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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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소품문에서 배운다 [문장의 온도]

 

얼마 전 끝난 TV 드라마 [사랑의 온도]가 참으로 인상깊었다.

남녀의 엇갈림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오고 또 어느샌가 오해는 풀리기 마련이지만 그런 서로의 엇갈림을 '온도차'라고 설정한 점이 신선했다.

그러다면 [문장의 온도]란 어떤 의미에서 붙인 제목일까?

 

저자는 조선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독서가인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 속 소품문 속에서 문장을 뽑아왔다.

 

[이목구심서]는 제목 그대로 이덕무가 평소 듣고 보고 말하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옮긴 책이고, [선귤당농소]는 '선귤당'에서 크게 웃는다는 뜻처럼 일상생활 속 신변잡기와 잡감에 대해 쓴 것이다. 글을 감상하다 보면 그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삶의 다양한 온도가 문장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6

 

사랑의 온도에서는 주로 '엇갈림'에 초점을 두었다면, 문장의 온도에서는 좋은 문장을 읽었을 때 독자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중점을 둔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따뜻해지거나 뜨거워지거나 시원해지거나 차가워진다는 것이다. 일상이 너무 심심하고 변화가 없어서 자극적인 문장, 상황을 즐기기 위해 추리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이제는 한층 차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싶었다.

급격히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좀 더 내 속으로 침잠해서 안으로부터의 내 변화를 꾀하고 싶었다.

이덕무의 문장들은 조선 시대의 문장, 즉 오래된 문장은 고루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옛 선현들의 틀에 박힌 문장을 본받아 교훈를 곱씹고 훈계를 늘어놓는 식의 문장이 아니었다.

눈을 들어 보이는 모든 것, 마음을 열면 들리는 모든 것에 관심을 둔다.

그 당시 유행했던 '고문'이 아니라, '고문'에 비하면 너무나 하찮고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집어 올려 크게 눈 뜨고 보게 하면서 '소품'을 하나의 경지에 올려 놓는다.

길지 않은 짤막한 글들은 자투리 시간을 내어 읽기에 좋고 한 꼭지의 글만 읽어도 금세 마음이 풍성해진다.

자그적인 일들을 소재로 놓고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가 금세 차갑게 식어버리게 만드는 추리소설과는 확연한 온도 차이가 있다.

어쩜 이리도 작은 일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시야가 넓어질 수 있을까.

지하철에서 책을 펴서 읽고 있는 동안에는 주위의 소음이 일시적으로 '소거'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차분한 정경, 일상에서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는 풍경들 속으로 쉽게 빨려들어갈 수 있었고 더불어 엮은 이의 곁들임 설명으로 새로운 안목을 열 수 있었다.

 

아정, 형암, 청장관 등 호가 많기로 유명한 이덕무는 '책만 보는 바보' 라는 뜻의 '간서치'로도 유명하지만 매화를 좋아해 '매탕'이라는 자호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일 년 내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매화의 풍모와 아취를 즐기고 싶어 인조 매화 즉 '윤회매'를 만들기도 했다. 매화꽃 피고 차 끓는 소리 들리는 정경을 잘 포착한 글에서 한동안 푹 쉬어가고 싶어졌다.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35

연암 박지원이 <낭환집 서문>에 베껴 쓰기도 한 글, 말똥구리와 여의주 이야기는 또한 우열과 존귀와 시비의 이분법에 길들어 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약초 밭두둑 난간의 금봉화가 새벽 비에 붉은 색깔이 가셔 버렸다. 어린 게집종이 꽃을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 세속의 먼지에서 벗어난 통달한 선비가 이 모습을 보고 눈동자를 활짝 열며 말했다. "패왕 항우가 우미인과 울며 이별할 때 바로 이와 같았을 것이다."-76

금봉화는 지금의 봉선화다. 색이 빠진 봉선화를 보며 우는 아이를 보고 항우와 우미인의 고사를 떠올리며 공감하는 선비. 아재 공감이라고 할까~ 하나의 장면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마음을 쓰는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이같이 공감하며 살아간다면 험한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을 텐데...

 

이덕무의 '소품'은 짧고 간략하지만 넓게 연관지어 생각한다면 니체의 철학과도, 루소의 에밀과도 맞닿을 수 있다. 어제를 고찰하고 내일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이덕무의 '소품'은 글이란 마땅히 온몸으로 쓰는 것이다, 를 직접 보여 준 본보기다.

확 달궈지지는 않지만 은은히 온기를 내뿜으며 읽는 내내 따스함 속에 잠기도록 해 주는 [문장의 온도]를 읽어보시라. 맑은 향기가 어디서부턴가 서서히 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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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라이프 - 더 적게 소유하며 더 나은 삶을 사는 법
안나 브론스 지음, 신예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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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딱 그만큼 [라곰 라이프]

 

북유럽식 삶의 방식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커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울창한 숲과 고요한 산의 공기, 시끌시끌한 도시적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현대인에게 쉼터를 제공할 것만 같은 분위기로 우리는 떠나고 싶어한다.

잠깐 떠나는 여행으로 묵은 피로를 떨쳐내고 오는 것만으로는 모자란 것일까.

아예 그 동경하는 곳의 삶의 방식을 우리네 삶에 옮겨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때 핀란드식 '휘게 라이프'가 유행처럼 지나간 뒤 이번에 다가온 것은 '라곰 라이프'다.

꽤 생소한 단어이면서도 시선을 끄는 방식이다.

'라곰 라이프'가 도대체 뭘까?

 

추운 겨울 부엌 창가를 밝힌 촛불, 집 안 전체에 녹아든 황금빛 햇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도시의 건물들.-10

 

스웨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가족이 모두 스웨덴 출신인 저자의 집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바로 '라곰'이라고 한다.

'딱 좋다' 라든가 '적당하다라는 의미로 번역되는 라곰.

 하나의 단어를 번역해서 우리 말로 이해한다고 해도 그 단어가 가지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는 없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둘 사이 어디쯤에 있는 그 무엇.

양극단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잡는 것. 각자의 삶 속 균형의 문제이기도, 사회적 이해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11

 

저자는 책의 전체에 걸쳐 '라곰' 이라는 말의 의미를 풀어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스웨덴 인 삶의 방식 곳곳에 공기처럼 녹아 있는 '라곰 라이프'를 예로 들어 알려주기도 하고 삶 속에 라곰 라이프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보게도  만든다.

 

천천히, 느리게, 일상을 끌어안는 법.

그 방법을 궁리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라곰 라이프'를 즐기게 되지 않을까.

 

양보다 질을 추구하면서 과도한 소비를 줄이게 되면 내적으로 충만한 삶으로 채워질 것 같다.

자꾸만 겉을 꾸미려는 , 남의 눈을 의식하는 듯한 행동에 끌려가는 내 모습을 반성하며 라곰 라이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딱 그만큼을 찾는 과정은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

하루아침에 '라곰 라이프'로 리셋!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이 책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며 서서히 바뀌어나갈 수는 있을 것 같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 삶,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삶.

뭔가 대단히 멋진 것을 이제까지 빠뜨리고 살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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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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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길고양이 먹이 안내 스티커 + 독극물 살포 경고 스티커가 들어 있어요~

 

 

고양이를 보면 마냥 행복한 사람 중의 한 명이지만 막상 고양이를 키우라거나 입양하라고 하면 멈칫 할 것 같다.

반려묘를 키운다는 게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함께 살면 행복하거나 기분 좋을 수 있지만 때때로 성질을 거스르는 야옹 소리와 날아다니는 털뭉치들을 보고도 웃을 수 있을까 싶어서다.

내가 저 생명을 데려다 잘 키울 수 있을까?

반려묘가 요즘 대세라고는 하지만 대세라고 해서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을 덥석 해 버리는 건 더 책임감 없는 짓이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혹은 동네 뒷골목, 으슥하고 한적한 공원 풀숲 사이에 언뜻언뜻 보이는 우아하면서도 잰걸음의 주인공 길냥이들을 보면 더욱 심사숙고해야만 할 일이다.

 

고양이를 대할 때마다 일어나는 이 이중적인 감정 앞에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이 늘어나지만 유기묘가 증가하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에서 벗어나 상생을 얘기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길고양이를 위해 길 위에서 분투하는 캣맘 캣대디의 입장에서는 위로를 얻을 수 있을 터이고 초보 캣맘들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마냥 사랑스러운 눈빛을 고양이에게 쏘아대는 것만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일단 고양이를 제대로 알아야 맘껏 사랑을 줄 수도, 적당히 관심을 가지고 돌봐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 집사라면 이 그림을 보고 훗~하고 코웃음을 치려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이들은 고양이의 몸짓 언어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겠지.

하지만 고양이를 대하는 게 영 어색한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꼬리가 물음표 모양으로 살짝 구부러지면 그 또한 친근함과 궁금함의 표시라는 것도 재미있다.

꼬리를 보고 고양이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면 멋진 일일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고양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음을 알게 된다.

특히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아닌,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특히나 더욱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야야 한다.

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 불쌍해 무턱대고 밥주기부터 시작하는 초보캣맘들이 명심해야 할 것!

한 번에 많이 주지 말자, 물은 꼭 주어야 한다, 잦은 캔 급여는 삼가자, 겨울에는 엔진룸을 꼭 살피고 여름에는 급식소의 청결에 주의하자.

어쩔 수 없이 임신묘를 집에 들일 때도 친밀도가 높지 않다면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안전하지 않은 공간은 어미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출산 후 아기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게 되거나 극단적으로 아기 고양이를  해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동물농장을 보면 길에서 마주치는 개나 고양이를 구조하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다양한 경우에 처한 길고양이들이 많으므로 상황에 따른 대처를 하는 방법도 알아두면 좋겠다.

옥상과 천장에 고양이가 있다든지. 목에 올무(철사)가 감겨 있는 경우 , 고양이가 끈끈이에 붙었을 경우, 품종묘가 돌아다닐 경우 등등 다양한 상황들이 있으므로 꼼꼼하게 읽어두자.

 

고양이는 인간에게 수수께끼로 남기로 작정했다. -오이겐 스키사 바이스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힘은 무한대가 된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고양이와 함께 하라 -제임스 올리버 크롬웰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슈바이처

 

고양이에 대한 명언을 읽으며 고양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지내온 역사를 훑어본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이용한 작가와 한국고양이보호협회가 공동 집필한 캣맘과 애묘인을 위한 길고양이 가이드북.

길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을 터득해 보자.

 

#고양이 #길고양이 #길냥이 #고양이입양 #길고양이가이드북 #길고양이안내서 #고양이보호소  #캣맘 #캣대디
#집사 #이용한 #고양이보호협회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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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탐구하기 청개구리 문고 28
이하은 지음, 김성영 그림 / 청개구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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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여전사의 전설 속으로 [첫사랑 탐구하기]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면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키가 훌쩍 크고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를 보며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급격히 말수가 줄어들고 혼자 무언가를 하고자 하며 비밀이 많아진 것 같은 내 아이.

예전처럼 조잘조잘 무엇이든 떠들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몸이 커진 만큼 이제 스스로 곧 자립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엄마의 간섭을 눈에 띄게 싫어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해결책 중 가장 나은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가 문제죠.

 

[첫사랑 탐구하기]라는 책을 함께 읽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슬금슬금 싹트기 시작하는 핑크빛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라든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라든지 등등의 보따리를 꺼내기에 딱 좋은 소재랍니다.

 

주인공 미랑이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입니다.

(딱 우리 아이와 같은 또래라 처음부터 심하게 감정 이입되는 엄마~)

봄방학이 끝나고 서울에서 김해로 전학을 왔죠. 모든 것이 낯선 상태지만 학생회장이자 방송부원인 황지후가 옆집 마당에서  외발 자전거를 타는 걸 본 뒤로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바야흐로 이웃집 남자아이와 첫사랑을 시작하려는 중이죠.

 

 

 

"아빠, 우리 옆집에 사는 황지후 말이야 혹시 전설에 나오는 황세 장군 후손일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아빠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25

 

 

살풋 떠오르는 솜사탕 같은 첫사랑을 아빠에게 살짝쿵 드러내 보이는 데서는 아이다운 순수함이 엿보이네요. 미랑이는 아빠와 동네 구경을 하다 봉황대에서 황세 바위를 보고 황세 바위에 얽힌 전설을 읽게 됩니다.

 

김해는 예전에 6가야 중에서 금관가야에 속했던 지역이며 철갑옷으로 무장한 가야 무사를 모티브로 한 박물관이며 김수로왕릉 등 유명한 유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김수로 왕과 허황옥 왕비의 이야기로 만드는 축제도 해마다 열리곤 하는데요, 황세 바위 전설은 저도 처음 접합니다.

전설의 내용은 이렇네요.

황정승과 출정승의 친분으로 의형제를 맺었던 황세와 출여의. 하지만 여의는 사실은 여자였답니다. 어느날 황세가 여의에게 오줌 멀리누기 시합을 하자고 제의하자 여의는 삼대 줄기로 위기를 모면하는데, 그 시합을 한 곳이 바로 황세바위라고 해요. 자랄수록 여인의 태가 나는 여의는 자신이 여인임을 밝히고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그후 신라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황세는 왕의 명으로 유민공주와 결혼을 하죠. 여의는 첫사랑 황세를 그리워하다 죽고 황세도 뒤따라 죽습니다. 공주는 유민산으로 출가하여 중이 됩니다.

 

여의에게 남장을 시킨 이유는 뭘까? 황세는 왜 의미없이 죽었을까?

가야는 뛰어난 철기 문화를 가졌는데도 왜 황세는 약하게 표현되었을까?

미랑이는 황세 바위 전설이 사랑을 너무 쉽게 다루는 데, 그리고 가야가 약하게 표현되었다는 데에 의문을 품습니다. 마침 선생님으로부터 가야 역사 보고서를 써오라는 특별 과제를 받고 바로 '황세 바위 전설'을 주제로 탐구를 시작합니다.

 

독특한 관점으로 역사 유적을 바라보고 역사에 흥미를 가진 미랑이가 참 대단해 보입니다.

무엇이든 관심이 있어야 탐구할 마음이 생긴다는, 참으로 기본적인 원리를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네요.

미랑이의 끈기 있는 탐구로 다시 태어날 황세 바위 전설이 참으로 기대되는 와중에,

미랑이와 황지후 사이에 여주라는 떨떠름한 인물이 끼어드네요.

순조로운 첫사랑은 좀 재미가 없나요? ^^

어린 시절부터 지후의 친구였다는 여주는 방황하는 청소년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헤쳐나가야 할 텐데, 미랑이에게는 좀 헤쳐나가기 어려운 관문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첫사랑 탐구하기]는 김해 황세 바위 전설을 매개로 해서 가야 역사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고, 더불어 사춘기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동화라는 장치는 역사 속 인물을 실제로 만나본다면 어떨까, 하는 판타지도 자연스럽게 해소시켜 줄 수 있습니다. 쑥 튀어나와 내 손을 잡는 가야 여전사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오래간만에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동화 속 이야기에 푹 빠져볼 수 있었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툭 건드려주고 사춘기에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이렇게 상상과 역사 이야기로 버무려 놓으니 아이들이 이 책을 후루룩 읽어낼 것 같아요.

시크한 척, 무심한 척 책을 읽고 난 우리 딸아이는 겉으론 표정에 변화가 없네요.

이제 마음 속에서 이 책 이야기가 한껏 발효되고 무르익고 나면 슬슬 아이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보려고요.

새침하게 첫사랑 이야기만 나와도 "그런 거 몰라."하고 말을 딱 끊던 아이인데, 조금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겠죠.

엄마인 저는 우리 아이의 첫사랑 대상을 알고 있는데~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데~

 

더불어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탐구 동기를 일깨워주는 것이 현장체험에서 곧바로 생기는 호기심이라는 것도 배워갑니다. 집이 부산이니 당장 김해로 달려가 동네 놀이터처럼 친근한 거리에 있는 김해 박물관, 대성동 박물관을 거쳐 봉황대, 김수로왕릉까지 쭉 구경하고 싶네요. 해마다 치러지는 가야 문화 축제도 참여해야겠구요. 벌써 마음이 들썩들썩 바빠지네요.

좋은 책 한 권은 이렇게 몸과 마음을 바쁘게 만듭니다. ^^

 

 

 

#첫사랑 탐구하기,#김해,#금관가야,#역사동화,#이하은장편동화,#황세바위전설,#가야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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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전 - 상 - 전면개정판 춘추좌전
좌구명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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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문화를 이해하는 열쇠[춘추좌전 상/하]

 

 

 

춘추전국시대 3대 사서라 하여 

좌구명의 [춘추좌전]

좌구명의 [국어]

유향의 [전국책]을 꼽는다.

 

삼국지를 능가하는 최고의 전략서라 하는 [전국책]을 제외하고는 [춘추좌전]과 [국어]가 내 손 안에 있다.

[춘추좌전]은 공자가 만든 '경'에 현인 좌구명이 '전'을 단 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원래 [춘추좌전]은 오랫동안 [좌씨춘추]나 [춘추좌씨전]이라는 두 가지 명칭으로 혼용돼왔다. 후한 때 [좌씨춘추]가 [춘추]에 대한 주석서로 공인받으면서 [춘추좌전]이라는 명칭이 널리 통용되었다.

신동준의 역작을 손에만 넣고 있으되, 그 의미를 파악하고 실제 활용하는 일에는 아직 발걸음도 떼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21세기에 좌전을 읽으며 무엇을 얻어야 할 것인지 ...

 

어제 TV에서 플라톤 아카데미 특강으로 장하*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바꾸는 일까지 결행한 우리이지만 아직도 '불평등'은 곳곳에 남아 있다.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 있는 아니지만 IMF 위기 이후 나라의 큰 어려움을 겪어본 세대로서 조급증이 다가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삼포세대는 N포세대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그 이후의 더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잉여인간' 이라며 비하하고 있는 상태로 전락했다.

우울하고 웃을 일 없는 이야기가 계속되었지만 현 세태에 이르게 된 원인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여겨졌다.

민주화가 일어나고 시장경제가 이루어져 갔다고는 하지만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으로 이루어놓은 급속도의 성장은 잠깐의 놀라움을 낳고 그 뒤로는 점점 더 커지는 병폐를 끌고 왔다.

정치와 재벌의 결탁으로 시장이 이상한 방향으로 성장한 것이다. 경제성장은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일반인들이 그 사실을 체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

임금으로 채워져야 할 성장의 결과가 기업의 특히 100대 재벌 기업의 부 축적으로만 쌓이는 해괴한 통계자료.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주어야 경제가 돌아갈 것인데 매출이 적은 중소기업에서만 일자리를 기대하게 되고 갈수록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있는 사태에 내몰린 젊은이들은 쉽게 현실을 포기하고 만다.

국가가 나서서 무언가를 해줄거란 기대를 한 채 20년, 30년을 지내 온 사람들은 이제 50대, 60대가 되었으며 "보수"쪽으로 물러나 앉은 채 아무 것도 할 의욕이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는 것인가?

처음에는 단호하게 'No.'라는 메시지를 띄웠던 강연자는 그래도 희망을 걸어보자며 'YES'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느냐? 당연히 미래의 주인인 20대라고 한다.

 

다이* 같은 매장에서 작은 스티커나 저가의 인테리어 제품을 사서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만족하는 일로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읽어내고 제대로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기성세대가 해주어야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짊어지고 나아가야 하는데...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공통의 목표의식을 가지고 행동에 옮길 때다.

다만 현실이 너무나도 막막할 때, 고전의 한 구절에서 희망 하나를 건져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10대 시절부터 임창순 선생이 운영하던 '태동고전연구소'에서 [춘추좌전] 강독을 접한 이래 현재까지도 [춘추좌전]과 씨름했다는 저자는 계속해서 관중을 비롯해 춘추전국시대 연구에 천착해왔다.

'역자서문'에서 역자는  모 헌법재판관이 대통령 탄핵결정문 보충의견 인용 중'범금몽은하위정'(犯禁蒙恩何爲正)이란  불명확한 전거를 끌어다 쓴 부분을 개탄한다. 전거도 없는 엉터리 글을 관중의 말로 소개한 이는 한 신문사의 주필을 지낸 사람이 신문연재에 쓴 글이라 한다.

 

전거도 없는 엉터리 글과 이를 겁 없이 인용하는 재판관의 무모한 판결문이 횡행하는 한, 일본을 비웃다가 나라를 망친 조선조 사대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13

 

역자는 고전에 나오는 한 구절까지도 끝까지 파고드는 학자들의 철저한 탐구정신에 입각해 고전에 관한 심도 있는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

고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자주 들여다 보고 마음의 양식으로 삼는다면 어느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꿋꿋한 리더십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는 무려 550년간 지속되었다. 전쟁이 거의 하루도 그치지 않고 빚어졌으며 싸움도 시간이 갈수록 격화됐다. 이 때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치국평천하 방략이 등장했다 한다.

역자는 춘추전국시대를 모르면 동아시아의 역사문화를 이해할 길이 없게 된다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한가운데에 있는 한반도의 현 정세를 날카롭게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왕도와 패도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북한과의 미묘한 줄다리기 사이에서 우리는 고려해야 할 국가가 너무나도 많다.

미국, 중국, 일본.

난세의 이치를 집대성해 놓은 '좌전학'에 대한 깊은 탐사가 답이라며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

 

 

 

춘추전국의 모든 역사를 샅샅이 훑는 일은 힘에 부쳐, 눈에 익은 인물들을 위주로 본다.

관중과 포숙아의 '관포지교' 이야기는 [춘추좌전]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노나라와 제나라가 서로를 견제하다 포숙아의 제나라가 승세를 점했다. 공자 규와 소흘은 죽었지만 관중은 포숙아 덕에 목숨을 구한다.

 

"관이오의 정치적 재능이 제나라의 상경인 고혜보다 뛰어나니 그를 재상으로 발탁해 쓰는 것이 가할 것입니다. 제환공이 포숙아의 말을 좇아 관중을 재나라의 재상으로 삼았다.-상)161

 

 

진문공이 극결을 대부로 삼는 장면도 재미있다.

 

당초 구계가 사자가 돼 기 땅을 지나다가 우연히 밭에서 김을 매는 극결과 새참을 내오는 그의 아내를 보게 됐다. 이 때 그들은 마치 서로 손님을 대하듯이 공경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계가 극결을 데리고 돌아와 진문공에게 건의했다.-상)400 

 

춘추전국의 난세에서도 재능 있는 인물을 구하는 것이 즉 '인사(人事)가 '천문', '지리'보다 우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역량 있는 리더십을 가진 인재가 되려면 [춘추좌전] 같은 고전에서 지혜를 얻어 활용했으면 좋겠다.

 

원문을 바로 옆에 실어 두었으니 역문과 원문을 번갈아 읽는 재미도 있다.

나라간 운명을 건 전투에서 간계와 모략이 오가고 진정한 참모를 알아보는 군주의 역량도 드러난다.

주-노-제-진-초-진(秦)-연-오월 등 명멸하는 나라들의 명운을 되짚어 보며 춘추시대를 머리와 마음으로 담는다.

 

 

 

열국세계표, 춘추시대 연표, 열국성씨표, 노나라 군주 약사 등이 부록으로 실려 있으니 참조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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