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청소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당신을 위한 멘탈 처방전
지멘지 준코 지음, 김은혜 옮김 / 다산4.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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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회복력 높이는 멘탈 처방전 [감정 청소]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 영화?

영화관에서는 멜로, 액션, 스릴러 등의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지만

내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나 혼자 그 다양한 장르를 다 겪어야 한다.

울고 웃고 화내고 심드렁해 하고...

매일매일 날씨가 다르듯이 감정도 스펙타클하게 변화한다.

 

대개는 스리슬쩍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예민한 날에는 내 감정에 내가 놀랄 때가 있다.

왜 화를 낼까? 왜 울적할까? 왜 눈물이 날까? 왜 미친 듯이 웃고 싶을까?

나의 감정을 내가 잘 들여다 보지 않으면

묵은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날 울컥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남편과 부부 싸움을 한다든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가 바로 그 때다.

원래 평소 잘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기에 가족들은 화가 났을 때의 나를 보면

일단, 뭐지? 왜 저러지? 하는 눈빛으로 나를 대한다.

그렇게 폭풍우가 몰아치고 나면 나는 속으로 나를 곱씹어 본다.

금방 화가 풀리긴 하지만 감정의 응어리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기에

찌꺼기는 점점 쌓여가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해 풀거나 친구와의 수다를 통해 조금은 씻어내려주기도 하지만

이건 근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새록새록 솟아난다.

 

내가 20대였더라면, 내가 30대였더라면

기쁜 마음으로 웃어넘겼을 일도 이 나이에는 괜히 서럽다 여기는 나를 보며

내 자신의 자존감이 흔들리고 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한다.

 

작고 귀여운 이 책의 앞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지금은 자신을

100% 긍정할 수 없더라도 좋습니다.

부디 작은 부분에서부터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세요.

 

그렇다, 나를 사랑하는 게 우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적해지는 사람을 위한 멘탈 처방전인 [감정 청소]를 읽으며

묵은 때를 벗겨내 본다.

 

[감정 청소]에서는각종 스트레스로부터 마음을 지키고, 울적해진 마음을 재빠르게 회복시키며

애초에 울적해지지 않는 마인드 유지를 위한 34가지 요령을 접할 수 있다.

울적함에서 회복하기 위한 사고방식, 아침,점심에 해야 할 일, 저녁을 보내는 방법 등 일상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다.

 

일부러 웃기, 큰소리 내기, 가볍게 산책하기, 울적해진 이유 쓰기 등등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들은 먼저 실천해 보기로 한다.

우선 가장 좋아하는 일부터 시작하기, 하루 3분 좋은 일만 생각하기,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장점 찾기,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집중하기 등도 차근차근 해 볼 일이다.

결국 남은 바뀌지 않는다,

라는 한 줄의 문장조차도 고마운 위로로 다가온다.

남은 바꿀 수 없지만 스스로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스스로 편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내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참고로 해서

내게 맞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벌써 묵은감정들이 절반은 날아가 버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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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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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졌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머리가 복잡할 땐 아이들이 즐겨 보는 만화를 본다.

애니메이션으로 보기도 하고 만화책으로 보기도 한다.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지금을 바라보면 훨씬 단순하게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도라에몽이나 짱구를 자주 보았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적에는 태교용으로 보기도 했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 진다니까 마음을 비우고 웃으며 보았다.

벌써 십 년 넘도록 보아온 짱구는 아직도 다섯 살 감자머리 소년이다.

아직도 철들지 않는 짱구를 보면 유쾌한 에너지 덕분에 슬쩍 웃음이 나고

즉흥적이면서도 명쾌한 짱구의 머릿속을 내게로 옮겨오고 싶어진다.

물론 아이답지 않은 음흉한 시선이라든지 과장된 여성의 몸 등 부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은 머리를 비우고 웃어넘길 수 있는 내용을 보며 즐긴다.

이등신 혹은 삼등신의 짤막한 이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뜻밖의 대사에서 가끔은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보노보노"를 보며 생각을 한다.

트위터의 봇에서 "보노보노"를 접한 뒤로 만화책, 애니메이션도 챙겨보게 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소심한 아이처럼, 때로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휙 던지는 이야기들.

하지만 가만히, 여러 번 곱씹다보면 살만큼 살아본 팔십대 노인의 혼잣말 같기도 했다. -5

 

소심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지만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 것도 얼마 없다.

잔뜩 스펙으로 치장하고 사회에 나갈 날을 기다리거나 열혈 직장인으로 매일매일을 치이듯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보노보노는 한없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무언가 통하는 걸 발견한 사람들은 보노보노의 일상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별히 이상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책을 읽다 보니 보노보노의 삶의 방식에서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보노보노의 캐릭터 뿐 아니라 함께 등장하는 포로리나 너부리도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완벽하게 치장하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 인생에서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다, 같은생각에 동조하게 되면서  한 템포 낮추어 지금을 바라보게 된다.

친구에게 위로받거나 친구를 위로할 때, 진정 친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 되돌아보게도 되고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질문하게도 된다.

 

 

 

 

 

 

 

사람이 접근하면 자신의 조개를 준다는 해달.

보노보노는 그런 해달이다.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을 줄 테니 해치지 말아요.'라는 바람을 담은 그 순진무구한 행동이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킨다.

 

내게 가득한 독기를 삼분의 일쯤 빼고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좀 편안하게 숨을 쉬어보면 어떨까.

 

내게 지혜가 좀 모자라더라도

내 주위의 친구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소중한 조언이나 도움을 얻어가면서

내 자신을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함께 있는 친구

혹은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관계에 있어서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선하게 받아들여주는 마음이 아닐까.

모든 관계는 그로 인해 시작되니가.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유지하면 된다는 것을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알려주었다.

천천히 걷듯이 이어가는 관계는 좀처럼 깨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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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으로 세상 보기 - 파자로 푸는 인문학 테마 한자 공부법
김동련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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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로 푸는 인문학 테마 한자 공부법 [천자문으로 세상 보기]

 

 

 

 

천자문 하면 서당이 떠오른다.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이 배웠던 대표적인 교재.

머리를 땋아 늘인 학동들이 꼭 그것만 배웠던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천자문을 외워 보자 치면 하늘 천, 따 지, 가마솥에 누룽지 라고 저절로 이어지는 우스개 섞인 노랫가락이 불쑥 튀어나온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다 좀 길어지면 슬그머니 소리를 낮추다 가만히 삼켜 버리고 마는 천자문 외우기.

여럿이서 시작해도 끝은 같다.

몇 구절 못 가서 꼬리가 잘린 돌림노래가 되고 만다. 그것이 천자문의 묘미. ^^

 

초등학교 고학년 쯤. 아마 여름방학 때였을 것이다.

아빠가 올 여름에는 천자문 좀 외워보지 않겠니, 한 마디 하시자

지상최대의 명령이 떨어진 것처럼 곧바로 서점에 가서 한석봉 체의 천자문 책 한 권을 샀다.

앉은뱅이 책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붓과 벼루를 놓았다.

부지런히 먹을 갈아서 글쓰기를 생전 배워 본 적도 없으면서 열심히 한 자 한 자 따라 썼다.

엄마가 떡을 썰며 옆에서 조용히 응원해주지 않았는데도 혼자 한자를 외우며 최대한 비슷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다고 한석봉 같은 명필이 될 것도 아니면서...

 

천자문이라는 단어 하나에서 떠올린 것이 한석봉과 붓글씨였던 것에서 보면, 나는 아마도 어지간히 고지식한 아이였던 모양이다.

그냥 연필로 공책에 한 자씩 써나가도 될 것을 굳이 종이를 펴고 먹 향기를 맡아 가며 힘들게 빼뚤빼뚤 글씨를 써나갔던 나를 보며 아빠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크게 될 녀석이라며 기뻐하셨을까, 아니면 저렇게 고지식한 저 녀석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한숨을 내쉬셨을까.

 

어쨌든 보통은 천 개의 한자가 쓰여진 글이라고 생각하는 천자문이 사실은 8글자로 이루어진 125문장을 일컫는다는 것을 그 때 알게 되었다.

운율을 맞춰 읽어보면 더욱 시처럼 느껴지고 지금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것을 다루고 있을지언정,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바뀌는 등의 자연현상에서부터 우리가 품고 살아야 할 도덕, 변치 않는 진리 등을 담고 있다는 것도 함께.

 

[천자문으로 세상 보기]의 저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설문해자> 식 한자 풀이에 그치지 않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일본 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의 <한자의 세계>를 참고하여 그가 풀어낸 새로운 갑골문 해석을 파자의 골격으로 삼았다.

상형자가 대부분인 한자는 갑골문으로 보면 좀 더 직관적으로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설문해자>식 한자 해석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더하여 보면 한자가 더이상 어렵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누를 황, 이라고 뜻과 음을 외운 다음 한자를 한 번 써보는 것으로 기계적 암기에 그쳤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된다.

이렇게 하나씩 뜯어 가며 뜻을 유추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욱 재미있게 한자를 외울 수 있었을 것을.

'축고'라는 생소한 단어를 보며 예전의 문화를 배우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비를 내려 주기를 기원하면서 바친 희생을 보며 좀 잔인한 고대의 문화를 알아가기도 하고 철학의 흐름까지 파악하게 된다.

 

 

 

저자는 한자를 파자해서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에 대한 고찰까지 곁들인다.

이문을 얻어 그릇에 가득 채운다는 찰 영, 지치지 않고 물건을 채우려는 백화점 속 사람들의 모습을 아울러 설명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비춰보게 한다.

 

 

한자의 주된 뜻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천자문에서는 고모 고, 로 해석되는 글자에서 잠시 고에 초점을 맞추어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고사까지 연결해 주기도 한다.

상식이 풍부해지고 다양한 고전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천자문]은 1,000개의 글자를 외우는 책이 아니다. 125개 문장에 심어져 있는 동양의 신화와 문명 그리고 역사의 이야기를 새겨야 한다. 천자문 안에는 우주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가 다 들어 있다.

 

저자는 [천자문]을 다만 하나의 텍스트로 삼아 125개의 문장으로 해석하고 천 개의 글자에 자신의 생각을 섞은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글을 꾸려 나갔다.

한자와 관련된 고사들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하고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사유하게도 하며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도 한다.

 

어린 시절 어렵고 힘들게 천자문을 접했던 나는

새롭게 천자문 속에 숨은 비의를 알게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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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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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라는 기계에 대한 매뉴얼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결국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뇌라는 기계의 매뉴얼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 기계에 대한 매뉴얼을 여러분은 아직까지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그 뇌 또는 자아에 대한 매뉴얼을 드린 것입니다. -321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폭발하는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답을 얻었는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탈탈 털어도 그 답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뇌과학은 어떤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과학, 그것도 뇌과학의 입장에서 "나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마주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꽤 유명한 뇌과학자-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명원의 과학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김대식 교수라면 아마 속시원히 그 답을 내놓지 않을까.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인류의 미래를 분석하는 뇌과학자.

가끔 TV에서 촌철살인의 말발을 뽐내기도 하고 냉철함과 동시에 대척점에 있는 인간미를 뿜뿜하기도 하는 그의 말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인류를 포기하고 화성으로 도망갈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를 보고 보통의 우리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신포도' 이야기를 떠올리며 합리화에 빠져든다.

하지만 일찌감치 넓은 세상을 보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를 얻은 저자는 지구와 인류를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인류는 추한 것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것도 많이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며~

 

1.4킬로그램에 불과한 뇌지만 우리는 뇌를 가짐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선 '나'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뇌와 인간을 살펴보고, '나'는 합리적인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뇌와 정신의 관계를 조명한다.

기본적인 파블로프의 실험이라든지 동물실험 등으로 뇌의 영역을 시험해보던 과거의 것들을 배우는 것은 의미 없지는 않지만 지금 현재의 과학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를 가늠해 보기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다. 뇌과학자의 생생한 동물 실험-고양이와 원숭이 뇌 실험- 이야기를 통해 뇌과학자가 어떤 과정으로 연구를 수행하는지를 보고 있으면 괜히 가슴이 뛴다.

뇌의 신경세포들을 연구하기 위해 발표한 '브레인보우'법으로 색색깔로 물든 신경세포를 볼 수 있다니...

다양한 신경세포 염색 방법과 자기공명영상 기반으로 한 확장텐서영상을 통해 신경세포들간의 연결 고리들을 매핑해보겠다는 등의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도 시도되고 있고...

신문물을 접한 개화기 사람처럼 눈이 절로 휘둥그레진다.

뇌과학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고흐나 고갱, 램브란트의 자화상도 언급하고 있고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과학자는 물론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까지 경계 없는 지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뇌과학을 다루고 있기에 마냥 기계적이거나 냉철한 이성으로만 판단할 수 없고 앞으로의 미래와도 직결된 것이기에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재미있는 과학 강의를 연이어 수강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심오한 질문과 답이 이어진다.

 

자연과학자나 공학자들처럼 항상 계량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약한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자신의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창의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인류의 고전 또는 경전에도 절대적 진리가 담겨 있지 않다면, 그것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자아는 머릿속 뇌의 정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정보를 잘 유지만 하면 진짜 영생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영원히 살 수 있을까요?

 

뇌에 관한 파헤침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질문을 펼치고 답을 내는 과정을 진정 즐기고 있는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없던 수업, 잘 듣고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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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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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4. 독특한 울림의 러브 스토리 [나 여기 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그들 사이에 스파크가 일어 사랑이 싹트는 데에는 수만 수천 가지의 경우가 있을 것이다.

첫눈에 반하는 경우,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 원수같은 대치관계에 있다가 극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경우...

[나 여기 있어요]에서 그리고 있는 사랑은 대부분의 사랑 이야기와 출발점을 달리한다. 혼수상태인 몸에 갇힌 남자와 마음의 문이 굳게 닫힌 남자의 연결고리...

 

일단 누군가의 병문안을 하러 병원에 오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무거울 터이다.

동생이 자동차 사고를 냈는데, 그 결과 두 명의 여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남자, 티보는 그런 동생이 차라리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발길을 옮긴다.

동생의 병실을 찾아가야 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신의 자애로운 이끎 덕분인지 병실을 잘못 찾아 들어가고 말았다.

온갖 튜브와 기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환자를 눈앞에 마주대한다.

아니 그 이전에 주위에 맴도는 재스민 향기에 마음을 빼앗긴다.

비상 계단 표시와 병실 표시를 착각한 탓에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는 차츰 환자에게 관심을 돌린다.

'엘자 빌리에, 스물 아홉 살, 혼수상태.'

다섯 달째 혼수 상태인 채로 병실에 누워 있는 여자 환자에게 다가간 그는 수첩에 적힌 그녀의 생일 날짜를 본다. 바로 오늘이 그녀의 생일.

처음에는 이성에 대한 설렘이나 관능이 전혀 깃들지 않은 뽀뽀로 시작한다. 왠지 그녀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잠이 잘 온다...

 

혼수상태여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을 줄 알았던 그녀, 엘자는 청각만은 살아 있다.

그 사실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부모님과 여동생의 병문안, 친구들의 방문, 그리고 도우미의 간병 외에는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아무 것도 없었는데, 어느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친구들이 찾아왔고 낯선 남자는 그녀 옆에 잠들었다가 뜻밖에 그녀의 친구들 때문에 잠에서 깬다.

산과 하나였던 빙하 전문가 엘자, 환경 생태 전문가 티보.

어쩌면 멀쩡한 상태였을 때는 접점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남자와 여자가 특별한 상황, 특별한 순간을 맞아 병실에서 만났다.

그렇지만 그들은 첫 만남에서 어떤 교류도 나누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혼수상태에 남자는 동생 일로 온 세상이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상태였으니.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빙벽에 피어나는 꽃처럼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기는 상황에서조차 싹터나온다.

 

도무지 회복의 기미가 없다며 가족들조차 두 손 들고 엘자의 생명유지장치를 떼려고 하기에 이르지만 꽤 자주 엘자를 찾아왔던 티보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감각 중 적어도 하나는, 청각은 살아 있다는 것을.

동생이랑 연을 끊고 싶어하는, 심장도 없을 것 같은 티보의 피폐해진 마음에 슬그머니 들어오고야 만 엘자.

 

당장은 내가 있다. 소리를 듣는 내가 있다. 오늘 나는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기를 원한다!

-156

 

티보의 애틋한 마음이 엘자에게 전달되고, 청각만 살아 있던 엘자가 온몸의 힘을 다해 뭔가에 닿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는 과정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 연출되면 어쩌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티보는 엘자에게 키스를 하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다.

제발, 엘자...반응을 보여!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

작게 주먹을 쥐고 엘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여주질 응원한다.

 

내 영혼이 완전히 스러지기 직전,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나는 고개를 돌리고 두 눈을 뜨고 싶다.-240

 

엘자와 티보를 연결시켜 주는 그 무엇인가가 환하게 그들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면 좋겠다.

작가는 바로 그 무엇인가를 '무지개'로 표현한다.

제발 나를 포기하지 말아줘.

나 여기 있어요.

 

그들의 무언의 대화는 앞으로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빛깔로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잔잔한 떨림으로 시작해서 큰 소리를 내며 온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처럼 환희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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