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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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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학생인 나를 엄마가 당분간 친척 집에 맡긴다면, 안간다고 신경질을 냈을 것이고 또 그렇게 어찌어찌 친척집에 갔다면, 뭔가 화난 상태로 계속 뚱해 있었을 것 같다. 리쿠도 그랬다. 엄마가 고모네 집으로 자신을 보낸 게 너무 싫었다. 게다가 엄마가 그토록 무시해서 그동안 만나보지도 못하게 했던 간사이 지방의 사투리를 쓰는 고모가 아닌가! 어릴때부터 간사이 지방 사투리는 천하다고 시끄럽다고 엄마한테 들어왔기에, 리쿠는 그 지방의 사투리가 혹여라도 자기에게 익숙해질까봐 치를 떤다. 엄마의 지나치게 '완벽한' 교육 때문에 공감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리쿠는, 그러나 어떤 분위기에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눈물이 필요한 순간에는 운다.



음, 좀 복잡한 마음이 되었는데, 


'스테퍼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에는, 자신의 아이가 여자라는 이유로 분홍색이나 인형에 대한 선택이 필수적인 것처럼 되는 걸 막기 위해 그런 교육을 시키지 않지만, 유치원에 보내고나니 분홍색과 인형을 취향으로 갖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이 세계 안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갖게 되는 고유한 환경은, 그 안에 있을 때는 힘이 세다. 물론 바깥으로 처음 나간 순간에도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고. 그러나 더 넓은 세계에 더 많은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하고, 또 그 많은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엄마밖에 모르던 어린 아이에게 엄마의 말은 힘이 세지만, 아빠의 말은 진실이지만,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완전히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그걸 보며 잠시 혼란스러워 하다가 결국은 자신에게 맞는 것들을 찾아서 취하게 된다. 리쿠는 중학생인지금, 다른 세계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어쩌면 엄마 아빠가 틀린 걸수도 있다는 걸 아마 앞으로는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걸 아주 늦게 알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집에서 받는 교육과 학교에서 받는 교육이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다 졸업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아빠 엄마의 말과 선생님의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다. 내가 듣지 못한 세상에서는 전혀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그래서 나는 더, 경험을 중시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좁은 세계에서 사는 동안에는 그 좁은 세계의 환경이 전부이다. 그러나 인간은 결국은 넓은 세계로 자꾸만 나가게 되는데,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국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릴 때의 환경은 얼마나 중요할까? 에 대한 생각을 해보노라면, 리쿠가 그랬듯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인 것 같아 엄청 중요하게 느껴지다가도, 그러다가 결국은 다른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다른 생각들을 흡수하게 되면서 달라지는 걸 보노라니, 결국은 인간 개개인의 잠재력이 살아가는 데 더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부모님에게 교육 받은 대로 살지 않고 또 국민학교에서 배운대로 살지 않고, 지금은 오히려 부모님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싸우기도 하니, 결국 사람은 자기 갈 길을 가는건가..



아이사와 리쿠는 '그 다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다음'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그 다음을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이 만화의 중요한 포인트 역시 '그 다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그 다음'을 얘기하기 위해 풀어놓은 이야기. 




리쿠의 엄마에 대해서도 꼭 얘기하고 싶은데, 그녀는 외로움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외로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요일에 보았던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서 여자주인공인 '에이미'의 아버지는 몸이 아파 요양원에 계신다. 자신에게 사귀자고 말하는, 연인이 되자고 말하는 남자와 함께 있는 중에 에이미는 요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가 다치셨다고. 함께 있던 남자는 닥터였고, 에이미가 통화를 끊고 아버지에게 가겠다고 하자 자신도 함께 가자고 말한다. 그래서 그와 그녀는 에이미의 아버지를 찾아가고 남자는 아버지의 이마에 찢어진 상처를 치료해준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연인이 되어있었던 남자는 에이미의 옆에 있어주고 그녀가 동생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을 때도 그녀를 토닥이며 안부를 물어준다. 아, 저런 게 연인인가, 저런 게 상대를 사랑하는건가 싶을 만큼 그 장면들이 좋았다. 관심을 가진 상대, 애정을 가진 상대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거. 그리고 도움을 주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는 거. 그래서 그들이 서로를 너무나 좋다고 말하면서 연애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리쿠의 엄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바람피는 걸 알고있고, 그걸 인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쿨한 척 하지 않아도 될텐데, 싶었던 거다. 남편이 '그녀와 헤어질까?'라고 물어도 그녀는 아니라고 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이 혼자 아내를 짝사랑하는 것 같다고 외로워한다. 그렇게 강한 척 하지 않는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강한 척 하다가 더 외로워지는 것 같다고. 어차피 인간이야 결국 외로운 동물이긴 하지만, 차라리, '나랑 결혼했는데 나만 사랑해야지' 라고 으르렁거리는 편이, 너가 다른 여자를 만나니까 나는 외로워, 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너가 좋을대로 다른 여자 만나, 라고 해서 리쿠의 엄마는 자꾸만 쓸쓸함을 안에 쌓아두게 되는 것 같다. 여태 세상을 살면서 느낀 게 있다면, 이 세상에 '쿨한' 사람은 없다는 거다. '쿨한 척' 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지.


건강한 관계란 그런 것 같다. 나의 외로움, 나의 모자람을 상대에게 솔직히 드러내는 것. 그리고 상대가 그에 대해 위로와 격려 도움을 준다고 하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완벽하게 보이고 싶다',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욕심 때문에 더 부족해지는 게 아닐까.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나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내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아픈 걸 모르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걸 모른다. 자꾸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줄로만 안다.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같다. 음..뭐, 나도 그리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울면 상대가 안아주고 상대가 울면 내가 안아주고 그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웃으면 상대가 함께 웃고 상대가 웃으면 나도 같이 웃으면서 그렇게. 리코는 '그 다음'이 기대되는 중학생이지만 '리코 엄마'는 이제 변하기 힘든 어른인 것 같아서 리코보다 훨씬 더 눈에 밟힌다. 가뜩이나 사는 게 더러운데, 세상이 더러운데,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왜 유행가 가사 중에도 그런 게 있지 않나. 사랑만 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




아침에 동료직원이 아메리카노를 사주고 촉촉한 초코칩도 줬다. 함께 먹는데 존맛..핵존맛.. 너무 맛있어서 집에 가고 싶다. 촉촉한 초코칩을 수십박스 사서 쌓아두고 아메리카노 어마어마한 냄비에 받아놓고 하루종일 먹으면서 핵존맛 핵존맛.. 이러면서 있고 싶다. 그러면 행복하겠지.. 인간..

크리스마스 계획을 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아빠 엄마 모시고 가서 함께 갈비를 먹고!! 크리스마스 당일날에는 퍼져서 늦잠을 자는 거다!!!!! 


완벽한 계획이야...


삶의 연속성..무얼 먹을지 계속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대로 실천하면서 유지되는....삶의 연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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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11-2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크리스마스 계획인데요!
계획........ 슬쩍 컨닝해갑니다.
저는 담주에 기념일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11-26 10:17   좋아요 1 | URL
계획 좋죠!! 맛있게 많이 먹고 퍼져서 늦잠 자는 건 진짜 지상 최고의 계획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11-26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1-26 15:54   좋아요 1 | URL
그림체가 좋았어요. 단순한 그림이잖아요. 이 만화책은 `그 다음`이 중요한 만화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 읽고나서 했어요. 그리고 리쿠 가족이 좀 신경쓰여요..

크리스마스에 딩굴딩굴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져요. 뭐, 저는 별 게획 없음에도 언제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왔지만 말예요. 크리스마스는 어쩐지 두근두근한단 말예요? 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5-11-27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맛있어서 집에 가고 싶다 ㅋㅋㅋㅋㅋ 나는 촉촉한 초코칩이랑 칙촉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왔다갔다해요. 희한하게 하나가 맛있으면 하나가 맛없더라고요.. 흐음

다락방 2015-11-27 17:11   좋아요 1 | URL
오늘은 소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에요. 일주일만에 엄마 만나는데 엄마가 저녁 같이 먹자 하시길래 소고기 먹고싶다고 했어요. 엄마가 그러면 먹자, 라고 하셔서 행복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촉촉한 초코칩이 책상 서랍에 하나 남아서...아껴야겠다 싶어, 좀 전에는 오레오웨하스를 먹었어요. 이것도 진짜 맛있어요. 행복해..초콜렛은 사랑인가봐요 ♡
 

연애는 노력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그래서 사귀는 데 왜 노력이 필요한가. 그것은 좋아하는 감정이 만들어나가는 자연스러운 관계라고만 생각해왔다. 사실 그간 나는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연애가 시작되기도 했고 진행되기도 했으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언젠가 친구가 '애를 써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왜 애를 써야 해?' 라고 되묻기도 했었다. 연애에 왜 애를 써야하지? 왜 노력을 해야 해?


그러나 나는 몇 번의 연애를 거치고 또 이만큼의 나이를 먹어오면서 이제 연애란 것이 애를 써야하는 것임을, 노력해야 하는 것임을 안다.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연애가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유지될 수도 없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내가 살아온 세계가 이러하니, 이 세계가 별로면 말고. 라는 식으로 그간 연애를 대해왔다면, 이제는 네가 살아온 세계가 그렇다니, 그 세계를 조금 이해하도록 해볼게, 가 된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는 적응하기 위한 노력. 그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힘이었다. 



원제는 [Trainwreck] 인데, 왜 대한민국은 저 영화의 제목을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로 바꿔놨을까? 촌스럽게..제목 때문에 보기 싫었었다. -_-


영화속 여자는 사랑을 믿지 않았다. 가족을 이루는 것 역시 어리석게 생각했었다.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남자친구는 남자친구고, 자유로운 섹스를 즐겼다. 남자친구에게도 당당히 말한다. '응 나 다른 남자들하고도 자'. 이 말에 남자친구가 벙쪄하자 이렇게 덧붙인다. '그렇지만 극장에는 너랑만 와' 라고. 그 말을 들은 남자친구는 말한다. 너에게 청혼하려 했었다고. 아이를 다섯명 낳아 농구팀을 만들고, 자신은 헬쓰장을 차려 일하고 싶었다고, 그리고 너도 같이 헬스장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자막은 여자도 헬스하는 걸로 나왔지만 얼핏 들리기로는 여자한테는 '크로스핏' 선생을 하라는 것 같았다.) 어쨌든 둘은 헤어진다. 헤어지고나서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와 단단히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게 무서울 정도로.


한 번 자고나면 끝일 줄 알았는데 그 남자가 다시 만나자고 하고, 그러더니 사귀자고 한다. 그래서 그와 연인 사이가 되었고, 그가 어떻냐고 묻는 여동생의 말에 '너무 좋다'고 답을 한다. 그러면서 무섭다고 한다. 쓸데없는 걱정들이 생긴다고. 이를테면 탐폰을 빼서 변기에 버렸는데 변기를 돌리지 않은 상태로 애인이 보면 어떡하지? 정 떨어지겠지? 같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그가 좋은데 왜이렇게 무섭지? 라고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여동생은 말한다.



언니가 그동안 얼간이들만 만나다가 이번엔 제대로 사랑에 빠진거지.



아... 여주인공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나는 여주인공이 그동안 만난 남자들이 얼간이들 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났던 남자들도 마찬가지. 내가 얼간이들을 만났기 때문에 연애도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 건 아니다. 여주인공은 영화의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한다. 훈련을 한 거라고. 자기가 그간 그런 자유로운 연애, 일회적인 잠자리를 가졌던 것은, 지금 사랑하는 남자와 노력을 해야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었다고. 사람마다 깨달음의 계기가 다르듯이 깨달음의 순간도 다르다. 누군가는 스무살에 연애가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나이 마흔에 깨달을 수도 있다. 영화속 여자는 몇 명의 남자와 자봤냐는 말에 '올해만?' 이라고 되물을 정도로 많은 남자들을 '만나' 왔지만, 연애가 어떤 식으로 유지되는지 또 좋은 사람과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영화속 여자도 훌쩍 나이가 많고 나도 그렇다. 여자와 나는 늦게 깨닫는 종류의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가 삶에 있어서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늦게 깨닫는 것은 아닐 거다. 어떤 것들은 다른 사람보다 빨리 깨닫는 것도 있었을 것이고, 그리고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깨닫기도 할 것이다. 연애가 노력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야 알았고, 또 누군가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것도, 그리고 상대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다가가고 싶게 하는 것도, 다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크게 싸우고 헤어져버린 여자는 뒤늦게 '노력할게'라는 말로 남자에게 화해를 청한다. 남자 역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으므로 '나도 노력할게' 라고 응답한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그 둘이 연애를 하는 것이라면,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노력을 해서는 안된다. 둘이 같이 노력하는 게 온당하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고 또 그만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게 쌓이면서 내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다. 내 생각이나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이 영화를 스무살 때 봤다면 지금과는 다른 것들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볼 때는 그녀가 노력하겠다고 하는 말이 유독 다가온다. 여자의 외모가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니고 남자의 외모 역시 출중하지 않다(그렇지만 남자는 자신의 직업에서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다 -_-).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연애란 것이 원래 이렇다. 특출나게 잘나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맞추느라 티격태격 하면서 단단해지는 것. 나는 내가 지금의 이 나이라는 것이 좋고, 이제 사랑과 연애를 이런 식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몹시 만족스럽다. 최근에 연애를 시작한 여자사람친구와도 그런 얘기를 엊그제 나누었다. 우리가 이 나이라는 게 좋다고, 다행이라고. 아마도 그 친구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의 연애 경험들이 우리를 조금 더 성장시켰다는 것을.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같이 본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성장영화네' 라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래야 함이 당연하고.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졌다면 또 그만큼 성장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 관계에서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고 힘들게 했는지, 나는 어떤 점들로 상대를 아프게 했는지. 그런 걸 돌아보고나서 다음 사람과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그전보다 조금 더 단단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 여자와 남자가 연인이 되기 전 처음 잤을 때, 여자는 옆에서 잠든 남자의 콧바람을 싫어한다. 나를 향해 눕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둘이 연인이 되고나자 남자가 자신을 안고 자는 것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그런가... 한 침대에서 남자와 여자가 발가벗고 다정하게 누워있는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부럽다... 좋겠지? 좋을거야... 좋고말고.... 비오는 날은 섹스가 딱인데...... 하루종일 누워서 먹고 섹스하고 졸다가 먹고 섹스하고 졸다가 먹고 섹스하고 졸다가....그러면 삶은 얼마나 풍족하게 느껴질까... 현실은 일곱시 반이 되기도 전에 사무실에 출근한 시궁창....



영화에 대한 정보를 별로 없이 보게됐는데 오오, 틸다 스윈튼을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다. 아, 근데 너무 예뻐! >.<



무엇보다 놀란 건 '존 시나' 였다.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에 존 시나 나오는 줄 몰랐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근육질의 존 시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 시나는 WWE 레슬링 선수이다. 77년생이며 챔피언도 여러차례 먹었고 여전히 활발하게 뛰고 있다. 음, 처음엔 모두에게 환영받는 모두가 좋아하는 선수였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엔 야유를 훨씬 많이 받더라. 내가 안보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존?



아아- 나는 운동해서 근육 불룩불룩한 남자들을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막 푸쉬업하고 턱걸이하고 이러는 거 보면 정신이 나갈 정도로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뭔가 막 어마어마하게 근육질은.. 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아, 얼마전엔 인스타에서 여자 모델이 근육질인 거 봤는데 멋져!! ♡ 팔에 알통이 뿔룩 나왔는데 아아 근사했다. >.< 


덧붙이자면, 영화속 여자주인공의 몸매는 딱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매이다. 나도 저렇게 되도록 해야지. 으하하핫. 그런데 언제? (  ")



















'2013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고 화제작' 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영화 [변태가면]은 정말 변태스럽다. 주인공은 남자 고등학생인데 좋아하는 여자 고등학생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할 정도로 수줍은 성격이다. 이 남학생의 아버지는 정의감에 불탔던 형사, 엄마는 변태력이 충반한 에로배우인데, 이 남학생에게는 아버지의 정의감만이 고스란히 유전됐다


고 알고 있었건만, 악당 무리에게 인질로 잡힌 좋아하는 여학생을 구하기 위해 우연찮게 여자 팬티를 얼굴에 뒤집어 쓰고는, 잠재되어 있던 변태력이 풀가동 되어 정의의 용사가 된다... 는 내용이다.

변태가면은 그 이름처럼 옷차림도 평범하지가 않다. 배트맨이나 슈퍼맨 스파이더맨은 아아, 젠틀한 용사였으니.



남학생은 계속 고민한다. 나는 변태인가? 아닌데.. 변태인가? 아닌데... 나는 변태가면이지만 실제로 변태는 아니야... 아아..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니까 이 변태가면이 변태력을 파워업 시켜서 악의 무리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입었던 팬티를 얼굴에 뒤집어 써야 하는데, 으으으윽 하면서 계속 보고 있고.. 저런 민망한 정의의 옷차림을 으으윽 이게 뭐야, 하면서도 계속 보고 있고.. 결국 거대한 악과 싸우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한 뒤에 '이런 내게 좋아하는 사람이 입었던 팬티는 엄청난 파워를 줄거야' 라고 말하는....변태력...... 아아. 


남학생처럼 나도 고민했다. 이걸 으으윽, 하면서도 끝까지 보는 나는... 변태인가. 내게도 잠재된 변태력이 있는건가... 언젠가 여자들 여럿이서 모였을 때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변태성을 갖고 있다는..아아, 그 말은 사실인가. 나는 변태인가.. 변태라서 변태를 보고 있는 것인가. 실제로 연인에게 변태란 말을 들어보기도 했던 나로서는 내 안의 변태력을 이제 확신할 수밖에... 없는건가. 오우오 -0-


변태파워업!

굴욕으로 인한 엑스터시!


모두 이 영화, [변태가면]에 나오는 대사들이다. 



아아, 내 안의 수줍은 변태력,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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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5-11-2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태력이라는 말을 보면서 변태, 변화, 환골탈태, 노출, 번식, 외설, 파격 등 다른 어휘를 떠올렸어요. 본능적인 성과 무관한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지도.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변태이구요. 덕분에 변태(력)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다락방 2015-11-26 09:15   좋아요 0 | URL
변태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글을 제가 썼군요. 흣.
월요일도 너무 빨리 오고 아침도 늘 언제나 빨리 온다고 생각했는데 또 벌써 목요일이에요. 주말이 오는 건 좋은데 다시 월요일이 오는 건 싫다고 생각하는 일이 언제나 반복되네요.
잘 보내세요!


건조기후 2015-11-2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땐 다 그랬던 거 같아요 애를 써야 이어지는 관계는 진정한 인연이 아니라는 막무가내 시절이 제게도 있었네요 ㅋㅋㅋ 노력하는 게 구차스러워 보이고 막. 내 참...

줄 바꾸려고 엔터키 쳤더니 어정쩡한 상태에서 바로 등록됐네요. 모바일은 이래저래 편하기도 하면서 불편해요.

엄청 공감하면서 간질간질 괜히 설레고 센치해졌다가 순식간에 변태가면에서 빵 터져서 산통 다 깨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11-26 09: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건조기후님. 사랑이란 게 저절로 찾아와서 불꽃처럼 파바박 튀기다가 진행되는 거라 생각했지 내가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걸 알게 되어서 이제는 좋아요. 만족해요. 이렇게 어른이 되는구나 싶어요. 그래서 나이들수록 연애가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해요.

변태가면 보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나는 이걸 왜 계속 보고있는가? 왜 멈추지 않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제 변태력 때문이겠죠. 잠재되어 있는 변태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5-11-2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안의 수줍은 변태력, 안녕?˝ 이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인들로부터 변태 소리를 많이 듣는 저로서도, 왠지 모르게, 마구 공감이 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변을 이리 남길 수 밖에 없!!!

좋은 하루 되세요! ^^

다락방 2015-11-26 09:18   좋아요 0 | URL
뽈따구님도 변태란 말을 들으시는군요! 저는 무려 애인한테 들어본 적이 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네, 뽈따구님. 우리 좋은 하루 보내도록 합시다. 우리 안의 변태력을 잘 다스려보아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11-26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시나는 선역이 너무 길어지면서, 그리고 쇼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는데 질린 사람들이 많아서 선역인데도 욕을 많이 먹습디다. 저도 요즘은 WWE를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다락방 2015-11-26 09:19   좋아요 0 | URL
저는 숀 마이클스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 진짜 매주 봤어요. 숀 마이클스가 너무 좋아서요. 숀 마이클스 은퇴하고나니 레슬링이 시들시들 해지더라고요...

존 시나는 한때 멋지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별로 안멋진 것 같아요..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는건가봐요...Orz

transient-guest 2015-11-26 09:32   좋아요 0 | URL
숀이 rockers란 테그로 뛸 때 참 좋아했었죠.ㅎㅎ 왠지 다락방님이 좋아한 숀은 boy toy시절의...ㅎㅎㅎㅎ

다락방 2015-11-27 10:49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국민학교때였나..한창 비디오로 레슬링 보던 시절, 태그팀의 록커스 좋아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보이토이 시절의 숀 마이클스 좋아했고요. ㅎㅎ
바티스타를 잠깐 좋아하다 말았습니다. 아주 잠깐요.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5-11-2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긴 어게인]은 재밌게 봤었어요. 이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변태가면]은 뭐 할 말이 없네요.
저라면 아예 볼 생각조차 안 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5-11-27 15:24   좋아요 0 | URL
제게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내준 친구도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는데, 저는 굳이 이걸 다운받아서 다 봤네요. ㅎㅎㅎㅎㅎ 아, 진짜 저는 변태인가봐요.

감은빛님, 이런 변태 친구라도 괜찮아요? (글썽)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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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요함, 이 묵직함, 이 고독함. 시간이 흐르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게 아프다.
그래도 생애 한 순간, 가장 사랑한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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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조카가 아팠다. 지금도 병원에 입원중이다. 감기와 장염인듯해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다가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종합병원을 다시 찾았더니 '당장 입원부터 시키라'고 닥터가 말했단다. 입원후에 피검사를 했는데 염증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며 정말 큰일날뻔 했다는 말을, 우리 엄마와 제부는 들었다고 했다. 그냥 흔한 장염, 요란 떨지 않아도 될텐데 왜그러나, 하는 생각을 속으로 막연히 했던 제부는 사태의 심각성 앞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렇게 심하게 아픈 줄 몰랐다고. 지난주말에 다시 피검사를 했는데 염증 수치는 처음보다 조금 나아진 상황, 조금 더 두고봐야 겠다고 했고 어제 다시 피검사를 했을 때는 이제 좀 나아졌다며 가능하면 이번주초에 퇴원할 수 있겠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닥터는 여동생에게 말했단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사실 처음 병원을 찾은 아이를 보고 '큰일났다'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짜고짜 증상이고 뭐고 물을 겨를 없이 입원부터 시키라 했다고. 그리고 피검사를 하면서 속으로는 '어쩌면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했단다. 아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했었다고. 그리고 아이는 이제 어느정도 회복했다.


금요일과 토요일, 조카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발에 링겔을 꽂고서도 아이는 방긋방긋 웃었다. 이모이모, 하면서 잘도 따랐고, 조금만 말을 걸어줘도 참 잘도 웃었다. 환자복을 입고 주삿바늘을 꽂고 있는 이 어린 아이가 너무나 안쓰러운데, 그러면서도 웃고 있다니. 게다가 아이들 병동이란 얼마나 힘든 곳인지. 이 침대 저 침대에 누워있는 작은 아이들, 소리지르고 울고 짜증내는 아이들. 그 숱한 아이들의 소리소리들, 반드시 어른이 옆에 있어야 하는 나이들이라 병실 안은 분주했다. 좁고 시끄러운 곳. 아이들이 입원한 병원에 가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난 이게 싫었다. 누군들 좋아하겠냐마는, 정말이지, 차라리 어른이 아파야 한다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된다. 고작 세 살 아이가 아팠기 때문에 누군가 어른이 계속 옆에 있어야 했고, 덕분에 우리 엄마도, 제부도, 여동생도 몸살감기와 피곤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가 회복하면 괜찮아지겠지. 아이가 있는 병원에 찾아가 들여다보고는,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미안해졌다.


동생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갔던 여섯 살 조카도 덩달아 감기에 걸렸고, 나는 여섯 살 조카를 데리고 금요일 밤에 소아과를 찾았다. 감기약 처방을 받기 위한 것이었는데, 저녁 일곱시 반의 소아과에는 사람이 많았다. 이 많은 아이들이 다 아프다고 생각하니 내가 다 스트레스를 받더라. 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이 시간에 찾아야했던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을 터. 각자가 해야 할 일들, 먹고 살 일들에 열중하다가 집에 돌아와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을 생각을 하니, 사는 게 뭔가, 싶어졌다. 아이와 병원에 와 처방전을 받고는 약국에 가서 약을 사고, 집에 가서는 또 빨래며 설거지 청소를 해야겠지. 밤은 짧을 것이고 쉬는 시간은 없겠지. 사는 건.. 뭘까? 



















그런 일상들 속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나쁜 선택이었다. 조여진 신경줄이 더 팽팽해진 것 같았달까. 잠실이란 동네에 살면서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갈리는 빈부의 격차를 보는 것도 답답했고,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앞으로의 특목고와 대학진학을 위해 새벽 두시 까지 공부시키는 걸 볼 때는 숨이 막혔다. 스무살 가난한 여대생은 과제와 수강신청을 위한 노트북을 사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몸을 팔아야 했고,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이 집과 저 집은 서로의 경제형편을 저울질했다. 본인의 시간은 없을만큼 자식들을 '라이드' 하기에 바쁜 엄마들, 아이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공부를 잘해주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들. 자기 자식의 단점을 고치려고 하기 보다는 담임을 학교에서 잘라버리려는 엄마들이라니. 아, 너무 짜증이나서 머맅털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 이게 단순히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거라면 이렇게까지 짜증나진 않을텐데, 현실이기 때문에 더 미칠것 같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렇게 될까?

나는 지금 이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혹여라도 내가 만약 저들과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면, 내 남편의 직업을 자랑스레 얘기하고 싶어하고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하고 내 아이의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 하며, 이 학원 끝나면 저 학원, 저 학원 끝나면 이 학원, 집에 돌아와서는 간식 좀 챙겨주고 과외를 시키는 것까지... 나도 그렇게 될까? 그러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무리해서 이사를 가려고 할까? 요란한 아내, 요란한 엄마가 될까, 결국엔?


아, 역시 아이를 낳는다면 벌목꾼들이 가득한 숲으로 가는 게 최선인듯...

아이야, 숲에서 뛰어놀아라. 청설모랑 다람쥐랑 숲을 벗삼아 뛰어놀아라. 육체노동하는 건강한 사람들 틈에서 건강하게 자라라. 아침도 풍족하게 차려줄게 마음껏 뛰어놀아라. 점심엔 버터를 잔뜩 발라 구운 스테이크를 해줄게. 에헤라디여~ 너는 그냥 벌목꾼이 되어라. 치열한 경쟁 속으로 들어가지 말자. 아이야, 숲에서 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 문 밖에는 갈잎의 노오오오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내 친구 중에 도시공학과 교수하는 애가 있거든. 걔가 그러는데, 우리나라가 도시주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돈이 모자랐대. 당연한 일이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국민들 먹이기도 바쁜데 제대로 된 주거를 형성해줄 여유가 있었겠어? 그래서 아파트를 짓는 민간기업에 모든 걸 떠넘겼다 하더라고. 놀이터라든가 공원, 노인정 같은 기반 시설은 원래 일정 공간마다 나라에서 지어줘야 하잖아? 근데 그렇게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민간기업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짓게 한 거야. 아파트 단지 내에 공공기반 시설을 다 조성해놓고 개인이 자기 돈 내고 구매하게 만든 거지. 정부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셈.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놀이터와 공원을 자기 돈 내고 구매하여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말씀이야. 물론 그건 아파트를 살 만한 여력이 있는 국민에 한한 이야기지만. 아무튼 우리나라 국민들, 정말 너그럽지 않아? 아마 세계에서 가장 정부에 너그러운 국민으로 기네스북에 올라도 될걸?" (p.264)




"유미 예쁘죠. 근데 그거 아세요? 예쁜 여자 보면 쳐다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라는 거. 유부남도 본성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죠."

유미는 들고 있던 포크를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남편이 구사하는 이런 식의 유머, 정말 유치하고 저질이다.

"강간이나 살해 욕구도 본성이지."

그녀가 남편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순간 테이블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어른들 사이에 오가는 심상찮은 기색을 눈치챈 해성이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스파게티를 입으로 집어넣었다.

"에이, 왜 그래. 그냥 농담한 건데." (p.145)



본성을 아무데다 갖아붙이는 인간들 때문에 짜증나고, 정부가 해야할 일을 국민 개개인의 탓이라고 돌려버리는 것도 짜증난다. 이래서 교육이 중요한건데, 이래서 투표가 중요한건데..이놈의 나라.. 가장 기본적인 바람은, 다음 대통령을 정말 잘 뽑자는 거다. 니네가 불행한 거, 니네 책임이지, 라고 말하는 개떡같은 사람을 뽑지 말고.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까봐, 나는 너무나 무섭다.








김무성이 모르는 게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남자사람들도 모르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이 친절한 내가 말해주겠다. 남의 물건을 빼앗으면, 빼앗은 놈이 나쁘다. 다른 사람을 때리면, 때린 사람이 나쁘다. 여자를 강간하면, 강간범이 나쁘다. 강간 당하지 않기 위해 밤길 조심하고 성추행 당하지 않으려면 옷을 얌전하게 입으라고 말해야 하는 게 아니다. 강간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강간하지마, 강간은 범죄다, 강간은 나쁜 거다, 강간하지 마, 라고 말해야 하는 거다. 마찬가지로 악덕 업주가 있다면, 악덕 업주가 나쁜 거다. 거기다 대고 그런 사람을 볼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방법이 없다, 라고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말하는 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알겠냐? 방법이 없다, 니네가 잘 알아서 해라, 라며 개개인에게 불행의 책임을 전가해버리는 사람을 우리는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된다. 이미 당할만큼 당하지 않았나. 이명박이 대통령이던 시절, 아, 나라가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되고 나니, 아 더 나빠질 수도 있었어! 하고 놀라 자빠질 지경이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에서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니까 부디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투표를 하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살 조카는 어린이집을 관두기로 했다. 당분간 집에서 우리 엄마가 돌봐주기로 했고, 한 달 뒤에는 여동생이 방학하니, 개학할 때까지는 집에서 데리고 있기로 했단다. 

아이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뭐가 그렇게 큰 바람인가. 




월요일 아침, 우울해지려는 기분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지하철 역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타야할 지하철이 방금 출발했다는 걸 알게 됐다. 8분을 기다려야 다음 열차가 온다. 그러자 꾸역꾸역 밀어넣으려던 우울함이 쏟아져내렸다. 하아, 8분. 이 8분의 기다림이 툭, 나를 건드려버렸네. 이 기분을 어떻게 좋게 하려나 싶어 오랜만에 캬라멜마끼아또를 사마셨다.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지방우유로 주문해 마셨는데, 아, 너무 맛이 없어서 먹다가 버렸다. 밍밍한 맛...그냥 조금 고통스러움을 견디며 맛있게 먹을 걸. 비싼 돈 주고 커피 사서 맛도 없고...총체적으로 우울하구나.....



뭐, 금세 나아지겠지..




대통령...내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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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11-2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출마하시면 제가 선대본에 들어가겠습니다.

아가가 얼마나 아팠을까요. 빨리 괜찮아져야할텐데요.

맛난거 드시며 월요일을 극복해보십시다. 저는 아침부터 초콜렛을 먹어줬습니다...

다락방 2015-11-23 11:1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그렇지만 .. 제가 털면 먼지가 너무 많이 나는 사람이라 출마를 아무래도 못할 것 같아요. 정말 탈탈 털릴텐데 저는 털릴 게 너무 많아요...감춰야 할 삶, 비밀이 많은 삶... 하아-

아가는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고 이번주 초에는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얼른 퇴원했으면 좋겠어요. 병원 싫어요 휘모리님 ㅠㅠ

캬라멜마끼아또가 너무 맛없어서 대실망 ㅠㅠ 집에 초콜렛 있었는데 그거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ㅠㅠ

테레사 2015-11-2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는 ...괜찮을거에요..괜찮아 질거에요......꼭....근데...하여튼 저 사람의 머릿속은 도무지..어떤 인식구조인지...사물의 본성과 선후에 대해 어떻게 저토록 무지할 수 있는지..그게 없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속성인지..정말...공감의 능력,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 이런게 애 초 안되는 사람들인 듯해요..ㅠ

다락방 2015-11-23 11:21   좋아요 0 | URL
저토록 무지한 게 눈에 확 보이는데도 가장 당선이 유력한 후보인 것 같아 저는 지금 너무나 무서워요. 나라는 점점 더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 헬조선 그 자체가 되어가는데, 저 분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가 왜 헬조선이냐, 역사교육을 똑바로 받아야 된다..같은 말씀만 하십니다요.
어느 드라마에서 `나는 그렇게 안살아봐서` 라는 말이 자주 나온 적이 있었는데, 김무성이야말로 그런 사람의 대표격인 것 같아요. 그렇게 안살아보셔서 그런지 늘 뜬구름 잡는 말만 하고 있네요. 싫어.. ㅠㅠ

별족 2015-11-2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흔이 되면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출마하려고 했었는데, 마흔은 되었고, 민주노동당,은 없어졌어요.으어어엉

다락방 2015-11-23 11:21   좋아요 0 | URL
ㅠㅠ 다른 당을 노려보시는 건 어떤가요, 별족님? ㅠㅠ 그래서 출마하세요. ㅠㅠㅠ 저는 털면 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 출마가 불가해요. 별족님이 대신해주세요! ㅠㅠㅠ

레와 2015-11-2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근산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어요. 벌건 대낮에.
왜 궂이 혼자 산에 갔냐고 말하는 사람보다 살인자가 나쁜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희생자가 여자라는 말을 뺐습니다만, 여자라고 한다면 나올말은 뻔하죠. 젠장.


예쁜 환희가 아프다니. ㅠ_ㅠ

다락방 2015-11-23 11:45   좋아요 0 | URL
멀쩡한 남자도 별로 없고 멀쩡한 어른도 별로 없고 멀쩡한 정치인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세상은 절망의 구렁텅이.... 나쁜놈을 나쁜놈이라 말하지 않고 피해자를 잘못한 사람으로 만드는 세상은 정말 엿같은 세상이에요..

조카는 회복되어가고 있어요. 그 어린 것이 아파서 위태로웠었다니 그냥 막 눈물이 남 ㅠㅠ 당분간 외할머니와 엄마가 집에서 아이를 보기로 했으니 면역력도 강해지고 또 건강해지기를 바라야지요. 아가가 아픈 건 너무 싫어요, 레와님 ㅠㅠㅠ

달팽이개미 2015-11-2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숲으로 데리고 가서 오두막 집짓고 키우고 싶은 심정이에요~ 애들이 놀지 못하는 이 나라를 어찌해야할까요.....놀리면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면 엄마노릇 못하는거라 얘기하는 이 사회에서 도망치고 싶답니다....ㅠㅠ 더 무서운 일은 절대로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됩니다!!!!ㅠㅠㅠㅠ

다락방 2015-11-23 12:21   좋아요 1 | URL
그렇죠, 달팽이개미님? 초등학생들도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니고 학습지도 하고 과외도 하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걸 알면서도, 가끔은 `내가 너무 시키고 있나` 싶으면서도, 옆에서 다 그러고 있으니 따라가게 되는 그 불안한 마음도 알겠고요. 그러니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ㅠㅠ 그러려면 숲이 답인듯.. 하아-

더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투표합시다! ㅠㅠ

건조기후 2015-11-2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이 이 나라 국민들은 정치가 썩을 대로 썩어서 바닥을 쳐야 정신을 차릴 거라고 했는데.. 바닥일 때 바닥인 줄 알면 그나마 헬조선도 희망이 있겠지만 바닥인 줄도 모르고 그저 계속 먹고 살기만 할까봐 그게 제일 살 떨리게 무서워요. 에효...

다락방 2015-11-23 14:13   좋아요 0 | URL
바닥을 쳤는데 바닥인줄도 모르고 바닥을 기게 만드는 사람을 또 대통령으로 뽑을 나라에요, 이 나라가 ㅠㅠ 저는 이명박 시절 누가 해도 이보단 낫겠지 싶었는데 하하하하하. 보기좋게 제 뒷통수를 때리네요. 지금 이 나라는 국민을 죽이고 때리고 밟아버리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다 멍청한 늬들 잘못이다, 라고 말해요. 답 없는 나라에요. ㅠㅠ

건조기후 2015-11-23 14:45   좋아요 0 | URL
멍청한 늬들 탓이라고 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돼요.. 무슨 짓을 해도 뽑아주니 등신 중의 상등신이라고 생각하겠죠. 자기들도 신기할 거예요 어쩜 이런 병신들이 다 있는지...

그러니까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지지할까 전 그게 정말 미스테리예요. 도대체 왜 이런 쓰레기들에게 자발적 노예가 돼서 사는 걸까요? 안 뽑으면 되는데. 투표만 잘 하면 되는데... ㅜㅜㅜ

다락방 2015-11-24 11:04   좋아요 0 | URL
정말 멍청해서 자기들이 무슨 취급을 받는지도 모르는 걸까요? ㅜㅜ
다들 투표좀 했으면 좋겠어요, 건조기후님. 뽑을 사람 없다고 차악조차 뽑지 않고 기권을 해버리니 최악이 뽑히는 현상이 발생하잖아요 ㅠㅠ 진짜 투표만 잘하면 되는데, 아니, 투표만 하기만 해도 되는데 ㅠㅠㅠ

치니 2015-11-2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ㅠㅠ 아이들 그것도 아직 유아기인 아이가 아픈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큼 힘든 일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동생님 맘 고생 많았겠어요. ㅠ
그래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퇴원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픈 만큼 자란다는 말, 이 또래에선 딱 맞더라고요. 더 건강하게 자랄 겁니다, 분명. :)

다락방 2015-11-24 10:30   좋아요 0 | URL
치니님, 맞아요. 세 살짜리 아가가 발등에 주삿바늘 꽂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진짜 말이 아니더라고요. 어휴.. 진짜 아이들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ㅠ

네, 어제 퇴원했고 당분간 어린이집도 안갈거니까 점점 더 나아지겠죠. 물론 아이 봐주는 우리 엄마는 고생하시겠지만 ㅠㅠ 더 건강하게 자라길 저도 바라야지요. 고맙습니다!

개인주의 2015-11-2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입원을 하면 복잡하게 이것저것..생각이 나더군요.
누구랑 의논할 사람도 없고 심장이 아파서 갑자기 입원한 남편을 쳐다보니 심난한데
심난한 티를 내면 더 겁낼까봐 안 그런척 하느라 애먹었던 ..- _-
다 큰 어른도 그런데 아기나 아이가 아픈걸 보는 건 오죽 했겠어요.ㅠㅠ

알바 구하러 가서 업주가 어떤 사람인가 알 정도 되면 영혼이 털릴만치 털린 후인데..
저 개똥같은 소리 전에 혹시 곤란한 일 겪더라도 하소연하고 상담할 곳을 만들겠다고 해야지..-_- 으르릉..

다락방 2015-11-24 10:39   좋아요 0 | URL
가족이 입원하면 다른 가족들도 덩달아 힘들어지죠. 병간호가 여간 힘든 게 아니잖아요. 옆에서 다른 가족이 대신 손과 발이 되어줘야 하는데, 아이의 경우엔 잠시도 떨어질 수가 없어서 간병하던 온 가족이 다 몸살에 걸렸어요. ㅠㅠ 그래도 어제 퇴원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파주고 싶어요 ㅠㅠ

저사람은 자기 일 아니라고 막말하는 것 같아요. 무슨 악덕업주 알아보는 게 능력이라고, 이제 막 사회생활 처음 시작하는 알바생들한테 저게 할소립니까...왜 개개인에게 책임을 지게 만드는지...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순 없어요, 절대!

단발머리 2015-11-2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실동 사람들>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극성으로 치닫는 교육 전쟁 이야기. 정확히는 궁금해서구요.
아...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4살 영어유치원 들어가기 전에 새끼학원에 들어간다던데 정말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작은 머리에 무언가 넣어주려 사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돈이 남아도는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저도 아파트에 살지만 이 곳은 강북이라... ㅎㅎㅎ 물론 여기서도 아이들 영어학원, 수학학원 다니고,
태권도, 피아노 학원 다니지만, 여기는 아이들 시간 맞춰(애들이 연예인입니다.^^)
같이 놀리기도 하고, 엄마들도 서로 사이좋게 지냅니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건 여기에도 있죠.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저 위에 사진 떡하니 있는 사람의 정당은 서로간의 경쟁, 피터지는 경쟁을 부추기죠. 무한경쟁시대.
투표 잘 해야한다는 다락방님 이야기가, 뼈속같이 파고듭니다. 추위와 함께...

둘째 조카가 어린이집을 관두게 되어 어머님이 많이 힘드시겠지만,
현재로서 가장 적합하고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온 가족 마음 고생 많았어요.

다락방 2015-11-24 10:55   좋아요 0 | URL
[잠실동 사람들]은 고발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신경질이 많이 나더라고요. 읽으면서 되게 예민해지는 느낌이에요. 그렇지만 이 책을 좋아할 순 없었던 게, 고발성만 있고 제가 좋아하는 어떤 좋은 문장이라든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단락이라든가 그런 게 없어서, 책장은 빨리 넘어갔지만 제가 좋아할 순 없는 소설이더라고요. 저는 고발성만 가진 작품에 대해서라면 딱히 높은 점수를 주진 않거든요.

단발머리님, 아이들이 너무 학원을 많이 다니는 것 같아요. ㅠㅠ 너무 가여워요 ㅠㅠ 그리고 밤늦게까지 공부해요. 초등학생인데 그래요. 아아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저는 초등학교때 해가 질때까지 놀던 기억밖에 없어요. 고무줄하고 놀고 술래잡기 하고 놀고... 아이들이 전부 모여 뛰어놀았는데.... 하아.

책 속에 학원 안보내고 아이 엄마가 아이 공부 봐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근데 그 아이가 가장 공부를 잘해요. 저는..잘 모르겠어요. 제가 만약 학부형이 된다면 제가 아이 공부를 봐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제 실력이 거기까지는....그렇다면 저도 결국은 흐름에 따라 아이를 이 학원 저 학원 보내게 될까요? ㅜㅜ 숲으로 가고 싶네요. 벌목꾼하고 결혼하고 싶어.. -0-


네 당분간 엄마가 많이 힘드시겠지만 ㅠㅠ
지금은 이 선택밖에 내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ㅠㅠㅠ
지금은 퇴원했으니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ㅠㅠㅠ

기억의집 2015-11-2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에요. 의사가 어쩌면 늦을 지도 모른다란 말에 철렁하셨겠어요. 어휴.... 저의 애도 지난 주에 염증때문에 일주일 학교 빠졌는데, 그나마 울 아들은 17살이니 잘 견뎠어요. 근데 조카가 세살이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생각보다 염증이 무서운 거더라구요.

꼭 저렇게 공부로 몰지 않는 저 같은 부모도 있어요. 저는 공부하란 말 잘 안 해요. 지 인생 지가 알아서 살지 싶어서... 저의 아이는 피아노 좋아해서 피아노 열심히 두들겨 대고 있어요. 실용음악 전공 하라고 했더니, 날고 기는 애들이 너무 많아 힘들 것 같다는데, 저는 피아노 잘 치는 남자애들이 그렇게 많은 줄 정말 몰랐는데, 세상에... 진짜 많더라구요. 아프리카 티비 보면 죄다 남자애들~

어린이집 정말 잘 관두셨어요. 물론 맞벌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진짜 한두살 어린아이에게 어린이집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몇달만 같이 데리고 있다가 다시 네살에 보내도 될 것 같아요. 어머님이 고생하시겠어요!!! 끽해야 선생 둘이 그 많은 아이들을, 물론 아이들 정원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잘 돌본다는 게 힘들긴 해요. 우린 한명도 힘든데, 어쩜 저 선생들이 애들을 잘 돌보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인지 몰라요. 대체로 엄마들이 어린이집 맡기면 선생들이 다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들이 주 양육자인데, 부모인데, 양육의 책임은 전적으로 부모님들인데, 선생들이 다 알아서 해 줄 거라고 생각하더라구요. 어린이집에서 일할 때, 저는 엄마들의 태도 보고 좀 놀랬어요. 어머님에게 힘들면 만화도 보여주고 하라 하세요~ 다락방님 조카가 건강 회복되서 다행이에요^^

다락방 2015-11-24 11:0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기억의집님. 단순히 장염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위험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래서 제부도 내내 자책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부모도 함께 자란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하나하나 더 알고 또 깨닫게 되고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하려고 고민하고... 이런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가는 것 같아요.

기억의집님 아드님은 피아노를 잘치고 좋아하는군요! 크- 근사하네요! 피아노 잘 치는 남자아이들이 아주 많아도, 그래도 좋아한다고 하니 재능 있는 쪽으로 잘 나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학창시절에 제가 가진 재능을 알지를 못해서 결국 잘 맞지도 않는 길로 가게 됐었던 것 같아요...그래서 지금 딱히 맞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어릴 때부터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하는지 아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기억의집님께서 예전에 쓰셨던 페이퍼 봤어요. 어린이집 보내는 것보다 아이랑 같이 텔레비젼 만화를 보는 게 어린시절에 더 유익하다고 하신 글이요. 엄마가 많이 힘드시겠지만 ㅠㅠ 지금은 이게 최선인 것 같으니, 다같이 함께 해야겠지요. 퇴원해서 다행이에요. 회복돼서 다행이고요. 고맙습니다, 기억의집님!

transient-guest 2015-11-25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나쁜건 그냥 나쁜거죠. 피해자에게 슬쩍 넘기는 저놈이 나쁜놈인 것처럼. YS가 민주화에 공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3당야합으로 그 공은 다 빼먹었다고 봅니다. YS의 정치적 사생아들이 지금의 새누리당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잖아요. 사람이 죽었다고 다 좋은 얘기만 하는거 전 반대입니다. 그렇게 치면 일제시대때 독립운동/활동하다가 나중에 변절한 사람들도 다 `공`만 얘기해야죠. YS추모하는 기사를 보면서 토나오는줄 알았습니다.

다락방 2015-11-26 09:21   좋아요 0 | URL
나쁜 게 나쁜 건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답답하죠. 그리고 나쁜 걸 과격하게 얘기하면 그걸 과격하게 얘기하는 너도 나쁘다, 라면서 또 공격하고요. 세상 너무 더러운 것 같아요. 그리고 더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이 권력을 쥐고 있어요. 그러니 더러운 세상이 바뀌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심지어 더 더러워지는 것 같고..

이 나라, 별로에요 진짜.

transient-guest 2015-11-26 09:32   좋아요 0 | URL
역시 답은 이민...-_-:::

감은빛 2015-11-2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출마하세요!
제가 일 때려치우고 사무장 맡을게요.
저 선거 사무장 유경험자입니다. ^^
우리 다락방 신드롬을 한번 만들어봅시다~~~~

다락방 2015-11-27 15:25   좋아요 0 | URL
크- 제가 털면 먼지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저의 가족 구성원들중 일부가 비리.. 문제를 만들 것 같네요. 뇌물 받을 것 같아요.. 하아-
감은빛님이 사무장을 맡아주신다면 그건 물론 든든하지만,
제가 속되고 또 제 가족이 속된지라....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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