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별 다섯개는 좀 더 길게 쓰려고.


큐레이션의 시대다. 검색엔진이 포털이 되고 구글과 네이버가 괴물이 된 때부터 이미 그랬지만 큐레이션이 검색을 넘어 전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지금이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때가 아닌가 싶다.


며칠 전에 읽은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경제학도 아니고 좋아요에 관한 책도 아니다. 오로지 구독모델에 대한 책. 강력추천)의 내용과도 통하는 게 있다. 구독은 필연적으로 큐레이션과 결합될 수밖에 없다.


큐레이션이라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몇 개의 안을 제공해주는 건데, 이건 생각해 보면 우리가 평소  갑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회사라면 상사에게, 식당 점원이라면 고객에게.


이걸 서비스로 풀어간다면, 사용자가 서비스 안에서 일련의 활동을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적절한 항목을 추천하는 것. 이것 또한 구글이나 넷플릭스가 아주 잘하고 있는 것.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또한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만 마중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추천받은 아이템들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결국 좋은 서비스 동선을 만들어서 스무스하게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이를 분석하여 추천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추천을 받은 사용자의 액션 또한 추적이 되어야 하고. 

이 데이터가 많이 쌓이기 전에 데이터 사이언스고 머신러닝이고 다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렇다면 결국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해야 하는 것은? 일단 내가 만드려고 하는 서비스가 수요가 있는지, 즉 MVP를 통한 수요 검증, 빠른 PMF 탐색. 요즘에는 MVP도 안 만들고 검증하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어설픈 MVP(잠깐, 이거 형용모순같은데..) 만드드니 깔끔한 랜딩페이지로 이메일 수집하는 것이 나은 방법일지도.


사실 난 PMF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냥 만들고 싶은 거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써준다. 이런 거를 훨씬 좋아한다. 하지만 이건 개인 프로젝트 이야기일 거고 회사라면 다르게 접근해야겠지.


이거 근데 리뷰로 올라가도 되는 건가 싶다.


책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큐레이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범주화이다. 기존의 시각으로 보지 못했던 카테고리를 새로 창조하여 아이템을 새롭게 배치하는 것이다. 데이터로 치면 여러 개의 차원을 연합하여 차원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PCA 같은. 큐레이팅 초반 작업에는 이 범주화 작업이 메인이다. 이 새로운 범주를 만드는 작업은 인간만이 가능하고 생명체에 대해 이러한 작업을 최초로 진행한 린네는 레전드가 되었다.



19p

일본에는 '츤도쿠(tsundoku)'라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책을 사지만 절대 읽지는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츤도쿠 현상은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73p

대공이나 황제는 여러 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베토벤은 오직 나 한명이지 않은가?


73p

당시 낭만주의는 아무런 제한 없는 날것의 창조성을 사람들이 선망하는 위치에 올려놓는 계기로 작용했다.


80p

그는 창조의 개념을 기존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찰하고 통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129p

(넷플릭스) 우선 이 엔진은 거대한 큐레이션의 패턴 속에서 최첨단 알고리즘 시스템에 인간의 섬세한 손길을 결합해 작동되고 있었다. ... 넷플릭스로 신작이 입고되면 콘텐츠 담당자가 일일이 감상한 후 영화와 관련된 모든 태그를 아주 자세하게 입력한다(해당 매뉴얼은 무려 36쪽에 달한다). ... 이 모든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사람의 노동력 또한 매우 많이 필요하다. ... 넷플릭스는 업계를 통틀어 지금까지 개발된 것 가운데 가장 정교한 형태의 미디어 추천 및 범주화 엔진을 갖고 있다.

(모든 걸 다 해 주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에 망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정신차려야 한다)


168p

우리는 큰 접시보다 작은 접시에 음식을 먹을 때 포만감을 더 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치와 맥락의 중요성. 인간은 항상 맥락 속에서 상대적으로 인식한다)


218p

선택권이 너무 많은 경우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커진다. 결정해야 할 것이 많을수록 오히려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소모적인 상황을 큐레이션 과정에 위탁함으로써 우리는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인간은 너무 선택지가 많은 경우 선택장애가 생기고 선택한다 하더라도 선택지가 적은 상황에 비해 행복감이 덜하다. 좋은 대안을 놓친 게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283p

저널리스트, 블로거, 큐레이터 등 이른바 '정보 엔지니어'의 역할은 이제 필수적입니다. 이들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꼭 필요한 내용만을 재구성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얼룩소 가입했다) https://alook.so/users/ZBtLa0


288p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중시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정보 중개자의 비중과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324p

창조성과 큐레이션의 명확한 경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둘을 잘 조화시키는 문제만이 있을 뿐이다. ... 모든 산업이 이제 선별자와 배치자, 암시적 큐레이터가 됐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366p

다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제는 정체성을 큐레이션하는 시대인 것이다.


384p

요컨대 훌륭한 취향은 문화자본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취향은 ... 계층 간 구분을 나타낸다. 또 취향은 기존의 계층 서열 내에서 우리를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으로 구분하는 표식이다. 계층 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이같은 취향에 근거해 만들어진다. 여러 가지 취향이 내면화된 상태에서 우리 스스로가 특정 계층을 선별해 진입하는 것이다. .. 결국 더 많은 돈을 가질수록 삶을 더 다양하게 큐레이션할 수 있다.

(뜬금 부르디외)


391p

유감스럽게도 훌륭한 큐레이션을 위한 지름길 같은 것은 없다. 큐레이션은 언제나 방대한 지식과 높은 수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저 클릭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칼 뉴포트의 So Good They Can't Ignore You와 같은 맥락. 결국 자기 영역에서 슈퍼급 인재가 되어야 함. 슈퍼급까지는 아니고 A 정도만 되도 가능하다고 봄. 상위 10% 정도? 번역서 제목 : 열정의 배신)







일본에는 ‘츤도쿠(tsundoku)‘라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책을 사지만 절대 읽지는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츤도쿠 현상은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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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2022-11-1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유익한 리뷰 감사드립니 따
 

알라딘 장바구니에 있는 책을 한꺼번에 사고 싶다.

로또가 되면


책박스만 몇십개가 오겠지

택배훃이 힘들테니까 1층에서부터 같이 들어준다

음료수도 주고


음료수는 비타500

수지얼굴도 한 번 보고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이렇게 책을 많이 사시냐고 물어보겠지

그렇게 됐어요


그러고 들어와서 하나씩 뜯는다


띠지와 커버는 다 떼서 버리고

알맹이만 남긴다

목차를 훑어본 후 앞부분 조금 읽은 다음 

혹하는 책은 침대에

아닌 책은 바닥에

무한 반복

배고플때까지


로또 사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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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2022-11-1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만취상태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J 2022-11-2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이런것도 있었꾸나
 


쇼생크 탈출은 내 베스트 3 영화 중 하나다.


스티븐 킹의 원작도 읽었고

탈출로에 붙여 놓은 마지막 가림막인

BC 1Million의 라켈 웰치 포스터도 사서 방에 붙여놓았을 정도.

(옛날 포스터들은 포샵이 없는 듯)


명장면 중에 앤디가 감옥 방송으로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을 틀어주는 장면이 있다.

https://youtu.be/5Hfe_1Fny-Q


이 장면이 어릴 적 나에게 상당히 감동을 주어서

집에 있던 클래식 전집 LP판에서 모짜르트만 골라서 한참 들었는데

그 LP들은 다 어디갔는지? 


피가로의 결혼이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오천만의 클래식 http://www.podbbang.com/ch/10754 )

보러 갔다.


평일이라곤 하지만 저녁 황금시간대(7시)였는데

사람이 1도 없었음

나 혼자..

(신촌 메가박스 8관. 들어올 때도 아무도 없었는데 쉬는시간에도 아무도 없음)


예전에 cgv 명작영화재상영할 당시 쇼생크탈출을 밤 12시 넘어서

봤을 때는 그래도 열명 넘게 있었는데...


1부 중간까지 조금 지루하다가 점점 재밌어졌다

출연자들이 생각보다 연기를 너무 잘했다 리얼하면서 깜찍하게

특히 주연인 수잔나는 처음 등장했을 때

너무 나이가 많아 몰입이 안됐는데

(아니 내일 모레 결혼하려는 사람 얼굴이 우리 이모급..)


그런데 퍼포먼스가 워낙 좋아서 시간이 갈수록 빠져들었다

나중엔 나이를 못느낌



베스트는 백작부인

외모도 귀티나고 연기도 귀티났다 

클라스 있는 높은 집 사모님 역할을 훌륭히 해냄

(백작부인을 흠모하던 케루비노가 정신줄 놓고 보던 스타킹 씬)


(취향저격 안경)


백작도 귀여웠는데

노래 부를 때 투턱되면서 입술이 네모지는 게 매력포인트

사진이 없네


기대하던 letter duet은 3부에 나왔다.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백작을 속이는 편지를 같이 쓰는 상황에서

하는 노래인데 역시 매우 좋음.


3부 중반이후부터 다시 조금 지루해졌다가

마무리에서 분위기 업시키고 종료.


다음 작품은 마탄의 사수라는데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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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결혼하는 친구 보내주려고

옛날에 2010년 정도에

옥탑방에서 친구들과 밤에 포커치던 사진 찾으러

구글 포토에 들어갔다

이 옛날 사진을 어떻게 찾나 썸네일 쭉 보면서 찾는수밖에

이러고 들어갔는데

맨 위에 검색창이 딱!

거기서 poker 치니

포커치던 사진들이 딱!

미친 구글

(poker 검색하여 나온 사진 중 하나. 태그따위 없이 이루어낸 쾌거. 트럼프카드를 인식한 듯한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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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6-2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죠~~ 오싹하기도 하군요.
 

책의 날 10개의 질문

아래 텍스트 선택 후 Ctrl+C 버튼, 혹은 복사하기 기능을 이용해 아래 텍스트를 복사하시고 원하시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지하철, 자기 전 침대, 걸어가면서 전자책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둘 다. 10분 이내로 짧은 독서 해야 할 때는 전자책, 왠만하면 종이책. 메모는 거의 하지 않고, 인상깊은 구절은 tweet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스켑틱 vol 5, 이것이 인간인가,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마구 쌓아놓다가 감당 안되는 지경이 되면 알라딘에 중고로 판다. 소장용은 따로 보관.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슬램덩크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에이스 온 더 리버. 프로 포커 플레이어 베리 그린스타인의 책인데 포커 전략책이라기보다는 철학책에 가까움.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존 스튜어트 밀. 자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케인즈의 일반이론. 읽을 수 있을까..??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콜디스트 윈터. 한국전쟁에 관한 내용인데 천 페이지 가까이 됨. 너무 디테일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케인즈의 일반이론, 상대성 이론 전공책, 양자역학 전공책. 할 것도 없을 텐데 하루종일 공부할 거를 가져가야 할 듯. 물리전공은 아니지만 몇 년 정도 이 책만 보면 깨우쳐지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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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2023-01-18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죄송한데 따로 보관하는 소장용 책 목록좀 알 수 있을까요 ?

catcher 2023-01-19 05:57   좋아요 1 | URL
목록은 따로 없구,
어제 슬램덩크 본 기념으로 베스트파이브를 꼽자면
자유론, 이기적 유전자, 엘러건트 유니버스, 자본주의와 자유, 소유나 존재냐

근데 바뀔 수 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