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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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또 채우는 나날들 [하루 그림 하나]

 

 

 

지난 번 태풍에 집 앞 모과나무가 넘어졌다며 모과를 한가득 주워담으신 아버지.

노랗게 익은 모과는 과연 못생기긴 했지만 특유의 향기로움을 머금고 우리집에 왔다.

아무렇게나 굴려놓아도 모과가 가진 향기는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인기척 없는 집을 지키고 있다가도 스스로의 향으로 쓸쓸한 집에 묵직한 달큼함을 선사하는 모과.

덕분에  퇴근 후 조용한 우리 집에 생기가 돈다.

가만히 놓아두면 은은한 향이, 손으로 바닥에 조금만 굴리면 좀 더 진한 향이 배어나온다.

모과의 쓸모는 그 뿐이 아니어서 쓱쓱 썰어 말린 다음 끓는 물에 우려내면 향긋한 모과차가 된다.

감기 걸렸을 때나 목이 슬슬 아파올 때, 꿀을 듬뿍 넣은 모과차를 마시면 따뜻한 기운과 함께 피곤함이 쓱 사라지곤 한다.

 

매일매일의 삶이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재깍재깍 시곗바늘이 묵묵히 제 할 일 하는 데 발맞추어 그저 흘러가기 마련이다.

뜻밖에 우리 집을 찾아온 아버지와 모과처럼, 나른한 일상에 향기로움을 선사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생활자, 529 일러스트레이터의 [하루 그림 하나]가 백지 같은 내 삶에 점 하나를 찍었다.

어지간히 그림에는 재능이 없어서, 흔하디 흔한 패드에 쓱쓱 그리는 그림조차 시도해 보지 않았는데,

529 님은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한다며, 그림을 그리고 짤막한 글을 곁들였다.

날짜와 글과 그림.

초등학생의 숙제 같은 그림 일기의 형식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에야 많이 봤고, 또 시키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크자, 그림일기장은 이제 사뭇 유치한 것이 되어버려서 책장 속 어디엔가 박혀 있을 뿐.

꺼내서 쓱쓱 그리고 쓰는 데에는 소용이 없는 천덕꾸러기 노트가 되어 버렸다.

2권인가, 3권 정도 커다란 그림일기장이 남아 있지만 그걸 꺼내서 써야겠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사실은, 재미없는 하루하루를 또 굳이 곱씹을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좀 무뚝뚝한 어른이 생각이 일상을 지배해버린 셈이 되어서 굳이 그림일기장을 꺼내 쓸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오늘은 10월 28일 일요일.

나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왔다.

좀 많이 먹은 탓인지, 속이 더부룩하다.

집에는 소화제, 콜라 등이 있지만 뭔가를 더 넣으면 진짜로 목구멍까지 꽉 찰 것 같아 소화제조차 입에 넣질 못하겠다.

 

오늘의 내 일기를 간단히 쓰자면 위와 같은 내용이 될 터이다.

이런 재미 없는 일상에 어떤 그림을 넣으랴.

 

생각난 김에 529 님의 10월 28일 일기를 들여다 봤다.

나와 마찬가지로 주말을 맞이한 529님은 "이불 속이 최고야."라는 명언을 남기며 이불 속 행복한 꼬물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

어떤 일이든 기록으로 남기면 추억이 되는 것이구나.

청춘들의 일상 속에서 그림일기는 '소확행'의 매개체가 될 수 있겠구나.

 

 

누군가의 시 한 줄이 내 하루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겠다.

날카로운 시간이라,

덕분에 멋진 표현 하나 가슴 속에 담아 둘 수 있었고,

나의 하루도 새삼 소중한 것이며 이 소중한 것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없으면 어떠랴.

짧은 글로라도 내 하루를 담아 볼까.

일기 쓰기의 강제성,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 지금.

굳이 '일기' 형식을 거부할 이유는 뭐람.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뭔가를 끄적여보고 싶단 마음이 생긴다.

꼭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꽉 채우지 않더라도

나의 일 년을 기록해 보고 싶어졌다.

 

외식을 하러 나가기 전, 둘째 녀석이 아파트 현관을 나서며 한 마디 했다.

"겨울 냄새가 나요."

이제 가을이 물러가려는 때인데, 녀석은 벌써 겨울 냄새를 감지한다.

이런 짤막한 순간도 잊지 않고 기록해 두면, 언젠가는 멋진 추억이 되려나.

겨울 냄새 나는 가을의 끝자락.

따끈한 코코아 한 잔 하며, 나만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

 

#529 #에세이 #공감 #청춘 #일기 #그림일기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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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 살해사건 - 은고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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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마지막 왕비, 은고[의자왕 살해 사건:은고]

 

백제의 금동대향로에 얽힌 이야기라면, 아이들의 동화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너무나 기억에 명확히 남아 있어 아주 오래 전에 발굴된 유물인 줄 알았지만,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시기에 백제의 금동대향로는 발견되었다.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었는데...)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盧)는 1993년 12월 23일 부여군 능산리 절터의 목곽 수로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국보 287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꼭대기에 앉은 봉황을 비롯, 우아하며 기품 있는 조각으로 인해 신비함을 자아내는 모습 덕분에 이야기의 소재로 알맞은 것 같기도 하다.

 

[의자왕 살해 사건]의 프롤로그는 바로 이 백제 금동대향로를 "거믄새"와 연결지으며 시작하고 있다.

국조모 소서노의 명을 받들어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새로운 대왕을 세워 대륙의 대부여를 잇는 것이 거믄새의 역할이라 한다.

거믄새는 도읍 웅진성으로 내려와 나라를 잇고 근개루 대왕의 능을 지키는 남방신 주작, 황금새가 되었다. 그 마지막 자취는 금동대향로의 수미산 꼭대기에 올라앉은 봉황새라 한다.

660년 당의 군사들이 신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쳤다.

김유신과 계백은 황산벌에서 맞붙었고, 윤충이 일만의 군사를 이끌고 소정방의 군사들과 사비 나성에서 맞섰다. 삼일 동안의 사비성 약탈을 허락받은 소정방의 군사들이 사비성을 향해 달렸고, 사비성으로 가는 길목에 능사가 있었다.

위덕 대왕이 성명 대왕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능사에는 두 보물이 있었다. 인간의 고뇌를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바라는 대왕의 화신인 미륵반가사유상과 남부여 사람들을 미륵 세상으로 이끌 금동대향로가 그것이었다. 거믄새들은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구했으나 , 금동대향로는 구하지 못했다. 금동대향로는 금송함에 담아 능사 우물 속에 넣고 우물을 메웠다. 그렇게 금동대향로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660년 이후 금동대향로의 행방을 알지 못하다가 1993년 12월에 와서야 그것을 발굴해내기에 이르렀다.

오랜 세월 묻혀 있었던 금동대향로와 수미산 꼭대기의 봉황새는 "거믄새"의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낼 것인가.

 

작가는 백제 멸망의 책임을 의자왕 한 사람에게 묻는 역사적 고정관념을 탈피하라고 주문한다.

삼천궁녀의 이야기는 역사적 승자의 입장에서 지어진 니야기라는 것쯤, 진위를 구별할 수 있는 상식을 지닌 독자라면, 의자왕의 죽음 뒤에 숨은 비밀을 파헤쳐 가는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일본서기>에 짤막하게 남아 있는 의자왕의 처, 은고라는 이름에 주목하여 국조모 소서노에 버금가는 걸출한 여성을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다.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는 총명하였으나 점차 유약해지고 총기가 흐려져 주색잡기에 골몰하다가 결국은 나라를 빼앗기고 죽음에 이르는 비운의 왕으로 그려지곤 했다.

의자왕에게 빼앗겼던 관심을 작가는 '은고'와 '거믄새'로 돌린다.

삼국유사의 역사기록에도 오합사를 능멸한 흰 여우에 대한 기록이 전하고, 대부인이 요망무도하여 백제가 멸망하였다고 전한다. 그 흰 여우로 지목된 이가 바로 은고이다. 현재도 공주 백제 대통사지가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백제 사람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을 밟으며 백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였다.

660년 겨울, 포로로 끌려간 낙양성에서 은고는 새 남부여를 세우기 위해 거믄새들과 비상했다.

당 고종과 측천무후의 앞에서마저 당당하고자 했던 은고는 대왕의 왕권 확립을 위해 귀족들을 제압하는 한편 대왕을 죽이려는 거믄새와 대립하게 된다.

은고와 사랑에 빠졌던 장수 여고야의 고뇌하는 모습 속에서 백제의 운명을 점칠 수 있으며, 마지막에 큰 결단을 내리는 은고의 모습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한다.

백제 흥망성쇠의 시기에 함께 했던 일본, 당나라, 신라 등 주변국과의 정세도 세밀하게 고증하여 상세히 되살려낸 부분에서 역사적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의자왕 살해는 패망한 백제를 마침내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인가.

금동대향로에서 시작된 거믄새의 이야기가 은고의 이름과 합쳐지면서 역사적 상상력은 더욱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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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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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따윈 필요없어! 마음 안경을 닦아요.[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을 하게 되어 마음이 술렁거렸다.

아이를 키우느라 10 여 년이나 일에서 손을 놓고 있었더니

세상은 참 많이도 변해 있었다.

기본적인 것은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었으나,

안 그래도 컴맹에 가까운 나였기에

가장 힘든 것은 완전히 변해 버린 기안 형식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엑셀이나 한글 프로그램 등을 적당히 혼용해서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에서부터

그 만든 자료를 결재라인으로 죽 올리는 것이 여간해선 눈에 익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출력"이라는 친절한 글자를 눌러 인쇄하려 했으나 안 되자 어쩔 줄 몰라했을까.

다시 자세히 보니 출력 글자 밑에 인쇄 그림을 누르면 되는 것이었음을.

혹시 잘못 누르면 이제까지 한 일이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내가 뭘 잘못 쓴 것을 그냥 인쇄해 버리면 창피당하지 않을까.

온갖 걱정 탓에 혼자 해야 할 일을

꼭 다른 사람에게 한 번 더 묻고 나서야 처리하게 되어서

남들 번거롭게 만들기도 하고

내 무식이 탄로나는 것 같기도 해서 

혼자 부끄러웠다.

 

간만에 일하러 나온 내 처지를 이해해 주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없이

속을 다 내보이면서 도움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처지를 다 까발리는 것이

민망했다.

일하러 와서는 기본도 안 되어가지고...

이런 핀잔을 들을 것만 같았다.

 

결국,

첫 일주일간은

점심 시간에 밥을 새 모이만큼 찍어 먹었으나

소화도 안 되어서 배가 더부룩했다.

내 모습을 보아 하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주위 상황을 살피느라

잔뜩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남편 회사에서는 신입이 들어 오면 일주일간 아무 것도 안 시키고

가만히 둔다고 하더니만

내가 꼭 그 짝이구나~ 싶었다.

 

내가 그렇게 마음 졸이는 이유는

우선 내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해서이다.

경력단절 이후에 세상에 다시 나오기까지 내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

세상 사람들을 붙잡고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하러 나왔으면 어쨌든 한 사람분의 역할은 충분히 해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이런 강박관념으로 꽉 차서

쉽게 도움을 구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일을 가르쳐 주면서 "아, 이 분이 일을 쉬다 와서 이런 도구를 처음 사용한다네요."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싹싹하게 얘기하는 게 왜 그리도 내 귀에 거슬렸는지.

괜시리 혼자서 얼굴 붉어져서는

그 분의 오지랖을 원망했었다.

 

이제 일하러 나간 지 한 달 남짓.

이제 와서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를 만나 읽어 보니

진작 이 책 속 "마음 안경 닦기"를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는 의연하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한 사람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하면서도

속으로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책의 공동 저자 가오리, 유카리는 쌍둥이 자매 작가로, 미국 뉴욕 출신 박사 앨버트 엘리스의 'ABC이론'을 토대로 이 책을 풀어냈다고 한다.

A는 자극(사건)이고 C는 반응(감정, 증상, 행위), B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사고나 받아들임(인지)다.

사람들 대부분은 좋지 않은 사건 A가 일어난 영향으로, 좋지 않은 기분 C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C의 기분은 사실 A와 C사이에 있는 B라는 받아들임에 따라 즉 이 B의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좌우된다.

컨트롤이 가능한 B의 받아들이는 방법을 바꾸면 짧은 시간에 확실히 편해질 수 있따는 것이 바로 ABC이론으로 '지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도 불린다.

 

이 책에서는 엘리스 박사가 마음 안경을 닦는 가게의 주인으로 나온다.

책의 공동 저자 가오리, 유카리는 박사의 쌍둥이 조카, 리리와 스스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끌어나가고 있다.

엘리스는 원래 구두 가게의 주인이었다. 매일 손님들의 구두를 닦았고 구두를 닦는 동안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손님들이 이야기를 다 하면 엘리스는 대답 대신 마음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점점 구두를 닦는 손님보다 마음 안경을 들으러 오는 손님이 많아지자 엘리스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엘리스와 조카들의 상담 이야기로부터 시작.

 

조카들의 작업실 앞에 대형 콘서트 홀이 들어서는데 항상 시끄러워 스스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흥분하며 말한다.

엘리스는 그 일을 다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스스야.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쿵쾅거리면 당연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지. 삼촌도 이해하고 말고. 그런데 네가 착각하는 게 있단다. 방금 '공사를 마구 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건 공사 탓이 아니야. 스스 네 탓이지."-28

같이 일하는 리리는 그렇지 않은데, 스스 혼자만 흥분하는 이유는 뭘까?

같은 시각으로 봐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짚어준 엘리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고 조언해 준다.

마음 안경에 얼룩이 생기면 감정이 흐트러지는데 '사고 습관'만 알면 고민의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비이성적 사고의 패턴들-양극단으로만 생각한다, 지나치게 일반화한다,타인의 마음을 제멋대로 해석한다,좋은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숨에 비관적인 결론을 낸다, 단점은 과대평가, 장점은 과소평가, 전부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에 젖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라.

마음 안경을 닦기만 하면 묵은 때도 스스로 떼어낼 수 있다.

 

마음 안경을 닦는 일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

바로 그런 일입니다. -221

 

어떤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냥 화를 내거나 자기 자신만을 탓하며 한없이 우울에 빠져드는 일로 고민하고 있다면~

처방전을 받아 두통약을 먹거나 속쓰림을 핑계로 소화제를 털어넣거나 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마음을 들여다 보고 고민의 원인을 찾아 보자.

마음 안경을 잘 닦기만 해도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거의 나 자신을 한없이 비하하며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들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라는 제목을 만나고 나서

첫 페이지를 열었더니 정신없이 다음 장, 계속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하. 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마음 안경 닦기에 달려 있었구나.

반복해서 똑같은 일로 고민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마음을 닦아 주면 되는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고민하고 있구나.

마음에 한결 위안이 되면서 마음 속 때가 벗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귀엽고 따스한 그림체 덕분에 한 번 힐링, 엘리스 박사의 ABC이론 덕에 또 한 번 힐링.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발판을 얻은 덕분에 꽤 힘이 나는 주말이었다.

내일 또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데, 추석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힘을 내서 씩씩하고 알차게 한 주를 지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에세이 #심리 #치료 #심리학 #마음 #우울증 #긍정 #마음안경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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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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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같은 거 상관 없어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주위 신경 좀 써.

 

내가 '나'로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우리는 주위의 눈치를 본다.

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지만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살짝 벗어나더라도 삶이 크게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보통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를 읽으면서는 특히나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특별한 여성들의 이야기임에도 물 흐르듯 담담하게 이어지기에 책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졌기 때문이다.

얼굴 찡그리며 고민하지 않아도 스르륵, 그녀들의 입장에 내 감정이 대입되었던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여성인 듯 보이는 두 여주인공이 나온다.

두 달 남짓 후면 80 인생의 반환점이라는 마흔을 맞게 되는 유미코.

직장에서 집적거리는 상사에게서 벗어나려 드디어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카에데.

둘은 이웃사촌지간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앞서 의기투합한 이들은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카에데의 퇴사 파티 겸 만난 자리에서 튀김을 나눠 먹으며, 유미코와 카에데는 유미코의 남편 히로키를 찾으러 섬으로 가기로 한다. 히로키가 예전에 살던 섬에 있는 것을 누군가 보았다는 것이다. 이혼을 하려고 해도 남편을 만나야 이야기가 진척이 되는 것이라서...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담담하고 아무 맛도 없어서 내 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담백한 문체는 담백한 인물들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알맞다.

전처와 전처 사이의 딸 때문에 유미코에게 소홀했던 남편 히로키는 섬으로 도피했다. 현실에 맞서지 못하고 언제나 피하려고만 하는 소극적인 남편.

그에 반해 유미코는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내세우는 편이다.

 

도대체 왜 형편없는 남자의 성적 댓ㅇ이 되는가 안 되는가에 따라 여자로서의 가치가 정해질까.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84

 

어떤 남자에게도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번 대상을 바꾸는 카에데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긴다. 가장 최근의 남자와 헤어졌지만 그를 아직 못 잊는 눈치다. 게다가 직장 상사의 집착은 이어지고...

 

답이 없는 이들의 일상 속에 내가 끼어들어 버려도 되는 건가 싶어 최대한 숨을 죽이고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 본다.

여자들의 우정은 오래 갈 리 없어, 라든지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세상을 살기는 어렵지, 여자가 꼬리를 치니까 남자가 붙는 거야. 등등.

여자라는 카테고리에 따라 붙는 쓸데 없이 피곤한 꼬리표들을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떼어버리고 싶어진다.

평판 같은 거 상관 없이.

여자라도 상관 없이.

같이 걸어도 나 혼자라는 사실을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홀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원하는 것을 원할 권리가 있다. 얻으려고 할 권리가 있다. -254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내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분명히 선 긋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평판에 상관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

용기 있는 여성의 한 걸음을 지켜보면서 마음 속에 단단한 것 하나가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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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폭력이다 - 법은 권력을 위해 어떻게 복무하는가
박종성 지음 / 인간사랑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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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배려의 정치가 고프다 [국가는 폭력이다]

 

 

 

촛불집회로 지난 정권이 퇴진하고 새로운 희망의 정권이 들어섰건만, 집권 2년차의 정부는 최고점을 찍어야 할 때, 가장 낮은 지지율로 국민들의 바람에 보답을 하고 있다.

정치는 1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학부모로서 지금의 교육정책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대로 뛰쳐나가서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다.

수많은 국가정책을 '민주화'의 과정대로 이행한다는 미명 하에  '국민참여' 제도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에 더욱 열불이 난다.

이것은, '민주화'라는 단어 하나에 홀린 듯이 맹목적으로 따르려는 사람들을 그릇된 길로 이끄는 '피리부는 사나이'의 우화를 떠올리게 한다.

총과 칼을 들어야만 '폭력'인가.

왠지 모르게 [국가는 폭력이다]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속이 후련해지는 것은, 이 제목이 바로 지금의 사태를 대변해주는 문장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민주화'라는 단어가 정착된 지 오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대통령을 뽑았지만 아직까지 존경할 만한 대통령 하나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여러 정책 중에서 교육 정책 현안 한 가지만 놓고 [국가는 폭력이다]라는 제목과 결합시켜 봤을 때, 그런 것 같다, 라는 이해를 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는 '법은 권력을 위해 어떻게 복무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근시안적으로   학부모 입장에서만 국가의 폭력성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건설 이후의 우리 역사를 살펴보건대 민주화 이후 국가폭력과 정치억압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다루는 것이다.

욱!해서 내게 닥친 현안과 이 책의 주제를 뒤섞어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면 같은 흐름일지도 모른다.

민중의 의중을 떠받들고 존중과 배려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계파와 정당의 이익을 따져 거기에 폭력을 덧씌우는 형태로 정치를 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국가는 폭력이다]에서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활용해 국가폭력의 흐름을 짚어나간다.

 

 

 

필자는 해방 후 한국의 권력과 민중의 충돌을 다룬 한 연구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단순하며 확실한 정치적 수단'으로 폭력의 뜻을 정의한 바 있다.-30

 

역사 속에서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혁명적 변화는 거대 국가폭력의 순환과 반복이란 한 축과 이에 응정하는 민중폭력의 숙성과 확장이란 이름의 또 다른 축을 교차 회전시킴으로써 뚜렷한 긴장 국면을 축조한다.

 

'19세기말 전국적 민란->갑신정변->동학농민혁명->3.1항쟁->소작쟁의->노동쟁의->9월 총파업->대구 10월항쟁->4.3항쟁->여수, 순천 사건->4,19->5.16->5.17->5.18민주항쟁->6.10항쟁->6.29선언->6.17촛불혁명 등의 파노라마는 국가억압과 민중저항의 정치적 긴장이 빚은 상호작용이자 정치폭력의 상재적 발전과정을 노골적으로 축약한다.-39

 

 

 

[국가는 폭력이다]에서는 국가 건설 이후 권력과 민중의 충돌을 통해 한국의 사법권력과 국가폭력을 살펴보고 민주화 이후의 탈민주화, 민주화의 연장과 일탈 과정을 통해 박정희 시대 이후 노무현과 이명박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속에서 정치와 폭력의 관계를 짚어낸다.

국가보안법의 통치공학에서 박근혜의 역민주화와 정치지배연합도 다루고 있다.

해방 후 역대 정권들에게 '국가보안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짐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정치성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

저자는 지금까지도 국가보안법 자체를 폐기하려는 정치권력의 파격젹, 전향적 실천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을 준열하게 꾸짖고 있다.  

 

이만하면 우리도 엄연한 민주국가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싶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존중과 배려는 고사하고, 당연한 어조로 '폭력'을 행사하는 국가에게 도대체 뭘 더 바랄 것인가.

더 이상 실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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