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콜!론!타!이!
















콜론타이는 성적 욕망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하는데, 전제로 가져오는 것이 베벨의 성적 욕구에 대한 사상이다.



베벨은 『여성과 사회주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자연적 충동(Naturtrieb)가운데,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욕을 제외한다면 성적 충동(Geschlechtstrieb)이 가장 강력하다. 종족보존의 충동은 "삶을 향한 의지"의 가장 강력한 표현이다. 이 충동은 정상적으로 발달한 익나존재라면 누구에게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복지를 위해 불가결하다." 베벨은 성욕을 죄악시하는 기독교 교회의 전통에 맞서 그것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했다. (p.248-249)



콜론타이에 앞서 이 책에 실린 베벨에 대해서도 읽었었지만, 이 부분을 읽고서야 갑자기


베벨? 성적자유? 그렇다면..... 그 암소??


이렇게 떠올리게 되었는데, 오래전에 내가 페이퍼로 베벨이 암소의 교미장면 보고 여자사람친구와 나눴던 대화를 올린 게 생각난거다. 그거 베벨 아니었나? 그래서 그걸 확인하려고 하는데, 대체 그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생각이 안나. 자본주의 넣어서 검색하고 경제 넣어서 검색하고 베벨 넣어서 검색하다가, 아아, 드디어 찾았다. 이 책의 이 구절이었다.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소스타인 베블런, p,340)





하하하하하하하하 베벨이 아니라 베블런이었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베벨, 베블럿, 뭐 헷갈릴만하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러니까 성적욕망 자연스러운 것..이런 거 얘기하니까 갑자기 소 생각 났잖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물론, 소랑 하면 안됩니다, 베블런이여... 베벨도 마찬가지. 그냥 인간 남자들아, 소랑 하면 안된다. 소는 너에게 동의를 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케?

소를 강간하지 마시오.

모든 동물을 강간하지 마시오.



어제, 최근에 인기였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의 짧은 영상을 보았다.

극중 송가경(전혜진)은 재벌집 며느리인데, 시어머니의 종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그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남편인 오진우(지승현)와 이혼을 하게 되는데, 당장 시어머니의 집에서 나오니 갈 데가 없는거라. 남편은 자신이 가끔 들렀던 집에 그녀를 데려가서는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고 말했다. 이 집에는 나와 가끔 일 봐주는 도우미 아주머니만 들어올 수 있었다, 라고 하면서. 송가경은 남편에게 '집을 구할때까지만' 여기 있겠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나갈테니 너가 여기서 지내' 라고 말한다. 불행과 고통이 가득한 결혼생활을 둘이 함께 살았던지라, 송가경은 남편에게 '너에게 위자료 받을 생각 없다'고 말하는데, 남편은 이것은 처음부터 너 주고 싶어서 산 거였고, 이만큼은 하게 해달라, 고 말하는 거다. 그렇게 모든 살림이 갖춰진 좋은 아파트를 송가경은 남편으로부터 받는다.


물론 송가경이 그간 살아온 그 종같은, 노예 같은 삶에 있어서 그 집 하나로 퉁쳐질 수 있겠느냐마는, 위자료는 그녀를 종처럼 부렸던 시어머니에게 받을 것이고, 그간 자신을 물질적으로 지원해줬던 남편에게 또 이렇게 집을 받게 되다니, 와, 역시 부자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 남자라면 집을 사두고서 '어차피 너 주려고 샀어'가 되는 거였냐.... 대박...... 나는 내 돈으로 작은, 아주 작은 집을 사두었고, 그마저도 대출금 갚느라 허덕였었는데... 인생......


왜 나에게는 부자 남친이 없었나. 어째서 나는 간신히 자기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남자들과만 연애했나. 그것은, 나 역시 그러한 사람이기 때문인가. 물질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물질적으로 나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일전에 칠봉이와 연애하던 시절에 칠봉이는 가끔 주식투자를 했는데, 어느 날은 크게 이익을 봤다며, '너 이제 고생은 그만하고 쓰고 싶은 글이나 쓰면서 살아' 라고 했었더랬다. 그 달콤한 말에 취한지 며칠도 안되어 칠봉이는 크게 손해를 봤다며, '너 계속 회사 다니면서 돈 벌어야겠다' 라고 했었지... 이것이 현실의 연애 아니던가. 대체 경제적 지원이란 무엇인가, 그게 가능하긴 한것인가. 내 살아생전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 엥겔스가 마르크스에게 그러했듯이.....




절친한 친구이자 그 이상이었던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사상적 동료이자 혁명동지였고, 문필가와 스폰서의 관계였다. 엥겔스는 매우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스폰서여서 마르크스의 저술과 사상, 혁명이론의 확립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쏟아 부었을 뿐 아니라, 혁명이론의 확산에 누를 끼칠만한 마르크스의 약점들이 적대세력에 의해 이용되지 않도록 온몸을 던져 희생했다. 마르크스에 대한 엥겔스의 희생적인 태도는 오랫동안 일종의 '불가사의'로서, 또는 '혁명적 동지애'로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만, 엥겔스를 마르크스 사상의 성실한 스폰서로 이해한다면 그렇게 불가사의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엥겔스는 자신의 꿈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직접 수행할 수 없었던 작업을 마르크스에게 위임했고 마르크스가 그것을 잘 해내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격려했으며, 대화와 조언뿐 아니라 독촉도 하고, 적대세력을 제거해주기도 했다. (p.184)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지는 않았어도 엥겔스가 마르크스를 후원했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정도로 유명한 일인데, 어제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또 진심 부러웠다. 나도 누군가 후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가족들 역시 돌보고 후원했으며, 심지어 마르크스가 가사도우미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입적하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대체..뭐하는 인물이여... 돈도 엥겔스가 줘, 가사도우미랑 아이 낳고 책임도 안져... (절레절레)


물질적인 지원도 지원이지만, 적대세력을 제거해주기까지 하다니... 와... 이건 진짜 짱이잖아. 적대세력은 어떻게 제거했지? 아무튼 적대세력 제거라니, 너무 대단한 것이다. 대체 이렇게 적대세력까지 제거해줄 사람이 세상에 어디있나. 내 주변에는 나를 대신해 나의 적대세력을 물리쳐줄 사람이 누가 있나... 없다. 나는 혼자다. 나는 오로지 나 혼자 싸워야해.



물질적인 후원 너무 부럽다. 물론 적대세력 제거도 너무 부럽고. 그러나 내가 일전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보고도 얘기했듯이, 후원만 받고 사는 것으로 인생에 만족하고 있으면 안된다. 물질적 지원은 누구나 받을 수 없는, 아주 운 좋은 케이스의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평생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해. 아나스타샤가 반드시 자신의 일을 찾아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레이만 보고 있으면 안돼. 사랑이란 감정도 있다 없어지기도 하고 또 대상이 옮겨지기도 한다. 돈이란 것 역시 있다가 없어지기도 해. 칠봉이를 봐라. 오늘은 나더러 글만 쓰라고 해놓고 다음날엔 나더러 돈벌라고 하잖아? 우리는 타인의 지원을 받는다면 감사하며 잘 받아야겠지만, 그러나 내가 독립적으로 돈을 벌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레이가 옷장에 옷 가득 쌓아두고 아무거나 골라 입어, 라고 하면 오 땡큐 하고 골라입으면 즐겁겠지만, 그러나 내가 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어느날 그레이가 다른 여자에게 옷을 선물할지도 모르고 그레이가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레이가 사기를 당해서 돈이 없을 수도 있어. 그런데 내게 있는 것은 오직 그레이의 지원 뿐이었다면, 나 역시 그레이랑 같이 진창으로 빠지는 것이여. 내가 그레이에게 구속되지 않고, 그레이가 나를 쥐고 휘두를 힘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레이에게 권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돈을 벌어야 한다, 아나스타샤여... 그래서 그레이가 빡치게 하면, 두려움 없이, 겁냄 없이, 이 새끼야 헤어지자, 하고 뒤돌아 뚜벅뚜벅 힘차게 걸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 돈을 믿어서도 안돼.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고 사람은 누구나 변심할 수 있어. 인간은 불완전하며 불안정한 존재이므로 지원 받는 것에서 만족해 이대로 스톱하지 말고, 자기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돈을 벌자!! 내가 쓸 돈은 내가 벌고, 저축도 하고!!!!!!!!!! 그레이 따위 애초에 나에게 없어도 내가 먹고살 수 있도록!!!!!!!!!!!!!!!!!!! 그러다 물심양면 지원해줄게 하는 그레이가 나타나면 즐겁게 지원을 받되, 내가 내 돈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외국어를 하자, 외국어를!!



외국어..

나의 풀지 못할 숙제.... 쓰읍-




어제는 엥겔스가 마르크스를 물심양면 지원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읽으면서 개부러웠다. 하아- 나는 책 5만원어치 사면서 중고 하나 끼워넣으려고 애쓰고(마일리지 2천점), 쿠폰 쓰려고 하는데, 며칠전에 한 박스 샀으니까 오늘 한 박스 사고 싶은 거 꾹 참고 여기서 한 권, 저기서 한 권... 이렇게 주문하는데, 그런데 엥겔스같은 친구 있으면, 지승현 같은 전남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장바구니 다 털어줄게, 할 수 있을텐데........ 나한테 악플달리면 다 제거해주고...........  하아- 그렇제만 엥겔스는 죽었고 송가경도 지승현의 지원을 계속 받는 대신 사라지는 걸 택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곳, 추구해야 할 것은, 내 스스로 당당히 내 능력을 발휘해 돈을 버는 것이야.




내가 믿을 건 나 뿐이다!!!!!


나는 오늘 내가 번 돈으로 짜장면을 사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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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론타이..아 콜론타이여... 진짜 세상 멋지다. 아 콜론타이. 콜론타이 부분이 유독 양이 많아, 마지막으로 읽을 차례였는데 으으, 내가 읽을 수 있을 것인가... 걱정했지만, 아아, 세상 흥분되는 멋진 콜론타이여서 막 엄청 의욕 생겨서 읽었다. 와. 세상 멋진 콜론타이야... 이 책,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읽으면서 더 알고 싶어진 작가가 생기긴 했지만, 아아, 콜론타이가 그중 으뜸이다. 최고다. 짱이다. 자, 우리 콜론타이가 얼마나 멋진지, 내가 왜 흥분했는지, 차근차근 보도록 하자.




콜론타이는 러시아어 외에 독일어, 영어, 스웨덴어 등 여러 언어로 활발하게 글을 썼기에 그녀의 글은 일찍부터 러시아 바깥에 알려졌다. 그런 데다 귀족출신인 그녀는 볼셰비키 혁명 직후 유일한 여성각료였고, 열일곱살 연하의 농민출신 동료 각료 드이벤코(Pravel Dybenko, 1889-1938)와 결혼했다가 헤어졌으며,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체결 반대와 노동자 반대파 활동으로 레닌과 정면으로 대립하였고, 그 후 세계 최초의 여성대사가 된 것 등등으로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뉴스메이커'의 한 사람이었다. 소련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었던 그녀의 삶과 활동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글들은 그녀의 생존 당시부터 발표되었다.

그러한 콜론타이의 여러 모습 가운데 변함없이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성 혁명의 제창자, 부르주아 가족의 비판자이자 새로운 도덕의 제창자로서의 면모였다. (p.227)



자기 자신이 귀족 출신이면서 부르주아를 비판하는 쪽에 선 사람이 콜론타이다. 내가 할 줄 아는 언어는 나의 모국어가 유일한데, 콜론타이는 독일어, 영어, 스웨덴어를 했단다. 나중에는 노르웨이에 외교대사로도 가있게 된다. 와. 그렇게 외국어를 하게 되니 그녀의 글이 러시아 바깥에 알려지는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닐까. 나도 외국어를 익힌다면 독서공감...이 외국에 알려지게 될까?


(미안합니다)


여러분, 외국어를 공부합시다. 외국어를 공부하세요. (일단 나부터...)



콜론타이는 여성주의를 거부하고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거부한 것은 좁은 의미의 여성주의, 곧 참정권운동 위주의 여성주의였지 여성의 해방을 위한 노력 자체는 결코 아니었다. 콜론타이는 여성의 지위나 상태, 여성의 삶이 사회경제 체제의 변화에 의해 자동적으로 변화된다는 결정론적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실제로는 여성문제의 독자적 성격을 인식하고 있었다. (p.241)



그녀는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 칭하지도 않았고 또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보았기 때문에 여성주의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사회, 노동자 대우가 바뀌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라고 해서 여성문제를 인식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인식하게 되었지. 그렇게 그녀는 「신여성」(Novaia Zhenshchina)이라는 글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는 문학작품속 여성인물들을 살펴보고 쓴 글이라 한다.



'신여성'이란 종래의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지배체제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여성이다. "신여성이란 누구인가? …… 이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전적으로 새로운 '다섯 번째' 유형의 여주인공들로서 삶에 대한 독립적 요구를 가지고 자신의 개성을 주장하며, 국가, 가족, 사회 내 여성의 보편적 예속에 맞서서 저항하며 여성이라는 성의 대표자로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주인공들이다. 점점 더 자주 이 유형을 결정짓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는 이는 독신녀들이다. …… 독신녀는 이 같은 예속적 역할을 하기를 그쳤고 더 이상 남자의 반영물이기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일반적 인간적 관심사로 가득한 독특한 내적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내적으로 독립적이고 외적으로 자립적이다." (p.241-242)



아아, 독신녀 만세다. 내적으로 독립적이고 외적으로 자립적인 것도 그렇지만, 남자의 반영물이기를 그만두고자 하는 여성에 대해 살펴보고 알고 글로 써내다니. 그녀가 살펴본 독신녀, 신여성은 지금의 비혼을 외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과 같구나. 언제나 최전방에서 깨닫고 몸소 행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대의 가장 젊은 여성들이었고.



콜론타이가 말하는 신여성에 대해 좀 더 들어보자.



이들은 사랑을 할 능력이 있고 자신의 내면에서 원할 때는 사랑에 정열을 불태우기도 하지만, 결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며 학문이건 사회주의 선전선동이건 자신의 일을 하며 거친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들이다. (p.242)




아아..이것은 내가 아닌가. 나를 말하는 게 아닌가. 나다, 나야! 1920년대에 콜론타이가 내 얘기를 하고 있다. 나를 보고 있었어!! 꺅 >.<

나야, 나. 자신의 내면에서 원할 때는 사랑에 정열을 불태우기도 하지만, 이라니. 맞다, 내가 그렇다! 내가 원할 때는 세상 뜨거운 여자가 되어 사랑에 정열을 불태우지.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그렇지만 사랑에 결코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나니까..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세상 중요하다. 학문이건 .... 거친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들... 이라니. 나다! 이렇게 몇 개월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 나다, 콜론타이가 신여성이라고 칭하는 건 나야!! 물론 콜론타이가 생각하는 여성보다는 내가 좀.. 나이가 많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다!!




그런 콜론타이가 직접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녀가 쓴 소설들의 줄거리가 간략하게 나와있는데, 와, 너무나 흥미진진한 거다. 너무 읽고 싶어! 그래서 검색해보았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이 있는지. 목차를 살펴보니, 이 책이 소개한 제목과는 달랐지만, 줄거리를 읽어보니 이 책에 언급됐던, 내가 읽고 싶었던 작품들이 실려있다. 사겠어!

내가 사고자 하는 건 《위대한 사랑》이다. 아아, 얼마나 재미있을까. 어제 책 주문했는데 오늘 또 주문해야겠네. 그래야 휴가 때 읽지. 아아아아. 언제나 지금 당장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집에 없는 책... -0-



















이 책에 언급된 소설의 줄거리 소개하는 중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바로 이 구절.




결국 바실리사는 남편이 상대 여성인 니나를 사랑하고 있고 니나도 남편에게 감정적으로 절대 의존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남편을 떠난다. 자기는 남편 없이도 살 수 있지만 니나에게는 그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p.253)




아아, 나는 저런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알겠고, 그래서 콜론타이가 쓴 소설이 너무 궁금해지는 것이다. 저런 등장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런 소설을 쓴 것이다, 콜론타이는!! 멋져... ♡.♡

이렇게 사람 흥분시키는 콜론타이를 알게 되다니, 이 책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읽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 ㅠㅠ




콜론타이는 신여성을 관찰하고 그들의 특징을 글로 써냈지만, 자기 자신이 그 젊은 여성과는 달랐다는 것을 안다. 자기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는 것. 오슬로 주재 러시아 대사로 임명되었을 때 그녀는 그것이 자신이 혼자 한 일이 아니라 여성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 보여준 거라고 말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면 이를 본디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나의 개인적 자질이 아니다. 나의 성취는 차라리, 여성도 결국은 이미 보편적 인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상징일 뿐이다. (p.273)



그리고 위에 언급한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밝히며 새로운 세대에게 희망을 건다.



콜론타이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는 구세대 여성이어서 구식 낭만적 사랑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으며 이 때문에 무익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한 적도 많았으나 젊은 세대의 새로운 여성들은 이 한계를 넘어서서 일과 사랑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며,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p.273)



콜론타이 한 개인으로 이루어낸 것이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한다. 많이 알고 익히는 사람일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는가를 알게 되는 것처럼, 하고자 한 게 많았던 사람일수록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알게되는 것 같다. 콜론타이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다 했지만, 와,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콜론타이는 진짜 세상 멋지다. 이 책 읽으면서 가장 멋있고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다. 얼른 그녀가 쓴 소설을 읽고 싶다. 아아 너무 근사해 진짜 ㅠㅠ 콜론타이, 진짜 내 타입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이 책에 대한 페이퍼 쓰면서 엥겔스 얘기도 하려고 했는데(따로 쓰겠다는 얘기다), 콜론타이에게 그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이 페이퍼는 오로지 콜론타이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걸로 하겠다. 엣헴.



콜론타이 만세 만세 만만세!!


혁명 직후 러시아에서는 성매매가 상당히 널리 퍼져 있었는데, 그녀는 여성들이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하기보다는 생계 보완을 위해 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고 보았다. 콜론타이는 성매매로 인해 성병이 퍼지고, 성매매는 공산주의의 도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매춘에 반대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그녀가 성매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이란 기본적으로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있었다. - P249

그녀는 나아가 이 젊은 소녀의 절박한 경제적 처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육체적 욕망을 충족시키고 쾌락을 누리고자한 자기 남편에게 적대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자매들」소개 中- P257

그녀가 보기에 여성들 사이에는 적대감이 생길 이유가 없었다. 책임이 있다면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가난에 있는 것이며, 이를 이용하는 남성에게 있는 것이다. -「자매들」소개 中- P257

이처럼 『일벌의 사랑』에 수록된 세 작품에서 주요 여성 등장인물들은 모두 남성에 대한 사랑에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동지애를 추구하며, 사랑에서 자신의 경쟁자였던 다른 여성에 대해서도 결국 질투심 대신 연대 의식을 느끼고 협력할 것을 다짐한다. 노동계급에 속하는 그녀들은 어려운 사정을 다른 여성동료에게 터놓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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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내가 믿을 건 나 뿐
    from 마지막 키스 2019-07-30 12:11 
    콜론타이는 성적 욕망의 자연스러운 성격을 인정하는데, 전제로 가져오는 것이 베벨의 성적 욕구에 대한 사상이다. 베벨은 『여성과 사회주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자연적 충동(Naturtrieb)가운데,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욕을 제외한다면 성적 충동(Geschlechtstrieb)이 가장 강력하다. 종족보존의 충동은 "삶을 향한 의지"의 가장 강력한 표현이다. 이 충동은 정상적으로 발달한 익나존재라면 누구에게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단발머리 2019-07-3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콜론타이 챕터 2쪽 읽다가 책에 물이 조금 묻은 관계로 (책 읽는 곳이 식탁ㅠㅠ) 현재 수선 중에 있습니다.
다락방님의 콜론타이 애정이 저희집까지 그대로 전해지네요.

콜론타이가 말했던, 콜론타이가 예언했던 신여성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경제적 독립과 인식의 변화가 신여성들의 확산을 가능케 한 것 같아요.
물론 그 바탕에는 콜론타이와 같은 천재 여성들의 용기와 결단이 있겠지만요.
축하드립니다, 다락방님~~~~~
다락방님이야말로 콜론타이 예언의 실현 그 자체에요. 콜론타이 만세, 만만세!!

다락방 2019-07-30 12:39   좋아요 0 | URL
콜론타이 책 질렀다가 취소했어요. 베티 프리단 책하고 같이 주문하려고요. 진짜 인생 만세야. 콜론타이를 알게 되다니. 아아, 똑똑하고 멋진 여성을 알게 되었을 때 흥분하는 거 너무 좋아요. 온 몸에서 에너지가 나옵니다. 오늘은 짜장면 곱백 먹을거에요. 빠샤!


책읽기는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 몰랐던 거 알게 되는 것도 좋고 읽고난 후에 여러가지 생각들로 뻗어갈 수 있어서 좋고요. 게다가 같은 책을 읽으면 이렇게 대화도 할 수 있어요. 책을 사랑하고 독후활동을 사랑하고 단발머리님을 사랑합니다. 만세!!

공장쟝 2019-08-0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콜론타이, 그를 알아보는 다락방님! 그녀의 글들을 몰아 읽고 있는 나!! ㅋㅋ 아 뜨거움이 전해져용~~~ ☺️☺️

공장쟝 2019-08-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론타이 좋아하시니 락방님께 추천하고 싶은 인물 1 조선의 콜론타이 ‘허정숙’ ㅡ 제가 작년에 강연들었는 데 진짜 걸출한 혁명가구요, 볼셰비크 당원이었던 김알렉산드라도 한번 검색해보셔요!! ㅋㅋ 조선의 사회주의자 여성들 진짜 멋집니다.
그리고 이 책에도 잠깐 나오는데요, 콜론타이와 함께 사회주의 여성정책 만들었던 ‘이네사 아르만드’요. 밀에게 헤리엇이 있었다면 레닌에겐 아르만드가 있었다죠. 물론 여러모로 지워져버린 여성이지만. 콜론타이 좋아해주셔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 전 사회주의 여성혁명가들을 정말 존경하고 좋아했더랍니당💪
 
눈과 사람과 눈사람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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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를 가져가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먼저 가져가 내뱉으면 세상이 뒤틀려 버린다. 노동력 착취, 혐오. 그 단어를 당신이 그 때 써야 하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을 위한 글쓰기와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임솔아는 철저하게 후자인데,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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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십대 시절, 뉴욕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뉴욕을 좋아했고 20대와 30대에 뉴욕을 가보고서는 사랑했다. 그 찬란한 도시가 왜그렇게 좋던지. 거리를 걸을 때면 좋다는 생각말고 다른 생각은 들질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또 뉴욕에 가고 싶었다. 뉴욕을 내집처럼 만들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비행기표를 예약해두었고, 갔던 곳에 다시 가는 그 반가움과 익숙함을 몸소 체험하겠다! 했다.


그렇게 뉴욕행을 일주일 앞두고서는, 뉴욕에 대해 뭔가 몰랐던 걸 더 알고 가자 싶어 마침 나온 뉴욕관련 신간을 읽었다. 그게 '한대수'의 [나는 매일 뉴욕 간다] 였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자면, 굳이 읽지 않아도 좋다. 이 책을 읽는다고 뉴욕에 대해 남달리 특별히 더 알게되는 것도 거의 없을 뿐더러, 심지어 이 70세 할아버지의 꼰대같음에 책 자체가 재미가 없다. 한대수가 젊은 시절 음악으로 얼마만큼 이름을 날렸는지 나는 관심이 없어서 모르지만, 이 할아버지의 일대기는 나에게 전혀 흥미가 없고 게다가 짜증이 난다. 그렇게나 일찍부터 대도시를 알고 경험했으면서도 그는 딱히 페미니스트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여성을 인간 보다는 여성으로 보는 것 같다. 어디에서 살든 뿌리박힌 생각은 고쳐지지 않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뉴욕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이 재미있지를 않았어.


한대수는 음악에서도 재능을 보인 사람이지만 사진으로도 그랬다. 예술쪽으로도 아는 것이 많아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는데, 그가 칭송하는 예술가의 사진을 보다가 도대체 이런 사진을 왜 찍고 앉았나 싶어지는 것이다. '아라키 노부유시'란 작가의 묶인 여성이 보여지는 작품은 도대체 이런 작품을 왜 만든건지 노이해 되는 것이다. 이런 사진을 보는게 너무 끔찍해. 안그래도 오늘 읽은 2016년 신문기사에서는 남성이 섹스 도중 여성의 목을 졸랐다가 여성을 살해했다는 게 있었다. 남자는 살해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행위 도중 목을 졸랐을 뿐이라고 햇는데, 왜 영화 같은 거 봐도 나오지 않나. 더 큰 쾌감을 원해서 여성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아 진짜 너무 끔찍해. 아 너무 싫다 싫어 진짜. 쾌감이 뭐라고 목까지 졸라가며 그지랄들을 해. 내 목을 졸라가며 얻는 쾌감 같은 거, 나는 바라지 않는다. 행위 도중 목을 조르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겐 원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 나는 그것은 두렵고 싫다. 무분별하게 그러면 좋대, 이러면서 아무거나 다 따라하고 그러지좀 마. 그런데 한대수가 소개한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에서는 여자가 교복을 입고 끈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다. 정말이지 씨발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이걸 굳이 뭐하러 작품이라고 찍어 놓는건지 모르겠고, 이걸 작품이라고 해놓은 걸로 그냥 모든게 다 설명되는 것 같다. 이걸 작품이라고 만들고 전시하고 이 작가가 유명해지는 건...뭐야?? 책에 나온 사진 올릴까 하다가 관두기로 한다. 나는 이 사진 보는 순간 너무 짜증이나서, 아직 책의 절반도 읽지 않고서는 책읽기를 그만둘까 어쩔까 고민했다. 끝까지 다 읽었지만, 뭐 좋은 건 없었다.




앤디워홀 전시는 나도 가본 적이 있는데, 앤디 워홀이 페미니스트로부터 총을 맞았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한대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워홀의 가장 큰 비극은 1968년에 일어났다. 남자들을 혐오하는 페미니스트 발레리 솔리나스로부터 총을 맞았던 것이다. 목숨이 위독할 정도였다. 가슴을 열고 대수술을 한 결과 겨우 살아남았다. (p.48-49)




그러니까 한대수는 페미니스트는 남자들을 혐오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고 있구나, 라고 저 구절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1987년, 워홀은 담낭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도중에 합병증으로 죽었다. 나이 58세였다. 항상 병원 공포증으로 검진과 치료를 기피해온 결과였다. (  p.49)



아 이부분 읽는데 너무 무서웠어. 내가 받은 수술인데... 요즘 나는 부쩍 피로를 잘 느끼는데, 관리 잘해야겠다. 과식하지 말아야지 ㅠㅠ 과식하면 힘들더라 ㅠㅠ 그런데 오늘 저녁도 또 과식했어 ㅠㅠ 맛있는 게 너무 많았어 ㅠㅠ 과식하지 않을게요. 건강하자. 아프지말고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한대수는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는데 영문학에 큰 재능을 보였다고 했다. 그런데 한대수가 쓴 이 책을 보면서 몇 번이나 '글 되게 못쓰는구나' 생각했다. 역시 문학에 관심있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건 아니구나, 새삼 깨달았네. 한대수는 여러 소설가를 좋아했지만 그중에서 에드거 앨런 포를 가장 좋아했다는데, 하아, 나는 포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좋았을뻔한 것을 이 책을 통해 또 알게 되어버려서 입맛이 쓰다.



그런데 1836년, 그는 사랑에 빠진다. 상대방은 14세 버지니아 클렘. 결혼할 때 아내의 나이가 21세라고 거짓말을 한다. 인생 처음으로 포에게 '가족'이 생겼고, 그는 행복을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같이 마실 수 있는 동반자, 처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그에게 생긴것이다. (p.67-68)





........... 어제 내게로 동화책을 가져오며 읽어줘, 라고 말한 나의 조카가 열 살이다. 나는 원래도 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저 사실을 알았다면 포를 버렸을 것 같다. 열네살... 열네살 아내와 커피를 같이 마시는 동반자...행복......... 그만두자.........




칠십세의 한대수이기 때문일까. 아내를 마누라라고 칭하는 것도 듣기 싫고, 큰 딸같다고 얘기하는 것도 읽는게 괴로웠다. 아내는 22살 연하인데, 아내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아파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큰딸 같은 젊은 마누라와 초등학생 꼬맹이, 두 딸이 편히 살 수 있는 뉴욕의 첫번째 아파트, 어디로 갈까? 인터넷과 뉴욕 타임스를 뒤지니 가격이 장난 아니었다. (p.231-232)



위의 문장은 두 번 읽었다. 어? 계속 딸 하나라 그랬는데? 젊은 마누라가 큰딸같아 두 딸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정말....하아.....



환갑이 다 되어 아내랑 사이가 안좋아 헤어질 생각을 하게 됐었는데 그 때 아이가 생겨 다시 사이좋게 같이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일을 이렇게 써놨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대하는 옥사나의 태도가 바뀌더니 "I love you." 하면서 육탄 공격을 했다. 그녀는 임신을 간절히 원했다. 내 생각엔, 나 혼자 태국으로 이주한다고 의심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기적이 일어났다. (p.242-243)




.................... 만약 내 앞에서 누가 저렇게 얘기했다면, 듣기싫어 그만 말해, 라고 햇을 것 같다.



한대수는 본인이 대학을 중퇴했고 자신의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걸 이해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너무 공부를 많이 한다는 걸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나도 물론 그 점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고 인정하는 바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 곧 훌륭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것 역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일 수 있다. 더 공부하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이다. 그러나 한대수는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이외의 삶 혹은 사고방식에 대해 이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친한 친구 부인은, 나이 60세에, 갑자기 박사학위를 받겠다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친구가 말했다. "대수 형, 나 죽겠어. 생활하기도 힘든데, 학비가 부담스러워."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우리는 학교, 학벌, 지위, 권위, 직책, 너무 따진다. 이것은 열등의식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꼭 박사 모자를 써야 자신감이 생기고, 별을 달아야 장군이 된 기분이고,  CEO가 되어야 성공한 기분이고, 또 그래야 상대방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참 촌스런 생각이다. (p.267)



에세이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평소 생활이나 생각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이고 거기에서 작게나마 공감하는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같은 의미로 에세이의 가장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작가의 생각과 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에세이이기 때문에 나랑 가장 다른 점도 들여다볼 수 있다. 60세에 박사학위를 받겠다고 한 아내 때문에 신랑이 경제적으로 힘들어할 수 있고, 그것이 고민이 되어 누군가에게 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열등의식에서 일어나는 현상' 이라고 치부하다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꼭 타이틀이 있어야 되다니 촌스럽다, 라고 하는데, 박사학위를 받고 싶다는 것을 타이틀 따는 거에 연연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생각안에 갇힌 거 아닌가.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시야가 넓어지는 건 아닌것 같다. 젊은 시절 다양한 경험을 했어도 나이 들어서 딱히 더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야. 첫번째 아내와 이혼하기 전까지 외도도 많이 했다는데, 만약 내가 그의 음악을 좋아했다면, 그랬다면 나는 지금 이 책을 읽고, '그래도 음악의 천재니까' 하면서 끄덕일 수 있었을까? 내 경우엔 그의 음악을 좋아했었다 한들 이 책을 읽으면 으으, 별로다... 사요나라~ 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추천사는,


김훈이 썼다. 



김훈과 한대수는 동갑이라는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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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7-2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그러셨어요. 이런 책을 그 좋은 여행을 앞두고 ..... 암튼 즐거운 여행!!

다락방 2019-07-29 08:30   좋아요 0 | URL
이게 이런 책일줄을 제가 몰랐지 않았겠습니까... 하아-
일주일만 버티면 저는 휴가입니다. 꺅 >.<

지나 2019-07-2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좋아요 이제까지 가본곳 중 최고
해질녁 메트로폴리탄 덴두르 신전이 넘 멋졌어요.이집트를 못가본 저에게 이집트에 온듯한 느낌을 줬어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다락방 2019-07-29 14:17   좋아요 1 | URL
저도 뉴욕이 너무 좋아서 뉴욕을 내집처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사실 중학생 때부터 언젠가 미국에 터를 잡고 사는게 꿈이었는데... 아주 현실적이 된 지금은 제가 그곳에서 거주하는 건 좀 힘들거란 걸 알겠더라고요. 대신 자주 가서 내집삼자..(응?) ㅎㅎ
이번엔 세번째 방문이니만큼 아마도 더 익숙하고 더 반갑겠죠.
잘 다녀오겠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slobe00 2019-07-2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느낌의 표지인데 ㅡ뉴욕 생활 예술 유람기ㅡ를 보셨음 좋았을 것을..
김훈과 동갑...하아..안 봐도 알것같습니다^^;;

다락방 2019-07-29 14:19   좋아요 0 | URL
오, 존재를 몰랐던 책인데 슬로브 님의 댓글 덕에 검색해 봤습니다. 말씀하신 책이 훨씬, 훠어어어얼씬 더 나을 것 같네요. 사서 비행기 안에서 읽어봐야겠어요. 후훗. 추천 감사해요!! >.<

단발머리 2019-07-2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읽지 말랬는데요, 난 이 책 읽고 다락방님이랑 저자 욕을 같이 하고 싶어지지 말입니다.
읽으면서 중간중간 배경음 넣었어요. 제기랄... 뭐, 이런 종류요.
잘 읽고 갑니다^^

참, 잘 다녀오세요. 멋진 시간, 멋진 추억 되시길요~~~~

다락방 2019-07-29 14:30   좋아요 0 | URL
나이든 남자들은 되게 징그럽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든 남자들에게 지면도 잘 주고 마이크도 잘 주는 것 같아요. 이제 그들의 말과 글을 더이상 읽지 않아도 되는데 말예요.

저는 지금 위에 슬로브님 추천으로 뉴욕 책을 하나 더 주문했지 뭡니까! 후딱 또 읽고 또 뭔가 써야지요. 가능하다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단발머리님,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는 잘 읽고 계신겁니까? ㅎㅎ

단발머리 2019-07-29 14:34   좋아요 0 | URL
네에~ 제가 45~57%만큼 읽었는데, 내일 반납인데 정리를 아직 못 하고 있습니다요. <사회주의 페미니즘>도 쪼금 아껴주고 하다보니까요 ㅠㅠ
다락방님은 다 읽으셨잖아요?! 부럽...

다락방님도 아직이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7-29 14:37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저의 목표는 오늘 다 끝내기인데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현재 엥겔스, 콜론타이, 버틀러... 남겨두고 있습니다. 사실 베벨, 이리가라이...는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어쨌든 읽기는 읽었습니다. 버틀러 읽는 중이었는데..... 단발머리님, 저는 버틀러 책은 앞으로 안읽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 책에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버틀러 책 읽으면 저 독서의 흥미를 잃게될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이 책에서 버틀러 읽으면서 지금 뭔가 핑핑 돌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 어머니를 사랑하는데 그것은 동성이라 안돼 거부되고 근친이라 안 돼 한 번 더 거부되고 동성 우울증... 뭐라는건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9-07-29 14:46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다 못 읽으면 (흐흑.... 남은 시간 23시간) 며칠 뒤에 다시 대출해서 읽으려고요. 엥겔스, 콜론타이 책은 못 읽더라도 정리해준거는 읽어야된다는 심정으로... 맘 같아서는 정희진샘이 여성주의 고전을 다 정리해 주시면 좋을것을.
어쩌면 그러면 ‘정희진의‘ 여성주의 고전이 될 수도 있겠네요.

버틀러는.... 흐흠.... 그 나라 말로 읽는 사람들도 넘 어렵다고 한다고 하더래요. 저는 어렵게 쓰는 것도 재주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분야, 여성학은 그냥 다 쉬워야한다는 생각, 만만하다는 생각이 많잖아요.
하나의 학문으로서 인정받고 자리 잡기위해서는 그런 도전도 괜찮다는 생각이에요.
그래도 사양하고 싶네요, 버틀러는.... 좋아하지만, 사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아가 경험하는 두 번의 좌절을 다룬 이론은.... 그러게요. 어렵더라구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9-07-29 14:54   좋아요 0 | URL
저는 버틀러가 하는게 뭔가... 싶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이것이 페미니즘하고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싶으면서.. 아 너무 어려워서 지금 버틀러 뒤에 좀 남아 있는데 ㅠㅠ 아아 엄두가 안나고. 아무튼 저는 그래도 7월안에 반드시!! 다!! 읽어서!!!! 읽었어요!! 에 체크하겠습니다. 빠샤!!!!!

다른 얘긴데 저는 이 책 읽고나니 베티 프리단이 궁금해졌어요. 여성성 신화는 꼭 사겠어요!(불끈!)

단발머리 2019-07-29 15:00   좋아요 0 | URL
저도 버틀러를 들었다 놨다만 몇 번 째라서, 사실 앞으로도 읽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인생은 짧은데 읽을 책이.... 좀 많잖아요~~~~~~~~~~~~
근데 전 그래도, 누군가 이론을, 페미니즘 철학 이론을 다듬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윤김지영 선생님처럼, 그래도 좀 쉽게 설명해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버틀러는 어렵기는 해도 그래도 주류에서 좀 먹히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바로는요.

다락방님은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군요. 꼭 읽었어요!!! 성공하시길 바래요.
<여성성의 신화>는 상대적으로 쉽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락방님의 또 다른 불끈을 기다리겠어요!
 

선생님이 정해 준 자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맨 앞자리라서 선생님 목소리도 잘 들렸다. 나보고 아무 데나 앉으라고 했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쩔쩔맸을 거다. 보나마나 자리를 못 고르고 땀만 흘리고 있었을 게 뻔하다. 그렇게 계속 망설이다가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3학년이 된 첫날인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제 자리가 정해졌으니 걱정할 일이 하나 줄었다. (p.7)


















어제는 안산에 있는 여동생네에 갔다. 조카들과 라이언 킹을 보고 제부와 함께 술을 마셨다. 늦은 밤, 일곱살 조카는 제 엄마와 자러 들어갔는데, 열 살 조카는 제 방에서 책을 한 권 뽑아 내게로 가져왔다. 이모 이거 같이 읽자, 하고는 내게 이 책을 내민다. 이모가 읽어줘, 말하며 조카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내가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자 조카는 내 어깨에 제머리를 기댔는데, 그 때의 행복감은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를거야.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있는 그 기분...


나는 제목도 처음 보는 그런 책을 펼쳐 읽는데, 아아, 그러나 첫부분부터 나의 마음이 요동친다. 나는 딱 위의 인용문만큼을 읽다가 한숨을 쉬고 말았다. 조카는 이모 왜그러냐고 물었고, 으응, 이모 3학년때가 너무 생각나서, 라고 답했다. 어땠는데? 왜? 말해줘! 조카가 내게 요구했고 나는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타미야, 이모가 초등학교(사실 국민학교였다, 나는)3학년때는 반 아이들이 60명이 넘었거든.

응.

그때 남자아이들을 쭉 키 순으로 세우고 여자아이들도 키순으로 세워서, 제일 작은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짝이 되어서 앞에서부터 앉았어.

응. 이모, 우리도 그래.



그랬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번호는 가나다 순이었지만 짝은 키 순으로 됐다. 새학기가 되어 반을 배정받고 나면 복도에 쭈욱 일렬로 세워서는 제일 작은 아이들끼리 맨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앉아가며 짝이 되었다. 나는 항상 3,4번째 줄에 앉았는데 그 때는 내 키가 보통 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보통보다는 약간 작은 키가 아니었나 싶다. 인상적인 건 6학년 때였다. 6학년 때에는 여름방학이 끝나니 선생님이 다시 복도에 줄을 세웠던 거다. 그 때 너무 놀랐던 게 내 앞에 앉았던 남자 아이가 내 훨씬 뒤에 앉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그 방학동안 녀석은 훌쩍 커버린 것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방학 끝나고 다시 자리 배치를 한것이겠지. 방학 끝나고 훌쩍 커버린 애는 그 아이 하나만은 아니었을텐데, 내가 그 아이를 기억하는 건, 그 아이가 내가 좋아하는 아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철수였지만, 뭐 지금 하려고 하는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어쨌든 3학년 때의 나는 매우 수줍은 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수줍은 아이었어. 조카가 읽어달란 책 속 주인공처럼, 선생님이 뭔가 정해주는대로 하는 게 내게는 세상 편했다. 그리고 그래야만 했다. 나 역시도 선생님이 '네 마음대로 앉아' 라고 했으면 어디에 앉을지 몰라 당황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그 3학년 때. 


선생님은 어느 날, '내일 하루는 여러분 앉고 싶은 사람과 같이 아무데나 앉도록 해' 라고 말씀하셨다. 요지인즉, 앉고 싶은 남녀 아이가 짝이 되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라는 거였다. 아이들은 즐겁다고 소리를 질렀고, 하교할 때는 매우 시끄러워졌다. 아무개야 내일 나랑 앉을래? 좋아, 아무개야 우리 같이 앉을까?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서로 자기가 함께 앉고 싶은 아이를 알고 있는가 보았다. 거침없이 같이 앉자 제안하고 응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매우 부러웠다. 나는 전혀, 전혀 그런 제안을 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감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다음날 원하는 아이와 짝이될 수 있다는 마음에 신났는지는 몰라도 나는 전혀 아니었다. 나는 학교에 다시 와야 하는 내일이 지옥처럼 느껴졌다. 정말이지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기다리지 않았지만,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어김없이 다음날은 왔다. 나는 학교에 갔고, 미리 온 아이들이 저마다 신나게 떠들고 있는 걸 보았다. 나는 어디에 앉아야할지도 모르겠고 누구랑 앉아야 할지도 몰랐다. 나는 그래서, 하는수없이, 그저 원래 내 자리에 가 앉았다. 내가 늘 앉던 그자리. 그리고 내 옆자리에 누가 올지는 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얼른 이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랐다. 그리고 수업 시간이 가까워오고, 내 빈자리는 누가 와 앉았다. 바로 어제까지도 내 옆에 앉았던 그 남자아이었다. 계속 내 짝이었던 아이. 하아-



선생님은 반을 한 번 휙 둘러보고는 아이들에게 저마다 그 아이와 왜 앉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너는 왜 그 아이랑 앉았니? 물으면 아이들은 잘도 대답했다. 얘랑 앉고 싶었어요, 얘가 앉자고 했어요, 라고. 그리고 선생님이 내 짝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왜 걔랑 앉았니? 라고. 그러자 짝은 이렇게 답했다.



"아침에 오니까 얘가 여기 그대로 앉아있더라고요."



아이들은 모두 와- 하고 웃었다.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내 짝이 말하는 그 때 당시의 뉘앙스는 '내가 원한 게 아니라 마치 얘가 내가 여기 앉아달라는 듯이 앉아있었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그래서 웃었다. 나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얼른 이 하루가 끝나기를 바랐다. 나는 지금 이 짝과 짝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다른 애들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창피함이, 그 수줍었던 시간이, 어제 조카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확 떠오르는 거다. 지금이라면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낯선 행동이지만 나는 그 때의 내 수줍음과 창피함이, 얼른 집에 가고 싶었던 그 마음이 생각나 너무 안스럽다. 왜그랬니, 왜그랬어.



그 당시에 나는 y 라는 남자아이를 좋아했다. 우리반 부반장이었다. 그 아이를 좋아했는데, 그 아이는 다른 여자아이와 거침없이 '나랑 앉자' 이러면서 서로 좋아서 앉았단 말이야. 나는 감히 말을 꺼낼 엄두도 안났다. 남자아이들에게 말을 걸지도 못하는 수줍은 아이었어. 물론 이러다가 5학년 때는 남자애들 패고 다니는 애가 되었지만.... 졸라 패고다녔다 그 때.  남자애들이 하도 괴롭히는데 하지말라고 해도 말을 안듣고 선생님한테 일러도 말을 안들어서, 그냥 내가 패버리고 다녔어...인생....깡패라는 별명이 붙었었다. 아니, 5학년때 그렇게 돌변할 아이었는데 3학년 때 왜 수줍음의 왕이었나...


하아.

그 때의 그 수줍은 내가 생각나 너무 짠하고 안타깝고 책 속 주인공이 이해되었다. 아아, 선생님이 자리 정해주는 게 제일 편해요,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 마세요..



지금의 나는 그 때와는 성격이 완전히 변해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사람이 되었다. 미용실에 가서도 내가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어느날은 원장 선생님이 결정이 빠르고 확실해서 너무 편하다고 하시더라. 지금의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도 거침이 없다. 좋으면 좋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만약 성인인 지금의 나에게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같이 앉고 싶은 상대에게 '앉을래?'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잘못도 아니고, 내 마음을 숨겨서 상대가 모르는 것도 싫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기를 나는 원하고,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 원한다. 다만, 이 생각을 하다보니, 그러나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같이 앉고 싶은데 앉을래? 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나는 여전히 내 안에 어떤 수줍음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너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거절을 당한다면, '아니'라는 답을 듣게 된다면, 아, 너무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아마도 나는 그렇게 청하진 못할거야. 다만, 거절 당해도 가슴이 아프지 않을만큼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을까. 나랑 같이 앉을래?



그 어린 날, 그 수줍고 부끄러웠던 날이 지나고 며칠 뒤. 여자아이들 몇 명이서 학교 운동장 정글짐 앞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때 y의 원래 짝이었던 여자아이가 내게 말했다.


"y가 너 좋아한대. 너랑 앉고 싶었대. 근데 너한테 말을 못하겠더래. 그래서 h한테 같이 앉자고 했대. 근데 이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래."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 밥통아, 니가 진작에 나한테 말했으면 나는 그 수줍은 날을 보내지 않고 즐거이 보낼 수도 있지 않았겠니?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도 너를 좋아했는데.....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용기가 없으면 안된다, 여러분. 용기가 없으면 내가 원하는 사람과 앉지 못해. 용기가 없으면 사실은 딱히 원하지 않는 상대와 앉게 되는 것이야. 여러분. 용기를 내자, 용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너를 좋아한다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속으로 아무리 외쳐봤자 상대는 내 말을 듣지 못하고, 상대도 나도 다른 사람을 택해서 앉게 된단 말이다. 물론, 거절의 답이 올 수도 있다. 그러면 아파, 많이 아프지. 아아. 아프면 안되는데...아프지말고 행복하자 우리..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년만에 만나는 남자를 앞에 두고 그간 어떻게 지냈느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미 다 지나버린 일이고 또 앞으로도 아무 가능성 없는 사이이니, 이럴 때나 얘기하자, 하는 마음으로 묵혀두었던 얘기를 했었다.



"나 그 때 당신 되게 좋아했었어."

"그럼 말을 했어야지. 왜 바보처럼 말을 안했어?"

"말한다고 어떻게 될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말했으면 어떻게 됐을 수도 있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시간이 지난 다음에 하는 고백은 무슨 소용이람. 그렇게 그 만남이 있은 후에 우리는 각자의 갈 곳으로 갔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었지, 5년간은...... 




아아, 조카는 어제 왜 하필 저 책을 가져와서 30년 전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나. 왜 그 수줍던 나를 불러냈나. 나는 이제 더이상 수줍은 아이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아는 어른이 되었어. 그리고 이제는 딱히 숨기고 싶은 마음도 없어. 거절은 여전히 아플 것 같아 망설이게 되지만, 이제는 어떤 아픔은 감당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안다.



늦기 전에 얘기하자. 나는 너랑 앉고 싶다고. 그거 말하지 못하면 이렇게 삼십년 지나서 내가 그 때 왜그랬지 하게 된다.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수줍음과 안타까움으로 보내게 된단 말야. 그러니까 말해야 돼. 설사 거절당하는 아픔을 무릅쓰고라도 말해야 한다고. 나는 너랑 앉고 싶다.



나는 너랑 앉고 싶다. 이것이 나의 진실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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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2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심이 다락방과 주먹 다락방 사이의 4학년 다락방은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걸까요!!

다락방 2019-07-29 14:3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저도 그게 생각이 나질 않아요. 정신차려보니 저는 주먹 다락방이... 그렇지만 제가 먼저 애들 때리고 다닌 건 아니에요. 굳이 저 괴롭히는 애들만 무지막지하게 팼어요. 왜괴롭혀, 왜,왜,왜 이러면서 ........................( ˝)

감은빛 2019-07-2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6학년때 좋아했던 여자아이가 제 뒤에 앉았었어요.
저 역시 당시에는 소심하고 수줍은 아이여서 졸업할 때까지 그 아이에게 얘기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제 뒤에 앉아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그 아이의 목소리나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앉아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다락방님 글 읽으니 괜히 저도 어린시절이 떠오르네요.

다락방 2019-07-30 08:34   좋아요 0 | URL
저는 학년 올라갈 때마다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언제나 한 명씩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나름 금사빠... 였던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 시절이라니, 아, 정말이지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에요. 아주 오래전입니다. 휴..

띠롱띠로리 2019-08-12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투가 너어무 좋아 새벽 세시가 넘너서도 다락방에서 나가질 못하네요

띠롱띠로리 2019-08-12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것이야 라고 하실 때 특히요 박준 시인 리뷰다신거 우연히 보고 들어왔어요 좋은 글들 감사합니당

다락방 2019-08-12 07:43   좋아요 0 | URL
우아 감사합니다.
새벽 세시까지 제 공간에 머무셨다니, 게다가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너무 좋네요.
제가 오래전부터 글을 써서 아주아주 글이 많으니까 언제든 오셔서 충분히 머물다 가셔요. 히힛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