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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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거부당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로 결정된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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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12-15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닉네임이 눈에 띄어 인사 댓글 남기고 갑니다. 잘 지내셨죠.

mvins 2015-01-13 11:0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Fithele 2014-12-1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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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아직 안 나온 1000권 출간 예정 동서미스터리 북스에서 이름만 들었고, 그 다음에 알렉 기니스(Alec Guinness)가 주연한 1979년도 7부작 TV 미니시리즈가 무척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어느날 인터넷 북까페에 들렀다가 덜컥 충동구매하고 큐에 있던 다른 책들을 뛰어넘은 채로 읽기 시작했지만 별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본인이 아주 좋아해 마지 않는 소위 '고리타분한 편집'이 맘에 들었다. 분책과 폰트 키우기로 읽을 게 별로 없게 만든 후 장정만 하드로 예쁘장하게 해서 돈아깝게 만드는 요즘 유행과 달리, 여전히 하드커버지만 5백여 페이지를 그야말로 꽉꽉 채우고 있어서 눈이 매우 즐거웠다. 번역도 스파이 용어를 뜻으로 번역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도 했지만 그다지 나무랄 데 없었고 해설은 너무나 훌륭했다.

영국 스파이물 하면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가 연상되지만 르카레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고전적인 전지적 시점에 느린 구성, 게다가 냉전이 거의 끝나 더 이상 화려한 첩보전은 생각키 어려운 60년대를 선택했다. 그래서 하드보일드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원조 하드보일드랑 다른 점은 스타일은 없고 고뇌만 가득하다고 할까? 주인공이라는 스마일리는 은퇴한 중년 아저씨로 그려지는 데다가 늘 자기 아내 때문에 고민하는, 007의 화려함 같은 건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반인에 가깝다. 가끔 왜 그렇게 사냐고 물어보고 싶기도 할 정도로.

때문에 책의 절반을 지나기 전에는 주인공의 능력을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누(?)를 범하게 되는데, 마지막 절반은 그야말로 page-turner였다. 작가가 지어냈으나 나중에는 실제 첩보원들이 써먹게 되었다는 은어에 익숙해지자 내용이 마치 긴박감 넘치는 판타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다른 소설에서 맛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경험이었다. 퍼즐의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이 유감이라면 유감.

스마일리는 이 작품 말고도 두 작품에 더 등장하며, 여기서 소비에트의 카를라랑 맺은 질긴 악연을 마지막 3부작에서 청산한다고 해설에서는 말하고 있다. 나머지 두 작품도 출간되어 뛰어난 작가 르카레의 면모를 완전하게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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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16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이물, 전쟁물은 손에 잘 안 잡히는터라 아직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전작이 나온다니 기대가 큽니다. '고리타분한 편집'! 저도 그거 무지 좋습니다.

oldhand 2005-08-1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고리타분한 편집' 때문에 낼름 샀답니다. ^_^ 언능 읽어야 하는데..

panda78 2005-08-1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저도 '고리타분한 편집' 좋아합니다.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바루 찜해야겠네요. ^^
 
핑거포스트, 1663 1 - 네 개의 우상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에 [다빈치 코드]를 필두로 역사추리/스릴러 붐이 일어서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장르의 책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그 바람에 [옥스퍼드의 4증인]이라는 이름으로 이전에 나왔다가 막상 구하려고 보니 절판됐던 이 물건도 예전 제목과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이 제목을 달고 재간되었는데... 그 많은 소설에 대한 한탄아닌 한탄으로 빠지기 전에 얼른 결론만 말하면, 많은 역사 소설이 초유의 베스트셀러였던 [장미의 이름]의 이름을 선전 문구에 달고 나왔어도 그 이름값을 하는 책은 드물었다. 알라딘 마을 분들의 추천을 받고 재간을 사서 읽기 시작한 이 [핑거포스트 1663]도 그 베스트셀러의 이름을 등에 업고 있었기에 구입을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다른 리뷰어들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름값은 물론이고, [장미의 이름]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어서 비교당하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장미...]가 그 엄청난 박학과 중세 유럽의 문화 전반을 이용한 세밀하고 멋진 묘사로 가득한 대신 얘기 타래를 풀어 나가는 형식 자체는 너무나 솔직한 본격 미스터리인 데 반해, 이 책은 비록 사건의 내용은 거창하지 않고 묘사는 간명하며 역사 왜곡의 기미까지 보이고 있는데도 서로 다른 4 사람의 동일한 사건에 대한 증언, 이라는 그 독특한 형식 때문에 "푸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별이 10개가 허용된다면 10개를 주고 싶어지는 책으로 그 퀄리티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거나 다름없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이런 독특한 구성으로 인해 독자가 얻는 재미는 고전 미스터리에서 얻는 "누가 로저 래빗을 죽였나?" 보다는, "누구의 말이, 무엇이 거짓말인가?" 라는 문제를 풀어 나가는 재미. 첫 진술, 즉 마르코 다 콜라의 진술이 그렇게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당한 사건은 실제 단순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고, 본토인의 반응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영국의 역사적 인물들의 기행은 한국에서 번역판을 읽는 문외한에게는 생소해 보인다. 작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는지 이태리인의 눈으로 본 영국의 꼴사나움(?)을 묘사하여 이야기를 양념하고 있고, 번역본에도 실존인물 리스트를 잠깐 소개하여 이해를 돕는 배려를 했다.

어쨌든, 진정한 재미는 잭 프레스콧의 진술로부터 시작된다. 콜라의 진술을 머릿속에 넣은 독자는, 당분간 프레스콧의 진술에만 의존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교묘한 글쓰기 탓에 프레스콧이란 사람은 자신이 적고 있는 자화상과는 상당히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과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환각 내지 음모론으로 가득찬 안개 덮인 가시밭길을 뚫고 손톱만한 '진실'이라도 건지기 위해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물론 그 진실이란 "누가 그로브 박사를 죽였나?" 라는 의문, 앞서 나온 증인이 한 진술의 진위 여부, 그리고 후기에도 나와 있듯이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대로 "4대 우상"에 사로잡힌 인간의 오해, 편견, 권위에 기대는 경향, 맹목 등으로 인해 손가락 사이로 흘러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술의 진위를 가리며 퍼즐 조각을 찾아 헤매는 독자에게 있어 첫 증인 콜라를 제외한 나머지 세 증인이 털어 놓는 스토리가 마치 수면 아래의 빙산이 그 위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것처럼 황당한 스케일로 부풀어 올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가장 재미있었고 책장이 휙휙 넘어가던 파트는 대부분이 음모론이나 다름없어서 꼭 실존 인물이 나오는 무협지나 야사 같던 월리스 박사의 증언이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다른 우상이 아니라 자칭 이정표(Fingerpost)인데, 베이컨의 논지를 따라 진상을 밝혀도 얻을 게 없을 사람이 진상을 밝힌다고 자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당한 경험 탓에 상당히 수상쩍게 읽힐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을 자아낸다. 

게다가 그 진상이란 것도 역시 앞서 말한 인간의 편견과 경험이라는 절대 벗을 수 없는 옷에 싸여 있으니 더욱 황망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 소설 전체가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풀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거대한 농담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제목에도 언급했듯이,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권당 몇백 페이지가 넘는 긴 책을 고통스럽게 읽은 기억도 싸악 잊고 머리 속에 들어 앉은 퍼즐 조각에 빠진 데가 없는지 다시한번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이유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전 2권에 한 권당 만원이 넘는 가격이 압박이라면 압박인데, 새로 나온 보급판 2권 세트는 조금 싸졌기 때문에 구입은 그 쪽을 추천하고 싶다. 번역이 상당히 잘 되었기도 하지만 이 정도로 글을 간명하면서도 교묘하게 쓸 수 있는 작가라면 다른 저서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사 시리즈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 

한 가지 옥의 티가 있다면 역자 후기를 1권에 합본해 놨는데, 멋모르고 넘어갔다가 2권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어서 조금 김이 샜다. 역자 분이 시대 배경 내지는 이 책의 주제인 "우상"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 주셨기 때문에, 완전히 다 읽고 난 다음 후기가 읽혀서 독자가 그동안 해 온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실제로 본인도 2권의 책장을 덮고 나서 1권의 후기를 다시 들쳐 보았다.

ps. 5백만 권의 장서가 있다는 보들리안 도서관이 영국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콜린 덱스터에 이어 여기서도 실감했다. 당신들은 축복 받으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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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2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옥스퍼드 4증인을 어렵게 구해 봤네요. 그때의 감격이라니...

panda78 2005-06-2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얼마 전에 나왔지요. 재밌다고 하더군요. ^^

저는 옥스퍼드의 4증인으로 나왔을 때 읽었는데, 피델님 리뷰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보급판으로 하나 살까.. ^^a


비츠로 2005-06-2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피델님의 리뷰 보고 나니 빨리 보고 싶어집니다. 1권의 역자후기는 그냥 넘어가라는 것도 기억해야겠군요.
 
가가탐정사무소 7
칸자키 슘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원제가 히라가나로 '아아' 탐정 사무소인 일본 만화. 호리호리한 외모에 변장을 즐기고 의뢰인들의 trivia를 알아 맞히는 게 특기(?)이며 온갖 운동의 명수. 여기에 일종의 부업으로 탐정소 조수를 뛰는 한 아가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는 것까지 합치면 누가 보아도 셜록 홈즈 풍의 얘기를 의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법(話法)과 시점의 유사성을 제끼더라도, 1권부터 펼쳐지는 대다수의 사건이 코난 도일의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현대물에 맞게 약간씩 변형했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하다.

그런 점은 참 반갑고 재미있었는데, 그렇게 구현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비극적으로 보일 정도로 너무나 코믹해서 이것이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를 너무 존경해서 만들어진 오마쥬인지, 아니면 현대로 옮겨 두면 너무나 희극적이 될 100년 전의 홈즈라는 캐릭터와 셜로키언/홈지안의 생리를 은근히 비꼬기 위한 것인지 상당히 애매했었다. 적어도 6권까지는 그랬는데...

바로 이 7권에 나오는 단 하나의 대사로 그런 의문이 말끔히 해결되었다. 주인공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엉터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그라나다 TV 홈즈 주제가에 나름대로 가사를 붙여 본 거야" 라고 말한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그 엉터리없는 가사를 예의 주제곡에 맘 속으로 하나씩 붙여보고 있는 내 자신을 느끼는 순간 논란 끝. 비록 국가도 다르고 쓰는 말도 다르니 절대 얘기는 못 해보겠지만 같은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 또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혀 예상 못 한 곳에서 느끼게 되니 너무 좋았다.

셜로키언으로서 느끼는 재미 외에, 가끔씩 벌어지는 엄청나게 과장된 구도의 액션 장면이 독창적이고도 우스워서 약간 진부한 아이디어를 벌충해 주는 편. 아무튼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였다. 옥의 티라면 소년 만화들에 자주 보이는 서비스성 컷들이 나오는데, 서비스라는 것이 너무 눈에 보여서 흠이었달까. 일본 현지에서 드라마화가 되었다고 하는데 한번 기회가 되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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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1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한번 보구 싶네요^^ 피델님 오랜만입니다^^
 
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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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딘가에 지나가는 말처럼 적었듯이 모스 경감 시리즈를 좋아하면서도 선뜻 리뷰를 적어 내려갈 수 없었던 것은, 이제까지 출간된 것들의 경우 딱 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다들 뭔가 하나씩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 느낌에는 아마 사향 주머니라도 달고 다니는 듯이 어딜 가나 이성(異性)의 관심을 받는 주인공 캐릭터의 통속성에 대한 반감도 포함되어 있었으리라.

이 작품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진 못하지만, 적어도 읽으면서 그 점을 크게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소설의 호흡이 길고 자세했기 때문에 비로소 키보드를 잡을 수 있었다. 71개나 되는 짧은 챕터 속에서, 구체적이진 않지만 납득할 수 있는 묘사 속에서 드디어 모스 이하 여러 캐릭터들이 실제 옥스포드에 살고 있는 인물들처럼 다가오기 시작했으니까.

흔히 모스 시리즈는 크로스워드 퍼즐에 비유된다. 지식인이 되려다 만 속물 모스는 정말 명석하지만 자신을 항상 과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작품은 어쩔수 없이 범죄의 재구성을 거듭하고, 그 과정은 마치 크로스워드 퍼즐을 맞춰 나가다가 솔루션이 없음을 깨닫고 지우개로 깨끗이 지운 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고전적인 풀이 과정을 연상시킨다. 그런 도식은 시리즈에 일관된 것이지만 이 장편에서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다. 현대 소설에서 매스컴 - 신문, TV, 라디오 등등 - 을 분위기 메이커나 사건의 정보 제공처로 써먹는 소설은 많지만, 신문의 독자투고란을 그 재구성에 참가시켜 스토리텔링에 써먹은 것은 정말 참신하고 대가다운 발상이었다.

하지만 모스 시리즈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역시 그런 재구성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모스라는 캐릭터다. 가끔은 이자의 꼬장 내지는 삽질에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그의 이성 밝힘증으로 인해 사건의 핵심이 흐려지니 짜증도 난다. 마치 신문에 난 크로스워드를 풀려고 애쓰고 있는데, 어린 아들이 만화를 보겠다고 그 면을 통째로 달라고 떼를 쓰는 느낌이랄까. 허나 그런 아들의 모습이 얄밉긴 해도 미울 수는 없는 법. 모스라는 캐릭터가 영국에서 셜록 홈즈에 맞먹는 인기를 얻은 이유는 그가 옥스포드 출신의 엘리트이면서도 소시민의 아집이나 소망, 결점 같은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덱스터의 영국 생활 묘사가 더없이 구체적인 것도 인기를 누리는 장점. 그는 거리 이름, 지형지물, 자동차, 심지어 모스가 TV보면서 맨날 마시는 술병 하나에도 구체적인 이름과 상표명을 적어 현실적인 분위기는 물론 친근함도 높인다. 이런 식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팔아먹는구나, 하고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부분이다. 영국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하, 나 여기 알아' 하는 즐거움이 있을 터이고, 가 보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세하게 달린 주석으로 인해 현지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번역으로 추천할 만하다.

내용에 대해서 말하자면, 메인이 되는 범죄의 경우 어디선가에서 한번 보았던 수법이고 중간중간에 충분히 복선을 깔아 두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으나 부수적인 수수께끼들의 경우 '정말 깬다'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것들이 있었다. 나는 시인의 정체를 알았을 때 정말이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혔고, 결말에서 모스랑 즐거운 한때를 보낸 여인의 정체에 대해선 여전히 헷갈리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홉슨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클레어인 것 같다. 과연 누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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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3-14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클레어라고 생각했었는데, -_-a 그 시인의 정체가 정말 놀랍죠? ^^

물만두 2005-03-1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알수 있었는데요^^

Fithele 2005-03-1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아시고 나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으셨단 말입니까? 음 ... -_-a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되니까 발설할 수는 없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표현이 '맥거핀' 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