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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카드 ㅣ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1
빌 브리튼 지음, 김선희 옮김, 이선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것이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카드요.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주니 신중을 기해 소원을 비시오.'라는 엄중한 경고(?!)와 함께 카드 한 장이 내게 날아들었다면? 십중팔구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믿지 않았을 것이다. 전혀 현실성없는 이야기려니와 그 카드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 정체도 모르는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면 더더욱. 그러나 한편 어느 순간 행여나 하는 마음에 건성으로 소원을 빌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너무 직설적으로 아무렇게나 말해버리는 버릇을 가진 소녀, 일년에 두 번 마을을 찾아오는 세일즈맨을 외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물이 나지 않는 곳에 농장에 살아 물긷는 일이 너무 힘든 소년. 이 세 사람은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카드에 대고 자신의 소원을 빌었고, 마법의 카드는 그 소원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게 똑바로 들어주고야 만다. 문제는 '금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뚝 떨어지는 것 같은 단순명쾌한 소원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그게 그렇지 못하고 복잡애매한 소원이었다는 것.
소원은 이루어졌으나 주인공들은 예상치못했던 난관에 부딪히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동안 스스로 깨닫고 변화해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 참 재미있다. 특히 아무렇게나 말하던 소녀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부러워 동경하던 대상에게 멋지게 한 방 날리며 자신의 자존감을 갖게 된 이야기가 흐믓하다. 또 그렇게나 물을 원했던 소년의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역경 속에서도 가족이 힘을 합쳐 다시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가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재미있는 마법의 이야기, 현실감이 녹아있는 마법같은 이야기. 독자 역시 무엇을 얼마나 진정으로 원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비록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카드가 자신의 손에 없을지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될 터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