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지막 날에는 균형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한 다정한 친구의 말 덕분이었다. 연휴라면 며칠동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것이 가능한 친구는 내게 '요가는 세상 지루한 운동일 거라 생각한다'고 한거다. 평소 테니스와 자전거 타기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의 그 친구라면, 그래, 매트 한 장 위에서 움직이는 건 지루해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요가는, 매트 한 장위에서만 움직이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매트 한장만큼의 세계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굉장히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이번 연휴 사흘동안 집에 가만 있었던 날이 없다. 언제나 밖으로 튀어나가는 사람인데, 사실 침대 위에는 잘 때 빼고는 잘 있지 않고, 그걸 잘 못하는데, 지하철, 기차, 심지어 비행기까지 타고 슝슝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그런데 운동은 딱 매트 위에서만 했다. 가만히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운동할 때는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여야 했고, 언제나 빨빨거리며 다니는 나는 운동할 때는 매트 한 장 위에서만 했다. 어느 만큼의 이동과 어느 만큼의 멈춤은 우리 스스로 균형을 찾아내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나누고 즐거워하면서도 어느 순간은 반드시 혼자여야 하는 것처럼, 내 안에서 균형을 찾아내는 일은 내 몫인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린 누구나 저마다 나름의 균형을 찾아서 맞추어가는구나. 여기에선 내게 이만큼의 공간을 허락하고 저기에선 내게 이만큼의 움직임을 허락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거야. 재미있다. 




요가 매트 위 나는 자꾸 볼썽사나워진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변과 경쟁하려 들고, 조바심치고, 두려움에 떨며 쉽게 좌절한다. (p.6)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을 하는 방식,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의 자세들은 요가를 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내가 억지힘을 써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한다는 것 말고 또 깨달은 것은 약하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작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데 센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힘을 잘 쓰지 못했다.

나는 강해지고 싶었다. - P67









연휴 첫날, 눈이 펑펑 내리는데 굳이 요가를 갔다. 지난 한주간 한 번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토요일마저도 안간다면 내 몸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은 거다. 그렇게 우산을 받쳐 들고 요가센터로 가면서, 열두명이 예약되어 있던데 설마 한 명도 안오는 건 아니겠지? 걱정했다. 도착하니 나와 선생님 단 둘 뿐이었지만,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세 명이 더 와서 네 명이 함께 수업했다. 오랜만에 하는 빈야사는 너무 빡세고 너무 힘들어서 수업 중간에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야 했다.


수업을 마치고는 까페로 갔다. 책을 좀 읽어야 해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더불어 독서를 했다.




저녁에는 이모와 엄마와 함께 와인 한 잔을 하기로 했고 내가 안주를 준비하기로 했다.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벼르던 안주가 있었다. 재료는 미리 다 준비해두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그 안주의 이름은 라따뚜이였다. 아, 이게 라따뚜이구나! 사실 엄마랑 둘이서만 먹을 생각이었어서 라따뚜이만 생각했다가 이모가 온다고 해 거기에 감바스와 샐러드를 추가했다. 머릿속에서는 별로 어려울 게 없었고 시간은 한 30-40분이면 충분한 것 같았다. 라따뚜이가 오븐에서 익어가는 20분간 감바스랑 샐러드를 완료하면 되잖아?


그러나 내가 누군가. 요리 초보에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정리정돈은 또 얼마나 못하는가. 

요리를 하기에 앞서 충분히 재료와 과정에 대해 생각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해내는 건 다른 일이었다.

재료를 썰어 준비하는 일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일단 샐러드용 오이와 토마토 씨는 다 빼서 썰어 한데 담아두었는데, 라따뚜이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앗, 샐러드용 오이 소금에 절여 두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한데 섞인 토마토와 오이를 가져와 오이만 따로 골라냈다. 그리고 소금에 절였다. 자 그리고 다시! 이걸 이렇게 썰어서 이렇게 이렇게 두고, 자 이제 이걸 볶아야 되지? 아, 근데 새우 물기 빼야 되는데! 막 이래가지고 있는데 엄마랑 이모랑 뭐 도와줄 거 없냐고 오셨고 나는 다들 저리 가시라고 날 내버려두라고 했다. 내가 다 해줄게 그냥 기다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내가 한거지! 막 이랬단 말야? 그런데 머릿속에 혼란의 도가니 오고 오븐 돌아가고 있고 프라이팬에서 마늘 볶고 있고 막 이러는데, 나는 그러니까 한 번에 이렇게 한가지를 초과해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멀티 너무나 불가능한 사람이야. 가뜩이나 멀티 안되는데 정리정돈도 안되고... 엄마랑 이모가 말을 거는 순간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 물어봐 나중에, 지금 생각을 못해!"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랑 이모가 알았어 알았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프라이팬의 이거 볶아야 되는데 다른 생각을 일절 못하겠는 부분. 하여튼 그렇게 힘겹게 만들고자 했던 걸 다 만들었다. 


자, 라따뚜이 ㅋㅋ




그리고 감바스!1



그리고 참깨 드레싱도 직접 만들어 이루어낸 샐러드!




색깔이 다 너무 똑같다는 게 좀 거시기하지만 고기 싫어하는 이모에게 다 너무나 좋은 안주였다. 이모가 오기를 잘햇다고 했다. 그리고 이모와 엄마는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어쩐지 듣기 싫은데? 그래도 해보라고 했더니, 여행을 데려가달라는 거다. 자유여행. 그러면서 내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비용은 엄마랑 이모랑 다 부담할게, 넌 안내만 해줘."


흐음.. 그래서 내가 2025년에 한 번 보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듀오링고 열심히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저 안주를 만드는 일이 내게 너무 고되었던 것 같다. 능력 밖의 일을 해낸거였어. 술 얼마 마시지도 못하고 나는 뻗어버리고 만다. 다행스럽게도 식기 세척기 돌리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해냈어. 나 들어갈게, 하고 들어가고 엄마랑 이모는 다음날 내게 너 어제 왜 훅 갔냐고 하셨다. 몰라, 요리 하느라 그랬나봐...



그리고 일요일은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 친구랑 만나기 전에 책을 좀 읽고 글을 써야지. 가만있자, 그런데 나는 SRT 를 타고 이동할거란 말야? 전날 술을 마셔서인지 라면을 꼭 먹고 싶었다. 도착해서 라면 먹어야지, 그런데 진짜 너무 라면 먹고 싶다. 오오 그런데 마침 수서역에서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 라면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김밥, 오뎅, 라면, 떡볶이.. 나는 라면을 먹고 싶다. 가만있자, 기차는 24분 후에 출발한다. 그렇다면 요리 나오는데 10분, 먹는데 10분.. 으로 되지 않을까? 자, 도전! 만약 안된다면 기차 시간 미루지 뭐, 하는 생각으로 주문했는데, 나오는데 5분 걸리고 먹는데는 10분이 채 안걸렸다. 우걀걀걀




그렇게 예약된 시간에 딱 맞추어 SRT 를 타고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를 만나기 전에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리뷰도 하나 쓰고, 그리고 친구를 만나러 가서는 맛있는 걸 먹고 술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나갔다. 영화를 보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첫 영화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사랑이 어떻게 낙엽을 탈까.. 여하튼 나는 그렇게 오랜만에 씨네큐브에 갔는데, 1월 1일이라 그런지 거리는 썰렁했다.




핀란드의 로맨스 영화라니, 후훗. 부푼 마음으로 극장에 갔는데 영화는 내 생각만큼 막 좋지는 않았다. 일단 굉장히 말이 없는 영화였다. 로맨스도 딱히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나는 영화 내내 너무 신기했다. 핀란드가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은 라디오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뉴스를 듣는 장면이 반복해나온다. 그러니까 영화의 배경은 현재인데, 주인공들은 전혀 디지털적이지 않은 거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만 핸드폰으로 딱히 연락하지도 않고,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어서 찢어준다. 당연히 잊어버리겠쥬? 답답했어.. 


그리고 어디나 빈부의 격차는 있고 어디나 가난한 사람이 있지만, 핀란드 엄청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이 사는 세상은 전혀 선진국이 아닌거다. 마약을 몰래 파는 사람도 나오고 알콜 중독에 술취한 사람 돈 뺏는 것까지, 정말이지 다른 어느 나라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어. 어느 지점에서 핀란드는 선진국일까. 교육이 성공적이라는 얘기 되게 많지 않나? 그리고 이 사람들은 술집에서 술 마시는데 술만 계속 마신다. 안주가 없어. 게다가 가라오케..도 너무 아날로그적이고. 나는 이 나라가 너무 신기해서 이 영화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핀란드 여행책을 주문해 버렸다. 딱히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 나라 좀 궁금해서. 그래서 여행책을 보며 훑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알라딘에 '핀란드' 넣고 검색했다가 내가 이미 가진 책이 몇 권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래서 셀프 트래블 하는 그 책을 샀다. ㅋ
















카모메 식당도 다시 봐야지. 



자, 월요일 책탑? 월요일 연휴니까 화요일 책탑?

없다. 정말 없다. 나 지난주에 한 권도 안샀다. 북유럽 책은 다음주 책탑(이 있다면)에 포함될 책. 책 사려고 한 2주전쯤 중고 팔아 예치금도 마련해두었지만, 안샀다. 지난주에 너무 바빠 야근하는 삶을 사느라 뭐 책 안사도 초조해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ㅋㅋㅋㅋ 그래서 일단 이번 주에는 책탑 없는 한 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하하하하.



아무튼 내가 다시태어날건데, 그러기 위해서 와타나베, 에리카, 잭 리처 얘기를 좀 해야 하는데, 이 페이퍼에 한꺼번에 쓰면 너무 길어져서 읽는 이들이 지치는 수가 있으니 다음으로 넘기도록 하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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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0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럴수가.... 책탑 없는 페이퍼를 라따뚜이로 덮을 셈입니까!
진짜 이런 거 엄청 반대하지만....... 하지만, 라따뚜이는 너무 맛있을 거 같아요. 완전 맛있겠는데요!!!!!!!!!!!

다락방 2024-01-02 09: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제가 강하게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책탑이 없네요? 금요일에 살 뻔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책탑 없는 한 주를 만들어볼까? 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완독해 내보내는게 목표였으나 그건 하지 못했네요. 정말이지 이번 한 해는 적게 사고 많이 읽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ㅋㅋ

언젠가는 단발머리 님께 라따뚜이 만들어 대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베트남 한 달 살기 할 때 놀러오세요!
꺅 >.<

잠자냥 2024-01-02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럼 옆에서 감바스를 만들겠습니다.
요알못인 저도 감바스는 할 줄 알...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1-02 10:51   좋아요 1 | URL
그럼 저는 라따뚜이와 감바스를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건 진짜 자신있어요!
최종 승자는 나여......... 여러분! 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2 11:28   좋아요 1 | URL
제가 치아바타까지 만들면 완벽한 상차림이 됩니다. 치아바타는 라따뚜이 찍어먹어도 좋고 감바스 찍어먹어도 맞춤해요!! >.<

잠자냥 2024-01-0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휴라면 며칠동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것이 가능한 친구˝ ㅋㅋㅋㅋㅋㅋㅋ 은바오 말입니까?ㅋㅋㅋㅋ
˝평소 테니스와 자전거 타기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의 그 친구˝ ㅋㅋㅋ 아 저군요? 근데 근육질에서 빵터집니다....
근육량이 일반 여자보다는 많기는 한데, 근육질은 아님 ㅋㅋㅋㅋㅋㅋ(집사2가 근육질 소리 들으면 비웃을 듯ㅋㅋ)

우아 라면 먹으려고 기차 시간을 미뤄요??? 저는 세상 꿈도 못 꿀 일...ㅋㅋㅋㅋ
(기차든 뭐든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그 전에 촉박하게 뭐 하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시간 딱 맞추는 거 스트레스 치솟음ㅋㅋㅋㅋ)

오잉 씨네큐브 갔었다니... 다락방님 백만년만에 간 거! 나도 1월 1일에 보러 갈걸! ㅋㅋㅋㅋ
다락방 옆자리에서 ˝락방아, 나야, 자냥이...˝ㅋㅋㅋㅋㅋㅋ

저도 저 영화 보고 핀란드도 가난한 사람들은 장난 아니구나? 그리고 진짜 다들 너무 우울하게 살고 있어서;
역시 사람에게는 햇볕이 중요하구나 중얼중얼...
이 영화에서 놀라웠던 건 남주가 일하다가 사고 나니까 음주 측정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의무라니... 우리나라도 그런가??

화요일의 책탑 당근 있을 줄 알았는데 엄청 놀람....... 와.. 진짜 다락방 작심삼일은 하는구나?!

독서괭 2024-01-02 10:34   좋아요 1 | URL
에이 아는 척 안 할 거면서…

잠자냥 2024-01-02 10:37   좋아요 2 | URL
다락방은 할 건데요? 얼굴을 일단 내가 알고..
9년쯤 알고 지냈는데 내 기준 좋은(변함 없는) 사람이면 할 수 있음.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2 10:43   좋아요 2 | URL
9년… 알겠습니다.

잠자냥 2024-01-02 10:58   좋아요 2 | URL
2093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은바오보다는 대박이지 않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02 11:08   좋아요 1 | URL
저도 기차시간 미루기 싫었는데 다행히 미루지 않고 먹었습니다. ㅋㅋ 아니 그러니까 라면을 먹어야 하는 그 마음이 되게 컸다니깐요? 전날 과음해가지고 라면 국물만이 속을 달래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씨네큐브 갔는데 사람들 엄청 많더라고요. 빈자리 없이 꽉 찼어요. 안그래도 여기 어딘가에서 잠자냥 님이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싹 긴장했어요. 이 영화는 이미 보셨으니 아마 다른 영화 보러 여기 와있을지도 모른다.. ㅋㅋㅋㅋㅋ

저도 말씀하신 장면 너무 충격이고 너무 좋았어요. 일하다 사고난건데 음주 측정하는 거요. 그거 너무 좋던데요? 우리나라는 술에 너무 관대해서 그런거 안할 것 같아요. 술 마셨다고 다 봐주잖아요. 똥같은 나라... 새해부터 나라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코로나 때문도 그렇고 씨네큐브 한동안 안갔는데 이제 좀 자주 가려고 하거든요? 그 뭐야, 켄 로치 감독 영화 1월에 개봉하잖아요? 그것도 보러 갈건데, 마주치면 아는척 하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이 저한테 ‘다락방 님 안녕?‘ 하면 나는 ˝다락방 아닌데요?˝ 이래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2 1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책탑이 없다니 대충격!!
다락방님 연휴 알차게 보내셨군요. 저는 집에 있는 게 더 편한 사람으로서.. 놀랍습니다. 안주 만드느라 고생하셨는데, 진짜 맛있어 보여요! 심지어 예쁘고!
어머니와 이모님께서 지난 여행에 매우 만족하셨나 봅니다. 가이드로 고용을 ㅋㅋㅋ 돈 다 대줄게, 안내만 해줘. 좋은데요!!
다음주 책탑을 크게 기대합니다 ㅎㅎ 해피뉴이어!!

다락방 2024-01-02 11:29   좋아요 2 | URL
저도 집에 있는게 편하긴한데 자꾸 나가고 싶어져요. 집에 있는 거 편한데 왜 나가고 싶어하는가. 그것은 저의 몸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역마살? ㅋㅋㅋㅋㅋ
안주 맛있고 예뻐서 파티용으로 제격이에요. 베트남 한달살기 하면 놀러오세요. 해드릴게요!! ㅋㅋㅋㅋㅋ
하여간 기회가 닿는다면 제가 친근한 알라디너들 초청해서 파티 하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그날까지 알라딘 열심히 하세요, 독서괭 님!!

새파랑 2024-01-02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가 까지는 좋았는데

이후 라면을 드시고...


눈오는 날 카페에서 하루키 작품이라니 너무 멋집니다 ^^

다락방 2024-01-02 11:30   좋아요 1 | URL
저 어제는 와인 먹고 안주 먹고... 출출해서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먹었어요. 후회중입니다. ㅠㅠ

잠자냥 2024-01-02 13:23   좋아요 1 | URL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불닭볶음면에 까르보나라까지 먹은 줄 알고 있었네...
미미 님 댓글 달리고 나서 댓글 다시 읽다가 그게 아닌 거 알고 안심. 휴 다행이다.......

다락방 2024-01-02 13: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렇게까지 양이 많은 사람은 아닙니다.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1-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에는 책탑 가능,
왜 책탑 없죠?

점심에 라면 먹고 싶습니다!

다락방 2024-01-02 11:30   좋아요 0 | URL
후훗. 저도 1년에 한 주 .. 쯤은 책 안사고 넘어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01-0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말에 감바스 해 먹었어요
와인과 함께요.
다락방님, 아니 다부장님 ㅎㅎ
혹시 승진한 건 아니신지!
올해도 책탑 많이 올려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15:30   좋아요 0 | URL
오오 감바스 해드셨군요. 찌찌뽕!! ㅎㅎ
감바스는 와인 안주로 참 좋습니다. 조만간 또 해먹어야겠어요. 후훗. 마늘과 새우 올리브유의 조합이라니, 정말 환상적이지 않나요? 만드는 것도 딱히 어려운 게 아니라 참 좋은 아이템인듯 합니다. 후훗.

승진은 안해서 여전히 부장이고요, 승진이 아니라 퇴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페넬로페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계속해서 열심히 읽고 쓰도록 해요!!

미미 2024-01-02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저 어제 ‘레오티비‘라고
한국에서 오래 산 핀란드인이 순댓국밥 먹는 거 보고 다락방님 생각났었거든요.
핀란드 관련 농담에 이런 말이 있대요. 와이프가 남편에게 ‘당신은 왜 사랑한단 말을 안해?‘
그러니까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했잖아? 입장이 바뀌면 얘기할께‘라고요ㅋ
핀란드 사람들 버스 기다리며 줄을 설 때도 1미터 이상? 떨어져있대요. 그만큼
자기 영역을 중요시하고 타인에게도 그렇게 배려한다고.

그나저나 라따뚜이와 감바스 아주 맛있어 보여요!! 저 치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4-01-02 15:32   좋아요 2 | URL
오오 한국에서 오래 산 핀란드인이 순댓국밥을 먹는다고요? 오오. 레오티비 듣기도 처음 듣는데 퇴근길에 봐서 검색해봐야겠네요. 지금은 퇴근길에 카모메식당 볼 예정이었는데 말입니다. 카모메 식당 다시 보고 싶더라고요. 다시 보면서 핀란드 풍경에 주목해보려고요. 후훗.

미미 님, 언젠가 우리 파티 합시다. 제가 라따뚜이와 감바스 만들어서 초대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우리 열심히 읽고 쓰도록 해요. 화이팅!!

hnine 2024-01-0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자꾸 요리초보라고 하시나요? 아닌데. 라따뚜이랑 감바스 만드는 요리초보도 있나요?
저는 ‘핀란드‘라고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져요. 추운 나라...

다락방 2024-01-03 12:14   좋아요 0 | URL
저거 만드는 동안 저는 정신이 나갑니다. 누가 말 시키면 대답도 못해요 ㅋㅋ 저 진짜 멀티 안되는 사람이긴 하지만 요리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사람들 어떻게 두 개씩 동시에 요리하고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네요. 하하.

저 어제 미미 님 추천으로 핀란드 인의 유튭을 잠깐 보았는데, 핀란드에서는 숲에서 사슴하고 곰하고 놀다가 소세지 구워먹는다고 해서 너무 놀랐습니다. ㅎㅎㅎㅎㅎ

은오 2024-01-0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제가 비용 부담하고 다락방님께 여행 데려가달라고 하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이랑 여행가면 두배로 재밌을 것 같따.... 대신 평소 걸음의 20배로 걸어야 할테니 그때까지 제가 다리근육을 다져놓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라면 너무 신기해요 ㅋㅋㅋㅋㅋㅋ 그걸 도전하시는 것도 성공하신 것돜ㅋㅋㅋㅋㅋ 하 진짜 다락방님 너무 웃기고 귀여우십니다........진짜현실웃음

다락방 2024-01-03 12:15   좋아요 1 | URL
저는 완전 뚜벅이이므로 일단 체력이 필요합니다, 은오 님. 2만보는 매일 거뜬히 걸을 수 있는 몸을 일단 만드시면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저는 웃기고 귀엽다기 보다 음, 식탐이 강한 걸로.. 먹을 것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무시무시한 책이 왔습니다. 과연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공포의 권력》!! 우린 1월에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준비 됐습니까, 여러분!!
















세상에, 여성주의 책 같이 읽다보니 줄리아 크리스테바 까지 왔다. 오 마이 갓..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동안 무럭무럭 자라서 여기까지 왔다!! ㅋㅋㅋㅋㅋㅋㅋ 자, 함께 읽어봅시다.


다음 도서들도 안내합니다.


2월, 스테이시 앨러이모 《말, 살, 흙》
















3월, 도나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4월, 크리스틴 델피,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시리즈 전 네권


















자,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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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2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방 마님 안녕?

다락방 2024-01-02 08:4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바꿀려다가 안바꿨다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2 08:52   좋아요 0 | URL
걍 살아….

다락방 2024-01-02 08: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페이퍼 쓰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eat.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2 10:34   좋아요 0 | URL
나도 무려 어제 긴 거 썼어.... feat. 너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blog.aladin.co.kr/socker/15191042

단발머리 2024-01-02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어봐서 대답하자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오고 있대요, 책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월부터 4월까지 책이 다 맘에 들어요. 정초부터 공부 욕구 활활! 🔥🔥🔥

다락방 2024-01-02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2월 책하고 4월 책 일부 사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바쁩니다. 새해에도 바빠요. 우리 힘냅시다, 단발머리 님!!

거리의화가 2024-01-0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달 책 어제 샀는데 커피랑 같이 사는 바람에 아마도 내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내로 끝낼 수 있는 책이 아닌 것 같지만 읽다 보면 뭐라도 건지는 게 있겠지 하는 생각^^ 다락방님 올 한해도 잘 부탁드려요.

다락방 2024-01-02 11: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 이해하는 건 무리가 있고 또 어려워도 읽고나면 뭔가 건질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거리의화가 님!!

미미 2024-01-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공포의 권력>을 사두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어제 주문했어요.ㅜ.ㅜ
샀다고 착각했길 바라며 ... 어려운 책도 함께 라면 가능하죠! 무려 해러웨이 선언문과
젠더트러블도 읽어낸 다락방님의 ‘여성주의 책 함께 읽기‘의 여정.

이제 크리스테바라는 산 등반을 기대하며^^

다락방 2024-01-02 15:29   좋아요 1 | URL
아아 부디 사두었다고 착각한 것이기를 바라봅니다. 미미 님도 저와 함께 <산책> 앱을 이용하시죠! 물론 저도 어느 순간 이용안해서 이런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ㅋㅋㅋㅋㅋ

자, 우리 크리스테바, 가봅시다!! 빠샤!!

미미 2024-01-02 16: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산책>앱을 검색하니 강아지 이미지가 여럿 나옵니다ㅋㅋㅋㅋ 하이킹,라이딩이 있는 komoot인가요? 아니면 만보기어플?

다락방 2024-01-02 17:33   좋아요 1 | URL
미미 님, <산책: 내가 산 책들> 앱입니다. 바코드 읽혀서 내가 산 책 기록하는 앱이에요!!

그레이스 2024-01-02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 있는 책인데 읽을수 있으려나 하고 꺼내봤습니다. ^^;;
다락방님 올해도 서재에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던져주시는군요?!
화이팅!

다락방 2024-01-02 17:3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은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같이 읽어보아요!! >.<

미미 2024-01-02 17:54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이 책 갖고 계시다면 함께 읽으심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4-01-02 17:56   좋아요 2 | URL
^^
혼자 읽기 에너지 찾기가 어렵겠죠?
저도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던 작가라..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함께 해보죠^^

햇살과함께 2024-01-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책과 비교하니 2~4월 책 재밌을 것 같은 ㅎㅎ

다락방 2024-01-03 12:1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언제 시작해야 할지 생각하며 다른 책 들고 나왔어요 ㅋㅋ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벽 어쩌고 책을 읽고 있는데 너무 괴롭다. 소년 소녀가 등장할 때부터 괴로웠는데 동그란 가슴, 입맞춤, 나는 네 것이야.. 이런 거 나오는데 진짜 너무 괴롭고 오글오글 ㅠㅠ 손발이 오그라들고ㅠㅠ 그만 읽을까 수차례 갈등중이다. 내가 하루키를 좋아한 시간이 얼마나 긴데, 나 하루키 진짜 너무 좋아했고, 하루키만 꽂아두는 책장이 따로 한 칸 있었다고. 한 칸으로 모자라서 막 눕히고 난리가 났었는데 이번에 그 벽 책 읽으면서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 하루키를 그간 좋아하며 여러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사실 이야기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림자, 일각수, 꿈을 읽는 주인공.. 이거 다 하루키가 다른 책들에서 했던 이야기들이야. 양 사나이는 안나오나 몰라. 하여간 절반도 안읽고 괴로워하며 그냥 그만두고 팔아버릴까 하고 있다. 하루키 님, 왜이러셨어요. 왜 저 읽기 힘들게 만드시나요. ㅠㅠ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하루키는 어디갔나요. 아니, 변한 건 나인것인가.. 너무 괴롭다 ㅠㅠ 읽다보면 어느 순간 '역시 하루키구먼!' 하는 때가 오나요? (그렁그렁)


우울한 마음 다잡고 2023년 읽은 책들의 베스트를 정해보자. 귀찮아서 안하려고 했는데, 하루키 책 읽으면서 문득, 올해 남은 시간 더 읽어봤자 베스트 갱신은 없겠구먼, 해가지고.. 그냥 해보는 걸로.



2023년 에세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의 《Life Lessons》
















이 책은 올해 4월과 5월 두 달에 걸쳐 읽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자고 마음 먹게 된건 정희진 쌤의 강력한 추천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인생수업》의 제목과 표지 만으로 내가 전혀 읽지 않았을 작품. 그래? 내가 전혀 읽지 않을 종류의 책인데 그렇게 좋다고? 그래서 친구들과 영어책으로 이 책을 시작했다. 당연히 번역본도 함께 했는데, 정희진 쌤은 번역을 칭찬하셨지만, 번역본에 대해서라면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 두 저자가 번갈아 얘기하는 책에서 번역본은 명확히 구분도 되지 않고 문장 번역도 직역된 게 아니라서 나란히 놓고 보면 이 문장 저 문장과 맞아들어가질 않을 뿐더러, 번역본만 보면 다소 지루한 경향이 있다. 원서 읽고 너무 좋아 번역서 선물했는데 상대가 읽다 포기해버렸다. 


책과 내가 만나는 때가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나에게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제대로 찾아왔다.

fear 에 대해 읽을 때에도 너무 좋았지만, surrender 는 압권이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아버지는 계속 병원 신세를 지셔야 했다. 수술, 다시 재수술, 응급실, 입원, 또 수술. 그 과정에서 섬망이 오기도 했던 터라 나는 그 시간들이 두렵고 무서웠다. 어느날은 너무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혼자 침대에서 벌벌 떨었던 밤들도 기억한다. 신경안정제를 처방 받아 먹기도 했다. 나는 아주 많이 두려웠다. 나의 마음을 아는 친구가 그때 내게 문자메세지를 보내주었다. 


"너도 잘 알겠지만 아버지는 언젠가 돌아가실거야."


이 문자메세지가 그 순간 내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 다른 때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면 그때도 위로가 되는 메세지였을까?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두렵고 무서웠던 건,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실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죽지 않는가. 그래, 우리 아버지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나는 아버지를 예외로 만들고 싶어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고 무서워하는게 아닌가. 받아들이자. 나의 아버지도 다른 사람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돌아가실 수도 있다. 받아들이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용이었고 수용하고나자 내가 통제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받아들인다고 해서 슬픔이 옅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하지 못함에 대해 가슴 끓이진 않을 수 있다. 그때 LIFE LESSONS 에서 내게 surrender 를 알려주었다.



Surrender was a choice, and that it did not mean giving up. -p.168

When we surrender, we accept it just as it is. -p.169



그 뒤로 인생에서 지나치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끙끙대는 사람을 볼 때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고 surrender 를 말해주고 싶은데, 그러나 그 때 상대의 귀에 그것이 어떻게 들릴지를 모르겠다. 자칫하면 포기하라는 걸로 들리지 않을까. 받아들이라는 말을 포기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그렇게 힘든건데, 받아들이라고, 받아들이면 받아들이고나서의 그 다음 일들이 펼쳐질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2023년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는 2019년에도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었다. 다시 읽기한 2023년에도 내게 최고의 여성주의 책이 되었다. 최근에 읽은 《여전히 미친》은, 나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도 의미있지도 않았다. 역사 속에서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흥미롭지만, 그 사실들의 기술은 내게 큰 깨달음이나 사고의 변화를 주진 않았고, 나는 이런 류의 책이 그렇게 재미있지가 않다. 그런데,


레이첼 모랜은 달랐다.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는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 사람의 성찰이 얼마나 깊게 그리고 얼마나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 안에 고유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권해 읽은 남자사람도 이 책으로 인해 자신의 사고가 완전히 변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알라딘을 통해 함께 읽은 다른 분들도 모두 별다섯을 주며 이 책에 대해 감탄했다. 물론, 이 책 읽고, 별 하나 준 구매자평도 보았지만, 그 분의 닉네임을 보니 놀랍지는 않았다. 책을 읽은 감상이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이 책은 재미없을 수도 의미 없을 수도 있겠지만, 별하나 리뷰를 작성한 사람은 별 하나 주려고 읽은것으로 너무나 당연히 추측이 된다. 더 말하진 않겠다.



2023년의 완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와 진짜 다 읽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언젠가는 읽어야지 다짐했던 책이라 완독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그러나 이 두꺼운 책 완독하고 나의 지식이 놀라울만큼 늘어났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그저 슬프기만 했다. 인간은 언제고 소멸한다는 것이 나에겐 큰 슬픔인데, 세상에 지구도 태양도 언젠가 소멸한다는 게 아닌가. 아니, 우리 왜 살아요? 왜 존재하나요? 모두 소멸한 것을... 하아-



2023년의 소설,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

















페이드 포를 언급하며 얘기했듯이 나는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좋아하고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2023년에 읽은 우체국 아가씨는 그런면에서 완전히 나에게 맞춤한 책이었다. 어떤 책이든 읽는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져가는 바가 다를 것인데, 나는 이 책에서 내가 고집스럽게 나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해야만 했다. 이건 일전에 인상적으로 읽었던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에서도 느꼈던 바다. 우체국 아가씨에서는 언제나 나에게 최선의 가치였던 경험이, 그런데 정말 그런가? 라는 의문으로 이어져야 했고, 거기에서 오는 충격은 나에게 정말 신선했다. 나는 정말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는데, 이 재미있는 소설이 그저 재미로 끝나는게 아니라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아니, 정말 좋지 않은가? 소설 읽는 거 최고라고 우체국 아가씨를 읽으며 생각했다. 올해 이 책을 여러명에게 선물했다.




2023년의 구원,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엑소시스트》
















영화 《엑소시스트》는 내 인생 가장 무서운 영화였고 그 영화 이후로는 공포영화를 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렇게 무서운 영화로만 알고 있던 엑소시스트가 세상에 원작이 있다는 게 아닌가! (시사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원작이 무려 철학을 담고 있대? 공포 말고 다른 게 있다고? 나는 급박하게 이 책을 사서 읽었는데,  정말로 공포 말고 다른 게 있었다. 그건,


구원이었다.


자신이 믿는 신 혹은 종교에 대한 강한 신념, 그걸로 인해 인간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도 했는데, 그것이 과연 옳은지, 내가 믿는 당신은 정말 존재하는지, 제발 나에게 응답을 해달라는 간절한 부름을 이 책 속의 등장인물이 갖고 있단 말이다. 결국 악령이 몸에 들어와있는 소녀를 구해주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면서 그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응답을 받는다. 나는 그 장면에서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는데, 믿는 것은, 믿는 자에게 강력한 힘이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당연한 명제, 그러나 의심스러운 명제가 참이 되는 걸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엑소시스트 책을 사서 펼칠 때만 해도, 내가 책장을 덮으며 울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악은 아주 비겁하다는 것도 더불어 다시 새긴다.




2023년의 고정관념 타파, '하마노 지히로',《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와 진짜 책을 들기까지 너무나 힘들었던 책이고 읽으면서도 정말 읽기 싫었던 책이다. 내가 이걸 왜 읽어야 하지? 라는 생각을 또 얼마나 했는지. 그러나, 결과적으로 읽기를 잘했다. 이 책을 읽은 후의 가장 큰 수확은, 지구상 어딘가에 동물과 섹스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결코 아니다. 우리가 동물을 귀엽게 혹은 불쌍하게 보는 그 모든 관점은, 당연하게도 인간중심적 이라는 것. 그렇게 느끼는 것은 누구인가!!  마침, 다음 책과도 주제 파악이 겹쳐버리고 마는데...




2023년의 포스트 휴머니즘,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놀랍게도 버섯의 생애를 알 수 있지만 자본주의도 만나게 된다. 인간이 비인간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게 다른 인간의 끼어듦이 필요하듯이, 인간에게 비인간과의 얽힘도 필요하다.




2023년의 팟빵, 정윤수의 <고독한 고전음악방>















사실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 속의 한 코너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 코너를 듣는게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클래식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김석란'의 《에릭 사티》도 사서 읽었다. 에릭 사티 웃김.. 자기가 종교도 만든 사람, 그리고 교주이자 유일한 신도인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윤수 님 너무 좋아서 신작으로 에세이 한 권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고독한 고전음악방을 과거의 것부터 다시 듣고 있지만, 요즘 뭐 들을 시간 없어서 어느 순간 멈춰있긴 하다. 



2023년의 액체, 쉼



잠을 잘 자지 못했다는 내 말에 친구가 <쉼> 한박스를 보내주었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거였다. 이 음료 한박스를 들고 검색해보니 스트레스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게 아닌가. 받자마자 하나 쭈욱 마시고 그 날밤 푹 잤다. 음료의 도움인지, 며칠간 못자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이 음료는 존재 자체로 위안이다. 혹여라도 내가 스트레스 잔뜩 받으면, 나에겐 쉼이 있다!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다. 존재 자체로 그저 도움이 돼. 친구는 혹여라도 효과가 없다면 플라시보 라도 있기를 바랐는데, 이미 충분히 플라시보 효과 대박이다. 세상에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음료가 존재하다니,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료가 존재하다니, 나에게 이게 있다!! 



2023년에는 아버지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셨고 응급실 방문도 반복하셨다. 우는 날이 여러날 이어졌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네덜란드를 다녀왔고, 여동생과 함께 하노이를 방문했다. 나 혼자서는 호치민을 다녀왔다. 어떤 날들은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했지만, 대체적으로 잘 견뎌냈다.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그러니까 불안하거나 답답하거나 우울함에서 나를 건져내줄 수단을 좀 더 많이 마련해두는 것이 낫다고 늘 생각하는 내게, 파김치를 만들어본 것은 너무 좋은 해답이 되어주었다. 바질을 키워 페스토도 만들어보았고 고수와 치커리도 재배했다. 쑥쑥 자라는 바질을 볼 때마다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바질을 키우는 것이 낫다고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 요가도 다시 시작했다. 열심히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는 날이면 또 크게 만족한다. 팔을 위로 뻗어보고 몸을 앞으로 숙이는 것은 할 때마다 내 몸을 감각하게 한다. 유독 심하게 외롭고 고독한 날도 있었지만, 그런 감정들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잘 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마음들은 전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너를 생각해' 라고 부러 말하지 않아도 '나를 생각하는구나' 가 느껴질 때면, 내가 인생에 참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알라딘을 통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잘 이어져오고 있다.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 여러분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내년에도 잘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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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23-12-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가 변했다기보다 다락방님이 변한 게 아닐까요?
그나저나 2023년의 액체라니, 저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ㅎㅎ

다락방 2023-12-27 11:42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제가 변한 것 같습니다, 얼음장수 님. ㅎㅎ
처음에 2023년의 음료 라고 썼다가 바꿨어요. 음료 대신 액체로 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7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방아, ˝나는 네것이야˝에서 나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ㅋㅋㅋㅋㅋ
영원히 자라지 않는 하루키와 성장한 다락방의 간극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12:08   좋아요 0 | URL
저도 초반부터 으윽 오글거려 미치겠다.. 이러다가 네것이야 에서 뒤로 자빠질뻔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한때 다 모으던 하루키, 이제 되팔 하루키.. ㅠㅠ

잠자냥 2023-12-27 12:10   좋아요 0 | URL
누가 그렇게 말한다고... 아 미쳐. 도대체...ㅠㅠ

다락방 2023-12-27 12:23   좋아요 0 | URL
저는 성인된 남주가 소녀 매일 만나는 것도 너무 싫어요. 쫄리고 ㅠㅠ 진짜 성장 안하는 것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3-12-27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스모스와 버섯 읽은 안방 님 칭찬합니다!

참, 잠이 잘 안 올 땐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내년에도 화이팅, 책탑과 킹침대와....... 계속 고!

다락방 2023-12-27 12: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래서 마그네슘도 제가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우먼스 타이레놀, 마그네슘, 그리고 이젠 쉼... 으하하하하

내년에도 책탑과 킹침대와...추석 연휴 길더라고요. (아무말)

올해에도 감사했습니다, 잠자냥 님.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 샤라라랑~

persona 2023-12-2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하루키 좀 그래서 매번 포기하는데 이번에도 나는 네 어깨를 감싼다에서 멈추었네요. 영어로 읽으면 좀 나은데 왜 한글판을 샀지 싶어요. ㅋㅋ
인생수업 공부팟캐에서 나와서 궁금했는데 언젠간 읽어봐야겠어요.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23-12-27 14:00   좋아요 1 | URL
아 영어로 읽으면 좀 나은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 하루키 되게 좋아했었는데 이번 책 읽기가 왜이렇게 오글거리고 힘든건지요 원 ㅠㅠ 소년소녀에서 제발 좀 벗어나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놈의 동그란 젓가슴 타령 ㅠㅠ

persona 2023-12-27 16:19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일본학 근현대문학 시간에 ‘하루키와 아메리카니즘’으로 배웠어요. 작가가 처음 소설 쓰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로 써보고 그걸 다시 일어로 바꿔 써서 일본어로 읽을 땐 외국어 번역 책 같아서 아메리카니즘 이야기 할 때 그 이야기로 시작하더라고요. 그 이야길 듣고 저는 영어로 읽어봤거든요. 과제에 하루키도 읽어야 해서 수강포기를 고민했던 과목이었는데, 마스터베이션이랑 성적 묘사가 있는 건 아니깐 그 부분은 좀 로맨스 소설이다 생각하고 읽으니 진짜 영어 번역서가 더 잘어울리는 작가예요. 심지어 반 버닝은 윌리엄 호크너 거랑 같이 읽어도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상실의 시대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란가 그런 책들은 다 못 읽었는데 다자키 쓰쿠루나 양 사나이 시리즈 영어로 읽었을 때 오히려 완독 가능했어요.
here she is, all mine, 이게 더 괜찮은 거 같아요.
니꺼내꺼, 나 스베떼가 오레노/기미노 모노 어쩌고 하는 거보다 안 오글 거리는 거 같더라고요. ㅋㅋ
하지만 어떤 불쾌감이나 소아성애 아닌가 하는 의심은 영서로 읽어도 마찬가지일 거 같기는 해요. 주인공들이 내내 자라지 않고 여성 등장인물들이 죄다 어떤 제공자나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한 이질감 같은 건;; 안 없어지더라고요.

다락방 2023-12-28 08:22   좋아요 1 | URL
here she is, all mine 은 말씀하신 대로 오글거리지 않네요. 페르소나 님 댓글 읽으니 그나마 짧은 분량의 하루키 책은 영어로 읽어볼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오.. 너무 좋은 댓글이에요.

그런데 하루키는 말씀하신 것처럼 아저씨+소녀 구조를 너무 많이 써요. 그 아저씨가 소녀에게 더러운 짓을 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런데 이 구조에 대한 무슨 로망 같은 거 있는 것 같아요. 이 구조를 반복하는 건 징그러워요. 하루키 영어책 좀 검색해봐야겠어요. ㅎㅎ

persona 2023-12-28 09:19   좋아요 0 | URL


단편집이기도 하고 barn burning도 있는 The Elephant Vanishes 부터 읽어보시면 단편이라 덜 부담스러우실 거예요. 영어 번역본으로 읽을 때 가장 세련돼 보이는 일본 작가인 것 같아요. 여기저기 재즈가 묻어나서인지… ㅎㅎㅎ

다락방 2023-12-28 10:03   좋아요 1 | URL
오오 말씀하신 책으로 사야겠어요!! 고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2-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주제로 뽑아주신 책들이 돋보입니다. ‘쉼‘이라는 음료가 있는지는 몰랐는데 받은 마음 때문에 다락방님께 더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요^^ 저도 버섯 책은 궁금한데 나중에라도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님 올해도 알라딘 서재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만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다락방 2023-12-27 14:02   좋아요 0 | URL
버섯 책 너무 좋았어요, 거리의화가 님! 쉬운 읽기는 아니었지만 읽기를 잘한 책입니다. 거리의화가 님도 다 읽고 좋아하실 것 같은 책입니다.
거리의화가 님, 올해도 여성주의 책읽기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거리의화가 님은 늘 든든하고 단단하게 그곳에 계셔주신 것 같아 큰 힘이 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거리의화가 님!!

햇살과함께 2023-12-2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노르웨이의 숲> 다시 읽는데, 오글오글 거려서 참고 읽고 있습니다.
강간 농담을 하질 않나...
다락방님이 첫 줄에 쓴 저, 저, 저런 묘사, 35년이 지났는데도 변함이 없네요??
하루키 정말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이군요.

다락방님 여러 힘든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능력자입니다.
내년에도 함께해요!

다락방 2023-12-27 15:29   좋아요 2 | URL
저는 <상실의 시대> 두 번 읽었었어요. 좋아서요. 읽고나서도 오래 좋아했고 서점으로 달려가서 <위대한 개츠비>도 사서 읽었습니다. 피츠제럴드도 사랑하게 됐고요. 그런데 오늘의 하루키를 못견디겠어요. 흑흑 ㅠㅠ 저는 과연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요? ㅜㅜ 청춘의 아이콘이 아니라 주책바가지 할아버지 같아요. 소녀의 동그란 가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햇살과함께 님, 올 한 해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우리 내년에도 함께해요!! >.<

은오 2023-12-27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벌써 다락방님의 연말결산이 올라왔다!! 😆 연말에는 서재분들의 연말결산 페이퍼 보는 재미가 클 것 같아서 기대중입니다. >_<

덕분에 <페이드 포> 만나게 되어서 다락방님께 너무나 감사하고요.
<우체국 아가씨>가 무려 다락방님의 “올해의 소설”이라니...!! 저는 올해 <초조한 마음>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미 읽으려고 찜해둔 책인데 기대가 더 커집니다. 내년엔 우체국 아가씨를 만나봐야겠어요!!

올해 다락방님을 만난 게 제게 큰 행운입니다. 어쩜 이런 분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다락방님!! 올해도 고생 많으셨고요, 멋져 주셔서 감사하고요, 알라딘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함께해요!!!!! 많이!!!!! 좋아합니다. ❤️❤️❤️❤️❤️

잠자냥 2023-12-27 13:22   좋아요 3 | URL
우리 게으름뱅이 곰탱이는 연말 결산 없이 혼자 수상 소감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27 13:2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상소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연말결산 하려고 어떤걸 순위권에 올리지? 미리 생각중이었다고요!! ㅋㅋㅋㅋㅋ 전 12월 말일까지 꽉 채워서 읽고 1월에 결산하겠읍니다.

다락방 2023-12-27 15:32   좋아요 4 | URL
제가 너무나 귀찮아서 언젠가부터 연말결산 안썼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는 딱히 뭐 페이퍼 쓸게 없어서 결산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ㅋㅋㅋ 뭐라도 쓰긴 써야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이드포 은오 님이 아주 잘 읽어주셔서 저도 너무나 뿌듯합니다!! 저도 <초조한 마음>너무 좋아했어요!! 저는 아마 그런데 <연민>이란 제목으로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크-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서투른 연민은 인간을 망친다고 제가 막 분개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 읽었던 츠바이크들은 딱히 강한 인상 받지 못했는데, 저는 올해 우체국 아가씨가 초조한 마음을 눌러버렸습니다. ㅋ ㅑ ~
은오 님 어서 읽고 리뷰 써주세요!!

저도 은오 님 많이 좋아합니다. 알라딘의 샛별 은오, 저는 은오 님의 편입니다!! 만세!!

hnine 2023-12-27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아닌이 음료로까지 나오는군요. 제 경우에는 잠 자는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어요 ㅠㅠ
효과중에 플라시보 효과가 최고이지요!

다락방 2023-12-27 15:32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나인 님. 플라시보 효과가 짱입니다. 저는 플라시보만으로도 이 음료의 가치를 높이삽니다. 세상에,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음료라니요. 착한 세상 ㅠㅠ 물론 자본주의가 그 바탕이지만...

나인 님, 연말 잘 마무리 하세요!!

망고 2023-12-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드 포 아직 안 읽었는데 어서 읽어야 겠어요^^아 근데 다락방님 하루키 좋아하셨구나 저는 하루키 두권 읽고는 그만 뒀는데요 바로 다락방님이 쓰신 그 이유 때문에 뭐만 하면 잤잤ㅋㅋㅋㅋ그리고 에릭 사티 땡겨요 교주이자 유일한 신도 오호🤔

다락방 2023-12-27 15:34   좋아요 2 | URL
망고 님, 페이드 포 읽기 아마 힘들실겁니다. 그러나 힘든만큼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페이드 포는 정말 짱이에요!!
저 하루키 되게 좋아했어요. 두번씩 읽은 책들도 읽고 길을 걸어가면서 읽은 책들도 읽고 그랬어요. 하루키의 농담은 언제나 저에게 제대로 먹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진짜 너무 힘드네요. 만약 이맘때에 제가 하루키를 처음 만났다면 결코 좋아할 수 없었을 작가일 겁니다. 하아- 세월이여.. 흑흑 ㅠㅠ

망고 님, 에릭 사티도 읽어주세요!! ㅋㅋㅋㅋㅋ

망고 2023-12-27 16:42   좋아요 1 | URL
저 다락방님 길을 걸어가면서 책을 어떻게 읽으셨어요?ㅋㅋㅋㅋ상상하니까 너무 웃음이....(죄송) 꼭 만화책에 나올거 같은 캐릭터십니다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8 08:14   좋아요 1 | URL
저 재미있는 책은 멈추는게 아쉬워서 걸으면서도 읽거든요!! ㅋㅋㅋㅋ 그러다가 회사 직원 만날 때도 있고 한번은 동네 지하철역에서 친구 만났는데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려서 계단 올라가는데 계속 읽었는데 누가 팔을 잡으면서 ˝야 그렇게 재밌냐?˝ 해서 보니까 다른 동네 사는 친구더라고요? 아니 너 왜 여기있어? 라고 제가 묻고 그 친구는 ˝무슨 걸어다니면서 책을 읽어!˝ 했어요. ㅋㅋㅋ 한 번은 걸으면서 책 읽다가 엄마한테 전화와서 받았더니 ˝너 누가 걸으면서 책 읽으래!˝ 이래서 보니 엄마가 건널목 저 편에서 저를 보셨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이래봬돼 신경정신과 상담 갔다가 걸으면서 책 읽지 말라는 의사쌤의 지시를 듣고 돌아온 사람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미 2023-12-27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쉼>을 마셔봐야겠어요!!
저 <인생수업>번역서도 좋았는데 원서를 꼭 읽어봐야겠군요.
(안그래도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원서는 예전에 사두었지요ㅋㅋㅋ)
번역을 잘 해도 원서로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줌파 라히리도 그래서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나봅니다.

다락방님 올해도 여성주의 책 함께읽기 이끌어주셔서 넘넘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3-12-27 15:35   좋아요 1 | URL
저는 인생수업 번역서 너무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에 집어 던졌어요. 원서 읽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번역서 찾아보면 통 찾을 수도 없고 말이지요. 번역가가 맥락에 맞게 문장을 만들어낸 것 같단 생각을 했고, 그건 정말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ㅠㅠ 그렇지만 인생 수업 원서가 가져다주는 두려움과 받아들임에 대한 내용은 저에게 아주 울림이 컸습니다. 미미 님께도 좋은 독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미미 님, 이번 해에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감사하고 있다는 것이 미미 님께도 전해질거라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우리 함께 열심히, 즐겁게 가봅시다. 빠샤!!

Falstaff 2023-12-27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년 1월 10일에 무라카미 하루키 독후감 하나 올릴 건데요, ㅎㅎㅎ 이 양반이 여성들의 풍만한 유방에 무슨 로망이 있는 거 같다는 구절이 들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15:28   좋아요 1 | URL
저는 동그란 젖가슴에 로망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 늙어서도 소녀의 동그란 젖가슴을 놓지 못하는 하루키 ㅠㅠ 저는 과연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폴스타프 님의 하루키 리뷰 너무나 기다립니다. 아아 하루키를 좋아했던 긴 세월이여... 흑흑 Orz

blanca 2023-12-27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 거부감 뭔지 알 것 같아요. ㅋㅋ 왜냐면 제가 그 시기가 있어서 하루키 엄청 멀리했었거든요. 오히려 이십대 때 정말 이건 아니다, 몹시 거북하다, 이러면서 안 읽었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 정말 이상한 게 갑자기 그럴 수 있어, 그러면서 다 넘어가지더라고요. 이 변화가 뭘 의미하는 건가 생각해봤는데 하루키가 한창 성적 묘사에 열을 올렸던 시기가 있고 이제 그런 여성에 대한 성적 타자화를 넘어갔구나 싶은 계기가 있었어요. 그게 <색채 뭐시기> 였던 것 같아요. 올해 다락방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만큼 잘 넘기시고 보람차고 아름다운 일들도 많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당장 쉼을 먹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23-12-28 08:20   좋아요 1 | URL
저는 정말 젊은 시절 하루키를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도 싫은 건 아닙니다만, 이번 책을 읽는데 너무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그런데 이 페이퍼 쓰고 나서 좀 더 읽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포스트잇 계속 붙이고 있어요. 힝- 이렇게 갑자기 또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다니. 하아- 역시 저는 하루키를 미워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아, 작가란 무엇인가, 책이란 무엇인가, 하루키란 무엇인가..

쉼이 블랑카 님께 쉼을 가져다줬으면 좋겠네요!!

블랑카 님,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만세!!

persona 2023-12-28 15:34   좋아요 1 | URL
아! 저 원래 하루키 극혐하다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기였나 그거랑 헛간을 태우는 거랑 영어로 읽으면서 하루키 읽어볼만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긴가민가 돌아선 입장이었는데요. 그게 영어로 읽어서 일수도 있지만 ㅋㅋㅋㅋ 그놈의 젖가슴 판타지가 그 글들에는 잘 안보여서였을 수도 있었겠네요. 이 사람 그거 아니면 더 잘 쓸 수 있는데 왜 꼭 그걸 놓지 못할까 싶기도 하네요. ㅎㅎ
그거 때문에 다시 읽기 시작했지만 다 도중에 중단했어요. ;; ㅋㅋㅋ

새파랑 2023-12-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23년의 액체라니...

혹시 숙취음료 인가요???

또 이렇게 하루키 팬 한분이 사라지는군요 ㅜㅜ 슬픕니다 ㅋㅋ

다락방 2023-12-30 14:1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새파랑 님!! 하루키 좋아요!! 이 책 뒤로 갈수록 좋아요!! 너무 좋아요!! 엉엉 ㅠㅠ

단발머리 2024-01-0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과 <Life Lesson> 읽을 때 참 좋았어요. 제가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너무 ‘기독교 서적‘ 같아서 ‘아멘!‘을 외쳐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저 책을 영어로 읽어서 더 좋은 점도 있었던 듯 합니다. 이를 테면, 위에 인용해주신 169쪽의 이런 문장.....

When we surrender, we accept it just as it is. -p.169

아무리 잘 번역한다 해도 그 느낌이 영어만은 못할 거 같거든요. 내년에도 후년에도 우리 오래오래 같이 읽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4-01-03 18:18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저야말로 단발머리 님과 이 책을 함께 읽었다는 게 정말 좋습니다. 제게 저 책을 읽었을 때 저 책의 문장들과 그리고 단발머리 님의 존재가 함께 다가왔습니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데 좋은 책도 때를 알고 오는가 봅니다. 저에게 정말 고마운 책이었어요. 마침 그 때 와서 저는 좋은 메세지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영어로 읽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재인용하신 서렌더, 저도 정말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아, 올해는 역시 원서를 좀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저는 잘 안되네요 ㅠㅠ
 

지난주의 어느날, 인스타를 통해 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드는 영상을 보았다. 얼핏 보았는데 올리브유는 집에 있고 방울토마토만 있으면 되겠다 싶어 연휴동안 만들어야지, 방울토마토를 주문해 두었다. 그리고 일요일, 전날 안산에 갔다가 집에 돌아가던 길, 아 그런데 토마토 마리네이드 마늘.. 집에는 빻아서 얼린 마늘만 있으니 생마늘 사서 빻아야겠다, 하고 마트에 들러 깐마늘을 한봉지 사가지고 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방울토마토를 꺼내들고 쨔잔- 레서피를 찾아봤는데, 마늘이 아니라 양파가 들어가는 거였다. 읭? 나 왜 마늘이라고 생각한 부분? 그래도 뭐 오케이. 양파는 집에 있으니까 마늘은 이따가 삼겹살하고 같이 먹지 뭐, 하고는 방울토마토, 양파, 올리브유를 꺼내두었다. 그런데 얼라리여? 발사믹 식초도 필요하다는게 아닌가. 나는 발사믹 식초가 없는데? 다다다닥- 발사믹식초 대체품을 찾아보았더니 무슨 와인 식초 어쩌고가 나온다. 아니, 그런게 있을리 없잖아. 하는수없이 나는 여동생에게 '발사믹 식초가 없는데 뭘 대신 넣어야 할까?' 물어보니, 여동생은 발사믹식초 생략가능이라고, 자신은 그거 안넣고 한다는 게 아닌가. 굿. 좋았어. 그러면 과감히 빼! 대신 여동생은 소금으로 간을 좀 맞추라고 했다. 소금은.. 어느정도나 넣어야 할까? 아무튼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기웃거리며 찾아보니 어떤 사람들은 바질을 다져서 넣고 어떤 사람은 페퍼민트를 다져 넣었다. 생략가능해 보였지만, 뭔가 허브를 넣으면 더 좋은가 보았다. 흐음. 바질은 없는데, 페퍼민트도 없고... 파슬리 가루만 있는데 이건 그게 아니고.. 하다가. 앗!! 나에게는 고수가 있다!! 하는 큰 깨달음이 닥쳐오는 게 아닌가. 그래, 내게는 내가 농사 지은(응?) 고수가 있다. 좋아쒀!! 나는 얼른 나의 베란다로 가 고수를 몇 장 따온다. 따는 순간 향이 훅- 퍼져와서 너무 많이 넣지는 말자, 하고 조금만 따왔다. 내가 재배한 고수인 것이다.




내가 찾아본 토마토 마리네이드 레서피에 고수를 넣은 사람은 없었지만 ㅋㅋㅋ 나는 무려 내가 키운 고수가 있다. 내가 해보게쒀!! 바질도 되고 페퍼민트도 되면 고수라고 안될게 뭐람? 좋아쒀!! 그렇게 나는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든다. 둠칫 두둠칫. 아주 어깨춤이 절로 난다. 꺄울 >.<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고 양파와 고수, 소금 약간과 올리브유를 넣고  만들었다, 마리네이드!!



뒷배경의 저 하트는 ㅋㅋㅋ 엄마 생신이라고 올케가 장식 사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실 창문에 붙인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식구들이 안떼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만들었고, 맛은요?




다소 싱겁지만 ㅋㅋ 그래도 맛있다. 방울토마토와 양파가 씹히는 게 진짜 너무 좋다. 와인 안주 삼아 먹었다. 으하하하. 아직도 조금 남아 있어서 또 먹을 수 있다. 만세!! 너무 좋다. 다음엔 소금 양을 약간 더 늘려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얼만큼 넣었는지 모르는 부분.. ㅋㅋㅋ 기억 못함. 아무튼 이렇게 씐나있는데,


저녁엔 삼겹살을 먹었단 말야? 나는 내가 농사지은(응?) 치커리를 잔뜩 재배해온다. ㅋ ㅑ ~



저기에 고수도 몇 잎 들어가있고 제법 풍성하다. 캬- 아니 진짜 나 너무 멋지지 않냐? 세상에 치커리를 키워서 그걸 재배했다니까? 그리고 겉절이를 만들었다. 쌈싸먹기에는 사이즈가 좀 작은 것 같아 만들어본 겉절이!!



아 진짜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 내가 너무 뿌듯하다. 얼마나 기뻤는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짐작도 못할거다. 내가 키운 고수로 마리네이드 만들고 내가 키운 치커리로 겉절이 만들었어. 그렇게 삼겹살과 함께 먹는다. 삼겹살은 마켓 컬리 연잎 삼겹살. 크 -



아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맛도 맛이지만 나의 뿌듯함이 가슴 가득 차올라 정말이지 자랑스러웠다. 너무 근사해! 누가? 내가!!! 이런 사람이 나다. 회사 다니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술도 마시는데 농사도 짓는다. 이런 캐릭터 너무 독보적이야. 이런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내가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깨에 너무나 힘이 뽝 들어간다. 내가 엄마 아빠한테 재배한 치커리 보여드리면서 "내가 재배한 치커리로 겉절이 만들어줄게 딱 기다려!" 해가지고 엄마 아빠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좋아. 진짜 내 자신이 너무 좋다. 최고다. 내 자신에게 돈 주고 싶지만 그러면 내 자신의 돈이 나가야 하므로 패쓰..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개멋짐 ㅠㅠ


지금 이 순간 세상천지에 부러운 사람 하나도 없다. 나 자신, 천상천하유아독존...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을 샀다.
































지난주에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고 아니 에르노 읽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서 굉장히 급박하게 아니 에르노 책들을 주문 넣었고 그래서 연휴전에 받았지만, 연휴에 다 끝내버리게쒀!! 하던 나의 의지는 실현되지 못했다. 책만 사서 또 쌓았네 ㅠㅠ 《탐닉》은 일전에 읽다 포기한 책이지만, 다시 읽으면서 뭔가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샀다. 무엇보다《부끄러움》을 가장 급박한 마음으로 샀는데 또 걍 쌓여있네. 어째.. 흐미.. 하나씩 읽으면서 살걸 또 왜 사서 쌓아놓는거야? ㅜㅜ 그러지말자. 이 급박한 마음, 다스려보자.

















《헌치백》은 읽고 싶어서 샀지만 읽자마자 팔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알라디너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메일에서 닉네임을 발견한 순간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SO LATE IN THE DAY》는 클레어 키건의 최신작 원서이다. 미국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것. 아직 국내에 번역본이 나와있지 않은데, 클레어 키건은 요즘 핫한 작가이니 곧 번역본이 나오겠지 기대하고 있다. 후훗.




내년에는 월요일 책탑 없을 예정이다. 책 안사겠다는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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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26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왜 밥 안 먹어?!?!?! (일단 놀라서 댓글부터)

다락방 2023-12-26 12:31   좋아요 2 | URL
아 저 후발대로 조금 이따가 먹을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6 12:40   좋아요 1 | URL
후발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엠티 가면 꼭 후발대 애들이 술도 왕창 먹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6 12:41   좋아요 1 | URL
후발대라서 밥을 많이 먹는걸까요? 흐음..

잠자냥 2023-12-2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네이드 맛있어 보여요. 오잉?! 컬리 연잎삼겹살 저도 토욜인가 먹은 거 같은데…. 그날은 막걸리하고 ㅋㅋㅋ

<헌치백> ㅋㅋㅋㅋㅋ 나 오늘 팔러 나갈 예정.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내년에는 책탑 안 하기로….! 화이팅! 책누름!!

다락방 2023-12-26 12:41   좋아요 0 | URL
뭐야, 책탑 안한다고요? 그러면 안되죠, 잠자냥 님은. 그렇게 책 많이 읽는데 잠자냥 님은 계속 사야 합니다!! 누르지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네이드는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더라고요? 후훗.

잠자냥 2023-12-26 12:44   좋아요 0 | URL
우리 읽고 사자…..

은오 2023-12-26 13:06   좋아요 2 | URL
연말을 허언으로 마무리하시는 두분

잠자냥 2023-12-26 13:08   좋아요 1 | URL
😹

독서괭 2023-12-26 14:19   좋아요 2 | URL
여러분, 책누름 아무나 하는 거 아니예요. 그냥 책탑 하세요. 해주세요. 저를 위해서...

거리의화가 2023-12-2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키운 고수로 마리네이드 만들고 치커리로 겉절이 만드는 다락방님 멋집니다! 역시 이번 연휴에도 어김없이 부지런하게 보내셨네요. 저도 연휴 전 책 사긴 했습니다만 다락방님 책탑은 어마무시!ㅎㅎ 저는 짧고 굵게 한 권만 샀어요.
그나저나 다락방님 책탑 매주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내년부터는?ㅠㅠ

다락방 2023-12-27 07:34   좋아요 0 | URL
여기에 깜빠뉴 만들기도 포함해야 하는데 그건 실패했어요. 아오. 하루 꼬박 걸려 만든 빵인데 실패해서 입맛이 씁니다. 이건 다시 시도하기 보다는 안하는 걸로 결정내렸어요. 저도 뭔가 자꾸 하는 저를 말리고 싶지만 말려지지가 않네요. ㅋㅋㅋㅋㅋ
이번주에는 책 안사고 버티기가 목표입니다.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햇살과함께 2023-12-2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돼요!! 출판계가 어렵답니다....
출판계 큰 손 다락방님!!

다락방 2023-12-27 07:34   좋아요 1 | URL
저는 어쩌다 무럭무럭 자라 출판계 큰 손이 되었을까요? 출판계를 위해 내년에도 제가 돈 좀 풀어야 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2-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책탑 안하신다고요?
리얼뤼요?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오늘 책탑보고 또 깜놀했는데 정말요?????^^
맛점하셨겠죠?

다락방 2023-12-27 07: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탑 안하는게 제 목표입니다! 이제 그만 사야지, 책장 책들 보고 뭐야, 나 이런 책도 있었어? 깜짝 놀란단 말입니다. 왜이렇게 급박하게 사제끼는건지 ㅠㅠ 이제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은 싹싹 밥공기 비우고 왔습니다!!

은오 2023-12-26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회사 다니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술도 마시고 농사도 짓는 사람 전 본 적이 없습니다. 개멋진 다락방님....

<헌치백>은 저도 다 읽고 알라딘에 보내려고 오늘 포장해서 딱 문밖에 내놨어요! ㅋㅋㅋㅋ
<사랑을 재발명하라>는 먼저 읽고 있습니다. 서재에 계속 보이네요?! 역시 사랑이 넘치는 알라딘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책탑 중지 선언은 이제 봐도 감흥이 없습니다..

다락방 2023-12-27 07:36   좋아요 1 | URL
<헌치백>은 사면서부터 이건 팔 책이다, 했는데 역시 그 느낌이 맞는가봅니다. ㅋㅋ
<사랑을 재발명하라>는 사랑을 공부하고 싶어서 샀는데 은오 님 구매자평 보니 딱히 공부가 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샀으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탑 중지 선언에 감흥이 없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은오 님 너무 날카로운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이상, 농사짓는 다락방 이었습니다!! 만세!!

단발머리 2023-12-26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마토 마리네이드 너무 근사하네요! 자랑스러울만한 비주얼이에요. 맛도 일품이겠죠?

다음주 월요일이 이렇게 기다려질 일입니까. 아쉬운 것은 내년 첫번째 월요일이 1일이라서 연휴네요. 그 다음주 월요일 기대할게요.
이 책탑보다 더 높다,에 500원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07:37   좋아요 1 | URL
맛도 일품이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그나마 토마토와 양파 식감이 좋아서 먹을만해진 것 같습니다. 다음엔 소금을 조금 더 넣으면 그러면 맛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고수도 조금 더 넣어도 좋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바질을 넣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혹여라도 하게 되신다면 바질 추천합니다!!

저 이번주에 책 아직 한 권도 안샀는데요? 단발머리 님의 예언은 적중할 것인가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2-26 1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너무 멋진 분 다락방!! 직접 만든 치커리 겉절이.. 마리네이드는 또 뭔가요. 아 맛있어 보여요! 또 그걸 그렇게 신나게 만드시다니. 보기 좋습니다. 마리네이드는 저도 한번 만들어볼까 싶네요. 허브 빼곤 다 있는 것 같은데 흠..
그나저나 한주에 4권 사기로 한 것도 못 지키시면서 단박에 안 사겠다니..
저는 내년에 책탑이 계속될 것임을 100% 확신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7 07:38   좋아요 1 | URL
마리네이드는 만들기 어렵지 않으므로 독서괭 님 도전하셔도 좋을듯 합니다! 저는 좀 큰 방울토마토로 했는데 만들 때는 통째로 만들고 먹을 때는 썰어서 먹으면 될것 같아요.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합니다. 빵 찍어 먹어도 맛있어요!! 허브는 굳이 사실거라면 바질로 추천합니다. 바질이 최상일 것 같아요!!

독서괭 님의 확신을 제가 무너뜨려야 할텐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성지 2023-12-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책 읽기뿐 아니라 다방면에 능력을 보이시네요. 고수와 치커리를 손수 재배하여 요리에 활용하다니 베란다 텃밭 활용이 돋보입니다.

다락방 2023-12-27 07:39   좋아요 0 | URL
사실 능력이라기 보다는 운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고수와 치커리,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물만 줬을 뿐인데 지들이 알아서 잘 자라더라고요. 물론 그걸 요리에 활용한 것은 제가 한 일이지만, 애초에 요리에 활용하기 위해 재배하긴 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뿌듯합니다!!

자목련 2023-12-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은 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 ㅋㅋ

다락방 2023-12-27 11:02   좋아요 0 | URL
아? 그래도 그것은 참이네요? 월요일 책탑은 없습니다, 수요일 책탑은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27일이다.....

다락방 2023-12-27 11:3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올해를 정리하는 페이퍼를 써보았습니다. (딴청)

잠자냥 2023-12-27 11:58   좋아요 0 | URL
안방아.... (연습 중)

다락방 2023-12-27 12:08   좋아요 0 | URL
있어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냣!!! (어쩐지 버럭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7 12:12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라면 먹고가자˝는 할 수 없고.. 그것참 ㅋㅋㅋㅋㅋㅋ
(라면 전도사 잠자냥)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고 있다.

책의 제목은 아니 에르노의 말 이지만, 그보다는 아니 에르노와 로즈마리 라그라브 의 대담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둘다 프랑스 출신 여성이며 계급 탈주를 했다는 공통성을 가지고 젠더와 계급, 무엇보다 사회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한쪽이 질문하고 한쪽이 답을 하는 형식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그리고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 그 대화의 깊이도 그렇지만 용어들도 사회학 쪽이라고 해야할까, 다소 전문적이며 어려운 것 같아서, '만약 내 친구랑 내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눠도 이런 식은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아마 아니 에르노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탄, 교수라는 직업을 가졌던 소설가, 라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겐 그녀를 지원해줬던,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그들의 부모가 있었다. 그에 대해서 아니 에르노는 《남자의 자리》를 통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남자의 자리가 그간 읽었던 아니 에르노의 책 중에서 제일 좋다. 


아니 에르노의 말도 절반까지 읽은 현재, 계급과 사회 그리고 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져서 아주 즐겁게 읽고 있고, 아니, 이 지적인 여성들의 대화를 보노라니 너무 짜릿해져서, 그간 아니 에르노가 했던 말을 내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거나 놓쳤을까봐 그녀의 작품들을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게 아닌가. 나는 이 책을 절반도 채 읽지 못했던 어제, 집에 돌아가자마자 집에 있는 아니 에르노 책들을 죄다 꺼내놓기로 했다. 읽었던 책은 다시 읽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이제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가만있자, 남자의 자리 너무 좋아서 팔지 않은 거 확실한데, <산책> 앱에도 있다고 나오는데, 그런데 책장에서 도무지 보이질 않네? 내 서재방 책장에서도 내 침실 책장에서도 보이질 않아. 아 안버렸는데 ㅠㅠ 어디있지 ㅠㅠ 아, 혹시 거실 책장에 있나? 나는 거실로 가 살핀다. 저기, 저 꼭대기 위에 있다! 그렇게 남자의 자리도 한여자도 꺼내온다.


두 책 다 너무 낡아서 다시 사야겠어... 《세월》은 새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다가 《얼어붙은 여자》랑 《사건》은 내가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 이건 딱히 다시 보진 않아도 될것 같고, 아니 《빈 옷장》? 이건 한 번 사서 읽어봐야겠네. 


오늘 아침 빈 옷장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고, 자, 이 책을 누구한테 땡투할까, 하고 책 링크를 하고 들어갔다가, 얼라리여~ 나는 이런 구매자평을 보게 된다.



나다..

이거 나야..

이 평 내가 쓴거야.



나...


빈옷장 읽었어? 2020년에? 헐...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저 구매자평 보면 뭔가 제대로 읽고 쓴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 집에 책도 없어. 읽자마자 바로 팔았나봐요? 내가 읽은 아니 에르노, 내가 기억 못하는 부분?????


하아-


그래서 내가 읽은 아니 에르노를 알라딘 나의 서재에서 태그로 검색해 보았다.
















이중에서 《탐닉》은 도저히 못읽겠어서 중간쯤 읽다가 팔아버렸다. 하아- 《집착》도 너무 읽기 힘들었고.. 아무튼 내 생각보다 내가 아니 에르노 많이 읽었네? 그렇지만 아니 에르노의 말 읽다보니, 다소 읽기 힘들겠지만 《여자 아이 기억》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른 책들도. 아니, 아니 에르노 님, 책 엄청 많네요??? 아니 에르노 전작 해줘야겠다. 그렇지만 탐닉은 빼고.. 흠흠.  탐닉도 다시 도전해보자!!

















이들의 대화에서 초반에 아주 많이 언급되는 작가가 크리스틴 델피다. 여성학 책을 관심있게 지켜봐온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크리스틴 델피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최근에 봄알람 에서 책이 나왔더랬지.

















프랑스 의 여성들에게 크리스틴 델피는 여성학으로도 사회학으로도 아주 따를만한 사람인가 보았다.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크리스틴 델피의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시리즈를 나도 앞에 두 권 가지고 있는데, 이걸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어떻게 같이 읽을 수 있을까? 이렇게 지금 출간된 것들 네 권을 한 달 안에 읽기 해볼까? 한 권당 분량이 정말 적다. <서문> 의 경우 100페이지도 안하고 가격도 1만원을 안한다. 네 권 합쳐 400페이지쯤 될텐데, 같이 읽기 시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에르노와 로즈마리 라그라브 의 대화를 읽다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리스트에 한 권을 더 추가해두었다. 미셸 페로의 《여성의 역사》가 그것.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그리고 개인적으로 읽고 싶어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은 둘다 강하게 영향을 받았던 '부르디외'의 책이다. 아 너무.. 부르디 外 쓰고 싶지만 참을게요. 꼰대가 되면 자연적으로 아재개그를 하게 되나요? 하아- 미안합니다.
















아니 에르노의 말은 분량이 많지도 않은데 읽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책 얘기할 때마다 뭔데, 뭔데 이러면서 검색하느라고 시간을 대단히 잡아먹어. 게다가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책도 좀 찾아보고 싶은데 딱히 눈에 띄는 책이 없단 말이야? 로즈마리 라그라브 의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국내에 번역된 게 없는 것 같다. 



어제 회사 동료랑 얘기하면서 아니 에르노를 내가 언급했다. 남자의 자리 언급하면서 자신을 멸시한 세계에 딸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그 딸은 교육을 받고 계급이 달라지면서 부모님을 무시하기도 했던 것에 대해서. 그 책이 나에게 정말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동료에게 얘기했는데, 내 말을 듣고 동료는 '네 얘기네?' 했다. 아, 내가 나랑 비슷해서 그 책을 그렇게나 좋아했던 거구나. 아니 에르노가 했던 생각 그리고 행동이 내 것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물론 아니 에르노는 그 뒤에 무럭무럭 자라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나는 다락방이 되었지만..


나는 배움과 지원이 충분치 못한 집에서 자랐고 본보기가 되는 어른도 보지 못한 채로 자랐으며 아이일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여성이라는 성별로 인한 성적 희롱에 자주 노출되었었다. 여성이라는 인식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나는 아주 크게 계급에 분개할 때가 많다. 그건 아마도 내가 모시는 분-그러니까 깨어있는 시간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나와 완전히 다른 계급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계 하나를 사는데 우리 회사 부장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계급,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비가 사회 초년생 월급인 그런 계급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나는 수시로 분개하고 수시로 한탄한다. 그리고 만나는 친구들이나 동료에게 그리고 가족에게도 열을 내며 토로하는 거다.


이상하지 않아? 너무 이상하지 않아? 어떤 사람은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고 노동하지 않아도 부자이며 어떤 사람은 아무리 뼈빠지게 일해도 자기 집이 없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저기, 3,600만원짜리 가방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들고 다닌다는 것도 아는데, 그런데 누군가의 연봉은 그 가방 값도 안된다는 것이? 존재하는 거 알지만 결코 내것이 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고 사는 거, 그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 나의 이 분개가, 이 이상함에 대한 인식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라그라브  '당신은 주변부에서 고치려고 시도해보지만, 결국 그 어떤 것도 고치지 못한다.'


에르노      고치지 못하죠.    -P.60



아주 짜릿해하며 읽고 있다. 

처음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보다, 이 책을 읽는 지금, 그녀가 노벨상 수상자인 것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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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2-21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자리> 찾았나 싶었는데 결국 찾았군요?!
<빈옷장> 저 100자평은 저도 기억하고 있는데 왜 쓴 사람이 기억을 못 해! 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1: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 진짜 어떡하면 좋아요. 여하튼 다시 사야겠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생 진짜 너무 돈지랄 라이프다 ㅠㅠ 머리가 나쁘면 돈을 팡팡 쓰게 됩니다 ㅠㅠㅠㅠㅠ

2023-12-2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1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3-12-21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락방님 이 페이퍼 읽고 <남자의 자리>랑 <빈 옷장> (문제의 그 책 ㅋㅋㅋㅋㅋ)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도 저 책이 있거든요. 제가 저 시리즈를 많이는 아니고 몇 개 읽어봤는데 (한나 아렌트, 프리모 레비, 어슐러 K. 르 귄) 쉬운 책이 하나도 없었어요. 왜케 다들 어려운 이야기 하시는지ㅠㅠ 저 시리즈를 제가 좋아합니다만 (특히 표지가 다 마음에 들어요) 암튼 작가들이 각 잡고 인터뷰하면 이런가... 싶어요. 저도 에르노님이랑 좋은 시간 기대되네요.

다락방 2023-12-21 15:50   좋아요 1 | URL
저는 아무리 각잡고 이야기해도 이 책의 단어들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읽으면서 아 나의 배움이 너무나 짧구나! 하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 둘다 어찌나 지적이신지.. 에휴.. 둘다 어떻게 그렇게 부르디외도 읽고 크리스틴도 읽고 하여간 너무나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단발머리 님,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기전에 남자의 자리 읽기를 권합니다. 저는 남자의 자리 집에 있는 거 너무 낡아서 다시 사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발 그러지말자)

단발머리 2023-12-21 15:52   좋아요 0 | URL
크리스틴 4권 다 집에 있거든욬ㅋㅋㅋㅋㅋ 아 보림차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6   좋아요 1 | URL
저는 1,2권 있는것 같아요. 차차 3,4권 마련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1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땡투했어!!!!!!!! 클스마스 선물이야! 순댓국값에 보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1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증맬루 세상 인자하신 분 ♡

거리의화가 2023-12-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저도 어떤 책을 읽다가 불과 2년 전에 읽었던 책 내용이 기억이 안나서 좌절했었습니다^^;
분량과는 상관없이 자료를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죠. 그렇게 열심히 읽는 책은 그래도 결국 좀 더 오래간다고 믿고 싶습니다ㅋㅋ
크리스틴 델피 시리즈 같이 읽게 된다면 좋겠네요. <여성의 역사>도 기대되요!ㅎㅎ

다락방 2023-12-21 15:52   좋아요 0 | URL
저는 한달전에 산 책도 까먹고 2년전에 읽은 책도 까먹고. 아니, 읽은 책의 줄거리를 까먹는 것도 모자라 이젠 읽었다는 사실 마저 기억하지 못하니.. 역시 기록이 도움이 됩니다. 기록 덕에 앗 내가 읽었구나! 알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어휴..

크리스틴 델피 시리즈 같이 읽기에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서문> 앞에 몇 장 봤는데 어려워서 ㅠㅠ 혼자서 읽기는 빡셀것 같습니다!!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우리 함께 읽어볼까요? 으르렁-

미미 2023-12-2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부격차가 전세계적으로 심각해져가는데도 윤씨가 다주택자 감세를 면밀검토하라고 해서 뒷목이 아팠습니다.

저 <집착>은 다락방님께 땡투한 기억이 있는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5   좋아요 1 | URL
부자들은 부자들을 위해 진심이에요. 아니, 부자인 스스로를 위해 진심이죠. 그러다 보니 널리 다른 부자들도 이롭게 하는... 아 빡쳐요. 너무 짜증납니다. 세상은 똥이에요!!

집착은 제가 읽은 후기에다가 지나친 성애의 집착 때문에 힘들다고 써놨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21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 읽으니까 일단 <남자의 자리>가 궁금하네요!!
다락방님이 되고 싶은 은바오는 “나는 다락방이 되었지만..“ 보고 ”나는 다락방님이 되고 싶다..” 😍

다락방 2023-12-21 15:54   좋아요 2 | URL
저는 몇해전에 남자의 자리 읽으면서 두드려 맞는 것 같았어요. 아니 에르노가 살았던 삶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그 비슷한 흐름으로 살아왔던 터라 아니 에르노의 글이 아주 날카롭게 저를 후벼팠습니다. 어휴.. 은오 님의 독서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다락방이 되는 것보다 은오 님으로 유지하시는 게 훨씬 근사하고 멋진 일입니다. 다락방 보다 훨씬 훌륭하신 은오 님 ♡

은오 2023-12-21 19:59   좋아요 0 | URL
훌륭한 은바오한테 뽀뽀도 안해주시면서...
말로만!!!!!!!!!!!

잠자냥 2023-12-21 15: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부르디 外 자매품 몽테스키 外 ....

뒷방 늙은이들의 꼰대 개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3   좋아요 3 | URL
몽테스키 外 이것도 쓰려다가 말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 나랑 꼰대 동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1 15:54   좋아요 2 | URL
꼰동

(아 이거 발음 주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5:54   좋아요 2 | URL
왜요? 콘돔하고 헷갈려서요? 똥꼬랑 헷갈려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2-21 1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아니 에르노에 관한 글 읽을 때마다 ‘아니‘ 때문에 웃는 일이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아니 에르노의 말도 절반까지 읽은 현재, 계급과 사회 그리고 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져서 아주 즐겁게 읽고 있고, 아니, 이 지적인 여성들의 대화를 보노라니 너무 짜릿해져서, 그간 아니 에르노가 했던 말을 내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거나 놓쳤을까봐 그녀의 작품들을 죄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게 아닌가.˝ 라는 이 글의 한 문장에 ‘아니‘가 네번 들어간다는 그런 이유요 ㅋㅋㅋ

자기 자신에게 땡투를 할 수 있었다면 부자가 되었을 지도 모를 단 한 사람, 다락방...

다락방 2023-12-21 16:23   좋아요 1 | URL
맞네요. 자기 자신에게 땡투를 할 수 있었다면 저는 부자가... (아니야, 그러지마!)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아니, <여전히 미쳐있는> 읽던 도중 어째서 아니 에르노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님을 웃게 한 제 자신이 뿌듯합니다!!

건수하 2023-12-2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의 말> 이 젤 궁금하네요. 크리스틴 델피 시리즈는 3권 있고, <여자의 역사>는 보관함에 담았다가 이런 거 이제 많이 읽지 않았나 하고 뺐었는데… 일단 ~말 부터 읽고 생각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12-22 07:57   좋아요 1 | URL
그쵸? 이런 책은 여러권 읽긴 했으니.. 무엇보다 제2의 성이 다 끝내준 게 아닐까 싶고.. 🤔 이 책 보류하고 크리스틴 델피 넣어야겠어요!! 😤

건수하 2023-12-21 21:54   좋아요 0 | URL
좋아요. 저도 땡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