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 초판본 비밀의 화원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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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세계명작동화 전집을 수도 없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비밀의 화원>도 그 중의 하나인데 '비밀'과 '마법'이라는 단어에 매료되고 책 속에서 묘사된 정원이 어린아이 생각에도 너무 예쁘다고 여겼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책을 읽고 나면 늘 상상 속에서 한참을 헤매곤 했는데 이 책 역시 그랬다. 어렸을 때의 로망이 담긴 #비밀의 화원 이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더스토리 의 작품이다. 표지의 그림은 메리가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하고 열쇠로 문을 여는 장면이다.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울새'도 보인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작가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는 하나) 영국사람이니 전형적인 영국 정원의 모습이 비밀의 화원에 투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아름다운 정원을 상상해보았지만 지금은 실제 보거나 혹은 책에서 접한 영국 정원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책을 읽으니 비밀의 화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특히 눈여겨 보지 않았던 요크셔 황무지의 풍경이 매력적이었는데 <폭풍의 언덕>에서 반했던 히스꽃을 여기서도 만날 줄이야!


   이야기는 인도에서 살던 10살의 메리라는 여자 아이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유일한 혈족인 영국 요크셔의 고모부 크레이븐의 집으로 오게 되면서 시작한다. 보통 이런 경우 주인공인 여자 아이는 예쁘고 가련한 이미지로 그려지기 쉽지만 메리는 심술궂고 못생기고 괴팍한 성격의 아이로 등장한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있는 집 자식이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하고 보모의 손에 오냐오냐 길러진 탓이다. 오크셔에 있는 크레이븐의 집에도 그런 아이가 한명 있다. 사랑하던 아내가 죽으면서 삶이 무너진 크레이븐은 아내를 꼭 닮은 아이를 보면서 괴로워한 나머지 아이를 하인에게만 맡겨두고 돌보지 않는다. 방치된 아이인 콜린은 성질도 괴팍하고 자신은 아빠처럼 곱사등이가(사실 아빠도 어깨가 굽은 것이지 곱사등이가 아니다) 되어 죽을 것이라는 과대망상증에 빠진 나머지 늘 침대에 누워 히스테리만 부린다. 그리고 두 아이의 성장과 변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디콘이라는 아이까지. 이렇게 세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오랫만에 어릴 적 마음으로 돌아가 비밀의 정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도 그런 정원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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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친일파 김백일부터 광복군까지
김종훈 지음 / 이케이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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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숨을 걸고 찾으려 했던 건 분단된 조국이나 친일파 천국이 아닙니다. 친일파가 청산된 조국을 찾으려 한 건데, 이건 독립운동을 해서 나라 찾아 친일파한테 진상한 꼴이 된 겁니다. 거기다 나라도 분단되고, 그렇기에 남북통일과 친일파 청산이 이뤄져야 진정한 해방이고 독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을 위해 나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겁니다. 내가 광복절 행사 같은 데 안가잖아요. 뭘 기념한다는 겁니까?


조문기 지사의 회고록 <슬픈 조국의 노래> - 본문에서 재인용 p226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 그 중에서도 특히 간도특설대의 일원으로 항일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와 민중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살해했던 그들이 해방 후 미군정과 이승만의 비호 아래 군대의 요직을 꿰차고 정치가로 호위호식하다가 죽어서까지 현충원에 묻혔다는 사실은 위 조문기 지사의 한맺힌 슬픔과 분노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다. 국가 공인 친일파는 물론이요 비공인 친일파까지 국립서울현충원에 35명, 대전현충원에 33명이 명당자리에 누워있다니, 그것도 상훈법 제8조 하나를 바꾸지 못해 그렇다니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원통해하실까. 그곳에 안장되어 계신 독립운동가분들도 이 사실을 아시면 대노하실 일이다.


   아직까지 현충원에 가본 적이 없다. 가볼 생각조차 안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한국 근현대사의 자취를 가장 근접하게 느껴볼 수 있는 장소인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책은 현충원 셀프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서울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 수유리 4.19 국립묘지와 서울 효창공원에 자리한 독립열사들과 애국지사들, 그리고 부조리하게도 그곳에 함께 묻힌 친일파들이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한다. 저자의 권고대로 이 책과 소주 한병을 들고 가보리라 결심한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묘소가 있는 효창공원은 회사가 근처에 있어서 점심 시간에 가끔 산책을 하곤 했는데 원래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와 의민 성씨의 유해를 모신 왕가의 무덤이었던 '효창원'이 일제에 의해 '효창공원'으로 바뀌게 된 연유 그리고 그곳에 있던 반공투사위령탑과 효창운동장이 건립된 의도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효창원에 있던 모든 왕가의 무덤이 일제에 의해 고양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되었다는데, 속히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옮기고 '효창원'이라는 이름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삼의사분들과 임정요인 그리고 의열사들의 묘역을 강제 이장하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이승만 정권은 묘역 정남향에 효창운동장을 건립하고 물론 박정희 정권은 그곳에 골프장을 만들려고 시도를 하다 무산되자 뜬금없이 그 곳에 반공투사 위령탑, 대한노인회관, 육영수여사 송덕비, 원효대사 동상 같은 것을 세운다. 정말이지 찌질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올 8월에 국립현충원 친일파를 이장하거나 표지석을 세우기 위한 법안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고 한다. 어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잘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분들도 알게 되었고 특히 현충원에 묻힌 친일파들의 정확한 친일 행적을 알게 되어 성과가 있었다.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는 시대에 이렇게 제대로 된 길잡이를 해줄 수 있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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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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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한 곡 씩, 90일동안 들을 수 있는 90곡의 클래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선정 기준은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고, 난해한 음악 이론은 배제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이었다고 머리말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한 곡들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거나 어, 이런 작곡가도 있었네라는 생소한 작곡가들의 곡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요즘 나오는 음악 관련 책들처럼 각 곡마다 QR 코드가 있어 바로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기본이다. 짧게는 10여분부터 길게는 수시간에 이르기까지의 곡들이 있어 하나하나씩 들어보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90일동안 들어야 하는 곡을 일주일여만에 들으려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했지만 덕분에 평소보다 음악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 의도하지 않은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클래식은 대부분 수세기 전 음악이 기본이다 보니 이미 알고 있거나 즐겨 듣는 음악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곡을 찾아서 듣기 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통해 좋아할만한 새로운 곡을 찾게 되는 경우 뿌듯하다. 특히 이번 책에서 소개된 곡을 통틀어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첫장에 있던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인데 이미 알고 있는 곡이었지만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음악을 들으니 '알고 있는' 곡에서 '좋아하는' 곡으로 바뀌게 되었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물론이지만 굳이 음악을 듣지 않아도 음악이나 작곡가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담겨있어 책으로서의 재미도 충분히 갖추었기 때문에 매일매일 아무곳이나 펼쳐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으니 테이블용 상식이나 화제거리로도 제법 역할을 해낼만한 책이다. 'collect 02'라고 되어 있어서 찾아보니 시리즈로 기획된 듯 한데 조만간 '90일밤의 미술관'도 출간 예정이라 하니 관심 시리즈로 등록해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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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 호메로스의 서사시 그 이면의 역사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최파일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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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들라하면 바로 트로이 전쟁이 아닐까.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펠레우스 왕과 님프 티테스의 결혼식에 초대 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결혼식에 나타나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쓰여있는 황금 사과를 던지고 가장 아름다운 이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결의 몫이 파리스에게 돌아간다. 원래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였지만 나라를 말아먹을거라는 신탁이 있어 성 밖에서 키워지고 있었는데 자신을 선택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의 영예를 안겨준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사람이 바로 헬레네. 그런데 헬레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이미 결혼한 유부녀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리고 도망치자 열받은 메넬라오스가 그리스 동맹군들을 모아서 트로이를 치러가게 되는 것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다.


   이 책은 신화 속 트로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역사 속 트로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바탕은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두고 각종 사료와 참고문헌 등을 이용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10년의 전쟁 중 9년째 접어들던 해의 단 두달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이고 헥토르의 장례식 장면으로 끝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로이의 목마' 같은 이야기는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면서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는데 또 다른 10년이 걸린 걸로 호메로스는 이야기함) 간간히 나오는 회상장면에 등장할 뿐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어떻게 역사가 뒷받침하는 증거들과 일맥 상통하는지가 바로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화 이야기를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리고 간 것이 그저 헬레네가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메넬라오스가 그저 도망간 왕비 하나 되찾아오자고 그 엄청난 전쟁을 도발했을까. 메넬라오스를 도와 전쟁에 참여한 여러 도시 국가들은 왜 그런 힘든 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했을까. 헬레네는 왜 파리스를 따라갔을까 등의 의문이 생긴다. 그 이외에도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신들의 개입'을 노래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북풍을 불게 하여 그리스 군대가 한동안 출항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트로이 편과 그리스 편을 드는 각각의 신들이 전쟁에 개입하는 장면 역시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고 추정되는 시기가 청동기 시대임을 기억해야 한다(세상에 청동기 시대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 당시에는 자연 현상이나 재해 등의 원인을 잘 몰랐기 때문에 웬만하면 모두 신이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된다. 물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선형 B 문자 정도만 존재) 완벽한 고증에 의한 증명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신화 이야기가 어떻게 역사 속 사실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어 만족스럽다. 신화가 마냥 허구가 아니라는 점이 기쁘다. 그저 좀 심한 과장이긴 하지만 오늘날 종교인들이 믿는 신보다는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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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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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다. 서재 정리를 하고 났더니 이제 웬만한 책들은 눈에 바로 보이는데다가 쉽게 빼낼 수 있게 정리되어 있어 구입해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마음 내킬 때 한권씩 꺼내 읽기 수월해졌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은 작가별 정리로 되어있어 이제 모두 한곳에 모이게 되었다. 뿌듯뿌듯.


   지금까지 읽은 대부분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은 진정한 악인이 없었다. 그러니까 살인 등을 저지른 범죄자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인간적 고뇌나 갈등이 함께 그려져 있어 추리 소설임에도 독자는 범인의 입장을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 많았다. 그렇다고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절대 악인이 등장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뇌과학과 관련된 의학이 접목되면서 <인어가 잠든 집>에서처럼 과학과 의학에 관한 개인의 욕심이 윤리의식을 넘어설 때 오는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


   이야기는 무작위로 뿌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단편적인 떡밥들로 시작한다. 제목 <라플라스의 마녀>는 수학자 라플라스의 가설에서 온 것이다. 라플라스는 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지성을 가진 존재에게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바로 그 지성을 가진 존재의 첫 출현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가진 존재에게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 배제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그려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리 저리 검색하다가 <라플라스 마녀> 프리퀄인 <마력의 태동>이 작년에 번역되어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라플라스 마녀 사건의 1년전 이야기로 시작하여 라플라스 마녀 사건까지를 마도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인 듯 하다. 오호..'라플라스 마녀' 시리즈를 기대해도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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