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물] 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줄까 - 레이나 올리비에, 카렐 클레스

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 줄까? -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들 ㅣ 자연 속 탐구 쏙 1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1년 10월

   이런 그림책을 보면 예전에 '동물의 왕국' 보던 생각이 떠올라 읽어보고 싶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뭘까? 이미 멸종된 동물까지 범주에 넣는다면 단연 공룡이 아닐까? 땡! 이 책을 통해 안 사실 - 바로바로 '흰긴수염고래'이다. '흰긴수염고래'는 암컷이 최대 33미터이고 몸무게가 무려 190톤, 그러니까 19만 킬로그램이란다! 혀의 크기만 해도 작은 코끼리 한 마리의 크기와 비슷하고 존재했던 가장 큰 공룡도 '흰긴수염고래'보다 작았다는 사실!

   이 책은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들 9종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열을 해보자면 기린/코모도왕도마뱀/아프리카코끼리/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말코손바닥사슴/흰긴수염고래/타조/갈라파고스땅거북/하마. 우선 그림이 아주 예쁘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들을 가장 예쁘게 그려놓았다고나 할까. 수채화 느낌의 그림인데 그들의 행동과 습성에 따라 특징적인 부분을 선정하여 그려놓았다.

   이렇게 큰 동물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를 제외하곤 천적이 드물다. 어린 시기만 잘 넘기면 수명을 다할 때까지 혹은 자연재해가 있지 않는 한 생존한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가장 큰 천적은 '인간'이라고 하니 참..씁쓸할 뿐이다. 인간이 탐내지 않는 건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존재들 뿐인 듯 하다. 이 책에 이름을 올린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는 남극의 심해에 사는데다 길이가 14미터 이상 몸무게가 거의 500킬로그램이다 보니 실제로 목격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향유고래 뱃속에서 이 오징어의 촉수를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고 하니 요 정도 스케일은 되어야 인간이 범접할 수 없게 된다.

   타조, 하마, 기린, 코끼리 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들어보지 못한 특징들이나 습성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보아도 좋겠지만 나처럼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세상에 이들보다 큰 동물이 새로 발견될 때까지 크기와 몸무게로는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놓치 않을 아홉 종의 동물들을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으로 만나보자.

[소설] 수상한 사람들 - 히가시노 게이고

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보통 단편집은 대표작 한 편을 골라 표제의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인 <수상한 사람들>에는 '수상한 사람들'이란 제목의 작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수록된 7편의 단편이 모두 어딘가 '수상한' 이들에 관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이 아니라 신문 기사를 토대로 재구성한 사건의 기록을 읽는 듯 한 느낌이다. 그만큼 실제 일어날 법한 (이보다 더한 사건들도 지금은 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일들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를 한번 더 비틀어 사람의 마음에 자리잡은 의심과 분노와 복수심 같은 감정들이 어떻게 사건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으로 촉발된 사건들을 마무리짓는 건 경찰이나 탐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일관된 작품 특성이 여기서도 나타난다. 그의 초기작이라고 하니 처음부터 작가가 지닌 작품의 방향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보다 자극적이고 잔인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어쩌면 너무나 싱겁디 싱거운 환자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점점 자극적이 되어가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들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훌륭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무보수 야근도 자진해서 할 정도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일의 완벽성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조금도 없게 되버릴 수도 있고 마음 속에 싹튼 조그만 의심이 자신의 '수상함'을 완전히 가리고 막 결혼한 아내를 죽이려는 마음이 들게 할 수도 있다. 반면 작은 관심 하나로 인해 자칫 영원히 몰랐을 범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악의 평범성'이란 말은 이제 흔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악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어떤 식으로든 악의를 품게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과연 '수상한 사람'이었던 적이 없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이렇게 늘 자문을 하게 만든다.

[100자평] 북해의 별 레트로판 1~15 세트 - 전15권

북해의 별 레트로판 1~15 세트 - 전1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 / 2021년 10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혜자스러운 북해의 별이 제 품에 안겼습니다. 아껴가며 읽을 생각을 하니 설레네요. 그 시절의 감성이 되살아날진 모르겠지만 이 설레임 하나만으로도 가치있는 투자였습니다

[인문/미술] 프로방스에서 죽다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 조용준

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0월

   2011년에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로 작가님을 처음 만났으니 올해 10년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작가님의 도자기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 정말이지 허투루 쓴 책이 없고 온 영혼을 바쳐 조사하고 준비한 결과물이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들이라 이제는 '조용준'하면 나에게는 무조건 믿고 보는 저자라고 할 수 있다. 작가님의 프로방스를 다루었던 전작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가 (물론 프로방스의 전반적 역사나 지역적 특성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라벤더'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 <프로방스에서 죽다>는 프로방스에서 생을 마감한 '인물'들에 방점이 찍혀있다. 1편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고 그 첫번째 주인공들이 바로 너무나 유명한 동시대를 산 세 화가 - 마티스, 피카소, 샤갈이다.

   세 화가가 프로방스에 남겨놓은 자취는 너무나 분명한지라 니스와 근교를 자주 다녔던 나로서도 박물관이나 무덤 같은 곳은 갈 때마다 찾아가곤 하는 장소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그들이 말년을 보냈던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사랑했던, 그래서 그들의 영혼을 품고 있는 프로방스가 왜 그렇게 사랑을 받았던 곳인지, 그리고 동시대를 살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활동했던 세 예술가들은 어떤 관계와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 작가님의 특기인 집요한 추적의 결과물이다.

   마티스 편에서는 작품에 관한 설명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들의 삶과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나는 작가님의 이런 디테일을 좋아한다. 한 인물의 축약된 전기를 읽는 듯 한 그런 느낌인데 위대한 예술가들에게서 발견하는 의외의 쪼잔함 같은 인간적 특성을 발견할 때마다 (맘에 들건 아니건 간에) 어쩐지 그들과 더 친해지는 기분이 든다. 책 속에는 저자가 직접 찍었을 것 같은 프로방스의 풍경 사진도 있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비롯한 여러 참고 사진들이 풍성하게 들어있어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작가님이 중간중간 뿌려놓은 떡밥을 보니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서 만나게 될 인물들이 아주아주 기다려진다.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프로방스가 그들의 이름이 더해짐으로 인해 더더 가보고 싶은 곳이 된다. 아니, 프로방스의 따뜻하고 풍성한 색채의 빛이 그들을 빛나게 했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수식어일지도 모르겠다. 시리즈 전체가 아주 많이 기다려진다.

   * 책의 표지는 피카소의 <꿈>이라는 작품을 마티스식으로 재해석한 듯 한 스타일인데 어떤 분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맘에 든다!

[100자평] 드립백 엘살바도르 아파네카 이사벨

드립백 엘살바도르 아파네카 이사벨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1월

알라딘 새로운 커피 나오면 마셔보는 즐거움이 있네요. 커피 전문가가 아니라 세세하게 맛을 구별할 수 없으나 대체적으로 무난한 스타일의 커피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