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지하철에서 제7장 <유럽연합의 헤드스카프 논쟁> 에 대해 읽기 시작했다. 호주와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까지 계속 베일 얘기다. 


유럽에서 소수 이민자 집단의 문화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문화주의 정책이 여성의 권리와 충돌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전 몰러 오킨(Susan Moller Okin)은 [다문화주의는 여성에게 해로운가?(Is Multiculturalism bad for Women?)] 라는 글에서 소수 문화 집단을 보호하는 다문화주의 정책이 과연 공동체 일원인 여성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이 갈등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p.234


이 책을 통해 각 저자들이 다루는 소재는 각기 다르지만 그러나 그들 모두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이 반목하는 혹은 맞물리는 것에 대해 썼다는 것은 공통적인데, 7장에도 인용된 '수전 몰러 오킨'이 그분야에서 아마도 선구자가 아닌가 싶었다. 이 책 읽다보면 반복해 마주할 수 있는 이름인 것이다. 다들 어떤 소재를 다루든 수전 몰러 오킨을 소환해. 그렇다면 수전 몰러 오킨을 읽어봐야겠구나, 수전 몰러 오킨을 읽어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더 깊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 거다. 


그래서 오늘 아침 알라딘에 수전 몰러 오킨을 검색했는데 검색결과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흐음. 그렇다면 영어 이름으로 검색해볼까, 그런데 정확한 철자를 알아야겠지, 나는 책을 다시 펼치기 싫어서 위키피디아나 볼까 하는 마음에 구글에 수전 몰러 오킨을 넣었는데, 오, 내가 가장 먼저 보게된 건 수전 몰러 오킨의 약력이 아니라 <번역되지 않는 여성 학자들> 이란 제목이었다. 어? 그렇다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게 맞구먼, 그런데 무슨 글이지, 하고 그 글을 클릭해보았다. 



번역되지 않는 여성 학자들-미주 한국일보



2018년이 글이고, 이 글에 등장한 여성학자들 중 캐럴 페이트먼(우리 함께 읽었던 여자들의 무질서!!)과 제인 베넷의 책은 번역된 것들이 있다. 그러나 다른 여성학자들에 대해서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흠, 수전 몰러 오킨은 번역되지 않은게 맞구먼. 수전 몰러 오킨 언제 번역될까요. 누군가 어디서 번역중인가요? 나올 예정인가요? 그리고 위 칼럼에 언급된 여성학자들 다들 번역 출간 좀 해주십쇼. 아무튼 내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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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8-2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다려요~~

다락방 2024-08-22 10:17   좋아요 1 | URL
같이 기다려봅시다!!
 















서구 담론에서 베일은 '억압받는 여성'과 '저항하는 여성'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띠고 있다. 즉, 베일을 쓰고 있다는 것은 '보여지는(seen)'것을 거부하면서 '보는(seeing)' 시선은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베일 쓰기는 여성에게 '시선의 역전(gaze reversal)'을 제공한다(염운옥, 2010: 15에서 Frank, 2005 재인용). 여기서 주목할 점은 베일을 쓴 여성의 이런 특징이 식민 지배에 강력히 저항한 무슬림 여성의 저항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는 여성이 독립 투쟁에 적극 동참하는 가운데 베일을 쓰고 그 속에 비밀 서류나 무기를 운반했다. 이런 점에서 베일을 착용한 여성에게는 전근대적 가부장제 억압의 가엾은 희생자라는 이미지와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투사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실제로 최근 호주 사회에 전개되는 베일 논의에서는 베일을 쓴 여성의 시선 역전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적 범죄나 테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베일 금지 논리로 채택되고 있다. -p.167~168



제 5장은 <호주의 여성 이민자 베일 문제> 이다.

서구 담론에서 베일은 억압받는 여성과 저항하는 여성의 이중적 의미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일기 전까지 베일이 당연히 억압받는 여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혹은 감추는 그런 의미라고만 생각한거다. 저항하는 여성이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어떻게 자기의 얼굴을 가리는 것이 저항일 수 있지? 갸웃하며 읽다가 그 다음에서 '보여지는 것을 거부' 하면서 '보는 시선은 획득'한다는 데에서 너무 놀랐다. 그러네, 보여지진 않는데(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주체적인 건 아니었잖아?), 그런데 베일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볼 수는 있잖아? 나는 무슬림의 베일을 '보여지길 거부'한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그들이 볼 수도 있다' 까지 내가 나아가진 못했던 거다. 아... 억압이라고만 생각햇던 베일이 당사자에겐 저항일 수 있다니. 너무 놀라버렸네..


여러분 책 읽는 거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나는 보여지는 것을 거부하면서 보는 시선은 획득한다는 문장에서 '박정자'의 [시선은 권력이다]를 생각했다.





(왼쪽은 구판 오른쪽은 개정판)











시선은 타자와의 관계이고, 나와 세계를 맺어주는 기본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시선이 인간관계의 기본인 권력관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 시선은 권력이다 구판, 박정자, P6


우리가 타자의 시선 속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그의 의식 앞에서 내가 대상, 즉 사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타자에게 있어서 나는 주체가 아니고 대상이다. 타인의 시선 앞에서 왠지 불편하거나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그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그에게 바라보임을 당할 때 나는 그의 의식의 대상이 되는데, 대상이 된다는 것은 주체인 타자가 나를 객체로 본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동시에 내가 물질성을 띠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속에 의식을 품은 어엿한 인간이건만 그 인간성이 부정되고 한갓 물건으로 전락한 것이다. 대상이란 곧 물체이기 때문이다.
- 시선은 권력이다 구판, 박정자,  P36



박정자의 글대로라면, 베일을 쓴다는 것은 상대에게 내가 물화되기를 거부하는게 아닌가. 그것의 원래 목적이 뭐였든 해석은 정말 다양하게 나올 수 있겠구나. 게다가 이 책을 읽다보면 무슬림 여성들이 베일을 쓸 때는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도 있었다. 5장의 호주에서도 6장의 영국에서도 이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에 대하여 얘기하는데, 호주와 영국은 베일 금지를 법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그러나 많은 당사자 여성들은 베일을 쓰고자 한다. 이 베일이 시선의 문제, 억압의 문제를 넘어 공공 안전과 질서유지의 문제를 갖기도 한다니. 베일로 감추다니 그게 말이나 돼, 그건 억압이야, 라고만 나는 생각했더랬다. 하아-



2010년 5월 시드니에서 부르카로 위장한 후 선글라스를 착용한 '중동계외모'의 남성이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주 사회에서 부르카는 여성 억압과 이슬람 문화의 상징으로서만이 아니라 범죄자의 위장술과 연계되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는 연방정부 내 일부 보수정당 의원의 부르카 금지 법안 제출로 또다시 이어졌다. -p.192



호주에서는 무슬림 호주인과 비무슬림 호주인 간 갈등이 거세지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하는데, 그 사건의 중심에는 무슬림 소년들의 비무슬림 여성 집단 강간 사건이 있었다.



사건 일지는 다음과 같다.

-2000년 8월 10일: 레바논계 폭력 조직원 8명이 17세, 18세 백인 소녀 2명을 집단 강간함.

-2000년 8월 12일: 17세 소년 모하메드 스캐프(Mohammed Skaf)가 평소에 알던 16세 백인 소녀를 공원으로 유인한 뒤 그의 형 빌랄 스캐프(Bilal Skaf)가 강간함. 12명의 폭력 조직원이 강간을 지켜보았고 피해자 여성에게 총을 겨누며 배를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함.

-2000년 8월 30일: 뱅스타운 기차역에서 총 14명의 소년이 또 다른 여성을 세 군데로 옮겨가며 25번 강간함.

-2000년 9월 4일: 3명의 소년이 16세 소녀 두 명을 5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강간함. -p.177 각주



특히나 무슬림 '소년'들이 강간을 저지른 것에 대해 더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그들이 아무리 십대라한들 그들이 강간범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뭐가됐든 그들은 여성을 강간했다. 잡혀서 감옥에 가든 안가든 그들이 강간범이라는 건 그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것이다. 언제까지 17세일 수 없고 27세가 되고 57세가 되고 97세가 될텐데, 그 때에도 '나는 한때 강간을 했었지' 라고 그 때를 회상하며 얘기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인생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게 꼭꼭 숨겨야 할 비밀을, 결코 자랑스레 말할 수 없는 일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리석지 않은가. 왜 십대부터 강간범으로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인가.


한 피해자 소녀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강간범은 그 소녀를 "행실이 좋지 않은 호주 게집애(Aussie Pig)"로 불렀고, "'호주 스타일'이 아닌 '레바논 스타일'로 강간하겠다"라고 말했다(Warner, 2004:348). 또한 다른 피해자에 따르면 한 강간범은 피해자에게 "너는 호주인이니까 강간당해도 싸다"라고 언급했다. 강간범의 이러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사건들은 호주 사회 내 인종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레바논계 무슬립 십대 남자 청소년들은 자신의 미래 배우자가 될 레바논계 여성의 성적 순결은 지켜줘야 한다고 믿는 반면, (비레바논계) 호주 여성과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레바논계 남성 청소년들이 보여준 인종에 따른 이중적 성적 행태가 문제로 떠올랐다. -p.178



자신의 나라 여자들이 순결해야 하고 호주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럴 수 있다. 호주 여성들은 성적으로 자유롭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건 틀리지 않다. 그런데 왜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왜 기어코 강간으로 이어지는걸까? 호주 여성과 섹스하고 싶다면 너 대 나 로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정도 쌓고 그러면서 서로 욕망에 이끌리는 과정으로 가면 되는거잖아. 왜 강간이냐고. 그러니까 결혼전에 순결해야 하는게 레바논 여성이다, 그런데 호주는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게 왜 '그래서 호주 여성을 강간한다'로 가는거냐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그건 안되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는걸까? 그건 그냥 안되는거잖아. 상대가 섹스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든, 강제로 하는건 옳지 못하다는 거, 그냥 머릿속에 본능적으로 떠올라야 하는거 아니냐. 그게 장착되어 있지 않은건가, 혹은 그런 생각이 들지만 무시하는건가. 그게 자기를 혹은 자기 무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건가.


자 이렇게 갈등이 촉발되었으니 호주 비무슬림인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들을 제압하려 하고 복수도 하는데, 그중엔 어떤 방법이 있었을까? 하아-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무슬림 여성들을 강간하는 것이었다.


사건 이후 아랍 무슬림 레바논계 공동체에 대한 비무슬림 공동체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는 주로 인종화된 성폭력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특히 젊은 무슬림 여성 또는 소녀를 상대로 비무슬림 호주 남성의 성폭력과 언어폭력 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무슬림 성직자가 길거리에서 신체적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무슬림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베일이 강제로 벗겨지는 등 수모를 겪었다(Ho, 2007: 293; Warner, 2004:397). -p.179~180



아 진짜 너무 싫다. 

왜 땅 때문에 전쟁하든 인종 때문에 전쟁하든 서로 싸우면서 강간을 저지르냐고. 상대 여성을 강간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하고 복수를 하는거, 그거 너무 여자를 인간으로 안보는 행위 아닌가 .그거 너무 소유물, 사물로써 대하는거 아닌가. 아 진짜 너무 싫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나라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성별로, 일단 태어났는데, 태어났더니 이새끼 저새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강간하려 드네. 세상의 모든 강간범들이 똥통에 빠져서 똥 삼키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이사카 고타로가 그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입을 통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강간은 명분이 없다'고 . 살인은 명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강간에 있어서만큼은 어떤 명분도 있을 수 없다고. 


강간은 명분이 없다. 이래서 강간했다 저래서 강간했다? 그거 명분 아니다. 강간 뒤에는 어떠한 명분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강간범이 존재한다. 십년이 지나고 백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강간이라는 범죄와 그 범죄를 저지른 강간범이라는 꼬리표가 강간범에게 계속 따라남는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려고 강간범이 되기를 선택하는가. 아 진짜 똥통에 빠져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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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21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명예살인과 히잡‘이라는 제목을 정해두고 머리 속으로 문단 나누기 하고 있는데, 이게 잘 안 써지네요. 다락방님 글 참고해서 서둘러 써야겠어요.
하나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층위가 여기에서도 드러나고요. 우리 삶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지럽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수용보다는 거부가, 배려보다는 미움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지 전, 그게 궁금하기도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매일매일 열일하시는 다락방님!

다락방 2024-08-21 13:56   좋아요 3 | URL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층위가 있고 그것이 이 책에서 너무나 잘 드러나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됩니다. 단순한게 아닌데 내가 단순하게 봤구나,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수용보다는 거부가 배려보다는 미움이 더 쉽기 때문이겠지요. 거부와 미움에는 어떤 애씀이나 노력 혹은 인내가 전혀 필요치 않으니까요. 그냥 하면 되는거니까요. 그게 더 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얼른 글 써주세요, 단발머리 님!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빠샤!!

잠자냥 2024-08-21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호주 비무슬림 남성들이 저럴 줄 알았습니다... 린치는 역시 약자를 향하는군요.
그나저나 강간범까지 이해해 보려고요? 굳이 왜...
강간범들 머릿속에 ˝선택˝이라는 단어라도 떠올랐다면 강간까지 저지르겠습니까...-_-

그나저나 글쓰다 열받은 다락방 오타 폭발! ˝그건 그냥 안디는거잖아.˝ -> 안 되는 거잖아. 이거 맞죠?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21 14:15   좋아요 2 | URL
너무 짜증나요. 무슬림이나 비무슬림이나 호주나 한국이나 공통적인 정서가 여성혐오인 것 같습니다.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 같고요. 그건 어느 나라나 공통같아요. 정말 징글징글하고 짜증나고 진짜 다들 똥통에 빠져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싹 다 죽고난 다음에 다시 시작될 세계는 지금보다 나을까요? 모르겠다..

ㅋㅋㅋㅋ 네 안 되는 거잖아 쓰려던게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간범들 똥통에 빠져죽는 상상만 하다보니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8-22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일이 억압이 아닌 선택이 되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인데, 제가 야구모자나 선글라스, 마스크를 쓸 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서 편안함을 느낀 것이 생각났어요. 볼 수 있지만 나는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사실 프랑스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전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다문화주의의 관점에서), 베일을 이용한 테러가 있었다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도 하군요. 타인의 논의보다는 이민자들 본인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영국에 사우스올... 뭐더라. 강제결혼에 반대하는 단체가 있다던데 그거 너무 멋있더라고요.

다락방 2024-08-23 09:36   좋아요 0 | URL
사실 베일을 이용해 테러를 한게 늘상 베일을 쓰는 여성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악용될 수 있으니 금지법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면 그건 또 인종차별이라는 반박이 나올만한 것이고.. 뭐가 됐든 참 복잡한 문제더라고요. 베일이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그건 다른 문화권에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자국에서는 억압이지 않나, 저는 아직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택이 될 수 있는 건 자국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야 비로소 가능한게 아닌가...

아무리 다른 문화의 다양성 얘기를 해도 말이죠, 결국 그 대부분의 것들이 여성혐오나 여성폭력 이더라고요. 오늘은 다른꼭지 읽었는데 여기도 조혼 풍습이 있고 그래서 여성들은 잘 교육받지 못하는.. ㅠㅠ

꼬마요정 2024-08-2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일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저는 길 가다가 하도 많이 잡혀서 선글라스 곧잘 쓰거든요. 그럼 좀 덜 잡혀요. 눈으로 보는 게 폭력이 될수도, 저항이 될수도 있군요.

무슬림 소년들이 호주 소녀들을 강간해서 비무슬림 남성들이 무슬림 여성을 강간했다니… 보복 하고 싶으면 강간범들을 잡아서 궁형에 처할 것이지 그게 무슨 짓거리랍니까.

문득 소녀상 문제도 전쟁범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릅니다. 자발적, 비자발적이 무슨 소용입니까. 성범죄인 것을.

다락방 2024-08-23 09:38   좋아요 1 | URL
강간에 강간으로 복수하는 게 피해성별이 하는 게 아니라 가해성별이 하는 일이란 게 너무나 끔찍하죠. 그래놓고 복수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빡쳐요. ㅠㅠ 이놈이나 저놈이나 ㅠㅠ

저도 예전에 많이 잡혔는데 요즘엔 저기요, 누가 말 거는 순간 잽싸게 빠른걸음으로 그 자리를 피합니다. 어휴, 그분들 날도 더운데 이 여름에도 길에서 그러고들 다니시더라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카멀라 해리스 자서전 - 우리가 가진 진실 - 한 미국인의 여정
카멀라 해리스 지음, 이윤지 외 옮김 / 늘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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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있을 거라는 걸 인지하고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까지 능동적으로 해나가는 사람이야말로 리더의 자격이 있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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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저스트클릭 S 마일드 형광펜 - 옐로우(1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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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책 읽을 때는 똑딱이 형광펜이 좋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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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이 책 너무 좋다.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물론 내용이 유쾌한 건 전혀 아니지만 내가 이미 했던 생각과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가득 나와서 너무 즐겁다. 바로 이런게 책 읽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지난 토요일에는 제3장 <미국의 문화적 항변 사례> 부분을 읽었는데, 문화적 항변과 그에 따른 판결에 있어서 법조인들이 지나치게 게을렀던 것은 아닌가, 그러니까 문화적으로 그렇다니까 오케바리~ 이런 식의 느낌이어서, 실제로 문화적 항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단지 그 순간 빠져나가기 위한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제 3장에서 설명하는 다문화주의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수전 몰러 오킨(Susan Moller Okin)의 표현을 빌리면, 다문화주의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맥락에서 소수 문화를 보호하는 데 있어 그들 구성원의 개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따라서 ㄱ별한 집단의 권리(special group rights) 혹은 특권(privileges)을 통해 이들 소수 문화를 보호히야 한다는 주장"(Okin, 1999:2)이다. -p.114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문화적 항변' 이란 뭘까?


문화적 항변이란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동원하는 한 수단이다. 법률을 위반한 자신의 행위는 자신이 오랫동안 소속되어온 문화 공동체의 전통에 따른 것이며, 현존 법질서가 추구하는 가치를 부정하려는 의도 없이 의식 속에 이미 내재화된 가치 체계를 자연스럽게 따른 행위였으므로 위법 행위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줄여달라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차동욱, 2006) -p.118


쉽게 얘기하자면, 내가 미국에 갔는데 미국의 법을 어겼고 그래서 법정에 서게 됐을때, '나는 한국사람인데 한국에서는 이게 법의 위반이 아니라 자연스러운거고 그래서 내 몸에 익은대로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어, 나는 이게 위법일 줄 몰랐네?" 하는 것. 그 때 법정에서는 "으응 그럴 수 있지 오케, 이거 원래 3년형인데 너는 걍 3개월만 때릴게, 니네 나라에서는 그렇다니까 뭐~" 로 판결을 내리는거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문화적 항변의 사례를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문화가 다른데, 자기네 문화에서는 합법인데,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저지른 위법에 대해 좀 봐줘야 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사례들.. 왜 이모양이죠?? 포획... 결혼? 아내...살해?? 그러니까 여자를 유괴하고 강간하는 것이, 아내를 죽이는 것이, 문화적 항변으로 처별이 가벼워질 수 있는 것들이란 말이야? 


참 이상하단 말이지, 그 밑에 사건들은 남편의 부정행위에 수치심을 느껴 아내가 자녀들을 살해했다. 사생아를 낳자 아이를 살해했다. 아들의 성기에 입을 맞췄다. 이거 이상하지 않냐. 무슨 말이냐면, 왜 문화적 항변으로 봐달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자신보다 약자를 향한 범죄이냐는 말이다.  이건 너무나 이상하지 않아? 강간이, 살해가.. 어떻게 '우리 문화권에선 이게 돼' 가 될까????????????????? 그게 어떻게 다른 문화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이상하다. 난 너무나 이상하다.


책에서는 위의 두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얘기한다.


첫번째 사건에서,


모우아의 변호인 측은 그 지역의 라오스 공동체 센터에서 일하는 몽족 남성이 작성한 몽족의 데이트와 결혼 관습 팸플릿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변호인은 몽족 관습에서 첫 성관계 전에 여성은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라고 말하고 저항해야 하고, 이에 대해 남성은 "넌 오늘 내 것이야"라고 말하며 자신의 강한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판 과정에서 몽족 문화에 대한 전문인의 진술은 없었다고 한다(Song, 2007) -p.121


몽족에는 포획 외에도 다양한 결혼 관습이 있는데 팜플릿을 들이밀며 우린 이래, 라는 항변 하나 만으로 강간과 유괴 혐의를 기각하고, 불법감즘죄를 적용해 120일 투옥과 1,000달러 벌금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고 한다. 포획이 아닌 다른 결혼 방법 대신 그가 선택한 게 감금과 강간인데, 그것이 문화적항변으로 인정된거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몽족 문화에 대한 증거나 증언은 저 팜플릿이 전부였다. 



결국 모우아 사건에서 문화적 항변이 인정된 배경에는 미국의 주류 문화에도 강간에 대한 남성주의적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Song, 2007).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미국 사회도 여전히 남녀 관계 전반에서, 그리고 특히 성적 접촉에서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수동성을 전제하는 것이다. 주류 문화와 소수 문화의 이러한 공통성 때문에 모우아 사건에서 피고인의 문화적 항변이 비교적 손쉽게 인정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p.123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미국이 이 판결에서 문화적 항변을 인정한 것은 다분히 인종차별적 이라는 거다. '아, 저들은 감금 강간으로 결혼한대~'라고 쉽게 받아들였다는 부분에서, 나는 그들이 몽족을 그리고 베트남,라오스,중국등에 대해 '그들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그 나라들에 대한 그리고 그 종족들에 대한 무시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두번째 사건에서도 중국에서는 아내의 혼외정사에 대한 폭력적 복수가 용인될 수 있다는 문화적 항변을 인정받아, 아내를 살해했음에도 5년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의 여러 아시아인 단체와 여성 단체는 천(두번째 사건의 가해자)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특히 차이나타운 내 '아시아여성센터'에 근무하는 바버라 창(Babara Chang)은 그러한 결정이 미국 내 아시아인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우리 문화는 가정의 상황이 어떻더라도 남성에게 자신의 아내를 살해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미국 내 아시아인 공동체의 가정 폭력 남편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당신이 중국인이라면 아내를 구타하고 죽여도 투옥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매우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Song, 2007). -p.125


또한 이 법정에서는 현대 중국의 법률체계에 대한 검토도 없었는데, 현대 중국의 형법에서는 부정을 이유로 아내를 살해한 남편을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Song, 2007). -p,125



비록 천 사건의 변호인이 아내의 부정에 대해 미국 남성과 중국 남성이 다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문화적 차이를 강조했지만, 실제 성 규범에서는 두 문화 간에 놀랄 만한 유사성이 발견된다. 두 문화 모두에서 여성 파트너의 부정에 대한 남성의 폭력적 복수가 합당한 반응으로 여겨지고 있다. -p.126



어떻게 다른 나라에서는 아내를 죽여도 된대, 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 나라에서 실제로 그래도 되는게 아니었는데. 이는 이 판결을 앞둔 법조인들이 '응 아내가 바람폈다니 아내를 죽일 수도 있지'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게 아닌가.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한 거 아닌가. '아내를 죽이다니 그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면, 반박할 수 있는 자료, 그러니까 현재 중국에서는 아내를 살해한 남편을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지 않았겠는가. 결국 그래도 된다고 그들도 생각했기 때문에 아내를 살해한 남자에 대해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었던 거 아닐까. 거기에는 그 판결에 가담한 사람들의 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126쪽의 인용문에서 그런것처럼, 성규범에 있어서 딱히 그들이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 여기든 거기든 여성을 죽여도 크게 벌받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문화적 항변은 유용성이 있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당연하다. 문화적 항변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을 향한 폭력이나 살인에 있어서 문화적 항변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저 또 하나의 여성대상범죄를 용인하는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세상엔 여성을 죽이는 남성을 용서하는 아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 것 같다.





기존의 연구 결과를 검토해볼 때 한국에서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충돌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주류 문화가 오히려 이민자 집단의 소수 문화에 비해 가부장제적 성격이 더욱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처럼 소수 문화를 용인하고 보호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남성 우위적인 가부장제적 문화 관습 때문에 여성 이민자의 인권이 침대횔 가능성이 크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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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8-20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130페이지 단락 보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ㅠㅠ 갈 길 멀다..

다락방 2024-08-21 11:48   좋아요 1 | URL
진짜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휴 ㅠㅠ

2024-08-20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8-21 11:50   좋아요 1 | URL
ㅎㅎ 대단한 건 아니고요, 매달 같이 읽기로 했으니 매달 같이 읽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여성주의 책을 놓지 않고 계속 읽는 건 제 스스로 정한 룰이기도 하고요. 힘내세요. 그래도 읽다 보면 어느 틈에 좀 더 눈에 들어오는 때가 찾아 올겁니다. 뽜이팅!!

단발머리 2024-08-20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인, 여성 살인을 ‘일반‘의 것으로 보는 않는 그런 시선 자체가 여자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100쪽 부근입니다. 얼른 따라갈게요.

다락방 2024-08-21 13:53   좋아요 1 | URL
이번 책이 잘 읽히고 유익해서 너무나 좋습니다. 역시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살아야 되는 것 같아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책이 하는 일인것 같습니다. 자, 단발머리 님 힘내세요, 힘!!

독서괭 2024-08-20 1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적하신대로 인종차별도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저 미개한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 그런 시선이요. 아휴,,, 덕분에 문화적 항변이라는 용어를 알고 갑니다!

다락방 2024-08-21 13:54   좋아요 2 | URL
그 나라가 어디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는 공통적인 정서인 것 같아요. 표현이 조금 다를 뿐... 너무 빡치는 세상인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여자가 돼라!! 늙은 백남은 안된다!!

2024-08-24 0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5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