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미 배드 미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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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스릴러 소설 [ 굿 미 배드 미]

 

 

 

"어제까지는 엄마의 인형이었지만 오늘부터는 당신의 심판자야..."

 

열다섯 소녀의 섬뜩한 읊조림에 동공 확장~

소녀 애니는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다.

죄명은 열 명 정도의 어린이들 납치, 감금, 살해다.

 

위로 여덟 계단, 그리고 또 네 계단

문은 오른쪽에 있다.

 

엄마는 아동 보호소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

아들을 잃은 뒤, 보호소의 아이들을 한 명씩 집으로 데리고 와 '놀이방'에 감금해두고 은밀한 놀이를 벌인다.

애니가 보기에 그것은 감금, 학대, 그리고 살해에 다름아닌데...

어마어마한 심리적 압박과 신체적, 정신적 학대가 애니에게 가해진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엄마를 경찰에 신고하고 심리학자인 마이크의 집에 임시로 입양된 애니는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을 밀리로 바꾼다. 마이크의 집에 도착한 밀리는 즉시 집안의 분위기를 훑어보고 적응하기 시작한다. 마이크의 아내는 신경병을 앓은 전적이 있으며 젊은 요가 강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중이고, 밀리와 동급생이 된 피비는 밀리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 생각해 밀리를 공격한다.

남달리 불안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피할 것만 같았던 밀리는 그러나 임시 보호 가정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마이크에게는 학대 가정의 피해자인 척, 연약한 모습으로 자신을 가리지만 다른 가족들에게는 숨겨진 발톱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굿 미, 배드 미.

어떤 쪽이 밀리의 진짜 얼굴일까?

엄마를 신고하고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엄마를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할 거라고 칼을 갈고 있는 마음 한켠에선 엄마를 그리워하거나 엄마의 잔혹한 가르침이 쓸모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스스로 벌이기 시작한 게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다 계산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자기 존재를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지하 세계의 여왕에게, 평범한 모습이지만 내면에 악마를 키우는 엄마에게, 사이코패스의 뇌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 나는 내게 주어진 확률을 생각해 보았다. 80퍼센트가 유전이고 2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이다.

그러니 나는,

100퍼센트다.

 

-104

 

안도감과 편안함을 주어야 할 엄마라는 존재가 연약한 어린 아이의 영혼에 낸 상처는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다.

감응성 정신병. 밀접한 두 사람이 유사한 정신 장애를 지니는 것. 부정하고, 조종당하고, 거짓말하고.

 

엄마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했지만 결국 밀리는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하지 못하고 그냥 엄마와 똑같은 삶을 살게 되는 걸가?

 

더이상 착한 척하는 데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 것에 흥미가 생길 뿐. -401

 

불안불안하게 자신을 부여잡고 있던 밀리가 결국 끔찍한 일을 저지른 뒤 내뱉은 싸늘한 말이

보는 이의 핏기를 싸악 가시게 한다.

한여름 더위를 물러가게 하는 오싹한 심리 스릴러.

 

 

 

 

 

 

 #심리스릴러,#굿미배드미#여름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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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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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24시간,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짤막한 기사를 봤다.

한 여인이 결혼식에서 남편 아닌 다른 남자를 껴안고 울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기쁨에 겨우 함박웃음 지어야 할 결혼식과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라 의아했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는 바로 자신의 아들의 심장을 이식 받은 사람.

남편이 아내 몰래 결혼 선물로 준비한 이벤트라 했다.

아들의 심장을 받아 들여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남자를 안고 여인은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아들의 흔적을 더듬었으리라.

심장이식이라는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인연이 만든 행복하고 가슴 찡한 장면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준비운동을 하려고 그랬는지, 며칠 전에는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들의 3일을 근접촬영한 다큐멘터리도 보게 되었다.

쉴새없이 밀려오는 환자들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고 의사들은 연이은 당직, 응급수술에 찌들어 피곤함을 감추지 못한다.

어떤 환자는 다행히 회복해서 의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는데, 또 다른 환자는 그 날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환자의 죽음이라는 것은 가족들에게 뿐만 아니라 담당의사, 간호사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여러 환자를 대하는 의사에게 있어 죽음이 흔한 것이어서는 안되기에,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것에도 어떤 의미부여는 할 최소한의 시간은 있어야겠기에,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흉부외과의 침통한 표정은 예사로 보아넘길 수가 없었다.

바쁜 일상에 '죽음'이라는 것을 잠시 묻어둘 뿐, 그 죽음을 애도하고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의사에게도 주어져야 하는데...

애써 미소지으며 또 다른 환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의사의 모습에서, 보통 각오가 아니고서는 함부로 아이에게 의사라는 직업을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와 영혼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 시작해도 언젠가는 피폐해지고 어딘가가 닳아 없어질 것 같은 것이 바로 의사의 삶인 것 같다.

 

흔한 외과의사, 흉부외과 의사, 심지어 북한에서 넘어온 천재의사 등을 다룬 의학 드라마가 한동안 봇물처럼 터져나왔었는데, 그 때는 드라마 구성상 흔한 대결구도나 애정전선 등에 신경을 쓰느라 의사와 환자라는 기본적인 관계를 등한시했던 것 같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라는 독특한 제목은 체호프의 희곡 <플라토노프>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장기이식이라는 특별한 사건을 그것도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펼쳐보인다.

서핑을 즐기던 청년이 주인공이라 그런가, 문장이 엄청난 기세로 몰려드는 해일처럼 밀어닥친다.

극도로 감정을 붙잡아둔 채 건조하게 이어나가는가 싶다가도 래퍼들이 쏟아내는 랩처럼 힘차고 운율감 있게 흐른다.

스무 살 청년 시몽은 친구 둘과 새벽 서핑을 즐기고 돌아오는 도중, 자동차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다.

아직 등에는 여드름이 흩뿌려져 있고 어깨에는 당당하게 마오리 부족의 문신을 새긴, 앞날이 창창한 청년의 삶은 격렬한 서핑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메리 히긴스 클라크의 <달빛이 그대가 된다>라는 탐정 소설을 좋아하는 (영국의 흔한 장례풍습-땅에 묻힐 사람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 풍습. 혹시라도 땅밑에 묻힌 사람이 깨어난다면 지표면에 놓인 종을 울릴 수 있게 끈과 묶어 놓은 반지임.)소생의학과 의사 레볼이 청년의 죽음을 부모 앞에 담담히 언도한다.

드라마였다면 의사의 무뚝뚝한 말 한마디에 무너져 내리는 가족들. 이라는 장면을 보여주고 끝이었을 텐데...

 

"시몽은 뇌사 상태예요. 사망했어요, 죽었습니다."-116

 

의사는 부모에게 자식의 죽음을 통고하기 위해 숨을 고르고 쉼표를 찍고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차갑고 푸르스름하고 꼼짝 않는 시신을 앞에 두고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는 아직 따뜻하고 선명한 선홍색이었으며 움직이고 있으니까...라며 부모 앞에 잔인해질 수밖에 없는 의사의 역할에 대한 의식의 흐름을 소상하게 나열한다.

 

공유할 수 없는 언어. 말 이전의, 문법 이전의 언어. 아마도 고통의 다른 이름일 언어. 그들은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들은 그 어떤 묘사로도 그것을 대체할 수 없다. 그들은 그 어떤 이미지로도 그것을 재구축할 수 없다. 그들은 스스로로부터 단절된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세상으로부터도 단절된 상태다.-122

 

(의사) 레볼이 잔다. 잠에서 깨면 기록을 할 수 있도록, 꿈에서 얼핏 본 이미지, 행동, 맥락, 얼굴을 기술할 수 있도록 손 닿는 곳에 노트가 놓여 있다. 어쩌면 시몽의 얼굴(응고된 핏속에서 뻣뻣하게 굳은 검은색 머리 타래들, 거무스레하고 부어오른 피부, 하얀 돔 모양의 감은 눈꺼풀, 자줏빛 얼룩에 먹힌 이마와 오른쪽 관자놀이, 사후 반점)이나 경계성 인격 장애를 가진 머틸다의 어머니 비어트리스 헌스도퍼 역으로 출연한 조앤 우드워드의 얼굴이 거기에 묘사될지도 모른다. (...)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137

 

 

시몽의 심장이 이식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절차들이 필요했다.

의사의 입장, 부모의 입장.

그럭저럭 평온을 유지하며 사건의 흐름들을 따라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 쪽으로 감정이 이입되고 있었는지,

어느 순간 울음이 확 터져 버렸다.

 

침묵의 흐름. 그러다가 다시 마리안의 목소리. 얇은 막을 통과해서 나오는 듯 둔탁하다. 그러면 누가 시몽 곁에 있게 되나요? (돌멩이처럼 꾸밈없고 힘이 얹힌<누가>)-186

 

청년의 어머니 마리안이 이식을 권하는 의사에게 질문하는 순간이었다.

누가 곁에 있어 주나요?

의사가 선고를 내린 이후부터 땅에 묻힐 때까지 부모로서 언제까지고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이 이식을 거부하는 마음과의 충돌에서 한걸음 비켜서는 순간, 부모가 쳐놓은 철벽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 아니었을까.

 

청년의 심장은 아들을 둔 어머니에게로 옮겨진다.

심장은 아들의 몸에서 떼어지고 분초를 다투며 장기 이식을 위해 이동핸다. 장기 이식 전문의들의 영예를 드높이려는 텔레비전 르포용의 긴급 상황 연출이나 방송에서 보이는 영웅적이고 인간적인 흔적은 하나도 없이 매끄럽게 운송된다.

방송용 연출 없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식 수술은 그래서 더욱 긴장감 넘치고 숭고하다.

심장의 수축, 경련, 미약한 박동, 좀 더 분명게 툭툭 튀는 움직임, 최초의 박동. 여명을 알리는 박동.

 

새벽 5: 50. 시몽의 휴대폰 알람이 울림으로써 시작한 이야기는 수술모를 벗고 마스크를 내리는 의사가 확인하는 시각 5시 49분에 막을 내린다.

 

드라마로 보았다면 스쳐 지나가듯 찍히고 말았을 다양한 인물들의 표정이 섬세하고 시적인 언어로 그려진다. 아들이 죽음을 맞이한 직후 장기 기증을 제안받는 부모, 기증을 제안하고 설득해야 하는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와 의사, 수혜자 선정, 운송을 담당하는 총괄국 담당자, 이식수술을 담당한 각지 병원에서 달려오는 적출 팀, 청춘이라 흔들리는 수술 간호사 등등...

쓸데없이 감정적인 드라마와는 달리 지극히 냉철하고 분석적인 장면장면들 틈에서 가끔씩 해일처럼 몰려드는 감정의 격랑.

심장이식 24시간 내내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과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동시에 느슨하게도 타이트하게도 만들면서 완급조절을 할 줄 아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열린책들,#살아있는자를수선하기,#프랑스소설,#심장이식,#빌게이츠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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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 전면개정판
좌구명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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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다가오는 춘추시대 , 중드 보는 줄~[국어]

 

 

 

춘추시대 말기의 노나라 역사가인 좌구명의 [국어]는 [춘추좌전], [전국책]과 함께 '춘추전국시대의 3대 사서'로 불린다.

 

[춘추좌전]이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대별 서술, 편년체 형식이고 나머지는 각 사건을 이야기체 형식으로 국가별 주요 사건을 다루는 국별체 형식이다.

춘추전국시대처럼 천하가 여러 나라로 분열돼 있을 때는 편년체나 기전체보다 국별체가 훨씬 유용하다.

 

 

 

춘추시대 주나라, 노나라, 제나라, 진나라,  정나라, 초나라, 오나라, 월나라 등에서 일어난 커다란 사건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나라별로 구분해 읽기 쉽게 되어 있다.

 

[국어]는 2005년 국내 최초로 완역본을 펴내기 전에는 발췌 번역본조차 없었다고 한다.

[춘추좌전]과 쌍벽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사료임에도 불구하고 사학자들조차 [국어]에 관심을 두지 않아 중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절판되었다. 어마어마한 양을 전면개정하기까지 저자의 노고를 짐작조차 할 수 없겠다. [춘추좌전] 개정판 출간에 앞서 나온 [국어]를 경건한 마음으로 대하며, 저자에게 무한한 리스펙트~~

 

[국어]를 읽기 전에, 날도 더운데 좀 말랑말랑한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마음 먹은 내 앞에 <삼생삼세 십리도화>라는 말랑말랑한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동한 김에 제목을 곱씹고 있었더니 중국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8회 드라마의 43회에서 시작하려니 영~ 앞뒤가 궁금해 미치겠는 거였다.

그리하여 장장 열흘간을 TV와 유튜브를 동원하여 한글자막, 영어자막, 한자자막을 가리지 않고 섭렵해서 마침내 정복!

천계와 인간계를 넘나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삼생삼세에 이어지는 단 하나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었다. 특히나 도교적 이상세계와 유교적 현실세계의 조화가 눈에 띄었는데 특이한 것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신이라도 신선-상선- 상신이라는 단계를 밟기까지는 '겁운'이라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인간세계나 이상세계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특히나 세계적으로 홍수, 가뭄, 이상기온 등의 자연재해가 밀어닥치는 데다 국내, 국제 할 것없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니 드라마 속으로 피신하려 했던 것 자체가 부질없다, 생각이 들었다.

분홍분홍 도화가 십리길에 이어져 있는 도화림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천계의 태자이자 새까만 옷만 입는 남자 야화와 여우족의 후계자 백천의 러브스토리에 푹 빠져 있었던 시간에서 현실로 넘어오려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컸다~드라마를 너무 봐서 한동안은 간단한 말은 '중국어'로 내뱉고 싶어질 정도였다니까. 드라마 속에서 여기도 상신, 저기도 상신 ..온통 신선들 천지인 세계를 거닐다 보니 '상신'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꽉 차 있었다.

그러다 [국어]를 읽으니 이상하게도 춘추시대의 사람들 생활상이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옷차림도 아마 드라마 속 인간계 사람들이 입었던 옷을 입었음이 틀림없어.

군주, 제후, 일반인 등 드라마 속에서 나왔단 사람들을 떠올리며 춘추시대 열국들의 생활상을 읽어나가자 평소였다면 절대 많이 넘어가지 않았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것이다.

오오~

내가 아직 드라마의 여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때에 그 시대의 이야기를 읽으니 이렇게 잘 이해가 되는구나!!

기쁜 마음으로 [국어]를 읽었다.

 

노나라 편에 공자, 즉 공구에 관한 이야기가 있기에 그 곳을 먼저 펼쳐 읽었는데,

공구가 대골(大骨)을 논하다, 라는 부분에서 '상신'이란 단어를 보게 되었다.

오왕 부차가 월나라 회계성을 대파하면서 뼈 한 마디가 수레를 가득 채울 정도로 큰 해골을 얻게 되었는데 이것을 공자에게 문의케 했다 한다.

 

"감히 어느 뼈가 가장 큰지 묻고자 합니다."

"내가 듣건대 '대우 회계산에서 천하의 모든 신들을 소집했을 때 방풍씨가 늦게 오자 그를 참하여 전시했다고 하오. 그의 뼈는 매우 커 뼈 한 마디가 수레에 가득 찰 정도가 되었다고 하오."

"감히 무엇을 관장하는 자가 상신(上神)이라 불릴 만한지 묻고자 합니다."

"산천의 정령은 능히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림으로써 천하를 이롭게 할 수 있소. 정령의 수호자는 가히 신으로 불릴 만하오. 사직을 수호하는 자는 가히 공후로 불릴 만하오. 그들은 모두 제왕에 소속되어 있소."-208

 

공자 시절에도 '상신'에 대한 이해가 논의될 정도였나...

춘추 시대와 드라마 속 허구의 세계가 단어 하나로 통하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춘추의 역사책이라 재미 없을 줄로만 알았는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리는 커다란 해골 이야기에서부터 상신에 대한 얘기까지 들어 있으니 이거 흥미가 당기는 걸? 하며 여러 나라들의 이야기를 뒤적거려 읽기 시작했다.

 

조귀가 중심도민(中心圖民)을 논하다

만일 늘 마음속으로 백성들의 일을 생각하는 중심도민을 할 줄 알면 비록 재지가 미치지 못할지라도 틀림없이 승전코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151

 

이혁이 단고광군(斷罟匡君)하다

나에게 과실이 있었소. 이혁이 그물을 끊어 주군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단구광군을 행했소.  이 그물은 좋은 어망이기는 하나 나로 하여금 고인의 교훈을 깨닫게 해주었소. 해당 관원이 이를 잘 보관하여 나로 하여금 영원히 충고를 잊는 망심을 하지 않게 해주오.

-찢어진 그물을 보관하는 것은 이혁을 군주의 신변에 두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면 그의 권고를 결코 쉽게 잊지 못할 것입니다.-174

 

제환공이 패제후하다

제환공은 천하의 제후들이 모두 자신에게 귀복한 사실을 알고는 이내 그들에게 방문할 때 바치는 예물을 줄이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빈객을 맞을 때는 오히려 두터운 예물을 많이 내려주었다.

제환공은 천하 제후들이 자신을 따르는 것을 알고는 대대적으로 충신한 일을 행했다. 제후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즉시 행할 수 있는 것은 지체 없이 행동에 옮겼고, 그들을 대신해 계책을 낼 수 있으면 곧바로 계책을 내 실천에 옮겼다. 담국과 수국을 멸망시킨 뒤 스스로 취하지 않고 다른 제후국들에게 이를 나눠주었다.-241

 

저자는 '춘추 5패'를 제환공과 진문공, 초장왕, 오왕 부차'합려, 월왕 구천으로 정리하고 있다.

[국어]를 읽을 때 '춘추 5패'에 중심을 두고 읽어도 좋을 것이고, 나처럼 시대극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몰입돼 있던 상태에서 여운을 이어가며 읽어도 좋을 것이다.

결국,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태 즉 난세를 이겨나가는 힘은 고전에서 찾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뜨거운 불볕더위 속에서 뉴스를 들으며 짜증내기 전에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으라.

[국어]로 말할 것 같으면 춘추 시대의 상황이 생생하게 녹아들어 있어 드라마 보는 것 못지 않은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춘추좌전]과 비교해가며 그 시대의 실상을 일일이 대조해가며 연구해야 하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마음을 내려놓고 드라마 보듯이 재미있게 읽었다.

춘추 5패와 이들을 뒷받침한 군신들의 활약, 소소하게 녹아들어 있는 춘추 시대 생활상~

[국어]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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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 용자의 365 다이어트
이승희.TLX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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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와 셀프트레이닝~[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아이들 방학이 성큼 다가왔네요.

운동을 너무 싫어하는 초등학생 두 명을 데리고 이 여름을 어찌 보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저는 지난 7개월간 다이어트를 진행해왔고, 7Kg 감량했답니다.

식이조절과 요가 덕분이었지요.

건강에 이상을 느낀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지혈증이 나이에 비해 심하다고 해서

꾸준히 약도 먹고 있어요.

잔소리쟁이 의사 선생님을 만나 다이어트를 해야만!! 한다는 말씀을 듣고 나서는 저절로 운동에 관심을 가질 수박에 없게 되었어요.

요가라는 것을 대충~ 그까이꺼, 심심풀이로 앉아서 명상이나 하고 몸을 비트는 것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심한 유산소 운동이더라구요.

적당한 시기에 좋은 의사 선생님과 좋은 요가 선생님을 만나

인생 몸무게를 찍고 있는 중입니다!

 

애들 방학 때는 방과후 수업을 맡기고 요가를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 생각했는데

띠로리~~

아이들 학교에 석면 철거 공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방학 내내 이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야 하는 일이~

요가를 다니면서 몇 동작은 머릿속에 들어 있지만 그렇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동작들만으로 한 달을 채울 수는 없었기에~

'용자'의 도움을 얻어보자 생각했답니다.

[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오프라인으로 요가를 다니고 있었기에 온라인상의 셀프 트레이닝 문화에는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는데요,

용자는 네이버 포스트 16만 팔로워, 122만 명이 열광하는 운동 친구라고 하네요.

딱 내 모습을 닮은~

둥글둥글한 몸매에서부터 동작 할 때마다 찌푸리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용자는

처음 보는 순간부터 '내 분신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목차를 살펴 보니 준비운동과 1월부터 12월까지의 운동으로 채워져 있네요.

이걸로 일 년은 거뜬?

 

 

요가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하는 트레이닝도 운동 전후 기본운동이 꼭 필요하죠.

준비운동이라고 할까~

운동 전 스트레칭, 운동 후 스트레칭이 그림과 함께 간단하게 나와 있어 따라하기도 쉽네요.

준비운동부터 이렇게 절망적인 표정이면 어찌 한답니까~^^

 

그래도 용자를 믿고 으쌰으쌰 해 보니 따라할 만합니다.

요가할 때 했던 기본 동작과 겹치는 것도 있네요.

역시 뭐든 운동은 준비운동이 필수~

 

 

다달이 일기를 쓰는 용자는 1월 결심을 크게 세우네요.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이야~'

매년 1월이면 '그깟 살! 내가 빼고 만다"라고 크게 외치고 곧 날씬해질 나를 상상하며 방실방실 미소 짓는다.-30 

 

바로 나의 모습, 나의 결심과 닮아 있어서 용자를 쓰담쓰담 해주고 싶어지네요.

소파를 앉아 쉬는 가구라고 여겼던 지난날은 잊어줄래?

소파 위 편안함은 이제 스치듯 안녕~ 이라며 소파를 운동 기구 삼아 열심히 운동하는 용자.

게다가 소파 앞에 TV가 있다면 TV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운동까지 연이어 할 수 있으니 최적의 트레이닝 조건이라 할 수 있겠네요~

드라마를 보며, 운동을 병행.

아프냐? 나도 아프다! 요런 대사쯤은 필수죠.

 

 

 

달마다 용자의 옷 색깔이 바뀌네요.

그렇지만 대체로 공통점은 몸매가 확~ 드러나는 쫄쫄이 의상이라는 거.

왜냐하면, 운동할 때 몸의 모양을 보고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 제대로 동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죠?

셀프 트레이닝 할 때도 운동복 챙기는 건 기본입니다~~

 

용자는  설 연휴가 있는 2월에 어떤 운동을 할까요?

설거지 중 할 수 있는 운동, 청소 중 할 수 있는 운동, 벽을 이용한 운동, 스트레스 풀어주는 운동 등이 나오네요.

 

 

 

요런 포즈는 보자마다 따라 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잘못했다간 다리가 나도 모르게 찢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날지도ㅠㅠ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 용자는 여름 대비 오금 저리는 복근 운동을 하려 하네요.

보기만 해도 배에 힘이 뽝~

뱃살을 우주로 보내버리기 위한 효과 좋은 복근 운동,

역시 보기엔 좋아도 따라하기엔 힘이 어마어마하게 들더라는~

누워서 다리를 직각으로 들어올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는 말입니다요.

각 동작들을 몇 회, 몇 세트 해야하는지 그림 옆에 나와 있으니

집중해서 세어 가며 운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복근 운동할 때는 나도 모르게

으흡~ 이라든지 아이고~ 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듯.

 

 

딱 지금 시즌인 7월에 용자는 노출의 계절을 대비, 긴급 처방으로 단기간에 각선미 살리는 운동에 돌입했네요.

원피스 수영복 같은 운동복의 민망함을 무릅쓰고 헛둘헛둘~

다리 라인을 만들고 애틋한 허벅지 안쪽, 바깥쪽 살을 빼는 운동을 합니다.  보는 것과 따라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어찌나 큰지...

이러다 중간에 포기해 버리면 안되는데 말이죠.

 

어쨌든 용자의 12달을 따라 하면 조금쯤은 몸의 변화를 겪을 수 있겠죠?

저는 이번 방학 때 아이들과 함께 용자 따라 셀프 트레이닝 해볼 생각입니다.

중간중간 생각 나면 요가 동작도 한 두개씩 넣어서요^^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지방이 태워지고 근육이 쫀쫀 탱탱해지기를 바라며~~

룰루랄라, 용자의 휙 올라간 눈썹 표정을 따라 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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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환상적인 '밤' 이야기 [야행]

 

'국경의 긴 터널을 통과하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문장이다.

무심코 넘겼을지도 모를 이 첫 문장은 [야행] 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어지고 곱씹어지면서

환상적인 '밤'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사물을 다 집어삼킨 깜깜한 밤과 대비되는 하얀 밤의 밑바닥.

스르륵 스쳐 지나가는 밤의 풍경 너머로 보이는 그 밑바닥이란 것이 설국에서는

하얬지만 책 속 주인공의 경험담에 의하면 밤의 밑바닥은 숲의 어둠에 불씨를 흩날리며 멀어져 가는 거대한 화염이기도 했다.

정적일 것만 같고 고요하기만 할 것 같은 밤의 이미지는 날름거리는 화염의 옷을 입고 마구 날뛰기도 한다.

하나로만 가두어두기엔 '밤'의 이미지는 너무나도 역동적이고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주인공 '나(오하시 군)'는

10년 전 학생 시절 다니던 영어회화 학원 동료들과 '구라마 진화제'에서 축제를 즐겼는데, 거기서 하세가와 씨가 실종되었다.

나는 10년이 지난 후, 그 시절의 동료들을 다시 교토로 불러들인다. 약속 시간까지 좀 남아 거리를 걷던 그는 문득 눈앞을 걸어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녀를 따라 들어간 화랑에서 화가 '기시다 미치오' 개인전을 보게 된다. 검은 배경에 하얀 농담으로 그린 풍경 동판화 '야행'연작들이 걸려 있었다.

작품들에는 한 여자가 그려져 있다. 눈도 입도 없이 매끄러운 하얀 마네킹 같은 얼굴을 기울이고 있는 여자들. <오노미치>, <오쿠히다>, <쓰가루>, <덴류쿄>, <구라마>...작품 속에 펼쳐진 밤은 신비한 느낌을 전달한다.

 

"왜 야행일까."

"야행 열차의 야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야행의 야행일지도 모르죠."-15

 

이 대화 덕분에 앞으로 펼쳐지는 다섯 명의 경험담 혹은 고백은 묘하게 으스스한 분위기의 띠를 두르게 된다.

각각 다른 곳에서 따로따로 들었다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 이야기들은 '야행'이라는 제목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 하나로 모아지게 되어 있는 것처럼 연결성을 가진다.

숙소에 모인 옛 동료들이 실종된 하세가와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기이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데 신기하게도 그것들은 모두 기시다 미치오의 동판화 '야행'과 관련된 여행이엇다.

나카이 씨의 경우 가출한 아내를 쫓아간 것이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하지만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어."-225

 

화랑 주인 야나기 씨는 화가 기시다에게 수수께끼의 유작이 있었다고 말한다.

<야행> 연작으로 모두 48개의 작품을 제작한 기시다에게 미발표 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야행>과는 대칭을 이루는 일련의 동판화로, 제목은 <서광>이라고 했다. 야행이 영원한 밤을 그린 작품이라면 서광은 단 한 번뿐인 아침을 그린 것이라고...

 

때론 섬뜩하고 때론 으스스한 각자의 여행담이 동판화 <야행>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것이었다면, 끝에 가서 나타난 <서광>의 존재는 또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서광>의 비밀이 밝혀질 즈음에는 온통 혼란스럽던 이야기들이 하나의 결말을 가리킨다.

밤의 세계가 품고 있는 마력은 우리의 오감을 뒤흔들어 동공을 확장시키기도 하고 심박수가 빨라지게도 한다. 숨을 죽이고 그 세계에 안겨 있는 동안은 밤이 뿜어내는 어두움에 완전히 빨려들어가게 된다.

 

묘하고 신비스럽고 충격적이며 불안한...

다 읽고 나면 납량특집도 아닌 것이 이상하게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느낌을 던져준다.

백귀야행의 야행인 것은 아닌지, 어깨를 털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털어내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밝은 대낮에도 괜시리 눈을 들어 환하게 빛나는 태양을 한 번 더 쳐다보고 그 자리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온전한 '나'가 살아가는 세상인지,

어둠 속으로 뚫린 구멍 속으로 한 발짝만 내디디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건 아닌지...

환상적인 밤의 작가가 펼쳐내는 이야기 속에서 잠시 몽롱하게 내 자신을 놓고 있다

허우적거리며 손 발을 더듬어 본다.

부모가 갓 태어난 아기의 눈코입 손발을 신경 써서 확인하듯이

이제는 내 몸을 쓰다듬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해보게 되는 것이다.

'다행이다.'

나는 아직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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