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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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한 줄이 다 내 얘기[시 읽는 엄마]

 

시를 읽는다는 게 알 수 없는 남의 얘기를 들여다보고 한숨 쉬며 덮어버리는 일로 귀결이 되어버리자 시를 읽지 않게 되었다.

뭉뚱그려 읽으면 도무지 해석이 안 되는, 이야기의 가닥이 잡히지 않는 낱낱의 글자들이 나를 어지럽혔다.

시는 왜 이렇게 어렵게만 쓰여지는지.

그러다 시 읽기를 포기하고 줄거리가 있는, 뭔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는 책만 골라 읽었다.

그렇게 야금야금 편식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상상력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골고루 먹으라고,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잔소리하면서 정작 내게는 적용하지 않았던 엄격한 틀.

[시 읽는 엄마] 속에 나오는 시들은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뒷부분에 나오는 시인 신현림의 독백들을, 잔잔한 에세이들을 읽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었고

신현림의 글을 읽으면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시에 나오는 구절들이 한 줄 한 줄 다 내 얘기 같았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시들이라서인가.

딸에게 가 닿으려는 엄마의 모성애가 느껴졌고

가끔은 위로가 필요한 내 모습에서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한 번 더 들어 짐작해 볼 수 있었고

곁에 있지만 잘해 드리지 못하는 나의 엄마의 존재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딸-나-나의 엄마에게로 죽 이어지는 그 시간의 흐름을, 이제까지는 따로따로 각각의 칸에 나누어 분리해 놓았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에는 그 점들을 하나로 이어야 아름다운 선이 만들어지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부산에 사는 내가, 엄마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독서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청도로 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시조 시인인 이호우, 역시 굴곡진 삶을 살았던 그의 여동생 이영도의 삶이 녹아 있는 청도였다.

오누이 공원을 지나 그들의 생가를 찾았다.

아직 옛스러운 정취가 남아 있는 호젓한 시골마을의 한 집.

한 때는 부유했으나 영락하고 말았다는 오누이의 사람에서 초점은 여동생 이영도에게 가서 머물렀다.

시인 유치환과의 러브스토리로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나

결국은 시로만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시에서만 진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

19살 어린 나이에 청상이 되었고 어린 딸을 홀로 키웠고 교편을 잡은 동안에도 결핵을 앓느라 고단했던 이영도에게 대쉬하던 문학인이 있었으니...

가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영도에게 평생 3000여 편의 편지를 보내고 단 몇 분간의 만남을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왔던 남자 유치환.

지금에 와서 '스캔들'로 치부하기엔 애틋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해설가의 말을 듣는 동안 떠올랐다 스러져갔다.

여자이기도, 엄마이기도 했던 시인의 삶이 [시 읽는 엄마]를 읽는 시기와 겹쳐져서인지 더욱 또렷이 각인되었다.

 

샬럿 브론테의 <인생>, 정원도의 <파스>, 윤후명의 <강릉 가는 길>, 김광규의 <밤눈>,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같은 시들이 딸-나-나의 엄마의 시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된다.

그저 읽어내려가기만 했을 땐 남의 일인 듯하던 시들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의미를 부여하면

내 이야기가 된다.

엄마의 이름을 벗어놓고 잠시 다녀왔던 청도기행에서 또다시 엄마이면서 여자이기도 했던 시인 이영도를 만난 것이 아이러니하다.

죽는 날까지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 제대로 나를 짚어보고 나 자신이 힘들 때 적당한 위로를 던져주자.

시 읽는 엄마. 이 이름도 하나 더 나에게 얹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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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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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스럽지 않은, 담담한 위로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의 시대는 이제 사라졌는가.

청춘들을 어루만지는 문구의 대명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대놓고 아픈 청춘들에게 번잡스러운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던 그 문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대신 토닥토닥, 청춘들의 현실을 들어주는 기류가 흘러들어왔다.

사실, 위로라는 것은 나보다 앞선 선배들에게서 어쭙잖은 동정을 얻어듣는다거나 남들로부터 섣부른 결단을 해결책으로 제시받는대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그로부터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한없이 낮고 비루한 사람이라 느껴질 때가 한 번씩은 다들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그 때의 해결책 또한 다르겠지만 나 혼자만의 고민으로 당장 이렇다할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이렇게 책 속에서 작은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라는 제목은 다소  삐딱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경험을 정면으로 때림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킨다.

 

"나는 시시한 사람이지만 그럼 어때."

 

한 번 배를 툭 내밀고 내뱉고 싶어지는 말이다.

꼭 따라 해 보고 싶어지는 말이다.

하고 나면 왠지 속이 시원해질 것 같은 말이다.

 

수많은 아르바이트와 다양한 이직 경험이 실패담이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이 한 마디 할 수 있는 배짱을 배울 수 있었던 작가가 부럽다.

 

 

 

어느 날, 우연히 어느 회사의 구인 공고를 봤다. 하고 싶은 일이었다. 잃을 것도 없는 마당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 회사의 지원서에는 내 모든 실패 경험을 그대로 털어서 썼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더 이상 변명하고 싶지 않닸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

입사 후 나를 뽑은 이유를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핍과 실패를 아는 사람이.-45

 

실패를 겁내고 시작조차 않으려는 수많은 청춘들, 그리고 소극적인 사람들에게 이 책 속의 많은 이야기들은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그저 그런 인생'이 가장 나쁜 것이란 어른들의 기대와 편견 속에서 특별한 나로 살기 위해,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버둥쳤던 나를 비롯한 이 시대의 청춘들.

시시한 인생이면 어때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낼수록 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텐데, 라는 말을 한 열 번씩은 따라해봤으면 좋겠다.

이제는 더이상 청춘이라기엔 열없어져버린 나이가 되었고,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기에 청춘들에게 던지는 자기계발서의 교훈은 쉽사리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내가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키우고 있는 내 아이들에게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겠다, 는 정도의 느낌으로 읽어가게 된다.

 

 

봄이라 예쁜 옷을 입은 친구에게 "옷 예쁘게 잘 입었다."며 말꼬를 트기 시작해 이어지던 말이 아줌마들의 수다로 이어졌다. 어디서 사느냐, 취향이 뭐냐...

그런데 옷에 대한 내 취향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갑자기 내 취향이 뭐였더라를 생각하는 시간 때문에 수다의 흐름이 끊겼다.

그냥 가지고 있던 옷들에 어울리는 것들만 계속 사게 되고, 빠듯한 형편에 맞는 옷들로만 옷장을 채우다 보니 취향이랄 것까지는 없는 무채색의 옷장.

밝고 환하고 독특한 옷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금은 슬픈 아줌마의 옷장.

어린 시절부터 확고한 고집으로 몸에 맞는 제 옷을 사고 누가 건드릴라 치면 불같이 화를 내던 내 동생과는 180도 다른 우유부단한 내 모습이 대비되어 떠오른다.

다양한 옷을 사고 금장 싫증내고 또 새로운 옷을 찾아 입어보고 도전하던 동생은 지금도 멋쟁이지만

옷 사는 일에도 소극적이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 관심 없던 나는 지금 그냥, 소박하고 꾸밀 줄 모르는 아줌마다.

 

졸업 후 구한 계약직 일자리 월급 130만원도 별다르지 않았다. (...)굶어 죽지는 않았지만 딱 굶어 죽지만 않을 만큼이었다.

자연스레 내 모든 소비의 최대 목표는 '실패하지 않기'가 됐다. 옷을 살 때면 눈에 띄는 색이나 디자인의 상품을 찾기보다 지금 가진 옷과 최대한 비슷한, 돌려 입기 용이한 옷을 찾았다. 싸고 평범한 옷은 편안하고 막 입기 좋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쓰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을 사는 건 너무 위험 부담이 컸다.-184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쩜 나랑 이렇게 똑같지. 라고 생각했다.

소비에 실패할 여유 따위는 없었던 시절 때문에 지금까지도 취향이란 걸 만들지 못한 걸까.

과감하지 못한 성격 탓이 가장 클 테지만 그래도 여유 없던 청춘 시절에 무조건 아끼려던 그 습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도 없다.

괜시리 서글퍼지면서 코끝이 찡해졌다.

참, 시시한 인생 살았구나.

그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한 기운이 번져간다.

이 책을 읽는 이들도 나와 같다면~

번잡스럽지 않은, 담담한 이 위로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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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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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으로 감정의 가지치기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아들 녀석은 요즘 큐브 맞추기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 그냥 큐브를 툭 던져 주었을 때는 대충 돌려보다가 끝까지 맞추기가 힘들다는 걸 알자 금세 흥미를 잃고 손을 놓았었다.

그런데 자기보다 한 살 아래인 사촌 동생이 '30초 안에 큐브를 맞춘다더라', 한 마디를 퉁겨주니 활활 타올라서는 유튜브를 보더니 공식을 찾아내더라.

한 달간의 기한을 줄 테니 너도~라며 적당히 자극을 주었더니 2주도 채 안 된 어느 날 아침, 환호성을 울리는 것이었다.

"드디어, 완성했다. 이제 어떤 큐브든 맞출 수 있다."라며 이불 위에서 방방 뛰고 난리가 났다.

아침부터 꽤 요란스레 야단법석을 떨기에 좀 조용히 시킬까 했지만 아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한소리 할 수가 없었다.

녀석의 누나는 한 쪽에서 시끄럽다고 얼굴을 찌푸렸지만 나는 손뼉을 쳐주며 "대단하다. 진짜 빨리 마스터했네? 그렇게 어려운 걸?"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녀석은 그 뒤로도 한참동안 이불 위에서 자축의 세레모니를 하고 신나서 소리를 지르다 큐브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결코 노력을 기울이는 일 없던 아이가 도전해 볼만한 일을 만나서 여가 시간에 TV만화를 보지 않고 큐브에 매달렸던 걸 알기에 그 과정에 대한 칭찬도 더해서 해주었더니 내 마음도 한결 가볍고 기뻤다.

"대단하다."

"진짜 장하다."는 한 마디에 우쭐우쭐해가지고 가는 모습이 좀 우습기도 했지만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 마디의 칭찬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엇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우쭐해 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은 경박하고 꼴사나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향해 더 크게 날갯짓할 수 있는 멋진 둔감력을 가진 것이다.라는 책 속의 구절이 크게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의 자존감으로 꽉 채워져 있을 때 어떤 일이든 순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고 하루하루를 충만한 감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가정환경이나 커가면서의 사회적 환경 때문에 그 자존감이 튼튼한 나무뿌리처럼 뿌리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특히나 '예민함'으로 사람들에게 비춰지면서 그 사람의 성격을 결정지어 버리게 되기도 한다.

예민함과 둔감함 중에서 그래도 뭐가 나은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둔감함을 선택하겠다.

자존감이 그렇게 깊이 뿌리내린 사람은 아니지만 원래 성격이 좀 무던하기도 한 것도 있어

둔감함 쪽이 더 내게 잘 맞는 옷인 것 같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누구에게 한 소리 들으면 오래오래 간직하는 면이 가끔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잘 넘어가려고 하는 편이다.

주변에 꼭 있기 마련인 '예민함 갑'인 사람 옆에 있으면 부쩍 더 나의 둔감함이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에서는 '둔감력'을 얘기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책 속에서의 둔감함도 절대적인 둔감함이 아니라 상대적인 둔감함을 말하는 것일 게다.

재능이 뛰어나지만 자존심 강한 소설가가 있었다. 원고를 퇴짜 맞는 일에 상처를 받았던 그는 금세 주눅이 들고 말아 새로운 소설을 쓸 기력이 없어졌다.새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계속해서 놓친 그는 마침내 문단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좋은 의미의 우직한 둔감력이 있었더라면 그는 분명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극도로 집중해야 하고 예민한 상태에 있는 후배 의사에게 구시렁구시렁 잔소리를 해대는 선배 의사가 있다. 어떤 이는 잔뜩 긴장하고 어떤 이는 "네~, 네."하고 쇠귀에 경 읽기 식으로 흘려들었다. 강인한 둔감력을 길렀던 의사는 꾸중을 듣는 중에도 챙길 건 챙겨서 수술 실력이 부쩍 늘었다. 어지간한 일은 태연히 넘길 수 있는 대담함을 가진 그는 훗날 칠십이 넘어도 여유 있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둔감력은 남녀의 연애에도, 어렵기만 한 결혼생활에도, 암이라는 큰 병에 걸렸을 때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 '외톨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둔감력'이라는 말이다.

핑크색 바탕에 강렬한 꽃무늬가 새겨진 원피스를 입고 "이 옷 어때요?"하고 물을 수 있는 할머니는 이웃들의 겉치레나 비웃음 섞인 대답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주군가가 빈정대도 '나는 내 길을 가겠다'는 태도록 씩씩하게 나가는 자세, 이런 둔감력이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일을 성공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자존감이 어린 시절이나 주변 환경에 크게 좌우되듯이 둔감력을 기르는 첫걸음은 너그러운 부모에게서 칭찬받으며 자라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큐브를 맞추며 방방 뛰던 아이에게 잔소리 대신 칭찬을 날려 준 내 행동을 스스로 칭찬한다. ^^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면 실수하거나 실패해서 상사의 질책을 받을 경우가 생긴다. 이 때 실패나 실수는 빨리 머릿속에서 떨쳐내기. 그 대신 상사에게 칭찬받았던 일,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던 일을 기억에 저장해 놓아다가 필요할 때마다 떠올리기.

이런 좋은 의미의 낙천주의가 긍정적인 마음과 강인한 둔감력을 키워준다.

울 아들은 작은 성공에서 오는 기쁨 다음에 엄마의 적절한 지지를 받았으니 둔감력이 +1 상승하지 않았을까?

 

괜시리 서럽거나 우울한 날, 기분이 나쁘고 쓸데없이 예민해진 날, 평소 차곡차곡 쌓아둔 둔감력을 꺼내 불필요한 감정을 가지치기 해 보자.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봄날의 날씨 따위에 내 감정을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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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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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대중음악 입문서 [POP IT UP!]

 

 

 

얼마 전에 우연히 들었던 곡이 옛날 라디오를 듣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다.

pop 가사 중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 그리고 계속적으로 반복되던 부분을 통해 제목을 유추할 수 있었다.

Wouldn't it be good to be~어쩌고 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계속 들었던 노래였는데

애수 어린 남성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추억 속으로 푹 빠져들어 버렸다.

내가 한 때 좋아했던 가수 Tommy page의 목소리를 너무 닮아서 그의 노래인가 싶어 인터넷에서 가사를 찾아보았더니 다른 가수였다.

원곡 가수는 Nik Kershaw라나~ 80년대 신스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명곡이라고 했다.

뒤에 눈썹을 얇게 다듬은 싱어가 노래하는 Placebo라는 그룹에서 불렀던 영상도 찾아볼 수 있었다.

원곡은 좀 느렸고 완전 취향저격이었다면 Placebo의 노래는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어쨌든 두 곡 다 매력적이었고 눈물 촉촉 까지는 아니었어도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그널 음악이 나오는 시간을 목빠져라 기다렸던 어린 시절로 슝슝 나를 태워보낼 정도는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내가 좋아하는 Pop을 찾아 듣는다는 사소한 즐거움조차 잊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검색을 통해서 반가운 노래를 들으니 감성이 사르르 돋아나는 것이...

음악에 대한 내 기호는 사라지지 않았어.

다만 현실의 무게가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을 뿐. ㅠㅠ

62페이지쯤 보면 <빌보드 선정, 시대를 대표한 팝 히트곡 1970~2016 > 목록이 나온다.

한참 음악을 즐겨 듣던 그 즈음의 제목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1989년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ting> 부터 1997년 토니 브렉스턴의 <Unbreak my heart>까지는 확실히 아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이후는 드문드문 아는 곡도 있고 모르는 곡도 있고..

2016년은 아델의 <Hello>가 차지하고 있었다.

조금만 관심 가지면 그 해의 대표곡 정도는 계속 알고 살 수 있었을 텐데...

 

[Pop it up]은 남무성, 장기호가 만화로 펴낸 대중음악 입문기 정도라 보면 될까.

대중음악이나 실용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은 한 번쯤 건반을 두드려 보고 화성학에 발을 들여보았을 것이다.

다만 나처럼 듣기만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음악용어들이 이 책 속에선 친숙하게 다가온다.

마이클 잭슨이며 비틀즈, 심지어 베토벤까지도 만화로 표현되는 순간 친근함을 장착하게 되니 말이다.

 

 

 

 

스리슬쩍 풀어내는 입담으로 대중음악과 실용음악 어디쯤을 헤매다 보면 본격적으로 화성이론 수업이 펼쳐지는데

음악에 문외한일지라도 무리없이 읽어나갈 수 있게 구석구석 재미있는 눈요깃거리가 나온다.

조금만 진지하게 읽어나간다면 화성학의 기초를 마스터할 수 있을 정도.

 

 

 

 

 

 대중음악의 작곡 형식을 100분 토론 형식을 빌어 설명한 부분이다.

배철수, 존 레논, 재즈 평론 남무동, 빛과 소금 출신 장기알 등 살짝 비튼 이름으로 등장한 네 명의 이름을 빌어 토론이 진행된다.

팝 음악의 형식 중에서도 버스와 코러스를 이용하는 형식에 히트곡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있다며 운을 띄는  사회자는 바로 손석희다. ^^

특징 있는 인물들의 말투를 떠올리며 읽어나가니 내용이 쏙쏙 들어와 박힌다.

 

 

 

히트곡의 조건인 멜로디, 가사, 훅을 짚어보고 대중음악의 3가지 형식을 알면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셈.

다음부터는 실용음악 따라잡기를 위한 실전기본화성 교육이 시작된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만화를 일다 보면 저절로 익혀질 테니까.

조선왕조실록을 조선왕조실톡으로 보고 배우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 생각하면 된다.

아휴. 음악 하는 사람들은 이 복잡한 걸 머릿속에 넣고 창작을 시도해야 한단 말인가..

그저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 남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초등학교 내내 수학 영재가 불리던 지인의 아들이 중학교 들어와서 과학고 입시를 준비한다고 했다.

당연한 수순이라 알고 매일 서너 시간의 빡센 수학, 과학 수업을 들으러 먼거리의 학원을 다니는 것을 대견스럽다 했다.

그런데 3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아이가 이른바 영재수업을 다 때려치우고 실용음악 학원을 등록해달라고 떼쓴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제적 남자>에 출연했던 페퍼톤스 멤버인 이장원을 평소 우러르던 그 아이가 음악 쪽으로 길을 틀었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긴 지인은 어쩔 수 없이 아이 말대로 실용음악 학원을 찾아 등록해 주었다고 했다.

피아노를 배워 왔기에 기본적인 이론 수업 지식은 있을 터.

꿈을 찾아 한 걸음 내딛은 그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딱 좋겠다 싶었다.

 

 

음악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 , 장차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 책을 집중해서 보시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이해될 때까지 보다 보면 음악이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남무성 #장기호 #빛과소금 #팝송
#만화 #음악 #실용음악 #배철수 #선우정아
#박재범 #작곡 #작사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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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 인류 고전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하다
박병기 지음 / 인간사랑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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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법을 배우다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내 메일함에는 한국고전번역원으로부터 <고전산책>이라는 이야기가 도착한다.

고전명구를 제시하고 거기에다  글쓴이의 해설을 덧붙인 글이다.

공부와 관련된 글, 자기수양에 관련된 글, 눈오는 동짓날 밤의 정경에 대한 한시감상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전달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아직 미숙하기에 고전명구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 구독 중인 것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글쓴이들의 해석을 볼 때마다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어 꽤 공부가 된다.

책을 많이 읽는다지만 '많이'에 치중해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내 현실을 반성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으려면 천천히 음미하고 질문하고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을.

내가 읽은 책들은 그저 꽂히는 문장이 있을 때에 책장을 꺾어 접어 놓는 것 외에는 본문이 너무나 말짱하니 나중에 다시 보기도 민망하다.

 

중학교 1학년 된 딸아이가 학교 국어 시간에 "한 학기 책 한 권 읽기"를 시작한다고 했다.

모둠별로 책을 골라 책 한 권을 정독하고 토론을 한다는 것인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 자못 궁금했었다.

딸아이는 책 본문에 질문을 써넣는다고 했다.

책 한 권에 "제대로 된" 질문 5개 이상일 경우에 수행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읽고 모둠 안에서 좀 똘똘한 아이가 발표를 하면서 대충 토론의 형식을 띌 것이라던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그렇다. 텍스트를 제대로 보려면 책을 읽고 의문을 품은 다음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도 간과했던 핵심을 국어 선생님이 딱 짚어 준 거였다.

무작정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라고 하면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아이들이 그걸 해 낼 수 있을까?

곰곰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질문을 캐낸 다음 자신의 현실에 맞는 답을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토론의 물꼬가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는 어떤 장르의 책이든 겉핥기로만 일관해 온 내 책읽기 성향을 비판하며 보게 만들었다.

많은 책들 중에서도 인류 고전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고전이 왜 중요한가, 하고 질문을 던진 다음  고전 자체가 목적인 우리 아이들과 그 길로만 아이들을 내모는 학부모들을 일깨우고 그 다음에야 고전을 내 삶과 연결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철학적 물음을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다.

저자는, 철학적 물음에는 죽음 같은 심각한 것도 포함되지만, 삶의 지루함이나 일상적인 고통 같은 주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왜 마음먹은 대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지와 같은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우선 자신의 사유를 전개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친구관계 같은 관계 속으로 확장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고전의 저자들과 만나는 게 좋다.-206

 

그런 연습을 거치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세월호나 촛불집회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보면서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고민을 할 때 [금강경] 읽기, 공부가 고통인 시절에 율곡의 [격몽요결] 읽기, 행복과 의미 상실의 시대에 [논어] 읽기, 상징폭력의 시대에 플라톤의 [국가] 다시 읽기 등, 소제목을 보면서 지금 내 고민과 관련된 부분을 펼쳐 읽으면 좋다.

 

고전을 많이 읽고 그 지식을 뽐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자는 한 권의 고전을 읽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겠다는 무모한 도전보다는 눈길과 마음이 가는 데 멈춰 서서 깊이 읽어가며 저자가 대화의 상대자로 나서주기를 기대해 보라고 말한다. 어느 순간 한 번만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 그 때에는 고전이 지니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될 거라면서 말이다.

이제껏 관심 기울이지 않았던 고전독법. 아이로부터도 배우고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란 책을 읽으면서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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