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컬러 - 색을 본다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하여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스티븐 파딩 지음, 홍한별 옮김 / 갈마바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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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은 온갖 색으로 가득차 있지만 사실 우리는 색이 빛의 장난이란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고 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색은 그저 허상에 불과한 것일까? 인간이 자각할 수 있는 빛의 스펙트럼, 흔히 우리가 무지개색이라고 말하는 빨.주.노.초.파.남.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무채색이라고 말하는 검정색, 흰색, 회색은 색이 아닐까? <온 컬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심도있는 인문학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사실 무지개빛 일곱색깔이라고 편리하게 정의한 색들 사이에는 무수한 색이 존재한다. 그 무수함 하나하나를 이름 붙인다는 건 아무리 유명한 물감 회사라 할지라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리는 적당히 타협하여 인간 세상에서 인지할 수 있는 색을 정의내리고 이름 붙일 뿐이다. 이 책은 인간의 편의에 의해 (특히 뉴턴) 명쾌하게 이름 붙여진 일곱가지 무지개색과 흰색, 검정색, 회색을 더해 총 10가지 색에 대해 인류가 색에 부여한 권리와 편견, 혹은 의미와 욕망 등이 어떻게 문학, 예술, 역사, 사진 속에서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게 정체를 드러내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색이 '인종 정체성을 나타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부정확한 지표'이며 '가장 정보값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가장 흔하게 사용되면서 왜 아시아인이 황인종이 되었는지, 파란물을 들이는 염료의 이름이었던 '인디고'가 왜 어느 날 갑자기 색이름이 되었는지 등, 인간이라는 종은 색에서조차 기어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야 마는 어쩔 수 없음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언어라는 것이 여전히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색'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시대에 존재하던 문화적 차이까지 논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이상 눈 앞에 있는 색이 당연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색의 감각은 물리적이고 색의 인식은 문화적이다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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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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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사실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만약은 내가 가지 않은 길이다. 그리고 그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남아있는 건 후회가 가장 많지 싶다. 하지만 그 후회라는 건 그저 막연한 짐작일 뿐 어느 누구도 '만약'이라는 가정의 진짜 결과를 알지는 못한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만약'을 외치고 싶을만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국내 번역 제목은 '흑역사'라고 했지만 원제로 보자면 '헛발질'에 더 가깝다. 역사라는 행진 속에서 했던 무수한 헛발질에 대한 기록이다. 만약 그 헛발질이 제대로 된 발걸음이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흥미로운 상상을 담았다.


   이 재미있는 가정은 고대에서 근대편과 현대편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고대에서 근대편의 헛발질 50가지를 다루었다. 근대라고 해도 제2차 세계대전까지 다루고 있으니 근현대까지 다룬 셈이다. 내용 대부분은 주로 전투와 전쟁에 관한 것이라서 '만약'이라는 가정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만한 큼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헛발질의 한가지 공통된 흐름이 있다면 세계의 역사를 좌지우지할만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놓은 사건들이 대부분은 한 개인의 사소한 판단 혹은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호 동맹의 조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절단으로 인해 100년 넘게 지속될 전쟁이 발발하거나 개인의 조급증으로 한 왕조가 멸망하거나 식민지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 부족으로 독립운동이 촉발되었다거나 200억명의 신앙을 바꾸어버린 결과를 초래한 이혼 등, 세계의 역사가 한 개인으로 말미암아 지금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흑역사라고는 했지만 사실 한 개인이나 국가의 입장에서 흑역사일 뿐이지 인류 전체를 놓고 보자면 천만 다행인 사건들도 제법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의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두 편 실려있는데 하나는 1274년에 실패한 여몽연합군의 일본 정벌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이순신 장군이 막아낸 임진왜란이다. 물론 저자의 '만약'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예나 지금이나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지정학적인 포로 신세'라는 말이 너무 정곡을 찔러 씁쓸했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역사 속 헛발질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그 헛발질을 멈추게 하고 싶은 순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은 인생이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인간들아, 역사 앞에서 겸허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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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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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리비우스 로마사가 4권을 마지막으로 드디어 완간되었다. 리비우스는 기원전 59년부터 기원후 17년까지 살았던 사람으로 실제 로마 시대의 인물이며 그의 <리비우스 로마사>는 로마 건국의 시기라고 알려진 기원전 753년부터 기원전 9년까지를 총 142권의 두루마기 책으로 기록하였지만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더 많은 역사가 기록되었을 것이다) 대부분 소실되고 현재는 35권만 남아있다. 2년전쯤 1권에서 5권까지를 다룬 <리비우스 로마사 I>권을 읽었는데 2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3권을 집어든 이유는 바로 '한니발 전쟁기'라는 제목 때문이다. 한니발하면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한겨울에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아주 유명한 인물이며 한니발 전쟁기라 함은 한니발의 조국인 카르타고와 로마와의 전쟁인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의미한다. 제1차 포에니 전쟁을 다룬 기록이 남아있더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 부분은 소실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리비우스는 2차 포에니 전쟁을 다루면서 그보다 한시대 앞선 폴리비오스의 <역사>를 많이 참고하는데 폴리비오스는 실제 2차 포에니 전쟁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말년 인생과 겹친 시기에 살았던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역사서는 신뢰할만 하기 때문이다. 역자 역시 많은 주석에서 폴리비오스의 <역사>를 참고하였음을 후기에서 언급한다.


   2차 포에니 전쟁에 관한 부분은 21권에서 30권까지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며 번역본으로 약 1000페이지에 달하는지라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그 위상에 움찔했으나 읽기 시작하니 마치 흥미진진한 역사 소설을 읽는 것처럼 쭉쭉 읽어나갈 수 있었다. 리비우스의 문체가 그만큼 지루하지 않은데다가 위트와 유머가 섞인 그만의 시각이 2천년 전에 살았던 인물의 언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재미있었다. 이는 번역자의 공로도 한 몫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2차 포에니 전쟁을 유명하게 만든 칸나이 전투와 자마 전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칸나이 전투는 이탈리아 칸나이 지역에서 벌어진 한니발이 로마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던 전투이고 자마 전투는 카르타고 땅에서 벌어진 스키피오가 한니발을 물리치고 2차 포에니 전쟁을 끝낸 마지막 전투이다. 리비우스는 한니발이라는 뛰어난 지략과 전투력을 겸비한 군사 천재가 칸나이에서 대승을 거둔 후 로마로 바로 진군하지 않았던 것과 카푸이에서 겨울을 나면서 병사들의 군기가 해이해 진 점이 결국 로마를 정복하지 못한 뼈아픈 실수라고 지적한다. 물론 로마로서는 다행이었지만. 아버지와 삼촌을 카르타고와의 전투에서 모두 잃은 스키피오가 젊은 나이에 스페인 전역에서 카르타고인을 몰아내고 결국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스키피오 아프라키누스'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받기까지의 기록은 정말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스키피오의 전쟁 패전국을 상대하는 방식과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충고할 때 보여준 인품은 놀라웠다. 결국 리비우스 로마사 3권은 한니발과 스키피오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전쟁기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더해 로마가 오랫동안 강대국으로 맹위를 떨칠 수 있었던 근간이 된 정치 체계와 로마군의 군사적 지휘 체계, 그리고 당시 동맹국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있어 큰 공부가 되었다. 제2차 포에니 전쟁 전까지는 로마가 주변 부족들과 무수한 전쟁을 치르고 승리하면서도 부족들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동맹으로서 대우했지 속국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이후에는 전쟁으로 정복한 지역은 모두 속주로 삼고 세금을 거두는 '제국주의'로 전환된 건 카르타고에서 배운 악습이라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아직 읽지 않은 2권과 4권은 올해 안에 읽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폴리비오스의 <역사>도 소실된 부분이 많긴 하지만 번역본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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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허밍버드 클래식 M 5
찰스 디킨스 지음, 김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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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의 첫번째 책으로 선택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이건 반칙이다. 아무리 작가라도 이렇게 글을 잘 써도 되는건지. 모든 문장 하나하나에 풍자와 유머와, 좀 식상한 표현이지만 심금을 울리는 표현들이 가득하다.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만큼 사랑하는 작가가 찰스 디킨스라더니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완전 인정! 작가 자신이 '내가 썼던 작품 중 최고의 이야기'라는 자부심을 가져다더니 괜한 허풍이 아니었다.


   19세기가 가까와오던 18세기 유럽, 그 중에서도 두 나라, 영국과 프랑스는 강대국이라 불릴지언정 일반 평민들에게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왕과 귀족들의 횡포와 사치는 극에 달했고 평민들은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였으며 사방에 강도떼들이 더 훔쳐갈 것도 없는 이들의 주머니를 털었으며 사형 집행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시대였다. 작가는 그 중에서도 영국과 파리라는 두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파리의 바스티유 감옥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18년간 옥살이를 한 남자가 있다. 18년간의 독방 생활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정신을 놓아버린 한 남자는 사실 파리에서 명망 높았던 마네트 박사였는데 영국의 텔슨 은행 직원 로이와 마네트 박사의 하나뿐인 딸 루시 그리고 과거 마네트 박사의 하인이였던 드파르주에 의해 구출되어 영국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망명한 프랑스 귀족 찰스 다네이와 변호사 시드니 카턴이 끼어들면서 모두의 인생 앞에 파란만장한 역사가 펼쳐지게 된다. 작품은 어느 정도는 추리소설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긴장감이 맴돈다. 마네트 박사는 어떤 누명을 썼길래 1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지, 찰스 다네이는 왜 프랑스 귀족의 권리를 포기한 채 영국에서 가정교사를 하고 있는지, 드파르주 부인은 왜 그렇게 뜨개질에 집착하는지, 찰스 드네이와 놀랍도록 얼굴이 닮은 시드니 카턴의 루시를 향한 사랑은 어떻게 될런지 등 독자는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게다가 이 소설은 그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왕정의 부패를 견디다 견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민중들이 일으킨 프랑스 혁명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진지하면서도 위트있게 다룬다. 혁명으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세운 이들은 과연 민중을 위해 몸 바쳐 일했을까?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를 기억해 보자. 자신 역시 언제 자기가 죽인 왕과 같은 꼴이 될 지 몰라 말도 안되는 죄목으로 약 2년이 안되는 기간에 2만여명의 사람들을 '라 기요틴'에서 목을 잘라 처형하는 괴력을 보여준다. 민중들은 어땠을까?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던 그들이 오히려 혁명의 '자기 파괴적인 복수'에 사로잡혀 광기어린 군중심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우매함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여전히 사랑과 헌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객의 일이라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텔슨 은행의 로이를 통해, 어렸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박사에게 약속한 '순수한 속죄'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찰스 다네이를 통해, 18년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자신 앞에 나타났을 때 그를 극진히 돌봐주던 루시 마네트를 통해, 찰스가 무고한 혐의로 죽음의 문턱에 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그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마네트 박사를 통해, 가장 숭고한 죽음으로 희생이 무엇인지 보여준 시드니 카턴을 통해, 그리고 그 숭고한 희생을 자손 대대로 마음 속에 간직하고 기리는 이들을 통해, 작가는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결국 눈물나게 만드는 작가라니. 진짜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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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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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는 정말 특별한 한 해였다.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하나로 인해 온 세계가 발이 묶여버렸으니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들에겐 특히 치명적인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먹고 살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행을 못가는 건 투정에 불과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떠날 수 있을 때 떠났던 사람들을 부러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후회없이 그림 여행'이라니 부러워 할만하지 않은가.


   보통 우리가 화가들의 발자취를 쫓는 것의 시작은 미술관이다. 책에서만 보던 그들의 작품을 실제로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은 단어 몇개로 표현하기 어렵다. 미술관들을 몇번이고 신나게 돌아다니고 나면 화가들이 그렸던 그림의 배경이 되는 곳이나 화가들의 자취가 깃든 장소를 가보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들이 봤던 풍경을 나도 보고 싶고 그들이 그 장면을 그렸을 때의 감동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은 건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의 로망이지 않을까. 저자 역시 그랬다. 이 책은 실제 화가의 길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 그저 그들의 발자취를 쫓아 가기도 했던 저자의 기록물이다.


   저자의 애정을 받은 화가들은 뒤러, 페이메르, 클림트, 조토, 앙귀솔라, 카라바조, 엘 그레코, 모네, 고흐, 세잔, 시냐크, 마티스인데 사실 그들의 행적을 온전히 밟았다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면이 많았다. 뭐랄까, 이런 여행을 계획한 것 치고는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고나 할까. 여행이란 사실 돌발적인 부분이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라지만 독자들에게 저자처럼 '후회 없는 그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 소개된 작품들도 온전한 화가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감성을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가 걸어간 곳들의 많은 부분을 나 역시 걸었지만 누군가가 그 감정을 공유할 때면 여전히 흥분을 감추기 어렵다. 계속해서 미술 관련 책들을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받았던 위로를 누군가도 똑같이 받았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감정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언제나 다시 가볼 수 있을까. 그래도 먼저 떠났던 날들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기억을 더듬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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