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캣맨이여, 덕밍아웃하라! [그 남자의 고양이]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책이다.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말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데 어찌해서 남녀 구분이 필요한가.

개나 고양이나 사랑스럽긴 매한가지인 동물들을 아끼고 가족같이 여긴다는데 굳이 개는 남자의 전유물, 고양이는 여자의 것. 이렇게 나누는 것이 우습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여자는 '고양이를 키우는 미친 여자'라는 식으로 욕을 하다니...

이 책은 편견으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속 시원히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더해준다.

수 세기 동안 미술가, 작가, 과학자, 철학자 등 수많은 진보적인 남성들이 자신의 서재와 스튜디오를 고양이와 공유해 왔다면서 그들의 고양이 사랑을 펼쳐보인다.

고양이를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왜 말을 못 하나?

캣랜드에서 캣맨들이 어떻게 고양이를 사랑했는지 그 역사를 쭈욱 살펴보면  저도 모르게 덕밍하웃하고 싶어질 것이다.

나...나도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하드보일드 탐정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자신의 고양이 타키를 비서라고 불렀다.

 

"비서라고 하니 아마도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이제 열네 살이 된 검은 페르시안 고양이입니다. 내가 비서라고 부르는 이유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항상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지요...타키는 대개 정중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지만, 가끔 가다 따지기를 좋아하는 마법에 걸려서 한 번에 십 분씩 말대답을 할 때가 있어요. 타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면 좋을 테지만, 결국은 '좀 더 잘할 수 있잖아'를 아주 냉소적으로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레이먼드 챈들러,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중)

 

 

자신의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특히 잘 나왔다고 서두를 꺼내며 고양이 얘기를 슬슬 풀어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인가 보다. 고양이가 십 분씩 말대답 하는 것을 알아들을 정도면 빠져도 꽤 푹 빠진 듯~

 

책의 목차를 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남자들의 고양이가 나온다.

아이작 뉴턴은 최초로 고양이 문을 발명했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윈스턴 처칠의 집에는 아직도 그들이 키웠던 고양이들의 후손이 있다고...

 

 

 

작가 새뮤얼 존슨은 엄청난 고양이 팬이어서 호지라는 이름의 고양이에게 사랑을 쏟아부었는데, 어느 정도냐면 호지에게 줄 굴을 사기 위해 직접 외출할 정도라나. 귀찮은 심부름을 해야 하는 하인들이 가엾은 호지를 싫어할까봐였다고. 굴 껍질 두 개와 함께 사전 위에 앉아 있는 호지의 동상. 언젠가 영국을 방문하게 되면 새뮤얼 존슨의 런던 자택 박물관에서 확인해 보리라~~

 

유독 작가들에게 고양이가 인기가 많은 것은 고요한 가운데 어슬렁거리며 미묘한 기운을 전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상 위에서 문진 노릇도 가끔 하고 대화도 나눠 주며 말이다. ^^

 

시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에드워드 리어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 때 고양이 포스가 그를 구원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그의 고양이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꼬리가 반밖에 없는 고양이였지만 이사할 때 예민한 포스가 언짢아하지 않도록 건축가에게 새집을 원래 살던 집과 똑같이 설계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면 말 다했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캣츠>가 시인 T.S 앨리엇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유니타드를 입고 고양이를 연기하는 '젤리클' 들이 무대를 가득 메우고, 이 중 누가 천국에 가고 환생할지 정해지는 내용의 뮤지컬 <캣츠>. 이것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T.S 앨리엇의 '가벼운 시'로 구성된 시집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라 한다.

미스터 미스토플리스, 스킴플섕크스, 버스토퍼 존스, 럼 텀 터거 등 특이한 이름의 고양이에 관한 시도 쓴 앨리엇. 그에게서 고양이 이름 짓는 비법을 전수받아야겠다.

 

 

 

전설적인 디자이너이자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의 뮤즈는 그가 무척 아끼는 털이 긴 샴 고양이 슈페트라고 한다. 77세의 라거펠트는 뒤늦게 캣맨이 되었는데, 라거펠트는 슈페트가 자신의 첩이며,합법이었다면 결혼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게오르게 발란친도 애묘가였다.

 

교사로서 발란친이 가장 아낀 제자 중 하나는 애묘 무르카였다. 무르카가 뛰어오른 모습을 담은 사진이 <라이프> 지에 실리자, 무르카는 미국 최초의 셀러브리티 고양이가 되었다.  -49

 

저자는 종종 이렇게 위트 있는 표현으로 독자를 웃기기도 한다.

아니, 셀러브리티 고양이 입장에서 책도 내고 사람들 앞에서 퍼포먼스도 보여주어야 하는 등 고양이가 너무 유명해진 탓에 종종 주인이 난처할 수도 있는 상황 자체가 웃긴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일러스트에 눈길을 멎게 한 첫 번째 그림이다.

우아한 고양이의 모습이 글씨와 함께 어우러져 한참 동안 쳐다보게 된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위트 있는 멋진 문장이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채로운 고양이 사랑을 보며 때론 행복했고 때론 웃음 났고 때론  부러웠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관계로 고양이를 맘 놓고 키우지 못하기에 예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맞이하지 못하는 내 처지가 좀 아쉽다.

사뿐사뿐 걸어 사람 곁을 그저 그림자처럼 쓱 스쳐지나가는 고양이.

오묘한 색의 눈을 쳐다보면 하루종일이라도 빠져 있을 것만 같은 고양이.

쓰담쓰담 털을 쓰다듬으며 한없는 위안을 얻고 싶어지는 고양이.

그 남자들이 왜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길지 않게 실려 있어 지루함 없이 쓱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아름다운 일러스트도 한 몫하고 있기에 아트북이라 불러도 손색없어 꼭 소장해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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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지식 : 천문학 한 장의 지식 시리즈
자일스 스패로 지음, 김은비 옮김, 이강환 감수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한 장의 지식 [천문학]

 

가끔 아이들과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달의 차고 기우는 것을 매일 기록하는 초등학교 숙제 때문이기도 하고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밤에는 운 좋게도 별똥별 하나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쳐다본다.

안방에 누워서도  이상하게도 창밖이 훤해서 무슨 일 났나, 싶어 내다보면 시선을 강탈하는 건 둥글게 둥글게 환한 빛을 뿜어내는 달이 덩그러니 있다. 보름달이 뜬 날은 그렇다.

아침에 해가 뜨는 건 당연한 일이고 밤에 달이나 별이 뜨는 것도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을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보니 천체에 대한 신비로움이 사라진다.

어렸을 때는 그나마 호기심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과학적 지식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아이들과 별을 보면서도 왠지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 하나쯤은 읊어주어야 할 것만 같다.

그저 달 속 옥토끼 이야기만 해도 눈을 반짝 빛내던 내 어린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

천문학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온갖 행성과 은하와 우주를 아는 체하는 아이들 앞에서

엄마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렇다면...

내세울 것 없어도

별 하나의 이름에 대해서 한 장의 지식 정도는 쏟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르테에서 펴낸 한 장의 지식 시리즈는 가벼우면서도 무겁지 않은 지식을 보여준다.

아이들도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그림 하나 옆에 한 장의 지식이 빼곡하다.

'천문학'적 숫자, 라 하면 어느새 세어보기를 포기할 정도로 '천문학' 이란 단어는 엄청 멀고 넓고 깊어서 아인슈타인 외에는 쉽사리 관심을 가져보지도 못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사진 혹은 그림과 함께 하는 [한장의 지식 천문학]은 천문학이 과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아.

학창시절에 이렇게 도식화된 천체 그림 앞에서 얼마나 좌절했던가.

시험이란 괴물 앞에 너무나 경직되어 이 지식이 언제 어떻게 쓰일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유형의 문제로 다가올까를 고민했기에 별과 우주를 생활과 뚝 떼어서 생각했던 그 시절.

이제는 시험을 칠 때가 지났으니,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

그저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궁금한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속 시원한 시간이 행복할 뿐이다.

 

 

이건 화학인가? 했던 것도 태양과 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핵융합 과정이라 설명해 주니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우주의 발견, 태양계, 별자리, 별의 생애, 별의 죽음, 은하, 우주론까지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간략하게 전해 주어 읽기에 좋았다.

우리 태양계를 도는 천체들에도 수많은 위성이 존재하고

별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보았던 이름들이 붙여져 있다는 것,  

그 이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주의 비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

어려운 이론을 굳이 파고들 필요는 없다는 것.

머리 아픈 과학은 멀리 던져버리고 내가 몰랐던, 신기한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분으로 책 속에 빠져들면 좋을 것 같다.

적색 거성, 우주배경복사, 전파 천문학 등 천문학에 등장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정복하는 기분도 꽤 상쾌하다.

지금 당장 망원경을 들고 줄줄 이름 외운 별자리를 찾아보자는 건 아니지만 길고 얇은 나침반 자리, 웅크리고 있는 사자와 아주 닮은 사자 자리 등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

손에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더라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가진 지식을 하나씩 되뇌어 보는 기분은 어떨까? 

밤을 즐기는 또 하나의 신선한 방법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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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코믹 쿠마몬
북폴리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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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4컷 이색 만화 [코믹 쿠마몬]

아주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책입니다.

4컷 만화로 채워져 있어서 쓱 읽기에 딱이네요.

그런데~

캐릭터가 낯설지 않습니다.

이름 또한 '쿠마몬'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어디선가 본 듯한~

생각났어요.

TV에서 일본 여행을 취재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에 사람이 검은 곰 인형 탈을 쓰고 관광객들을 위해 재롱을 피우는 모습이 나왔었거든요.

그게 아마, 쿠마모토 현 관광 편이었을 거에요.

그 지방만의 캐릭터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인형 캐릭터가 친근감 있게 사람들에게 다가와 깊은 인상을 심어 준 것이 기억에 남았네요.

쿠마몬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해서 4컷 만화를 만든 걸 책으로 묶은 것 같아요.

특이하게도

한 사람이 이 모든 만화를 만든 게 아니군요.

모두들 아이디어를 내어 투고를 한 것으로 만든 것이라 하니 놀랍습니다.

일본에서는 각 지방마다 자기들만의 특징을 잘 살려 홍보하고 있네요.

도쿄에서는 도쿄 타워를 바라보며 카트라이더를 실제 도로에서 탈 수 있다고도 하구요

온천이 많이 발달한 만큼 특색 있는 온천 체험으로도 가 보고 싶게 만들더라구요.

쿠마모토 현에는 '쿠마몬'이라는 독특한 발상으로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쿠마모토 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은 듯 싶네요.

어찌 보면 아저씨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장난기 가득한 아이같기도 한

쿠마몬,

보면 볼수록 매력 있네요.

쿠마모토에 가면 뭘 할까~

쿠마몬을 따라 하면 될 것 같네요.

맛있다는 쿠마모토 수박도 먹어 보고

기운이 없을 때는 잉어 깃발에도 한 번 도전해 보고요.

시원한 숲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4월부터 시작해서 한 바퀴 돌아 3월에 끝나는 구성이라

지금 계절에 맞는 5월 부분을 앞에서 살펴볼 수 있었어요.

5월 부분의 제목을 보면,

햇볕은 쨍쨍, 조개잡이, 쌀농사, 아이스크림, 내일은 어머니의 날, 감사, 꽃점. 운동회 전날 등

5월에 하는 행사들이 줄줄이 나와 있어요.

우리 나라의 5월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운동회라든지 가족의 달이라는 것 등이요.

날씨도 점점 더워져 가니 아이스크림도 딱 생각나고요.

3월엔 여관이라든지 벚꽃에 관한 이야기 등이 나와 있어요.

철따라 많은 일을 하는 쿠마몬이네요.

부지런히 쿠마몬의 일 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나가요.

신기한 장면도 즐기고 실컷 웃다가 끝이 나 버렸네요.

지역 축제라든지 철마다 맞이하는 색다른 풍경 등이

일본 여행을 부추깁니다.

같은 듯 다른 모습의 일본

얼른 가 보고 싶네요.

책의 뒷날개를 활용해서

책갈피로 만들어 쓰라고 이렇게 배려해 두었네요.

하지만

너무 귀엽지 않나요.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잘라 써요~~

일본 최고의 귀요미 캐릭터 '쿠마몬'

새빨간 뺨이 매력 포인트인 쿠마몬 캐릭터에 푹 빠져 읽다 보면요

어느샌가

쿠마몬의 말투에 중독되고 맙니다.

너무 재밌는 거 아니냐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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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야무진 첫마디 - 속터지는 엄마, 망설이는 아이를 위한
정윤경 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부모 공감 대화법[엄마의 야무진 첫마디]

 

 

속터지는 엄마, 망설이는 아이를 위한 엄마의 야무진 첫마디란 문구가 솔깃하게 와닿는다.

초등 6학년, 3학년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말 그대로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한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아이와 부모를 위한 육아서는 아이들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많이 접했었다.

초등학교에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서는 이제 지들 알아서 잘 크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려놓게 되더라.

밥 잘 먹고, 학교 생활 잘 하고 친구들과 잘 놀면 끝!

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아이들도 지들 나름대로 커 가고 있는 중인지

때이른 사춘기인 삼춘기도 겪고 때로 지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갈 때는 얼굴 부비부비 해서 일어나자, 하면

그 한 마디에 벌떡 벌떡 일어나던 아이들이

이제는 알람이 몇 번씩 울리고 TV소리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도 웬만해선 눈을 뜨지 않는다.

엉덩이에 살이 불어나는 만큼 지구중력이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모양인지

아침에 이불 속에서 일어나는 것에서부터 엄마랑 마찰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라는 말을 속으로 몇 번씩 삼킨다.

에구구~~

 

육아서를 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임을 느낀다.

6학년이 되어 부쩍 마음과 몸이 자라는 것 같은 첫째 딸아이는 나름 자신만의 사춘기를 겪고 있을 터이다.

동생과 예전부터 까칠한 사이이긴 했지만 요즘 들어 유난히 제 방 출입을 거부하고 짜증을 낸다.

비밀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아직은 동생과 부대끼며 정을 쌓아가야 할 때인데 싶어 동생이 누나 방을 기웃거려도 별 터치하지 않았었는데

큰 아이가 큰소리로 신경질을 내면 내 목소리가 먼저 커진다.

"동생 좀 들어가면 어때서? 뭐하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면서 못 들어오게 해?"

라며 큰 아이를 나무라게 된다.

어른처럼 변해가는 큰 아이를 엄마인 내가 먼저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은 큰 아이도

아기처럼 보이나보다.

엄마가 편들어 주자 기세등등해진 동생은 누나에게 막무가내다.

"엄마~~~ 누나가 또 방에 못 들어가게 해."

"엄마~ 누나 지금 핸드폰으로 게임 하고 있어."

"엄마~ 누나 컴퓨터로 공부 안 하고 딴 짓하고 있어."

툭하면 누나의 동향을 일러바치기 일쑤다.

 

그러니 누나는 동생이 미워질 테고 엄마의 비호를 입은 동생이 더욱 꼴보기 싫어질 거다.

둘 사이를 현명하게 중재하는 법을 터득하는 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다.

 

[엄마의 야무진 첫마디]에는 부모가 당장 상황별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팁들이 많다.

훈육의 시작을 알리는 유아기,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아동기, 독립을 연습하는 청소년기로 나누어 발달의 각 영역별로 일어나는 실제 갈등을 주심으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를 담았다.

그 외에도 양육과 관련된 부부의 대화는 물론 혼자 양육을 도맡아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 가정을 위해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목록을 죽 훑어 내려가다 내가 안고 있는 고민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바로 그 페이지를 펼쳐 해답을 읽어나간다.

 

 

 

유아기는 졸업한 아이들이기에 아동편과 청소년기 편을 집중적으로 본다.

실패의 과정에서도 칭찬으로 자신감을 키워줘야 하는 아동기의 아이들은 생활 습관, 사회성, 학교생활, 문제 행동, 정서 부분에서의 대화법을 담았다.

청소년기 아이들을 위해서는 가족과의 트러블 편, 문제 행동 편, 자존감, 자기 효능감 편, 학교, 교우 관계 편, 성교육 편으로 나누어 대화법을 살펴본다.

 

 

 

잠을 늦게 자기 시작해서인지 부쩍 늦잠이 잦아진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

"미안하지만 이제는 엄마도 주방에 가야 해서 더는 널 못 깨우겠어."라고 하면 된단다.

이런 뉘앙스의 말로 아이를 다독이긴 하지만 몇 번 거듭해도 늘어져 있는 아이를 보면 불쑥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감당하지 못해 큰 소리를 내곤 했었다.

아침부터 큰소리가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면 아이들 하루가 우울해질 게 뻔할 걸 알면서도...

반성합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이 꽤나 많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204가지의 부모 공감 대화법을 참고 하면 일상이 예전보다는 차분하게 정리될 것 같다.

역시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와 교감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알겠다.

우리 아이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법한 이야기라도 읽어두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문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고민들인 만큼 부모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자녀와의 대화법. 좋은 방법은 함께 나누며 고민들을 해결해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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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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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코뿔소를 보여주마]

 

역사 소설을 좋아해서 눈여겨본 작가였다.

<비취록>,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등의 전작을 통해 만난 적이 있었으므로 새로운 소설 출간 소식에 가슴이 설렜다.

이번 소설은 시대 소설이긴 하지만 아주 오래 전은 아니다.

현대사 속에서 잊혀졌던 사건-샛별회 사건- 하나를 쑥 끄집어 내서 지금의 진실과 마주대하게 한다.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묻혔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건만 속시원히 드러나는 것은 없다.

지나간 과거 속에서 이런 식으로 가뭇 없이 사라져간 일들은 또한 얼마나 많을 것인가.

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한숨을 내쉬게 만들지만 이러한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여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다.

 

소설은 파격적인 사건을 보여주며 관심을 확 끌어모은다.

'여기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

공안부 검찰 출신의 늙은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검찰과 경찰이 합동으로 수사에 매달렸지만 그가 살해되기 직전 모습이 담긴 엽기적인 동영상이 배달된다. 단테의 <신곡>을 모방한 동영상이었다.

피가 튀기거나 잔인한 장면이 직접적으로 담기진 않았지만 기묘한 모습으로 어둑한 곳을 향해 걸어들어가는 모습은 보는 이를 전율시키기에 충분했다.

겔포스를 입에 달고 사는 베테랑 형사 두식과 범죄심리학자 수연, 그리고 어두운 가족사를 짊어진 채 냉혈함으로 똘똘 뭉친 검사 준혁이 이 사건을 파헤친다.

심리학자 수연은 동영상을 보고 이 사건이 한 번에 끝날 일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임을 짚어낸다.

장기국 실종사건은 장기국이 야트막한 산기슭을 베개 삼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됨으로써 살인 사건으로 바뀌었고 뒤이어 두 번째 피해자를 내기에 이른다.

두 번째 피해자에게 이집트 사자의 신 아누비스의 '심장 무게달기' 의식을 거행하는 동영상이 수사팀에 배달되자 이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지고...

두 피해자를 추적하던 중 과거의 '샛별회'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피해자들은 샛별회 사건을 맡은 담당검사, 정치부 기자였던 것이 밝혀진다.

당시의 피의자였던 배종관, 고석만, 손기출...

이들에게는 고춧가루 탄 물 먹이기, 손톱 빼기, 관절 꺾기, 송곳 찌르기 등의 고문이 가해졌고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 구성죄가 씌워졌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자살하고 단식으로 사망하는 등 각기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렇다면 2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당시 샛별회 사건을 조작한 주범들을 처단하고 엽기적인 동영상을 찍은 이들은 누구일까?

복수를 시작하는 이들은 섬뜩하면서도 친절하게도 실마리를 잔뜩 담은 소설을 남긴다.

<코뿔소>, <코뿔소를 위하여>, <코뿔소를 위한 변명>

왜 코뿔소인가?

 

코뿔소는 태어나자마자 뿔이 자라기 시작한다. 코뿔소의 뿔은 죽기 전까지 자라는 걸 멈추지 않는다. 싸우다가 부러져도 다시 돋아나 평생을 자란다. 코뿔소 새끼는 어미의 뿔을 보고 가야 할 곳을 찾는다. 코뿔소는 새끼든 어미든 뿔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간다. -459

 

'침묵 당하는 모든 진실은 독이 된다.'라는 니체의 말이 소설 곳곳에서 삐죽 얼굴을 내민다.

수사팀은 범인을 찾아내지만 잡을 수는 없다.

 

이들을 잡을 명분 또한 수사팀의 내부에서 단단하게 자리잡지 못했다.

흐지부지하게 사건을 덮어버리는 흐름 속에 몸을 내맡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을 밝히려는 움직임은 더욱 크게 꿈틀거린다.

그날의 진실은 표면상 덮여버리긴 했지만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작은 움직임으로 꿈틀거리며 기어나와 세상에 드러나게 되리라.

소설 속 '샛별회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바깥으로 나와 알려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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