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수트라 범우문고 205
바츠야야나 지음, 송미영 옮김 / 범우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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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남성들이 포르노를 보는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성(sex)적 기술에 대한 학습의 의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복되는 성관계 영상물의 관람은 보지 않는 것보다 다양한 방법 혹은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건 아닐까. 학습에의 의도로 관람하는게 아니었어도 저절로 학습되어지는 부분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긍정적인 학습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어릴때부터 보게되는 자극적인 영상들은 잘못된 성적 개념을 심어줄 수있고, 모든 여자들이 잠자리에서 포르노배우처럼 행동할거라는 생각과 혹은 영상물처럼 해도 모든 여자들이 좋아할거라는 그릇된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성관계를 갖게 됐을때, 분명히 많은 부분들은 저절로, 본능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본능이란 건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러나 본능만으로 욕망을 실현하고 사랑을 표현하면서 거기에 기술이 더해진다면 더 큰 기쁨과 만족이 따라오지 않겠는가. 그런면에서 성적 기술에 대한 학습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포르노에서 그것들을 일정부분 학습할 수 있다고 했을 때, 포르노를 보지않는 여자들(혹은 남자들)은 그 기술을 어디서, 어디로부터 학습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의 경우는 포르노를 보지 않는다. 그것이 자극적이라거나 혹은 불결하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에서 보지 않는게 아니라, 포르노속의 남자와 여자에게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도무지 흥미가 일지 않는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터보레이터》가 포르노의 장르에 속한다고 했는데, 그 영화가 얼마나 재미없었는지를 기억한다. 나는 에로틱한 영화를 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지만, 그들 사이에 스토리가 없이 무작정 행위로 돌진하는 것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성적 기술에 대한 학습에의 기회가 차단된다. 여자들로 하여금 성에 대한 얘기를 개방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그러나 디지게 재미없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에서도 물론 성적 기술을 배울 수는 '없다'. 그 책은 정상적인 성관계 보다는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그래서 자극적인 관계를 그려내고 있으니까. 뭐, 그것들에서도 새로운 걸 본인이 시도해보고 학습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여튼 내게는 무시해도 좋을 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며칠전 남자사람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성적으로도 기술을 익히는 것이 더 나을것 같은데, 대체 어디로부터 그것을 습득하는게 좋겠느냐, 나는 포르노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그건 통 보고싶지가 않다, 이게 혹시 책으로 가능하겠느냐, 라고 물었고, 그때 친구는 내게 거침없이 고민없이 이 《카마수트라》를 추천해줬던 것이다. 나도 이 책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있던바, 그래 좋다, 그런데 여기에 '기술'이라고 할 것도 설명이 되어 있느냐, 고 물었고 친구는 그렇다고 했다. 장난아니야, 라며 이 책을 보라고. 그래서 친구와 대화가 끝나자마자 이 책을 주문했고, 읽고나서 이것이 학습에의 효과를 준다고 여겨진다면, 나는 많은 나의 여자친구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할 생각이었다. 물론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는 아, 이 책으로 학습할 수는 없는것이로구나 했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는 화도 많이 났다. 내가 선택한 이 책은 아마도 요점만 간추린 발췌본 같은데, 그래서 실망했다는 게 아니다. 물론,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인도에서 쓰여진 책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 책에서도 이미 '봉건적이고 종교적인 계율이 엄한 인도 고대사회'(p.75) 가 배경이었음을 밝히고 있으니까. 그래, 저게 문제다. '봉건적이고 종교적인'. 그래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거슬리는 것이다.


처녀를 신부로 맞아들이는 것에 대한 부분을 좀 보자.


처녀를 신부로 맞아들일 때, 즉 구혼에 즈음해서는 친족이 많고 양친이 살아 있어야 하며, 가족의 품행이 방정하고 재산도 있으며, 또한 세 살 연하로 누구에게나 신망을 받고 있는 여인을 맞아들여야 한다고 바츠야야나는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처녀는 아내로 맞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즉 피부가 붉은 여자, 신체에 반점이 있는 여자, 혹이 있는 여자, 곱사등이, 안짱다리이거나 밭장다리인 여자, 대머리인 여자, 능욕당했던 여자, 벙어리, 땀을 많이 흘리는 여자, 이름이 이상한 여자에게 구혼해서는 안 된다. (p.67-68)



아...나는 진정 빡쳤던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란건 물론 있을 수 있다. 피부가 붉은 여자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난 땀을 많이 흘리는 여자는 진짜 질색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여자가 구혼의 상대로는 '안 된다'는걸 세상이 규정지을 순 없는게 아닌가. 아무리 '고대사회'이고 '봉건적' 이었다지만, 진짜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말이다. 씨바. 내가 이런 책으로부터 대체 뭘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아내의 도리에서는 또 어떠한가.


우선 《마누 법전》에서는 <아내의 의무>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가르치고 있다.
"미혼 여성이나 젊은 부인, 혹은 나이든 여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독립해서는 안 된다. 부녀자는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젊을 때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그 자식을 따라야 한다. 부녀자는 결코 독립을 누려서는 안 된다.
부녀자는 항상 쾌할하여야 하고 집안 일에 공을 들이며, 가구를 청결히 해야 하고 또한 금전 지출을 절제하여야 한다. (p.79)


아...이 무슨 독립에의 열망을 터뜨리게 만드는 문구란 말인가. 독립을 하기 싫었다가도 이 문장을 읽으면 반드시, 기필코 독립을 해내고 싶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공간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 모두, 지금 여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걸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빡치는 걸 진정시킬 수는 없다. 나란 인간은 그런 인간인 것이다. 


남편보다 나중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며, 아침에는 남편보다 먼저 잠자리에서 일어나라. 남편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대에는 잠이 깨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84)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만 나온다.


물론 이 책은 여성도 당연히 성적 기쁨을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봉건적으로 남편에게 혹은 남자에게 순종하라고 하지만, 혹여라도 남편이 기쁘게 해주지 못할 경우 이혼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자가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 갖춰야할 것들이 혹은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64가지의 기술을(뭐 시도 쓰고 악기도 연주하고 그림도 그리고 기타등등등등등) 익히여 하는건 진짜 미친짓 같다. 물론 이건 '문화'의 차이일 수 있겠지만, 그러므로 이국의 문화를 내가 뭐라고 하면 안되는거지만 여튼 빡치는 것이다. 그리고 미친 문장은 또 있다.


남자의 유혹에 대해서 이를 심하게 거절하는 여인은 경멸받아 마땅한 여인이다. (p.101)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금 이게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싫다는데 계속 유혹하는 것들이나 경멸을 쳐받아랏!


성에 대한 경전인 만큼 이 책은 남성의 정력을 강화하는 법도 당연히 나와있는데, 그 방법 역시 지금 여기에선 실효성이 없어뵌다. 무슨 꽃을 따다가 뭐랑 뭐랑 갈아서 먹고 그러라는데 그 꽃들은 어디에 있는가...뭐, 그렇다는 말이다. 


손톱으로 자국을 내고 이로 깨물고 포옹을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설명, 포옹과 키스의 방법등이 나와있지만, 그게 본능적으로 이성을 만나 관계를 가질 때 하게 되는 것들에서 크게 더 나아간 방법들에 대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발췌본이 아니라면 더 자세하게 쓰여져 있을지 모르겠지만, 체위에 대한 설명과 쾌락을 느끼기 위한 방법들이 뭐랄까, 참신하다거나 오, 이것은 충분히 배워 익혀 써먹어야 겠구나, 할만하다는 생각도 들질 않는다.  어쩌면 '책'이라는 수단이 주는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을 보자. 포옹의 종류와 방법에 대한 설명중 한가지이다.


2)나무 오르기. 나무에 오를 때와 같은 자세로 여인이 한쪽 발을 남자의 발 위에 올리고 다른 한쪽 발로 남자의 대퇴부를 휘감는다. 팔도 한쪽은 남자의 등에 다른 한쪽은 어깨를 감싼다. 그리고 남자에게 키스하기 위해 두 팔과 발을 사용하여 위로 오른다. (p.40)


이게 뭘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걸 만약 그림으로 봤다면, 영상으로 봤다면 훨씬 더 쉽게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 이걸 남자에게 써먹기 위해서는 이 문장을 달달 외워야 하는게 아닌가.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책을 펼쳐놓고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읽으며 해보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책을 읽고 펼쳐서 우리 이거 해보자, 라고 할 수 있을까? 포옹과 키스의 방식, 성교의 체위에 대해서도 이 책은 물론 말해주고 있지만,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 같단 말이다. 역시 영상이 답인건가.


이 책의 도입부에는 이렇게 써있다.


"동물은 인간과 달리 발정기가 되면 자연적으로 성性에 대한 눈을 뜨게 되어 성욕(생식욕)이 충족되며, 또 그 행위가 거리낌없이 행해지므로 조금도 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에 있어서는 카마는 남녀의 성교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며, 카마(애욕)를 학습함으로써 애욕의 목적과 의의를 숙지하여 여인을 보호 하는 예절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 (p.25-26)


인간에 있어서는 성욕에의 학습이 필요하기에 이 책이 만들어진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이 책은 물론 일정부분에서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질 않는다.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인간의 성애 심리의 심층에는 사랑하는 나머지 상대방을 먹어 버리고 싶거나 물어 죽여 버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것은 상대방을 누구에게도 양보하거나 빼앗기고 싶지 않은, 자기의 소유물로 삼고 싶은 욕구에서 생기는 자아 의식의 표현이다. 이빨 자국을 상대방의 피부에 남기는 행위도 이러한 격정 끝에 생겨나는 소유욕의 상싱적인 표현으로 파악할 수 있다. (p.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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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5-26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뉴욕을 방문했을 때, sex museum 관람을 하였습니다. 전시물은 실망하기 그지없지만, 출구 직전에 있는 서점의 책들은 신기했습니다. 체위에 관한 책부터 sex에 관한 인류문화사같은 책 등. 정신과 의사 친구가 몇 책을 골라주면서 국내에는 없을 책이니 구입하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책값이 만만치 않아 구매를 못했죠.

지금은 아마존에서 그 책들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뉴욕을 방문하신다면, 직접 책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요.) 저는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추천해 드릴수 없지만, 적절한 분의 책추천이 가능하다면 필요한 책을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05-26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4-05-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다른 방법을 찾자.
2. 역시 영상이 답인건가.

다락방 2014-05-27 08:55   좋아요 0 | URL
아 몰라몰라몰라몰라요 생각하기 싫어요. 귀찮아.. ㅠㅠ

자작나무 2014-05-28 09:01   좋아요 0 | URL
3. 역시 생각보다는 행동인가요.

다락방 2014-05-2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4-05-2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7 08:56   좋아요 0 | URL
영화쿠폰 주신님들, 고맙습니다!!

2014-05-26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6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7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5-2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카마수트라를 영화로 보았어요
졸았습니다 ㅡᆢㅡ
남자들이 포느로에 여자보다
열광하는건
여자보다 남자가
시각적 자극을 더 크게 받아서라고 합디다.

다락방 2014-05-27 08:57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역시 뭐든 저보다 한 수 위이십니다!! 영화로 보셨다니!!
영화나 찾아볼까.. 킁.

아무개 2014-05-27 09:15   좋아요 0 | URL
친구가 극장에서 알바하는 동안 공짜로 봤던 영화중 하나입니다.
정말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내돈 내고 봤으면 스크린을 찢어 버렸을지도 ㅋㅋ

단발머리 2014-05-27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마수트라를 영화로 보았어요. (갑자기, 아무개님의 연식을 막 추정하고 싶군요^^)
최근에 읽은 [속죄]에서는 이런 대목이 나오더라구요.

"세실리아는 이런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알고 있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떻게 해아할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다락방 2014-05-27 09: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용문에서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5-27 09:06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니까...

로비의 허리띠를 빛의 속도로.... 크헉 @@

[속죄]도 영화로 있으니까요. [어톤먼트]이던가요. 영상으로 확인가능합니다^^

다락방 2014-05-27 09:14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는 속죄를 책으로 읽었거든요. 영화는 어쩐지 안땡기더라고요. 제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걸까요? -0-

아무개 2014-05-27 09:17   좋아요 0 | URL
우하하 저의 연식이요? 다락님과 비슷합니다 ㅋㅋ

그런데
경험이 전혀 없지만
다들 알고 있지 않았었었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5-27 09:20   좋아요 0 | URL
경험이 전혀 없지만
다들 알고.............................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05-28 08:36   좋아요 0 | URL
1. 저는 카마수트라를, 제 돈 내고 봤습니다. 정말 왜 그랬을까요?

2. 2년 넘게 다락방님 글을 읽어오면서, 저는 다락방님이 저랑 비슷하거나, 아니면 저보다는 2-3살 정도 어릴거라고 추측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제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관련(?) 페이퍼에서요. 다락방님이 이 노래를 중학교 때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는 그 때쯤 저 노래를 못 들은 것 같았거든요. 신랑이 자기가 중학교 때 저 노래를 들었다고 해서요. 결론은 다락방님이 저보다는 2-3살 정도 많으실 걸로 났습니다.
정말 왜 이럴까요? 다락방님 만나서 물어보면 될것을, 매일 혼자 연식추청합니다. ㅋㅎㅎ
아무개님도 다락방님과 비슷하시군요. 완전 참고하겠습니당.

3. 저는 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합니다.^^

4.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자작나무 2014-05-28 08:57   좋아요 0 | URL
모두들 성인 이시군요...이런 끈끈함 이라니.

다락방 2014-05-28 09:14   좋아요 0 | URL
1. 저는 이 책을 읽은 지금, 카마수트라를 영화로 볼 생각이 전혀! 들질 않네요. ㅎㅎ

2. 단발머리님, 왜 혼자 추측하고 그러세요. 그냥 저한테 물어보세요. 제가 성심성의껏 제 나이를(응?)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하.

3. 저는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합니다. ㅋㅋ

4. 저 역시 아무것도 모릅니다.(단호)

마립간 2014-05-28 10:49   좋아요 0 | URL
百聞不如一見, 百見不如一驗(習)

사람에게는 학습지능과 실용지능이 있는데, 그 기준에 따라 4번의 답이 달라질 듯 합니다. (위 문구의 뒷부분은 제가 예전 만든 문구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에도 나오네요. 사람의 생각은 비슷비슷한 듯.)
 
노무현 죽이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강준만도 노무현도, 내가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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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5-2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때 '김대중 죽이기'읽고 완전 뻥!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강준만은 마태우스님 영향으로?

다락방 2014-05-26 12:17   좋아요 0 | URL
네, 안그래도 좀 궁금하던 차에 마태우스님 책을 읽으니 반드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아무개님은 대학시절에 이미 강준만을 접하셨었군요...아...난 왜이렇게 느린가..Orz

아무개 2014-05-26 13:11   좋아요 0 | URL
느리다기 보다는 관심 분야가 다른것 뿐이죠.
저는 카씨네 형제들도 다락님이 아녔음 여태 안 읽었을껍니다요~

그나저나 마태우스님 정혜윤 북콘서트에서 무려 '사회'를 진행하시더군요.
잘나가는 마태우스님^^

다락방 2014-05-26 13:27   좋아요 0 | URL
오, 그렇습니까요? 흐음. 마태우스님 뵈러 가고 싶지만 저는 정헤윤에 대해 무관심이라...패쓰.

자작나무 2014-05-26 13:3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북콘서트는 언제 합니까?

다락방 2014-05-26 13:56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북콘서트할 내공이 되지도 않는데..어떻게 ㅠㅠ

자작나무 2014-05-26 17:2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일단 합시다.

다락방 2014-05-27 08:58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콘서트를 하기 보다는 다른분의 콘서트에 가는 걸 선택하겠습니다! ㅎㅎ

자작나무 2014-05-2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은 요즘 우파로부터는 좌파라고, 좌파로부터는 우파라고 따돌림당하는 사람이죠.
이를 통해 미루어보건데 잘 모르지만 합리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락방 2014-05-26 13:57   좋아요 0 | URL
강준만을 좀 더 읽어봐야겠어요.
요즘에도 일자산 가십니까, 자작나무님? ㅎㅎ

자작나무 2014-05-26 17:25   좋아요 0 | URL
5월들어선 한번도 못갔네요. 락방님은요?

다락방 2014-05-27 08:58   좋아요 0 | URL
5월달에 저는 갔었죠. 지지난주엔 북한산 둘레길 가느라 안갔고.. 하핫

자작나무 2014-05-28 08:58   좋아요 0 | URL
우리 산에서 만나요.

다락방 2014-05-28 09:14   좋아요 0 | URL
산에서 만나서 생수 한 잔 같이 하는건가요? ㅎㅎ

자작나무 2014-05-28 10:09   좋아요 0 | URL
산에서는 역시 막걸리죠.
내려와선 족발.

단발머리 2014-05-2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대중 죽이기'와 '노무현 죽이기'가 나오고 한참 지나서 두 분 다 대통령 되셨잖아요.
지난 대선에서 강준만 교수님이 '안철수' 지지하셔서,
저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줄 알았더랬죠.

아하....

다락방 2014-05-27 09:14   좋아요 0 | URL
저는 다음 강준만의 책으로 <노무현 살리기>를 읽어볼까 합니다.
쓸데없는 얘길 덧붙이자면 저는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_-
 
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전, 엄마가 내가 행복해지는 걸 방해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게 분해서, 그게 분하고 속상해서 내 방에 틀어박혀 반나절 내내 울기만 했던 그때가. 시간이 훨씬 지나고나서야 '엄마 때문에' 했던 선택이 결국은 내 자신에게 최선이었음을 인정하게 됐었다. 종국엔 그때 나를 막아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었지. 나를 위해서도 엄마가 나의 선택을 가로막고 나선건 무척이나 다행스런 일이었지만, 그때 내 말대로 했다면 내가 지금 굉장히 우울증에 걸려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만 엄마의 의도는 순수했던걸까, 하는 의문은 든다. 정말 '딸의 행복'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였을까. 여기에 대해서라면 나는 어느쪽이라고 아직 대답을 할 수가 없는것이다. 


엄마가 그 일에 대해 내게 한번쯤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나는 엄마가 그 얘기를 꺼내려고 할때마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듣고 싶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도 않으니 다른 얘기를 하라고. 그래서 결국엔 '다행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는데, 아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건, 그걸 인정하는 내 자존심이 다칠까봐서가 반, '딸의 행복'때문이었다고 답하는 엄마의 말을 의심하는 마음이 반, 을 차지해서가 아닐까. 



'너의 행복을 위해서' 라는 의도라 하더라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상대의 인생에 개입하는 건 옳지 못한게 아닐까. 나는 얼마나 많이 '너를 위해서' 라는 말을 했을까. 나의 의도는 정녕 순수했던걸까. 거기엔 '너의 불행을 보며 슬퍼할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조건이 생략된 게 아닐까.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님은 여성심리 묘사에 있어서는 진짜 타고난 것 같다.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으로 여섯편의 장편을 썼다는데 나는 그 모두를 읽어볼테다! 물론, 번역되어 나온다면.



"스물여섯 살 때였나, 사실 아주 화기애애했던 가족 모임 도중에 그런 순간을 맞았어. 나는 섬뜩했고 두려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진실을 부정하지 마.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에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해.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P.21)

"하지만 소유욕은 나쁜 거잖아요!"
"물론 그래.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매일같이 접하지. 아들을 앞치마 끈에 매달고 사는 엄마, 딸을 독점하는 아빠, 하지만 항상 부모들만 그러는 건 아냐. 예전에 내 방 앞에 새 둥지가 있었어. 대가 되자 새끼들이 하나둘 떠났는데 한 마리가 계속 남아 있는 거야. 둥지 안에 계속 있으려 하고, 먹이를 받아먹으려 하고, 둥지 밖으로 굴러떨어지는 시련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지. 녀석은 어미를 몹시 걱정시켰어. 어미는 새끼에게 보여주려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짹짹거리고 날개를 퍼덕였지. 그러더니 결국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더군.먹이를 물고 와 둥지 한끝에서 부르기만 하더라고. 그래, 그런 인간들이 있어.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 어른의 삶에 있을 고난을 피하려고 하는 자식들. 그렇기 길렀기 때문에 그런 게 아냐. 그들 자신이 그런 거지." (p.22)

"잘 들어, 앤. 내가 봐줄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지 자기가 한 일에 무슨 도덕적인 이유가 있는지 떠들어대는 일, 또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계속홰서 후회하는 일이야. 양쪽 말 다 사실이겠지, 자기 행동의 진실을 깨닫는 거라는 점에서는. 그래야 하는 거고. 하지만 그랬으면 넘어가야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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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3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3 14:16   좋아요 0 | URL
저도 '아가사 크리스티'가 익숙한데 이 책에 보면 저자 이름이 애거사 크리스티로 되어 있어요. 뭘로 발음해도 사실 좀 어색해요, 저는. 그간 이 여사님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말이지요.

아 그리고 오타 지적은 감사. 저는 어디에 써놓고 수정해서 옮기는 게 아니라 알라딘 글쓰기 화면 열고 다다닥 쓰는거라 오타가 엄청 나와요 ㅎㅎㅎㅎㅎ 지난번에 친구가 '니가 쓴 글을 한글에 그대로 갖다 붙이니 수정해야 될 데가 백 군데가 넘어' 라고 말하더라고요. 하하하하하 ㅠㅠ

자작나무 2014-05-2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의 행복이 엄마의 행복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딸의 불행은 엄마의 불행입니다.
좋은 엄마 두셨네요.

다락방 2014-05-26 08:32   좋아요 0 | URL
엄마의 행복이 딸의 행복과는 다를 수도 있고요. 각자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은 다르니까요.
같이 살기 위해서는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이 같아야 되는 것 같아요.

네, 좋음 엄마를 뒀습니다, 저는.
아마도 저는 좋은 엄마가 될 일은 없겠지만 말이지요.

2014-05-23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6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4-05-2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죠! 다락방님이 별 다섯 개 주시니 기분이 왠지 더 좋네요. 제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광팬입니다.^^;; 추리소설도 좋지만 이런 좋은 작품들도 있었다는 게 너무 좋고 기대되어요. 엄마와 딸의 애증의 관계를 너무 잘 그린 작품인 것 같아요.

다락방 2014-05-26 08:36   좋아요 0 | URL
교묘한 강요 같은 것들도 굉장히 묘사가 잘 되어있죠. 딸의 선택에 맡긴다고 하지만 실상은 딸이 그 나쁜 남자랑 결혼하도록 부추기는 것 같은것 말예요. 너무 잘 그려서 불편해지기도 하는 그런 소설이었어요. 암튼 그녀의 다음 작품들을 저도 엄청나게 기다립니다, 블랑카님!!

단발머리 2014-05-2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읽을 책이 많은데, 많고도 많은데,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정말 읽고 싶네요.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다락방님과 다락방님의 어머니와
나와 우리 엄마와
딸과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넘 진지해질까요? 저한테는 진지한게 안 어울리는뎅~~~

다락방 2014-05-26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책이 많고도 많은데...자꾸 책을 사서 큰일이네요 진짜. 흑흑

너무 진지해진다기 보다는 음, 딸과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에 읽어보시라 권합니다. 비단 딸과 엄마 사이 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나 모든 가족 구성원이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친하거나 사랑한다고 하는 인간관계 전반에 대해서요. 그 모두에 대해서 우리는 '널 위한거야'라고 거짓말 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달까요. 전 확실히 저를 제일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Michael Rosen's Sad Book (Paperback) - 『내가 가장 슬플 때』원서 느리게100권읽기_2022년 1학기 27
Rosen, Michael / Walker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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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슬픔은 극복되어 지는 것이 아니라 삶에 녹아드는 것 같다. `나`와 더불어 함께 가는, 그런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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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3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나'를 만든건 어제의 '나'

다락방 2014-05-23 12:49   좋아요 0 | URL
이 책속의 주인공은 어린 아들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남자에요. 어머니에게 자신의 슬픔을 토로하고 싶지만, 어머니도 떠났어요...그런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어휴..

아무개 2014-05-23 13:12   좋아요 0 | URL
다락님은 지금까지 살면서
언제가 가장 견딜수 없이 슬펐던거 같나요....?

다락방 2014-05-23 13:16   좋아요 0 | URL
왜 이런 질문을 하시나요 아무개님......생각하기 싫은 몇가지가 떠올라버렸잖아요.......

아무개 2014-05-23 13:39   좋아요 0 | URL
그러게 왜 그랬을까요 저는? ㅠ..ㅠ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깊은 슬픔속에 빠져 허우적 거릴때는 누구의 말도 들리지도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책이 있다고 한들 그들이 이 책을 펼쳐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깊은 절망속에 있을 때 펼쳐보지 못하더라도 그 전과 후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처한 상실의 아픔, 그것이 사람에 대한 것이든 일에 대한 것이든 사물에 대한 것이든, 그 아픔을 대면하게 하고 잘 보내줘야 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이 책에선 거듭 말해주고 있으니. 


물론 이미 그런 과정들을 잘 거쳐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저 알고 있는 사실들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에게 매일 네 가지 이상의 기쁨을 찾는 노력을 해보라는 건, 사실 숙제처럼 느껴져 그게 그렇게 큰 위로가 될까 싶기도 하고. 또한 나의 경우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것쯤은 별다른 노력없이 저절로 해낼 수 있으니, 그런 방법쯤은 안 읽어도 된다. 다만,


지금의 내가 지금을 잘 버텨낸다고 해서 앞으로 닥치게 될지도 모를-분명히 그런일은 일어나겠지만- 상실과 슬픔들까지 제대로 극복해낼 수 있다는 걸 장담할 수는 없다. 지금의 나는 건강하고, 밝고, 자신감이 있고, 당당하지만, 그러므로 나는 다른 누구보다 고통을 극복하는 걸 더 잘해낼지도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지 보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럴때 어쩌면 이 책 내용의 몇몇 부분들을 기억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상실을 겪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늘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이별을, 상실을 어린 아이들에게는 대체 언제 어떻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지, 도무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가급적 아이들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들이 조금 더 컸을 때, 다시말해 그들이 좀 더 극복을 잘 해낼 수 있을때까지 이별과 상실이 기다려주길 바라지만, 그것들이 가급적 늦게 찾아와주길 바라지만, 혹여 그렇지 않은 경우에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 솔직히 말하는 것이 더 좋겠구나, 하고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주인공 '오스카'도 생각이 난다. 끊임없이,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어했던 소년. 그걸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그 죽음에 대해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소년.



어쨌거나저쨌거나 가장 중요하며 또 기억해야 할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우리가 떠나보내게 될 모든것들에게, 그것이 '누구'이든 '무엇'이든,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지금 솔픔에 잠겨있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일상속에서 발생하는 작은 기쁨을 찾고 발견하고 느끼고 깨닫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계속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도무지 그런걸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훈련을 거듭하기를. 밝은 햇빛과, 평화로운 음악과, 투명하게 내리는 빗소리와, 맛있는 음식과, 피식 웃는 순간들까지도, 모두 잡아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그것이 그들에게 켜켜이 작은 행복들로 쌓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자주 '눈물의 바다'에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물을 '삼키고' 마음속에 간직해서는 안 된다. 혼자 숨어서 우는 것은 치유 효과가 없기에 정신적 고통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애도 작업을 철저히 하고 나야만 비로소 우리는 곪은 상처를 짜낼 수 있고 상처는 서서히 아물기 시작한다. (p.10)

우리가 말을 할 때 누군가 그 말을 자르면 감정 표현이 갑자기 멈추어지면서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 그러면 (중단되거나 끝마치지 못한 다른 모든 작업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앞으로 오랫동안 마음을 후벼 파고 우리의 몸과 머리는 오랫동안 그것을 기억하게 된다. 상실을 겪고도 애도 작업을 하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p.11)

충고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사람에게 충고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 충고가 당신에게는 적절한 것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에게 대단히 인기를 끌었던, 브르타뉴 지방에서 나온 재떨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나에게 충고하지 마십시오. 나는 혼자서 실수할 줄 압니다. 감사합니다." 이 순간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슬픔에 빠져 있는 그 사람이다. (p.20)

사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진 빚을 갚는 방법은 기회가 주어질 때 자기가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부모가 우리한테 해 준 만큼, 우리가 낳은 자녀이든 낳지 않은 자녀이든, 자녀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희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자녀들에게 대가를 원한다면 더욱 명심해야 할 일이다. 이런 부모는 자신이 희생자임을 자처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해진 부담을 덜기 위해 자녀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박해자의 역할을 한다. (p.51)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끝나는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 확실한 단 한사람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구나 그렇다.
자기 자신을 돌보고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나면 우리는 웃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행복과 삶의 기쁨은 쉽게 전염되기 때문이다.(p.56)

『오늘날 죽는다는 것은 Mourir aujourd'hui』에서 미셸 아뉘스Michel Hanus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들의 잘못 때문에 그들의 부모나 형제, 자매가 죽은 것이 아니며, 그들은 그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죽은 사람의 추억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는 것도 말해 주어야 한다." (p.130)

카트린 돌토(Catherine Dolto)는 2004년 3월 14일 토요일에 주제 발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때,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을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깨 위에 손을 얹을 때,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상대의 근육과 내장, 감정과 숨결, 생각과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이 강렬한 대화가 어떤 결과에 이를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 사람이 자유롭고 온전하다고 느껴서 상대방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움직임을 나타낼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이 상대방에게 지배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따라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몸을 움츠리게 될 것입니다. 정신분석 전문가 조엘 클레르제(Joel Clerget)는 아주 예쁜 표현을 사용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을 만져주는 말이 있고, 마음에게 말하는 행동이 있다.'라고 했습니다."(프랑수아즈 돌토 심포지엄, 파리, 2004) (p.128)

살아 있는 다른 사람을 새로 사랑하게 된다고 해서 죽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점을 슬픔에 잠긴 사람이 인정하면 고통은 가라앉게 된다고 J.-D. 나시오는 생각했다. 그러므로 클레망스에게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지금은 죽고 없는 형의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시오는 설명한다. 태어날 아이는 자기만의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아이의 바람과 부모의 바람 그리고 아이의 운명이 그 아이를 위해 예비해 놓은 자리는 따로 있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로랑은 여원히,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첫아이로 남을 것이다. (p.131-132)

캄보디아 영화감독 리티 판Ritty Panh은 행동을 통해 치유해 보려고 노력하는 좋은 예를 보여 준다. 크메르 루즈 정권 아래서 지옥을 경험했던 그는 2004년에 「크메르 루즈의 죽음의 조직, S21-S21, La Machine de Mort Khmere Rouge」을 찍는다.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대학살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이 작품에서 그는 희생자와 (진짜)살인자들에게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게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애도 작업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애도 과정에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유령들이 아직 그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문제를 철저히 검토해 보는 것이 더 낫습니다. 깊은 곳에 묻어 버리지도 말고 입을 틀어막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큰 트라우마를 입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사는 법까지도 새로 배워야 하는 거지요. 이것은 고통을 어루만지는 힘든 작업입니다. 다음 세대들이 더 이상 이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아픈 역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p,138)

부모(나 배우자)들 중에는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보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아예 자식이나 배우자의 생각을 물어보지 않는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어머니가 예를 들어 찢어진 인형(이나 눈이 없거나 팔이 떨어져 나간 곰 인형)을 처분해 버린다. 어머니는 인형이 낡고, 닳아 떨어지고, 더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하면서 어머니는 아이가 얼마나 슬퍼하고 얼마나 화를 낼지 고려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이에게서 단순히 장난감만 빼앗은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감마저 빼앗아 버렸다는 사실을 아예 알지도 못한다. 엄마가 버린 인형(이나 곰 인형)과 함께 아이는 자기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조용히 잠들게 해 주었던 친숙한 냄새와 따뜻한 촉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엄마가 자기의 너덜너덜한 낡은 인형을 불에 던져 태워 버리고 난 후에 정신 질환에 걸린 어린 소녀와 같은 극단적인 예도 있다. 그 아이는 심리극에서 자기 이야기를 재현해서 화형을 당하는 인형에게 상징적으로 작별 인사를 고할 때까지 인형의 재를 꼭 간직하고 있었다. (p.163-164)

밤은 긴 터널이고 우리의 목표는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며 잠들기 위해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 각자가 호흡을 평온하게 만들어 긴장을 풀어 주고 잠들게 해 주는 자기 나름의 비결을 찾아내는 것이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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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2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그레이아나토미 지난 시즌 마지막회 이야기중 하나가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해야한다'였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락방이 다했네. ^^

다락방 2014-05-23 12:48   좋아요 0 | URL
나중에 나도 찾아봐야겠어요. 오늘 집에 가서 와인 마시면서 볼까..흐음..

자작나무 2014-05-2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터인가 나의 삶은
아무 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 것도 궁금하지 않다
또 어느 곳에도 가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었다
물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참 좋다

작자미상의 이 시는 내 삶의 모토랍니다.
모든 형태의 바램은 고통의 기원이 됩니다. 심지어 그것이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다락방 2014-05-23 13:44   좋아요 0 | URL
모든 형태의 바람은 고통의 기원이 되는게 사실일테지만, 저도 알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사소한 것들을 욕망하며 살것 같아요.
필요해서 욕망하는 게 아니라, 내가 기쁘고 행복해질 것 같은거죠, 그 욕망이 실현된다면.

그러나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 또 어떻게 마음가짐이 달라질지도 모르죠.

지금 현재의 저는,
좋은 사람들을 오래오래 친구로 두며 살고 싶어요.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죠.

자작나무 2014-05-23 16:19   좋아요 0 | URL
근데 사람은 다 떠나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게 사람이죠.

2014-05-23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5-26 08:36   좋아요 0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입니다! 햄치즈루꼴라샌드위치!!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