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감정 코치
존 가트맨 지음, 남은영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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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결국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육아지침서를 만나고야 말았다!

내가 최근 열심으로 읽었던 몇 권의 육아지침서들. 요즘 책들은 워낙 잘 나오고 내용도 실하여 그리 크게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알고 싶었던 해답을 찾아내진 못했다. 대개 사례 중심으로 엮어 '이럴 땐 이렇게'를 제시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내 경우가 '이럴 땐'에 해당되지 않으면 답이 없을 수 밖에 없다. 하긴, 부모마다 아이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이 얼마나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데, 내 경우와 꼭 맞는 경우를 찾기가 그리 쉽겠는가!

따라서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이 다른 육아지침서와 뚜렷히 구별되는 점은 부모가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여 생기는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근간이 될 만한 이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부모들이 갖고 있는 고민은 아이의 부정적 감정이나 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옳은 것인가 일 것이다. 아이가 투정부리고, 화내고, 울고, 짜증내고, 징징댈 때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중단시키고, 차후에 재발하지 않으며, 동시에 부모와 아이 모두가 상처받지 않을 묘책!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코치' 이론이다.

나도 어느 책에선가 보았던 적이 있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공감하며 이해하라. 그리고 그것을 아이에게 표현해라.' 이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딸에게 딸이 느끼는 감정을 받아주고 공감하며 이해했고 표현도 했지만, 솔직히 어느 선까지 그 감정을 받아주며 참아야 하는지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결정적으로 딸은 책에서 말했던 시나리오대로 점차 자기 감정을 수그리고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러다간 어리광과 징징거림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런데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을 읽고 보니 내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그 둘이 정말 중요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감정코치'는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거나 표현할 때 부모가 처신해야 하는 단계별 방법이다. 물론 그 방법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근간이 되는 감정코치 이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료로서 사례를 들고 있다는 점. 따라서 그 사례가 내 경우와 같으냐 다르냐와 상관없이 감정코치를 이해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덕분에 내가 깨달은 점-위에서 말한, 정말 중요한 둘 이라는 것이 감정코치에서 보면 4, 5단계에 해당되는데, 이 단계가 제대로 수행되어야만 아이는 부모가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었다!    

감정코치 기술 테스트야 말로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표하는 몇가지 예를 들고 기대사항, 아이의 감정상태, 긍정적 반응 3가지 답을 직접 적도록 했다. 책을 읽고 있는 중간에, 한참 감정코치에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 이 테스트를 하게 되는데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니 감정코치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해도 그것을 실전(?)에 적용하여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인내)과 노력(정성)을 투자해야 하고 그 과정 중에는 아마 시행착오를 겪을 것도 각오해야만 하리라!  

그 밖에도 여타의 육아지침서와 차별화되는 컨텐츠가 여럿 있다.

현재의 내(부모)가 어떤 양육방식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진단테스트, 또 부정적 감정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떤지를 알아보는 테스트에서 여러 문항에 예/아니오를 선택하게 되어있다. 대게 이런 테스트의 문제점은 답을 선택하면서 내가 어떤 유형에 속하게 될지를 대강 짐작가능한 문제들로 구성된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 제시한 테스트는 전혀 짐작불가능한 것들이어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며 답을 선택하는 것도 보다 솔직하게 된다. 그러니 테스트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또 '아버지'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최근의 육아지침서에서 아버지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정보를 친절하게 제시하는 책은 처음 본다. 이런 류(?)의 책을 좀처럼 보려고 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들을에게도 권할 만 하다.

나는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서 내가 그 동안 찾아헤맸던 답을 찾아 기쁘기 그지 없다. 좁게는 아이의 감정을 옳은 방법으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넓게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여 진정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할 방법을. 나는 내 아이의 행복을 바라기에 이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익힘에 최선을 다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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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롱다리가 되고 싶어요
고시환 지음, 김영곤 그림 / 가치창조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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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들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로 꼽히는 "키크기"! 아무리 외모지상주의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내 아이의 외모가 번듯하고 키도 훤칠하기를 바라는 게 엄마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나 역시 초4학년 딸의 키에 신경이 쓰인다. 내가 보기엔 조금 작은 편이라서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데, 딸 스스로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여간 큰 게 아니라 그게 더 걱정이다. 그만큼 엄마들 뿐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도 키는 중요한 관심사인 것.

재미있게도 "엄마, 나도 롱다리가 되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절절한 외침(!)을 제목으로 올린 이 책. 나보다 딸이 한 발 먼저 덥석 책을 집어들고 읽으며 중요한 대목이 나올 때마다 내게 열심히 설명하는 바람에 나는 책을 펴기도 전에 내용을 대충 다 알아버렸다.-_-

현재 소아과 의사인 저자가 [엄마, 나도 롱다리가 되고 싶어요]의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무조건 키를 키우는 묘책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키크기를 제안하고 있다. '건강한 키크기'라는 건 도대체 뭘까.

저자는 키에 대한 의학 정보(지식)와 실제 사례를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나처럼 단편적인 정보 몇가지만 알고 있는 독자라고 해도 키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내용이 풍부하다. 제목만큼이나 쉽고 편안한 글이어서 더욱 만족.

저자는 의학적인 처방이 필요할 만큼 작은 키는 아주 소수이며, 대개의 경우 심적인 이유로 키를 고민한다며 우려를 표한다. 따라서 처방이 필요하지 않는, 그저 작은 편에 속하는 아이들에겐 바른 생활태도와 습관, 자세가 키를 조금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엄마들에겐 아이들의 바른 식단과 생활리듬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키크기 운동을 소개하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아주 특별한 요령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마치 국민체조와 비슷한 스트레칭이 대부분. 따라하기도 쉽고, 따로 시간이나 장소를 만들어 하는 것도 아니어서 딸은 부담없이 마치 놀이처럼 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그 밖에 키 크는데 좋은 식단, 바람직한 하루 생활계획표, 키크기에 대한 진실과 오해 등 일상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가 많아 저자가 공을 많이 들여 쓴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키크기의 핵심은 심리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하긴, 키크기 뿐일까. 행복한 삶이 바로 그것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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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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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3쯤, 그러니까 정확히 86페이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서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바보같던지.. 에구구, 이 책이 단편소설집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으니! 3편의 단편소설을 읽을 때까지도 그것이 장편소설의 도입부, 즉 등장인물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챕터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변명을 둘러대자면 그만큼 소설에 온전히 빠져들었기 때문. 역시 작가 성석제는 달필이다. 독자가 정신 못차릴 만큼 매우.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린 [참말로 좋은 날]은 역설적이게도 참말로 안 풀리는, 참말로 운수나쁜 날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내가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머리에 새겨둔 작가의 글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드니, 냉소적이고 실랄하고 비꼬는 그의 어투는 여전하지만, 굉장히 건조하고 메마르며 빠르고 짧은 톤은 새롭다. 마치 작심한 듯 7편 모두가 그러하다. 그 중 <악어는 말했다>가 그나마 제일 예전의 이미지와 가까운데, 또 그래서 제일 신선도가 떨어진다. 

가장 독특했던 <집필자는 나오라>. 말 그대로 집필자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을 써냈다. 작가 성석제가 이런 소설을 쓰기도 하는구나, 싶다. 왕에게 상소를 올린 자들을 잡아들여 문초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묘사했던지, 그 급박한 상황과 왕의 진노함, 고문의 괴로운 비명이 영상처럼 생생하게 포착된다. 

대부분 작가마다 독특한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그것이 좋아 그 작가의 작품이라면 늘 환영하는 독자가 있다. 하지만 작가의 새로운 면을 보고 읽는 것 역시 즐거운 일. 아마도 작가에겐 모험일 수 있겠지만 독자에겐 짜릿한 쾌감이다. 나는 오래도록 [참말로 좋은 날]의 쾌감을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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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김난도 지음 / 미래의창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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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코리아]-아, 이 얼마나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인가! 명품열기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중이며,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듣고 보고 알고 있는 터인 동시에, 부정적이든 호의적이든 이른바 '명품'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명품은 더이상 특수계층의 것이 아닌, 보통 사람과도 꽤 가까워진 상황이니 말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아마도 이 책은 명품에 대한 이야기와 뒷담화, 명품을 쫒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진상.. 뭐 그런 정도를 담은, 이 시대의 흥미로운 한 단면을 이야기하는 시대적 요청의 그저 그런 산물이 아닐까, 라는 짐작을 할 수도 있지만!!  얼핏 박신양을 닮은 저자의 프로필과 그의 서문을 읽으며 나는 그 짐작이 틀릴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소비자학과 교수다. 나는 그 학문이 무엇을 왜 연구하는 것인지 거의 아는 바가 없다. 그런데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이 책이 우리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동시에 소비자학의 소개와 전파에도 일조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은 제대로 실현되었다. [럭셔리 코리아]는 명품을 이야기하되, 사회/문화와의 관계, 마음/의식과의 관계, 또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를 함께 이야기하기 때문에, 명품을 바라보는 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갖게 도와준다.

저자는 먼저 명품의 용어 정의부터 다시 내린다. 실상 우리가 말하는 '명품'이란 것이 '사치품'이 아니던가. 사치품이 명품이라는 탈을 쓰고 진짜 명품과 구분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탈을 들추면 과연 어떤 얼굴이 드러날까.

그는 이른바 명품애호가 12명과 오랜 인터뷰를 나누며 추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치소비(명품소비)의 유형을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나는 신흥부자나 가짜부자가 아니지만 그들의 과시형 사치의 욕망을 이해할 수 있고, 나같은 보통 사람의 경우에서 흔히 나타나는 나머지 세 형태의 사치 또한 그 욕망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어떤 형태의 사치이든 간단히 말하면 건전하지 못한 가치관에서 나온 욕망의 분출이 명품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완벽히 건전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크던 작던 이런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우리 주변에서 명품소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사치 권하는 사회에서 다루는 내용 또한 흥미롭다. 부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주머니 사정이 뻔한 중산층까지 명품에 현혹되는 것은 참으로 교묘한 마케팅 전략에 의한 우매함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만하나, 거기에 보이지 않는 화폐의 유혹-신용카드, 경제 활성화 정책의 부산물-정부를 거론하는 것과, 또 소비가 놀이를 대신하는 아이들과 어느새 소비로 점철된 여러 관계와 소비지향적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명품소비로 분출된 우리의 타락한 모습을 아프게 찔러댄다. 특히 이 장(場)에서 저자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명품소비의 단면적 문제점 제시가 아닌 사회, 문화, 경제 문제 등과 소비자학을 어렵지 않게 접목시키고 있으니, 마치 '소비자학 입문' 수업을 듣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한 삶이 명품이다'라는 다소 이상적인 결론으로 끝나고는 있지만, [력셔리 코리아]는 명품을 소유하거나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본질을 꿰뚫고, 그것이 왜 부질없는 욕망으로 불리워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설득력있게 논하고 있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명품'은 [럭셔리 코리아]를 통해 이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코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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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훔쳐보는 선생님 일기
문현식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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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일기라.. 이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인가. 내 아이가 쓴 일기를 나(엄마)와 선생님이 읽는 것은 당연지사라 해도, 엄강생심 선생님의 일기를 훔쳐보다니! 바야흐로 책도 기획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제목이다.

헌데 읽고 보니 선생님 일기를 훔쳐보는 맛도 제 맛이거니와 초등생 아이들의 일기를 훔쳐보는 맛 또한 별미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마음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자 장점. 그래서 제목만 보고 가졌던 어리석은 기대-선생님의 마음을 꿰뚫어 나와 내 아이의 안위를 꾀하리라는-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통쾌함까지 느끼게 된다.     

글쓴이인 선생님이 담임을 맡았던 반 아이들의 일기가 바탕이 되어 나란히 적혀있는 학생과 선생님의 일기에서 같은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인상적인 몇가지를 꼽는다면 '점심 시간' ' 정장 입은 날' 일기로 내가 생각지 못했던 선생님만의 고민을 알게 되었고, '학교 앞 문방구' ' 번개팅' 일기에서 요즘 아이들의 일상을 알게 되었고. 또 '상을 받는다는 것' ' 작은 키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일기에선 선생님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너무 순수한 선생님의 일기, 아주 착한 아이들의 일기라서 자극적인 무언가를 원했던 독자에게라면 낙제점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이렇게 덜 자극적이어서 마음이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선생님 앞에선 영원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엄마이기에 이런 선생님이 올해 내 아이의 새 담임선생님이 되기를 바라게 되니 참으로 슬픈 현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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