.

이런 아쉬움과 함께 가장 깊이 마음에 남았던 것은 아무래도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다.
청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모습...
아버지가 청이를 사랑하는 모습...
빛나로가 청이를 사랑하는 모습...
청이가 동궁을 사랑하는 모습...
동궁이 청이를 사랑하는 모습...
서해 용왕이 아들 빛나로를 사랑하는 모습...
서해 용왕의 아내가 용왕을 사랑하는 모습...
이렇게 사랑의 모습은 정말 다양했다. 

아이들이 고전 <심청전>을 모른 채, <청아 청아 예쁜 청아>를 먼저 읽었다해도 별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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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를 사랑한 인어 공주 작은도서관 7
임정진 지음, 유기훈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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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를 다시 고쳐 쓰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읽는 입장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기대를 건다. 어느 정도까지만 이야기가 바뀔까? 무엇에 중점을 두고 고칠까?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는 더 그랬다. 여러 편의 패러디 동화가 묶여졌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몇 가지를 생각해 봤다.

# 1.
요즘 동화책은 너무도 친절해서 학년구분이 다 되어있다. 고학년이 읽어도 좋을 책에 저학년 표시가 있으니 왠지 고학년에게 읽으라고 추천해 주기가 민망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굳이 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라고 정해져 있으니 좋았다.

# 2.
저학년 아이들이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입장에서 책을 읽어내려 갔다. 물거품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 인어공주를 사랑을 이룬 행복한 공주로, 한 나라의 임금님을 속인 간 큰 사기꾼이 옹카통카 임금님에게는 통하지 않아 자신들이 벌거벗게 되고, 아기돼지 세 자매를 한 단계 뛰어넘어 늑대들과 당당하게 살아가는 멧돼지 세 자매들, 토끼 간을 찾으러 간 용왕님에게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되는 걸 알려준 지혜로운 의원의 활약, 여전히 게으르기만 한 흥부가 제비의 박씨 덕보다는 아내의 덕으로 부자가 되었고, 단군신화에서 사람이 되지 못한 호랑이가 펼치는 논리적인 변론이 담긴 이야기다. 이렇게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로 모여 있는데, 한 편씩 읽어가면서 작가의 재치 있는 상상력과 입담에 폭 빠지고 말았다. 아이들도 어렵지 않아서 부담없게, 현실과 맞물린 옛이야기의 재해석으로 재미있게 읽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어른독자인 나도 재미나게 읽었다.

# 3.
나름으로 여섯 편의 패러디 동화를 특색은 무얼까? 생각을 잠깐 해 봤다.

'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에서는 나와 다른 것을 그대로 인정하기가 아니었을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모습, 사랑의 눈높이. 마법사가 사람 다리를 가진 인어공주에게 오리발을 선물해준 멋진 마무리.

'부자가 된 게으름뱅이 흥부'는 정말 게으른 흥부가 보기 좋게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랄 수밖에. 박씨를 꼭 타서(쪼개서) 금은보화를 얻는 것이 아니라, 박 그 자체를 상품화 시켜서 돈을 벌은 부인의 성공 이야기가 재미나다.

'벌거벗은 사기꾼'이 결국 어리숙해 보이는 웅카통카의 임금님에게 사기를 치지 못하고 자신들이 벌거벗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사기 때문이었으리라. 사기를 치는 인간이야말로 정말 끝없는 연구와 치밀함이 필요하니 머리 좋은 사람만이 사기도 치겠지. 그렇다고 머리 좋은 아이들아, 사기 치는 나쁜 사람은 되지 말자.

'늑대와 멧돼지 세 자매'의 멧돼지들은 자신들의 외모와는 전혀 다른 귀여운 분홍돼지의 광고 때문에 늑대들의 호기심을 한 손에 잡았고, 새로운 음식 콩소세지 개발로 늑대들이 사는 곳에서 성공도 하고 이웃으로 잘 살아가는구나. 우리들도 광고에 눈멀지 말고, 광고의 겉과 속을 잘 따져야겠지. 강한 자의 약한 면을 공략하자.

'토끼 간을 찾으러 간 용왕님'은 뭐니뭐니해도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챙기는 거라는 재치 있는 의원을 활약이 돋보인다. 토끼와 별주부가 주인공이 아닌 용왕과 의원이 주인공이다.

'억울한 호랑이를 위한 재판'에서 호랑이는 자신이 사람이 되지 못한 억울한 이유를 명쾌하게 늘어놓았다. 원고 호랑이, 피고 환웅이라는 설정도 재미있고, 동굴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 앞에 박수를 쳐야 했다. 참 논리적이고 똑똑한 호랑이. 말 잘하고 말싸움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이렇게 호랑이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하야겠지.

# 4.
옛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바꿔주고,  주인공 때문에 억울했던 인물들에게 변론할 기회, 만회할 기회를 주고, 그 옛날이 아닌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끝 이야기가 바뀌었을 이야기를 작가의 재치 있는 상상과 설정으로 재미난 책읽기로 만들어 주었다.

가끔 요즘 같은 상황에 맞게 설정해 놓은 장치들 때문에 재미있기도 했지만 조금씩 거슬렸던 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옛이야기를 있는 그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각해 볼 기회와 더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갈 기회를 얻은 것 같아 행복한 책읽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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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창비아동문고 175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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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유명한 하창수냐? 5학년 때는 여자 선생님이라서 네 멋대로였지만,
나한테는 어림도 없다. 어려운 문제 있으면 선생님한테 찾아와라. 하지만 사고만
쳐 봐. 용서 없는 줄 알아."

새로운 학년. 창수는 속으로 6학년이 되기를 기다렸다.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면 지금의 나, '문제아'라는 딱지를 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새 담임 선생님이 
창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담임 선생님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이는 전학년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한 해를 뒤로하고, 더 잘해볼 기회를 찾는 의미와
선생님은 새롭게 아이를 맞이하고, 그 아이의  새로운 점을 찾을 수 있는 때가 아닌가?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학년도 올라가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 걸 바랐던 창수는 5학년 때의 '문제아' 딱지를 뗄 기회마저 빼앗기고 만다.
이것이 지금의 학교 현실이겠지, 하는 마음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좀더 포근하고 너그러운
선생님이 학교에 많이 있다면 좋겠다.

'나한테 제일 어려운 문제는 나를 문제아로 바라본다는 거다. 그런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찾아오라고 말을 하다니.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문제아에게 가장 큰 적은 내가 아닌 남들이 자신을 문제아로 본다는 거다.
창수도 그걸 알지만 자기 만큼은 '난 문제아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해보려고
했는데 새 담임 선생님은 창수가 왜 문제가가 됐는가에는 관심밖이다. 그저 전학년 담임의
말만 신뢰할 뿐이다. 그런 선생님이 문제가 있으면 찾아오라니, 합리적이지 못한 억지스런
말이다.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 아무도 그걸
모른다. 내가 왜 문제아가 되었는지.'

창수가 문제아로 찍힌 사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들과 축구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지름길이지만 무서운 길, 그 길목에서 삐딱한 형들을 만난다. 돈을 빼앗는 형들 앞에서
창수는 할머니 약을 살 돈을 꼭 쥐었다. 주먹으로 얻어맞고, 발길에 차여도 가만있었다.
형들은 끝까지 창수 돈을 뺏으려했다. 그제서야 창수는 형들의 입술과 손을 깨물고
도망쳤다. 돈을 빼앗기면 안되니까.

다음 날, 학교에 가니 형들 패거리와 친한 덩치큰 규석이가 창수를 물고 늘어진다.  규석이는
다짜고짜 창수를 때렸다. 정신없이 얻어 맞았다. 욕을 했다. 친구들은 그저 구경만 했다.
깡이 많은 창수는 참다못해 옆자리에 있는 걸상을 들어 규석이에게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친구들도 그런 창수를 멀리했고, 선생님은 그런 창수를 문제아로
불렀다. 창수를 벌레보듯 쏘아보기도 하고, 창수가 뭘하든 신경도 안쓰고 말이다.
반에서 겉도는 창수. 창수는 오히려 그게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도배장이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고, 할머니 돈을 꾸려 다니고,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돈 벌 사람이 없자 창수는 신문배달을 한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아버지 
오토바이로 돌리니 두 배나 더 돌릴 수 있고, 시간도 빨라졌다. 신문배달하던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갔다. 교장선생님은 창수를 불러 폭주족으로 몰아세웠고, 수업시간에 신문배달
로 부족한 잠을 자는 창수를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창수도 문제는 있다. 왜 자신이 그런 문제를 일으켰는가,에 대해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수가 아무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자신이 왜 문제아가 됐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다. 참 안타까웠다.
창수가 처한 결손가정이나 선생님 혹은 친구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그 사실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을 더 갑갑하게 했다. 

'나를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 주면 나도 아주 평범한 보통 애라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딱 한 명있다. 봉수 형이다.'

딱 한 명, 봉수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신문보급소에서 만난 형. 봉수형은 신문
보급소 옆에 딸린 방에 살면서 검정고시 학원에 다닌다. 학교를 빼먹는 창수를 혼낸다.
창수는 봉수형에게 야단 맞아도 좋단다. 정말로 자기를 걱정하는 마음에서니까.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어떤 아이가 문제아라고 생각하는지를. 욕을 심하게 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공부를 못하거나, 싸움을 하거나, 돈을 빼앗거나, 아이들을 때리고 못살게 구는
아이란다. 사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문제아란 딱지를 붙이는 이유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창수네 아버지가 다쳐서 창수가 대신 돈을 벌어야 하고, 그래서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오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돈을 빼앗기기 싫어서 싸움을 한 일, 지기 싫어하는 성격,
깡이 세고, 참다참다 못해 싸움을 하게 된 그 사실들. 이 사실들이 나와 다름을 이해하지
못했고, 창수 또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아는 결국 우리가 만드는 거다. 우리의 잣대로 창수를 함부로 문제아라 불렀고,
그런 창수는 더 문제아가 되고 있다. 항상 결과만 가지고 창수를 평가하지 않았다면,
창수가 왜 그랬을까? 이유를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면, 문제아란 딱지는 붙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딱 한 명, 봉수 형이 창수 곁에 있어서 희망이 보인다.
그 희망으로 창수가 마음을 열고, 누구나 다시 보통아이란 걸 알아주는 날이 빨리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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