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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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세상에 보내는 가슴먹먹한 기록[Q&A]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큐브 하나를 풀어내는 것과 같다.

최대한 단서를 모은 다음 숨을 들이쉬고 나서 순서대로 풀어나간다.

쉽게 풀리기도 하고 중간에 턱 막히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거나 과정을 즐기며 다 풀고 나면 성취감과 함께 고른 숨을 커다랗게 내쉬게 된다.

울 아들이 큐브를 푸는 걸 보면 무슨 공식에 따라 척척 해내던데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추리소설의 공식에 대입해서 문제를 풀어내지는 못한다.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추리소설은 우리에게 현실과 다른 놀거리를 제공한다.

일단 사람이 죽으면 '상쾌'함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거라고 한다.

사람이 죽는데 상쾌함이라니, 하는 이상한 번감이 일지도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서 죽음은 현실에선 일어날 리 없는 가공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습니다, 라는 초대다.

소설이 끝나면 다시 아무 일 없는 무사평온한 세계로 돌아올 수 있으니 안심하고 발을 들이라는 말이다.

 

추리에서 변하지 않는 공식이라 함은 일단,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리라.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연립주택을 지나가던 노숙자가 피냄새를 맡고 경찰에 신고한다. 피해자는 심장에 칼을 찔려 죽었는데 기묘한 것은 잔혹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표정에서 행복감마저 느껴진다는 것이다.형사 K와 감식관 C는 시체 옆에서 피에 젖은 노트 한 권을 발견하고 기묘함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한발짝 걸어들어간다. 어찌된 일인지 노트에는 범인과 피해자의 문답으로 읽히는 Q&A가 영어로 적혀 있다.

 

Q.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Q. 당신은 누구?

Q. 세상에 사랑은 존재하는가?

 

질문은 간결하다. 철학적이기 까지 한 질문이지만 답을 읽어가다 보면 훌륭한 추리소설의 구성과 반전이 드러난다.

불행한 어린 시절, 이라기보다 자신의 의지가 발현되기도 전인 처음, 그렇다, 시작부터 꼬일대로 꼬여 버린 인생은 Q에게 세상이 잔혹하다는 인식을 뿌리내리게 했다.

Q는 아무 죄도 없는데 사랑해주어야 할 사람에게서 버림받았다.

사랑이 넘쳐야 할 성당에서 버림받았다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온 Q의 마음에는 공허함만이 남아서 그 마음 속에 깊고 어두운 공동을 품게 되었다.

성당은 어리고 약한 이들의 목숨은 구해주었지만 마음까지 지켜주지는 않는다, 라는 아이러니.

따스한 것을 보면 입에서 쓴맛이 올라오는 Q는 한 사건을 계기로 더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거나 남을 원망하지 않게 됐다.

 

우리는 이날 밤 부조리한 현실에 품은 분노를 떨쳐버리고 잔혹한 세상을 받아들였다.-38

 

괜시리 무겁고 슬프고 불쌍하다.

 

노트 속 담담한 문답에는 일기도 포함되어 있다.

마음 속 찌꺼기를 가감없이 토해내는 일기라는 형식이 애절함을 더한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두 사람이 만났다. 그 만남의 결과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살인이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부주의로 짓밟힌 어린 마음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힘들었다.

마음 하나를 잘 돌보는 일에는 많은 것이 필요함을 알겠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 그로 인해서 자라나는 떳떳한 자존감. 나를 알아주는 친구.

 

고바야시 히로키의 데뷔작인 [Q&A]는 온다 리쿠의 [Q&A]처럼 문답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인터뷰는 아니다. 게다가 살짜쿵 비밀을 하나 말해주자면, 위의 사진에서  [Q&A]의 글자 크기에 주목하라. [Q&A]는 문답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잔혹한 세상에 보내는 가슴먹먹한 기록[Q&A]

끝내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잔혹한 세상과 그들이 마주한 처절한 현실에서 택한 결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현대문학 #[Q&A] #추리소설 #가장슬픈살인 #고바야시히로키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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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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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캉하지만 단단한 여섯 개의 단편 모음[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작가정신  #구라치 준 #두부 모서리 #단편 #추리소설

 

작가정신에서 나온 이 단편집은 우선 제목에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 일이 정말 있을 수 있나?

실소를 머금으며 제목을 보고 난 뒤에는 호기심과 함께 해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솟아 오른다.

범인은 누구인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나?

열심히 읽기는 하지만 제대로 범인을 찾은 적은 거의 없는 나이기에 추리소설은 언제나 신선한 법. ^^

어쨌든 누구나 호승심을 가지고 덤벼들 법한 이 단편집은 나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다.

 

여섯 편의 단편 중 무엇을 먼저 읽을까? 목차를 훑었는데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다섯 번째에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표제작이 어디에 있든 호기심을 꾹꾹 눌러가며 순서대로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목을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가장 먼저 펼쳐 보게 되었다.

단편 하나만으로도 꽉 차 오르는 만족감!

구라치 준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기에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읽을 수 있었는데

유머러스와 준엄함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사건이 일어났다.

발자국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새하얀 설원 위에 자리한 연구실. 밀실이라 할 수 있는 그 곳에서 한밤중에 이등병 하나가 죽었다.

그는 전날 밤 연구실의 박사로부터 게으르다는 말을 들었고 박사가 한 말 중에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어버려라.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 같으니."라는 대사도 있었다.

시체는 앞으로 쓰러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두부가 흩어져 있었다. 시체의 후두부에는 사각 물체의 모서리로 구타한 상처가 있었다.

최소한의 단서가 던져진 다음,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태평양 전쟁 시기의 배경이 다소 생뚱맞고 어색하지만 그렇기에 수상한 연구-공간을 뒤집는다-가 묘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미치광이 같은 박사의 열띤 논리에 훅 빠져들어서 과연 그런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곧  냉정한 판단력의 이등병이 나타나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다.  

웬일인지 이 작품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고 싶어서 다음 단편을 읽을 때까지 시간을 좀 두었다.

한 번에 훅 읽어버리기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두 번째 단편을 신중하게 고르려고 했는데, 묘한 안배로 음식명을 제목에 넣은 두 번째 작품이 바로 눈에 띄었다.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이번에는 파티셰가 되기 위해 전문 학교를 다니고 있던 젊은 여성의 시신이다. 다만 기괴한 것은 시신의 입에 파가 길다랗게 꽂혀 있었다는 점이다. 머리 위에는 세 개의 케이크가 나란히 놓여 있다. 신원을 파악하자 곧 용의자가 특정되었다. 그녀를 한참을 따라다녔다는 스토커. 그렇다면 왜 그랬는지가 관건이 되는데 그 왜?를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연출해 버린 스토커의 마음 속을 읽는 것이 어디 제정신을 가진 사람으로서 쉬운 일일까.  

짧은 분량이었지만 임팩트 있는 단편이다.

 

다음으로는 남아 있는 네 편의 단편을 순서대로 주욱 읽어버렸다.

<ABC살인>, <사내 편애>, <밤을 보는 고양이>,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ABC살인>에는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온다. 하지만 정말 이유 없는 살인이 있을까? 도박빚에 유산을 탕진한 그는 동생을 죽여 돈을 얻고자 한다. 때마침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조금의 우연만 덧붙인다면 <ABC살인>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후에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원래 목표인 동생을 아무런 흔적 없이, 의심받지 않고 없앨 수 있을 것 같은데...

죽이고 싶다, 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남자를 통해 우리의 등에 붙어 있을지도 모르는 어두운 그림자를 형상화해낸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모방범, 편승범 덕분에 정작 원하는 살인을 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남자를 향한 조롱을 보낸다. 거 봐, 그러다 너만 힘들잖아...힘 잔뜩 주고 읽는 와중에 가벼운 펀치 한 방 날리면서 스르륵 힘을 풀게 만든다.

 

<사내 편애>는 좀 결을 달리 하는 으스스한 이야기다.

미래에 올 지도 모르는 사회?

마더컴이 회사를 지배하며 사원들의 모든 것을 관리한다는 설정이다. 승진, 연봉 인상, 전근, 자리 재배치, 영전, 배속, 인사이동, 입사 시험 등을 체계적으로 행하는 종합식 기업인사 관리운용 총괄시스템.

여기에 아주 약간 인간적인 모호함을 넣었더니 예외가 생겨버렸다. 마더컴이 한 사원을 노골적으로 편애하게 된 것이다. 그는 마더컴이 자신을 편애한다는 차별 대우를 받으면서 스트레스도 함께 받는다. 결국 회사를 사직하고 이직을 결심한 그는 다른 회사 면접을 가게 되었는데, 그 회사의 마더컴은 그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완전히 빵 터지는 결말을 던져 주며 블랙 코미디의 여운을 진하게 남긴다.

 

그 외 <밤을 보는 고양이>,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에는 고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펼쳐볼지도 모르겠다.

구라치 준의 데뷔작이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라고 하니 전작을 읽은 사람은 네코마루 선배가 익숙할 것 같다.

 

두부라는 소재 덕분에 말랑말랑하면서 유머러스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기서 추리소설의 단단함도 보았다. 본격 미스터리와 일상 미스터리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작가라는 평이 이해가 된다.

작가정신 출판사가 픽한 추리소설 작가로 "가와이 간지"를 관심 있게 보았는데, 앞으로는 구라치 준에게도 눈길을 돌려 볼까 한다.

유즈키 유코의 <고독한 늑대의 피>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러고 보니 작가정신의 픽은 어딘가 심상치 않은 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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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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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악의 탄생은 언제부터? [죽어야 하는 남자들 데스미션]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하는 철학은 머리 아프다.

그래도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로 닥친다.

사람은 원래 악한가? 아니면 선한가?

악한 사람은 끝까지 악한 사람으로 남아야 하는가?

 

추리소설을 읽으면 현실의 내 문제점은 아주 작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

말하자면 소설과 내 현실을 대비해가며 '음, 그래도 나는 아직 살 만한 세상에서 살고 있군.'하는 작은 위안을 얻게 된다고나 할까. 

내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지만 뉴스를 보면 아주 가까이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여자의 이야기로 오늘도 세상은 떠들썩하다.

 

좀 더 어렸을 적에는 소설은 소설, 현실은 현실.

이렇게 확실히 가를 수 있는 단순함이 존재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건 내 오판이었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현실은 어쩌면 더 소설 속 이야기보다 더 잔인하다는 것을 알아간다.

사람이란 멀쩡한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추체험하게 해 주는 것은 소설의 힘일까, 나이를 먹어가는 것의 힘일까.

 

[데스미션]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이다.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인데  이번 작품은 형사와 악인의 대결이 전면에 드러나 있다.

그것도 둘 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인, 죽어야 하는 남자들이다.

심지어 같은 병원을 다니며 병원에서 한 번 마주친 적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로 보았다면 소오름 돋았을 한 장면이 똭 펼쳐진다. 아, (내 마음대로 선정한) 두 주인공의 얼굴이 떠오를 듯 말 듯...

 

범인인 사카키는 주식으로 성공해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학창시절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거기서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스미노를 만나 사그라들지 않은 애정을 확인한다. 사카키는 사실 '사람'이 아닌 '여자'를 죽이고 싶다는 어두운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 충동을 잘 가두어놓고 성공한 사람의 삶을 살았지만 위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의 속에 잠재되어 있던 악이 깨어났다. 사카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비쩍 마르고 힘 없는 한 남자가 불쌍해 보이지만 연쇄 살인을 척척 해내는 걸 보면 또 그 짠함이 싹 사라진다. 악의 충동은 언제, 어느 시점에서 싹트게 된 것일까? 어린 시절의 어떤 일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암시가 여러 군데서 나오며 그 때와 연계해서 첫사랑 스미노도 같이 떠오른다. 계속해서 그 때의 일을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신의 한 수.

한편, 연쇄살인을 쫓는 형사 아오이 또한 위암 말기로 판정을 받는다. 일 때문에 가족을 뒤로 한 벌로 아내를 떠나보내고 아이들과도 소원한 상태다. 보통의 형사 같았으면 이번 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란 선고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할까? 즉각 사표를 내고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가족과의 관계 회복에 힘을 쓸 터이다. 하지만 그는 고집스레 맡은 사건에 매달린다. 지독한 이기주의자란 욕을 속으로 하고 또 하고, 이러다 이야기가 끝날 것 같아 할 즈음에 그와 아내만의 이야기로 사람을 울컥하게 만든다.

 

두 명의 죽음을 앞둔 사람이 나오지만, 그 둘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한 명은 마지막 순간 악을 세상에 풀어놓고, 다른 한 명은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불사르며 살인범 체포에 뛰어든다. 죽음도, 처벌도 두려워하지 않는 악인이 죗값을 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재미있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룬 자신과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형사라. 이토록 재미있는 만남이 또 있을까. 사카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이 눈으로 범인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싶어. 언젠가 사형대에 매달릴 그 녀석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그 형사는 그렇게 말했다.   -261

 

죽음의 순간에 내 곁에 누군가 남아 있다면 그건 바로 가족이겠지?

가족의 의미가 날로 퇴색해가고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요즘, 바로 내 곁에 있는 가족을 다시 한 번 애정의 눈길로 바라보게 만든다.

사실, 악의 탄생은 그저 악마 메피스토바르트에게 영혼을 판다고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든지 어떤 계기가 있어야만 시작되는 것인데, 그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야쿠마루 가쿠가 꺼내든 악의 탄생 이야기는 마지막 반전에 짠, 하고 나타나는데 그게 또 사람을 억, 하게 만들고 스읍, 숨을 들이마시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지는 형사의 멋진 마지막 한 방!

[데스 미션]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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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서가명강 시리즈 2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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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마음을 흔드는 강연이란 이런 것! [크로스 사이언스]

 

문과생들은 과학적 지식에 약하다.

그렇기에 더욱 자주, 잘 알지도 못하는 수학이나 과학 언저리를 뱅뱅 맴도는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제목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든지 [공각기동대]라든지 하는 문학작품이나 만화, 영화 등을 보면 저도 모르게 눈이 반짝하는 것들...

잘 모르는 분야를 제대로 파려면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직감하기에 조금은 쉬운 형태로 접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순정만화를 보면서 파라오나 유럽중세의 세상 들을 엿보다가 어느새 역사에 푹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해보았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딱딱한 전공서적이나 대학교수의 저서를 볼 정도의 강심장은 아니기에 (헉! 소리가 나면서 심장마비가 올지도 모른다.)조금 말랑말랑한 매체들을 찾는다.

그러면 매체의 특성에서 오는 진한 감동에 약간의 수학, 과학적 지식들을 덧붙여 으흠, 나는 이런 어려운 학문의 맛을 살짝 보았어! 하며 헛기침을 헤대는 것이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정말 수학, 과학의 주변에 들어서지 못하고 계속 수박 겉핥기만 계속하게 된다.

이제는 정말로 '수학, 과학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 아니, 적어도 수학, 과학이 우리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인문학만큼 파고들었을 때 내가 얼마만큼 더 알게 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수학, 과학을 재미있게, 의미있게 설명해주실 분 안 계신가요?

 

[크로스 사이언스]의 저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홍성욱이다.

그의 강의는 서울대 대표 교양과학 강의가 되었으며,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멋진 신세계], [프랑켄슈타인], [가타카] 등의 새로운 독법을 제시한다고 했다.

직접 본 영화나 책 등이 꽤 눈에 띄었으므로 그의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명작 또는 현대의 고전 속에 과학의 쟁점을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주는 책.

저자는 과학이 우리가 접하는 문화 속에 이미 아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어 과학과 인문학, 사실과 가치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했다.

문화 속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실과 가치의 얽힘을 잘 읽어내는 작업은 두 문화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는 그의 말에 크게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드디어 내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과학에 관한 책이 나온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고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그를 만들어낸 과학자의 이름이며, 프랑켄슈타인은 이름이 없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그 책에 관해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프랑켄슈타인]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의욕이 일어난다. 멀쩡한 두 눈을 두고 왜 그 책을 읽지 않았던가. 2018년 출간 200주년을 맞은 고전 중의 고전이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당시의 과학기술을 집약하여 죽은 사람을 살려내었다-금기에 도전하였으나 지식이 책임감 있게 사용되지 못하고 통제가 되지 않았다-자신과 주변이 파멸에 이르렀다.

소설 속 과학연구의 결과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소설 속의 과학은 다르며, 이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책 전체의 고작 일부분만 읽었을 뿐인데도 머릿속에서 생각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과학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 문학 등을 읽을 때 무작정 어렵다, 힘들다고만 여겨 밀어내기 급급했었는데 이렇게 현실과 연계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완벽한 유토피아를 설계하며 피력했던 [유토피아], 보이지 않는 빅브라더의 존재를 현실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하는 [1984] 등을 통해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옥자], [가타카]에서는 우월한 유전자만 살아남는 세상을 상상하게 하고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사이보그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면서 로봇과 인간은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대중문화, 세상, 인간, 인문학과 과학의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생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름지기 마음을 흔드는 강연이란 이런 것!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강의를 듣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고 생생한 만큼 얼른 다른 매체들을 통해 과학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직 과학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만큼 기초가 쌓이지 않았지만 문과생도 계속 읽고 질문하고 궁금해하면 멋진 크로스를 통해 과학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에 흥분된다.

설 연휴 마지막날에 올해 할 일 한 가지를 다시 꼽아놓게 되었달까.

이런~ 다 같이 달려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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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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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실마리를 열어주는 디자인 [도쿄의 디테일]

 

 

 

아카데미 힐스는 '현대의 근로자'들을 위한 공간인 롯폰기 힐스 모리타워 49층에 있다.

첫째, 사무, 주거, 쇼핑, 문화 등 도시인의 모든 생활이 하나의 건물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

둘째, 모든 공간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경험을 추구한다.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롯폰기 힐스 에서 아카데미 힐스는 '문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저자는 철저하게 멤버십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 곳에서 8시간 머물면서 무엇을 경험하고 느꼈는지 기록했다.

높은 천장과 넓은 창문은 롯폰기 49층이라는 고층에서 자연을 만나게 해주었고 내부에서 밖을 내다보는 경험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아카데미 힐스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잡지, 비즈니스 분야 잡지에 기획으로 준비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하여 무언가를 떠올리고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근로자들이 생산적으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적 공간. 그 곳이 바로 아카데미 힐스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컨셉트와 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기록활동가'인 저자는 생각노트라고 이름 붙인 블로그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기록 활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어딘가를 다녀오면 그곳에 다녀와서 느낀 점을 블로그에 남겼고 호감이 생긴 브랜드와 관심이 생긴 트렌드에 대해서는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며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분석과 견해를 기록했다.

<도쿄의 디테일>은 2017년 12월 2일부터 6일까지 4박 5일 동안 도쿄를 여행하며 기록했던, 모든 발견과 영감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은 여행을 다녀 온다고 하면 사진 찍기 바쁘거나 식도락을 즐기기 바쁜데, 저자는 여행에서 얻어온 것이 남들과 달랐다.

발견과 영감에 대한 기록이라니...

4박 5일간의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분량이면 엄청나게 많은 글을 여행하는 내내 머릿속에 담아 온 셈이다.

오~ 도전의식 땡기는데?

아무 생각 없이 여행 일정을 짜고 숙박과 음식에 신경을 쓰며 다니는 곳에서는 찰나의 반짝이는 느낌을 사진에 담는 것으로 알차게 보냈다고 여겼는데.

한 권의 책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전리품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무엇이건 경험하는 것에도 컨텐츠가 필요한 법.

브랜드와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저자였기에 <도쿄의 디테일>이라는 책을 엮어낸 것이 아니겠는가.

도쿄의 디테일에서 말하는 디테일은. 완벽한 상태 또는 세부 사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체감하는 감동의 순간이라고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잘 파악한 뒤 혜택이 느껴지도록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선 구워드립니다. 1,000원.'고객의 불편을 찾아내어 그것을 새로운 수익과 혜택으로 바꾸면서 고객을 향한 배려를 전달한 사례이므로 다른 생선 가게와 차별화하는 강력한 포인트를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도쿄에서 감동을 느낀 순간이 이렇듯 배려와 감동의 차원에 집중되어 있다면, 나는 어떤 도쿄를 즐길 수 있을까?

 

<도쿄의 디테일>을 읽는 내내,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저자가 부러웠다.

나같은 평범한 독자가 읽었을 때조차 전율이 일 정도면, 마케팅 관련 종사자나 디자이너에게는 또 어떻게 다가갔을까 궁금해진다.

 

내게도  생각의 실마리를 열어주는 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가까운 시일 안에 떠날 여행지에서 색다른 나만의 컨텐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쿄 #디자인 #마케팅 #생각노트 #퍼블리 #자기계발
#마케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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