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린, 있잖아. 요전 날 밤에 통화할 때, 나 자신을 위해서 아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었지?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행복하면서도 지쳐 보이는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내 인생에 들어와서 나와 결혼할 어떤 새로운 사람을 말이야. 내가 전에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 아일린이 불쑥 끼어들어 덧붙였다. 그리고 아주 아름다워. 더 어린 여자라고 했던 것 같아. 지나치게 똑똑하지는 않지만 다정다감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환상적인 여자인 것처럼 들려. 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네 주장의 요지로 미루어보면, 너랑은 다른 사람인 이런 아내를 내가 얻으면...... 아일린이 분한 척하며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그래, 확실히 나는 아니야. 우선 첫째로, 내가 훨씬 더 많이 책을 읽었어. 반사적으로 계속 미소를 지으며 그가 말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일단 내가 그녀를 찾으면, 누가 됐든, 너와 내가 여전히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그때 그녀는 마치 그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려는 듯 소파 쿠션에 등을 기대며 편히 앉았다. 잠시 머뭇거린 후 대답했다. 아니, 그녀를 찾으면 나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애초에 나를 포기하는 게 그녀를 찾기 위한 전제 조건일지도 모르지.

그가 말했다. 내가 추측한 대로군. 그렇다면 나는 결코 그녀를 찾지 않을 거야.

깜짝 놀라서 두 손을 번쩍 쳐들며 아일린이 말했다. 사이먼, 진지해져봐. 이 여자는 당신 영혼의 동반자야. 하느님이 당신을 위해 이 땅에 보내준 사람이라고. -p.191
















아일린과 사이먼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 좋은 친구이다. 아일린은 여성이고 사이먼은 남성이고 둘다 이성애자이지만 서로를 친구라고, 그들의 관계를 우정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이먼은 현재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했고 아일린은 얼마전에 함께 살던 남자친구랑 헤어졌다. 그 전의 연애들도 서로 알고 있고 그러니까 그 전에, 훨씬 더 전에 아주 어릴 때부터 그들은 이웃에 살며 친구가 되었다. 사이먼이 아일린보다 다섯살 나이가 더 많긴 하지만, 사이먼은 아일린에게 '내가 약속할게. 너랑 나는 우리의 남은 평생 동안 친구로 지낼거야' 라고 진작에, 아일린이 열다섯살일 때 말한 적 있다. 그리고 지금, 아일린이 스물아홉살인 지금까지 그 말을 잘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나서 사이먼이 일 때문에 파리에 거주했을 때, 그 때 아일린은 파리로 가 사이먼과 섹스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사이먼을 찾아가 섹스를 하기도하면서, 그러면서 그에게 '너에게 아내가 있는 상상을 한다'고 말하는거다. 구체적으로 그녀가 어떨 것이다, 라고 말해주면서. 그리고 섹스를 나누고 난 직후도 그들은 사이먼의 미래의 아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거다. 


그러니까, 이 심리는 뭘까. 내가 힘들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고 나의 단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섹스를 나누면서, 그런데 그것을 우정이라 말하는 이 심리. 그런데 너는 다른 아내를 찾게 될거라는, 방금 섹스를 나눈 나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그렇게 말하는 그 심리 말이다. 사랑과 우정을 섹스의 유무로 갈라야 하는걸까? 섹스를 하면 사랑이고 섹스를 안하면 우정일까? 나랑 섹스를 하지 않은 남자 사람과 나누는 것은 나에게 무조건 우정일까? 내가 섹스를 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걸까? 그러니까 처음엔 아일린과 사이먼의 이 관계에 대해서 나는 도대체 우정이란 무엇인가, 이 우정은 도대체 어떤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누가 봐도 사이먼을 지독하게 사랑하는게 뻔히 보이는데, 그런데 사이먼에게 아일린은 우정을 자꾸 얘기하고, 사이먼이 아일린을 아끼는게 뻔히 보이는데 그들은 서로를 연인이라 칭하지 않고 가상의 사이먼 아내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는거다. 


왜그럴까?

도대체 왜 그러는걸까?


나는 그것이 아일린의 사랑에 대한 확신의 유무라고 보았다. 그러니까,

아일린은 자신의 사랑은 확신한다. 사이먼에 대한 자신의 사랑. 그러나 사이먼의 자신에 대한 사랑은 확신하지 못한다. 내가 아내를 찾아도 너랑 친구로 지내는게 가능하냐는 물음에 아마 그건 불가능하갰지, 라고 말하고 그렇다면 차라리 아내 찾기를 포기하겠다는 사이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고, 진지해져보라고 하는거다. 아일린에게는 사이먼의 말이 왜 닿지를 않을까? 왜 자신은 사이먼을 짝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 사이먼도 그렇다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듣지를 않는걸까? 이 책 전반에 걸쳐 앨리스와 아일린 모두 상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확신하면서 자신에 대한 상대의 사랑은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그를 사랑해, 그런데 그는 아니지. 뭐 어쩔 수 없지, 의 태도로 일관한달까. 내가 사랑하니까, 가 전반적으로 몸에 배어있는거다. 


누군들 사이먼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평생 원해왔던 사람이 바로 사이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아일린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 어쩔 수 없이 아일린이 되어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건, 나야말로 사이먼을 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다.


아일린이 그런것처럼, 나는 데이트를 하고 연인이 된 후에 남겨지는 건 이별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과는 그래서 사귀고 싶지 않았다. 연인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연인 사이가 되면 분명 헤어짐이 올것이고, 그러면 다시는 보지 않는,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된다는 것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사귀는 건 헤어짐이 별로 타격 없는 정도로만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사귀지 않고 우정을 유지하는 쪽으로 지내자고 늘 마음 먹고 살았던거다. 


그런데 사실 삶은 그렇게 내뜻대로 굴러가지는 않는 법이다.


내가 당신 아내라면 우리는 친구 사이가 아닐 거야. 그가 나른하게 한쪽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가 햇빛을 쬐어서 주근깨가 가뭇가뭇한 자신의 가느다른 팔을 빤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친구들끼리 관계를 맺게 되는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 줄곧 생각해봤을 뿐이야. 그런 관계는 대게 안좋게 끝나곤 해. 내 말은, 사람들이 데이트를 하면 어떤 경우에도 당연히 다 그렇다는 거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그 사람의 번호를 차단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 그런데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당신 번호를 차단하고 싶지 않아. -p.327



내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번호를 차단하고 싶지 않았고, 그 사람과 연락을 언제까지고 이어가고 싶었고,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이에 있어야 하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한거다. 섹스를 하지 않고 연인이 되지 않고, 가끔 연락하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산다면, 그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런 사람, 나의 사이먼이 된다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살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우정으로 남겨두고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삶. 내가 다른 사람하고 연애해도 사이먼은 계속 그자리에 있을테니까. 그렇게 잘 살아오고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어느날, 이 사이먼이 내게 연애를 하자고 한거다. 아니야, 나는 싫어. 나는 있잖니, 연애한 뒤에 헤어지는게 너무 싫어. 그러면 그 관계가 끝나버리잖아. 나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는 친구를 하고 싶어. 그러면 언제까지고 계속 알고 지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는 한 번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한 번 해보자고 했던거다. 


나는 고민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이 사람이 너무 좋은데, 사귀었다가 잃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하자는대로 하고 싶다. 그래도 될까? 

나는 그와 연인이 되었다. 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연인이 일치하는 순간이었고, 내 연애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주변에서도 나를 보면 정말 행복해보인다고 좋아보인다고 했다. 그는 나의 연인이면서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 제이슨 므라즈는 가장 좋은 친구와 연인이 되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를 노래한 적이 있는데, 나 역시 그랬다. 내가 바로 그런 운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고나서 너무 타격이 커서 한달을 매일 울었다.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진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혼자 꺼이꺼이 울면서 울부짖기도 했다. 거봐, 내가 안사귄다 그랬잖아. 그러면서 엉엉 울었다. 안사귀었어야 되는데, 사귀지 않았으면 헤어짐도 없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계속해서 원망스러웠다. 그러게 그냥 친구로만 뒀어야지, 왜 연인이 되어서. 그렇게 한달을 내내 울었다. 걷다가 울고 산에 가다가 울고 지하철 안에서 울고 사무실 안에서 울었다. 



그리고 몇개월 후,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친구로 만났다. 그리고 우정을 나누기로 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조금이라도 성적인 기미가 끼어들지 않도록 내가 조심하고 내가 조심하는 걸 상대가 느끼고 상대가 느끼고 있다는 걸 내가 느꼈다.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서, 그는 내게 당신 정말 괜찮겠냐고 물었더랬다. 나는 기꺼이 친구를 선택했다. 다시는 그랑 헤어지는거 하고 싶지 않아. 가슴 아플지언정 그가 다른 여자랑 사귀는 걸 보더라도 그의 옆에 있는 쪽을 택할거야, 그의 번호를 차단하지 않고, 그가 내 번호를 차단하지 않고, 이 세상에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평생 알고 싶어.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친구할래. 그리고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다 내가 알게 해줘.

그거 사귀는거잖아.

알았어, 그러면 굵직한 것만 알게해줘.


그렇게 나는 그와의 우정을 택했다. 이것만 잘 가져가면, 그러면 되었다. 이번에 다시 이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왔으니 놓치지 않을거야. 친구로 두면 된다. 


아일린이 그 이름을 따라 불렀다. 캐럴라인. 그게......?

사이먼이 만나는 여자야. 폴라가 말했다.

아일린은 이제 가까스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응, 우리는 만난 적 없어.

해나는 와인을 한 모금 삼키고 말을 이어갔다. 아, 정말 괜찮은 여자야. 너도 그녀를 아주 좋아하게 될걸. 피터, 당신은 그 여자 만나봤지? -p.238



아일린은 파티에 갔다가 참석한 사람들이 사이먼이 만나는 여자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 여자의 이름은 캐럴라인 이란다. 아일린의 마음은 부서진다. 며칠전에 나랑 섹스했는데, 그런데 오늘은 그 남자가 만나는 여자에 대해 듣게 되다니.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한 아일린은 인사도 없이 파티장을 나선다. 사이먼은 따라 나와서 데려다준다고 하는데, 아일린은 화가 나서 그가 만나는 여자에 대해 언급한다. 그런데 사이먼은 이미 말했던 터다. 나 만나는 여자 있다고 얘기했잖아. 그래, 안다, 아는데, 너무 화가 난다. 왜 화가 나. 왜? 친구라면 화내면 안되는거 아니야? 내가 친구하자고 했잖아. 그런데 왜 그가 만나는 여자 있다는 거에 화가나. 심지어 속인 것도 아니야. 그런데 너무 화가 난다. 너무 화가나고 속상해. 미치겠어. 나는 아일린이 되어서 사이먼이 밉다. 사이먼이 너무너무 밉다. 혼자서 개새끼라고 욕을 했다. 그런데, 그가,


정말 개새끼야?

그가 개새끼인게 맞아?



사이먼은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저기, 네가 화난 건 이해하지만, 그게 완전히 공정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 -p.242


맞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 아일린이 내내 우정을 말했는데, 그런데 왜 만나는 여자에 대해 화를 내? 나랑 섹스해서? 나랑 섹스했으니까 다른 여자랑 섹스하면 안돼서? 그러면 그거 연인인거 아니야?



내가 그랬다. 내가 친구하자고, 내가 감당한다고 하고서, 그가 만나는 사람 있다고 했을 때,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나는 애써 괜찮은척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났고 속상했다.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그는 나를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두고서 다른 사람하고 데이트를 한다는건 나에게도 그리고 그녀에게도 못할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친구라고, 나는 우정을 나눌 거라고 재차 거듭 말해놓고서, 그가 만나는 사람 있다는 말에 완전히 무너졌다. 밤새 한 잠도 못잔 뒤에, 다음날 아침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 친구 못하겠다고. 우리는 연락하지 않는 것이 맞겠다고. 이번에는 내 스스로 그를 떠나보내놓고 그리고 또 울었다. 남동생을 끌어안고 울었고 친구를 만나서 울었고 혼자서도 울었다. 나는 뭘 어쩌자는걸까.



일주일 뒤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받았다.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아 이젠 나도 모르겠어, 그냥 그가 다른 사람 사랑하는거 보면서, 그러면서 그냥 옆에 있을래,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몇마디 굳이 중요하지 않은 말들을 늘어놓은 뒤, 내게 말했다. 내가 왜 당신이랑 연락하면 안되는건지 모르겠어. 내가 여자친구 있다고 한것도 아니잖아, 만나는 사람 있다고 한거잖아. 그리고는 이내 덧붙였다.


그 사람 정리했어.



아일린은 사이먼을 사랑했다. 사이먼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사이먼도 자신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줄을 몰랐다. 그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그게 왜 그런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앨리스도 아일린도 그런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나는 그를 사랑해,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이런 확신은 어디서부터 오는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랬다. 나는 항상 너무나 당연하게 그와의 연애에 있어서 내가 그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내가 먼저 좋아하고 내가 더 많이 좋아해서 이 연애가 가능한거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냐면 사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그런데 아일린을 보고나서야, 사이먼이 아무리 말해도 사이먼을 짝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아일린을 보고 나서야, 그가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이 책속에서 다른 커플인 펠릭스가 앨리스에게 그런 말을 한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아. 우리는 서로를 똑같이 좋아하는 것 같아.' -전자책 p.180



나는 아일린이고 사이먼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 우정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아일린이 되어 만나는 사람 있다는 사이먼이 야속했는데, 그런데, 사이먼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던,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던 아일린이, 그러니까 내가 비로소 보였다. 그 역시도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은 왜 당신이 나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해?"


나는 나를 다시 보게됐다.

그동안 사이먼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사이먼을 원한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당연하게 깨달았던 건, 상처받기 싫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싫은 욕망이었다. 그런데 아일린을 보면서, 단순히 그 욕망만이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이제야 했다. 당신은 결혼하기 싫어하잖아, 라는 말을 그가 어떤 의도로 했는지는 내가 모른다. 당신은 왜 당신이 나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해, 라는 말 역시도 그가 어떤 의도로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내가 했던 말들은 그대로 그에게 닿았었다는 것이다. 나는 우정으로 당신을 평생 내 옆에 두고 싶다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성질을 내고 울었던 것도 결국은 내뜻대로 되지 않아서이잖아. 내가 원한건 그는 그대로 거기에 있으면서 나랑 관계를 유지하는게 아니었던가. 그러면서 내가 항상 당신 옆에 있겠다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혼하기 싫다고 하면서 나는 내 자유를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나는 자유로울 것이지만, 너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거기에 언제나 그대로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해. 결국 내가 했던건 그거 아닌가. 


나는 아일린이 이기적인 걸로 보였다. 그러니까 이기적인 나쁜년, 이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극도로 아끼는 사람. 그런데 그게 바로 나였다. 상대방의 말은 차단하고 내 말만 했었다. 상대방의 뜻은 무시하고 내 뜻대로만 하려고 했다. 그러다 내 뜻대로 안된다고 울기만하고, 그런 어리석고 이기적인 내가 그와의 관계 속의 나였다. 그와 헤어진지 아주 오래 지났는데 나는 이제야 내가 그 때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얼마나 내가 나만 생각했었는지가 보였다. 그리고 많이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결혼해야지, 라고 마음먹는건 아니고, 다만,

사이먼을 욕심내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나는 자유로울 것이면서 상대의 욕망에는 귀기울이지 않는, 그런 삶을 살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원했던건, 결국 상대방도 계속 싱글인채로 있는거였잖아. 맙소사. 

당신은 나를 잘 떠났다. 




아일린, 어떻게 하고 싶어? 우리가 진지하게 함께하기를 바란다면 캐럴라인과의 관계는 언제든 끝낼 수 있어. 기꺼이 그렇게 하겠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말이야. 하지만 네가 그걸 원하지 않고, 우리가 그냥 즐기면서 재미나 보는 거라면, 그때는 너도 알잖아. 독신이 너한테 더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내가 남은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 수는 없어. 나는 꼭,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그걸 극복해야 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어? 나는 그저 네가 뭘 원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야. -p.244


아일린은 얼굴을 찌푸린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괴로워 죽을 지경이라는 거야. 내 20대의 절반을 그 사람과 함께 보냈는데, 결국 그는 그냥 내게 질려버린 거지.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긴 거라는 뜻이야. 나는 그를 지루하게 했어. 어떤 면에서는 그게 나에 대해 무언가 중요한 점을 말해주는 것 같아. 그렇지? 틀림없어. - P78

출장에 여자친구랑 동행하면 안 돼?
그가 말했다. 그녀는 내 여자친구가 아니야. 그냥 내가 만나는 사람일 뿐이지.
그 차이를 잘 모르겠어. 여자친구와 만나는 사람의 차이점이 대체 뭐야?
우리는 독점적인 관계가 아니야. - P80

그 환상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내가 파리에서의 너를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아. 그 순간 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듯했다. 잠시 후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오로지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불과해. 반사적으로 미소 지으며 그가 말했다. 음, 그러면 공평할 것 같은데, 안 그래? 하지만 아니야.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어. 우리 가까운 시일 안에 만날 수 있을까? 아일린은 좋다고 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평소처러 행동할게. 아무 걱정 마. - P91

사이먼: 지금 바빠?

두 개의 체크 표시가 아일린이 메시지를 봤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이내 말줄임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일린: 아니
아일린: 목욕을 하려고 했는데 동거인이 뜨거운 물을 다 써버렸어.
아일린: 그래서 그냥 침대에 누워서 인터넷 보고 있어
아일린: 왜?

텔레비전에서는 뉴ㅡ가 끝나고 일기예보가 방영되고 있었다. 노란색 태양 그림이 지도이 더블린 지역 위를 맴돌고 있었다. 사이먼은 다시 입력하기 시작했다.

사이먼: 여기로 올래?
사이먼: 뜨거운 물이 펑펑 나와
사이먼: 냉동실에는 아이스크림이 있고
사이먼: 동거인은 아무도 없어

몇 초가 지났다. 그는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화면을 주시했다. 머리 위에 있는 유리 전등갓을 덧쓴 천장 등의 전구가 화면 위에 비치고 있었다.

아일린: !!
아일린: 초대받으려고 유도한 거 아니야!!

사이먼: 나도 알아

아일린: 정말?

사이먼: 그래

아일린: 참 친절하네

사이먼: 뭐랄까, 원래 아주 친절한 성격이야 - P175

그녀는 우리가 일종의 슬픈 짝사랑이 얽힌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사실은 당신을 사랑하는데 당신은 심지어 눈치도 못 채는 그런 우정 말이야. 나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게 정말 싫어. 그 순간 그녀는 화면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어서 사이먼에게는 전체 얼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옆얼굴 일부만 보였다. 그녀의 광대뼈와 눈꺼풀 가장자리로 천장 등의 불빛이 하얗게 비쳤다. 그가 말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그 반대인 줄 알아. 텔레비전에서 고개를 돌리지는 안았지만 그녀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 P189

만약 하느님께서 내가 당신을 포기하기를 원하신다면, 나를 지금의 내가 되게 하지 않으셨을 거야.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한쪽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그녀가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우리의 우정을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군.
무슨 일이 있어도. - P191

나는 피곤했고 늦은 시간이었지. 택시 뒷자석에 반쯤 잠든 채 앉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어디를 가든 네가 나와 함께 있고, 그도 나와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너희 둘 다 살아 있는 한 이 세상은 내게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어. - P198

아일린이 말하는 동안 사이먼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앞쪽의 인도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맞아.
당신이 그녀를 모두에게 소개했는지 미처 몰랐어.
그가 말했다. 모두에게는 아니야. 우리랑 함께 두어 번 술 마시러 나간 적이 있는데, 그게 다야.
아일린이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세상에.
잠시 그들 중 어느 쪽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했잖아.
당신 친구들 중 그녀를 만나보지 못한 사람은 나뿐이야? 아일린이 물어보았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알지만, 나는 정말이지 모든 걸 올바르게 처리하려고 노력해왔어. 이게 그냥...... 알다시피, 이게 그렇게 간단한 상황은 아니잖아.
아일린이 거친 웃음을 터뜨리고 나서 말했다. 그래, 확실히 참 힘들겠어. 당신이 아무하고나 다 섹스를 할 순 없잖아? 아니, 그럴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곤란한 상황이 되겠지. - P242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이해하고, 죽 읽어나가면서 이해할 수 있을만큼 오랫동안 마음속에 새겨둘 때 많은 주체성을 발휘해야 해. 그것은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저절로 내게 전달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결실을 맺는 적극적인 노력인 것 같아. - P275

나한테는 이 세상에 단짝 친구가 고작 둘뿐인데, 둘 다 나 자신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재미있어. - P295

내 삶이 당신이 없다면? 세상에,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는 건 상상하기도 힘들어. 반면에 우리가 만약 그냥 친구로 지낸다면..... 그래, 우리가 함께 잘 수는 없지만, 서로의 삶에서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나는 상상도 못 하겠어. 당신은?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그래.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그녀는 도리질을 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 우리의 우정이 더 중요한지도 몰라.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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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9-06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근두근 콩콩~ 앤드류도 없는데 너무 알콩달콩, 쓴맛단맛 오색빛깔 무지개 같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님!

일단 저는 다 안 읽었구요. 아직도 80여쪽.... (왜냐하면 어제 책장 뒤져서 <친구들과의 대화> 읽느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이먼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사이먼은, 뭐랄까. 왜, 왜 이렇게 근사해요. 과하지가 않고 유머감각도 있구요. 그리고, 말을, 말을 그렇게나 이쁘게 하네요. (위에 인용문 참조) 저는 사이먼을 좋아하고, 사이먼을 욕망하는 아일린 마음을 알겠구요. 왜냐하면 아직 다 읽기 전인데 나도 사이먼이 맘에 들거든요. 근데, 두려워하는 아일린 마음을 쪼금은 알것도 같아요. 사랑은 이루어져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결국은 똑같지 않은가 싶어요. 저는 이게 인간의 유한성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노력하지 않는 한 말이에요. 장점은 단점이 되고, 열정은 식죠. 실망이 쌓여가고 권태가 찾아오죠. 노력해도 극복되지 않을 수 있구요. 내 마음을, 변해버린 내 마음을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흠결 없는 사랑, 주름 없는 사랑이 더 완벽한 사랑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저도 아일린인가 싶어요. 얼른 읽고 페이퍼 쓰기 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한테 달려가서 페이퍼 좀 내놓라고 말해야겠어요! 같이 가시지요~~

다락방 2025-09-06 17:14   좋아요 2 | URL
아일린이 이런 사이먼을 만났다는 것은 정말 인생의 큰 복이죠. 정말 아낌없이 마음을 주고 있잖아요. 게다가 마음을 주고 있다고 계속 말하고 행동으로도 보여주고요. 그러다가 만나는 여자 있다는 말에 저도 아일린처럼 무너져내렸지만.. 그런데 사이먼이 만약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면, 아일린이 말한것처럼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면, 그렇다면 아일린과 사이먼의 우정은 지속될 수 없었겠죠? 만약 그 우정이 지속된다면, 그건 사이먼의 아내에게 못할짓인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못할짓 하지말고 아일린은 사이먼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사이먼이 하는 말을 좀 들으라고요.
저는 모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편인데, 저는 그동안 제가 가슴 아픈 사람들에게 연대해서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책 읽고 아일린 만나면서, 제가 원하는 건 사실 저 마음 깊은곳에서 ‘이루어지지 않는‘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루어지고 싶지 않았던거에요, 저는. 누군가에게 잡힐까봐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착한 사람도,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던거죠. 하하하하하. 샐리 루니가 저를 완전히 궤뚫었어요!!

단발머리 님 어서 읽고 페이퍼 써주세요. 단발머리 님의 명을 받들어 방금 독서괭 님께도 조르고 왔습니다. ㅋㅋ

저 영어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메일 부분은 대충 그냥 넘기고 있어요. 너무 어려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9-06 22:29   좋아요 1 | URL
여기서 두분 손잡고 오신 거였어..

다락방 2025-09-06 23:15   좋아요 0 | URL
네, 저희가 손을 잡고 갔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08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 작품 읽을 때 전 등장인물들 중에 하나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더라고요.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 보니, 다들 하나같이 이기적인 캐릭터라 나만 아프고 상처받았고, 그래서 또 상처받기 싫어서 겁부터 집어먹는 징징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중2병 징징이들이랄까... ㅋㅋㅋㅋ 이 책에서도 아일린 때문에 여러 번 복장 터져서 아 난 이런 애 못 사귀겠다 절레절레 한 적이 여러 번이거든요. 상처받기 싫어서 이기적으로 굴면서 상대는 계속 자기만 바라봐주길 바라는.... 그런 심뽀가 어딨어요! ㅋㅋㅋㅋㅋ “도대체 날 더러 어쩌라고!” 버럭 성질내고 전 영영 떠났을 거 같아요. 그렇다고 저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사이먼도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사이먼도 그 나름대로 비슷한 이기적인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아일린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정작 그녀를 일상의 자질구레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봐요. 그냥 섬처럼 두고 가끔 리프레시하는 상대로 제격이었던 게 아닐까.

근데.... 다락방님이 아일린 같은 면이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다행입니다. 우리가 친구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를 좋아할 땐 상처도 고통도, 아픔도 다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행복하기만 한 관계가 어디 있겠습니까... 근데 샐리 루니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은 그게 무서워서 다들 징징대면서 피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 작가의 작품 속 로맨스에는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아 그냥 널 던지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야 후회도 미련도 없습니다. 알겠죠? 아일린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8 11:40   좋아요 1 | URL
저는 사이먼의 경우는 잠자냥 님과 좀 달리 보는데요. 사이먼은 자기식대로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아일린의 의견을 계속 존중했다고 보고 있어요. 일례로, 사이먼이 아일린에게 ‘네가 독신이 잘어울린다고 해서 나도 계속 독신일 순 없어‘ 라고 말하는 지점이었죠. 저는 상처받기 싫어 자기를 모두 던지지 않는 제 성격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건 제가 인정하던 부분이었고요, 그것을 딱히 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읽다가 ‘이기적‘이라고 깨달은 부분은, 상처받기 싫다고 말하면서 나를 다 던지지 않는 지점이 아니라, 상대가 내 옆에 언제나 있어주길 바라면서 그러나 내가 상대에게 매이기는 싫었던 바로 그 지점이었어요. 아일린의 독신은 바로 그런 이기적인 증거였고, 그러면서 사이먼이 여자 만나는 걸 싫어하잖아요. 그때 사이먼이 얘기한거고요.. 너에게 독신이 어울린다고 해서 나도 독신일 순 없어, 라고요. 저는 그 때 완전히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저의 이기적인 면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고 보거든요. 너에게 매이고 싶진 않지만 너는 항상 내 옆에 있어야해, 아니 나는 네 옆에만 있지는 않을건데 너 다른 여자 만나지는 마, 그런데 나를 제일 좋아해야해, 라는 거요. 저한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제가 아일린을 보고 알았어요. 아일린이 저에게 자기 객관화를 시켜줬어요. 그 지점에서 반성했습니다. 물론, 잠자냥 님 말씀대로 제가 저를 다 안던지는 것도 맞고요. 저는.. 다 못던지겠어요. 그건 못던지겠어요. 그래서 저는 다 던지고 사랑을 쟁취하느니, 차라리 사랑을 안하겠다 쪽으로 가는것 같아요. 계속 사이먼을 원하면서 살 순 없으니까요.

사이먼이 좋았던 지점은 사이먼 같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데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어느 순간까지는 사이먼처럼 해주다가 결국은 돌아서는게 대부분이고 그게 자연스럽지요. 사이먼은 그야말로 한결같았고 그렇기에 좀 독보적인 캐릭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가 됐든, 제가 이기적인 건 맞습니다. 그리고 저같은 이기적인 사람은 사실 좋은 연인이 되기 힘들고요. 역시 혼자가 맞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나 혼자 울고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9-08 11:54   좋아요 1 | URL
네, 말씀하신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일린이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는 희생 1도 안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 그대로 자기만 바라봐주길 바라는 그 심뽀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러면서 자기희생은 하나도 하지 않을 수가 있지요? 시간이든 에너지든... 상대하고 맞추다 보면 결국 어떤 부분은 희생하게 되는 게 (할 수밖에 없는 게)사랑인 것 같습니다.

다락방 님은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싶지 않아서 연인 관계에선 좀 이기적이었던 것 같고요...

다락방 2025-09-08 19:54   좋아요 0 | URL
이게 그렇잖아요. 만약 제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군가 저에게 ‘너는 이기적이야!‘ 라고 했다면 제가 발끈했을 것 같은데, 제가 저같은 사람을 딱 보고나서 ‘허..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이기적인게.. 내 모습이네‘ 를 깨닫고 나니까 와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간 내가 했던 말, 들었던 말, 했던 행동들이 생각나면서 참 뼈아픈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같은 사람은 연애를 하지 않는게 상대를 위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에도 하긴 했찌만, 지금은 더 커졌습니다.

저의 이런 이기적인 면-아일린과 비슷한- 이 저에 대해 많은 걸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길지 않은 연애만 반복했던 것, 베스트 프렌드가 없는것, 모두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5-09-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한가지 궁금한 건... 사이먼이 아일린 교묘히 그루밍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사실 아일린이 미성년자때부터 만난 사이잖아요...? 윤리 다락방이 발끈했을 법도 한데....

다락방 2025-09-08 19:54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그루밍 생각을 전혀 안했거든요? 그래서 잠자냥 님 이 댓글 읽고 그루밍의 흔적이 있었나? 하고 돌이켜봐도 그루밍했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오히려 아빠나 친오빠처럼 보살피려는 욕망이 더 강했다고 생각해요(언니한테 맨날 당하는 동생 보기 괴로웠달까요). 사이먼 개인의 어떤 욕망이 있었다고해도 사이먼은 아일린이 미성년자일 때 절제를 잘 했고요. 아일린 열다섯살 때 키스할뻔한 위기가 있었잖아요. 아일린이 하고 싶어해서. 그 때도 사이먼은 하지 않았어요. 사실 대부분의 남성의 경우 이럴 때 키스정도는 했을것 같은데 그때도 하지 않는 드문 사람이었죠. 그리고 성인이 되어 아일린은 다른 남자랑 첫섹스를 하고 사이먼은 사이먼대로 자기 연애를 하고, 사이먼과 아일린이 서로와 섹스를 했을 때는 이미 아일린이 성인에다가 다른 섹스를 한 뒤였고요. 저는 그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이먼이 첫 섹스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도요. 우리 나라 남자 작가가 썼다면 사이먼은 분명 아일린의 첫 섹스 상대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그리고 저는 어떤 면에서는 사이먼과 아일린이 좀 헤맸다고도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그들만 놓고보자면 필요했다고도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알라딘에 페이퍼를 쓰고 있거든?

클락키 스타벅스에 와서 말이야. 그런데,
좀전에 옆자리에 남자가 한 명 앉았는데.. 향수 냄새가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 ㅠㅠ
너 무슨 향수 쓰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어 죽겠는데, 국제적 오지라퍼가 되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문다.

하-

그럼 다시 내가 글 쓰던 걸로 돌아갈게.

하-

정신 사나워서 페이퍼를 못쓰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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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9-0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어봐요!!
가기 전에~~~
익스큐즈 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6 16:41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정신 사납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6 16:46   좋아요 1 | URL
JEAN PAUL GAULTIER Le Mâle EDT 이거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글해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 lot of type 이 있기 때문에 구글링해야 한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알려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가버렸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5-09-06 16:46   좋아요 0 | URL
와!!! 친절하기도 하셔라! 여자도 쓸 수 있는 향이에요? 딱, 남자향이다! 이런 거 아니구요? (검색 중)

다락방 2025-09-06 16:47   좋아요 1 | URL
이거 저도 써볼까 싶긴했지만 너무 남자가 느껴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6 16:49   좋아요 1 | URL
이 향수가 섹시해서 panty dropper 라는 별명을 갖고 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미치겠다. (이건 방금 네이버 검색했어요)

단발머리 2025-09-06 16:58   좋아요 1 | URL
별명이 과한 면이 없지 않지만지만.... 저도 그 향을 맡아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6 17:01   좋아요 2 | URL
일단 제 경우로만 보자면 저 별명이 정말 딱이라고 생각합니다. 향수도 뿌리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텐데, 정말 딱 그 별명에 맞는 향으로 만들어버리는 비쥬얼이기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버렸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렇게 생겨서 저런 향수 뿌리고 다니는거 진짜 반칙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5-09-06 17:33   좋아요 1 | URL
으악 물어보셧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댓글을 이제봤습니다!!!

은오 2025-09-06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어보시지..... 향수 덕후들은 모르는사람이 향수 뭐냐고 물어보는거 엄청 좋아하는데........ 그걸 향따당했다라고 하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번따 말고 향따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6 17:51   좋아요 1 | URL
물어봤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향수가 엄청 남자남자한데 제가 사서 방에다 좀 뿌리고 그러면 변태같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은오 님 안녕? :)

햇살과함께 2025-09-06 21: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은오님 반가워요~
 

오늘 아침 학교가는 지하철에서 잠깐 모닝톡 해주고 이제 책 좀 볼까 했더니 벌써 내려야할 역이다. 도대체 나 지하철에서 얼마나 있는거야? 확인해봤더니 10분.. 이었어. 하- 모닝 독서 불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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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9-04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학시간이 너무 짧아 불만인 독서러여…

다락방 2025-09-04 09:49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ㅠㅠ 사이먼 만나는 여자 있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5-09-04 09:49   좋아요 0 | URL
사이먼 얘기하는 단톡방 만들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5-09-04 09:49   좋아요 0 | URL
만나는 여자 있는데 아일린하고 막 섹스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25-09-04 09:50   좋아요 0 | URL
개새끼인데 놓기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5-09-04 09: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9-04 09:52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만나는 거 이미 아일린한테 고지는 했으니.. 전반적으로 봤을 때 개새끼는 아니니 안심하고 보세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4 09:5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다 읽었어요? 저는 너무 가슴이 찢어져서 지금 수업시간인데 집중이 안돼요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5-09-04 13:48   좋아요 0 | URL
전 다읽었습니다. 영어로 읽어 얼마나 이해했는지 미지수입니다만🙄

단발머리 2025-09-04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반적으로 봤을 때 개새가 아니라면, 전반적인 개새는 또 무엇일까요? ㅋㅋㅋㅋ저, 어제 사이먼 만났는데, 아직 별일이 없었어요. 많이 못 읽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려봐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4 12:23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 님, 읽다보니 제가 개새끼.. 였어요. 하아- 이건 제가 조만간 페이퍼 쓸게요. 아일린에게서 나를 본다… ㅠㅠ

단발머리 2025-09-04 13:04   좋아요 1 | URL
기대되네요. 우리의 공통질문은 이게 나인가?😧😳

독서괭 2025-09-04 13:49   좋아요 1 | URL
전반적 개새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4 15:46   좋아요 2 | URL
지금 제 고민은 하나뿐입니다. 페이퍼로 가냐 리뷰로 가느냐. 지극히 사적인 것이니 페이퍼로 가야겠지만, 절절한 자기 고백이 될터이니 리뷰로 가도 되지 않을까 하고요. 저는 이 책으로 노선 확실히 정했습니다. 앞으로 닥치고 샐리 루니는 읽기로요. 아직 다 읽기 전이고 심지어 원서는 펼쳐보기도 전이지만, 무엇보다 샐리 루니가 계급 문제-빈부 격차-에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것도 너무 좋고요, 샐리 루니가 무엇을 의도했든, 하여간 이번 책이 저를 너무나 확실히 후려갈겼습니다. 아주 뒤통수 세게 갈겼어요. 이 젊은 작가가 어떻게 이런것까지 다 알고 있나 싶을 정도이지 말입니다. 어서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이메일은.. 건너뛰게 될 것 같습니다. 그건 한글로 읽어도 어려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4 16:50   좋아요 1 | URL
아일린 뒤로 갈수록 접니다. 제가 하는 말 듣고 쓴 것 같아요 ㅠㅠㅠ

독서괭 2025-09-04 16:56   좋아요 0 | URL
오 궁금하네요 풀어주실 이야기가!!
 


(소설 [빌레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폭풍의 언덕],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 페이퍼를 쓰기 위해 책장에서 책을 꺼내오고 할 말이 너무 많은데 무얼 말할까,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들춰보면서, 와 진짜 케이트 밀렛 대단하다, 하는 생각을 다시했다. 책 전체에 밑줄 긋고 싶을만큼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일단 '샬럿 브론테'의 [빌레뜨]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빌레뜨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통해 함께 읽었던 [다락방의 미친 여자2] 에 언급된 책이라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 책을 시작하면서, 혹은 진행하면서 이미 완독하셨을거라 짐작한다. 나 역시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론에는 결국 주인공 루시와 사랑하게 되었던 루시의 애인인 폴이 죽으면서 끝난다. 한 남자의, 심지어 남자 주인공이라 불러도 좋을 중요한 인물이, 우리의 여자주인공에게 애정을 주었던 남자가 죽었는데, 우리의 케이트 밀렛은 이렇게 쓴다.
















그리고 애인으로 전락한 폴은 익사한다.

루시는 자유롭다. 자유란 혼자를 말한다. (당시 기분 좋은 표현이었던) '사랑'과 자유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루시는 섹슈얼리티를 희생하고라도 자신을 뒷받침해온 개인주의적 인간성을 유지하기로 한다. 감상적 독자라면 루시를 '비뚤어졌다'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샬럿 브론테는 강인한 마음의 소유자 였으므로 함께 살면서도 여성을 자유롭게 해주는 남자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 주인공을 결혼시키는 경우조차도 그러한 해피 엔딩은 부정직하고 공허하다는 것을 브론테는 보여주려 한다. 따라서 그러한 결혼은 풍자처럼 읽히기도 하고 사랑에 반대하는 냉소적 책자처럼 읽히기도 한다. 브론테 자매가 실제 그러했듯 루시의 입장에서 다른 해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 정치학의 해법은 결혼에 있지 않으므로 논리적인 루시는 결혼하지 않는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이 여성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폴은 조용히 바다에 묻힌다. -p.299



잘은 모르겟지만 케이트 밀렛이 이 책을 발표했을 당시 위의 구절을 읽었다면 사람들이 다 놀라지 않았을까,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남자 주인공이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그것에 대한 슬픔이나 안타까움을 표현하는게 아니라 '루시는 자유롭다'고 말하지 않나. '해피 엔딩은 부정직하고 공허하다'고 표현하고 '논리적인 루시는 결혼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폴은 조용히 바다에 묻힌다'니. 이 구절을 사람들이 읽었을 때 케이트 밀렛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폴의 죽음을 루시의 자유로 생각하다니, 다른 사람들과는 정말 다른 감상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거다. 그러다가 문득, 어? 나도 그 책 읽었고 폴의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쓴 글을 부랴부랴 찾아봤다. 나는 백자평을 썼고,이렇게 썼다.



딱히 인간을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고 식탐도 없어 보이는(!) 샬럿 브론테는 여성에게 쾌락과 자유가 동시에 주어질 순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존도 뽈도 둘다 싫다!! 했던 나를 숙연해지게 만드는 결말, 그러나 비로소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삶. -2022년 12월 19일 백자평



아니, 나도 그랬네? 나도 폴의 죽음을 숙연하다고 해놓고서는 바로 '비로소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삶'이라고 해놨네? 케이트 밀렛 후계자세요? 남자의 죽음에 자유를 느껴버린 나란 여자... 하-

나는 남자들에게 좋은 여자가 결코 될 수 없어.....



자, 이 책의 놀라운 많은 부분들 중에서 내가 오늘 얘끼하고 싶은 부분은 케이트 밀렛이 '에릭슨'의 책 [Womanhood and the Inner Space]을 언급한 부분이다. 함께 읽어보자.



에릭슨이 여자아이의 놀이를 단순히 수동적이 아니라 평화주의적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여성의 '영역'이 인형의 집과 같은 내적 공간이 아니라 세계 자체가 될 때는 그 어떤 사회적 실행 가능성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점에서 우리를 울적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폭력에 대한 남성의 집착이 아니라 한곳에 정주하려는 여자아이의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꿈이다. 여자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가만히 앉아(여성에게 기대되는 '양육' 행위도 하지 않고) "남자와 동물의 침입"(이는 참으로 놀라운 결합이다)을 기다린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p.430



에릭슨을 모르고 에릭슨이 쓴 책을 읽어본 적도 없지만, 여기서 케이트 밀렛이 말하려는 바, 그러니까 '여자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남자와 동물의 침입을 기다린다'고 말한 부분에서, 나는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엄청나게 빡쳐서 리뷰를 썼던 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나버렸다. '가만히 앉아서 남자의 침입을 기다린' 대표적인 인물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바로 그녀가 아닌가. 




내가 쓴 리뷰는 여기 https://blog.aladin.co.kr/fallen77/8954224












남주 로버트는 일에 있어서 프로이며 어디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바람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사람인데 프란체스카는 어떠한가. 나는 당시 리뷰에 이렇게 써두었다.



게다가 프란체스카는 젊은 시절 남자만 기다리는 타입의 여자였으니, 그 또한 내 관심을 끌지 못한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눌러붙어 있는 사람은 사실, 내 타입이 아니다. 물론 상황이란 게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까지의 삶을 한 순간에 놓고 갈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나로서는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타입의 여자랄까. 집에만 조용히 가만히 있는데 인생사랑이 제 발로 걸어들어오다니... -2016년 12월 6일



나는 이게 정말이지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결혼해서 애낳고 그러고서도 가만히 앉아있었는데 인생 사랑 걸어들어오고 그러나 인생 사랑 떠나가도 여자는 또 가만히 거기에 있고... 물론 어떤 사람은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졌다는 걸 알고있지만, 이 남자작가의 로맨스 소설은 전형적으로 움직이는 남자와 기다리는 여자를 보여주었다. 나는 이 소설을 그래서 싫어한다. 물론 에릭슨의 구절에서 가져온 것처럼 야육도 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남자랑 살던 집에서 잠깐 남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남자가 침입해버렸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흠.



아주 오랜 시간 세상은 여자에게 가만히 집에만 있으라고 했기 때문에, 교육도 일자리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많은 여자들이 실제로도 그렇듯이 책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은채 갇혀 살아야 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다가도 나는, 당시의 주인공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면, 여행이 자유로웠다면, 그 마을에서 한정적인 남자 보고 사랑한다고 속박되었을까, 를 생각한 적이 있더랬다. 



"그렇지만 세상에 잘생기고 돈 많고 젊은 사람은 많아요. 어쩌면 그분보다 더 잘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들은 좋아할 수 없나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 눈앞에는 없잖아. 난 에드거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 -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P130












그 마을에만 살면서 한 동네 남자들만 보니까 사랑도 그 남자들 중에서만 하게 된다. 하- 너무 답답하지 않은가.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 눈앞에는 없어'서, 내 눈앞에 있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운명이라니. 너무 엿같지 않은가.


결국 내 닉네임을 '다락방'으로 하게 만들었던 너무나 인상적인 소설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은 청소년기 시절에 다락방에 갇혀 지내야 하는 4남매가 등장한다. 주인공 캐시와 크리스는 십대 청소년이었고 그 당시에 다락방에 갇혀 서로만 보고 살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몇 년 갇혀있다보니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섹스하게 된다. 근친상간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것이라는 인식을 하더라도,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필요한거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사랑. 사랑할 사람이 없어서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거, 그게 주어진 운명이라는게 너무 비극아닌가. 물론 버지니아 앤드류스 소설에서는 그 한정적 공간이 캐시에게만 주어진 건 아니었다. 청소년기에 엄마 말을 무조건 따라야했던 크리스에게도 같이 주어진 환경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말이 하고 싶었던거다, 한정된 공간 그리고 한정된 사람. 아니야 여자들아, 바깥으로 나가라, 더 넓은 세상이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있다. 지금 니가 아는 그 최선의 남자는 결코 최선의 남자가 아니라고.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카야는 어떠한가.

어린 시절부터 혼자 지내면서 엄마가 강조한 자매애를 느낄 수는 없었다. 여자드은 아무도 카야를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집밖으로의 외출이 자유로웠던 남자들은 카야를 찾아온다. 카야를 찾아와서 글을 알려주고 사랑한다 속삭이고 섹스를 한다. 카야는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 찾아오는 남자들로부터 글을 배우고 섹스를 하고 그리고 배신도 경험한다. 카야야말로 이동하지 못한 채로 가만히 있으면서 침입하는 남자들을 기다리기만 했다. 그 침입한 남자들이 모두 나쁜건 아니었지만, 좋은 남자도 있었지만, 만약에 카야가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자매애도 경험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굳이 남자와 섹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주어진 환경에서 받아들이는 것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지금은 에릭슨의 말을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겠지만, 어쨌든 여자들에게 나가라고, 돌아다니라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만 하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다. 왜 이리저리 떠도는 잭 리처는 남자인가. 왜 여자 잭 리처는 없는가. 짐 하나 없이 가볍게 돌아다니다가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은 저기서 자면서 오늘 이 남자랑 자고 내일은 저 남자랑 자고 살면 얼마나 좋아. 그러나 만약 여자 잭 리처가 있다면, 그녀가 남자 잭 리처처럼 싸움을 잘하지 않는한, 그녀에게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성추행범 강간범 여성혐오범죄자.. 에릭슨은 책으로 여성을 눌러 앉히려고 했다면, 지금의 남자들은 글이 아니어도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여자를 눌러앉히려고 한다. 그런다고 눌러앉아있나봐라. 돌아다닐 것이다. 막 다니자, 막!!



성 정치학 밑줄 그은 부분 다시 보는데 진짜 너무 좋다. 성 정치학 좋으네. 케이트 밀렛 언니 쎄다.



내가 싱가폴에 입국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던 날은 8월 9일이었고 내 생일이었다. 생일 선물을 내게 주고자 했던 친구들은 내가 떠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대부분 상품권으로 내게 선물을 줬는데, 나는 워낙에 상품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알라딘 상품권이란 얼마나 좋은가. 너무 좋아서 역시 알라딘 상품권 짱이야, 으뜸이야, 히죽히죽하면서, 싱 갔다오면 책 잔뜩 사야지, 했었단 말이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 나는 이곳에서 전자책을 사게 되었고, 그 때 알라딘 상품권은 너무나 유용한 것이었다. 만세!! 알라딘 상품권으로 가난한 유학생은 전자책을 삽니다. 브라보!!


감사합니다, 친구여!!



아 페이퍼 하나 또 쓰고 싶은데 사이먼 만나러 가야겠다.

나 왜 사이먼 좋아. 사이먼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이 책 영어 원서 같이 읽기로 해서 일단 번역본 읽어보고 있는데, 예상 외로 사이먼 좋아서 당황하고 있다. 그간 샐리 루니 책을 이것말고 두 권 더 읽었는데, 샐리 루니가 그려내는 남자를 내가 좋아할 줄은 몰랐어서 심히 당황스럽다. 독서괭 님이 일전에 이 책 원서 읽으시면서 사이먼 언급 하셨는데, 독서괭 님, 제가 독서괭 님 전화번호 알았다면 사이먼 좋아서 카톡 보냈을 겁니다.

단발머리 님, 이 책 좀 읽어주면 안돼요? 우리 사이먼 얘기해요!! ㅠㅠ









이만 총총.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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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9-03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알라딘 상품권이라는 게 있었군요?!😹
샐리 루니 저 책은 저도 읽었는데…. 사이먼….. 음…. 전 답답했던 거 같아요! ㅋㅋㅋ

암튼 성정치학도 빨랑 읽어야지…..

다락방 2025-09-03 09:13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이 책 읽고 글 남기신 것 봤어요. 안좋아하셨더라고요. ㅎㅎ
저도 안좋아할 줄 알았는데, 좋네요. 그래서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사이먼 고유의 매력에 빠졌다기 보다는 아일린이 되어 사이먼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 앞에서 쪼그라드는 아일린에게 깊이 공감하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성정치학 너무 좋아요, 잠자냥 님, 얼른 읽어주세요! >.<

잠자냥 2025-09-03 09:43   좋아요 0 | URL
사랑이 쉬운 잠자냥은 ㅋㅋㅋㅋ 사랑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샐리 루니 캐릭터들이 답답합니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다락방도 사랑이 쉬운 거 같은데... 왜 쪼그라든 캐릭터에 감정이입해?! (대리 경험?! ㅋㅋㅋ)

다락방 2025-09-03 10:01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에 쪼그라드는 사람에게 깊이 공감했어요. 사랑을 이룬 사람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제 마음속 어딘가에 쭈구리가 있는걸까요? 저는 왜그렇게 사랑에 아픈 사람에게 이입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아일린이 되어 사이먼을 사랑합니다. 하아- 저도 제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런 쪽에 이입하고 제가 이입 못하는 건 원나잇 하는 캐릭터들입니다. 다음날 일어나서 ‘어머 이게 뭐얏, 내가 지금 뭐한거지?‘ 이런 캐릭터에 이입 1도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3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싱가폴에서 우리 다락방님 케이트 밀렛한테 이렇게 진지하실 건가요? 저 이 책 두 번 읽었는데,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네요. 진짜 선구자, 참 예언자인 케이트 밀렛은 지금에 가져와 읽어도 혁명의 선봉, 우리 시대가 담기에도 차고 넘치오며....
케이트 밀렛 후계자 다락방님은 그의 가르침대로 참 자유를 선택해 아예 다른 나라로!!

우아, 이렇게 신기할 수 있습니까. 제가 어제 알라딘 ㅊㄴㅁ님에게 ‘긴 글 쓰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랬단 말이에요. 다정한 ㅊㄴㅁ님이 ‘아... 마침 책을 주문해서 오고 있는데, 어찌 알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어제부터 샐리 루니 읽고 있어요. 맥파든 한 권 끝나서 다음 맥파든으로 안 넘어가고요. 왜냐하면, 독서괭님 완독 소식에 놀라서요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펠릭스 만났습니다. 곧, 사이먼 만나겠어요!!

다락방 2025-09-03 09:30   좋아요 1 | URL
꺅 단발머리 님, 사이먼 만나면 꼭 좀 알려주세요. 제가 위에 잠자냥 님 댓글에도 썼지만, 사이먼 고유의 매력이 저를 끌어당긴다기보다는 ‘아일린이 사랑하는‘ 사이먼을 제가 아일린이 되어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이입하는 편입니다. 왜일까요.. 어제 샐리 루니 읽다가 급박하게 메모도 한 줄 써두었습니다. 그건 나중에 페이퍼를 쓸 때를 위해 아껴두겠습니다.

그런데 독서괭 님, 완독하셨대요? 어머낫! 저는 아직 원서는 시작도 안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람돌이 2025-09-0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정치학 뽐뿌에 샐리 루니 뽐뿌까지... 그러나 저는 영어로는 읽지 않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5-09-05 13:05   좋아요 1 | URL
샐리 루니 영어로 시작하는데 너무 어렵네요. 한국책으로 일단 읽었으니 대충 봐야겠어요. ㅋㅋ
 

퇴사하고나서 책을 제대로 못읽었는데 싱가폴 오고 나서는 아예 못읽고 있다가 8월이 다 가기 전에야 두 권 읽었다. 

한 권은 어제랑 그제 리뷰랑 페이퍼 썼던 [로지 프로젝트] 이고 한 권은 백자평 쓴 [성 정치학]. 성 정치학도 페이퍼 하나 쓰고 싶다. 이제 슬슬 읽고 쓰는거 예전처럼 해봐야지. 그제 오랜만에 로지 프로젝트 페이퍼 쓰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뭔가, 퇴사하기 전의 내가 된듯한 느낌적 느낌? ㅋㅋ 그래,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이었어! 바로 내가 왔다 만세! 막 이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다음날 리뷰도 썼고 또 내친김에 성정치학 페이퍼까지 쓸랬는데, 그건 못썼네. 이건 봐서 오늘 쓰던가 해야될텐데 책이 집에 있네. 하여간,


책을 몇 권 가져오긴 했지만 다른 책이 읽고 싶어져서 급하게 사서 읽은 책이 로지 프로젝트였다. 다행히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잇었네. 그래도 종이책이 좋아 한국에서 종이책 좀 배달시킬까 했더니 배송료가 너무 크더라. 찾아보니 싱가폴에 한국책 파는 서점도 있어 최근 나온 츠바이크 책 재고 있냐 물었더니 주문해야 하고 우리돈으로 3만원 정도란다. 하.. 못사겠네. 


한국에 있을 때는 출근길에 책 읽는 재미가 정말 컸다. 아침 시간에 집중도 잘되었었는데, 싱가폴에서 등굣길에 책을 읽는게 어렵다. 일단 지하철로 2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앉아서 갈 수가 없고, 사람이 많단 말이지. '흐음, 이런 상태라면 나는 출근길에 맨날 인스타만 봐야 하나?' 하다가 퍼뜩, 아 전자책! 해서 [로지 프로젝트]를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었고, 지금은 또 다른 책을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10월에 한국 한 번 나가면 종이책 좀 더 가져와야지. 하여간 전자책 읽기를 시도하려고 전자책 좀 사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크레마 신제품 살 걸 그랬나봐.. 히융.
















오늘 아침 학교를 가려고 지하철을 타고 내려야할 역에 내렸는데 얼라리여~ 비가 엄청 쏟아진다. 아니, 이건 맞을 수 잇는 비가 아니고 나는 우산이 없어.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전혀 비 올 것 같지 않았는데 20분만에 이런 비가 내린다고? 게다가 걸어서 10분 걸리는데 여길 어쩌나.


제버릇 개 못준다고, 나는 학교 다니면서도 이곳에서 가장 먼저 등교하는 학생이다. 그래봤자 공부하는 건 아니고 딴짓 하긴 하지만, 오늘도 가장 먼저 오는 학생일 수 잇었는데 우산이 없어서 이걸 어쩌지 이걸 어쩌지 하고 생각했다. 도저히 맞을 비가 아니고 그렇다고 그치길 기다리자니 그게 언제야? 학교 가는 길에 편의점도 없었던 것 같은데, 하다가 집 근처 지하철역 내부에 세븐일레븐 잇던게 생각나, 얼른 챗지피티 열어서 '지금 이 역 내부에도 세븐일레븐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랫더니 있다는거다! 만세! 그런데 좀처럼 찾아지지가 않네. 지도 보고는 역 내부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세븐 일레븐 가서 우산을 샀고, 그 우산 쓰고 학교 왔더니 학급에는 이미 다른 학생들 몇 명이 도착해있었다. 그래도 비 안맞고 와서 다행이야. 싱가폴에서는 항상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내가 방심했다.


엊그제는 처음으로 잘 때 좀 무서워서 깼는데 천둥번개가 우르릉쾅쾅 한거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식구들 다 있어도 천둥 번개 소리를 좀 무서워하곤 햇다. 이 세상이 끝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엊그제는 그 새벽에 처음으로 무섭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는 진짜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학교 수업중에 잠깐 쉬는 시간이다.

나는 내가 집에서 만들어온 간식 프렌치 토스트를 가지고 휴게실에 가서 자판기 아메리카노를 뽑아 마시며 간식을 먹었는데, 누가 가만히 어깨에 손을 댄다. 응? 이 학교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있어? 놀라서 돌아보니 엥크리가 안녕하세요! 한다 ㅋㅋㅋ 커피 뽑으러 왔단다. ㅋㅋㅋㅋㅋㅋㅋ 내 입 안에는 프렌치 토스트가 한가득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포크로 프렌치 토스트 하나 찍어주며 먹어볼래? 했더니 손으로 가져가면서 이게 뭐에요, 한다. 그래서 내가 프렌치 토스트라고, 내가 만들었다고 했다. 엥크리는 먹더니 '맛있어요!' 라고 한국어로 답했다. 하나 더 줄까? 했더니 됐다고 했다.


엥크리는 4레벨 수업 들어서 나랑 메디컬 체크업 때 한 번 보고는 길이나 복도에서 마주치는게 전부인데 그 때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한다. 너무 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프렌치 토스트 먹고 커피 마시다가 양치하고 지금 다시 수업 들으러 강의실 왔다. 지금 읽고 있는 전자책 속 부부가 너무 또라이들 같다. 다 읽으면 백자평 써야지. 이게 지금 얘기였으면 정말  몰카범죄다 이 남편새끼야. 


로지 프로젝트 영어책도 싱가폴 서점에 주문 넣어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로 궁금한 문장들이 제법 많다. 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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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9-0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 이야기 다락방 좋다.

다락방 2025-09-01 20:52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속이 다 시원합니다! 지금은 저녁 19:52 버거킹 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

망고 2025-09-0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에 들어왔다 가시는군요 비교적 가까우니 이런점은 좋네요
로지 프로젝트 읽고 앤드류랑 이야기 좀 하셨을까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9-01 20:51   좋아요 0 | URL
로지 읽고 쓴 페이퍼는 안줬고요 ㅋㅋ 로지 읽고 쓴 리뷰는 앤드류에게 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저희도 점점 서로에게 뜸해지고 있어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먼 산)

단발머리 2025-09-0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싱가폴 갔을 때 저도 비를 만났더랬죠 ㅋㅋㅋㅋ 그러나 식당 안이었다는ㅋㅋㅋ밥 다 먹으니 그쳤더라구요.
20분 출근길 독서도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5-09-01 23:34   좋아요 0 | URL
여기 거의 매일 비와요, 단발머리 님! 우산 챙기는게 필수인데 우산 챙기는게 너무 싫어서 안챙겼다가 오늘 쓸데없이 또 우산을 사는 일이 발생했네요. 에휴...
학교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20분도 안돼요 아 놔.. 가까워서 좋은데 책을 읽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제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뽜이팅!

바람돌이 2025-09-0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에 신경쓸 일도 많았는데 성정치학을 완독했다니 그게 정말 대단하십니다.
점점 학교의 인싸로 나아가는 다락방님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5-09-01 23:35   좋아요 1 | URL
성정치학 재미있어요, 바람돌이 님. 어렵지도 않고 케이트 밀렛이 엄청 잘 씹어줘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요.
그나저나 애들이 미성년자들이 대부분이라 술친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ㅠㅠ

바람돌이 2025-09-01 23:37   좋아요 0 | URL
미성년자 ㅠㅠ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