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적으로 권력에 관한 메리 비어드 선집 2
메리 비어드 지음, 오수원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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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제임스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작가일 줄이야. 데이지 밀러 (아마도) 사뒀는데. 그래도 읽어봐야지.


헨리 제임스가 1880년대에 출간했던 소설 『보스턴 사람들』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젊은 여권신장 활동가이자 연사인 베레나 태런트를 침묵시키는 것이다. 태런트는 구혼자 바질 랜섬(그는 제임스가 강조하듯 깊고 풍부한 목소리의 소유자다)과 가까워지면서 예전처럼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랜섬은 태런트의 목소리를 사적이고 내밀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는 베레나가 오직 자신에게만 말을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위안을 주는 당신의 말은 나만을 위해서 해줘요.' 이 소설에서 제임스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정짓기는 어렵다(독자들이 랜섬이라는 인물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아닌 다른 시평에서 제임스는 자신의 입장을 명료히 밝혔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오염성과 전염성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파괴적인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 것이다. (p.49-50)



- 최근 읽는 페미니즘 책에서 《허랜드》가 계속 언급되는데, 이 책 역시 나의 '사두고 읽지 않은 책'에 포함되어 있는 바, 속히 읽어야겠다. 허랜드 속편은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나 보다.



남성 중심의 전통적 담론의 힘을 숙명론적으로나마 꽤 탁월하게 포착해낸 작가는 파킨스 길먼이다. 『허랜드』의 속편 소설인 『그녀와 함께 아워랜드에서』가 그 사례다. 이 소설에서 반다이크는 아워랜드로 돌아가는 테리를 호위하기로 한다. 반다이크는 아내가 된 허랜드의 여인 엘라도어도 아워랜드로 데려갈 참이다. 실제로 소설 속 아워랜드는 그다지 화려한 과시 대상이 되지 못한다. 엘라도어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시점이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 벌어지던 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지않아 이 부부는 테리를 내팽개친 다음 허랜드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즈음 두 사람은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간파했지만 이 중편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머지않아 우리는 아들을 낳았다.' 퍼킨스 길먼은 더 이상 속편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구 전통의 논리를 아는 독자라면 그로부터 50년후 허랜드를 책임지게 될 인물이 누가 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을 테니까. 정답은? 바로 그 남자아이다. (p.119-120)




- 저자 '메리 비어드'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고대 로마 문헌을 연구하는 교수라는데, 교수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읽고 학습하고 노력했을까.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이 인상적이라, 정말이지 공부란 것은 하면 할수록 더 할 게 많은 것이구나, 했다. 고전의 수많은 사례들을 가져오고 또 그에 해당하는 그림들까지 가져오다니!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할 게 더 많고 알아야 할 게 더 많다는 것만 새삼 깨닫는다.

그녀는 수많은 인터넷 트롤들로부터 비난과 공격을 받는데 거기에 상처받는 사람이기 보다는 그들을 우스워 하는 쪽이다. 그녀가 강한 건 그녀가 가진 지식의 영향도 있을 터.




- 공부하자!

메두사는 아테나의 신전에서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미녀로 나온다. 아테나는 메두사가 신성을 모독한데 대한 처벌로 그녀를 재빨리 괴물-보는 사람을 즉시 돌로 변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둔갑시킨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벌을 받는 존재가 강간을 저지를 포세이돈이 아니라 강간을 당한 여인인 메두사라는 것이다). 훗날 이 여자를 죽이는 것을 페르세우스라는 영웅의 사명이 된다.- P97

(영국 총리 테리사)메이는 또한 대처가 그랬듯 전통적 보수당인 토리당 내 남성 권력이라는 무기고의 아킬레스건을 꽤 능숙하게 활용한다. 그녀가 남성 중심의 사교 클럽에 어울리는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녀가 ‘은밀한 남성 클럽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때로 그녀가 독립된 영토를 스스로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메이는 배제로부터 힘과 자유를 얻은 셈이다. 게다가 메이는 ‘맨스플레인(mansplaining, ‘남성‘과 ‘설명하다explain‘라는 단어를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로, 주로 남자가 여자에게 훈계하듯 뭔가를 설명하는 일을 가리킨다)‘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P109

책을 새롭게 다시 쓸 기회가 있다면 나는 여성들이 틀릴 권리, 최소한 이따금씩이라도 틀릴 권리를 옹호하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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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5-30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의 여동생 앨리스 제임스가 떠오르네요. 수전 손택의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Alice in Bed)>은 헨리 제임스의 여동생 앨리스 제임스의 불행한 삶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작가인 헨리 제임스와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를 오빠로 둔 앨리스 제임스는 어릴 때부터 풍요로운 문화와 교육적 환경에서 자라 일찌감치 총명하고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19세기에는 그녀의 그런 자질을 받아들여 줄 만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고, 더구나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로 인해 그녀의 재능은 꽃을 피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생 자살충동, 우울증 등을 겪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오래전에 읽으면서 몹시 분노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회가 된다면 이 책도 한번 읽어보세요.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 다락방 님이 읽고 리뷰 한번 쓰시면 아마 더 많은 분들이 읽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9-05-30 11:14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책을 찾아보니 절판이네요. 다행히 저희 동네 도서관에는 있어요. 다음에 도서관 가면 빌려와서 읽어봐야겠어요.
댓글과 추천 감사해요. 아윽 그런데 읽을 책이 쌓이네요. 아직 제가 읽지 않은 이 많은 책들을 대체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요 ㅠㅠ

조그만 메모수첩 2019-05-3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 의외네요. 나사못 회전 같은 데서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워...를 생각하니 히스테리컬한 인물로 당대 편견을 많이 안고 있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리뷰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5-31 07:36   좋아요 0 | URL
고전을 써낸 유명한 남자 작가들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책 안에서 많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저는 고전 읽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열심히 읽겠지만, 읽을 때마다 거슬리는 것들은 분명히 거슬린다고 얘기해야 겠어요. 이미 작가들은 들을 수 없다 해도 말이죠.

2019-05-30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5-31 07:36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저 이번 달에는 제 쿠폰도 못쓰고 있어요.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독서괭 2019-05-3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사의회전 도서관에서 재밌게 읽다가 다 못 읽어서 헨리제임스 단편선집 사려고 했는데.. 그런 작가인 거 염두에 두고 읽어야겠군요.

다락방 2019-05-31 07:37   좋아요 0 | URL
저도 나사의 회전 읽으려고 벼르던 책인데 제가 사뒀는지 아닌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안사뒀으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어요.
 
스파이
폴 페이그 감독, 제이슨 스타댐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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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안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스스로도 안되는 줄 알았던 여자가 자기 안의 능력을 끌어내는 내용도 좋고, 여자가 여자를 돕는 것도 너무 좋다. 무엇보다 좋은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이슨 스타뎀이 이 영화 안에서 대단한 멍충미를 뽐낸다는 것! 그의 이토록 진지한 멍충미!! 꺄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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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발견
곽정은 지음 / 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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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에 있어서 잘 모르겠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꽤 유용한 책.
그러나 경험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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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존 - 아웃케이스 없음
라세 할스트롬 감독, 아만다 시프리드 외 출연 / UE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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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내 기억 뭐지?? 왜 내가 결말을 완전 반대로 기억하고 있었지???
책과 너무 다르고 개연성도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결말 이거 뭐야 진짜 ㅋㅋㅋㅋ 너무 좋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마지막이라 별 하나 더 준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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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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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이나 고요하고 적막하며 차가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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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9-05-24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이런 평가를 한 책은 어떤 책인지...궁금해졌어요. 오늘 도착했네요. 가볍고, 표지가 양장인데 굳이 양장으로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난 양장 싫은데...했네요.

다락방 2019-05-24 15:04   좋아요 0 | URL
전 이 책속의 비극이 더 싫었어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서.
테레사님 이거 읽고 마음 무거워지시면 어쩌죠.. ㅠㅠ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테레사님! 안그래도 테레사님 서재에 새 글 뜬 거 보고 테레사님 오셨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