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서의 오스카는 종종 '스티븐 호킹'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마다 답장을 받지만 스티븐 호킹은 너무 바쁘고 유명한 사람이니까 형식적인 답장에 싸인만을 해서 보내준다. 그러나 오스카는 결국은 스티븐 호킹의 마음이 담긴 답장을 받게 된다.  

나는 스티븐 호킹을 모른다. 그런데 오스카는 스티븐 호킹을 좋아한다. 오스카가 사랑하는 스티븐 호킹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에 대해 알게 되면 나도 그를 좋아해서 편지를 쓰고 싶어질까? 궁금한 마음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절반정도 읽은 지금까지 내가 스티븐 호킹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그는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것, 무신론자 라는것, 아내가 있고 자식이 셋이라는 것, 그리고 연구논문의 업적으로 엄청나게 상을 받았다는 것 정도이다. 다시 말해, 스티븐 호킹이 연구한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거다. 블랙홀, 빅뱅, 열역학, 천체물리학......이 다 무슨말인지......그런것들에 대한 증명을 방정식으로 풀어낸다는 건 대체 무슨말인지...물리의 증명을 수학으로 하는것인가? 그래서 물리학과 수학은 그토록 연관이 깊은것인가...대체 무슨말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우주를...어떻게 연구하지? 우리는 여기있는데? 아 정말 머리가 팽팽 돈다. 그래도 한번 끝까지 읽어볼 참이다. 

 

 

요즘 기분도 거시기 하고 해서 출근길에 오랜만에 이화동을 듣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랜덤으로 재생시켰는데, 이화동이 끝난뒤에 이 노래가 나왔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작년에 창원에 사진 전시를 보러 갔다가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서 편지지를 몇세트 사두었었다. 그런데 정작 그 편지지들로 편지를 보내지는 못하고 있다. 잊고있던 편지지들이 떠올라 나도 문득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이 노래를 들으면서 했다. 누구한테 쓸까? 분홍빛 펜으로 쓸까? 뭐라고 쓸까? 그냥  

봄으로 가자 우리 봄에게로 가자 

고 쓸까?  

오늘은 이화동보다 손편지가 더 듣기 좋은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특히, 내가 내린 커피가 아니라 누군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이다. 뜨겁고 진한커피로. 

봄으로 가자 우리 봄에게로 가자.

  

우앗. 이게 뭐지? 조카 사줄까?  ㅋㅋㅋㅋ 왜 이런거 할인하고 난리야? 아 어쩌지. ㅎㅎㅎㅎㅎ

 

 

 

 

 

 

 

덧. 신한카드 싸이트로 들어가서 신한카드로 결재시 3/16 까지 6프로 할인해주는 이벤트 중이군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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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3-0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빠다^^

다음에 다락방을 위해서 진하고 구수한 커피를 내려줄게요! 아, 물론 드립백이지만.
에피톤프로젝트의 노래는 고요하고 정적인데 울림이 커요

다락방 2011-03-08 11:36   좋아요 0 | URL
아치다. ㅋㅋㅋㅋㅋ

Arch 2011-03-08 11:41   좋아요 0 | URL
다락방이다. ㅋㅋㅋ

다락방 2011-03-08 11:42   좋아요 0 | URL
아치. 페이퍼에 곰인형 추가했어요. 어쩜 좋아. 조카 사줘야겠어 ㅋㅋㅋㅋㅋ

Arch 2011-03-08 11:55   좋아요 0 | URL
난 다락방이 가졌음 좋겠어요. 보들거리는게~ 옥찌들은 인형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요.
홍삼 걱정 그만하고 밥 먹으러 가야지.
다락방 점심 식사 맛있게 해요

다락방 2011-03-08 12:28   좋아요 0 | URL
난 햇반 먹었어요. 고추장아찌랑 목우촌 햄이랑 볶음김치랑 해서 먹었어요. 밥은 늘 부족해요. 시간도 늘 부족하고.
나는 인형을 안좋아해요, 아치. 인형을 선물받고나서 포장도 안뜯고 그대로 삼촌네 아가한테 줘버리고 그랬어요. 나는 인형보다는 돈이 좋아요. 나는 인형보다는 술이 좋고 나는 인형보다는 고기가 좋아요. 음, 어쩐지 노래만들어 부르고 싶은 기분이에요. ㅎㅎㅎㅎㅎ

굿바이 2011-03-0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곰인형 보고 조카 사줄까, 한참 고민중입니다~

다락방 2011-03-08 12:28   좋아요 0 | URL
전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점심을 먹었으니 양치부터 하구요. 양치를 하지 않고 쇼핑을 하는건 쇼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요, 굿바이님.

poptrash 2011-03-0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며칠 전에 손편지 받았어요. 우편함에 편지가 하나 꽂혀있길래 뭐지, 얼핏 봤는데 제 주소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손글씨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약간 두근, 거렸는데... 예비군 훈련 관련 안내서. -_-

다락방 2011-03-08 12:29   좋아요 0 | URL
우아아앗. 저도 지금 손으로 꾹꾹 눌러쓴 카드 받았어요. 움화화핫. 한면 가득 글씨로 채워져 있더군요. 물론 제가 받은건 예비군 훈련 관련 안내서는 아니었죠. 정말 말그대로 손카드였어요. 우하하하하하. 아~ 전 정말 멋져요.

Forgettable. 2011-03-0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를 쓰자마자??? 우연도 참..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03-08 12:55   좋아요 0 | URL
운명인걸까.........

잘잘라 2011-03-08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남자들 술자리에 끼었다가
누군가 부산 칠성파 두목 집 인테리어 공사한 이야기로 시작된 화제가
김두한의 마지막 후계자(?)로 알려진 '천안 곰' 조일환이 간암으로
죽었다. 는 걸로 끝나서
술도 안마시고 배는 불러서 심심했던 저는
아이폰으로 '칠성파'와 '천안 곰'을 검색해봤더랬어요.
한동안 '곰'하면 천안 곰이 떠오르겠군 했더니만,
이런 이런...
저라도 저런 듬직한 곰은 도저히 그냥 못지나칠듯..

다락방 2011-03-09 09:54   좋아요 0 | URL
아이폰으로 칠성파와 천안곰을 검색해보는 메리포핀스님을 상상하고 웃었어요. 아이폰은 그러니까 칠성파와 천안곰을 검색하기 위해 그시간에 거기에 존재했군요. 흣.
아직 아가가 7개월밖에 안되서 저 곰 속에 푹 파묻힐 거에요.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이뻐요!

레와 2011-03-08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 시리얼 먹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흥..

다락방 2011-03-09 09:54   좋아요 0 | URL
전 어제 퇴근하기전 너무 배가 고파서 이것저것 간식을 엄청나게 줏어먹었더니 막상 저녁 먹을때 맛없어서 남겼어요. 그토록 먹고싶던 베트남쌀국수 먹었는데 맛이없어...
역시 밥먹기 전에는 간식을 먹으면 안돼요..

무스탕 2011-03-0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점심밥을 먹기전에 하도 배부른 택배 상자를 받아서 아침밥도 안먹고 출근했다 집에 와서 고픈 배를 채우기도 전에 머리 꼭대기부터 발가락 끝까지 말랑말랑해져서 흐믈거려졌어요.
아웅~~~ 도대체 누가 내 속을 요렇코롬 채워 주시는건지, 탕이는 전전전생에 아마도 이순신 장군을 도와 을둘목에서 외적을 무찌른 공적이 어마거대한가봐요.
아웅~~~ 정말이지 조아 죽겄어요~~~~~~~ >_<

스티븐 호킹이 와이프한테 맞고 산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

다락방 2011-03-09 09:56   좋아요 0 | URL
저 예전에 도를 아십니까 하는 사람들한테 붙잡혔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한 장군이었대요. 눈빛이 남자 눈빛이라며 ㅎㅎㅎㅎㅎ 끌려갈뻔 했네요. ㅎㅎㅎㅎㅎ
거의 책 다 읽어가는데 아직까지 스티븐 호킹이 맞고 산다는 말은 없네요. 음, 이 책만 읽었을때의 아내들(한번 이혼하고 재혼도 했어요)은 그를 때렸을 것 같진 않아요. 스티븐 호킹이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라 오히려 아내들이 세상의 시선을 감당하기가 벅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유명한 남자와는 사귀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응??) ㅎㅎㅎㅎㅎ
 

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다락방 

 

저녁무렵이었다
호숫가엔 아무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가 서 있었다
늦었어요 곧 어두워질거에요
나는 그를 꽤 오래 기다려왔다
봄이잖아요 쉽게 어두워지지 않아요 

언덕길을 나란히 걸었다
우리는 내내 말이 없었다
지금쯤 손을 내밀면 그도 잡아주지 않을까
내민 나의 손을 그의 손이 마중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그의 어깨에 기댔다
우리 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래요 너무 오래걸렸죠
괜찮아요 이렇게 됐잖아요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주홍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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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3-0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와 나의 손은 이제 떨어지지 않을테고,
세상이 온퉁 주홍빛으로 변장한 핑크빛이네요~~~

다락방 2011-03-06 22:4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일요일이 가는게 싫어서 발악중이에요.책도 읽을수없고 잠도 못자겠고요.흑흑ㅠㅠ

순오기 2011-03-0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이 차르르 떠오르는데요.^^
예쁜 데이트였군요~~~~~~~~ 온통 주홍빛으로 물들었을 다락방님!!

다락방 2011-03-06 22:49   좋아요 0 | URL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시를 쓰고 싶었어요.그러나 제가 현실에서 이런 그림을 그린건 아니랍니다.흑흑ㅠㅠ

blanca 2011-03-06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디어 락방님의 연애시대는 개막한 것인가요? 설레네요.

다락방 2011-03-06 22:50   좋아요 0 | URL
으악 블랑카님! 일요일이 가버리는게 너무나 답답해서 써본 그저 시 한편일 뿐입니다. ㅠㅠ

Mephistopheles 2011-03-0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그러지 말아요..

-메피스토-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나약해질지도 몰라요.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기댈지도 몰라요.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하소연을 할지도 몰라요.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그 남자를..





절대...울리지 마세요...=3=3=3=3=3=3

다락방 2011-03-06 22:52   좋아요 0 | URL
아니,그러니까 노을로 물든 길을 같이 걸어줄 남자를 제가 왜 울리겠습니까!!예뻐해주겠습니다!!안때릴게요!!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1-03-0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어요 곧 어두워질거에요 / 봄이잖아요 쉽게 어두워지지 않아요
이 구절 완전 좋아요.ㅎ

다락방 2011-03-07 04:02   좋아요 0 | URL
저도 써놓고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반했어요.ㅎㅎ
음..다시 읽어봐도 아주 훌륭한 시에요! 하하

람혼 2011-03-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어두워지지 않을,
쉽게 어두워질 수 없는,
그 봄을 위해!

다락방 2011-03-07 04:03   좋아요 0 | URL
세상에 봄이 찾아들고 있는데 람혼님께도 봄은 오고있나요? 봄을 붙드세요,람혼님!
그나저나 오랜만이에요!

hnine 2011-03-0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젯밤에 집을 뛰쳐나가 영화를 한편 보고 왔거든요? 그 영화 마지막 씬이 떠올라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요.
정기적으로 출퇴근 하는 일을 그만 두고 나니, 일요일 밤이 그닥 싫지 않은거 맞아요.
너무 오래 걸리는 사랑,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사랑, 현실에서라면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저 시는 장면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참 아름답네요.

다락방 2011-03-07 09:13   좋아요 0 | URL
오,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를 보셨군요! 흐음, 그렇다면 저도 회사를 때려쳐야 할까요? 그런데 저는 회사를 때려치고 난 뒤의 대안이 없어요. 그래서 관둘수가 없네요. 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같은 이유로 억지로 다니고 있겠죠.
저도 너무 오래 걸리는 사랑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사랑도 또 누군가가 끊임없이 태클거는 사랑도 다 반대에요. 그러느니 혼자가 낫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돌아온다는 확신을 주눈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기다리는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주는 그런 사람과 그런 사랑이 아주 가끔,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시는, 제가 써놓고도 참 좋아서 계속 계속 읽어요.

2011-03-0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7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론테 2011-03-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탕웨이 빙의인겁니까? 정녕? 몇 시간 열심히 일했더니 폭풍졸음 몰려드는 중...기력이 쇠해지는 중...

다락방 2011-03-07 17:32   좋아요 0 | URL
전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압박도 심하고 스트레스도 심하고 다 말할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게다가 가슴앓이....는 언급하지말고 패쓰합시다.
월요일 퇴근까지 이제 한시간 반 남았습니다. 우리 잘 버팁시다. 물론 저는 이미 깨질때로 깨져서 너덜너덜해져있지만 말입니다. 거지같은 세상, 거지같은 직장, 거지같은 일, 거지같은 남자...

탕웨이 빙의,
는 아니고 다락방이었습니다. 므흣.

프레이야 2011-03-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잖아요. 쉽게 어두워지지 않아요...
맞아요, 요즘 해가 진짜 길어졌어요.ㅎㅎ
해질녘 놀이 보고파 작은딸 손잡고 근처 바닷가에 갔는데
바람은 차고 볼은 얼 거 같은데 해가 얼른 안 지고 주황색이 얼른 안 오는 거에요.
그래서 ... 그냥 못 보고 집에 가자, 그러고 왔어요.^^

다락방 2011-03-08 11:36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저는 딱히 바다를 가고 싶다는 생각같은 걸 평소에 하지 않고 살고 있는데 말이죠 지금 프레이야님이 써주신 댓글중에 '근처 바닷가'를 보니 갑자기 바다에 너무 가고 싶어졌어요. 그보다는 '근처'에 바닷가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으면서, 그건 꽤 만족할만한 상황이지 않은가 싶어져요. 저녁노을을 보며 바닷가에 있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지만 노을이 없어도 근처 바닷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만해요. 아, 좋아요, 프레이야님. 근처 바닷가라니. 조만간 저도 바다 보러 가야겠어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고집 센 여자.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조언들이지만, 당신말을 듣지는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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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4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3-0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정말 다락방 님 다운 40자 평이에요.

다락방 2011-03-04 13:40   좋아요 0 | URL
치니님, 무슨 책이든 또 영화든 다 개인적인 성향과 맞물려서 좋다 안좋다가 결정되잖아요. 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싫었는데 자꾸만 자신을 마주대하는 명상을 하는 부분이 영 거슬렸거든요. 자꾸 내면의 나와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고 자신을 벗어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 말이죠.
이 책속의 작가도 명상을 하고 선을 추구하는 사람이고 그런데 툭하면 '카타기리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라고 하면서 그의 조언을 수시로 들이대는 거에요. 물론 틀린말 하나도 없고 수긍되는 말인데 확 짜증이 나더라구요. 카타기리 선사가 어쩌고 카타기리 선사가 저쩌고..
그리고 이 부분도 거슬렸어요.

가끔 작가들 중에서 술에 의지해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나는 과연 그들이 작가이기 대문에 술을 마시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마땅히 글을 써야 하는 순간에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글 쓰는 데 문제가 생길 때 더 많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이 아닐까? 결국 그것도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려는 일종의 회피이고 게으름인 것이다. (p.81)

뭐랄까, 너무 함부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 같은게 있어서 별로 그녀의 말들을 듣고 싶지 않아졌어요.

Arch 2011-03-04 13:59   좋아요 0 | URL
나도 막 함부로 말할 때가 있었어요, 아니 있어요. 결함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다락방 2011-03-04 14:10   좋아요 0 | URL
가진게 많고 능력이 있고 다른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명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할 때 더 조심해야 되지 않나 싶거든요, 전. 그런데 작가는 알콜중독인 작가들에 대해 자기기준으로만 판단해서 말해서 전 그게 괘씸했어요.

Arch 2011-03-0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위엔 작가는 아니지만 알콜중독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 그들에게 몸이 부대낄 정도로 힘든데 왜 술을 먹냐고 잔소리하며 의지박약이라며 못박았어요. 물론 전 명성도 없고, 제 말의 영향력이 그리 크진 않지만 술 때문에 제게 모진 소리를 들었던 이들에게 참 미안해지네요.

다락방 2011-03-04 15:12   좋아요 0 | URL
아치. 나도 알콜중독인 사람 혹은 도박중독 섹스중독 게으름중독 약물중독 등등,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잔소리 했을거에요. 달래보기도 하고 소리지르기도 하고 그랬겠죠. 그들을 거기서 빠져나오게 하고 싶었을거에요.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런게 아니에요.
이 책의 작가는 매일매일 글을 쓰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또 글쓰기 강의도 하는, 이릍테면 '모범적인' 작가에요. 그런데 자기처럼 매일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또 술을 마시고 알콜중독이라고 해서 그것을 '회피와 게으름'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거에요, 제말은.
저도 술을 마셔요. 어떤날은 많이 마시죠.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실때도 있고 친구와 수다 떨고 싶어서 마실때도 있어요. 안주 먹고 싶어서 마실때도 있고 취하고 싶어서 마실때도 있어요.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단지 '직장생활이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 이라는 건 아니라는거죠. 마찬가지로 알콜중독인 작가들이 알콜중독까지 간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거라는 거에요. 그게 잘했다는게 아니라, 그들은 알콜중독에 이를 수 밖에 없는 고통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다는거죠. 술을 끊지 못할 어떤 아픔이라든가 하는것들요. 그들이 단순히 '글이 써지지 않기 때문에' 알콜중독이 되어서 '게으른 자'들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전.

Arch 2011-03-04 16:56   좋아요 0 | URL
나 멍충인가봐요

다락방 2011-03-04 16:59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아치!! 왜 갑자기 여기서 멍충이가 나와요! 바보.

Arch 2011-03-04 17:06   좋아요 0 | URL
이러네 저러네 말을 하려다 말았어요. 문맥도 파악 못하니 멍충이 맞죠.

나는 바다의 보신탕! 이거 전에도 했죠~ 사람이 신선하지가 않아요~

다락방 2011-03-04 17:07   좋아요 0 | URL
바다의 보배보단 낫네요. ㅎㅎㅎㅎㅎ

치니 2011-03-0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딴소리긴 한데, 나 전에 영국 가는 비행기에서 하도 심심해서 <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 보다가 20분 만에 도저히 못 참고 꺼버렸어요. 으악, 뭐 그런 영화가 히트가 되고 그런대요. 책은 어땠나 모르겠지만, 암튼 저도 그중에 가장 못 참겠던게 인도인가 어디 가서 막 더러운 데서 참아가며 명상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어쩌고 그런 과정. 명상이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니지만, 그 보여주는 방식은 너무 얇아서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나요.

다락방 2011-03-06 17:2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보고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 영화에서(그리고 저는 책에서) 제가 보고 싶은 그 어떤것도 저는 찾을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책의 초반, 작가가 여행을 하고 싶은데 돈이 한푼도 없어서 고민하는데 출판사에서 비용을 다 대줄테니 여행다녀와라 그리고 우리 출판사에서 책내자 라고 하는 부분에서부터 뭐랄까 좀 음 저랑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더 쓰면 저만 더 구질구질하고요.
명상은 물론 나쁜게 아니죠. 자기를 들여다보는 행위는 어떤 이들에겐 꽤 중요한 의미를 준다는 것도 전 알아요. 그리고 그 행위는 또 필요하기도 하구요.그런데 저는 허구헌날 자기를 들여다보기'만'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거든요. 자기를 들여다보면 그 후에 조금 더 나은 자기가 되어야 하는데 별로 그런것 같지도 않아서요. 뭐,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탓이 클거에요.

Arch 2011-03-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한겨레 '환등상자'에 나온 영화를 추천하고 싶어요. 치니님도 있으니까 같이! <파수꾼>이라고 소년들의 성장담 얘기래요.

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이탈리어 배우는 부분이 참 맘에 들었어요.

치니 2011-03-04 17:20   좋아요 0 | URL
오오오, 나 이미 이 영화 찜해두었어요! 아들이랑 같이 보면 얼매나 좋을까나, 그 생각도 했구. 말 나온 김에 담주에 꼭 봐야겠다.

Arch 2011-03-04 17:29   좋아요 0 | URL
아, 짜릿해라^^ 예전에 봤던 영화도 좀 추천해주세요.

다락방 2011-03-06 17:32   좋아요 0 | URL
아 이건 실로 바람직한 현상이군요. ㅎㅎㅎㅎㅎ 좋은 영화를 추천하고 추천받는 이 아름다운 대화라니! ㅎㅎㅎㅎㅎ
가만있자, 아치에겐 어떤 영화를 추천하는게 좋을까.....음......워낙 나와 취향이 달라놔서......음...... 아, '더스틴 호프만'과 '엠마 톰슨' 주연의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어때요, 아치님? 나는 그 영화 꽤 괜찮았거든요!!

Arch 2011-03-07 13:39   좋아요 0 | URL
다락방이 연말에 추천한 영화는 다 메모해놨어요. 그 영화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제목이 걸려요. '뉴욕의 가을' 같은 느낌도 나고.

다락방은 홍상수 감독을 좋아하나요? 주말에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를 봤는데 내가 생각하고 써보고 싶다고 했던게 그 속에 다 들어있는거에요. 사랑한다고 입에 달고 다니지만 정작 그들은 사랑을 모른다던가, 섹스는 비릿하다거나(갑자기 다락방의 비릿한 남자론이 생각났어요!), 사실 말로 전할 수 있는 진심이란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등등. 게다가 김상경이 윤여정한테 종아리 맞는 장면은, 저 정말 오랜만에 빵 터졌어요!

다락방 2011-03-07 16:46   좋아요 0 | URL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면 [생활의 발견]과 [옥희의 영화]를 보았어요. 그런데 이 감독을 좋아합니다! 라고 말할만큼의 매력을 제가 느끼지는 못했어요. 사실 저는 '감독 취향'이랄것이 딱히 없어요. '가수 취향'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제가 '감독'을 보고 무조건 영화를 보는건 세상에 '구스 반 산트'가 유일합니다. 하하핫.
생활의 발견과 옥희의 영화를 보면서 제가 찾은 공통점이라곤, 소주 마시다가 키스 하는 남녀 정도에요. 어찌나 현실적인지. 우리가 하고 있는 키스의 어느정도는 소주 마시다가 벌어지지 않습니까. 그 상대와 처음 하는거든 혹은 몇번째 하는거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는 언제고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치가 말하는 '생각하고 써보고 싶다고 했던게'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아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그걸 느꼈군요. 나는 줌파 라히리를 보고 그걸 느꼈어요. 저는 줌파 라히리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쓰고자 했던 모든 것'을 그녀가 써준것 같았어요.

건조기후 2011-03-0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은 안 읽었지만 예전에 <사람풍경>을 읽고 그런 기분이었어요.
너무 그렇게 단정짓지 말라고 당신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라고 웅얼거리면서 봤었던.
40자평 정말 마음에 들어요 ㅋㅋㅋ 책이랑 상관없이 문장 그 자체로.ㅎ

근데 그러고보니 아래 김형경 소설이 있었어요 참.
에세이 말고 소설은 좋은가요? 제 친구는 김형경 소설을 읽고 엄청 울었다던데. (제목은 잊어버렸어요)
다락방님 페이퍼의 저 구절은 저도 참 좋아요. 사계절... 멋져요.

다락방 2011-03-06 17:34   좋아요 0 | URL
아, 건조기후님. 저랑 같은 스타일인가봐요! ㅎㅎㅎ 저도 사람풍경 보면서 뭐랄까 마음에 들지 않았던게 왜 이렇게 허구헌날 분석하고 치료하고 하려고 하는걸까 싶더라구요. 이렇게 사는게 더 피곤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지요. ㅎㅎㅎㅎ 그러니 이 40자평을 마음에 들어하는 건조기후님이 저는 또 마음에 듭니다.

김형경의 소설을 저는 좀 읽은편인데요,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와, 이 작가는 정말 노력하는 작가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이런건 자료수집이라든가 경험이라든가 어떤 노력없이 나올 수 없는 작품이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그녀의 책이 '재미있다'거나 '좋아한다'라고 말해지지는 않더라구요. 전 그랬어요.

사계절.. 좋죠?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구판절판


사물의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근원에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우리 마음속 흐릿한 부분이 선명해지면서 이 지상의 삶에 더 튼튼한 줄을 이어 주기 때문이다. 나는 거리를 걷다가, 내가 아는 식물들인 산딸나무나 개나리를 보면 그 장소에 더 깊은 친근감을 느낀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 줄 때 느끼는 기분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명쾌한 증명인 것만 같다.-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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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3-03 14:29   좋아요 0 | URL
부끄러워요!

레와 2011-03-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3-03 14:28   좋아요 0 | URL
다락방 입니다. ㅋㅋㅋㅋ
저 위에 비밀댓글들 내용 뭐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rch 2011-03-04 11:06   좋아요 0 | URL
다락방의 이름에 대한 내용 같습니다. 땡?

다락방 2011-03-04 11:19   좋아요 0 | URL
이름에 대한건 아니구요. 히히히히히
바로 위 댓글은 제가 반한 남자사람 이에요. 히히히히

Arch 2011-03-04 14:00   좋아요 0 | URL
누구죠? 현빈이 다락방 서재도 아는거에요?

다락방 2011-03-04 14:11   좋아요 0 | URL
현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빈이 내 서재 알았으면 좋겠어요. 공개적으로 사랑고백 좀 하게. ㅎㅎㅎㅎㅎ

2011-03-04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때 누군가 연희에게 한 가지 소원을 물었다면 서슴없이 대답했을 것이다. 생의 가장 마지막 순간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 자신도 세중도 저마다의 삶을 다 살고 나서, 이번 생에 부과된 사회적 의무나 가정적 책임, 주어진 과업을 각자 완수한 다음, 한 일 년쯤 여분의 삶이 허용된다면 생의 가장 마지막 네 계절쯤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p.229)  
   

  

 

 

 

 

 

 

 

찾아보니 이 책의 저 구절에 밑줄을 그은게 2004년 이다.  당시에 나는 헤어진 남자를 잊지 못하고 꼭 저런 마음을 가진 상태였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가 아이가 있다고 해도 또 내가 아이가 있다고 해도 다 뿌리치고 네 계절을 그와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거다. 그리고 반드시 그러리라고, 그도 아마 동의할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2011년 3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것도 그리고 이 책에서 꼭같은 마음을 발견하고 밑줄을 그었던 것도 기억나지만, 지금은 전혀 그때의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니, 하고 좀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랑? 그때의 나는 분명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사랑은 다시 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은데, 십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때의 생각은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으며, 우리가 했던게 사랑인가 싶기도 하다. 심지어 만약 누군가와 생의 마지막 사계절을-겨울을, 봄을, 여름을, 가을을- 보내야 한다면 그가 아닌 다른 남자를 택하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나는 그때 나의 생각을 그에게 말했는지 어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 사랑이란 부질없는 것. 언제고 잊혀지고 마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과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이 영화를 볼때의 나는 연애중이었다. 그리고 그때 연애중인 남자와 처음으로(마지막이 되기도 했지만) 본 영화였다. 극장안에 들어가서 그와 나란히 앉아 있는데 몹시 긴장이 되고 또 신경이 쓰였다. 그건 사귄지 얼마 안되는 남자와 여자가 어두운 극장안에서 할 수 있는 스킨십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이 남자가 나의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우리는 어떤 대화를 했고, 그는 말 끝에 '나한테 기대서 봐요' 라는 말을 했는데, 아, 정말 싫은거다!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그저 웃었지만 그때부터 걱정이 되서 영화에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나는 혹시라도 그가 나의 손을 잡을까봐, 제발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직된 몸으로 꼿꼿하게 앉아서 영화를 봤다. 내 몸은 그가 있지 않은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이 남자와 이 연애를 계속 하기 어려울 거란 걸. 시간이 지나도 나는 이 남자의 손을 잡고 싶은 마음 혹은 이 남자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생기지 않을 거란 걸. 

예스라고 말하지 말걸, 사귀지 말걸. 그랬더라면 나는 연애를 한번 덜 한 대신 이별도 한번 덜 했을텐데. 그 이별도 나름대로 아팠는데. 

  

 

 

 

 

 

 

 

영화 [만추]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포크신이나 하오/화이 씬이 아니라(그 장면도 좋았지만!), 몇번 언급했듯이 버스 이별장면 이었다. 버스안의 탕웨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던 현빈. 탕웨이가 돌아보면 또다시 그자리에서 손을 흔들어 주던 현빈. 그러니 마지막, 탕웨이가 기다리는 장면도 나는 해피엔딩으로 보였다. 현빈은, 그러니까 돌아볼때마다 그자리에서 웃어주고 손을 흔들어줬던 현빈은 돌아올거라고 나는 믿었으니까. 그 믿음으로 그녀는 며칠이고 몇년을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무슨일이 있어도.

이 영화 [프로포즈 데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벤치에서 잠깐 자고 눈을 뜬 남자가 여자가 없어진걸 알고 마침 그때 떠난 버스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장면이다. 잠시 커피를 사러 갔다 돌아오던 여자는 떠나버린 버스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게 되고,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멈칫 한다. 내가 탕웨이라면 자꾸만 그 자리에서 손 흔들던 현빈에게 '이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어' 라고 느끼게 됐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안에서도 나는 바로 이때, 이 여자가 이 남자에게 사랑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졌다. 내가 떠난 줄 알고 안타까워하는 남자. 그의 등을 두드리며 내가 사온 커피를 내미는 그 순간, 그 순간은 정녕 행복이지 않을까. 그의 안도, 그리고 그녀의 웃음. 

 

 

얼마전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가 내게 '사계절이 있다는게 좋지 않아요?' 라고 물었었다. 맞다. 정말 좋다. 그와 함께 살아볼 수 있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는 게 좋다. 혹은 그와 함께 살지 않아도 그를 좋아하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된다는 게 좋다. 나는 그의 외투 입은 모습을, 긴팔을 입은 모습을, 반팔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전화를 할 수 있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문자메세지를 보낼 수도 있다. 이건 사계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점심을 아주 맛없게 먹었다. 점심을 맛없게 먹으면서, 한숨을 쉬면서, 뜨거운 후렌치 후라이를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약간 김빠진 콜라와 함께. 뜨거운 후렌치와 약간 김빠진 콜라를 테이블에 놓아두고 하나씩 집어먹고 또 빨대로 빨아 먹으면서, 봄과 여름에 그리고 가을과 겨울에도 내내 좋아했던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사계절 내내 좋아하던 그를 기다리는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나라면,  

탕웨이랑 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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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3-0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엥, 왜 점심을 그렇게! 아우, 막 제가 속상하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탕웨이랑 다락방 님이랑 별 다를 바 없어요, 맞아요 맞아요. ㅎㅎ

다락방 2011-03-02 17:06   좋아요 0 | URL
그니깐요. 제가 한국말을 해서 그렇지 뭐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저도 남자 기다릴 줄 알아요. ㅎㅎ
그리고 저도 메탈 알러지 있어서 귀걸이 하고 나면 귀 벅벅 긁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음..어쩐지 쓸쓸하네요.)

Mephistopheles 2011-03-0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구절이 떠오르는 남자와. 영화를 같이 본 남자도.....울렸나요? (아 이쯤해야지 이러다 미움받을라..)

다락방 2011-03-02 17:07   좋아요 0 | URL
저 심오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 댓글 보고 뿜었어요. 풉-
일단, 저 구절이 떠오르는 남자는 제가 울렸고(!)
영화를 함께 본 남자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운 남자도 제가 울린게 아니라 지가 운거에요. 지 감정에 겨워서. 저는 그저 가만 있었을 따름입니다. 하핫 ;;

따라쟁이 2011-03-03 11:03   좋아요 0 | URL
그니까. 너무 이쁘니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감정에 겨워지는거죠.아.. 정말..

다락방 2011-03-04 08:34   좋아요 0 | URL
이쁜 여자는 그냥 남자를 울리는구나...

비로그인 2011-03-0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포즈 데이 안봤지만 포스터 사진 작가가 안티였나 봅니다ㅠㅠ

다락방 2011-03-02 17:07   좋아요 0 | URL
이 영화 기대이상으로 괜찮거든요! 그런데 포스터만 보면 너무 삼류 같아요 ㅜㅜ
그렇지만 엄청 재미있어요. 훗 :)

웽스북스 2011-03-0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탈리포트만보다 더 좋아하는 여자, 라는 공통점도 있어요 탕웨이와 다락방님은 ㅋㅋ

다락방 2011-03-02 17:08   좋아요 0 | URL
역시 전 다음생에도 저로 태어날래요. 하버드대 나탈리 포트만은 좀 끌리지만 발레리노와 사랑하는 가슴 작은 나탈리 포트만은 별로 안끌려요. 그보다는 웬디양님의 사랑을 받는 팜므파탈 다락방쪽이 훨씬 낫죠. ( '')

굿바이 2011-03-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극장에서 긴장하면서 영화를 본다는 것, 우왕~ 어찌되었건 우와~입니다 :)
요즘 제가 극장에서 긴장하는 건, 아이들이 옆에 앉을까봐, 욕이나 의성어가 심한 십대들이 옆에 앉을까봐, 수다를 작정하고 오신 여성분들이 옆에 앉을까봐, 내가 봐도 너무 엉성한 교태를 부리는 연인들이 앉을까봐 긴장하는 일 뿐입니다. ㅜㅜ 아, 한 가지 빠졌네요. 어마어마한 양의 팝콘 통을 들고 있는 분들도 포함이요!

그나저나 탕웨이랑 별 다를 바 없다하시니, 정말, 급하게 다락방님이 궁금해졌어요. 그렇지만 저는 관음증을 자제하는 관계로 일단 참으렵니다. 좋은 오후 보내세요~

다락방 2011-03-02 17:44   좋아요 0 | URL
저는 일전에 국내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을 보러 갔는데 영화 시작전에 엄청나게 키스를 해대는 젊은 커플을 보았어요. 와- 대단하더군요. 계속 계속 키스를 하더니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둘이 나가버렸어요. 광고랑 예고편 내내 앉아서 키스하다가..그들은 극장을 나가서.......어디로 갔을까요? 하하하핫.
아 팝콘, 이라고 하시니 배가 고파서 미치겠네요. 서랍 뒤져봐야겠어요. 뭐 먹을거 나오나.

음, 저는 앞으로 굿바이님을 만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혹 탕웨이를 연상하며 저를 만나실경우 저는 돌맞을 확률이 이백프로이기 때문입니다. orz

레와 2011-03-0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스라고 말하지 말걸, 사귀지 말걸. 그랬더라면 나는 연애를 한번 덜 한 대신 이별도 한번 덜 했을텐데. 그 이별도 나름대로 아팠는데."

내가 아는 다락방이라면,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예스라고 말했을거 같아요.:)


언제나처럼 다락방 페이퍼 참 좋아요.



다락방 2011-03-02 17: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때로 돌아가면 똑같을 거에요. 그때는 그냥, 음, 사귀고 싶었어요. 그남자가 아니어도 좋았을거에요. 그런데 마침 그때 그남자가 나타난거죠. 그때 막 엄청난 사람하고 이별하고 난 뒤라 미쳐있는 중이기도 했고 말이지요. 아, 울것같다.. ㅠㅠ

hnine 2011-03-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락방님은 제목을 참 근사하게 쓸 줄 아십니다.
제가 감히 댓글을 매번 못달아서 그렇지, 매번 안 읽어볼수 없게 만드세요.
감정의 종류 중 안타까움이라는 감정, 어쩌다 한번은 괜찮은데 너무 자주는 곤란해요. 남는게 없다는 말이지요 ㅠㅠ

다락방 2011-03-02 17:46   좋아요 0 | URL
제목, 마음에 드십니까, hnine님! ㅎㅎ

네, 맞는 말씀이에요. 안타까움이라는 감정, 그게 자주 일어나면 아마 길바닥에 주저앉아 다시 일어나기 힘들지도 몰라요. 안타까움은 특히나 더 '어쩌다 한번' 이어야 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로요.

hnine 2011-03-02 18:17   좋아요 0 | URL
저의 윗 댓글에서 두번째 문장 가운데 토막이 실종되었었는데 읽으시면서 혹시 이상하지 않으셨나요? 원래 쓰려던 대로 돌려놓았어요. 죄송...

다락방 2011-03-02 18:38   좋아요 0 | URL
앗! 저 안그래도 잘 이해가 안되서 다시 여쭤볼까 하다가 어쩐지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애썼어요.결국 수정하신 댓글과비슷하게 이해했어요.이런뜻이 아닐까..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수정해주시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다행이에요.:)

소나기 2011-03-0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되면, 사랑이 하고 싶어져요.
작년에도 이랬는데, 올해도 역시...(웃음)

다락방 2011-03-02 17:47   좋아요 0 | URL
봄에는 봄사랑을
여름에는 여름사랑을
가을에는 가을사랑을
겨울에는 겨울사랑을 하고 싶죠.
올 봄에는 사랑하세요, 홀릭제이님! :)

... 2011-03-0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대박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기 <프로포즈 데이>에서 나오는 leap year가 바로 내년, 2012년 이라는 거 아시나요? 자자, 2월 29일날 아일랜드행 비행기 티켓 예약을? 하하하하. 저 영화때문에 에이미 아담스가 좋아졌어요.

한국영화 잘 안 보시는 다락방님이 연애할 때는 영화관가서 보시는 군요! 하핫;; 님은 먼곳에의 마지막씬에서 수애는 대단했었죠.

참, 그 김빠진 콜라는 제로였습니까?

다락방 2011-03-03 12:50   좋아요 0 | URL
좋습니다, 좋다구요. 아일랜드행 비행기 티켓 예약 하면 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가서 누구한테 청혼합니까? 아일랜드 남자 아무나 잡아서 청혼합니까? 일단 청혼할 남자가 있어야 제가 예약을 하고 거기로 데리고 갈거 아닙니까. 네?!!!
연애할때는 영화관도 가고 비디오방도 가고(응?) 노래방도 가고(응?) 뭐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김빠진 콜라는 클래식입니다. 제로여서는 안돼죠. 남자를 기다리는 일은 칼로리 소모가 엄청난 일이거든요. 하핫

세실 2011-03-03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서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아쉬웠어요.
이순재와 윤소정의 사랑. 윤소정이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자신을 사랑해준 이순재를 잃는게 두려워 그 사랑의 감정을 평생 간직하고자 홀로 고향으로 떠나거든요. 저라면 죽을때 죽더라도 적어도 사계절은 함께 하고싶은 생각 들거 같아요.
아 봄사랑.....설레이는 단어예요^*^

다락방 2011-03-03 13:13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고 원작인 만화도 보지 않았지만 윤소정이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요. 요즘의 저는 정말이지 무척 좋은 사람 하고는 사귀지말자 헤어지기 싫으니까요. 사계절을 함께 하는 것도 좋겠지만 사계절을 함께 하지 않아도 그저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은가 싶어요.

봄사랑, 설레이죠.
:)

무스탕 2011-03-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걸린 책 한 권, 영화 두 편 다 못 봤음.
그래도 다락방님 맘은 다 알아 먹겠음.

오늘 점심은 필히 맛있는걸로 성공하세요~ :D

다락방 2011-03-04 10:03   좋아요 0 | URL
3월3일의 점심은 게살야채죽이었습니다. ㅎㅎㅎ 뚱뚱한 게살을 씹어서 기분이 좀 좋더라구요. 게살을 느꼈어요..
저녁에는 오사카짬뽕,양송이삼겹,팽이삼겹,베이컨 감자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고 대구포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어요. 오늘 아침 출근이 피곤했습니다, 무스탕님. 흑흑 ㅜㅜ

2011-03-03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