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사샤 마틴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몇해전에 친구가 내게 회사로 파이를 보내왔다. 호두파이와 치즈파이가 절반씩인 파이 한 판이었는데, 나는 이런 선물을 받아보지 못해서 그 참신함에 놀랐다. 선물을 받은 기쁨은 물론 있었지만, 그 날은 유독 지친 날이었다. 지금은 왜 지쳤었던 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지쳤고, 그 파이를 들고는 집에 좀 늦은 시간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갔으니 샤워를 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지쳐서 금방이라도 쓰러져 잠들고 싶은 그 밤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씻으러 들어가면서, 아 그런데 씻기 전에 친구가 준 파이를 한 조각 먹어볼까, 하고는 식탁앞에 서서 파이의 포장을 열고 치즈파이를 골랐다. 그렇게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치즈향과 씹히는 촉촉함 그리고 바삭함이 갑자기 내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입 안속의 향긋함은 곧 온 몸으로 퍼졌다. 서서 한 조각 후딱 먹고 샤워하러 들어가려던 나는, 주저 앉아서는 눈을 감고 먹었다.



아, 너무 맛있다.



나는 그 지친 늦은 밤에 이 맛있는 치즈파이를 먹으면서, 처음으로, 음식이 나를 치유해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지친 몸과 마음이 그 순간에 탁, 하고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멀리서 파이를 보내준 친구가, 어떻게 내가 힘든걸 알고 토닥토닥 다독여 주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 받을 때면 매운 것 먹고 싶어하고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 싶어하고 술을 퍼마시고 싶어하지만, 여태 그렇게 살아왔지만, 어떤 음식이 입 안으로 들어와 툭, 하고 나를 풀어놓는 경험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맛있다'는 것과는 달랐다.




여름에도 설탕을 뿌려야 단맛이 우러나는 신선한 딸기 대신 깃털처럼 가벼운 동결 건조 딸기를 반죽에 섞었다. 새빨갛고 울퉁불퉁한 껍질에 여름을 머금은 냉동 딸기는 맛이 강렬하고, 반죽에 넣어도 속이 축축해지지 않는다.

여기에 색깔도 선명한 레몬이나 오렌지 제스트를 추가하고 크림을 몇 숟가락 끼얹으면 서리가 내린 창가가 따뜻해진다. 정말이다. 파운드 케이크 한 조각이면 지독하게 추운 날에도 몸이 풀린다. (윈터 파운드케이크, p.71)



'사샤 마틴'의 이 책,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는, 이런 이야기가 가득차있다.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을 받고 또 치유가 되었던 경험의 기록들. 단순히 사랑과 경험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더 내밀하고 깊은 사연들이 있다. 사샤 마틴은 세계 각국의 요리를 해보이며 그것을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하고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찾아들기 시작했다. 점점 매체에서도 관심을 갖게 됐고 팬이 생기면서 그 모든 음식들을 한 데서 차려내 파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요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만으로 책을 내려고 했지만, 결국 그녀가 써내려가게 된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가난하게 지내면서 엄마가 어린 자신과 오빠 마이클에게 요리를 해주던 그 부엌의 냄새와 분위기부터, 위탁가정에 맡겨지며 쓸쓸했던 기억까지, 자라면서 방황하고 엄마가 그리웠던 감정과, 끝내 섞이지 못했던 양부모와의 갈등까지. 사춘기와 대학시절 그리고 직장 시절을 거치면서 사귀었던 남자들, 그들로부터 자신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고스란히 이 책 한 권에 녹아들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그 사연과 기억들 틈틈이, 그것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준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녀는 자라는 내내 엄마와 아빠를 향한 그리움에 시달렸고 또 외로움을 겪었다. 자신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단단히 붙들어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사귀었던 남자친구중 한 명이 그에게 이별을 고하며 '니 문제는 결국 니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녀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 뒤의 연애와 직장생활 그리고 육아에까지 고스란히 닿는다. 그 외로움과 아픔과 그리움이 그녀를 온통 잠식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또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가 소개하는 레서피에도 그 유머와 따뜻함과 그간 살아오면서 깨닫게 된 인생에 대한 철학이 다 담겨있다. 요리를 하는 그 과정을 하나씩 겪으면서,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의 초반부터 부엌의 따스함과 다정함 때문에 덩달아 한겨울의 난로앞에 앉아있는 기분이 되었었는데, 그러다가 툭툭, 그 따뜻함 사이에 끼어드는 강한 찬바람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이 책 한 권을 다 읽는동안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다. 어제는, 지하철 안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아픈 사연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랑을 깨닫는 과정 때문이기도 했다. 사람은 어느 나이에 이르든 계속 성장하는 존재인 것 같다. 계속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항상 뒤늦게 오는 것 같아 속상하지만, 그렇게라도 깨달으면 그 때부터 다른 식으로 세상을 보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에 또 의미가 있다.




나는 항상 머릿속에 요리 생각을 하지만, 내가 결국 손으로 만들어내는 요리는 언제나 상태가 안좋아서 역시 돈 주고 사먹는 게 최고구나, 라고 번번이 깨닫는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요리를 해보고 싶다, 잘하고 싶다,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보일 수 있는 것이 요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정성들여 음식을 준비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걸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행복할 것 같아서.



첫 조카가 세살 무렵이었을 때,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만든 적이 있다. 면을 삶느라 부엌에 열기가 있고 가스렌지에 불이 들어와있어, 이모라고 달려드는 아이에게 '조카야 여기 뜨거워, 위험해, 이모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줄테니까 거실에 가서 엄마랑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했었는데, 그 작은 아이가 '응' 하더니 내 말을 듣고 소파로 가 제엄마 옆에 얌전히 앉아있는 거다. 나는 면을 다 삶고 마트에서 사온 미트소스를 부어서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조카를 위해서는 작은 그릇에 담고 포크로 집어먹을 수 있게 잘라주었다. 식탁에 차려두고 아이를 불렀을 때, 아이가 포크로 스파게티를 떠 먹으면서 맛있다고 했고, 그렇게 한 그릇을 다 비워내는 걸 보는데 진짜 심장이 터질 것 처럼 행복하고 좋았던 거다. 이런 경험을 또 하고 싶어! 그러나 그 다음 스파게티를 만들어줬을 때는 조카가 먹지 않았다..................



사샤 마틴은 어마어마하게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어, 육아 때문에 단둘이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없었던 남편과 아이를 재우고 잠깐이나마 데이트 시간을 갖는다. 그 날 밤은 사랑이 무르익어간 밤이었다. 나는 이것이 사샤가 맛있게 만들어낸 그 디저트의 힘이었다는 걸 믿는다. 나도 그걸 하고싶은데, 아아, 나는 그것을 돈에 의지해야 하는 것인가... 내 손은 정녕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요리로는 사랑을 표현할 수 없단 말인가!!




사샤 마틴은 따뜻한 마음과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고 요리도 잘하는데, 그것들을 한데 모아 글을 쓰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 책은, 글 자체로도 아름답고 뛰어나다. 자연스럽게 사연과 사랑과 유머가 그리고 깨달음이 글에 녹아나고, 그리고 그것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의 성장과정과도 섞인다.

좋은 글이다.

올 해 읽은 가장 좋은 에세이라고 하고 싶지만, 혹여라도 내 에세이가 또 나올지도 모르니까 그 말은 아끼기로 한다. (킁킁)



그런데 이 좋은 책이 왜 아직도 1쇄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더 널리 읽히라고 내가 이렇게 리뷰를 쓴다. 움화화핫.





바게트와 처음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종이봉지 안에 넣은 채 손으로 잡고 뜯으면 바스라지면서 한숨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들리면 나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를 들은 사슴처럼 걸음이 절로 멈춰졌다. 제대로 만들어진 빵 껍질에는 그런 효과가 있다. 입에 넣고 씹으면 이스트와 소금으로 만들어낸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부드러운 속살이 내 입술에 대고 따뜻하고 촉촉한 입김을 불었다. (p.111)



한 남자와 몇 번씩 헤어지더라도 애착이라는 질긴 끈을 차마 자르지 못하는 여자도 있다. 엄마는 올리버의 약물 남용과 음주와 도벽으로 인해 벌어지는 감정의 줄타기는 견딜 수 있었다. 그의 변덕과 걸핏하면 사라지는 습관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마이클과 나를 생각해서 모든 인연의 끈을 놓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사라질 때마다 실망하는 우리의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고, 우리에게 그의 성미를 이해시킬 수도 없었던 것이다. (p.39)

마이클은 점점 더 자기 방 속에 아픔을 가두었다. 한번은 토니가 방안에서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마이클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런다고 대답하고는 끝이었다고 했다. 나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닫힌 방문만큼 마음의 상처를 감추는 동시에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도 없다. (p.81)

나는 요리를 하고 싶었다. 요리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엄마가 가르친 무언의 교육에 따르면 요리는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우여곡절의 해결책이었다. 권태를 해소하는 해독제일 뿐 아니라 슬픔, 헤어짐, 외로움과 같은 암울한 현실을 떨치는 방편이었다. 반죽을 주무르거나 냄비를 저을 수만 있다면 이 새로운 삶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사랑하던 반쪽과 사별한 뒤에 셔츠를 안고 자는 배우자처럼 나도 요리를 하면, 재료를 다듬고 보글보글 끓는 그 냄새를 맡으면 엄마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p.85)

온 사방이 귀청을 찢는 소음으로 덮이자 결국 내 안에서 뭔가가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감정의 속삭임에 점점 중독이 된 채로 움직이고 춤을 추고 살아갔다. 시인인 셰인 코이잔은 이런 말을 남겼다.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은 고통의 몸부림이 아니라 제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이보다 더 맞는 말이 어디 있을까. (p.121)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건 풀면 돼. 희한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보여. 당신과 함께 할 모든 게 전부 다 보여." (p.240)

제로니모에는 기다림이 있다. 모든 것이 때가 되면 열매를 맺기 마련이라고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야구공만 한 우박이 쏟아지든, 한 마을을 싹 쓸어버릴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토네이도가 들이닥치든, 가벼운 소화불량에 걸리든,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떠오르는 태야, 뜯어먹을 수 있는 메기, 뜨끈한 저녁, 잦은 미소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키스는 이런 세상의 귀감이다. (p.252)

로맨스 지수를 최고로 끌어올리려면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초콜릿의 씁쓸한 뒷맛이 그런 역할을 하듯, 사랑의 달콤함도 고난을 통해 좀 더 세련되게, 좀 덜 질리게 발전한다. 힘든 일을 겪은 뒤에 다시 만나면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이인지 깨닫게 된다. 자허 토르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초콜릿 케이크인데, 다크 초콜릿과 적당량의 설탕이 어우러져서 완벽하게 달콤 쌉쌀한 맛을 연출한다. (자허 토르테, p.320)

"당신이 자랑스러워." 키스는 내 어깨를 꾹 누르며 테이블을 둘어보았다. "당신, 진짜 행복하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행복은 하나의 목적지가 아니다. 행복해지려면 끊임없이 잡초를 뽑고, 감정과 상황을 맞닥뜨리는 대로 조절해야 한다. 그 뒤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의 결말이나 행복을 보장하는 사람이나 장소는 있을 수 없다. 혼란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려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혼란을 통제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 그것부터가 시작이다.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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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3-3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글, 너무 좋네요~~~
치즈케이크를 부르는 글이예요. 전 가끔, 치즈케이크를 먹으려고, 밥을 먹어요.
일단 밥을 먹고, 그리고 치즈케이크... 첫 번째 만남이 최고죠. 크하~~~

전 요리에 관련된 책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요리를 안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제게 요리는 요리가 아니라, 끼니가 되어서요 ㅎㅎ 이 책은 정말 근사하네요. 특히 요기요.

˝요리는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우여곡절의 해결책이었다. 권태를 해소하는 해독제일 뿐 아니라 슬픔, 헤어짐, 외로움과 같은 암울한 현실을 떨치는 방편이었다. ˝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도 떠오르구요.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부엌이야기, 다락방님 새 책 다음 가는 에세이로 찜을 해놓고요 ㅋㅋㅋ

다락방 2018-03-30 10:28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이 책 너무 좋아요!
특히 음식을 요리하고 먹을 때 묘사가 대단해요! 저 위에도 인용했지만 바게트 먹는 거 묘사 좀 보세요. 어휴..음식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미치겠더라고요.
이건 단순히 요리 얘기라기 보다는 요리에 얽힌 성장과 사랑, 이해의 이야기인데요 작가가 글을 아주 잘 썼어요.
또 몇 번의 사랑을 잃고 결국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지켜봐주는 짝을 만나는 이야기도 너무 좋아요!
책날개에 보면 블로그 주소도 있던데, 어제는 거길 가서 음식들 구경을 했답니다. 근사한 음식을 구경하는 건 근사한 글을 읽는 것처럼 제겐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라서요!

레이먼드 카버의 그 단편, 저도 좋아해요! 빵집 주인이 일단 잘 먹이려고 하는 그 장면,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마음이 따뜻해지죠.

아무튼 이 책은 좋은 책입니다. 저같이 요리랑은 거리가 먼 사람도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요리를 끼니라고 생각하는 단발머리님이 읽으셔도 아주 좋을 책이에요. 아름다운 책이거든요.


그나저나 다음책은 백래시를 읽을까 하는데... 너무 분위기가 달라지려나요? 하하하하하

2018-04-03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3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행에 반드시 동행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여도 좋고 또 혼자여서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여행 타입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그건 아주 좋을 것이다.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꼐 마시다가 잠들기 전 그 날의 여행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그야말로 좋지 않은가.


그러나 여행은 그저 만나서 먹고 마시고 수다떠는 것과는 다르다. 만나서 먹고 이야기 나누는 걸 오래 함께 해온 친구라도, 막상 여행을 갔다가 서로에게 마음 상해 돌아서게 되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동행과 내가 바라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뿐더러, 체력 또한 마찬가지. 한 쪽은 계속 걷고 싶어하는데 한 쪽은 걷는 걸 세상 힘들어하면 그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울 리가 없다. 한쪽은 호화로운 호텔에서 자고 싶어하는데 한 쪽은 그저 어디든 눈만 붙일 수 있다면 잠을 자는 데 큰 돈 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체력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서로 같을 확률은 아주, 아주 적다. 그러니 동행이 있는 것보다 없는 게 편할 수도 있는 거다.


이 체력과 바라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에게 나와 같기를 기대해서도 안되고 또한 그 바람은 이루어질 수도 없다. 다만, 상대를 애정하는 마음이 크다면 '아 이런 점이 다르구나' 하고 서로 다름을 받아인다면 또 문제는 의외로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면 너는 다녀와, 나는 숙소에서 쉴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대체적으로 싸움은 '야, 지금 바다 보러 가자니까 왜 너는 바다 안본다는거야' 하면서 일어난다. '야 외국 왔으면 현지식을 먹어야지 너는 왜 라면을 먹겠다는 거야' 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여행을 다녀보고 여행 파트너도 겪어봤기에, 나는 이제 여행 파트너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 한 번 해보는 것보다는 솔직히 혼자 가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한 쪽이 빠르고 어느 한 쪽이 느린 속도를 맞추어나가는 것은 때로 큰 스트레스를 동반하니까. 가족들이어도 그렇고 친구들이어도 그렇고 애인이어도 그렇다. 우리의 속도는 늘 똑같을 수가 없다. 다른 속도를 기다려주고 맞춰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여행이라는 게 다른 많은 것들이 섞여있는데 늘상 맞춰준다는 것도 웬만한 애정으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혹여 내가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남편이 나처럼 여행을 좋아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 가서 내가 원하는 걸 먹고 싶어하는 상대가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나같은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어. 해서, 나는 혹여라도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다 해도, '나 여행 좀 다녀올게' 라고 말하고 훌쩍 다녀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도 같이 가자'고 그가 말해온다면 어 그래, 라고 같이 갈 수 있겠지만, 또 여행지에서의 일정도 늘상 함께 해야된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갖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가 사이좋게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위의 책, 《라오스가 좋아》에서의 부부는 전생에 어떤 덕을 쌓았길래, 제일 근사한 여행파트너가 된다. 그들은 전셋집을 내놓고 그 돈으로 장기간 여행을 할 정도로 여행에 있어서 서로 합이 맞는다. 긴 시간의 여행이라는 건 큰 체력을 요하는 일인데, 그들은 관광버스를 대절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현지의 버스를 타고 현지의 속도로 움직이며 현지 음식을 먹고, 그렇게 여행을 즐긴다. 그곳에서의 기후와 풍경을 오롯이 즐기면서 사는 삶을, 둘이 함께 즐기고 있다.




전셋집을 빼서 여행을 가는 것 자체는 혼자여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생각되는데, 그걸 둘이 같이 해낸다. 나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것도 역시 좋아한다. 아, 여행가고 싶다, 하는 마음과 꼭 같은 크기로 '아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안정적이어야 하는 사람이다. 돌아갈 집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 다음의 계획이 있어야 행동이 가능한 사람. 아무리 여행을 좋아하는 나지만, 나의 경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전셋집 빼서 그 돈으로 우리 여행다니자, 라고 제안해 온다면 나는 반드시 "그 다음은?" 이라고 물을 사람인 거다. "그 다음은 될대로 되겠지"라는 식의 대답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야...그러니 아무리 여행을 좋아해도 전셋집 빼서 여행갈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외국에 있는 남자를 사랑할 때,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외국에서 살 생각을 했다. 그는 내가 이곳의 모든 것들을 버리고 그곳으로 오는 삶은 쉽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당연히 그건 쉽지 않지, 나는 애초에 '버리고' 간다는 생각 자체를 안.했.다. 왜 버려? 안버릴건데? 나는 여기에도 그리고 거기에도 동시에 정착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많은 시간을 그와 보내면서 또 훌쩍 잠깐 이곳으로 와서 나의 가족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이곳의 집에서도 머무르고.. 나는 그렇게 살 생각이었던 거다. 내가 여기에 있으면서 외국에 다녀오는 삶을 사는 것처럼, 그곳에 있으면서 외국 여행을 가듯이 간혹 이곳으로 찾아드는 삶을 살고자 했어. 일년에 한두번쯤 여기 들러서 한 열흘쯤 있다가 가면 되잖아. 나는 무언가를 버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를 버리고 거기를 택하는 게 아니라, 여기에도 나 있고 거기에도 나 있으면 되지~ 했던거다. 아... 너무 멋지지 않나? (또 내가 나에게 반했다)



아무튼 그렇게 어딘가로 돌아다니는 삶, 그러나 한 곳에 뿌리 박는 삶을 사는 것을 나는 원한다. 외국에서 내가 살고 그곳에 뿌리를 박는 삶을 살되, 그러나 이곳으로 계속 흘러들었다 나가고 하는 그런 삶. 내가 어디에 단단하게 딱 박고 살든, 일단 그런 곳이 한 군데 있다면, 그런 후에야 나는 비로소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훌쩍 갔다가 또 훌쩍 오고..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쓰다가 생각한건데, 어쩌면 내게 사람도 그랬던 것 같다.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나고 훌쩍 훌쩍 사람도 옮겨 다니지만, 계속 뿌리박고 단단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삶. 중심은 언제나 있었던 것 같고, 그 중심이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중심을 두고 여기도 갔다 저기도 갔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돌아오는 게 가능했고. 내게는 이런 삶이어야 했다. 이런 삶이어야 하고.


내게는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나에겐 늘 돌아갈 곳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속의 부부는 서로가 최상의 파트너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럴 수 없을텐데, 이들은 그렇게 했다. 그걸 둘이 함께 할 수 있다니, 게다가 함께 떠나고 함께 돌아다니는 게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그 합이 맞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이 마흔에 수능공부로 대학을 간다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그 드문 걸 생각하고 해내는 것도, 서로가 서로의 파트너였기에 가능한 것 같다. 와, 어떻게 덕을 쌓았으면 이렇게 생활패턴이 같은 사람,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을 서로의 배우자로 맞아들일 수 있었을까? 대단하다. 인간은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 부부를 보면서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아직 다 읽기 전이지만) 라오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질 않는다. 이 부부야 여행이 익숙한 사람이고, 금세 현지의 속도에 맞추고자 자신들을 컨트럴 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그게 될까? 나는 저렇게 버스가 생각보다 지연되고 지연되고 느리고 느리고 하면... 아아, 나의 과민한 방광이 버텨낼 수가 없을 것 같아. 세상 초조해서 나는 정말...어휴..... 내 방광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찰 것 같아. 역시 .. 라오스 안되겠다....... 내 방광을 위해 나는 좋은 호텔이 있는 곳을 여행하겠어....... 이것이 내 방광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야.....




주말에는 안산에 다녀왔는데, 안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남동생은 자기 USB 에 담긴 노래를 틀어두었다. 요즘 노래보다는 옛날 노래들이 더 많은데, 마침 '태사자'의 <도>가 나오고 있었다. 대학시절 태사자의 <Time> 을 노래방에서 종종 부르곤 했었는데, '도'가 나오니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됐다. 그런데 노래 가사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태사자 in the house~


아무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입에서 나오는대로 그 부분을 따라 부르는데, 남동생이 그러는 거다.


"야, 태사자 인 더 하우스가 대체.. 가사가 이게 뭐냐. 무슨 뜻이야."


아,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너무 웃긴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 태사자 인 더 하우스..이게 무슨 맥락에서 나온 말이야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너무 웃겨가지고,


"그러게. 태사자는 집에 있다. 이런 건가봐."



이러면서 둘이 빵터져서 웃었다. 가사 보면 '니가 다시 돌아올거라 생각했어 난' 이런 게 있던데...그러니까, 니가 다시 돌아올 거니까 나는 집에 있을게...이런 맥락인건가. 아니면 영어라고 그냥 막 넣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돌아오는 거라면, 나도 한다.



다락방 in th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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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8-03-26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3-26 09:16   좋아요 1 | URL
그 사랑 감사히 받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3-26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집에 있는 다락방님 ㅋㅋㅋㅋ 졌다 졌어 못 이긴다 자꾸 자꾸 못 이긴다 ㅋㅋ

다락방 2018-03-26 09:17   좋아요 1 | URL
제가 집에 얌전히 있을테니 돌아올 놈은 돌아오면 되는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좀 멋진 것 같아요... 헤헷 (발그레)

섬사이 2018-03-26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어디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in the house 하는 거 좋아해요.
아, 역시 집이 최고야 라는 말을 하기 위해
여행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어요. ㅋ

다락방 2018-03-27 08:25   좋아요 1 | URL
아, 섬사이님!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네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제 방, 제 침대에 누웠을 때 얼마나 행복한지요!
저도 그럴 때마다 생각하거든요.
아, 집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인가...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장소] 2018-03-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 웃겨!! 태사자 깨알같이 등장해주는 센스가 ~영어를 막집어넣은건가~~ ㅎㅎㅎㅎ
저도 집에 있을게요! ^^ 말하고나니 웃기지 뭐예요!

다락방 2018-03-27 08:27   좋아요 1 | URL
마침맞게 태사자가 등장했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생뚱맞은 거예요. 태사자 인 더 하우스~ 이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쉐킷쉐킷붐~ 이런 것보다 더 맥락없는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아는 단어를 때려넣었구나 싶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태사자가 집에 있는 게 왜 노래가사에 들어가야 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8-03-27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2땐가 태사자 엄청 팬이었어요.. time도 아직 노래방 가면 부르고 ㅋㅋㅋㅋ 넘나 좋은 태사자! 짱멋.. 근데 저 라오스 줄 친 부분 ㅋㅋㅋㅋ 엄청 공감되네요. 나도 저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고 막 ㅋㅋ

다락방 2018-03-27 08:28   좋아요 2 | URL
중2 때 팬이었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대학 때 부르고 다녔어요. 이름이 진수였나...하는 동갑내기 남자아이가 처음에 그 노래를 불렀는데 그 때 걔한테 잠깐 반했었죠.. 후훗. 잘생긴 녀석이었는데... 매너도 좋고....지금은 어딘가에서 무얼 하고 살고 있을지.... 얼굴도 기억은 안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러게, 뽀게터블도 저 정도는 충분히 쓰겠는데요?!
써봐요!! ㅋㅋㅋㅋㅋ 뽀도 외국에서의 삶 같은 걸로 에세이 책 한 권 낼 수 있을것 같은데!!
 
거...거....거짓말!!

















사주를 보지 않았던 때에, 막연하게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부질없다 여겼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미래를 어떻게 봐, 그러면 사람들이 왜살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 사주를 보고나서 내 운명에 쓰여진 팔자, 그 여덟글자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조곤조곤 말해준다는 게 나를 얼마나 위로하는지를 알게 됐다. 그 위로의 경험은 카운셀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으므로, 나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처음 명리학에 관해 읽은 책은 고미숙 쌤의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였는데, 이 책에서도 사주는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라 말하는 대신, 쓰여진 글자로 내가 어떻게 내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야 하나를 말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다음 책으로 골라들은 '강헌'의 이 책, 《명리- 운명을 읽다》에서도, '살'이 있다고 다 나쁜 것도 아니고 '귀인'이 있다고 무조건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대운'이란 것도 마찬가지. 대운이 빵 터지는 대운이 아니라, 십 년에 한 번씩 바뀌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주는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역시. 만약 내가 우울하고 답답하다면, 내 글자들 중에 무엇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나 가만 들여보고 그것을 풀어가면 될터였다.


강헌의 책에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약사에 대한 사례가 나왔는데, 아침 일찍 동네 약국에 문을 열고 저녁에 문을 닫는 생활속에,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그가 우울해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의 사주를 보니 '역마'가 있었던 것. 역마가 있으니 좀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의 삶은 그를 돌아다니게 하지 않았던 거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주말에는 약국 문을 닫고 지방 어디에라도 꼭 여행을 다니라'고 했다는 것. 일전에 내 친구는 사주를 봐주는 쌤으로부터 '저녁에 취미를 가지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그 당시엔 그냥 그런가보다, 취미란 게 있으면 좋지, 하고 무심히 넘겼었는데, 책들을 읽고나니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었다. 친구가 취미를 가지는 것은, 삶을 좀 더 활기차게 만들어줄 것이었다. 나로 말하면 '일기를 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미 미친듯이 일기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사주쌤들이 나를 보면 그렇게나 칭찬칭찬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무언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을, 내가 이미 다 하고 있었던 거다. 장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져.


아, 아무튼 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몇몇 친구들의 사주팔자를 가만 들여다보면서 흐음, 이렇군, 하면서 파악하려고 노력중인데, 사실 이게 쉽지가 않다. 강의를 듣고 싶은데 봄이 지나고나면 강의를 알아보고 좀 들어볼 참이다. 지금은 간단히 여덟글자를 보면서 아, 너는 이 글자가 있으니 이런 성격이 있겠구나, 하는 정도인데, 어제 잭 리처를 읽고나서 밤에 잭 리처에 대해 생각했다.

















이노믄 자식이, 이 책에서 자신보다 열 살 많은 여성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섹스를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자꾸 또 하고 싶어하고 또 하자 그러고 틈만 나면 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이번 일 끝나면 같이 로마에 다녀오자' 해놓고서는, 일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져버린 거다. 시리즈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었는데, 그러니까 또 다음 시리즈가 되고 그러긴 하지만, 아, 어제는 대단히 빡이 치는 거다. 나는 남겨진 연상의 여자가 되어서 이 개똥같은 시키... 바람같은 놈..... 이라고 생각한 거다. 물론, 그 여자는 떠나간 잭 리처를 보고싶다고 울고불고 한다든가 식음을 전폐한다든가 하지 않고 잘 산다. 나처럼...(응?) 그러다 문득, 잭 리처가 시리즈마다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랑 어떤 삶을 함께 하지는 않은 채로 또 이리저리 떠다니는 삶을 산다는 생각을 하니,



오호라, 이 놈 공망살이 있구나. 싶었다. ㅋㅋㅋ



이건 내게도 있는 건데, 결혼하고 일찍 혼자가 되거나 연인이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걸 얘기한다. 이 놈,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서 여자 만나고 또 훌쩍 떠나버리니, 공망살이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그러다 혼자 빵터졌다. 잭 리처의 공망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그러자 연이어 떠오른 것이 역마살이었다. 역마살도 다 달라서 누군가는 그냥 '성북구' 정도의 역마살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군가는 '전국' 지역의 역마살을 가지고 있는데, 나로 말하자면 '무무병존'의 사주라, 세계를 넘나드는 역마를 가지고 있는 거다. 내 경우에 잭 리처 역시 세계를 넘나드는 역마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처럼 무무병존이려나, 잠깐 생각했다,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무무병존'의 사주는 오행중에 '토(土)'에 해당하는데, 토는 또 이 땅에 붙어있으려고 하는 성질도 있는 거라.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려는 성향도 있어. 그러므로 어딘가에 가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 거다. 그런데 잭 리처는 돌아올 어딘가가 없어 자꾸 여기저기 떠다닌다. 그러므로 일단 그에게는 '토'의 성질은 별로 없을 것 같고, 또한 '무'는 음양중에 양의 기운인데, 잭 리처는 음의 기운을 보이는 듯하다. 그간 사람을 사귀는 것도 나처럼 반드시 소통해야 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타입이었어. 그러므로 잭 리처의 일간에 있는 글자는 양이 아닌 음의 기운일 것 같은 거다. 게다가 그는 시리즈에서 자주 '약한 것을 보호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1편에서 아이들이 무사한 걸 보고 크게 안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그에게는 어질고 인자한 면이 있을 터, 그는 아마도 내가 가지지 못한 '목(木)'의 기운을 가졌을 것 같다.

그런 그에게도 귀인이 있을텐데, 그 좋다는 '천월이덕'이 있는 건 아닐까 잠깐 생각했지만, 만약 천월이덕이 그에게 있다면 그가 그렇게 가는 데마다 악당을 만나 싸울 일 자체가 없을 것 같은 거다. 삶이 평탄해야 할 것 같은데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그러므로 천월이덕 귀인은 없다. 대신, 그렇게 싸워도 그가 계속 무사하니, 아마도 뒤에서 그를 묵묵히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 '암록'은 있지 않을까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오늘 출근길에 잭 리처의 사주팔자를 궁금해하며 곰곰 생각했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아직 명리 이 책을 읽고 '합'이라든지 '극'이라든지 뭐 이런 거에 대해서까지 이해를 한 건 아니어서 이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해봤는데, 만약 내가 이 한자와 저 한자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까지 공부를 더 깊게 한다면 잭 리처에 대해서도 더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주쌤들 중에는 사주팔자를 주지 않아도 얼굴로 아는 사람들도 있더라. 관상을 보고도 오행중에 어떤 게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아무튼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잭 리처, 너를 분석해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잭 리처는 그간 시리즈를 읽었으니 몇 번 만난터라 이렇게 파악이 가능한데, 사실 소설 한 권 읽고 캐릭터에 대해 이런식의 분석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또 해봐야지. 가능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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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3-20 1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키햐~~~~
자신에게 있어야 할 것을 스스로, 미리미리 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는 다락방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잭 리처의 사주라니요~~ 잭 리처의 사주팔자를 밤새 곰곰 생각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다락방님 혼자일듯 한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릭터 분석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다락방식 사주팔자 분석!!
제1강 : 잭 리처 <그는 왜 자꾸 최고의 여인을 두고 떠나는가>

다락방 2018-03-20 10:23   좋아요 2 | URL
저도 생각하면서 너무 웃긴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막 이러니까 이 한자겠고 이러니까 이건 아니겠고 막 이러는데 혼자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분간 소설을 읽으면서 캐릭터 분석 좀 해야겠어요. 캐릭터의 사주팔자를 어디 한번 분석해보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잭 리처 나빠요. 이런 남자를 사랑하면 안되는데, 제가 공망살이 있어가지고 이런 남자를 사랑할 팔자죠, 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3-2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주의 비평, 신비평, 무슨무슨 주의 비평..... 오래 해먹었으니 이제 그만 뒷방으로 물러날 때. 이제 ˝사주팔자 비평˝이 평정한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3-20 11:3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짱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애가 응용력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거 쓰면서 ‘쇼님한테 칭찬받겠다!‘ 생각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님 빨리 읽어줘야 되는데 왜 안읽지? 초조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3-20 11:41   좋아요 0 | URL
인정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는 글,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는 다락방님입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8-03-20 11:43   좋아요 0 | URL
만세! 옆구리 찔러서 절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3-20 11:53   좋아요 0 | URL
제 옆구리는 물렁해서 감각이 무뎌요 ㅋㅋㅋㅋ 찌른다고 절하고 그런 사람 아닙니다. 천월이덕을 뭘로 보시고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3-20 12:03   좋아요 0 | URL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잭 리처도 없는 천월이덕! ㅎㅎㅎㅎㅎ

밥이좋다 2018-03-2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의 역마살은 당근 생각했지만, 다락방님처럼 이런 문장력은 부럽습니다.

다락방 2018-03-21 22:14   좋아요 0 | URL
어유 제가 무슨 문장력이 있다고 그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겸손한 척 매우 좋아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한엄마 2018-03-26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벙커1이란 강연 사이트가 있어요. 김어준 총수가 만들어 놓은 건데 거기에 강헌 강연이 엄청나게 많이 있답니다.
저는 시간이 안 되어 못 듣고 있어요.ㅜㅜ

책한엄마 2018-03-26 06:33   좋아요 0 | URL
더 슬픈건 장희진 쌤 강연이 분명 있었는데 누군가 외모 비하 리플을 달아놔서 이젠 그 강연 사이트에 못 올리게 됐어요.마음이 찢어집니다.ㅠㅠ

다락방 2018-03-27 09:48   좋아요 1 | URL
강헌이 사주명리학으로 강의도 할 것 같더라고요. 봄에 했었는데 제가 그건 패쓰했고, 여름에 또 할 것 같은데 그건 한 번 들어볼 참이에요. 책으로 익히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아니... 정희진 쌤...외모비하...요? 미치겠다 진짜. 정말 사람들 가지가지하네요 ㅠㅠ
 
잭 리처의 하드웨이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일이 끝나면 같이 로마에 가자고 해놓고 ㅜㅜ 도망갔어 ㅜㅜㅜ 잭 리처 나쁜 새끼 ㅜㅜㅜㅜ 세상에 믿을 놈 없어 ㅜㅜㅜㅜㅜㅜㅜ이 놈이나 저 놈이나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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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3-19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도망갔군요 ㅠ

다락방 2018-03-19 20:1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이노믄 시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섬사이 2018-03-19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거짓말 구라쟁이가 결국 도망을? 저 책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멋지고 잘생기고, 심지어 능력도 좋은 나쁜남자의 전형이자 결국 거짓말 구라쟁이였군요. 다락방님이 구라쟁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요. ㅋㅋ

다락방 2018-03-20 09: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섬사이님! 멋지고 잘생기고 온갖 능력을 다 가지고 있는 남자죠. ㅋㅋㅋㅋ 그렇지만 시리즈마다 다른 여자를 만나요.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이라 그럴 수밖에 없을텐데, 이놈이... 이번엔 로마 갔다오자고 말해놓고 떠나버렸어요. 아유 나쁜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 아침에는 기차를 타고 창원에 가야했다. 친구들이 이사를 했고 이사간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거다. 자, 그렇다면 무슨 책을 가져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들기 전 샤워를 하다가 문득, '아, 잭 리처 읽은지 오래되었으니 잭 리처 읽자!' 하고는, 샤워를 마치고 가방을 싸면서 책장 앞에 섰다. 예전엔 잭 리처를 순서대로 읽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되는대로 읽자, 하고 있고, 그래서 순서상 앞인지 뒤인지도 모르면서, 잭 리처'들' 중에서 이걸 골라왔다. 기차에 타자마자 졸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졸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참 후에 깨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아, 잭 리처는 진짜 재밌어 ㅠㅠ


그런데 시리즈를 계속 읽어온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엔 다 너무 멋지고 좋고 짱이고 그랬는데..... 이제는 뭐랄까..... 자꾸 이렇게 된다.


이 거짓부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지난 시리즈에서는 눈을 감고도 총으로 목표물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를 했었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우와- 짱인데!! 이러면서, 남사친에게 '너도 그거 할 수 있어?' 물었더랬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리처가 시계 없이도 시간을 분단위까지 정확히 알아채는 남자로 나오는 거다. 지난번 시리즈에서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운동한 남자보다 더 근육질로 타고났다고 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너무하잖아? 그러면 계속 운동하면서 식이까지 겨우겨우 해서 몸 만드는 사람들 어찌 살라고 응?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자꾸 시계 없이 분까지 정확히 시간을 맞힌다. 그걸로 결국 사건 해결까지 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거....거짓말!

거짓부렁...

이 구라쟁이!!



이 점에 대해 여자등장인물이 '너 어떻게 그게 되는지 나한테 꼭 말해줘' 라고 말하는데 리처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한다. 자기가 그게 왜 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능력이 다르니까..뭐 그럴 수도 있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



거..거....거짓말!

거짓부렁...

이 구라쟁이!!



그러면 이 놈이 거짓말을 해대니까 앞으로 이 시리즈를 안읽을거냐 하면, 또 그건 아니야. 이 거짓부렁을 내가 재미있게 읽고 있다. 다음엔 또 어떤 거짓말을 하나 보자, 이 놈!! ㅋㅋㅋㅋㅋ




그리고 짠-




친구집에서 먹은 통마리 명태전이다. 우리는 친구집에서 파티를 했기 때문에 연어회도 있었고(탱글탱글해서 맛있었어!!), 친구가 만든 떡볶이도 있었고, 김밥계란말이에 샐러드와 과일도 있었다. 그리고 이 명태전도 있었는데, 이거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우리는 네 명이었고 다른 안주들도 많아 이거 한 마리여도 다들 너무 배부르게 먹고 마셨지만, 오늘은 이걸 조금밖에 못먹은 게 너무 아쉬운 거다. 아...더 많이 먹었어야 했는데... 내가 친구들에게 너무 양보했나? (응?)


계속 아쉬워서, 다음에 창원 친구네 집에 가면 이걸 1인 1마리 시켜두고 먹자고 해야겠다. 두 당 한마리씩 처리하자!!! 통마리 명태전... 힝 ㅠㅠ 내가 왜 친구들한테 많이 양보했지... (응?) 내가 다 먹을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꾸 생각나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오늘 프**님 페이퍼 보니까 이 책을 당장 사고싶어지는데...프**님은 아이스크림 꺼내 드셨다는 글만 쓰셨을 뿐인데...왜때문에 나는 이 책을 사고싶어지는거지..



살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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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잭 리처와 명리학
    from 마지막 키스 2018-03-20 09:05 
    사주를 보지 않았던 때에, 막연하게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부질없다 여겼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미래를 어떻게 봐, 그러면 사람들이 왜살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처음 사주를 보고나서 내 운명에 쓰여진 팔자, 그 여덟글자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조곤조곤 말해준다는 게 나를 얼마나 위로하는지를 알게 됐다. 그 위로의 경험은 카운셀러의 역할을 톡톡히 했으므로, 나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처음 명리학에 관해 읽
 
 
psyche 2018-03-2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사신거 아니죠? ㅎㅎ 이거 포스트 하시고 바로 결재하러 가셨을 듯

다락방 2018-03-20 09:12   좋아요 0 | URL
어제 프시케님 서재 다녀와서 바로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려다가 참았어요. 참는 데까지 참아보려고요. 왜냐하면 집에 안읽은 책이 많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읽고 사자, 참는 데까지 참아보자! 이러고 있어요. 다 부질없다는 걸 곧 알게 되겠지만 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