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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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으로 감정의 가지치기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아들 녀석은 요즘 큐브 맞추기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 그냥 큐브를 툭 던져 주었을 때는 대충 돌려보다가 끝까지 맞추기가 힘들다는 걸 알자 금세 흥미를 잃고 손을 놓았었다.

그런데 자기보다 한 살 아래인 사촌 동생이 '30초 안에 큐브를 맞춘다더라', 한 마디를 퉁겨주니 활활 타올라서는 유튜브를 보더니 공식을 찾아내더라.

한 달간의 기한을 줄 테니 너도~라며 적당히 자극을 주었더니 2주도 채 안 된 어느 날 아침, 환호성을 울리는 것이었다.

"드디어, 완성했다. 이제 어떤 큐브든 맞출 수 있다."라며 이불 위에서 방방 뛰고 난리가 났다.

아침부터 꽤 요란스레 야단법석을 떨기에 좀 조용히 시킬까 했지만 아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한소리 할 수가 없었다.

녀석의 누나는 한 쪽에서 시끄럽다고 얼굴을 찌푸렸지만 나는 손뼉을 쳐주며 "대단하다. 진짜 빨리 마스터했네? 그렇게 어려운 걸?"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녀석은 그 뒤로도 한참동안 이불 위에서 자축의 세레모니를 하고 신나서 소리를 지르다 큐브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결코 노력을 기울이는 일 없던 아이가 도전해 볼만한 일을 만나서 여가 시간에 TV만화를 보지 않고 큐브에 매달렸던 걸 알기에 그 과정에 대한 칭찬도 더해서 해주었더니 내 마음도 한결 가볍고 기뻤다.

"대단하다."

"진짜 장하다."는 한 마디에 우쭐우쭐해가지고 가는 모습이 좀 우습기도 했지만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 마디의 칭찬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엇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우쭐해 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은 경박하고 꼴사나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향해 더 크게 날갯짓할 수 있는 멋진 둔감력을 가진 것이다.라는 책 속의 구절이 크게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의 자존감으로 꽉 채워져 있을 때 어떤 일이든 순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고 하루하루를 충만한 감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가정환경이나 커가면서의 사회적 환경 때문에 그 자존감이 튼튼한 나무뿌리처럼 뿌리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특히나 '예민함'으로 사람들에게 비춰지면서 그 사람의 성격을 결정지어 버리게 되기도 한다.

예민함과 둔감함 중에서 그래도 뭐가 나은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둔감함을 선택하겠다.

자존감이 그렇게 깊이 뿌리내린 사람은 아니지만 원래 성격이 좀 무던하기도 한 것도 있어

둔감함 쪽이 더 내게 잘 맞는 옷인 것 같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누구에게 한 소리 들으면 오래오래 간직하는 면이 가끔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냥 잘 넘어가려고 하는 편이다.

주변에 꼭 있기 마련인 '예민함 갑'인 사람 옆에 있으면 부쩍 더 나의 둔감함이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에서는 '둔감력'을 얘기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책 속에서의 둔감함도 절대적인 둔감함이 아니라 상대적인 둔감함을 말하는 것일 게다.

재능이 뛰어나지만 자존심 강한 소설가가 있었다. 원고를 퇴짜 맞는 일에 상처를 받았던 그는 금세 주눅이 들고 말아 새로운 소설을 쓸 기력이 없어졌다.새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계속해서 놓친 그는 마침내 문단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좋은 의미의 우직한 둔감력이 있었더라면 그는 분명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극도로 집중해야 하고 예민한 상태에 있는 후배 의사에게 구시렁구시렁 잔소리를 해대는 선배 의사가 있다. 어떤 이는 잔뜩 긴장하고 어떤 이는 "네~, 네."하고 쇠귀에 경 읽기 식으로 흘려들었다. 강인한 둔감력을 길렀던 의사는 꾸중을 듣는 중에도 챙길 건 챙겨서 수술 실력이 부쩍 늘었다. 어지간한 일은 태연히 넘길 수 있는 대담함을 가진 그는 훗날 칠십이 넘어도 여유 있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둔감력은 남녀의 연애에도, 어렵기만 한 결혼생활에도, 암이라는 큰 병에 걸렸을 때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 '외톨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둔감력'이라는 말이다.

핑크색 바탕에 강렬한 꽃무늬가 새겨진 원피스를 입고 "이 옷 어때요?"하고 물을 수 있는 할머니는 이웃들의 겉치레나 비웃음 섞인 대답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주군가가 빈정대도 '나는 내 길을 가겠다'는 태도록 씩씩하게 나가는 자세, 이런 둔감력이 창조적이고 획기적인 일을 성공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자존감이 어린 시절이나 주변 환경에 크게 좌우되듯이 둔감력을 기르는 첫걸음은 너그러운 부모에게서 칭찬받으며 자라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큐브를 맞추며 방방 뛰던 아이에게 잔소리 대신 칭찬을 날려 준 내 행동을 스스로 칭찬한다. ^^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면 실수하거나 실패해서 상사의 질책을 받을 경우가 생긴다. 이 때 실패나 실수는 빨리 머릿속에서 떨쳐내기. 그 대신 상사에게 칭찬받았던 일,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던 일을 기억에 저장해 놓아다가 필요할 때마다 떠올리기.

이런 좋은 의미의 낙천주의가 긍정적인 마음과 강인한 둔감력을 키워준다.

울 아들은 작은 성공에서 오는 기쁨 다음에 엄마의 적절한 지지를 받았으니 둔감력이 +1 상승하지 않았을까?

 

괜시리 서럽거나 우울한 날, 기분이 나쁘고 쓸데없이 예민해진 날, 평소 차곡차곡 쌓아둔 둔감력을 꺼내 불필요한 감정을 가지치기 해 보자.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봄날의 날씨 따위에 내 감정을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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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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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대중음악 입문서 [POP IT UP!]

 

 

 

얼마 전에 우연히 들었던 곡이 옛날 라디오를 듣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다.

pop 가사 중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 그리고 계속적으로 반복되던 부분을 통해 제목을 유추할 수 있었다.

Wouldn't it be good to be~어쩌고 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계속 들었던 노래였는데

애수 어린 남성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추억 속으로 푹 빠져들어 버렸다.

내가 한 때 좋아했던 가수 Tommy page의 목소리를 너무 닮아서 그의 노래인가 싶어 인터넷에서 가사를 찾아보았더니 다른 가수였다.

원곡 가수는 Nik Kershaw라나~ 80년대 신스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명곡이라고 했다.

뒤에 눈썹을 얇게 다듬은 싱어가 노래하는 Placebo라는 그룹에서 불렀던 영상도 찾아볼 수 있었다.

원곡은 좀 느렸고 완전 취향저격이었다면 Placebo의 노래는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어쨌든 두 곡 다 매력적이었고 눈물 촉촉 까지는 아니었어도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그널 음악이 나오는 시간을 목빠져라 기다렸던 어린 시절로 슝슝 나를 태워보낼 정도는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내가 좋아하는 Pop을 찾아 듣는다는 사소한 즐거움조차 잊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검색을 통해서 반가운 노래를 들으니 감성이 사르르 돋아나는 것이...

음악에 대한 내 기호는 사라지지 않았어.

다만 현실의 무게가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을 뿐. ㅠㅠ

62페이지쯤 보면 <빌보드 선정, 시대를 대표한 팝 히트곡 1970~2016 > 목록이 나온다.

한참 음악을 즐겨 듣던 그 즈음의 제목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 1989년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ting> 부터 1997년 토니 브렉스턴의 <Unbreak my heart>까지는 확실히 아는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 이후는 드문드문 아는 곡도 있고 모르는 곡도 있고..

2016년은 아델의 <Hello>가 차지하고 있었다.

조금만 관심 가지면 그 해의 대표곡 정도는 계속 알고 살 수 있었을 텐데...

 

[Pop it up]은 남무성, 장기호가 만화로 펴낸 대중음악 입문기 정도라 보면 될까.

대중음악이나 실용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은 한 번쯤 건반을 두드려 보고 화성학에 발을 들여보았을 것이다.

다만 나처럼 듣기만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음악용어들이 이 책 속에선 친숙하게 다가온다.

마이클 잭슨이며 비틀즈, 심지어 베토벤까지도 만화로 표현되는 순간 친근함을 장착하게 되니 말이다.

 

 

 

 

스리슬쩍 풀어내는 입담으로 대중음악과 실용음악 어디쯤을 헤매다 보면 본격적으로 화성이론 수업이 펼쳐지는데

음악에 문외한일지라도 무리없이 읽어나갈 수 있게 구석구석 재미있는 눈요깃거리가 나온다.

조금만 진지하게 읽어나간다면 화성학의 기초를 마스터할 수 있을 정도.

 

 

 

 

 

 대중음악의 작곡 형식을 100분 토론 형식을 빌어 설명한 부분이다.

배철수, 존 레논, 재즈 평론 남무동, 빛과 소금 출신 장기알 등 살짝 비튼 이름으로 등장한 네 명의 이름을 빌어 토론이 진행된다.

팝 음악의 형식 중에서도 버스와 코러스를 이용하는 형식에 히트곡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있다며 운을 띄는  사회자는 바로 손석희다. ^^

특징 있는 인물들의 말투를 떠올리며 읽어나가니 내용이 쏙쏙 들어와 박힌다.

 

 

 

히트곡의 조건인 멜로디, 가사, 훅을 짚어보고 대중음악의 3가지 형식을 알면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셈.

다음부터는 실용음악 따라잡기를 위한 실전기본화성 교육이 시작된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만화를 일다 보면 저절로 익혀질 테니까.

조선왕조실록을 조선왕조실톡으로 보고 배우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 생각하면 된다.

아휴. 음악 하는 사람들은 이 복잡한 걸 머릿속에 넣고 창작을 시도해야 한단 말인가..

그저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 남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초등학교 내내 수학 영재가 불리던 지인의 아들이 중학교 들어와서 과학고 입시를 준비한다고 했다.

당연한 수순이라 알고 매일 서너 시간의 빡센 수학, 과학 수업을 들으러 먼거리의 학원을 다니는 것을 대견스럽다 했다.

그런데 3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아이가 이른바 영재수업을 다 때려치우고 실용음악 학원을 등록해달라고 떼쓴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제적 남자>에 출연했던 페퍼톤스 멤버인 이장원을 평소 우러르던 그 아이가 음악 쪽으로 길을 틀었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성화에 못 이긴 지인은 어쩔 수 없이 아이 말대로 실용음악 학원을 찾아 등록해 주었다고 했다.

피아노를 배워 왔기에 기본적인 이론 수업 지식은 있을 터.

꿈을 찾아 한 걸음 내딛은 그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딱 좋겠다 싶었다.

 

 

음악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사람 , 장차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 책을 집중해서 보시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이해될 때까지 보다 보면 음악이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이다.

 

#남무성 #장기호 #빛과소금 #팝송
#만화 #음악 #실용음악 #배철수 #선우정아
#박재범 #작곡 #작사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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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 인류 고전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하다
박병기 지음 / 인간사랑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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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법을 배우다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내 메일함에는 한국고전번역원으로부터 <고전산책>이라는 이야기가 도착한다.

고전명구를 제시하고 거기에다  글쓴이의 해설을 덧붙인 글이다.

공부와 관련된 글, 자기수양에 관련된 글, 눈오는 동짓날 밤의 정경에 대한 한시감상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전달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아직 미숙하기에 고전명구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 구독 중인 것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글쓴이들의 해석을 볼 때마다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어 꽤 공부가 된다.

책을 많이 읽는다지만 '많이'에 치중해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내 현실을 반성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으려면 천천히 음미하고 질문하고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을.

내가 읽은 책들은 그저 꽂히는 문장이 있을 때에 책장을 꺾어 접어 놓는 것 외에는 본문이 너무나 말짱하니 나중에 다시 보기도 민망하다.

 

중학교 1학년 된 딸아이가 학교 국어 시간에 "한 학기 책 한 권 읽기"를 시작한다고 했다.

모둠별로 책을 골라 책 한 권을 정독하고 토론을 한다는 것인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 자못 궁금했었다.

딸아이는 책 본문에 질문을 써넣는다고 했다.

책 한 권에 "제대로 된" 질문 5개 이상일 경우에 수행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읽고 모둠 안에서 좀 똘똘한 아이가 발표를 하면서 대충 토론의 형식을 띌 것이라던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그렇다. 텍스트를 제대로 보려면 책을 읽고 의문을 품은 다음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도 간과했던 핵심을 국어 선생님이 딱 짚어 준 거였다.

무작정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라고 하면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아이들이 그걸 해 낼 수 있을까?

곰곰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질문을 캐낸 다음 자신의 현실에 맞는 답을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토론의 물꼬가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는 어떤 장르의 책이든 겉핥기로만 일관해 온 내 책읽기 성향을 비판하며 보게 만들었다.

많은 책들 중에서도 인류 고전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고전이 왜 중요한가, 하고 질문을 던진 다음  고전 자체가 목적인 우리 아이들과 그 길로만 아이들을 내모는 학부모들을 일깨우고 그 다음에야 고전을 내 삶과 연결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철학적 물음을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다.

저자는, 철학적 물음에는 죽음 같은 심각한 것도 포함되지만, 삶의 지루함이나 일상적인 고통 같은 주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왜 마음먹은 대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지와 같은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우선 자신의 사유를 전개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친구관계 같은 관계 속으로 확장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고전의 저자들과 만나는 게 좋다.-206

 

그런 연습을 거치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세월호나 촛불집회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보면서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고민을 할 때 [금강경] 읽기, 공부가 고통인 시절에 율곡의 [격몽요결] 읽기, 행복과 의미 상실의 시대에 [논어] 읽기, 상징폭력의 시대에 플라톤의 [국가] 다시 읽기 등, 소제목을 보면서 지금 내 고민과 관련된 부분을 펼쳐 읽으면 좋다.

 

고전을 많이 읽고 그 지식을 뽐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자는 한 권의 고전을 읽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겠다는 무모한 도전보다는 눈길과 마음이 가는 데 멈춰 서서 깊이 읽어가며 저자가 대화의 상대자로 나서주기를 기대해 보라고 말한다. 어느 순간 한 번만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 그 때에는 고전이 지니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될 거라면서 말이다.

이제껏 관심 기울이지 않았던 고전독법. 아이로부터도 배우고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란 책을 읽으면서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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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의 화첩 - 열두 가지 이야기로 그려보는 한국풍 메르헨 (컬러링북)
곰곰e 지음 / 더도어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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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풍 메르헨 컬러링 [이야기꾼의 화첩]

 

 

 

 

 

한동안 컬러링 책의 인기가 뜸한가 싶었는데,

이번에 색다른 매력의 컬러링 책이 등장했네요.

[이야기꾼의 화첩] 이래서, 컬러링 책이 아니라 작가의 그림을 실은 도록인가 했는데, 아니네요.

해외의 동화, 신화 등을 한국풍으로 재해석해서 그리고 있다는 저자 김진영은 곰곰e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네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하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동화 -한국 전래 동화나 외국 고전 동화 등에 새로운 해석을 가해서 한국풍 메르헨으로 탄생시킨 것이네요.

이야기의 얼개는 그대로 놔두고 인물, 배경 등을 한국풍으로 다시 바꾼 것이라 익숙한 듯 새로운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전 세계 동화에 우리나라 옷을 입혀 보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비롯된  산물이라 할 수 있어요.

한국의 한복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한복 차려 입고 세계 각지로 나가 한국의 미를 알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문제지만요~

한복, 우리나라의 전통의상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왠지 뿌듯해지는 마음.

 

빨간 모자, 잠자는 미녀, 피터팬, 눈의 여왕, 백설공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엄지공주 같은 외국 고전 동화에다가

선녀와 나무꾼, 견우와 직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같은 우리나라 전래동화까지 다루고 있어요.

메르헨-동화.

같은 말, 다른 느낌의 단어처럼 여기에 나오는 매혹적인 그림들도 색다른 맛을 보여줍니다.

 

 

 

어설픈 실력으로 먼저 <선녀와 나무꾼> 편의 일러스트를 채색해 보았어요. 그런데 옥의 티인가요.

선녀의 다리가 좀 비정상적으로 길다는 느낌적인 느낌...

어쨌든 이 동화는 익숙한 것이라 그저 아름다운 일러스트다, 라는 생각으로 넘길 수 있었는데요.

이제 외국 고전 동화로 넘어가면 신기한 것 투성이인 그림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거예요.

 

 

 

이거, 이거~

이게 무슨 동화 이야기인지 알아보실까요?

플라밍고를 거꾸로 들고 투호 놀이를 하고 있는 왕비군요.

도도하고 당당하며 시크한 매력의 왕비와 홍학이라...

트럼프 병정들을 거느리고 이상한 나라를 지배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바로 그 왕비님이 떠오르지 않나요?

네, 이 그림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그림이랍니다.

시계토끼는 무거운 해시계를 지고 끙끙거리는 토끼로, 카드 병정은 화투 병정으로, 애벌레는 담배를 피는 기녀로, 플라밍고로 크로케를 하는 여왕은 학으로 투호를 하는 것으로 표현했다고 해요.  

적응 안 되지만, 또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끝내 적응 안 되는 것도 아닌,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네요.

 

 

위의 그림은 바로 알아보시겠죠?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소녀가 만난 것은 바로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늑대인가요?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던 소녀는 숲에서 어떤 사내를 만났는데, 털은 좀 수북하지만 얼굴이 멀끔하고 고운 비단 두루마기에 값비싸 보이는 노리개를 하고 있었대요. 병에 좋은 약초를 알려준다는 말에 덜컥 그를 따라가는데...

 

그 옆은 오작교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견우와 직녀> 겠죠.

무지 자연스러운 전개.

이상할 것 하나 없는 그림이랍니다. ^^

 

 

이건 각각 어떤 동화 속 그림일까요?

왼쪽은 <잠자는 미녀>랍니다. 한국풍 메르헨에 등장하는 미녀는 신라시대 공주로 변신했네요. 호기심이 많아 저주의 주문이 깃든 물레를 만지고 잠든 공주를 구해줄 이는 누구?

 

오른쪽은 은빛 여우를 안고 있는 서늘한 느낌의 여왕님.

바로 <눈의 여왕>을 나타내는 그림이랍니다.

모든 것을 얼게 만드는 차가운 손을 가진 여왕님은 커다란 호수 한가운데 집을 짓고, 서리로 코끼리를 만들어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합니다. 외로운 여왕님의 곁에 있어주는 것은 서리로 직접 만든 여우 뿐.

 

 

 

요건 또 깜놀하게 만드는 그림이었죠.

잠자고 있는 하얀 얼굴의 공주는 바로 <백설공주>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난쟁이들은 얼굴에 탈을 쓰고 있네요.

도깨비로 형상화하지 않고 탈을 쓰고 있어 우스운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엄지공주, 피터팬 등은 어떤 상상력을 가미해서 새롭게 태어났는지 궁금하시죠?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상식 속 주인공들이 한국의 전통문화 속으로 쑥 들어왔을 때,

만나게 되는 낯설고 기묘한 느낌들이 첫번째 충격을 던져주고요,

한국적 그림으로 재탄생한 인물들의 아름다움이 두 번째 충격을 줍니다.  

컬러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재미도 뺄 수 없겠죠.

 

아이와 한 두 장씩 나눠 가며 컬러링하기도 좋아요 .

그림에 관심 없는 초딩 아들 녀석도 그림이 색다르고 신선한지 옆에 와서 "뭣 좀 거들어 줄까?"

하고 나서네요.

덕분에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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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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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오만과 편견, 로맨스 끝판왕! [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는 [계약결혼], [말괄량이 상속녀], [영원보다 긴 사랑]을 포함해 마흔 세 권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썼다고 한다. 말하자면, 할리퀸 로맨스계의 대모라 불리는 이다.

소싯적, 할리퀸 로맨스를 탐독해왔던 이로서, 그 이름을 한 번쯤 안 들어봤다면 거짓말일 터. ^^

 

할리퀸 로맨스는 불안하고 삭막했던 여고생의 수험생 시절을 밝혀준 등불이었다~~

국어 교과서 안으로 쏙 들어오던 작은 크기의 할리퀸 로맨스는  지루하기 그지없던 국어 시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더랬다.

길고 긴 지문을 읽어내는 힘은 할리퀸로맨스를 속독하던 실력으로 가볍게 기를 수 있었지...

각 과목 선생님들의 발자국 소리를 짝사랑의 열병에 쿵덕대던 여주인공의 심장 소리와 동일시하면서 쫄깃한 긴장감을 즐겼었고...

건장하고 매력 넘치는 남주인공의 찡긋, 윙크 한 번에 하루의 피로를 날려보냈었다.

풀어놓자면 끝도 없는 할리퀸로맨스와 나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은 어엿한 성인이 되면서부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는데.

이제 와 다시 그 이름, 할리퀸로맨스라는 이름을 마주하고 보니 이 나이 먹어서도 새삼 발그레해지는 건 기분 탓인가.

가끔, 아주 가끔. 연애 소설 비슷한 것을 읽으며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곤 했는데, 본격적인, 대놓고 할리퀸 로맨스인 이 책을, 그것도 아주 두툼한 이 책을 대하고 보니 자꾸 아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하루에 7,8교시인 수업 시간을 완전히 대체해 버릴 양으로, 수업 한 시간에 얄팍한 할리퀸로맨스 한 권씩을 가볍게 독파하곤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이 주인공, 저 주인공 짬뽕 되어 버려서 할리퀸로맨스의 본질을 쭉 뽑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신데렐라 형 로맨스, 남녀의 파워게임 속에 싹트는 로맨스, 재벌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소시민의 매력적인 로맨스 등등...

 

간만에 읽는 [파이와 공작새]는 어떤 형태의 이야기인가 싶어 죽 훑어보니 [오만과 편견]이란 제인 오스틴의 고전명작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여고생 시절의 내게 차갑고 도도하지만 연애를 갈구하는 여자와 독선적이지만 배려할 줄 아는 전형적인 귀족 남자의 랠리식 대사로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이다.

시간과 공간이 현재와 너무 떨어져 있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지금과 너무 달라 신기해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톡톡 튀는 매력, 주눅 들지 않으면서 할 말 다하는 여주인공에 푹 빠져서 한 번 읽고 나서 잊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21세기판 [오만과 편견]은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작은 시골 마을 서머힐에서 사건은 일어난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요리사 케이시는 너무 바빠서 남자친구가 자신을 떠나갔다는 사실조차 늦게 깨달아 버린다.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 서머힐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데, 어느날 아침, 매력적인 집주인 테이트가 자신의 눈앞에서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짜잔~ 이렇게 충격적인 장면으로 주인공들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게 바로 할리퀸 로맨스의 매력!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상상하는 것이 현실로 이루 어진 듯, 생생한 장면으로 우리 눈앞에 따악 나타나 주는 것!!

 

자선모금을 위해 기획한 연극 [오만과 편견] 에 참여하기 위해 서머힐에 들렀던 배우 테이트는 집에서도, 연극 무대에서도 케이시와 마주치며 인연을 쌓아간다.

둘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파이와 공작새' 인 것이다.

한바탕 소란을 이끌어 내기에 '공작새'가 아주 적격이란 것은 이번에 알았다. 큰 날개깃을 펼치고 부리로 콕콕 쪼는 등 가는 곳마다 시끌벅적한 장면을 연출하는 공작새란 놈이 없었다면 두 주인공 사이에 불꽃 튀는 일이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오만과 편견] 외에도 실제 생활에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상황도 [오만과 편견] 속 상황과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파이와 공작새]가 21세기형 [오만과 편견]이라 할 만하다.

연극을 하기 위해 [오만과 편견] 속 엘리자베스, 다아시, 빙리, 베넷 부인 등의 인물 파악을 하는 중에 실제 인물과 절묘하게 부합되는 부분이 제목에 활용되어 있다.

고전 작품 [오만과 편견] 속 대사에서도 로맨스를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아하면서도 간접적인 화법으로 넌지시 전하는 꽉 막힌 러브 스토리 덕분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었다.

21세기판으로 다시 태어난 이 이야기에서는 좀 더 화끈한 러브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사이다 한 사발 드링킹 한 것 같은 속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만나서 손끝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함을 느끼는 두 사람.

이 정도면 확실한 로맨스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주인공 외에 연극에 참여하는 인물들의 비밀, 태생의 비밀, 사기꾼의 비밀 등이 밝혀지는 장면도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주인공을 포함, 무려 세 커플이 이루어지는 만큼 곳곳에 숨어 있는 핑크빛 기류를 감지하고 찾아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이 되겠다.

 

오빠의 오만함과 당신의 편견이 만난 거죠. 아주 그럴듯한 맞수예요.-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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