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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이 순간의 풍경 - 꼼쥐
<노랑무늬영원>
특별하지 않은 일들은 그저 멀뚱히 바라보는 편이 좋다. 평소보다 눈에 힘을 반쯤 빼고 멍하니 바라보노라면 흔하디 흔한 일들도 마냥 아름답게만 보인다. 그래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슬몃 놓쳐버린 일들, 무채색의 흐릿한 일상도 시간이 멀찌감치 흘렀을 때는 분명 아름답게 보인다. 그렇게 흘려버린 일들을 생각할 때면 과거에는 매우 소중하게 느꼈었던 것들과 별 것 아니라고 내팽겨쳤던 일들이 일순 자리바꿈을 하곤 한다. 후회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렇듯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후회는 어쩌면 가치관의 혼란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10점
이 사랑이 비록 연애의 끝이라고 해도 - readersu
<그 남자의 연애사>
사랑은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연인이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연애는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 사랑이 발전하면 연인이 되고 연인이 되면 연애를 하게 되는 것. 여기 그런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있다. 나, 너, 혹은 그 여자, 그 남자, 그들의 연애사! 내가 아는 사랑은 달달하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드라마와 연애 소설로 다 보았으니 등장하는 남자는 당연 멋진 남자. 여자는 아름답거나 그렇지 못하면 귀엽기라도 한 캐릭터. 그리고 그들...

10점
똑똑하게 다이어트하기 위한 필독서 - 쾌락적독자
<다이어트 진화론>
확실히, 몸은 우리 시대의 가장 핫한 이슈임이 틀림없다. 성형에서 다이어트, 건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설과 이론들이 난립하고 있으니 말이다. 졸업 선물로 성형 수술을 해달라고 조르는 학생, 면접을 잘 보기 위해 얼굴을 디자인하는 취업재수생, 온국민의 입방아에 올라도 살만 빠지면 그만인 다이어트 프로그램 출현자들, 아름다워지기만 하면 동굴에라도 들어갈 사람들이 즐비하다. 한편으로 나이가 들면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난다. 피로와 스트레스, 음주와 비만 등으로 숱한 질병에 시달린다. 이제 삼십 대에 노화의 산물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

8점
그대도 깊고 진한 길을 가고 있어요. - 오후즈음
<서른,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초등학교 때부터 쓴 일기를 아직 가지고 있다. 가끔 읽을 여유도 없지만 오래전 일기를 들춰보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지 않는다. 이유는 오랜 일기를 읽고 나면 지금의 내 모습이 많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분명 일기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쓴 부분을 너무 많이 읽어 봤기 때문이다. 어떤 나이가 되면 정말로 그런 직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았던 유년시절의 일기는 더욱 서글픈 현실에 서글퍼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일기라도 들춰보고 나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후끈 달아오르는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가끔, 아주...

8점
괜찮다면 즉시 와 주게, 괜찮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네 - 아잇
<셜록 케이스북>
셜록. 셜록. 어쩌다 우리가 홈스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는가. 셜로키언들의 압사당할 정도의 주석과 멋들어진 삽화로 중무장한 고급 하드커버가 셜록 홈스의 ‘끝판 왕’이라고 생각했을 적에는, 적어도 그때는 그것이 추론의 과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모델에게 합당한 대우라고 여겼음에 다름 아니다. 환상보다 더 환상 같은 환상을 만들어낸 위대한 자를 단순히 ‘셜록’이라고만은 부를 수 없었던 것일 터다. 더욱이 밀레니엄을 지나오면서 몇 차례나 거듭된 셜록 홈스 이야기들과 더 이상은 새로울 것이 없었던 책들 또한 쏟아지기를 반복했는데, ...

10점
관심을 갖자고 말하는, 작지만 울림이 깊은 책 - 다락방
<지식 e - 시즌 8>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죠." 출근 17시간 만의 휴식눈 좀 붙이려고신문지로 가린 형광등 "100만 원이라도 일정한 수입이 생기니까‥‥사실 경비의 '경'자도 몰랐어요." 아파트 경비원 대다수 60대 이상 남성 본래업무인 감시, 단속 외에분리수거주차관리택배관리환경미화‥‥ "눈이 오면 밤새 치워야 하죠.아이들 넘어지면 경비원 탓이 되니까‥‥아파트 경비원이 슈퍼맨이라니까요." 화장실 변기가 고장났다고형광등 나갔다고TV가 안 나온다고수시로 울리는 인터폰 "한국의 아파트 경비원은 낮은 임금에 고용된 하인에 가깝...

10점
마음속 기억으로 나 있는 홈, 새겨진 길을 따라서. - Nussbaum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너무나 유명한 영화 <러브 레터> 의 한 장면.이 영화에는 후지이 이츠키가 읽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가 나온다. 영화의 얼개와 잘 맞아떨어진 느낌. 두툼한 양장본으로 되어 있던, 하얀 표지의 책. 아픈 추억, 좋은 느낌을 담은 기억의 단편의 향기를 다시 꺼내 놓으라 한다. 잊은 줄 알았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별과 재회 또는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이다. (...) 작품 세계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것은, 우리가 부단히 죽어 가고 있다는 세네카식의 인식이다. 특히 망각현상이 그 극명...

8점
파국을 통해 다시 꿈꾸는 연습 - 드팀전
<파국의 지형학>
지금 누가 세계의 파국을 말하는가? 파국은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로지 대중문화의 이미지 속에서만 존재한다. 극장은 파국을 스릴로 즐기는 '재미의 성전'이 될 뿐이다. '고도'는 극이 끝나도 무대 뒤에서 발만 비비꼬고 있을 뿐이며 '유토피아'는 '달의 어두운 면'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달은 언제나 달아나는 달, 잡히지 않는 달이다. 현실 세계에서 파국은 부분적 공모자들이 돌리는 술 잔 속에 자기 연민과 함께 순회한다. 지긋 지긋한 세상이 확 한 번 엎어지길 바라는 소시민의 소회를 담아 숯불 위에서 몸을 재빨리도 뒤...

10점
올바른 약 복용의 예 - oldies
<컴퓨터 커넥션>
출판사 폴라북스의 "미래의 문학" 시리즈로 앨프리드 베스터의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보다도 걱정이 앞섰다. 베스터의 휘황찬란한 영광은 첫 두 장편 소설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간의 통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작가의 최고작만을 골라 읽으며 눈먼 숭배를 바치고 신성을 부여해대는 건 꼴불견이긴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지난 10여년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두 작품을 남긴 독보적인 SF 작가'로 떠받들어 왔던 사람이, 뒤늦게 소개되는 힘 빠진 후기작 한 권 때문에 '각종 부침이 있었고...

8점
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礼の年 - Jeanne_Hebuterne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hoto by Reuters 말문을 연 아이의 단어만큼이나 많은 수식어, 한여름의 폭염과 비만큼 상반된 생각을 여럿에게서 불러오는 작가. 이름이 브랜드 처럼 여겨지는 작가. 작품만큼이나 이름 하나로 주목받는 작가. 그의 단어, 문장, 이야기를 이제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아야 할 것 같은 작가. 평일 낮 대형매장에 독자들이 줄 서서 새로 나온 이 책을 받아들고 돌아갔다. 그보다 먼저 일본에서는 많은 이들이 발매 당일 자정에도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간 전, 제목만 알려졌을 뿐 내용 포함해 모든 것은 비밀에 ...

8점
아마 우리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 맥거핀
<적군파>
1972년 2월 28일, 각종 테러와 범죄, 파괴활동방지법 위반으로 경찰의 추적을 받던 연합적군의 최후의 생존자 5명 전원은 일본 나가노 현의 아사마 산장에서 10일 동안 산장의 여주인을 인질로 잡고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에게 결국 체포되었다. 사건은 끝난 것처럼 보였고, 모든 진상은 드러난 듯이 보였으며, 이들에게는 긴 수형생활만이 남은 듯했다. 그런데 이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숨겨진 나머지 부분이 드러났고, 그것은 경찰은 물론 전 일본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사마 산장에서 사건이 벌어지기 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평균나...

10점
90세 한 노인의 투신을 희망이라 부르는 까닭 - Soli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90세 한 노인의 투신을 희망이라 부르는 까닭[서평] 스페인 만화대상 수상작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길찾기그가 처음부터 아나키스트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독한 가난에 포위된 채, 폭력으로 억누르며 생존의 당위만 강조하던 아버지와 형제들, 담을 쌓아 경계를 나누며 서로를 증오하고 탐하던 이웃들 사이에서, 그는 "모름지기 사람은 인류 외에 다른 고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욕망은 곧 절망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고향 페나블로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가 떠나고자 했던 것은 고향이 아니라, 온갖 야만...

10점
<가벼운 나날>, 형태에서까지 삶을 담아버리는 소설 - 고리오
<가벼운 나날>
*당신은 내면을 믿는가. 진심을 믿는가. 혹은 표면과 내면을 구분할 수 있는가. 그냥 마음과 진짜 속마음을 가려낼 수 있는가.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러한 몇 가지 질문을 겹쳐 보고 싶었다. 누군가가 언제나 표면적이고 겉도는 말만 한다면 그 사람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람일까. 내면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는 과연 누군가의 내면을 알 수 있기는 한가? 한국식으로 포장마차에서 코가 삐뚤어지게 소주병을 기울이며 ‘속 얘기’를 밤새도록 하고 나면, 그를 ‘깊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인가?“...

10점
환멸을 딛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세밀화 - 헤르메스
<가벼운 나날>
여름은 끝났다. 날들은 온기를 잃었다. 사람들로 가득 붐비던 여름의 해변은 황량하게 버려졌다. 가을이 찾아온 것이다. 가버린 여름의 축제를 아쉬움으로 곱씹게 만드는 계절, 다가올 혹독한 겨울에 대한 예감으로 한층 더 움츠리게 되는 계절이. 75년.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미국은 그런 계절이었다. 72년 닉슨의 워터게이트와 75년 베트남 전쟁 패배로 그동안 미국인들이 믿고 있었던 자신의 나라와 거기에 투영되었던 이상이나 꿈들은 광풍에 휩쓸린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윙윙' 메마른 바람소리...

8점
‘소설’이라 부르고, ‘다큐’로 읽는다. 『소설 출판 24시』 - 구단씨
<소설 출판 24시>
미리 고백하건대, 유감스럽게도 내가 이 책을 순수한 의도로 구매한 것은 아니었다. ‘소설 출판 24시’라는데, 그 24시라는 기준은 누구의 입장에의 시간인지, 어떤 이야기로 변명을 포장하려 하는 것인지 싶은, 조금은 삐딱한 시선이었다. 현재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참여해 쓴 소설이란 점에서 정말 솔깃했다. 철저하게 독자로, 돈을 주고 책을 사는 소비자로만 살아온 내가 요즘처럼 시끄러울 때 이 책을 펼쳐보게 된다면, 그들이 하는 말을 조금은 더 생생하게,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기는 했다. 결...

10점
늙은 크프우프크의 이야기, 그리고 우주의 영원한 팽창 - WiredHusky
<우주 만화>
네, 그렇습니다. 마침내 소설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20년간 헤매던 미로에서 드디어 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문을 나서는 순간 햇빛이 쏟아져 내려 질끈 두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뜨자 내 앞에 거대한 이야기의 무덤이 있었습니다. 내가 미로를 헤매는 동안 아무도 돌봐주지 않은 이야기들이 거기 그렇게 죽어있었던 것입니다.오열하는 슬픔이라기 보다는 바위처럼 묵직한, 차가운 슬픔을 안고 나는 무덤을 올랐습니다. 무덤은 생각보다 크고 높았습니다. 나에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나 놀라울 정도였죠. 높은 곳에 올라가 바람이라도 쐬...

10점
역사의 격량에 휩쓸려 잊혀진 그 이름, 이쾌대 - cyrus
<이쾌대>
♣ '이O대'라는 글자로만 남은 화가 이쾌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1948~1949년 혹시 이쾌대라는 이름의 화가를 아는가. 올해가 이쾌대 탄생 100주년이다. 이쾌대는 이인성과 함께 우리나라 근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힌다. ‘월북작가’로 낙인찍혀 이름 없는 화가로 남아 있었다. ‘쾌’(快) 자가 빠진 채 ‘이O대’로만 알려졌다. 1991년 서울 신세계미술관에서 ‘월북작가 이쾌대’전이 열리면서 그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기 드문 대작, 그리고 근대미술에서 찾아보기 힘든 군상으로 당시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

10점
형태를 잃어가는 과일로부터 길어낸 60대 여성 킬러 이야기..'파과' - 흔적
<파과>
구병모 작가는 그로테스크한 작품성으로 현실을 반영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그런데 그로테스크함의 현실성이 아닌 60대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의 낯선 현실성이라면 어떨까? 이 생각은 킬러라는 낯선 작품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란 화두를 던져주는‘파과’로 인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작가가 형태와 본질을 잃고 일부 흔적만이 남은 과일로부터 죽음을 떠올리고 쓴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명상이나 초기 불교의 부정관(不淨觀) 같은 의식(儀式)이 아닌 죽임의 세계를 다룸으로써 죽음에 대한 사유를 현실화...

10점
노름마치-소리가 들린다. 도도도도(圖到道導) - 남희돌이
<노름마치>
<노름마치>-소리가 들린다. 도도도도(圖到道導) 진옥섭의 글을 눈으로 좇으니 진양조에서 시작한 것이 중모리를 거쳐 점점 빨라지는 심박수와 함께 자진모리, 휘모리로 몰아친다. 소리가 귀로도 들리는 듯 하여 책을 읽던 내내 눈을 들어 가끔 허공을 바라보곤 했다. 내 귀에 그네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도도도(圖到道導).종종걸음 치며 밀려온다. 점점 거세진다. 파도가 된다. 나는 거기에 휩쓸려 내 몸을 잊었다. 실현과 미실현.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노름마치의 세계,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에 대해 아직 잘 ...

8점
슈테판 츠바이크와 막스 갈로의 반대편에 이 책이 있다. - 가연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
슈테판 츠바이크의 명성에 비하면 조금 그 빛이 바래는 감이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역사 전기 작가인 막스 갈로의 명성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유려하면서도 짧은 호흡으로 쓰여지는 그의 역사 소설들은 쉽게 읽히기도 하고, 동시에 독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이번에 출간된 프랑스 대혁명, 도 바로 이 막스 갈로의 책인데, 여간한 야심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정말 거대한 사건을 하나의 줄기를 잡아서 그대로 써내려간 작품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에 고증이 부족한 것은 또 아니다. 하나의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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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뜻하다.

나들이 하기 딱 좋은 날씨다. 규원이와 손을 잡고 지하철 역까지 걸었다. 맘이 설레고 기분이 좋은지 규원이는 연신 조잘조잘이다.

“엄마, 엄마. 내가 얘기 하나 해 줄까?” 전에 없이 이야기도 지어 주려나 보다. “응. 해 봐.”

 “있잖아. 한 유령이 살았어. 그런데 유령은 아주 더러웠어. 어느 무시무시한 집에 유령이 들어갔거든. 사람을 잡아 먹었어. 그리고 깨끗이 씻었어. 끝.”

줄거리가 간단 명료한 것이. 무슨 이야기를 흉내낸 이야기도 아니고, 독창성은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끝나고 너무 짧다는거. 그래도 그게 어딘가. 그 이후로도 지하철역에 도착하기까지 몇 개나 지어냈지만, 거짓말해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가 등장한 것 외에는 더러운 것이 깨끗해졌다는 얘기의 반복이다. 그래도 규원이의 이야기 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역에 닿아서 부산 시민회관으로 고고.

성철스님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 갔다가 후기를 썼더니, 성철스님 테디 베어(누더기 두루마기 의상을 입은 곰)를 준대서 받으러 가는 길이다.

사실은 김*아 라는 이름이 3등,탈모 시술권 10만원권에 당첨이 되었다. 그런데 왜 테디베어냐? 1등 국내 왕복 항공권부터 3등까지 상품이 나뉘고 나머지는 모두 묶여 테디베어에 당첨되게 되어 있었다. 1등 5명, 2등 3명, 3등 5명, 4등 100명이니 말이다. 사실, 100명 넘게까지 후기를 남기진 않았단 말씀. 1등이 아니면 별 구미가 당기지 않는 선물들 뿐이지만 테디베어는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후기를 남겼었다. 그런데 내가 후기를 쓰려는데, 이미 김*아 라는 이름의 동명이인이 글을 올려 놓았더라. 그래도 실명을 써야지, 하면서 내 이름 그대로 썼더니, 3등에 이름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2명이면 하나는 3등, 나머지 하나는 다른 곳에 이름이 있어야 할 터였는데, 이름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테디 베어에라도 이름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말이다. 그것은 주최측에서 김*아를 한 명으로 알고 3등에 당첨시켜 준 것이 아니냐 말이다. 그래서 전화를 해 봤더니, 역시나 그들은 2명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잠시 확인하는 것 같더니, 날짜상으로 앞의 글, 내가 쓴 글이 아닌, 다른 김*아의 글이 3등이었다. 그러더니, “테디베어 받으러 오세요.”했다. 연락처 남기는 것도 없이, 로그인도 없이 덩그러니 이름만 남기고 후기 쓰는 이벤트여서 본인 확인 절차가 따로 없다. 받으러 갈 때, 신분증 지참이 다다. 내가 그냥, 신분증 가지고 가서 3등 경품을 꿀꺽 했으면 어쩔 뻔했냐. 그러나 내가 가져봤자 휴지 조각 신세일 것 같아서, 나는 자진 신고하고, 테디 베어를 받아왔다. 동명이인의 그늘에 가려 정당하게 순위경쟁도 못해 본 내 신세. 두 명의 이름을 하나로 보아 3등을 준 것이면, 난, 테디베어 2개 요구할 권리 정도는 있을 테지. 그래서 테디 베어 2개를 받아왔다. ^^

예상대로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스님의 누더기 두루마기 입은 테디베어를 보고 하나라도 배우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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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메시지

 

나는 글쓰기로 힐링한다.

 

 

이유는? 게을러지기 쉬운 나이기에 매일 일기를 쓰면서, 책 읽고 리뷰도 쓰면서, 나의 내면을 지그시 응시하기 위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나 자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메시지는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3가지로 요약한다.

 

1. 나의 아이들-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 주는 존재들

 

2. 고전 읽기-그 중에서 박지원의 글을 골라 보았다.

 

정조의 문체반정에 딱 걸린 삐딱 남아, 중국 기행문<열하일기>로 당대의 인기를 한몸에 끌었던 박지원

그도 글쓰기를 통해 힐링을 했을까?

그의 누이가 향년 43세에 세상을 등졌을 때, 나루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지었던 묘비명의 구절이다.

무뚝뚝할 것 같은 조선 선비의 속내가 절절이 드러난다. 자, 보시라.

 

嗟乎。姊氏新嫁。曉粧如昨日。余時方八歲。嬌臥馬效婿語。口吃鄭重姊氏羞。墮梳觸額。余怒啼。以墨和粉。以唾漫鏡。姊氏出玉鴨金蜂。賂我止啼。至今二十八年矣。立馬江上。遙見丹旐。翩然檣影。逶迤至岸。轉樹隱不可復見。而江上遙山。黛綠如鬟。江光如鏡。曉月如眉。泣念墮梳。獨幼時事。歷歷又多。歡樂歲月長中間。常苦離患憂貧困。忽忽如夢中。爲兄弟之日。又何甚促也。

去者丁寧留後期。猶令送者淚沾衣。扁舟從此何時返。送者徒然岸上歸。

 

아, 슬프다! 누님이 갓 시집가서 새벽에 단장하던 일이 어제런 듯하다. 나는 그때 막 여덟 살이었는데 응석스럽게 누워 말처럼 뒹굴면서 신랑의 말투를 흉내 내어 더듬거리며 정중하게 말을 했더니, 누님이 그만 수줍어서 빗을 떨어뜨려 내 이마를 건드렸다. 나는 성을 내어 울며 먹물을 분가루에 섞고 거울에 침을 뱉어 댔다. 누님은 옥압(玉鴨)과 금봉(金蜂)을 꺼내 주며 울음을 그치도록 달랬었는데, 그때로부터 지금 스물여덟 해가 되었구나!

강가에 말을 멈추어 세우고 멀리 바라보니 붉은 명정이 휘날리고 돛 그림자가 너울거리다가, 기슭을 돌아가고 나무에 가리게 되자 다시는 보이지 않는데, 강가의 먼 산들은 검푸르러 쪽 찐 머리 같고, 강물 빛은 거울 같고, 새벽달은 고운 눈썹 같았다.

눈물을 흘리며 누님이 빗을 떨어뜨렸던 일을 생각하니, 유독 어렸을 적 일은 역력할 뿐더러 또한 즐거움도 많았고 세월도 더디더니, 중년에 들어서는 노상 우환에 시달리고 가난을 걱정하다가 꿈속처럼 훌쩍 지나갔으니 남매가 되어 지냈던 날들은 또 어찌 그리도 촉박했던고!

 

떠나는 자 정녕히 다시 온다 다짐해도 / 去者丁寧留後期

보내는 자 눈물로 여전히 옷을 적실 텐데 / 猶令送者淚沾衣

조각배 이제 가면 어느제 돌아오나 / 扁舟從此何時返

보내는 자 헛되이 언덕 위로 돌아가네 / 送者徒然岸上歸

 

극에 달하면 통한다고 했다. 그의 슬픔이 극에 달하여 글로 풀어낸 이 묘비명이 그의 내면의 응어리를 풀어주었을까..

 

3. 최근 읽은 책의 한 구절이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뭘 써?” 쇼타가 물었다.

“그러니까, 답장 말이야. 이대로는 어쩐지 마음에 걸려서.”

“바보냐, 너?” 아쓰야가 말했다. “그런 게 마음에 걸려서야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31-32)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158-159)

 

세 가지를 꼽고 나니, 노래 한 구절이 입에서 맴돈다.‘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내게 기쁨을 주는데, 내게 기쁨을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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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02-2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 자체로 감동이네요 ㅎㅎ
힐링이 뭐 따로 있나요 ㅎㅎ 내게 소중한 '그대' 가 있는데 ^^
책과 아이와 글쓰기 , 아름다운 삶 이어가세요 ^^
 

 성철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특별전

-부산 시민회관 한슬갤러리 1,2층

 

 

 누더기 두루마기가 나를 마중 나와 있습니다.

환한 웃음 띄며 "어서 오너라."하시는 성철 스님의 얼굴이 저절로 떠올려 집니다.

 

 

 

 

 

 

 

 수행이란...

 

 

 

 

 

 

 

 

 

 

 

 

 

 

 

 

 

큰스님이시니 이런 영롱한 사리가 나왔지. 나는 죽고 나면 한 줌 사리로조차도 남지 못하는 미천한 몸.  

 

 

 

 

 

 

 

<열반의 종소리>

가야산 단풍이 빨갛게 타오르던 1993년 늦가을 창밖에 환해질 무렵이었다. 큰스님께서 해인사 퇴설당에서 11월 4일(음력 9월 19일) 열반에 드셨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에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참선 잘 하그래이"하시고는 앞의 열반송을 남기셨다

 

<영원에서 영원으로>불필스님 회고록-363P.

 

 

 

오욕과 칠정에 사로잡혀 내가 내 속을 팔팔 끓이고 있을 때---

 한줄기 청량한 소나기, 산사의 고요함을 내리치는 죽비소리 처럼 내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열반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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