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이버 블로그에 가끔 일기를 쓰는데, 최근 쓴 일기에 누군가 댓글로 <샬라샬라> 라는 예능을 추천해주었다. 보통 예능에 대해선 관심이 1도 없는 나이지만, 아니 세상에 중년 아재들의 2주간의 어학연수를 보여준다는게 아닌가. 오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나는 싱가폴에 혼자 가는 거였고 밤에 숙소에서 보면 되겠다 싶어서 유료로 구매를 했다. 히융.. 제가 구독하는 ott 로는 볼 수가 없더라고요.. 히융..

와 그런데 정말 내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지금 현재 2회까지 방송했는데,
영국 캠브리지로 2주간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52 세라고 한다. 성동일, 장혁, 김광규, 신승환, 엄기준 이 영어 공부하러 떠나는데, 다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나 장혁의 경우 개인 과외도 많이 받았었다고 한다. 신승환은 자녀들 영어 교육 시키면서 자기도 지금 공부하고 있다고 했고. 신승환은 그래서 토익도 계속 보고 있는데 자꾸 점수는 떨어진다고 했다. 여하튼 이들이 캠브리지에 있는 어학원에 가기 위해서 반편성 레벨테스트를 봤는데 필기에서는 100점 만점에 성동일이 8점으로 꼴찌였다.
이들은 영어를 못한다. 그나마 잘하는 사람이 장혁인데 장혁도 문장에 the 를 수시로 넣는다. 이건 무슨 습관 같은데, 단어 앞에 일단 무조건 the 를 넣고 보는 것 같았다. 하여간 이 다섯명이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바람에 길을 물어봐도 현지인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너무나 힘들게 네 시간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날은 학교에 입고 갈 잠바도 다같이 구입하고 밥도 해먹고 하다가 드디어 월요일이 되어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스피킹 테스트에서도 다들 제대로 말하지 못해 스스로에게 답답해하기도 했다. 김광규는 말은 해야겠고 그런데 못하겠고 하다보니 답답한 마음에 자꾸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내가 볼 때는 다들 비슷한 실력인것 같았는데 성동일과 김광규는 초급반으로 장혁, 신승환, 엄기준은 중급반으로 배정되었다. 그들은 각자의 클래스에서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등 다른 국적의 학생들과 영어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서 알아보았을 때 나는 한달짜리 프로그램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내 생각은 '한 달 가서 무슨 공부가 돼?' 였다. 그거.. 그냥 놀러가는 거 아닌가? 어떻게 한달동안 공부하고 온다는거야? 그게 돼? 하는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읽은 책에서는 이탈리아로 어학연수 일주일 가는 사람도 있었고, 영화 <굿모닝 맨하튼>에서도 일주일인가 이주일 짧게 어학연수를 받는게 나오지 않았던가. 스페인 어학연수도 검색해보면 한달짜리 들이 있다. 한달.. 이게 된다고?
그런데 <살랴살랴>를 보니 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선생님들이 반의 레벨에 맞추어서 수업을 이끌어가는데 무조건적으로 다 영어로 하기는 하지만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해주고 무조건 말하게 시키는거다. 물론 영어를 못하니까 그마저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아 멤버들은 옆 사람이 교과서에서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보기도 하고 선생님의 특별 지도를 받기도 하면서 이 수업들을 해내가지만, 오, 이거 되겠다 싶은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동일의 다크서클이 진해지고 김광규의 낯빛도 어두워지지만, 오 되겠는데? 2주로 확 영어 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주 후에 이들이 어떻게 변할지 너무 궁금해지는거다. 나이가 많다보니 김광규는 집에서 복습을 좀 할래도 노안 때문에 잘 안보여가지고 힘들어하지만... ㅠㅠ 오, 될 것 같은거다. 과연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 이들은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뤘을까. 너무 궁금해지는거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에겐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 성동일과 엄기준 이었다.
성동일의 경우 레벨테스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현지에서 사람들과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눈다. 모르면 일단 아는 단어 총 동원해서 사람들에게 묻고 답을 들으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일단 부딪혀보는 성격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은거다. 그런데 성동일에게서 인상적이라고 느낀건 그런 성격이 아니라 그의 삶이었다.
성동일은 가난한 무명 생활을 거쳤고 그에게 그의 가족은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다. 성동일은 비록 영어를 못하고 그래서 이렇게 배우러 왔지만, 성동일의 자녀들은 자유자재로 영어 구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큰애가 16살 둘째가 13살 막내가 몇 살이더라..하여간 둘째의 경우는 영국에서 안가본데가 없다고 한다. 자녀들은 십대에 영어를 마스터하게끔 뒷바라지 해줬지만 정작 자신의 배움은 이제 시작이라는거, 아니 그나마 그것도 프로그램 때문에 이렇게 본격적 영국에서의 배움이 시작되었지, 만약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내가 모르긴 하지만, 아마 성동일의 영어 배움은 진행되지 않았을 것 같은거다. 나는 잘 말하지 못하지만 그러나 내 자식들은 잘 말하게 하는 그 부모 특유의 정서가 그에게서 느껴지는거다.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그리고 아니 에르노 생각도 났다.
성동일은 영국으로 떠나기전 인터뷰에서 '우리 때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A B C D 를 배웠다'고 말했다.
나도 그랬다.
나의 경우에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알파벳을 배웠고, 내가 알파벳을 배우고 외운건 중학교 때였다. 나는 소문자의 존재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그런 내게 Good Morning 이 도대체 왜 '굿 모닝'으로 발음되는건지는 너무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중학교 입학전에 과외를 좀 하고 들어온 애들은(많지는 않았다) 이걸 읽을 수 있었고, 누군가의 필통에서 저 글자를 보고 '이건 굿모닝 이잖아'하는 걸 듣는 순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는 도무지 이 글자를 그리고 이걸 읽는 그 아이를 무엇보다 이걸 읽지 못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몇 번 얘기했지만 한글을 좀 빨리 익혔다.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한글을 알고 온 아이는 거의 없었고, 입학 전부터 글씨를 읽는 내가 신기해 동네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너 진짜 읽는거니? 이거 읽어봐' 하고 책이나 신문을 들이민적이 수차례였다. 나는 엄마와 친척집이나 이웃집에 방문하면 엄마가 그집 주인과 얘기할 때 그 집 돌아다니면서 보이는대로 책을 꺼내 보곤 했다. 피아노 선생님 집에 놀러갔을 때도 책을 구경하고 꺼내 읽고 그랬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책이 없었거든. 하..그런데 지금 책더미에 갇힌 내가 되었네...(잠깐 눈물을 닦자).
국민학교 때의 나는 여러가지 의미로 잘난 아이었고 그래서 중학교에 갔을 때 '걔가 너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랬다. 국민학교때 잘났던 나였다. 그런데!! 굿모닝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이 엠 인수를 모르겠는거다. 아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엄마가 헌책방에서 사준, 표지도 없는 영어 참고서를 들여다보면서 I am Insu 가 왜 나는 인수인지를 모르겠어서 그 문장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울었더랬다. 이게 왜 나는 인수야 ㅠㅠ 나는 모르겠어 ㅠㅠ 나는 정말로 중학교때 '나는 인수다'를 몰라서 울었다. 영어 시간이 지옥 같았다. 선생님은 father 와 thank you 에서의 th 발음이 다르다고 칠판에 쓰면서 설명하시는데, 그 말 자체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는거다. 발음기호.. 뭐에요? 알파벳을 이제 겨우 다 외운 나에게 스펠링, 발음기호, 단어.. 등은 너무나 어려운 것들이었고 그걸 읽는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부지런히, 선생님이 문장 읽어즐 때 그 단어들 밑에다가 한글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써야했다. 그래야 따라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질문할 때마다 곧잘 대답하곤 하는 애가 너무 부러워서, 어느날은 그 아이에게 가 묻기도 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 라고. 그러자 그 아이는 '나 과외 해.' 라고 말했다. 나는 집에 가 엄마에게 '엄마, 나도 영어 과외시켜주면 안돼?' 물었더랬다. 엄마는 그건 할 수 없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여전히 참고서를 붙들고 한참을 쳐다보다 잠들어야 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나는 이 모든 단어와 문장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영어 선생님은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영어가 싫었고 무서웠다. 정말 너무나 끔찍했다.
그런데 친구가 가진 중학생용 영어 사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전에서는 단어를 찾으면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 한국어로도 써져있더라. 나는 엄마를 졸라 그 사전을 샀고 그래서 교과서 단어들을 찾아 그 발음들을 써넣었다. 정말 간신히, 간신히 영어 수업시간에 맞지 않으면서(?) 버텨나갔다. 간신히, 간신히. (김광규는 영어 시간에 선생님에게 맞아서 영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했다.) 세상 똑똑한 줄 알았던 내가 세상 똥멍충이로 영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정말 비참했다. 모르는채로 멍청한채로 보낸다는게 너무 비참했다. 학교 가기가 너무 싫었고 영어 수업 시간이 너무 싫었다. 나의 화려한 시절은 영어 때문에 한순간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잘났던 나여, 안녕.....
그러다 영어 선생님이 전근을 가시면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여선생님이 오셨고 이 선생님은 전혀 무섭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 놓고 영어를 포기했다. 영어 점수는 그전보다 더 떨어졌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이제 마음 놓고 영어를 포기해도 된다! 선생님이 질문하고 일어나서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게 내 차례가 되면 나는 그냥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모르겠거든. 그러면 선생님은 그냥 앉으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게 앉는 내 자신은 너무나 쪽팔렸다. 하... 내 영어 역사를 얘기하려고 했던게 아닌데... 이렇게 또 길게 하소연하게 되어버렸네.
그렇게 영어를 무섭고 싫어하는 나인 채로 중학교 시절을 그리고 평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오, 이 젊은 여선생님이 나를 구원하셨으니, 아아, 나에게 꼭 맞는 맞춤 학습법을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네. 선생님은 어느날 팝송 가사를 칠판 가득 적으시고 커다란 라디오를 가져와 그 노래를 틀어주신거다. 해석도 해주셨다. 와, 가사를 보면서 팝송을 들으니까 가사가 들리잖아요? 무슨 말인지 몰라도 칠판을 보면서 따라 부를 수가 있잖아요? 이걸 반복하니까 외워지잖아요? 이것이야말로 신세계다. 게다가 그즈음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가지고 ㅋㅋㅋ 맨날 집에서 비디오 두새개씩 빌려다 보는 바람에 ㅋㅋㅋㅋ 영화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온갖 유명한 영화를 다 봐버려가지고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들 까지도 막 빌려와서 보게 되고 ㅋㅋㅋㅋ 아무튼 그러다가 나는 영화에 나온 팝송을 외우게 되고 단어 실력이 월등히 올라가며 듣기평가 점수도 계속 만점을 받게 되고 ㅋㅋㅋㅋㅋ중학교2학년 때는 외삼촌이 붙들고 앉아 두꺼운 영어사전 맨 앞의 발음기호 나와있는걸 가르쳐주어서 달달 외워가지고 이제 한글로 써놓지 않아도 단어도 읽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무럭무럭 성장한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영어과목인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발음도 해석도 완벽해! 영어 선생님 해라!!' 는 말을 듣게 되었다. 문법책 한 권 보지 않고 그런 말을 들었다. 인생역전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수능 점수로 대학 원서 써야했을 때 영문학과 가고 싶다는 나에게 선생님은 "너 영문학과 쓰면 대학 떨어져" 라고 하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다시 원래 하려던 얘기로 돌아오자.
몇해전 엄마 아빠를 모시고 남동생과 괌으로 여행을 갔었다. 남동생과 나는 짧은 영어로 길을 묻고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차를 렌트했다. 영어를 전혀 모르시던 아빠는 이 낯선 나라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크게 당황하고 화도 내셨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엄마에게 "우리 애들은 어떻게 저렇게 영어를 잘하게 됐지" 하며 우리를 자랑스러워하셨다. 아빠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데 아빠의 자식들은 영어로 길을 찾고 있었다. 엄마는 영어를 못하는데, 엄마의 딸은 영어로 길을 찾아 엄마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좀 마음을 아프게한다. 이걸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게 마음이 좀 아프다. 내가 결국 엄마 아빠보다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어떤 면에선 분명 부모보다 더 나은 자식이 된 것 같지만,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그 부모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 성동일을 보는데 그런 내가 생각나는 거다. 영어라는 외국어를 통해 부모보다 더 나은 계급으로 편승해버린 일이랄까.
성동일은 자신의 둘째에게 전화를 해서 영어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있었다고 얘기하고서는 런던에 왓는데, 너는 런던 와봤지? 물으니 성동일의 둘째는' 나는 영국(에 있는 도시) 다 가봤지', 하는거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떻게 너는 십대인데 영국의 곳곳을 다 가보고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게 되었니? 그건 너에게 그걸 지원하는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걸 잊어서는 안돼.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p.127)
나는 못하지만 내 자식은 잘한다. 나는 못하지만 내 자식은 잘해, 라는 그 정서.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거 아닐까. 자신의 자녀가 영어를 잘한다는 자부심, 자랑스러움을 안고, 그러나 영어를 못하는 성동일이 이제 자신의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2주간 그가 배우게 될 영어가 확실히 늘어도 자녀만큼 잘하게 되는 일은 아마 힘들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익히는 것은 즐겁지 아니한가. '내 자식은 영어를 잘해' 를 넘어서 그 자신도 할 수 있게 되는건 얼마나 좋은가. 배움은 할 수 있다면, 물론 힘들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이어지는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엄기준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사실 엄기준의 연기를 내가 본 일이 거의 없기는 하다. 내가 텔레비젼을 잘 안봐서.. 예전에 무슨 시트콤에서 봤던게 전부인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짧게 본 것만으로도 엄기준은 좀 지적으로 보였던 터다. 영어를 못해서 어학연수 하러 가야한다는 이 자리에 나온게 좀 의아한 사람이랄까. 그런데 엄기준은 정말 영어를 못했다. 이 영어를 못함이 영어의 지식이나 실력 탓이라기보다는, 성격 탓으로 내게는 보였다. 그리고 그 점이 정말 의외였다.
많은 연예인들이 대중 앞에 서야하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성격도 파워 E 일거라고 짐작하게 되지만, 그러나 아주 많은 연예인들이 극도로 내성적임을 밝히곤 한다. 촬영이 없을 때면 집에만 있어야 한다, 사람들 만나면 기가 빨린다는 얘기를 하는 연예인들을 곧잘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와 연예인이라는 거는 정말 철저하게 직업이었던 거구나, 자기 정말 성격은 이렇게 내성적인데도 사람들 앞에서는 잘만 하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엄기준이 딱 그런 케이스 같았다. 아예 못알아듣는게 아닌 것 같은데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가 의외였다.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데, 혼자 떨어져서 빙빙 돌기만 하는거다.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말하는 일이 그에겐 퍽 어려운 일로 보였다. 게다가 그걸 영어로 해야 해? 그에게는 그게 정말 어려운 일로 보였다. 뮤지컬도 하는 사람이, 유명한 드라마에도 곧잘 나오는 사람이, 그런데 저렇게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니. 이게 정말 인상적인거다. 결국 선생님의 도움을 재차 받아가며 어느 틈에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래서 엄기준이 채운 질문과 답의 양은 다른 학생들보다 적었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까지 속도는 좀 느리겠지만, 일단 말을 걸게 되면 엄기준은 영어가 빨리 늘지 않을까? 내 성격은 성동일에 더 가깝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일단 던져보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동일이 영어를 잘 못하는 채로 말 거는 거에 대해서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엄기준을 보면서는 실력은 성동일보다 좋은것 같은데 좀처럼 다가가지를 못하네? 확실히 사람들앞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과는 구분되는 것인가... 하고 관심있게 지켜보게 된다. 성격이란 무엇인가...
아, 이것말고도 할 얘기가 많은데... 싱가폴 다녀온 얘기도 해야하는데..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그리고,
책을 샀다.

어제 올렸어야 되는데, 아휴 너무 바빠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토요일에 싱가폴 달리기 얘기는 썼으니까 다들 그거 읽으셔유...
지난 주에 산 책은 딸랑 두 권. ㅋㅋ 목요일에 싱가폴 가느라 책을 덜 살 수 있었다. 아니면 여기에 몇 권 더 추가됐을거야. 껄껄.
[교회 옆 미술관]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너무 기대된다. 보지도 않았는데 어쩐지 좋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언어의 요가] 역시 좋을 것 같다. 언어에 관심이 많다. 결국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씨발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너무나 명확하게, '씨발년을 말하는 사람' 이다. 그걸로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 여러가지 의미로 나는 언어에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요가에서 'asana' 는 영어에서의 'pose''를 뜻한다. '사바 아사나' 는 송장 자세, '브릭샤 아사나'는 나무 자세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사나 앞의 저 단어의 뜻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사바, 는 송장이란 뜻이겠구나, 브릭샤는 나무란 뜻이겠구나, 하고. 이런 거 너무 재미있지 않나. '트리코나 아사나'는 삼각 자세인데 '파리브리타 트리코나 아사나'는 변형된 삼각 자세이다. 그렇다면 트리코나 는 삼각형, 파리브리타 는 변형이란 뜻이겠구나, 할 수 있다.
재미있지 않나요?
게다가 요가의 언어는 발음의 묘미도 있다.
'아도무카 스바나 아사나' 라고 선생님이 다운독 자세를 주문하면, 그 자세를 따라 하면서 나도 역시 아도무카 스바나 아사나, 하고 속으로 읊게 된다. 언어에 관심이 많고 요가의 언어를 사랑한다.
지금 내가 구입한 이 책은 그러나 반다, 조절, 마음, 의존 등등의 언어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읽어봐야지.
자, 이렇게 긴 페이퍼를 마칩니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