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의 시대, 우아한 삼시세끼 [오늘 뭐 먹지?]

귀욤귀욤한 일러스트 때문에 이 책에 또 시선이 꽂힌다.
작가의 전작 [뷰티풀 라이프] 때도 설렁설렁한 스타일의 일러스트에 묘하게 마음이 움직였었는데...
이번에는 더욱이 거부할 수 없는 주제 '먹을 것'이 두둥~
삼시세끼를 꼬박 차려 먹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주부이기에 챙겨먹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오늘 뭐 먹지? 라는 말을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걱정하고 있다면, 너무 뻥이 심한 것일까?
겨울방학, 봄방학을 대하는 기분은 뭐랄까...출구 없는 감옥에 갇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이래저래 준비한 것들을 아이들이 잘 먹어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 번씩 투정을 부리거나 먹을 게 없다라는 등의 하소연을 하면 기분이 그만 팍 상하고 만다.
매일매일 룰루랄라 하며 삼시세끼를 차릴 수 없는 일 아닌가?
얼른 학기가 시작되어서 아이들이 훌쩍 다 나가고 혼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혼밥, 하면 또 어쩌다 쓸쓸하기 그지없을 때도 많지만 말이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은
매일을 뭐 먹을지 고민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뭐 먹을지가 저절로 떠오르는 타입인가 보다.
눈을 아래로 축 늘어지게 웃으면서 뭐 먹을지 정하면서 행복해 한다.
진짜 먹을 것을 즐긴다면 저렇게 되어야 하는데...
쓸데없는 반찬 걱정, 거기에 다이어트 걱정이라도 더해지면
매일의 밥상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이 책을 보는 동안만은 그런 스트레스 없이 그저 즐길 수 있었다.
너무나 행복하게 먹을거리들이 펼쳐져 있고 무엇보다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즐거워 보인다.

역시 일본은 우리보다 계절음식에 대한 감각이 조금 더 발달한 것 같다.
목차가 계절별로 나뉘어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식문화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는 일도 재미있다.

우리의 어묵탕과 비슷한 음식인 것 같다.
그냥 시원한 국물을 즐긴다기보다 '소스'에 집착하는 것이 일본이구나...

곧 있으면 다가올 봄을 이렇게 먼저 만나게 된다.
벚꽃 놀이에빠질 수 없는 간식거리들과 술.
음. 벚꽃색 소프트아이스크림이라든지 사쿠라모찌는 일본풍이 강하다. ^^

홈쇼핑을 보면서 한때 믹서기 혹은 블렌더를 사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
종류도 어찌나 다양한지.
한 잔 쭉 내려 시원하게 마셔대고 싶은 유혹이 심했는데, 역시나 작가처럼 믹서리를 사용한 뒤
씻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미적대고 있었더랬다.
그 고민을, 믹서기를 선물받음으로써 끝내고 있다. 아~ 부럽기 그지없어라.
수박주스, 딸기바나나 주스, 과일 우유...
입맛은 꽤 다르지만 ...그래도 맛있어 보인다.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메뉴. 닭가슴살.
아무런 고민 없이 닭가슴살을 무조건 삶아 보라.
슬라이스 해서 샌드위치 재료로 쓰고, 샐러드에 넣어서도 먹고,
닭을 삶은 국물로 국을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꽤 맛있어 보이기도 한다.
만화라서인지, 살 빼기도, 근육 늘리기도, 음식 조절하기도
쉬워보이기만 하는데
현실은 왜 이렇게 허기지고 현기증 나는지...ㅠㅠ
건강상의 이유로 억지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내가 보기엔 아찔한 유혹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혼밥 하는 사람 치고 너무나 즐겁게 음식을 준비해서 먹는 모습이 마냥 예뻐 보인다.
마지막에 가서는 '혼밥'을 탈출하는 데서 살짝 배신감을 느꼈지만 말이다.
반려자를 만나 혼밥 탈출한 것.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