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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 - 오프라 윈프리의 일과 성공과 사랑
로빈 웨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집사재 / 2007년 5월
평점 :
오프라 윈프리. 내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았더니, 흑인 여성 앵커와 갑부라는 사실 뿐이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유명한 토크쇼를 본 적도 없고, 본다고 해도 영어라는 문제와 어렵사리 뜻을 해석한다 해도 그 뉘앙스나 유머의 이해가 없고서는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일. 그나마 간혹 신문에 보도되는 세계 몇 위의 갑부라는 것만 알고 있었으니, 사실 그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 정답일 게다.
그래서 내가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오프라 윈프리의 일과 성공과 사랑]에서 기대한 것은 그녀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생각, 생각에서 나온 그녀의 행동과 결과. 그녀를 인간적으로 만나고 싶었던 것인데, 이 책은 그런 나의 기대에 반정도 부응하는 것으로 접어야 했다. 생각해보니 자서전이 아닌 이상-그것도 대필이나 각색한 자서전이라면 마찬가지이겠지만- 인간 오프라 윈프리를 만난다는 것은 무리한 기대였을지 모르겠다.
책에 서술된 그녀의 일대기는 참으로 기구했던 과거를 딛고 일어선 멋진 성공스토리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심하게 매를 때리는 할머니에게 컸고, 도시를 향한 흑인의 거대 이동행렬 틈에서 불안정한 시절을 보냈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는 그 단칸방을 오가는 많은 남자들에게 짓밟혔다. 그랬던 와중에도 타고난 지력과 말솜씨가 돋보였긴 했지만, 지금의 그녀가 된 바탕은 아버지와 의붓어머니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자리잡으며 본격적으로 트레이닝되었다. 부모님의 바른 이끔과 그녀 자신의 노력에 운도 따랐다. 행운은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올 행운을 잡을 수 있게 미리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잡힌다는 말이 그녀에겐 정말 꼭 맞았다.
그래서 지금은 독보적인 토크쇼의 여왕이자, 영화배우, 잡지발행인, 영화제작사 사장 등의 이름을 가진 성공인이며, 그 성공은 수많은 자선단체와 장학기금을 설립해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특히 흑인여성의 교육을 위한-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더 환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발행하는 잡지도 그렇지만 자선단체와 기금의 명칭에 오프라의 이름이 항상 들어가있다는 사실. 그만큼 그녀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영향력있는 대명사일 테고, 그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 오프라 윈프리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깊은 감동이나 감정이입을 통한 대리만족의 기쁨과 같은 감상은 없다. 여러가지 보도자료와 인터뷰, 책의 일부를 인용하여 정리한 한 성공여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러하고, 사진과 약간의 편집 기교를-본문은 책의 70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녀가 출연했던 토크쇼 전부를 옮겨 적은 것과 일대기 정리이다.- 부렸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렇다고 의미없는 책으로만 규정지을 수는 없겠다. 단순히 가쉽거리로서가 아니라 불행을 딛고 일어선 성공여성의 삶을 제대로 훑어볼 수 있고, 그녀를 역할모델로 삼아 자신을 독려할 수도 있겠다. 다만 내겐 오히려 토크쇼를 옮겨적은 페이지들에서 오프라의 입에서 나온 반짝이는 몇 구절이 더 많이 눈에 띈다는 사실이 이 책을 위인전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에세이라고 하기도 뭣한, 규정짓기가 애매하다고 규정지을 수 밖에 없었던 별난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