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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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꼭 쥐고 부들부들, 격한 공감~[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남편'으로 '검색'

일본에서는 한때 인터넷 사이트에서 '남편'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 1위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한 칼럼니스트의 글 속에 나오는 내용인데 칼럼은 '우리 집은 상관없다' 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리고 아내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자신도 살의를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 될 수 잇다고 경고하며 글을 맺었다.

 

아내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 때문에 이리저리 허둥거리며 다니는데 정작 남편은 밖에서 돈 벌어 왔다는 핑계로 황제처럼 늘어져 있으면 그 때처럼 아내의 복장이 터질 때가 없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내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요즘 젊은 20대 30대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까?

맞벌이가 기본 중의 기본이 된 세대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일을 돕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나, 그것도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보고 자란 남성이 아니라면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가부장적 질서에 길들여진 '남자' 들은 여성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다.

게다가 시어머니들이 한술 더 떠 귀한 내 아들 편을 들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여성 즉 며느리들은 속으로 중얼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럴 때 두 손 꼭 쥐고 부들부들 해 본 사람들은 격하게 공감하리라.

직장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 상사에게 커피를 타주며 침을 뱉는 여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편의 칫솔로 변기를 닦은 후 제자리에 꽂아놓는 '깜찍'과 '끔찍'을 넘나드는 행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육아와 가사 일을 분담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극단적으로 여성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끄집어내어 인터뷰해 실어놓았는데

그 표현이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다.

남편이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

 

아내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은 과연 남편의 어떤 행동들일까?

그렇게 답답하고 참을 수 없다면 이혼하면 되지 않나?

이혼하고 싶어도 이혼할 수 없는 사정이 있고, 그 중 태반은 실제로 '남편이 죽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다. 마음만의 문제라면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남편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실제로 살해로까지 이어지면 이것은 사회문제가 된다.

일본에서는 고도 경제 성장기의 고용 환경과 사회보장제도가 개선되지 않음으로써 그에 대한 부작용이 부부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1장부터 3장까지는 아내를 분노하게 만드는 남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내 입장에서 설명한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아내는 육아휴직을 내고 남편은 계속 일을 한다. 그러는 동안 '젠더 롤'이 생겨 아내는 전업주부로 생활 패턴이 바뀌고 남편은 그 생활에 익숙해진다. 현미밥을 천천히 씹어먹고 싶고 30분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어보고 싶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고 여유 있게 천천히 머리도 하고 싶은데...남편은 이 모든 일을 아주 쉽게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서서히 생겨난 남편과 아내의 온도 차는 일상 생활 속에서 쌓이고 쌓인다. 아내는 진심으로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지만 승진이 어려운 상황, 즉 마미 트랙의 덫에 걸린 여성이라면 더더욱 남편의 이해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배신감을 느낀다. 남편이  친구들 앞에서 "저보다 연봉도 훨씬 높아서 얼마나 뽐내는지 몰라요."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할 때는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난 당신에게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낮잠까지 잘 수 있는 생활을 보장해 줬어. 행복하지?"라며 생색내는 남편 앞에서 전업주부는 항상 작아질 수밖에 없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열등감 때문에 어떤 일이든 쉽게 참는다. 숨막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남편이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내들은 남편과 살 닿기조차 꺼려한다.

섹스리스인 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육아휴직? 그럼 당신이 먹여 살릴 거야?"

"아이랑 놀기만 하고 좋겠네."

"나만큼만 벌어 오면 집안일 할게."

 

워킹맘, 전업주부, 중년 여성 가리지 않고 여성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함께 사는 여성들은 어쨌든 불행하다.

그러면서도 두 발 쭉 뻗고 잠자리에 드는 남편, 그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4장에서는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가 바라는 대로 집안일이나 육아를 할 수 없는 노동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5장에서는 아내의 살의를 사그라뜨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남편을 간호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한이 깊이 사무친 한 여성은 쓰러져도 절대 돌보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참아온 것을 전부 다 되갚아주겠다며...

남편이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 전철 안 선반에 올려놓고 올 거라는 여성도 있다.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계단 위에서 물이 든 양동이를 발로 찬 폭군같은 남편에게는 남편이 먹을 된장국에 걸레 짠 물을 넣으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

 

실질적으로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직장에서의 환경이 그렇고 육아 휴직을 눈치 가며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렇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살뜰한 말 한 마디, 이해하고 있다는 몸짓 하나가 그리 어려우랴.

아내의 마음 속에 살기가 하나 둘 쌓여가서 폭발하기 전에 남편들이여, 아내를 배려하라.

 

 

#북폴리오,남편이죽어버렸으면좋겠다,남편,독박육아,독박가사,맘고리즘, 마미트랙,젠더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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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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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 [시대의 소음]

 

밤이 내려앉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온몸의 힘을 쭉 뺀다.

둥실 떠올라 마음껏 유영하라고 신호를 주었음에도 이 마음은 멈칫거린다.

어디로든 가 봐. 아니면 그대로 바닥에 찰싹 붙은채로 가라앉아 있든지.

손오공의 근두운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쌩하니 날아가버릴 것 같은 마음은 그래도 누군가의 조종을 기다리는 것만 같이 주저주저하고 있었다.

며칠 전 먹을 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채로 받은 엄마의 전화를 떠올리며 좀 더 성실하고 예의바르게 받을 걸 하고 후회하는 것일까.

오늘 낮 아이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전화 때문에 심장이 쿵 떨어졌다가 눈물을 또르르 흘렸던 기억을 되살리며 먹먹해지고 있는 것일까.

가뿐하고 미련없이 훌훌 떠나지 못하고 일상의 작은 사건들에 얽매여 있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는 이미 전쟁도 없고 독재자도 없고 소란스러운 사이렌 소리조차도 없는데 마음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는 거기 서서 자기 마음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밤에 홀로 있으면 그의 마음이 그를 뜻대로 했다. 시인이 단언했듯이, 자신의 운명을 피할 길은 없다. 그리고 자기 마음을 피할 길도 없다. -20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 탓에 일생을 이리저리 끌려 다니던 한 예술가.

이 책은 실존 인물인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불안했던지 밤에 침대에 들지도 못하고 여행 가방을 싼 채로 언제든 훌쩍 떠날 준비를 한 채 밤을 지새운 인물의 이미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뇌리를 가득 채운다.

삶이 명령하는 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저 따르게 될 뿐인 인생.

전혀 손쓸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 쓰는 거창한 단어일 뿐인 '운명'이 이끌었던 그의 인생은 비극일지도, 비극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곡가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세 번의 윤년을 낀 시기에 닥친 불행이 그의 삶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1926년 열아홉 살에 오페라를 작곡했던 때만 해도 젊고 자기 재능에 자신이 있었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에 대한 혹독한 평이 나돌기 전까지는. <음악이 아니라 혼돈> . 곳곳에서 갈채를 받았던 작품이지만 주인의 기분을 거스른 격이 되어버린 오페라는 정치적 문제 때문에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려 하고 있었다. 권력층의 눈밖에 난 그는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예술과 정치. 도무지 접점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그 두 단어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야 했던 그의 삶은 불우해 보인다.

작곡할 때 시끄럽게 굴고 주의를 산만하게 무너뜨리는 강아지 대신 고양이가 필요하다는 그이기에 소음에 무척 민감할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일이다.

그에게 다가온 시대의 소음은 예술 이외의 것으로부터 오는 시선, 평가들일 터이다.

평화로운 시대일지라도 내 마음 하나 온전히 잡았다 놓아주기가 힘든데 거기에 시대의 소음까지 더해진 그에게 작곡가로서의 마음을 유지해나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

소비에트 연방 시대를 살았던 작곡가는 내게 먼 이방의 낯선 사람에 불과했지만

낯선 사람이었기에 그가 느꼈을 불안과 혼란스러움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술가로서의 평판도, 격변의 시대도 한쪽에 밀어두고서 오로지 한 인간이 맞닥뜨린 아이러니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저 쉽게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아픈 대립과 비판들을 무시하며 살아온 건 아닌가.

위대한 예술 작품을 남겨 두고 죽음 너머로 사라져 간 인간의 삶을 되짚어 보는 일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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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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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작별할 수 있음도 큰 축복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오늘 아침에도 초딩 아들 녀석이랑 한 판 했다.

이 녀석의 기다란 손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깎아 준다고 했는데

마른 손톱이 틱틱 꺾이는 게 그만 신경을 거스른 모양이다.

말은 안 하지만 표정에 싫은 티가 역력하다.

내민 손을 거두어들이더니 " 안 깎아!" 한다.

나도 그만 뿔이 나서 "그럼 엄마한테 말 걸지 마!" 하고 대꾸한 뒤 입을 다물었다.

옷을 입으려다 여름 옷이라 윗단추까지 안 끼워도 되는데 이상한 고집이 발동한 녀석은 한참을 단추 끼우는 데 용을 쓰더니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도와줄까, 해도 "말 안한다면서!"라며 한껏 삐쳤던 탓에 한사코 거절하던 녀석이 결국은 내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엉뚱한 기싸움에 지친 녀석은 조금 누그러져서 "잘못했어요."했지만 아직 분이 안 풀린 내가 잔소리를 시작하자"다 엄마 때문이잖아. 스트레스 받아!"하며 다시 큰 소리로 대들었다.

지각하기 일보 직전이라 자리를 박차고 학교에 가버린 아들 녀석. 문을 쾅! 닫고 나가는 소리를 들으니 더 화가 진정이 안 되었다.

아침 나절 내내 이 녀석과 나의 대결을 곱씹으며 계속 씩씩거리고 있었다.

'내가 그 때 먼저 "아프게 해서 미안해."라고 살살 달래며 손톱을 깎아주었더라면 괜찮았을까.

아니지, 그래도 조그만 녀석이 엄마한테 아침부터 그렇게 신경질을 팍팍 내면 안 되는 거잖아.

다 엄마 탓이라고 몰아세우다니. 나쁜 녀석.

속으로 몇 번을 궁시렁거리고 또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그래도 학교 다녀오면 녀석도 감정이 누그러져 엄마 보기가 멋쩍을 테지.

그 때는 어떤 표정으로 대해주어야 하나........'

 

마음이 몇 번을 널뛰기를 하던지.

그러다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짤막한 이야기를 손에 들었다.

 

손자의 이름을 남들보다 두 배 더 좋아해서'노아노아'라 부른다는 할아버지가 나왔다.

할아버지는 벤치 아래 활짝 핀 히아신스를 떠올리기도 하고 자신이 평생 좋아했던 수학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언제나 다정하고 자기 편이었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머릿속은 언제나 하룻밤 새 전보다 작아진다.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린다.

나이가 들었고 기억력이 흐릿해지고 시공간이 뒤죽박죽되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아들인지 손자인지 헷갈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보는 사람은 아들 테드가 되기도 했다가 어린 손자 노아가 되기도 하고 어느새 장성한 청년 노아가 되기도 한다.

분명 되풀이 되는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할아버지는 우울하기도 때론 슬프기도 할 테지만

할아버지가 손자 노아에게 세상 신기한 비밀을 알려주듯 조근조근 건네는 말투는 이상하게도 눈물겹지 않다.

할아버지는 세상의 좋은 것만을 간직하기로 한 사람처럼

끊임없이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재생한다.

할아버지는 기억을 잃어가지만 손자는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 보며 헤어짐을 배워간다.

아직 할아버지와 손자,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이별을 나눌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그들은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작별인사를 잘 못해요."

"연습할 기회가 많을 거다. 잘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대로 작별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는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할 거야. 오나벽해지면 네 발은 땅에 닿을 테고, 나는 우주에 있을 테고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

-77

 

이들에게 작별을 연습할 시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어떤 장벽 때문에 그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무너져 내릴까.

남아 있는 하루하루를 작별의 시간이라 생각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면

할아버지의 말 그대로 남는 후회가 없을 텐데.

 

사랑한다는 말, 더 늦기 전에 전하길 바란다.

이 말은 남들에게 할 것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도 아들 녀석이랑 철없이 싸우고 씩씩거렸던 철없는 엄마인 내게도 큰소리로 전해주어야 한다.

아직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서 그 소중한 시간을 철없이 싸우고 할퀴면서 상처투성이로 덮어버렸던 내가 아닌가.

많이 남아 있는 시간이란 없다.

이 녀석, 하교 후 돌아오면 어떻게 한 번 꼭 안아줘 버려?^^

소중하고 소중해서 손자의 이름을 두 번이나 불러주던 할아버지처럼

내 아들의 이름도 두 번 세 번 불러줘 버려?^^

 

아름답게 작별할 수 있음도 큰 축복이 될 수 있음을~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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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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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채널러의 속시원한 반란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나는 부산에 살고 있는데, 몇 걸음만 나가면 낙동강이 바로 보인다.

부산 안에서도 낙동강이 보이는 이 지역에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이 지역 토박이인 사람 말로는 예전엔 허허벌판 너머로 낙동강이 훤히 보였다 한다.

지금은 높이 솟아오른 아파트며 굽이굽이 휘어져 내려오는 도로 때문에 고층 빌딩 아니고서는 낙동강의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그 낙동강 주변에 잘 닦인 자전거 도로가 보인다.

평일 한낮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몇 없지만 주말이 되면 드문드문  행과 렬을 이루어 죽 달려나가는 자전거 무리들을 볼 수 있다.

그나마 날이 시원하면 괜찮지만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에 보면 그늘 하나 없는 저 기나긴 길을 땀 뻘뻘 흘리며 다니는 사람들이 안쓰러워 뵌다.

강바람이 분다고는 하지만 맨 몸에 무자비하게 내려꽂히는 햇볕을 어찌 이겨낼 것인가.

강 주변에 자전거 도로가 난 것이 어찌 보면 여가 활용을 위해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오직 그 한 가지만으로 자전거 도로의 성공을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여름철만 되면 올라오는 하천의 썩은 냄새.

이 책에서는 특히나 '녹조라떼'로 형상화해서 그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있는데 아직까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을 모르겠다.

이전까지의 치세 동안 쌓인 것이 워낙 많아야지.

이 책이 씌어진 시기가 'm'의 정권 대에 맞물린 것인지

특히 4대 강을 정조준해서 까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 즈음을 겨냥해서 우리 나라가 안고 있는 사회악들을 하나하나 들춰내서 이슈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30대의 식물 교감 채널러이다.

금수저로 태어나 범생이의 길을 걸었지만 중학교 때 집안의 비밀을 알고 나서부터는 은둔형 외톨이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친일파로 행세하며 쌓아온 재산으로 살고 있는 것이 너무나 낯부끄러워서였다.

외아들로서 아버지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은 그는 화천 다목리에서 수목원을 조성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마음이 닿지 않는 사람 앞에서는 극심하게 말을 더듬는 것도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는 꽃집에서 우연히 만난 식물 '백량금'의 도움으로 세상을 염사하는 능력, 즉 식물과 교감하며 채널링하는 법을 터득한다. 그와 가까운 이로는 학교 동창이자 현직 검사인 박태빈과 썸타는 사이인 꽃집 사장 한세은 뿐.

나무들의 힘을 빌려 썩어서 악취를 풍기는 세상을 청소해 나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던 그는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를 설립한다.

나무들과 공조해서 억울한 사례를 수집하고 보복 여부를 숙고한다. 가진 건 돈과 시간 밖에 없는 이 남자의 통쾌하고 속시원한 보복이 이 책의 묘미다.

고양이 머리에 대못을 박은 남자, 국회의원이라는 감투에 걸맞지 않게 뒤가 구린 놈 들은 물론이고

좀 더 조직적이고 거대한 음모를 꾸민 세력에게도 거침없이 보복한다.

그가 흠모했던 고등학교 때 국사 담당 노정건 선생님이 4대강 사업을 전직 대통령이 주도한 경천동지할 대국민 사기 사업으로 단정하고 있음을 알고 적극 가담한다.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채널러의 보복대행은 흡사 홍길동과도 같아서 유쾌, 상쾌, 통쾌하다.

돈을 숭배하고 권력에 기대어 사람들을 우롱하고 농락하는 나쁜 놈들에게 누가 속시원히 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판타지를 식물 채널러는 과감히 실행한다.

그것도 이 세상에서는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땅에 깊이 뿌리박힌 채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던 "식물"과의 공조를 통해서 말이다.

식물들은 어떤 근거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내는가?

그들이 가진 끝없는, 무한한 "사랑"이 그 근거다.

말없이 이 세상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식물들은 동물적 근성을 드러내며 썩은 내를 풀풀 풍기는 인간들을 향해 조용히 "사랑"을 부르짖는다.

식물 교감 채널러는 그저 보복을 "대행"할 뿐이다.

 

 

 

우리나라에 오래된 나무들도 참 많다.

거수님이라 칭하는 나무들을 한 번쯤 찾아가 둘러보고 싶다.

식물 교감 채널러는 그들을 향해 절을 올린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경외의 빛으로 우러러보기는 하겠지. 1,000년을 넘어 살아가는 동안 이 세상 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꼴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혀를 차고 있을 것인가.

 

책 속에서 녹조라떼를 원샷하고 뿌연 강 속으로 앞다투어 뛰어드는 나쁜 놈들을 보며 대신 폭소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일차원적인 보복 구조가 때로는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

 

 

*책 몇 군데에서 "판이하게 다른"이라는 구절이 쓰였는데, 자꾸 신경 쓰인다.

"판이하게"를 "아주"라는 강조의 뜻으로 보아도 될지...고유의 한자어가 가진 뜻이 있는데, '다른'의 뜻을 중첩하여 쓰는 것만 같아서 읽다 멈추고 읽다 멈추었다. ㅠㅠ 

 

 

 

#이외수,#이외수소설,#보복전문대행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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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초월 포켓몬 과학 연구소 2 상상초월 포켓몬 과학 연구소 2
야나기타 리카오 지음, 히메노 가게마루 그림, 정인영 옮김 / 아울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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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으로 과학 공부해요. [포켓몬 과학 연구소 2]

 

 

 

노란 몸체에 전기 충격 받은 것 같은 꼬리를 달고 "피카피카~"를 외치는 귀여운 녀석.

피카츄 캐릭터는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닭살 돋도록 귀여움을 유발한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아닐까.

마음을 내려놓고 머리를 비우고 캐릭터들을 눈으로 좇으면 금세 헤헤거리게 된다.

아이도 어른도 애니메이션 앞에서는 무장해제되고 만다.

매일 아침 짱구를 보는 나도, 우리 아들은 더 말해 무엇할까.^^

쉽게 빠져드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과학 공부를 입히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요즘은 만화와 과학 공부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진다.

그 바람을 타고 포켓몬도 합류한 것.

포켓몬을 한 번이라도 본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신기한 몬스터들의 입을 쩍 벌리게 될 것이다.

진화를 거듭하는 포켓몬도 신기하려니와

이미 알고 있는 동물이나 상상의 동물을 결합하여 새로운 캐릭터들이 불쑥 나타날 때마다

어쩜 저렇게 만들어낼까...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일 뿐, 이라고 생각했던

포켓몬 캐릭터들이 과학을 만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 속 현상들이 포켓몬의 능력에 숨겨진 비밀에 베어 있었던 것이다.

 

"포켓몬 세계를 알아 갈수록 과학 지식이 점점 쌓여 갑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저 그런 과학 만화라고 얕잡아 볼 뻔했는데,

직접 읽어 보니 아이들에게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거라는  의심이 싹 사라졌다.

물과력포켓몬 알통몬에게서 물리를, 빙산포켓몬 레지아이스에게서 화학을, 임금포켓몬 야도킹에게서 생물을, 드릴포켓몬 코뿌리에게서 지구과학을 배울 수 있었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총 34마리의 포켓몬이 나온다.

각각의 포켓몬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과학 지식과 결합되어 있으니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34가지의 과학 상식 혹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셈이다.

 

게임 안의 정보를 토대로 '포켓몬'캐릭터의 특징이나 능력을 현실 과학과 비교하여 검증을 시도한 것이니 그저 재미로 읽고 그 속에서 알찬 지식만을 얻어 가길...

 

 

 

목차에는 캐릭터들의 실루엣이 실려 있는데

실루엣을 보고 먼저 캐릭터 이름을 맞추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울 아이는 포켓몬 광은 아니어서 몇 몇 캐릭터밖에 맞추지 못했지만 실루엣들이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이름과 형태를 매치하는 데 흥미를 유발하고 있었다.

별 모양이니 당연히 별가사리겠지? 박치기포켓몬은 머리가 단단하게 되어 있을 테니 얘가 램펄드일거야...

섬광포켓몬 꼬링크는 꼬리를 잘 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깄다...

하면서 한동안 이름 맞추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희망사항포켓몬 지라치는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능력'을 가졌지만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1,000년 중 7일 동안만 깨어나'는 부분이다. 생물과 관련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는데

 여기서 질문, "인간은 왜 잠을 잘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뇌와 몸을 쉬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라치의 잠도 인간의 '수면'과 달리 에너지 소비가 없는 휴면이라면 자는 동안은 성장하거나 늙지 않을 테니 지라치는 오래 살 것이 분명하다고...^^

 

 

 

무한포켓몬 라티아스에게서는 물리를 배울 수 있다.

유리 같은 깃털로 몸을 감싸 모습을 바꾸는 라티아스. 빛을 굴절시키는 깃털로 전신을 둘러싸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빛의 굴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포켓몬이니 모습을 감출 수도 있다는데....

 

그림을 통해 다양한 빛의 굴절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라티아스는 유리 같은 깃털로 온몸을 감싸 빛의 굴절로 모습을 감출 수 있을까?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그 가능성을 점쳐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몸의 대부분이 위로 이루어져 있는 밥통포켓몬 꼴깍몬에게서는  생물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의 소화와 꼴깍몬의 소화를 비교해보면서 위와 간의 역할도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다.

만능 위를 가졌다고 해도 생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기인 간이 없는 꼴깍몬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무엇이든 소화하는 위다. 소화할 때 발생하는 가스는 강렬한 악취가 난다.'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꿀 수는 없지만 가스로 만들어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답일 수 있다.

그렇다면 꼴깍몬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그 가스?

으....꼴깍몬 주위에는 절대 가면 안 되겠다.~

 

34마리 포켓몬들이 그저 대단한 상상력의 산물이라 생각했다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포켓몬의 능력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파헤치자 과학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과학과 기발한 상상으로 가득한 [포켓몬 과학 연구소]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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