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밀양 아리랑의 한 소절이다. 절로 흥이 나는 밀양 아리랑.

지난 주 우리의 당일 여행 코스는 밀양 아리랑길 나들이였다.

부산 화명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 밀양역에 도착해서부터 빡세게 걷기로 작정한 코스.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뒤돌아 앉아 있어서 가방만 보이는 아빠.

 

 

 아이들이 아직 어린 관계로, 아리랑길 1코스에서 주요 걷기 지점인 밀양읍성과 송도삼림 쪽은 발도 못 딛고 말았지만,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시작부터 밀양 아리랑을 들어서인지 몰라도 흥이 절로 나는 나들이였다.

기차 30분 소요, 밀양역 앞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걸려서 영남루에 닿았다.

 

 

영남루 올라가는 계단에서 밀양아리랑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과연~ 영남 제 1루라는 명성에 걸맞게 넓디넓은 누각은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방이 탁 트여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게, 여기서 이대로 잠이 들고픈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나의 마음과 같은 부부가 한 쌍 있었는데, 누의 한 쪽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눈을 감고 앉아 바람을 느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는가? 싶었지만, 무릎에 책이 놓여 있었고, 사람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고 있었기에 잠든 것 같지는 않았다. 실례가 될 듯 하여 사진은 찍지 못했다.

 

 

밀양 아리랑의 흥을 제대로 느끼는 아이들.

 

 

영남루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자 연리지가 보였다. 연인들의 애정행각 때문에 예쁜 하트체어에 앉아 찍지는 못하고 옆에 서서 나무만...

 

 

 

영남루에서 5분 거리에 밀양관아가 있었는데, 마침 전통혼례 준비가 한창이었다. 검은 차일이 쳐져 있고, 그 밑에 병풍이 세워진 채 초례상을 준비하고 있었더랬다. 시간이 안 맞아 구경은 못하고, 옆에서 투호 놀이 시늉만 좀 하다 나왔다.

 

 

관아에서 나와 전통 시장 구경을 좀 하고, 영남루에서 내려다 뵈던 강에 있던 오리배 타기 체험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을 일로 오리배 타는 것을 꼽았던 아이들. 역시나 표정이 밝다. 생각보다 꽤나 스릴 있었다. 기우뚱 거리기도 하고, 가끔 가다 멈추기도 했으며, 저기 보이는 다리를 지나 멀리 나아갔을 때는 수초에 말릴 뻔도 하여 음~ 나름 스펙터클한 한 때를 보냈다.

 

 

 

전도연 거리

 

 

밀양은 역에서부터 전도연 주연의 영화<밀양>의 위세를 업고 영화촬영지를 곳곳에 표시해두고 있었는데,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8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오래된 건물들 틈에서 내  눈에 띈 것은 다름아닌, 헌 책방.

왠지 반갑고 정겨웠다.

전도연이 피아노 강습소를 했던 곳도 촬영지라고 번듯이 써놓았는데, 걸어오는 길이 피곤해서 찍을 여력도 없었다. 피아노 강습소 안에 전도연 실물크기 사진이 떡하니 서 있는 게 보여서 웃음~

 

 

 

기나긴 다리를 건너오는 동안, 밑으로는 강을 둘러싼 곳에 조각공원이 보였고, 그날따라 구름은 어찌나 조각같이 풍성하고 아름다웠는지...

 

여행을 마무리하며 피곤한 다리를 저 구름 위에 올리고 쉬라는 듯이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우리를 쫓아왔다.

 

 

밀양은 밀양 아리랑과 아리랑길.

전도연의 영화 "밀양"으로 기억될 듯 하다.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로 고고~~

날 좀 보소~~날 좀 보소~~날 좀 보~~소~~

다음에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좀 더 험난한 코스인 아리랑길 2, 3 코스에 도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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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760 페북 친구하고 욜씨미 소식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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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나는 바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련다.

 

 

 

나는 이 책이 너무나 유명하여 읽을 의욕이 없었다. 그런데 많이도 보아온 이 놈의 책 제목이 어느 순간 뇌리에 각인이 되어 버렸나보다. 어찌 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책이 내 앞으로 왔다. 책이 내 앞에 오고서도 한동안은 열어보기가 싫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서 어떤 리뷰를 남겼는지 아직 하나도 보지 않았지만, 작가의 메이킹 스토리를 죽 읽고나니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렸다고 할까. 책에 무슨 엑기스가 더 이상 남아 있을까...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내 소설이다, 내가 써야 한다. 나밖에 쓸 수없다.” 작가의 확고한 선전포고에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이만큼 으름장을 놨으니 소설은 정말 어려울 거야. 읽어봐야 내가 이해나 할 수 있겠어?

늙은 살인자, 그것도 치매에 걸린 살인자의 회고담이라는데...그 세계에 들어가서 헤엄치다가 내가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올 수 있을까? 물귀신처럼 뭔가가 내 발을 죽 잡아당겨서 ,나, 다시 숨도 못쉬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서둘러 읽을 생각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요즘 들어 계속 그렇다. 베스트셀러 작가니, 작품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나는 읽을 생각도 없었는데, 책들은 마구잡이로 내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오고야 마는 우습지도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책은 제목과 작가만 아는 채,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선물상자를 여는 재미가 있어야만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점점 마음의 풍선이 빵빵해질 것 아니겠는가. 미리 가스를 가득 주입해서 빵빵해진 채로 온 풍선들은 조금만 눌러도 터져버려서 화들짝 놀라기만 하고, 아니 놀라기라도 하면 다행이겠지만, 놀라는 마음이 들기도 전에 푸시시 바람이 새어 버려서 재미가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그렇게 한구석에 다른 책들과 함께 쌓여 있던 책. 잠들기 전에 잠깐 구성이라도 볼까? 하면서 감기던 두 눈을 살포시 열어 몇 줄 읽었는데, 과연~ 이 책은 나를 꽉 잡고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1시간 남짓. 어서 어서 이리로~하는 소리에 이끌려 걸어들어간 그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었다. 생각한 것만큼 어렵지 않네? 술술 읽히잖아. 시인이자 살인자, 치매환자라는 묘한 조합 속에서 살인자는 유유히 살아 있었다. 철학자 니체와 반야심경, 금강경을 읽는 살인자.

 

 

좀 따라가기 힘든 캐릭터이긴 하지만 재미있네. 그러더니 소설은 어느새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좀 멍~하게 보일지도 모를 표정을 지을 무렵, 잠에 취해서인지 소설에 취해서인지 내 손에서 책이 툭~하고 떨어졌다. 아이고. 잠들 시간을 넘겨 책을 읽었더니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 그나저나 밤새워 책을 읽게 만든 이 책의 뒤에서 나는 잠을 쫓아버릴 만한 충격적인 구절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

누가 말했건 간에 이 구절을 보게 되자, 잠이 화들짝 깨어 저만치 달아나면서, 책이 “어이구~바보야.”하고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약이 화~악 올랐다. 기껏 잠도 양보해가면서 읽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치매에 걸린 살인자의 회고라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 툭 툭 내뱉는 말들을 그냥 저냥 흘려보냈더니 내가 바보가 되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체험에 관한 기록이다.-157

라고 해설자가 말했다.

소설을 치밀하게 엮으며 살인자의 정신에 거의 빙의되어서 이만큼 끌고온 작가 김영하는 진짜 대단하다. 한 번 술술 읽고 바보가 되어버린 나는 다시 맨정신으로 책을 잡아야겠다.

 

그러나 작가가 책의 앞에도, 끝에도 갖다 붙인 반야심경의 구절만은 놓지 말아야겠다.

 

 

 

허구로 쌓아올린 소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바보가 되어버렸지만, 반야심경의 구절에 올인하는 한은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작가가 인용한 그 구절을 물고 늘어져 보련다.

그럼...뭔가 도통하게 되지 않을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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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97

내게로 온 번호.

 

 

마스다미리 여자공감만화 시즌 2 - 3종 세트

마스다 미리 글그림
이봄 | 2013년 07월

 

 

마쓰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2 세권이 발간되었다.

여자공감단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서포터즈를 발족했는데, 나는 그 중 97번이다.

안타깝게도 100에서 3이 모자란 수이다.

100번이었다면 와! 100점이다. 하며 기뻐했을까?

아니다. 하마터면 100명 안에도 못 들도 떨어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릴 뻔했다.

100번이 아니라 97번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휴~

휴~

휴~

겨우겨우 턱걸이로 매달려 공감단에 선정된 걸 기념하며 긴 한숨 세 번 내쉬어 본다.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읽으면서 공감하다 못해 격한 한숨을 쉬었던 수 와도 거의 일치한다.

수짱의 일상생활을 엮어낸 만화 중에서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내 주변에 있기 때문이겠지?^^

귀엽고 앙증맞은 수짱의 카드는 짜증을 날려 보내기에 제격이다.

아무래도 읽은 책의 카드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

귀엽게 감상하시라~~

 

 

 

 

 

 

 

 

 

 

 

 

 

 

얇고 가벼워서 책 사이에 책갈피로 안성마춤이다.

책 속에 들어가 있는 수짱, 구경하실래요?

 

 

 

<아무래도 싫은 사람> 책 속에 <수짱의 연애> 카드가 들어있지만,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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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나는 바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련다.

 

 

 

 

 

 

 

 

 

 

 

나는 이 책이 너무나 유명하여 읽을 의욕이 없었다. 그런데 많이도 보아온 이 놈의 책 제목이 어느 순간 뇌리에 각인이 되어 버렸나보다. 어찌 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책이 내 앞으로 왔다. 책이 내 앞에 오고서도 한동안은 열어보기가 싫었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서 어떤 리뷰를 남겼는지 아직 하나도 보지 않았지만, 작가의 메이킹 스토리를 죽 읽고나니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렸다고 할까. 책에 무슨 엑기스가 더 이상 남아 있을까...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내 소설이다, 내가 써야 한다. 나밖에 쓸 수없다.” 작가의 확고한 선전포고에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이만큼 으름장을 놨으니 소설은 정말 어려울 거야. 읽어봐야 내가 이해나 할 수 있겠어?

늙은 살인자, 그것도 치매에 걸린 살인자의 회고담이라는데...그 세계에 들어가서 헤엄치다가 내가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올 수 있을까? 물귀신처럼 뭔가가 내 발을 죽 잡아당겨서 ,나, 다시 숨도 못쉬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서둘러 읽을 생각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요즘 들어 계속 그렇다. 베스트셀러 작가니, 작품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나는 읽을 생각도 없었는데, 책들은 마구잡이로 내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오고야 마는 우습지도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책은 제목과 작가만 아는 채,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선물상자를 여는 재미가 있어야만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점점 마음의 풍선이 빵빵해질 것 아니겠는가. 미리 가스를 가득 주입해서 빵빵해진 채로 온 풍선들은 조금만 눌러도 터져버려서 화들짝 놀라기만 하고, 아니 놀라기라도 하면 다행이겠지만, 놀라는 마음이 들기도 전에 푸시시 바람이 새어 버려서 재미가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그렇게 한구석에 다른 책들과 함께 쌓여 있던 책. 잠들기 전에 잠깐 구성이라도 볼까? 하면서 감기던 두 눈을 살포시 열어 몇 줄 읽었는데, 과연~ 이 책은 나를 꽉 잡고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1시간 남짓. 어서 어서 이리로~하는 소리에 이끌려 걸어들어간 그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었다. 생각한 것만큼 어렵지 않네? 술술 읽히잖아. 시인이자 살인자, 치매환자라는 묘한 조합 속에서 살인자는 유유히 살아 있었다. 철학자 니체와 반야심경, 금강경을 읽는 살인자.

 

 

 

좀 따라가기 힘든 캐릭터이긴 하지만 재미있네. 그러더니 소설은 어느새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좀 멍~하게 보일지도 모를 표정을 지을 무렵, 잠에 취해서인지 소설에 취해서인지 내 손에서 책이 툭~하고 떨어졌다. 아이고. 잠들 시간을 넘겨 책을 읽었더니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 그나저나 밤새워 책을 읽게 만든 이 책의 뒤에서 나는 잠을 쫓아버릴 만한 충격적인 구절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

누가 말했건 간에 이 구절을 보게 되자, 잠이 화들짝 깨어 저만치 달아나면서, 책이 “어이구~바보야.”하고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약이 화~악 올랐다. 기껏 잠도 양보해가면서 읽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치매에 걸린 살인자의 회고라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 툭 툭 내뱉는 말들을 그냥 저냥 흘려보냈더니 내가 바보가 되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공포체험에 관한 기록이다.-157

라고 해설자가 말했다.

소설을 치밀하게 엮으며 살인자의 정신에 거의 빙의되어서 이만큼 끌고온 작가 김영하는 진짜 대단하다. 한 번 술술 읽고 바보가 되어버린 나는 다시 맨정신으로 책을 잡아야겠다.

 

그러나 작가가 책의 앞에도, 끝에도 갖다 붙인 반야심경의 구절만은 놓지 말아야겠다.

 

 

 

허구로 쌓아올린 소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바보가 되어버렸지만, 반야심경의 구절에 올인하는 한은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작가가 인용한 그 구절을 물고 늘어져 보련다.

그럼...뭔가 도통하게 되지 않을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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