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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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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츠비> 열성팬의 <개츠비> 파헤치기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2013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나올 즈음, 개츠비 다시 읽기가 절정에 달했다.

가장 미국적인 소설이라며 중고등학생 시절 필독서 목록에 올랐던 <개츠비>는 여전히 고전 중의 고전이라 손꼽히며 많은 이들이 읽고 있는 중이다.

개츠비 열풍이 불었던 그 해에 나는 <개츠비>를 다시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긴 했지만 남들 다 하면 나도 한다는 식으로 휩쓸려 가기는 싫어서, (아니, 사실은 귀찮음병 때문^^) 찾아 읽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이듬해 2014년, 유명한 <개츠비>대신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를 읽었다.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가 잘 만들어진 걸작이라면 [밤은 부드러워] 에는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고 평했다.

피츠제럴드는 처녀작의 성공으로 결별을 선언했던 약혼자 젤다와 결혼에 골인. 경제적 여유와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호화로운 사교계 생활에 빠져들었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하고 평단의 폭발적인 찬사를 얻으며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9년 후, 17번의 개고를 통해 [밤은 부드러워]를 발표했으나 이 작품마저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작가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 아내의 조현병, 어마어마한 빚에 짓눌리면서 절망에 빠진 1936년 즈음의 피츠제럴드는 동시대를 풍미했던 헤밍웨이의 경멸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잔물결조차 일지 않도다, 꼬르륵 꾸르륵 끄르륵 꺄르륵 가라앉을 때."

-에덴 록에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불알을 바다로 던져버릴 때 읽을 시,헤밍웨이-

 

피츠제럴드는 마흔 넷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단 한 번 읽고 잊어버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읽을수록 세월의 더께를 고스란히 덧입고 새로운 맛과 숙성된 향을 풍기는 책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나에게 그런 책으로 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의 저자 모린 코리건에게는 다르다. 그녀는  피츠제럴드의 딸 스코티, 피츠제럴드 연구가 브루컬리 못지 않은 <개츠비> 열성팬이다.

닉은 평범하고 개츠비는 속을 알 수 없으며, 잘 나가는 데이지에게도 공감할 수 없었던 고등학생 시절의 여학생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대학의 영문학 교수이고 서평가가 되었다.

개츠비를 자진해 쉰 번도 더 읽고, 대학에 신입생이 들어올 때마다 <개츠비>를 강의하고, 전국을 돌며 독자들 앞에서 <개츠비>에 대해 열렬하게 이야기한다.

<개츠비>의 마력은 시와 같은 힘찬 문체에 있으며 지금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소망이 넘쳐흐르기에 미국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고 말한다.

분량도 짧고, 어긋난 사랑 이야기에다 '광란의 20년대'와 비슷한 분위기로 범벅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모든 평가를 뒤로 하고 [위대한 개츠비]는 어쩌다 미국 고등학생의 필독서가 되었는가? 적어도 두 번 이상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미국소설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엄청나게 초고를 고쳐 쓴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모두들 이 소설을 "잘못" 읽었고 그의 사후에도 거의 사장된 처지였는데 지금은 42개국에서 약 2천 5백만 부가 팔렸다.

<개츠비>는 어떻게 부활한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들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면서도."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전무후무한 열정과 헤아릴 길 없는 공허함 사이를 떠도는 개츠비를 놓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미국적인 캐릭터라며 우리랑은 달라, 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이미 너무나도 친숙한 인간으로 다가와 버린 개츠비를 저자는 색다르게 해부한다.

 

 

 

피츠제럴드의 글쓰기(와 그의 인생)에 흐르는 위대한 주제는,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물 밖으로 머리를 계속 내밀고 있기 위해 노력하는 일의 고귀함이다. 그가 창조한 최고의 인물들은 들뜬 채로 인생이라는 물에 대책 없이 뛰어들고, 그다음엔 떠 있기 위해 싸워야 한다.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개츠비는 광란의 파티를 열고 집을 다시 꾸미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위로 올라간 것은 결국 내려오게 마련이다. -50

 

저자는 <개츠비>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물, 야망과 성공의 땅 뉴욕, 하드보일드 장르에 어울리는 부패 등을 든다.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인생에 찾아온 균열을 <개츠비>와 연결지으며 흠집 투성이의 인간이 써낸 ,거의 흠결 없는, 그러나 아주아주 이상한 (217 페이지)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찾아낸 이상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개츠비>는 캐릭터로 움직이는 소설도 아니고, 플롯으로 움직이는 소설도 아니다. 목소리로 움직이는 소설이다.

2. 낭독을 하면 희극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3.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꼼꼼히 설계되어 있고, 페이지마다 패턴이 정교하다.

4. <개츠비>의 파멸을 통해 파국이 철저하게 황폐할 것임을 예언한다.

5. <개츠비>는 피츠제럴드가 쓴 단 하나의 위대한 소설이다.

 

<개츠비> 열성팬인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극단 엘리베이터 리페어 서비스의 7시간 분량 작품 <개츠>에서 닉 캐러웨이 역할을 맡은 스콧 셰퍼드를 만난 이야기를 해준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기 챔피언이고 책 전문을 다 외웠다.

 

셰퍼드는 닉이 어떤 때는 "다른 화자들의 목소리 안에서 몰래 움직인다"고 한다.예를 들어 닉이 개츠비와 데이지의 첫 키스를 묘사한 부분에서 닉은 평소보다 감상적이고 고결하게 말한다. 개츠비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371

 

셜록 덕후들이 모여 셜록의 대사 하나를 말하면 어떤 책의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이지를 맞히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셜록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뜻일 텐데, 이번에 보니 "개츠비"의 열성팬들 또한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책을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50번 이상 읽거나 심지어 책을 통째로 외우기까지 한다니.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더 읽을 것이 남아 있다고 한다.

소설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약 하나의 소설이 마음에 든다면,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훅 찔러들어오는 뭔가가 있다면 여러 번 읽어 집요함의 끝을 보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이런 관심은 사장된 책을 다시 되살려내기도 하고 빈틈없이 책을 읽게 하면서 나의 빈틈을 채우게도 만들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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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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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쉼터 200일 체류 여행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아이들 봄방학을 맞이했다.

2학기 동안의 생활을 꼼꼼하게 기록한 생활통지표를 읽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집에서 보는 아이와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나란히 겹쳐지질 않아 그 간극을 메워보느라 머릿속이 바빴다.

한 학년에 두 반 혹은 세 반인 작은 초등학교라 학년별로 신문이 발행되었다.

아이들이 한 학기를 돌아보는 짤막한 글을 게재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쓰는 난에 '여행'다녀온 일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

학교에서도 부산아쿠아리움 현장체험학습, 금정산도전극기활동, 사제동행활동, 학예회 등의 활동이 있었지만 가족끼리 여행 다녀온 일들은 아이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나 보았다.

일본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 후쿠오카, 스페인,터키 등 아이들이 다녀 온 곳만 해도 다양해 색다른 경험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모름지기 여행이라 하면 아이들, 부모의 스케줄에 맞춰 짧게는 2박 3일, 길어도 보름을 넘지 않게 휘리릭 다녀 와서 그 기억을 씹고 또 씹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홀몸의 여행작가가 아닌 이상에야 홀로 떠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12년간 80개국을 다닌 여행가 김남희는 유난히 추위에 약한 것을 핑계 삼아 따뜻한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 '여행'이란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여행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안비밀.


짐을 가볍게 해서,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여행.
모두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여행이 아닌가.

하지만 볼거리가 너무 가득가득 넘쳐나서 여행 초짜로서는 감히 시도조차, 아니 언감생심 꿈조차 꾸어보지 못하는 여행인 듯 싶은데...

저자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무려 200일간 겨울을 보냈다고 한다.

아~ 부럽다. 미치도록 부럽다.

그 이전에 어느 곳이 그녀의 목록에 올랐는지가 더 궁금했다.


제일 처음 찾은 곳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 일주일에 한 번 마사지를 받고, 가끔은 우아한 식당에서 밥도 먹고, 도예를 배우고, 차를 빌려 근교로 짧은 여행도 다녔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정말로 가슴 뛰는 이국적 풍경으로 다가오는 곳.

두 번째는 스리랑카.

지구상 가장 큰 생명인 흰수염고래를 만났고, 옛도시의 흔적이 가득한 폐허에 이끌리고, 작은 마을에 머무르며 끝없이 펼쳐진 차밭을 감상했다.

세 번째 나라는 태국의 치앙마이. 마지막은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여행 전문가의 식견으로 고르고 고른 겨울 휴양지답게 여행자의 후기에는 편안함과 게으름이 가득했다.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현지인처럼 살면서 여행지의 풍경을 '외국인'의 렌즈에 담아내면서 이국적 정취 만끽하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어머니와 발리에서 함께 머문 일주일간의 기억도 참으로 바라보기 좋았다.

내 어머니와 단둘이서는  아직도 그런 행복 가득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부럽고 부러운 여행.

힘겹게 발품팔아 다니고 땀뻘뻘 흘리며 얻은 정보를 공유하는 여행책과는 태생부터가 다른 에세이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제주로의 이주를 염두에 두고 미리 체험해보고 결정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 하는데

이주보다는 휴식의 개념으로 제주 한달 살이를 해보는 것도 게으른 휴식의 체류여행의 일환이 되지 않을까.

여름에는 더위가 싫고 겨울에는 추위가 싫어진다면 이것은 나이가 든다는 징후일까.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떠나고 싶은 작가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

여행의 고단함을 피하고 색다른 일상의 평온함에 젖어들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푹 젖어들었다.

잔잔한 하루하루임에도 일렁이는 파도의 역동성이 느껴지고 오늘과 다른 내일이 기대된다.


여행과 일상의 중간지대에 머물며 덜 쓰고 덜 갖되 더 충만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9


바라는 바입니다, 그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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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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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 길, 하나 혹은 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결혼한 부부들은 친지 혹은 동료, 혹은 선후배들이 결혼소식을 전해 올 때 양자간 택일을 해야 한다.

잘 살라는 덕담을 해주든지 죽어라 말리든지...^^

 

남편이 얼마 전 동료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얼마간의 망설임도 없이

"결혼은 미친 짓이야. 혼자 살아."라는 말을 해주었다고, 한 사람의 인생길 앞에 중대한 조언을 해준 것 마냥 뿌듯해하며 말했다.

아니, 무슨 권리로 남의 결혼에 축하는  못해줄망정 그런 우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하느냐며 되받아치려고 했다.

이 사람은 그럼, 나와의 결혼이 혼자 사는 것보다 못하다고, 결혼이란 게 결국은 고독을 누리 못하게시리 자꾸 찔러대는 쐐기풀같은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까지 나의 노력, 아니 우리의 사랑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수많은 변주 중의 하나일 뿐인 것이 되어 버린 것일까...싶어 잠시 우울해졌지만 자못 진지하게 받아치면 도리어 농담을 농담으로 못 이해하는 '갱년기 아줌마'로 비칠 것 같아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런데...며칠 뒤, 그 동료는 아무 이유 없이 '결혼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달랑 보내고 결혼식을 끝내 치르지 않았다고 했다.

혀를 내두를 신통력이 신통방통하다고 해야할지, 가벼운 입놀림이 산통 다 깼다고 해야할지...

무엇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열쩍어서 그저 '놀라운 사건'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어쨌든 작지만 큰 일일지도 모를 일련의 에피소드 덕분에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긴 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책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글 쓰는 사람 박연준, 장석주 두 사람의 에세이라고 해서 어떤 연으로 만난 사람들일까...했더니

글쎄 부부라고 한다.

 

이 책은 우리의 결혼선언을 대신할 것입니다.

각자의 글이 빵과 소스 같기를,

그렇게 어우러져 읽히기를 바랍니다. -12

 

둘의 자세한 사연은 알 길이 없으나

세대차를 스스로 걱정할 만큼 나이차가 꽤 난다고 했다.

호주에 사는 지인이 집을 비운 사이 한 달 남짓 호주에 살아보기로 했다며

호주에 도착해서부터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호주살이와 대부분 '걷는'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는

그러나, 일부러 강조하지 않는다면 둘의 나이 차이를 알기 어렵다.

 

결국은 '사랑' 앞에 하나로 엮인 이 둘은

나란히 걷기를 꿈꾸고

1인분의 고독을 포기하고 2인분의 고독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면서부터

따로 또는 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낸다.

 

도시여자인 듯 싶은 여자와 언제든 혼자 있어도 불편함이 없을 듯 싶은 남자는

우리나라를 그리워하며 또 호주를 마음껏 즐긴다.

먹고 싸우고 화해하고 멋지게 걷고...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호주를 배경으로 했기에 가능한 느낌들인지도 모르지만

호주에서의 '걷기' 혹은 일상체험은

그들의 독특한 만남과 사랑처럼 색다르게 다가온다.

 

박연준의 편안하면서도 사뭇 투정섞인 글이 앞에 ,

떫지만 묵직한 맛을 내는 와인 같은 장석주의 글이 뒤에 배치되어 있다.

 

살짝 다투고 나서 붉은 와인을 토해낸 채 잠든 여자를 본 남자.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각을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도 있다. ^^

 

어쨌거나 결혼의 의미도 생각해 보게 하고

걷는다는 것에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철없지만 어쨋거나 기대며 살아가야 하는 내 남편에게도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을 수 있는 끈끈한 사랑을 쌓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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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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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관해 말하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

 

대학 시절, 시집만 사서 읽는 선배가 있었다.

무협지와 대하역사소설, 그리고 만화책에 빠져 있던 나로서는 도저히 그 기괴한 독서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의 행간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것인가.

그 선배는 문학 동아리에 든 선배도 아니었고 어두운 현실에 목말라 하며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갈급한 선배도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가는 뚜벅이 스타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스스로 말하길 "나는 시가 좋아서 시만 읽는다."라고 했다.

 

두껍지도 않은 얄팍하고 작은 사이즈의 책에서

시를 읽어내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내가 편식하는 장르의 독서에 있어 무엇보다도 속독이 생명인 내게 비해

한 권의 시집을 천천히 시간 들여 읽고 또 읽고

다음날 또 읽는 그 행위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선배는 진중한 행동과 짤막한 대사 속에서

언제나 보이는 것보다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다.

오옷. 눈부셔~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보다는 좀 더 깊은 세상의 비밀 하나쯤을 더 안고 있는 듯이 보여져서 그 때는 경원의 대상이었다.

저런 재미없는 사람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까...

 

그렇지만 그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있었고, 그에게도 짝은 찾아왔다.

내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이상하게도 "시"에 천착하는 그를 이방인 바라보듯이...그렇게 바라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시를 좋아한다고 이방인이라니...

 

이방인이라는 단어 어디에서 시 좋아하는 사람의 뉘앙스가 풍겨져 나왔던 것이냐.

 

황현산은 이렇게 시와 문학에 무지한 나에게 시를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 때도, 지금도 시에 관해 논하는 사람들은 경원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처음 들추었을 때는 '꽤나 머리 아프겠군...'하며 살짝 이마에 주름을 잡았지만

익숙한 이육사의 <광야>가 나오고 백석의 <사슴>이 나오고...간혹 번역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섞여 들면서 쪼그라든 마음은 다림질 앞에 쭉쭉 펴지는 린넨 천처럼 평평해지고 말았다.

 

때로는 한없이 친근한 동요로 마음을 다독여주고 때로는 설화의 <공무도하가> 같은 노래로 문학의 보편성을 말하고, 때로는 이성복의 [래여애반다라] 시집에서 세월호의 아픔까지 연결해서 현실을 느껴보라고 말하고 있기에...

시가 너무 어려워서 지금까지 읽지 않았다, 는 변명의 말이 무색하게 된다.

 

시에 관해 현학적이지 않게, 한무릎 낮추어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이 책 전체에 스며 있다.

2016년에는...시를...읽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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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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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사람이 있었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페루라는 곳은 마추픽추의 태곳적 신비함이 살아 있는 곳.

고산지대의 험악함과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가 녹아 있는 곳.

그리고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열이 마냥 사랑스러워 했던 하얀 라마가 살고 있는 곳.

 

어른 남자 셋이서 셀카봉을 들고 신 나게 빙글빙글 돌며 그들만의 추억을 남기던 장면이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아서 페루라는 곳이 싱글벙글할 수 있는 곳이구나, 생각했었다.

실제로 가서 그 나라의 기후와 생활을 느껴보지 않으면 그 나라를 속속들이 안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감상했다는 것으로만 그치게 된다.

페루는 그래서 여전히 환상 속의 나라였다.

남미인들의 전통적인 이목구비와 이상하게도 잘 어울리는 페도라같은 모자와 화려한 문양의 스커트, 까만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양옆으로 땋아내린 모습.

그들의 선한 미소가 남미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나운서라는 직함보다 여행가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손미나가 그 남미의 속살을 보여주려 한다.

<꽃보다 청춘>에서처럼 특유의 설정을 하고서 적은 돈으로 쪼달리며 여행해야 하는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빡빡한 여행 일정에 하루하루를 끼워넣어야 하는 것도 아닌 자유 여행.

어찌 보면 꽤 럭셔리한 여행이 될지도 모를 이 여행기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하나...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서 책을 펼쳤으나 역시...아나운서답게 어디 하나 삐걱거리는 곳 없는 유려한 문장에 몸을 싣자 그녀의 여행은 '나의 여행'화 되어 버렸다.

남미의 풍토병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주사를 한꺼번에 맞아야 했던 준비과정부터 함께 했더니 손미나가 그리워했던 친구 이야조차도 나의 친구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답게 각국의 항공 서비스를 비교 설명해 주는 부분에서는 '여행가'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하여 기꺼이 26시간의 비행을 감내하며 페루로 그리운 이를 만나러 가는 손미나의 여행에 살짝 기대감을 얹어 보기로 했다.

 

고대 피라미드 우아카 푸크야나 유적지가 한눈에 펼쳐져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야는 손미나의 석사과정 동기였다고 한다. 페루에 살고 있던 이야는 언제고 한 번 페루에 놀러온다면...이라는 약속 아닌 약속을 흘리듯 남겼으니, 지금이 바로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때.

 

"네가 페루까지 왔는데 내가 쿠스코와 마추픽추에 같이 가지 못한다면 평생 한이 될 거야. 어떻게든 꼭 갈게."

여행지에서 기대하는 우연한 만남은 손미나의 여행에서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손미나의 여행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람"을 만나고 뜻밖의 사건을 즐기고 더 나아가서 일부러 만들려고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게 바로 진짜 여행이지...

 

여행의 동행자는 일본인 레이나.

여행을 함께 다니며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고 하는 레이나와의 사이에서도 단 한 번, 삐걱거린 일이 있었으니 그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이야와 마추픽추에서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이,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만남도 좋았고

쿠스코에서 만난 운전기사 그레고리와의 운명적인 재회도 페루 여행을 꼭 떠나보고 싶게 만드는 에피소드였다.

"쿠스코에 꼭 다시 올게요. 그때 우리 만나요, 그레고리. 정말 고마웠어요."-108

 

고산병에 대비한 산소통 룸서비스도 흥미 있었고 나스카 라인 관광의 허무한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쭉 여행기를 읽다 보니 페루의 자연이나 페루의 신비한 유적, 다양한 볼거리가 선사하는 즐거움 외에도 손미나가 만난 "사람"들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겐 낯선 여행지일지 모르지만 거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인 그곳.

그 곳에 사람이 있었네.

이 하나만 기억하면, 세계 어떤 곳을 여행지로 삼더라도 무조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하나는 건져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페루는 그리하여 기분 좋은, 그리움을 품은 나라로 기억되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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