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험버트는 40대 중반의 남자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삼촌이 남겨준 돈으로 딱히 궁핍하지 않게 생활하고 있다. 그런 험버트가 잠시 샬로트라는 과부에 집에 머물게 되는데 거기에서 그녀의 딸인 롤리타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 때 롤리타의 나이는 열두살 이었다. 애초에 미성년 여자아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이상증상을 가진 그였지만, 롤리타를 보고는 그 욕망이 최고조에 달한다. 샬로트가 없는 틈을 타 롤리타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고 롤리타를 훔쳐보고 싶어하고 만지고 싶어한다. 그를 향한 연정을 품고 있던 샬로트는 그녀의 마음을 그에게 고백하며 자신의 마음은 이루어질 수 없을테니 자신의 집을 떠나달라 그에게 말하지만, 그는 롤리타의 곁에 있기 위해 샬로트와 결혼하기로 한다. 롤리타가 캠프에 참가하느라 집을 떠나 있는 틈에 험버트와 샬로트는 결혼을 하고 그 소식을 캠프에 가 있는 롤리타에게 알리고 부부생활을 시작한다. 험버트는 롤리타와 빨리 만나고 싶고 떨어져있고 싶지 않은데 샬로트는 십대의 롤리타가 험버트를 귀찮게 할까봐 걱정하며 그녀가 캠프에서 돌아오면 기숙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계획과는 반대로 일이 흘러가자 그는 불면증을 핑계로 수면제를 처방받아와 샬로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샬로트는 그가 죽이기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험버트가 숨겨둔 일기장을 읽어보니 그 안에는 롤리타에 대한 더러운 욕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캠프의 롤리타에게 편지를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지를 써 급한 마음에 우체통에 넣으러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 만약 그녀가 그 때 죽지 않았다면 험버트의 욕망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졌을테고 롤리타는 엄마와 함께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죽는 바람에 험버트의 더러운 욕망은 처벌받는 대신 실현된다. 그는 캠프로 찾아가 롤리타를 데려오고 엄마가 죽었다고 말하면서 그녀를 데리고 1년간 여행한다. 롤리타를 만지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한 채로 지내다가 롤리타의 엄마가 죽고나서는 그녀를 강간하기 시작하는 거다. 물론 험버트는 그것을 '사랑을 나눈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사십대의 남자와 열두살의 여자가 하는 섹스가 '사랑을 나누는 것일 리' 없다.



그렇게 일년여를 여행하다가 정착해 롤리타를 학교에 보내지만, 험버트는 롤리타에게 집착한다. 롤리타가 남자아이들과 노는 것도 금지되어있다. 롤리타와 험버트가 사는 집에서는 학교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험버트는 롤리타가 자기를 떠날까봐 걱정하고, 자신이 주는 용돈을 롤리타가 모으고 있다는 것에 두려워한다. 자신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으면 어딜 갔나 초조해하며 찾아야 하고 혹여라도 자신과 섹스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그런 롤리타가 학교에서 연극을 하게 되었고 연극을 아주 재미있어 하게 되었는데 공연을 앞둔 일주일전, 롤리타는 험버트에게 다시 여행을 하자고 한다. 이번에는 자기가 가자는 대로 가자고. 그렇게 다시 여행을 하면서도 그의 신경은 언제나 롤리타가 다른 남자애들과 히히덕거리지 않을까에만 쏠려있다. 어느 날 몸이 아픈 롤리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틈을 타 험버트로 부터 도망친다. 험버트는 롤리타를 찾아 헤매기를 3년, 그 사이에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는데, 롤리타로 부터 돈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렇게 찾아간 롤리타는 열일곱의 나이에 결혼과 임신을 한 상태였고, 남편의 벌이가 좋지 않아 돈이 필요했던 것. 험버트는 롤리타에게 자신이 가진 돈을 충분히 쥐어준 뒤, 자신을 떠나게 만들었던 남자를 찾아가 살해할 결심을 하고, 그대로 한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헤밍웨이는 까페에서 우연히 보게된 여자를 자신의 글에 등장시키고 싶어하다가 그녀가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것 같아 이내 포기하고 자신이 쓰던 글을 마저 쓰는 일에 대해 기록한다. 글은, 쓰는 사람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특히나 소설은 지어내는 이야기인지라 거기에는 내가 등장시키고 싶은 인물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등장시킬 수 있다. 내가 지어낸 이야기 안에서 나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룬 것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만나본 적 없던 멋진 남자를 등장시킬 수도 있다. 내가 지어낸 이야기 안에서 세상은 이미 성평등을 이루고 있을 수도 있고, 성범죄자는 사지가 찢겨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지어낸 이야기 안에서는 나에게 모든 권한이 있어 그리고 싶은 세상을 그릴 수 있는 거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다. 악인을 등장시키거나 범죄자를 등장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를 조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폭력을 드러냄으로 인해 폭력의 정당성을 얘기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악인을 등장시키고 범죄를 등장시켜서 그것들이 더 유해함을 말할 수 있다.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좋은 이야기를 꾸며내지만, 어쩔 수 없이 글쓴이의 마인드가 글쓴이의 글로 인해 드러나기도 한다. 영원한 사랑을 말하고자 했던 <달의 영휴>는, 그러나 독자인 내가 읽기에 아동성애를 위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어린 아이랑 사랑하는 노인남자에겐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수 있어~ 라고 말하는 꼴이랄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재독이다. 이미 몇 해전에 읽었던 책이고, 그때도 글을 참 잘 썼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최근에 읽고 싶은 책이 생겼는데 그 책을 읽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으로 <롤리타>를 다시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괴로움을 감수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괴롭다는 건 그 안에 분명한 아동성학대가 담겨있다는 걸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읽으면서 나보코프가 이 책을 왜 썼을까, 를 당연히 여러차례 생각했다. 옮긴이는 해설에서 나보코프는 굳이 예술이 도덕적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최소한 나보코프가 아동성애를 위한 변명으로 이 글을 쓴 건 아니라는 거였다. 아동성애를 조장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보코프는 아동성학대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는지 그 누구보다 명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이 책 속에서 험버트는 아동성애를 가지고 있는 성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성애가 드러나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은 숨겨야 할 것임을,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롤리타를 만지고자 할 때는 그것이 노골적으로 만진다는 티가 나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고, 롤리타의 '엄마'의 눈을 피해야 한다는 것도 무엇보다 잘 알고 있다. 엄마가 있는 곳, 보호자가 있는 곳에서는 그 아이를 만져서는 안된다, 큰일난다는 것을 인지한 사람인거다. 이런 이상성애(아동성학대 범죄욕망)를 가진 험버트는,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는 그대로, 어릴적에 스스로 상처 받은 경험이 있던 사람인가? 험버트는 그렇지 않았다. 험버트는 유복한 집에서 자랐고 교육도 잘 받은 사람이었다. 험버트를 둘러싼 어른들은 험버트를 폭력적으로 대하지도 않았고, 마땅히 그러하게도 성학대도 당하지 않았다. 험버트는 자신이 아동에 대해 성적욕망을 갖게된 경위를, 자신의 십대에 사귀었던 십대 소녀와의 이루지 못한, 다다르지 못한 섹스 때문이었다고 얘기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렇다해도, 그것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변명이나 핑계는 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무수히 많고, 그들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험버트는 자신의 아동성애가 세상에 드러나면 안되기에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결혼을 한다.



뚜쟁이의 앨범이 어떻게 데이지꽃 화환으로 연결되는지는 모르지만 내 안전을 위해서 나는 곧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규칙적인 생활, 집에서 만든 음식, 결혼에 딸린 온갖 관습들, 잠자리에서의 상투적인 절차, 또 누가 알겠는가, 어디선가 도덕적인 가치가 꽃피고 정신적 능력이 생겨나 나를 도울는지. 위험스럽고 타락한 내 욕망을 정화시키지는 못한다 해도 조용히 다스릴 수 있을지는 모른다. (p.36)

험버트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건데, 그렇다면 그의 아내는... 그의 아내의 인생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책을 읽는 내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롤리타가 당한 성학대 때문에. 험버트는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롤리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롤리타에게 선물 공세를 퍼부으며 자신들의 섹스를 '사랑을 나눈다'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열두살 아이에게 가해진 것은 섹스일 수 없고, 그것은 강간이다. 롤리타는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험버트와 내내 둘만 함께 있으면서 그동안 내내 그에게 성적대상이 된다. 험버트는 자신은 참으려 했지만 롤리타가 처음에 유혹했다고 말한다. 정말 역겹기 짝이없는데, 그러니까 자신은 롤리타의 순결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성경험이 있는 까진 소녀였다는 거다. 롤리타가 이미 성경험이 있든 없든 설사 천번 있다고 하더라도, 사십대의 험버트가 열두살의 롤리타를 안을 합당한 이유는 결코 되지 못한다. 롤리타는 험버트와 같이 지내면서 화가 날 때면 '당신이 날 강간했을 때' 라고 그것이 강간임을 얘기한다. '엄마가 살아있었을 때도 날 범하고 싶어했잖아' 라며,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 역시 드러낸다. 무엇보다 나는 이 강간이 롤리타의 엄마가 죽고 나서 이루어졌다는 것 때문에 너무 슬펐다. 이 범죄는 롤리타가 '고아'인 상태에서 벌어진다. 롤리타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사십대의 남자 험버트는 엄마도 없는 고아 롤리타를 롤리타의 집으로부터도 데리고 나와 롤리타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내내 데리고 다니는거다. 롤리타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고 그 누구도 롤리타를 지켜주지도 보호해주지도 못한다. 롤리타가 가끔 밤에 혼자 울때마다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롤리타를 안고 도망치고 싶었다. 


이것이 범죄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험버트가 비열한 건,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그렇듯이, 이 아이가 가장 약한 상태를 노렸다는 거다. 아이라는 존재 자체로 어른보다 약한게 사실이지만, 그 아이를 둘러싼 주변 어른들이 있다면 그 아이를 그렇게 함부로 하기는 쉽지 않았을테니까. 롤리타에게 아빠 엄마가 다 있었다면, 그들과 함께 살았다면, 험버트의 강간은 그저 욕망에 그치고 실현되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 그러나 롤리타에겐 아무도 없었고, 무엇보다 험버트는 롤리타에게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자신이 롤리타의 아버지를 자처한 사람이 아니던가. 나는 이점이 너무가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리고 현실의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약한 상태의 아이가 학대와 폭력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범죄란 원래 비열한 것이지만, 약한 사람이 더 약해진 틈을 타 공격을 하는 건 더 비열하다. 그 비열한 어른 남자의 욕망에 몇 년간을 피해 입은 롤리타 때문에 몇 번이나 울고 싶었고, 그러나 그 피해로부터 벗어났다 해도 평생을 그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앞으로 롤리타의 삶은 대체 어떻게 될것이란 말인가. 롤리타는 험버트로부터 성학대도 당하지만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만약 네가 이 일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나는 감옥에 가는 걸로 끝나겠지만, 너는 그렇다면 위탁가정을 전전하다고 의지할 곳도 없어 살기가 힘들어져, 그러니 입닥쳐야 해, 라고. 열두살 아이가 열세살이 되고 열네살이 되는동안 듣는 말로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것이 이 아이의 어린시절이라니.



롤리타가 다른 사람과 함께 도망쳤고, 나는 그 사람이 험버트와 롤리타의 관계를 알고 롤리타를 거기에서 꺼내주려는 것인줄로만 생각했다가, 롤리타를 데리고 도망친 연극부 남자선생이 영화에 출연시켜준다고 꾀어 롤리타에게 포르노를 찍게 했다는 사실 때문에 또 내내 아파야 했다. 한 번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던 아이는 이렇게 또다시 범죄에 노출된다. 롤리타가 함께 있던 아버지가 친아버지였고 아이에게 진득한 사랑을 주는 그런 보호자였다면, 연극부 선생이 롤리타를 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험버트가 롤리타를 찾기 위해 롤리타의 옛집에 찾아갔을 때 거기서 피아노를 치는 소녀를 본다. 피아노를 치던 소녀는 험버트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자리를 피하고 그 때 아이의 아버지가 나온다.




내가 살던 집에 들어가볼까? 투르게네프의 단편에서처럼, 거실의 열린 창문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낭만적인 영혼이 피아노를 치는가, 로의 사랑스런 다리 위에 햇살이 비치던 그 미혹의 일요일에 뚱땅거리는 피아노 소리는 없었는데. 나는 곧바로 알아챘다. 내가 풀을 베던 잔디에서 황금빛 피부에 갈색 머리, 흰 바바지를 입은 아홉, 열 살쯤 된 님펫이 크고 검푸른 눈에 야생의 황홀함을 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네 눈이 참 아름답구나, 라고 별 뜻 없이 그저 의례적인 찬사로 그녀를 즐겁게 해주려 했는데, 그녀는 급히 안으로 들어갔고 음악이 갑자기 그쳤다. 그러고는 땀이 번들거리는 거칠게 생긴 거무스름한 사람이 나와서, 나를 노려보았다. (p.394)



롤리타를 처음 만난 그때, 롤리타에게도 누군가가 있었다면. 롤리타를 바라보는 험버트를 거칠게 쏘아봐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린 존재에게 보호해줄 어른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가. 그래서 그 아이가 맞이하게 된게 대체 무엇인가. 험버트는 어른으로서 그리고 나중엔 아버지로서, 대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건가. 내가 험버트를 죽인다고 해도 롤리타의 어린 시절은 그대로일 것이다. 죄를 범한 사람에게 합당한 벌이 내려진다 해도 롤리타의 어린 시절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 괴롭다. 너무 괴롭다. 그녀가 살아갈 인생은, 험버트가 없었다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 괴롭다.



그녀는 테니스보다 수영을 좋아했고, 수영보다 연극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주장한다. 만일 그녀 내부의 어떤 것이 나에 의해 부서지지 않았더라면-아, 그때는 내가 그것을 깨닫지 못했지만!-그녀는 그 완벽한 폼에다 이기겠다는 의지를 덧붙여 진짜 여성 챔피언이 되었을 것이라고. 팔 밑에 라켓 둘을 끼고 윔블던에 있던 돌로레스. 아라비아의 낙타를 선전하는 돌로레스. 프로 선수가 되었을 돌로레스. 영화에서 여성 챔피언을 연기할 돌로레스. 돌로레스와, 흰 머리에 겸손하고 말 없는 코치인 남편, 늙은 험버트. (p.316)


나보코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학대가 그 어린아이를 망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또 아이가 가장 약한 틈을 타 비열하게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성학대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롤리타 때문에 몇 번이고 울고싶었고 가슴 아팠는데, 이 책을 읽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이런 마음을 갖지 않겠는가. 롤리타를 읽는다면 롤리타의 학대받은 어린 시절에 함께 아파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롤리타는 왜이렇게 치명적으로 나쁜 소설의 대명사가 되었는가. 나는 내내 그것을 찾아 헤매야 했다. 우선, 아동을 성적대상으로 묘사할 때 지나치게 자세하고 아름답다는 데 있었다. 만약 아동성애라는 범죄적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묘사에 치중해 자신의 욕망이 더 발현될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롤리타가 당한 학대라든가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는 비열한 순간들에 대한 것을 캐치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그것이 이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나쁜 영향이 아닌가 싶었던 거다. 

이 괴로운 소설이 왜 그렇게 악명을 얻게 된 것인가, 생각하면서, 이 소설은 결코 아동성애를 조장하는 게 아닌, 오히려 아동성범죄가 일어나는 배경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음을 잘 말해주는데, 그런데, 왜 굳이 아동성학대에 대한 이야기여야 했는가, 라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다루는 것이, 굳이 아동성학대여야 했을까. 자연스럽게 필립 로스 의 <휴먼 스테인> 생각도 났다. 필립 로스는 그렇게나 재미있고 고민이 많이 담긴 훌륭한 이야기를 써내면서, 그러나 그 안에서 페미니스트를 치명적인 멍청이로 묘사한 거다. 필립 로스는, 그렇게나 잘 쓰는 글솜씨로, 굳이 그래야했을까, 가슴이 아팠는데, 나보코프에 대해서라면 그것이 아동성학대이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정말 가슴 아픈건, 이 책의 옮긴이가 쓴  이 책 말미의 <작품 해설>을 읽고나서였다. 아, 나보코프여, 당신이 이 소설을 쓴 건 잘못이었네요. 왜? 


비평가들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소설이었기 때문에.


나는 작품 해설을 읽으며 몇 번이나 연필을 가지고 물음표를 그려야했다. 세상이,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난 후의 감상을 드러낸 비평가들이, 이 옮긴이를 포함하여, 다들 멀쩡한 사람들인건가, 책을 읽어보긴 한건가 싶었다. 



처음 읽으면 내용이 전통적인 도덕 관념을 상당히 벗어나 읽는 이에게 거부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40대 남자가 열두 살의 어린이와, 그것도 법률상의 아버지로서 딸과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부도덕한 소설이라니! 그러나 읽을수록 이 괴물 같은 주인공의 눈물은 우스꽝스런 느낌에서 동정으로 바뀌고, 그러다가 마침내는 어느 순간엔가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친다. 포르노 소설, 또는 도덕적 금기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출판의 거부라는 시련을 겪고 하마터면 재로 변해 버릴 뻔한 소설이 이제는 현대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된 걸 보면 소설 어딘가에 감동의 근원이 숨겨져 있으리라. 작가가 그것을 보물찾기라도 하라는 듯 교묘하게 숨겨놓았으니 비평적 반응이 다른 소설의 경우보다 더 구구한 것은 당연한 듯싶다. -작품해설, p.433-434


험버트에 대한 동정으로 바뀐다니,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왜 동정하는가. 롤리타가 떠나서? 남들 몰래 '사랑'을 해야 해서? 자신의 사랑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해서? 대체 여기 어디에 '감동'의 소지가 될 것이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숨겨야 할 것, 감춰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숨기고 감추는 거다. 아동에 대한 성욕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감춰야 해서 괴롭다고? 그건 동정의 여지를 줄 수 없는 부분인거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감동' 만큼 롤리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또있을까.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니까 이 옮긴이의 문제가 아니다.



작품의 프로이트적 심리 분석이나 알레고리, 신화적인 분석등을 나보코프 자신이 거부하는 탓인지 [롤리타]에 대한 대부분의 비평은 주인공 험버트의 도덕성을 토론하는 경우가 많다. 라이오넬 트릴링은 이것을 페트라칸 시인들의 로라에 견줄 만한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보며, 더글러스 파울러는 험버트의 도덕성을 다음과 같이 옹호한다. 험버트는 샬로트를 죽이지 않았으며, 변함없이 롤리타를 사랑한다. 험버트를 먼저 유혹한 롤리타는 이미 성적으로 더럽혀졌으며, 퀼티는 험버트의 왜곡된 악을 상징하는 바 그를 죽임으로써 험버트는 도덕적으로 정화되었다는등의 해석이다.

리이L. L. Lee는 작품의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험버트는 도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롤리타를 가두어둔 것은 죄악이지만 행복하게 해주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것은 충분히 동적적이다. 부드러움과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험버트에 비해, 퀼티는 이런 사정을 모르기에 그가 죽는 것은 당연하다. 부드러움과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험버트에 비해, 퀼티는 이런 사정을 모르기에 그가 죽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험버틀 둘러싼 사회와 퀼티가 죄인인 험버트보다 더 부패했다는 식의 분석이다. 레바인도 소설의 끝에서 험버트는 죄를 깨닫고 참회하며, 자신의 악덕을 순화하기 위해 퀼티를 죽인다고 험버트에게 동정을 표시한다. -작품 해설, p.438-439



아아, 나보코프의 잘못은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거다. 비평가들로 하여금 개소리를 하게 만든 거. 험버트를 동정하게 만든 거. 그건 나보코프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맙소사, '변함업이 롤리타를 사랑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롤리타를 사랑한다면 롤리타에게 보호자로서 어린 시절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줘야 했다. 롤리타를 '변함없이 사랑'한다면서 몇 년간 감금하고 강간하는게 말이 되는가. 도대체 저 비평가들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게다가 아동납치, 성학대에 대해서 도대체 얼마만큼의 도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인가. 가두어두었지만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했으니 동정한다고? '가두어둔다'와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가 함께 올 수 있는 말인가? 비평을 하는 사람들이 대가리가 비었나?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납치하고 성학대했지만 먹여주고 학교보내주고 옷도 많이 사주니까 괜춘괜춘해~ 이러는거야? 대체 아동성학대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어째서 감금하고 성학대를 일삼은 자에게 동정하는가, 비평가들이여...




당시의 몇몇 비평가들이 롤리타는 망명자 나보코프가 본 아메리카라는 상징적 해석을 내렸던 것에 비해, 최근의 해석은 이와 같이 험버트에게 동정을 표시하는 쪽이다. 그가 일견 괴물처럼 보이는 부도덕한 인간이지만, 그의 변함없는 사랑과 참회는 동정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퀼티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의 죄를 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분석에도 불구하고 [롤리타]에는 험버트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이상의 아픔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작품 해설, p.439


나보코프의 문제, 이 롤리타의 문제를, 나는 작품을 읽으면서도 밝혀내지 못하다가, 작품 해설에 이르러서야 알아차린다. 나보코프는 남자 비평가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소설을 썼다. 그 누구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문제가 많은 것이고, 그걸 드러내기 위해 이야기를 이렇게 짜임새 있게 구성했지만, 그러니까 나중에 자신이 빼앗아버린 롤리타의 어린 시절을 참회하는 것 역시, 나는 나보코프가 부러 넣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금과 가스라이팅과 강간이 이루어지는 그 비열한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또한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까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놈의 비평가들은 자꾸 그걸 가지고 '진실한 사랑'운운하고 있는 거다. 대체 어른 남자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그건 상대를 학대하고 괴롭혀도 내가 충분히 사랑해 사랑해 해주면 완성되는 것인가? 역겹기 짝이없다. 

나보코프는 험버트의 입을 빌어, 아이를 보호하는 장치가 법적으로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걸 책에 넣어두었다.




여러분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진실로 법적인 상황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아직도 모른다. 아, 나는 이런저런 것들을 조금 배우기는 했다. 앨라배마 주에서는 보호자가 피보히인의 주소를 법원의 허락 없이 바꿀 수 없다. 미네소타 주에서는, 그곳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 친척이 열네 살 이하의 아이를 영원히 맡게 되는 경우 법원은 어떤 간섭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질문: 숨막히게 예쁜 사춘기 귀염둥이의 의붓아버지, 한 달 동안 의붓아비였고 상당 기간은 신경증이 있는 홀아버에, 작지만 독립적인 수입이 있고, 유럽 태생이며, 이혼을 했고 정신병원에도 조금 있었는데 그런 사람도 친척이 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호자가 될 수 있는가? 만약 안 된다면, 나는 복지국에 신고를 하거나, 탄원서를 제출하여(어떻게 탄원서를 제출하나요?) 법원 사람이 유순하고 수상쩍은 나와 위험한 돌로레스 헤이즈를 조사하게 할 수 있나요? 크고 작은 마을의 도서관에서 내가 내밀히 조사한 결혼, 강간, 양녀등에 관한 책들은 국가는 어린이들의 최고 보호자라는 알쏭달쏭한 말 외에는 별로 알려주는 게 없었다. 필빈과 자펠-내 기억이 옿다면-은 결혼의 법적 측면에 대해 논한 아주 두꺼운 책에서 엄마 잃은 딸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의붓아버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어느 순진한 노처녀가 먼지 앉은 뒷창고에서 애써 구해다 준 사회 봉사 책자(시카고, 1936)는 나의 가장 친한 벗인데 거기엔 이렇게 씌어 있다. <모든 미성년자가 보호자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법원은 수동적이어야 하고 오직 아이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일 때만 개입한다.> 내 결론은 보호자란 오직 그가 경건하게 공식적으로 희망했을 때에만 임명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출두 명령을 받아 그의 잿빛 날개 두 쪽을 펼치는 데 몇 달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 고운 악마 아이는 법적으로 내버려진다, 돌로레스 헤이즈의 경우처럼. 그러고 나서 출두 명령이 오겠지. 판사의 몇 마디 물은, 변호사의 확인 답변, 웃음, 고개를 끄덕끄덕, 바깥의 부슬비, 그리고 날짜가 정해진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한다. 멀리 떨어져, 쥐처럼 구멍 속에 웅크리고 있다. 법원은 오직 돈 문제가 개입될 때만 열을 올리는 법이지. -p.234-235




나보코프의 문제는 이 책을 읽을 성인 남자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토록이나 가해자의 서사에 집중하고 가해자에게 동정적이 되는 시선을 가진 남자들이, 이 소설을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마음으로 읽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가해자가 참회하는 씬에서 동정을 느끼며, 늘 잘해주고자 했던 가해자의 마음을 사랑으로 포장한다. 어른남자 독자들은 이미 가해자에 대해서는 순수한 마음이 된다.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이 비열한 범죄를 진정한 사랑으로 보다니, 보다보다 진짜 별꼴을 다보는 거다. 자, 열받지만 작품 해설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용해보겠다.




이상과 같은 소설의 줄거리에는 사회에 대한 얘기, 현실적 문제, 정치 이야기나 작가의 도덕적 주장 등은 전혀 실려 있지 않다. 마치 동화 같다고 할까. 예를 들면 샬로트가 죽는 장면이나 퀼티가 죽는 장면에는 전혀 현실감도 긴박감도 없다. 오직 리얼한 것은 롤리타라는 인물 묘사와 험버트의 감정이다. 다시 말하면 이 소설에서 리얼한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이것을 읽고 있으면 우리는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가 하는 느낌이 든다. 운명적이고 격정적이고 마술적인 것, 극도의 자제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광적인 것. 롤리타 급우들의 이름을 시처럼 읊던 험버트,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던 험버트,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던 험버트, 그녀를 잃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으로, 감시하면 할수록 그녀가 더 포악해지는 사랑의 역효과를 깨닫지도 못할 만큼 험버트는 롤리타의 노예였다. -작품 해설, p.442



 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가, 라니. 갑자기 이 세상 모든 집착 스토킹 남들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그러니까 롤리타를 읽으면서도 이것을 사랑이라 생각하잖아. 그걸 읽는 독자들은 그러니까 헤어진 여자친구 찾아가서 다시 만나주지 않는다고 폭행하고 그러는 남자들인거야. 나는 너 싫으니까 이제 연락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해서 집착해대는 남자들이 롤리타를 읽는다? 사랑인거죠. 상대가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시달리는데도 '나는 너가 좋아' 이러면, 이것이 그냥 사랑이 되는 매직... 야, 세상에, 어떻게, 열두살 아이를 감금 강간해놓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냐..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볼 수 있어. 롤리타에서 리얼한 게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사랑이란 게 뭔지에 대해서 기초부터 공부해야 한다. 내가 널 만지고 싶은 이 마음, 너가 싫다고는 하지만, 너가 어리긴 하지만, 그런데 너 만지고 싶어, 이건 사랑이야... 이딴.. 와...... 나보코프는 잘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독자들을 상대로 아동성범죄자를 등장시키면 안되는 거였다. 그게 나보코프의 큰 잘못이다. 개인적으로는 십대 소녀에 대한 육체 묘사를 너무 많이, 그렇게나 잘 쓰는 글솜씨로 해놔서 유감이었는데, 성인 남자들이 이걸 사랑으로 말하고 험버트 동정하는 거 보니, 나보코프의 잘못은 애초에 이 작품을 썼다는 데 있다. 가해자에게 이입하는 성인남자들이 세상의 절반인 이 세상에, 나보코프는 아동성학대 소설을 써서는 안되었다. 거기에서 그러면 안된다를 읽는 사람보다 그것은 사랑이다 를 읽는 사람이 많은 이 세상에 이 소설을 내놓아서는 안되는 거였다. 나보코프는 성인 남자독자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나는 십대 시절을 성학대 당하며 살아야 했던 롤리타 때문에, 그런 롤리타의 곁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는데, 거기다 대고 사랑 타령하는 놈들 때문에 세상은 암흑이 되어버렸다. 원래도 밝지 않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롤리타를 이 소설속에서 꺼내오고 싶다. 꺼내와서 허브공원에 데려가서 여기서 뛰어놀라고 하고 싶다. 올림픽 공원에 데려가서 함께 산책하고 싶다. 누군가 롤리타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본다면, 롤리타 앞을 가로막고 서서 뭐야 이새끼야, 두 눈 부라리며 욕해주고 싶다. 




험버트가 한 건 사랑이 아니고 성학대다. 이걸 사랑으로 읽는 독자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런 소설을 쓴 나보코프가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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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5-3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도 하셔라. 언제 이렇게 길디 길게 쓰셨대요. 롤리타에 대한 만감이 교차하는 다락방님의 페이퍼. 비록 롤리타를 읽지 않은 저는 쭉 따라 읽었답니다. 뭔가 비위가 대단하시다.. ㅋㅋㅋ..
인용해주신 부분에서 이부분 특별히 역겹네요.
˝리이L. L. Lee는 작품의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험버트는 도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롤리타를 가두어둔 것은 죄악이지만 행복하게 해주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것은 충분히 동적적이다. ˝ -> 대부분의 데이트폭력 혹은 학대 가 이런 거 아닌가요? 폭력-잘할게-폭력-잘할게! 이거를 반복하니까 피해자는 온탕과 냉탕 왔다갔다 하면서 혼란스러워하다 정서적으로 미치는 거잖아요.
처음부터 한결같이 쭈욱 폭력적인 폭력은 피해자도 해석해내기 쉽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험버트의 행동은 도덕적 성장이 아니라 학대의 본질 같은데요??... 그걸 저렇게 쓰다니.. 가해자에 감정이입 오져버리는 것입니다. 진짜.................... 가해자에 너무 이입하는 독자들 싫다...!

다락방 2020-06-01 08:34   좋아요 1 | URL
제가 금요일밤에 이 책을 다 읽고 가슴을 움켜쥐면서 토로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졸려서 일단 자고(응?) 토요일에 쓰고 가려고 했지만 이래저래 바빠서 못쓰고.. 일요일에 써야지 하면서도 토요일 지나친 음주가무로(응?) 또 너무 뻗어있는라 계속 미루다가, 이렇게 미루기만 하다가 못쓰겠다 싶어서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서재 책상으로 가 다다다닥 뿜어냈습니다. 저는 이게 너무 가슴이 아팠거든요. 롤리타가 당한 학대도 그렇지만,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즐거운 유년시절이 몽땅 사라져버렸어요. 험버트는 롤리타로부터 인생을 낚아챘습니다.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나요. 이 슬픈 소설을 읽고 그런데 많은 비평가들이 사랑타령 하는거 보고 저는 뒤로 나자빠지는 줄 알았어요. 다들 사랑에 미친놈들 같아요.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에 미치니까 세상이 암흑이 되는겁니다. 하아.

소설 읽으면서 소설의 등장인물에 공감하는 것도 괴로울 때가 많지만, 독자인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괴롭기도 한 것 같아요. 롤리타의 고통을 보기만 하는게 너무 괴로운 독서였어요. 아이들의 인생을 갈취하는 어른들은 사라져야 마땅해요.

단발머리 2020-05-3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보코프가 험버트의 입을 빌려서 아이에 대한 법적 보호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지적한 지점이 눈에 띄네요. 전 이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런 부분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어요. 롤리타와 그녀의 어린 시절을 안타까워하는 다락방님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험버트에게 동정을 표하는 수많은 평론가들의 이해력 부족은 의도적인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험버트에게 진지하게 감정이입한게 아닌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됩니다. 좋은 사유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20-06-01 08:38   좋아요 0 | URL
나보코프의 치명적 잘못은, 이해하지 못할 독자들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함부로 아동성학대를 다뤘다는 것입니다. 아마 나보코프도 이럴줄은 몰랐을 것 같아요. 진정한 사랑이라뇨. 미친놈들이 사랑에 환장했어요 진짜. 아이의 고통과 빼앗긴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앞에 놓여있는데, 사랑이라뇨. 자기 사랑 챙기면 전부입니까? 어쩜 그렇게 이기적인가요. 너무 고통스럽고 슬픈 독서였어요. 잃어버린 롤리타의 유년시절은 대체 누가 책임져줍니까. 사십대의 아저씨가 그걸 책임져주나요? 어쩌면 거기다대고 사랑을 말해요? 사랑에 환장한 놈들 다 똥통에 처박혀 죽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읽는 동안 너무 슬펐어요. ㅠㅠ

잠자냥 2020-06-01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리타>에 대해선 전 양가감정이 있어요.
처음 읽을 때 그 역겨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는데, 그 역겨움을 넘어서니... 작품이 아름다워서(그만큼 나보코프가 잘 쓴 것이지요)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심지어 저는 험버트를 동정하는 부류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건 문학적으로 좋아하는 의미이지, 마음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참, 이런 작품을 문학적으로나마 좋아하고 있는 제가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하면서... 암튼 <롤리타>는 참 제게 모순적이 작품이에요.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을 읽을 때도 그렇고요. -_-;;

어제 이 긴 글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많이 했어요.
<롤리타>는 문학동네 버전이 번역이 매우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걸로 한 번 더 읽어볼까 늘 벼르고 있던 작품인데, 지금 읽으면 제가 좀 생각이 달라질까요? ㅎㅎ

다락방 2020-06-01 11:36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의 양가감정이 저는 뭔지 알겠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양가감정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경우에도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롤리타의 처지 때문에 너무 슬펐지만, 아동성학대에 대한 책을 뭐 이리 글을 잘썼단 말인가...하면서 막 마음이 찢어질 것 같더라고요. 글 왜이렇게 잘쓰는건가요? 글 너무 잘쓰잖아요. 엉엉 ㅠㅠ 그래서 너무 속상했어요.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글솜씨로 굳이 아동성학대 얘기해야 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저 역시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난 후에도 복잡한 마음이 들었더랬어요.
저도 이 책 다시 읽기 전에 문동 번역이 정말 좋다고 문동판으로 추천 받았는데, 가지고 있는 책이 민음사라 그냥 민음사로 읽었어요. 읽으면서 몇 번 가독성 떨어지는 문장들 만날 때마다 흐음, 역시 문동으로 갈 걸 그랬나 싶었지만, 어쨌든 읽었습니다.


저도 오만년전에 읽고 지금 다시 읽으니 감정이 많이 달라진 걸 느껴요. 저는 처음 읽을 때 변태새끼..라는 정도의 개념만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오만년만에 다시 읽어보니 너무나 글을 잘쓰는 나보코프가 구성도 치밀하게 성학대가 이루어지는 과정까지 다 써놓았더라고요. 이번에 읽으면서 롤리타의 사라진 유년시절 때문에 저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ㅠㅠ


저는 문학이 해야 할 일을 나보코프야 말로 잘한게 아닌가 싶어요. 아동성학대라는 소재 때문에 저는 여전히 자꾸 마음에 걸리지만, 이렇게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난 후에도 사람을 휘몰아치게 만들잖아요. 문학은 이래야 되는게 아닐까 싶어요... 재독하시게 되면 감상 들려주세요!

감은빛 2020-06-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들은 왠지 이 책을 읽으면 안 될것 같은 생각이 강박처럼 들어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더더욱.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을 혹은 읽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마치 아동성애자임을, 변태임을 드러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예전에 문학동네 롤리타가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을 산 건 아니고 다른 책들을 잔뜩 사고,
알라딘 굿즈 중 표지가 롤리타 표지인 알라딘 수첩을 받았어요.
어느 회의 자리에서 옆 자리에 앉았던 선배(여성주의 활동가)가 이 수첩 표지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마치 제가 아동성애자인 것처럼 반응해서 저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날 이후로 그 수첩은 밖에 갖고 다니지 못하고 집안 어딘가에 처박아 두었답니다.

암튼 그런 핑계로 이 책을 못 읽었다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네요.
남성인 제가 읽더라도 중년 남성이 어린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장면들은 불편할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들어하시면서도 이 책을 두 번이나 읽으셨다니!
다락방님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새삼 깨닫습니다.

다락방 2020-06-03 14:42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읽고 나보코프가 더 궁금해졌어요. 나보코프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었는데, 국내에 번역된 것 중에 제가 다른 것도 읽어보긴 했더라고요.
책은 어차피 독자의 몫이잖아요. 나보코프가 어떻게 썼든 독자가 해석하는대로 작품은 다가가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면에서 볼 때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많은 성인 남성들에게 아주 잘못 해석되어 잘못 다가가게 된 경우인 것 같아요. 저는 아이를 성학대하고 아이의 유년시절을 빼앗은 성인 남성을 동정하고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해줄 거라고는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어요. 롤리타가 밤에 혼자 운다는 게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말예요. 어휴..

매우 슬프긴 했지만, 그렇게 깊은 감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보코프는 정말 글을 잘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릇 문학은 독자를 쥐락펴락하는게 아닙니까.

날시 좋아요. 오늘 점심 먹으러 나갈 때는 땀이 나더라고요! 저는 여름이 좋아요! 으하하하하하하하 (딴소리)

유부만두 2020-06-04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롤리타와 그 엄마가 너무 멍청하게 그려진 것도 너무 싫었어요. 삐걱거리고 기괴한 험버트도 물론 견디기 어려웠고요. 하지만 읽으면서 이게 아름답다, 고 생각은 안 했어요.
다들 칭송하는 ‘문체‘가 그닥... 이었거든요. 그 문체를 즐기자고 이 전체 소설을 택할 이유가 안 보였어요.

그나저나 제게 명성과 다르게 지겹도록 싫은 소설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에요.
베르테르가 그토록 바라는 순수한 사랑...은 상대 여자의 의사는 아랑곳 없이 자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주인공이 감정 이입하는 하인의 경우) 살인까지 하는 거잖아요. 소설도 막 잘 쓴 거 같지도 않은데 왜 우린 아직도 괴테의 소설을 명작에 넣어주는 걸까요.

다락방 2020-06-04 13:43   좋아요 0 | URL
저는 롤리타가 멍청하게 그려졌다는데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네요. 오히려 그 나이때의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지거든요. 갈 곳도 없고 보호해줄 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롤리타는 자기가 처한 상황을 알고 어떻게든 기회를 엿보려고 하는 호기심과 자유에의 의지가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아이가 연극에 대한 재능과 흥미를 보인다는 것도 꽤 상징적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이 책이 굉장히 대단하게 생각됐어요. 롤리타는 아동성범죄의 피해자이지만 그렇다고 성적대상화 되는 것에서만 멈추는 게 아니라, 인격을 가진 소녀이고 자기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입체적인 인물임이 드러나서요.

아동의 육체를 묘사하는게 너무 노골적이고 성적 대상화 되어 있어서, 그걸 너무 잘써서, 아, 나보코프 이걸 어떻게 이렇게 쓰나, 자기 자신이 설마 아동성애자인건가, 생각할 지경이었고 또 실제 성범죄자들이 그 묘사를 읽으면서 충동을 느끼고 범죄로 연결될까봐, 그 지점이 두고두고 안타깝긴 한데(왜 하필 아동대상 성범죄에 대한 소설을 썼나..), 저는 나보코프의 이 책을 읽으면서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됐어요. 구석구석 너무 치밀하게 잘 썼더라고요. 저는 나보코프의 소설을 다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유부만두 2020-06-04 13:55   좋아요 0 | URL
아... 롤리타의 의지를 읽으셨네요. 전 인물들 전부가 자기 생각은 하나도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다시 읽어볼 용기는 나지 않아요)
롤리타가 완전히 험버트의 의도를 몰랐다고는 할 순 없겠죠. 하지만 그 줄거리나 상황이 너무 끔찍해요.

전 나보코프의 ‘절망‘이 좋았어요. 그리고 ‘문학강의‘도요.
그런데 그 책들이 ‘롤리타‘로는 연결되지 않았어요.

다락방 2020-06-04 14:02   좋아요 0 | URL
[절망]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뭐라고 써놨나 찾아보니 2011년에 지루했지만 읽기를 잘했다고 써놨네요. 이것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2020-06-04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엊그제 저녁부터 혼자 있게 될 어제저녁의 메뉴를 생각해 두었었다. 치킨버거를 평소에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두툼한 치킨패티가 들어간 치킨버거에 와인을 먹고 싶었다. 어제 하루종일 어제저녁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퇴근하는 길, 발걸음도 가벼웁게 맘스터치에 들러 싸이버거를 샀다. 맘스터치를 가 본 적이 별로 없는 터라 어느 햄버거가 제일 좋을까 메뉴를 살펴보는데 잘 모르겠더라. 햄버거 좋아하는 다정한 친구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흐음,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해, 하고는 싸이버거를 골랐다. 여동생은 얼마전에 '다릿살이 좋아서' 싸이버거를 먹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치킨의 다릿살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나도 싸이버거! 그거 하나만 먹으면 저녁이 조금 외롭고 초라하지 않을까, 나는 너겟도 주문했다. 그렇게 어제의 초라하면서도 간단한 술상.



LOST ANGEL 은 여동생이 좋아하는 와인이다. 일전에 친구로부터 선물 받아 마시는데 여동생도 한 잔 같이 마시다가 너무 좋다고 하는거다. 저걸 다 마시고나서 내가 늘상 사두는 9,900원 와인 마시더니 이건 맛없네? 하더라. 입맛 귀신 같은 동생이여... 응, 이건 저려미여.....나처럼 이렇게 와인 마시는 사람은 비싼 거 못사놔...저려미..로 냉장고를 채워야 해..미안..


게다가 저 로스트앤젤은 우리 동네 홈플엔 없다. 여동생 동네의 이마트에만 있어. 나는 마침 지난번 안산에 갔을 때 이마트에 들러 로스트앤젤을 두 병 샀다. 사진의 파랑색은 블렌딩이고 또 한 병은 갈색의 까베르네 쇼비뇽. 우선 까쇼를 마셔봤는데, 오, 너무 좋았다. 굿 베리 굿이여. 블렌딩도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어제 마시는데, 오, 이건 단맛이 느껴지네? 그전에 마셨을 때는 단맛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확실히 단맛이 느껴졌다. 여동생은 두 병의 맛을 비교해서 말해달라길래, 나는 갈색 까베르네 쇼비뇽이 더 내 취향이라고 말해줬다. 그러고보면 알라딘 커피도 그렇고, 나는 블렌딩보다는 싱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저 버거는 정말 내 취향 아니다.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세상에 핫치즈징거버거 만한 치킨버거는 없는 것 같다. 일단 내가 닭다리살을 좋아하고, 저건 분명 닭다리살로 가득했지만, 그것이 패티의 역할을 할 때는 빛을 잃는다. 치킨 버거의 패티는 가슴살이 진리구나, 나는 어제 몇 번이고 깨달았다. 결정적으로 소스도 내 타입이 아니고... 아무튼 먹다가 치킨 패티 사라지고 빵과 소스만 남은 상황. 이럴 때 두려울 게 무어람? 나는 너겟을 빵과 빵 사이에 넣어 또 먹는다. 그것이 인생.....


근데 닭다리살이 맞는거야 닭다릿살이 맞는거야....빌어먹을 사이시옷... 명사와명사 사이니까 사이시옷 필요한거야? 제기랄 모르겠다.




그렇게 홀짝홀짝 술을 마시다가, 아 맞다, 책장 사진! 내가 알라딘 페이퍼에 책장 사진 올린다고 해놨지? 음주중에 들어가서 찰칵찰칵 찍었다. 일반책장은 그전에 올린 적도 있긴 하지만, 일단 일반책장.




고등학교시절 문학 선생님은 자신의 은사님 얘길 해준 적이 있다. 그 은사님은 본인 서재에 책을 정말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어떤 책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기억하신다는 거다. 그래서 어떤 책에 대해 얘기를 하면 딱 그자리에서 그 책을 빼주실 수 있다고. 기억력이 대단하시다고 얘길 해주셨었는데, 내가 돈을 벌고 책을 사기 시작하고 그리고 이렇게 점점 책이 많아지게 되면서 나 역시 책장을 마련하게 됐고, 그렇게 책을 꽂다 보니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겠던데? 내 책이고 내 책장인데 그걸 모르는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밖에 있다가도 남동생이 책 빌려달라고 하면 오른쪽에서 두번째 위에서 세번째, 하는 식으로 그 책이 어디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몇해전까지는...



그러나 안읽은 책이 쌓이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책을 계속 사지만 공간은 한정적이니, 읽은 책을 내보내야 했던 거다. 방출을 하다가 중고매장 생기면서 중고로 팔기도 하고 또 가끔은 미혼모센터에 기부도 하고 그러면서 내 책장의 책은 절반 이상이 읽지 않은 책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하아- 너무 자주 사서 이제는 샀는지 안샀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고. 그러다가 몇몇책들의 사진을 이곳에도 올렸던 것처럼 두 권씩 꽂아두게 되어버렸던 거다. 분노의 포도도 읽고 넣어두다가 윗칸에서 앗? 이러고 또 찾아냈고(심지어 1,2권 두 권짜리 책이었다 ㅠㅠ), 그 뭣이냐 앤젤라 카터 책도 그랬지. 뭐 그런 책 많다. 다 읽고 넣어두다가 책장에 이미 꽂혀있는 걸 발견할 때의 그 공포... 하아-

요즘엔 그래도 알라딘에서 '너 기존에 산 책이야~' 라고 알려주어서 좀 덜해지게 됐는데, 문제는 기존에 산 책이라는데 나는 기억에 없다는거다... 뭐, 이런 일은 알라디너에게 빈번하게 일어날테니 이쯤하자.



문학선생님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산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은 그 당시 듣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또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내 돈으로 내가 여러권의 책을 처음 산 날, 문학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아, 그 때 선생님이 말한 게 이거구나! 선생님은 월급날이면 차 끌고 서점에 달려가 뒷트렁크를 책으로 채운다고 했는데, 나는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서점에 가서 한아름 안고 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월급날 기다렸다가 왕창 책을 산다...인생이여... 지금도 커피랑 책이랑 막 사고 싶은데 월급날이 아직 한참 남았음에 곶통..... 인생이여.....


아무튼 그렇게 차곡차곡 샀더니 책장이 필요해졌고, 책장을 샀더니 하나 더 필요해졌고, 아무리 내다 팔아도 하나 더 필요해졌고.... 그렇게 나는 이케아에서 주문한 책장을 조립합니다. 거기에는 페미니즘 책들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맨위의 인형은 몇년전 홍콩 디즈니랜드 갔을 때 조카랑 같이 기념품샵 들어가 고른 것인데, 나는 저걸 사고 나서 '김말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난 주말 조카가 와서 보고는 '응, 김말이네?' 이러고 아는척 하고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 책장 하나는 99프로가 페미니즘 책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많고, 위에서 두번째 칸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들이다. 세상 근사해.... 아무튼 이것이 나의 페미니즘 책장인 것. 멋져... 저게 하루아침에 저렇게 된건 당연히 아니고 시간이 쌓여서 모여진 것들이다. 관심갖고 책을 사서 읽고 그러면서 어떤 책들은 팔고(페미니즘 에세이들은 대부분 팔아버림) 그리고 또 사서 읽고... 반복했던 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책장. 책장이란 무릇 그런게 아닙니까.




오늘은 금요일이라서인지 출근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퇴근 후의 계획도 머릿속에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잠겨있던 정원의 문을 열었다.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여는데, 와, 날씨가 너무 좋은거다! 그러자 기분이 막 좋아졌어!! >.<





아 날씨 좋아, 기분 좋아, 한 번 심호흡 하고 들어오면서, 아오, 날씨는 대체 뭘까, 뭔데 이렇게 사람 기분을 갑자기 좋게 만드는거지, 했다. 어쩌면 샐린저의 말대로, 날씨 앞에서 우리는 인질이나 다름없는지도 모른다.





















금요일이라서 너무 좋다! 시간이 너무 빨라서 좀 야속하긴 하지만, 책상 위에는 친구가 보내준 호두떡도 있고(히히) 직장 동료가 준 초콜렛과 빵도 있다. 언제든 정원 문을 열고 나가 좋은 날씨를 몸에 직접 받을 수도 있다. 날씨가 좋아서 다 좋은가보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책을 몇 권 사고 싶지만, 그건 월급날까지 꾹 참아보기로 한다.





















그럼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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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5-2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면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예가 의외로 드물던데, 다락방님 책꽂이 책들은 정리가 잘 되어 있네요.
주말 날씨가 좋다던데, 좋은 일 팍팍 생기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0-05-29 09:34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렇지도 않아요. 그래서 사진 작게 올린거에요 ㅠㅠ
전집 같은 경우는 그것들끼리 꽂아놓으면 되니까 괜찮은데 다른건 엉망이에요. 날잡고 정리해야지, 하고 책 다 뺐다가도 얼마 안가 아 짜증난다 그러고 다시 막 꽂아요 ㅋㅋ 그래서 뭐랄까, 막 꽂혀있답니다. 후훗.

날씨가 좋아서 너무 좋아요, 나인님. 날씨가 좋으면 왜 기분도 좋은지 모르겠어요. 나인님도 오늘 그리고 주말도 모두 즐겁게 보내셔요! 저는 나인님과 이렇게 오래오래 알라딘에서 만나는게 정말 좋아요.
:)

잠자냥 2020-05-2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크게 올려주시지 책 구경 좀 하게 ㅎㅎㅎ
초라하고 간단한 술상이라는 말에 사진 보고 으응????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햄버거 먹고 싶게 곶통..... ㅋㅋ

다락방 2020-06-01 08:29   좋아요 1 | URL
책장이 정리가 안되어있고 말입니다 좀 지저분해서 ㅋㅋ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심하게 부끄럽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치킨과 너겟뿐인데 초라하지 않습니까? 왜 이 사진을 본 제 친구도 그렇고 ‘너에게 초라함이란 대체 무엇이냐‘ 제게 되묻는걸까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월요일입니다. 기운내서 열심히 일합시다.
그나저나 제가 오늘도 잠자냥 님에게 땡투를 드린다는 댓글을 달고 왔는데, 보셨을까요? 으하하하.
부자 되세요, 잠자냥 님!

잠자냥 2020-06-01 09:29   좋아요 0 | URL
그 땡투 얼른 취소하세요!!! 사면 안돼~~!!!!

다락방 2020-06-01 09:34   좋아요 0 | URL
아이참 ㅋㅋㅋㅋ 잠자냥 님의 절작한 외침 ㅋㅋㅋ 앱접속 적립금이 10시에 들어온다고 해서 아직 주문 전이었어요 ㅋㅋㅋㅋㅋ아이참 사고싶은데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6-01 09:36   좋아요 0 | URL
휴 다행이에요. ㅋㅋㅋㅋㅋㅋ 다른 책 사세요 ㅋㅋㅋㅋ

blanca 2020-05-29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회사 정원 사진 캬. 다락방님의 금요일 페이퍼를 읽으니 그 기분좋음이 저한테까지 전해져오네요. 이제 저는 책을 빌려 읽기로 했는데 흑, 낡은 책 상태가 책을 넘길 때마다 사람을 절로 우울하게 만드네요. 왠지 찝찝하기도 하고...새책의 중독성은 정말이지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네요.

다락방 2020-06-01 08:30   좋아요 0 | URL
이토록 좋았던 기분은 사라지고 어느덧 괴로운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도대체 뭘까요, 블랑카님? 하하하하하.
저는 여름이 너무 좋아요! 더운 날씨도 좋고요, 초록초록한 잎들도 너무 좋아요! 살랑살랑 바람 불 때도 너무 좋구요! 우리 날씨 좋을 때마다 행복해하면서 잘 지내봅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책읽고 글쓰면서 이곳에서 만나요!

수이 2020-05-2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책장 완전 근사해요. 너무 근사해. 날씨도 좋고 와인 사진도 좋고 덩달아서 기분 업업되어 하루 시작해요. :)

다락방 2020-06-01 08:31   좋아요 0 | URL
취향의 일치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수연님. 수연님과 저는 페미니즘 책과 와인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저 보통의 사진을 근사하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후훗.
월요일이지만 우리 계속 좋은 기분으로 또 보내봅시다,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0-05-2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풍경이 막 우리집 같고 심지어 이케아 책장 똑같은 거 우리집에 있어서 깜짝...

다락방 2020-06-01 08:32   좋아요 1 | URL
회사 임원실에 저 책장 있는거 보고 어디서 샀냐고 물은 뒤에 저도 주문한 거랍니다. 이케아 물건은 저게 유일해요, 저는 ㅎㅎ 하나 더 사서 해놓고 싶은데 이젠 둘 공간이 없어요. 그나저나 책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서재 풍경을 가지는가 봅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진행중인 멤버들은 항상 우리가 같이 읽는 책이 무겁다고 저마다 고충을 토로한다. 한 멤버는 그간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제 구매해서 독서대를 사용해야겠다고 얘기한다. 나의 경우 독서대가 있고, 아주 요긴하게 사용중이다. 같이읽기 도서를 까페에 가서 읽으려고 하면 반드시 독서대도 가져간다. 테이블에 두고 읽으면 모가지가 너무 아프고 들고 읽으면 손목이 나가버림...

다들 이게 너무 무거워서 이북으로 읽으면 어떨까도 생각해보지만, 그런 단계를 거치면 다시 같이읽기 도서만큼은 종이책으로 결론이 난다. 두꺼운 책은 이북이 편할 것 같지만 어쩐지 또 뒤에 조금씩 남는게 줄어드는 걸 보는게 짜릿한 기쁨이 있어...

그렇게 오늘도 한 멤버는 흑인페미니즘 사상을 들고 출근을 했고 한 명은 들고 다니느라 어깨가 빠질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서 백팩에 넣고 다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다들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할까... 우리는 왜 이러는걸까. 도대체 이 무거운 책을 왜 굳이 같이 읽겠다면서 어깨 아프고 모가지 아파가며 들고 다니는걸까. 5월에 흑인페미니즘 사상 함께 읽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 7명인데 그중 5명이 완독했다. 근사하지 않은가.


















위의 도서들이 차례대로 6월-9월까지의 도서들인데, 7월의 《스트레이트 마인드》는 아니 글쎄, 페이지수가 228 밖에 안되는거다. 보통 같이읽기 도서는 기본적으로 400페이지가 넘고 500-600 에 이르는데, 기존에 읽어온 건 천 페이지 넘는 것도 있었고 막 700,800 그랬는데 스트레이트 마인드는 228밖에 안돼. 고작! 228이라니!!



오늘 저마다 어떤 도서가 가장 기대되는지 얘기했다. 한 명은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고 나는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빨리 읽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는 에코페미니즘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6월 도서인 에코페미니즘을 벌써!!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선행학습.. 아무튼 이런 얘기들 가운데 내가 스트레이트 마인든의 빈약한(!) 쪽수를 확인하고,


"한 권 더 할까요?"


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의 원성이 자자해졌다. 왜 쉬엄쉬엄 가지를 못하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진심이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빵터졌네.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228 너무 약한데, 흐음, 한 권 더갈까, 이렇게 되어서 말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 쫓겨날 뻔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분 미안해. 내가 여러분 쉬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228페이지 7월에 우리 맘껏 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7월 도서 멤버중 한 명의 추천이었는데, 빅픽쳐..있었던건가... 쪽수 작은거 밀고 좀 쉬자, 이런 마음 있었어요,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오늘 멤버들에게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서 미안합니다, 라고 말했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욕심이...똥구멍.... 욕심은 넘나 나의것인것을....나는 왜이렇게 됐을까.




멤버중에는 저 도서들을 미리 다 구매한 친구도 있는데, 요즘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 역시 그렇다. 무거운 종이책 백팩에 넣고 메고 다니면서 밑줄 긋고 메모도 하고 생각도 하고 글도 쓰면서, 아아, 공부총량의 법칙은 정말 있나보다 싶고, 내가 어린시절에 이렇게 공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수차례 생각했다. 중,고등학교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나 명문대 갔을텐데. 명문대 갔으면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아니, 중고등시절이 아니라 대학때라도 그래. 나는 여대를 다녔는데 그때 강의를 들으면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수업듣고 공부하고 그랬다면 대기업에서 겁나 높은 연봉 받고 다니지 않았을까... 지금 하는 것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공부에 쏟았다면 내 미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남동생은 나에게 '지금이 누나의 최선이야' 라고 말한다. '누나가 가질 수 있는 자아가 여러개인데, 지금 있는 자아가 누나가 가진 가장 최상의 자아야' 라고. 그러면 또 그런가...한다. 아무튼.




지금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고 있다. 오만년전에 읽고 사정상 다시 읽고 있는데, 와, 할 말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이건 다 읽은 후에 따로 페이퍼 쓸 예정이다. 읽으면서 깨달은 건, 나보코프는 아동성애를 부추키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도 아니고, 아동성애자들의 변명을 해주기 위해 쓴 것도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고 참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롤리타에 대해서 그리고 소설에 대해서 아주 할 얘기가 많아질 것 같다.























어제는 업무적으로 매우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멘탈이 찢어졌다. 이 회사에서만 벌써 18년째 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트레스도 있고 멘탈이 나갔다 들어올 때도 있다. 나는 내가 나를 먹여살려야 하는 처지고 그러니 노동은 나에게서 앞으로도 오래 떨어지지 않을텐데, 노동에 이런 스트레스는 꼭 필요한 것일까. 노동에 대해 어제 오래 생각했고, 집에 돌아가는 길도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도 몹시 지쳐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일어나 출근하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소한 수다를 떨면서, 어제의 멘탈 찢어짐은 '과거'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웃으면서 얘기했고, 어쨌든 스트레스도 지나갔다. 물론, 다시 찾아오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명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진실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그리고 또 내일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토요일의 파티를 기다린다. 누군가의 집들이에 가기로 했는데, 저마다 무언가 가져오기로 했다. 와인과 막걸리와 치즈와 명란젓과(응?)... 이런것들을 가지고 친구네 집에 방문한다는 생각에 몹시 짜릿하다. 우리는 돈을 모아서 피자도 치킨도 모자라지 않게 시켜둘 것이다. 너무 짜릿해! 내 제안으로 떡볶이도 배달시키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삶은 이토록이나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기대의 연속이다.

나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더 행복하고 싶고,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도 너무나 잘 아는데 그건 내 의지만으로 되는게 아니라서 또 좀 슬프다.



덧) 내게는 이케아에서 사서 조립한 책장이 있고, 그 책장은 페미니즘 책들로만 채워졌는데, 다음번에는 그 책장 사진을 올리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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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5-28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세게 읽는 것에 진심인 편....

단발머리 2020-05-28 13:55   좋아요 1 | URL
그 진심 알아차리는 편...

다락방 2020-05-28 14:03   좋아요 1 | URL
말려줘서 사실 좀 고마워하는 편....

단발머리 2020-05-28 14:31   좋아요 1 | URL
담에 기회되면 또 도전할거라는 걸 알고 있는 편...

비연 2020-05-28 14:32   좋아요 1 | URL
두 분 대화를 다 알아듣는 편...

단발머리 2020-05-28 14:33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센스 많은 편...

다락방 2020-05-28 14: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5-2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다섯명 완독! (울고 있는 독서쪼렙)
만원 지하철이여, 나에게 출근길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허하라! (저 진짜 맨날 들고 다니는데 퇴근길에 열페이지 읽는게 다여서 걱정 ㅠㅠㅠㅠㅠ.. 미 완독자 파티 참석 가능할까요?)

다락방 2020-05-29 07:41   좋아요 0 | URL
쟝쟝님, 아시겠지만 완독자가 여섯명이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면 쟝쟝님이 넘나 부담이 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인 페미니즘 사상 - 지식, 의식, 그리고 힘기르기의 정치 여이연이론 18
패트리샤 힐 콜린스 지음, 주해연, 박미선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2020년 1월-5월까지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들 중 가장 좋았다. 나는 흑인이 아니고 흑인으로 살아본 적도 없지만 흑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에 대해 토로하는 작가의 글이 무슨 말인지 다 알겠더라. 흑인 여성들의 말과 글 그리고 블루스를 인용한 게 특히 좋았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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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마리아 미스'와 '반다나 시바'의 책, 《에코페미니즘》입니다. '마리아 미스'라면 이미 3월에 만난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로 몇몇 멤버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주었는데요, 그 마리아 미스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존 멤버들은 자동 참가고요,

참가하실 분들은 참가한다고 댓글 적어주신 뒤에 해당 책을 해당 기간 안에 완독하시고 틈틈이 글을 적어주셔야 합니다.

해당도서에 대한 참가글을 적을 때는 말머리에 제목으로 [에코페미니즘] 붙이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참가하고 완독했다고 해서 어떤 상품이나 수료증 같은 건 전혀 없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완독했다는 기쁨 그리고 성취감..은 얻어가실 수 있습니다.


그럼 이만...


6월에 만나요, 여러분!



덧) 마침 이런 기사가 있어 가져왔어요.


7인의 석학에게 미래를 묻다:반다나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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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28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책이라, 페이지수의 압박은 있으나 (500페이지가 넘는다죠..;;)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에요.
완독의 기쁨. 이건 함께 누릴 때 더 커지는 것 같다는. 저도 슬슬 시작해봐야겠어요.. (선행의 바람..ㅎㅎ)

수이 2020-05-28 09:15   좋아요 0 | URL
선행한 자가 이렇게 또 크나큰 파동을 불러 일으키고...... 크크크

다락방 2020-05-28 14:03   좋아요 0 | URL
아놔 이사람들... 선행에 불붙어버렸다. 불지핀 자 누구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0-05-2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 읽으러 쓩~~ 저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읽고 진짜 망치로 머리가 깨지는 듯한 그런 울림을 받아서 에코 페미니즘 진짜 기대가 커요. 두근두근_ 이제 선행하러 가야지

단발머리 2020-05-28 09:24   좋아요 0 | URL
선행금지! 선행금지!
수연님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다락방 2020-05-28 14:03   좋아요 0 | URL
수연님 책장에 페미니즘 책들을 차곡차곡 채워봅시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