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프랑수아 아르마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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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은 무엇입니까?


중고등학생 때 가끔 이런 비슷한 류의 질문으로 친구들과 장난삼아 이야기 한 적이 많은 듯 하다. 작가들도 이런 장난같은 질문을 하고 또 대답을 하고 그러나보다. 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한 작가 196인의 대답으로만 이루어진 책이다. 아마도 저자는 훨씬 많은 작가들에게 질문지를 보냈겠지만 모든 작가들이 대답을 해주진 않았을터. 196명만해도 많이 해준 것 같다. 대부분이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도 간혹 있어 심심풀이로 읽을만 하다.


   저자는 질문을 보낼 때 '성경과 셰익스피어는 제외'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많은 이들이 무시 꾹! 무인도에 성경을 가져가겠다는 작가들이 왜 이리 많은지! 그리고 정말 많.은. 작가들이 곧이곧대로 대답하기 보다는 꼼수를 부린다. 전집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3권을 초과해서 말하는 사람 등 뭐 각양각색이다. 대충 헤아려봤을 때 가장 빈도수가 많이 나온 작품들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전집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천일야화> 그리고 성경과 셰익스피어 전집, 좀 특이한 걸로는 영시선집을 꼽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움베르트 에코는 '전화번호부'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거기에 있는 무수한 이름들로 많은 글들을 쓸 수 있을거라면서. 중복되는 책들이 많아서 이들을 다 무인도에 모아놓고 보면 의외로 빈약한 도서관이 될 듯 하다. ㅎㅎ


   나에게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라고 한다면 글쎄, 결정하기가 당연히 힘들다. 그래도 우선 생각나는 것은 아직 읽지 못한 박경리작가님의 <토지> 시리즈가 우선 생각난다. 그리고 판타지를 좋아하니 <해리포터> 전집이나 <왕좌의 게임> 시리즈도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로 하는 걸로. 개별권수로 따지면 50권은 되지 않을까. ㅋ 여러분도 생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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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머라이어 마스든 지음, 브레나 섬러 그림, 황세림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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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머리 앤>을 최초로 알게 된 건 아마도 TV에서 방영된 세계명작만화라는 타이틀을 단 애니메이션이었을 것이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라는 주제곡이 아직도 입에서 나올만큼 재미있었다. 이후에 아마도 아이들을 위한 축약 동화본이 나왔을테고 나에게 '빨강머리 앤'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속의 앤이었다. 끝에 'e'가 붙은 앤으로.. 그러다 '빨강머리 앤'의 원작 제목이 Anne of Green Gables, 그러니까 <초록지붕 집의 앤>이라는 걸 알고 한번 충격, 그리고 생각보다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 두번 충격(심지어 시리즈로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버전의 앤 시리즈를 하나둘씩 접해보기로 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물론 오디오북으로도 들어보고 넷플릭스에서 상영했던 드라마를 통해 만화나 책에서는 볼 수 없던 특별한 해석이 담긴 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그래픽노블로 각색된 앤을 만나게 되었다. 230여페이지 정도라 중요한 사건들만을 담은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용은 잘 알고 있으니 그래픽 노블만이 줄 수 있는 특색있는 그림들과 색감에 집중하면서 애번리 사람들의 특징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장이라 아쉬웠다. 특히 앤이 감탄했던 초록지붕집 주위의 풍경들이 계절별로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져있어 크게 확대해서 붙여놓고 싶을정도였다. 그래픽노블을 접하기 전에 다른 시각적 작품을 먼저 접하면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가 주는 이질감을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그래픽 노블은 주요한 사건들 중심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원작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각 캐릭터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는 잘 반영한 각색이라 마음에 들었다. 레이철 린드 부인은 여전히 다른 사람일에 참견하기 좋아했고 매슈 아저씨는 여전히 친절하고 맘씨 좋은 분이었고 마릴라 아주머니의 츤데레 성격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단짝 친구 다이아나나 길버트의 분량이 많지 않은 점이 서운하기는 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책이나 장편 시리즈로의 만화나 드라마, 그리고 오디오북에서는 사랑스런 앤의 끊임없는 수다가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 축약본 그래픽노블에서는 수다쟁이라서 더더 사랑스러운 앤의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래픽노블만이 주는 유쾌함과 색다름에 만족했으니 그래픽노블 속 앤도 다른 앤들과 나란히 나의 책장속으로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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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앉아서 다이어트한다 - 비틀린 몸을 바로 세워 군살과 통증을 없애는 앉은 자리 5분 스트레칭
박서영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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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은 제목을 좀 더 신경썼으면 좋았을 뻔 했다. 제목이 주는 식상함이 책의 가치를 반감시키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척주 측만증이 있었고 2년전부터는 잦은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지만 그저 임시방편으로 한의원에서 침을 맞거나 얼마간 추나요법도 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새벽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일반적 직장인의 생활패턴으로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보였다. 헬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거나 필라테스를 해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어딘가에 돈을 내고 몇번 다니고 마는 나의 의지박약을 아는지라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기간 재택 근무와 단축근무를 하게 되었고 제대로 된 근무환경이 아닌 곳에서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환경은 점점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 회사에서도 장기 재택근무의 힘든 상황을 직원들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운동이나 산책 등을 정기적으로 하도록 권고했다. 그래서 유투브를 참고해가며 나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게 의외로 나한테 맞는 방식인 듯 해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특히 스트레칭이나 요가 같은 것을 하고 싶은데 너무 어려운 동작들만 있어서 내 수준으로는 따라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한번에 없애준 단비같은 책이다.


   이 책이 말하는 바는 간단하다. 제대로 된 앉은 자세와 제대로 하는 호흡, 이 두가지만으로도 각종 만성 통증과 여기저기 붙은 군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칭을 할 때 호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호흡을 해야하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내가 전형적으로 숨을 참는 유형이라 제대로 된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5분 스트레칭으로 개운한 하루를 시작했다. 동작이 어렵지 않아 하나씩 외워서 한번에 몇가지씩 따라하기 좋게 되어있다. 아직 모든 동작을 해보진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동작은 너무 어려워서 하기 힘들겠는걸 이라고 생각되는 동작이 없는 걸로 봐서는 초보인 나에게도 딱 맞는 스트레칭법으로 보인다.


   아직은 호흡이 자연스럽게 되진 않는다. 그리고 스트레칭 할 때는 곧게 펴고 있던 자세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어느 새 다시 굽어있고 거북목이 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자각을 하게 되면 다시 가슴을 열고 몸통과 엉덩이를 들어올리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하다보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짐을 느낀다. 저자는 하루에 5~10분의 스트레칭이면 괜찮다고 했지만 여유가 된다면 한두시간마다 일어나서 자세를 정리하고 5분정도의 스트레칭을 해준다면 훨씬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요일별로 서로 다른 스트레칭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리한 브로마이드가 있으니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오다가다 5분만 투자해 꾸준히 해봐야겠다. 몸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제대로 하는 것과 꾸준히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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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사이언스 -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
나탈리 앤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 지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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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과학자들이 대중들을 위한 과학서 50권을 선별하고 리뷰를 쓴 책이었는데, 그 때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가 첫번째로 등장했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김상욱 교수가 강력 추천하는 리뷰를 쓴 분이라 찍어두었던 책이다. 아마도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는 앞으로도 내가 과학책을 선정할 때 두고두고 참고할 책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초파리>도 애정하는 과학 도서가 되었는데 <원더풀 사이언스>도 여러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대단한 책이었다.


   일단 저자가 비과학자이다. 나탈리 앤지어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과 과련된 저술을 쓰는 과학전문 저술가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이 대중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 흔히 하는 실수아닌 실수인 대중들이 자신처럼 똑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렵게 말하거'나 본인만 흥미있어 할 주제에 대해 끝도 없이 늘어놓기 같은 것이 없는 책이다. 그러니까 일반인이 과학을 알아야 할 이유가 과학은 '재미'있으니까라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저자의 책이니 진짜 재미있는 책임을 믿어도 좋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과학하면 떠올리는 물리, 화학, 생물학(이 책에서는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으로 나눔), 지구과학(이 책에서는 지질학과 천문학으로 나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과학적으로 생각'하기라는 과제를 독자에게 부여한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견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스스로를 '불확실성의 학문'이라고 말할만큼 겸손하다(우리가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의 의미와 얼마나 다른지!). 과학은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생각과 견해를 가지고 있던지간에 과학처럼 말랑말랑한 겸손으로 무장한 채 그 생각을 수정하고 개선하고 재가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라고 다독인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여전히 뻣뻣한 독자들을 위해 '확률'과 '척도'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대부분의 독자들의 뇌는 진짜 과학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말랑말랑한 뇌가 되었을 것이다.


   김상욱 교수가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과학교양서적이 갖추어야 할 '무엇을 뺄 것인가'라는 빼기의 미덕을 제대로 갖춘 책이다. 무언가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쏟아내고 싶어한다. 자신이 어떤 것을 알았을 때 느꼈을 희열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수위를 어떻게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느냐가 바로 재미있는 대중과학서가 되는냐 외면받는 책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이 책은 두고두고 여러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흔치 않는 책으로 자리잡았다.


   나도 김상욱 교수처럼 원더풀, <원더풀 사이언스>! 라고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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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래닛 - 그림으로 보는 지구별 패션 100년사 I LOVE 그림책
나타샤 슬리 지음, 신시아 키틀러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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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세계의 패션 100년사를 그림으로 담은 책인데 인간 생활의 세가지 기본요소 중 하나인 '의' 즉 패션을 통해 역사의 또 다른 영역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준다. 요즘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그림책에 손이 가끔 가는데 잘 만든 그림책 한권은 글밥 가득한 책 못지 않은 재미있는 분야임을 발견해가는 중이다.


   지구의 패션 100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식도 독특하다. 마치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듯한, 한 시대와 공간이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패션의 모습이 응축된 형태로 정지되어 있는 장면 25개 속에 100년의 지구 패션이 담겨있다. 25개의 장면에는 시대와 장소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당시 활동했던 디자이너가 누구였는지 당시 유행한 패션 스타일은 어땠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데,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옷차림을 살펴보다 보면 어느 새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보았던 전후의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던 세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위대한 개츠비>에서 보았던 재즈와 함께 발달한 화려한 패션을 경험하기도 하며 존 트라볼타의 <토요일 밤의 열기>가 그대로 담긴 미국의 디스코텍에 푹 빠지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으로 물자가 부족한 가운데 배급으로만 의와 식을 해결해야 했던 시대에도 패션이라고 불리울만한 스타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어느덧 영화나 TV를 통해서 본 패션이 아닌 나 자신의 세대가 속한 시대로 넘어오는데, 어렸을 때 입었던 옷들, 엄마나 이모들이 입었던 옷들에 대한 추억이 저절로 소환되면서 나 역시도 역사 속 한 장면에 이런 식으로 각인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남자들의 패션보다는 여자들의 패션이 좀 더 민감하게 변하고 볼거리가 훨씬 많았는데 시대별로 변화하는 실루엣, 스커트나 바지의 길이와 폭, 노출의 정도, 헤어스타일의 변화, 가방이나 모자 그리고 신발 등 악세서리의 다양한 변천사를 단순히 유행이라는 이름으로만 묶어버리기에는 부족한 듯 하다. 당시의 시대와 공간이 가지고 있던 특성과 그 시대와 장소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 바로 패션이지 않을까. 패션의 역사는 돌고 도는 법. 그림 속 다양한 인물들의 패션 중에서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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