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4일 한국경제신문에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실렸다. 물론 백프로는 아니고, 41%가 그렇단다. 그렇다면 59%는 같이 있고 싶어했냐고? 아니, 남성과 함께 있고 싶다는 응답을 한 여성은 27% 뿐이었다. 여자 열 명중에 네 명은 적극적으로 남성과 함께 있는 걸 원하지 않고, 함께 있길 원하는 여성은 열명중 2-3명 이라는 것. 남자의 56%가 여성과 함께 있고 싶다고 답했다는데,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남자가 짝을 찾겠는가.


해당 기사 ☞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3051212237



일전에 남자를 소개받겠냐고 누가 내게 의향을 물었는데, 그럴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던 것은,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으며, 오히려 빡칠일만 생길 것 같아서였다. 남동생은 '누나 아마 만나면 싸우기만 할걸' 이라고 말했고, 회사의 여자동료는 내게 '부장님이 부족한게 없는데 뭐하러 남자를 만나요' 라고 말했다. 나야말로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 그렇다면 내 경우에도 '남자랑 있기 싫어!' 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41%에 포함되진 않는다해도, 같이 있고 싶어요 의 27%에는 결코 해당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었다. 



이 기사가 떠오른 건,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의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을 오늘 아침에도 변함없이 읽었기 때문이었다. 신입사원으로 제철소에서 일하는 엘리스는 당연히 주변에 남자 직원이 훨씬 더 많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엘리스는 '토니' 라는 남자친구가 있고, 남자들이랑 한공간에 있는걸 싫어하는 여성도 결코 아니다. 아마 엘리스는 '같이 있고 싶어요'의 27% 에 해당하는, 바로 그 여성일 것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남자랑 있기 싫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많은 남자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남자랑 있기 싫은데,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직장에 가면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 직장이야 어쩔 수 없으니, '같이 있기 싫어'의 여성 41%는 직장을 나서는 순간, 어떻게든, 더, 적극적으로 남자를 만나기를 피하려고 하지 않을까. 오늘치 남자와 있기는 다 썼다, 과하게 썼다 …



특히나 제철소의 경우 남자 직원들이 더 많다보니, 엘리스는 그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걸 배운다. 다른 여직원이 욕을 먹고 있어도, 본인에 대한 부당한 말을 들어도 대응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남초집단에서 살아남는 길임을 아는 까닭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남자를 지나치게 많이 마주쳐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남자랑 있기 싫은 상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가서 남자들과 함께 있는게 아니라면, 어쩌면 퇴근 후에 남자 한 번 만나볼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의 많은 직장인 여성들은 남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활동을 하는지 다 보고 있으니까. 남자랑 있기 싫어요~ 가 현실인데 출근하면 남자들이 여기서도 저기서도 툭, 툭, 툭 … (맥심커피+담배냄새 뭔지알지?)



음, 아직 이 책을 절반도 채 읽지 않아 앞으로 엘리스의 사생활-연애 생활-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는데, 엘리스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좋다고 언급하긴 하지만, 난 어쩐지 토니가 싫다. 읽으면서 왜 이 남자랑 사귀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나 결정을 잘 못한다는 토니의 성격을 얘기할 때, 너무 답답해서, 왜 사귀는걸까? 생각했지만, 그러나 엘리스는 토니를 사랑한다. 엘리스가 사랑한다는데 내가 뭐라 하겠나. 어떤 사람들은 연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안정감과 다정함이 반드시 삶에 필요할 수도 있는거라는 걸, 안다. 



어쩔 수 없이 읽으면서 노동에 대해 생각한다. 노동.


어제는 나의 오랜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도 아주 오랜동안 노동을 하고 있다. 회사에 다닌지도 오래였는데 몇해전부터는 자기 가게를 차려 일하고 있다. 그게 잘 되지 않아 고민중이지만, 그러나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니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좀 더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계속 고심중이었다.

노동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도 매일 수차례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차오르는 거다. 그만둘까, 나갈까, 하면서도 그러나 내가 여기를 그만둔다고 해서 돈벌이 자체를 그만둘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여기를 계속 다니자로 늘 결론이 나는 거다. 내가 지금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건 진심이지만, 그러나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명문대를 나온 우수한 인재인 것은 아니므로 여길 나가는 순간 내가 벌어들이게 될 돈은 어쨌든 지금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될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 아닌가, 하게 되는 거다. 이 생각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나는 돈을 벌고 싶었다. 얼른 벌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도 방학 때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수능시험을 마치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시절에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고, 졸업식도 하기 전에 취업을 해서 성실히 다녔다.

첫직장과 지금 직장 사이에 2개월가량 공백이 있었지만, 그 때는 운전면허증을 땄다. 나는 쉰 적이 없다. 쉬는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쉬는 동안 돈을 벌지 않는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돈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에게 돈 달라고 말한다는 건 고등학교 졸업 후로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등록금 대주는 것만 해도 미안한데, 책값이며 생활비까지 달랄 수는 없었다.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 외에는 부모님께 돈을 받은 적이 없었고, 직장에 들어가 월급이란 걸 받으면서는 집에 생활비를 보태기 시작했다. 부모님 핸드폰을 내가 개통해드리고 필요한 가전제품을 사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 돈을 번다는 건 얼마나 좋은지. 조카들이 찾아온다거나 조카들의 집에 방문할 때 간식을 사가지고 가는 일도 즐겁고, 부드러운 음식이 아니면 씹을 수 없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크리스피 크림을 박스째 안겨드릴 때 흐뭇하다. 친구의 좋은 날에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내 스스로 하는 일이라는 게 정말 짜릿하다. 나는 내가 버는 돈을 내가 쓰는 게 너무 좋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돈을 버는 건 자존감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물론 이게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말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벌지 않아도 살아지는 환경이 주어지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러나 친구가 말한것처럼 내 자존감에는 내가 버는 돈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에게는 돈을 주는 사람이 없다. 내 노동이 아니라면 돈이 생길 일이 없다.

나에게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모가 아닌 내 돌봄이 필요한 부모가 있고, 나에게는 돈은 내가 벌게 너는 쓰기만 해, 라는 연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제니퍼 로페즈). 내가 밥을 먹고 책을 사고 여행을 다니는 그 모든 돈은 나의 노동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아마,


이땅의 많은 노동자들이 그럴 것이다.

자기를 먹여살리는 게 자기 뿐이기 때문에 노동할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먹여살리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할 것이다.

노동을 하면할수록 부자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 자연스러워보이는 흐름은 일어나지 않는다. 노동을 하면할수록 자본가의 배만 불려주게 되지만, 그렇다고 노동을 놓을 순 없다.



어제 만난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다.

부모님이 나 돈 주는 거 아니고, 남자가 나 돈 주는 거 아니고, 나한테 돈주는 거 나인데, 그거 괜찮다고. 친구 역시 그렇다고 했다. 자기 쓸 돈을 자기가 벌어야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다고.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고. 물론 그 과정에 숱한 고민과 갈등을 마주하지만, 그래도 내 돈 내가 버는 게 제일 좋다고 얘기하며 친구와 나는 와인을, 하이볼을, 맥주를 마셨다.



아, 그러다가 내가 친구에게 무한도전 조정 얘기 했는데, 그런 영화를 검색하니 이런것밖에 없더라, 라며 어제 페이퍼에 쓴 얘기를 그대로 했는데, 내 얘기가 끝나자마자 친구가 말했다.


"느낌!"

"뭐?"

"느낌!! 이정재가 조정했잖아!"

"앗!!"


그랬다. 오만년전에 보았던 느낌.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가 모두 우희진을 좋아했던 그 느낌!! 맞아, 거기에 조정 나왔지!! 어제 친구의 말에 빵터져서 웃으면서 넌 정말 짱이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오만년전 느낌 떠오름?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젊은이들아, 너희는 느낌 모르지? 

은오 님, 느낌 모를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05-18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은오 님은 알라딘 서재 젊은이의 대표입니까? ㅋㅋㅋ 그런 것 같기는 하네요.

˝맥심커피+담배냄새˝에서 빵 터졌습니다. 우엑.........
저는 직장 내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편인데요, 생각해 보니 좋아하는 책(글)을 읽고 있어서도 그렇지만 여초 직업군(그것도 똑똑한 여성이 많은)이라 그런 거 같아요. 살아있는 남자 저자를 만나지 않는 한 스트레스 받을 일은 거의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바로 그 살아있는 남자 저자를 만나고 한 시간 가까이 자기 자랑 이야기를 들었더니... 집에 와서 뻗어가지고 11시부터 잤네요....!?! 아무튼 맥심커피+담배냄새는 맡은 지 오래된 거 같습니다....

저도 제가 돈을 버는 게 좋습니다. (설령 부모일지라도) 누구한테 돈을 달라고 하는 상황이 너무 이상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근수저여 화이팅!

다락방 2023-05-18 10:15   좋아요 4 | URL
퍼뜩 생각나는 젊은이는 은오 님 뿐이라서 말입니다? ㅎㅎ

저는 제조업이고 전형적인 남초기업이라서 말입니다. 노년의 임원진들이 대거 있는 곳입니다. 물론, 임원진에 여자는 한 명도 없고요. 보수적인 집단 그 자체죠. 관리직 실무에는 여성직원들이 많은데 왜 이놈의 회사 여성 임원은 하나도 없을까요? 아무튼 그런 회사를 제가 다니고 있습니다.
맥심커피+담배냄새와 엘리베이터 같이 타면 정말 지옥같죠. 저 예전에 다니던 빌딩에서는 엘리베이터에 안내문 붙어있었어요. 다른사람들을 위해 흡연후 엘리베이터 타는 걸 삼가해주세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맥심커피+담배냄새는 정말 너무 똥냄새가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제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셨더니, 갑자기 달달한 커피가 땡기는데, 커피 사러 나가기는 싫고.. 맥심이나 오랜만에 한 잔 타 마실까요? 껄껄.

금수저는 결코 아니지만 근수저이기는 한 잠자냥 님과 저는, 열심히 돈을 법시다. 빠샤!!

햇살과함께 2023-05-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 그 드라마 제목이 느낌인가요?
전혀 느낌적 느낌이 안오네요. 이 드라마 열심히 안 봤나봐요.
우희진 정말 좋아했는데~!
마지막 승부 이후로는 드라마 이전처럼 몰입해서 열심히 안본 듯 해요...

저는 대학 때부터 인생의 절반 이상을 남초 집단에서 살아서인지,
내 안의 경상도적 마초 성향 때문인지,
항상 남초집단이 더 편안하다고 생각해는데,,
이것도 어쩌면 학습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하나 깨우쳐주시는 다락방님 페이퍼!

다락방 2023-05-18 12:10   좋아요 2 | URL
느낌에서 우희진 진짜 너무 예쁘지 않았나요? 삼형제가 다 반한게 너무나 이해가 되는 엄청난 미모!! ㅎㅎ
그때 이정재 조정 선수인거 신경도 안썼는데 어제 친구가 똭! 말해주더라고요. ㅎㅎ
마지막 승부도 엄청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맨 마지막 회의 경기는 실제로 농구장 빌려서 사람들도 오게 했던 것 같은데요. ㅎㅎ

저도 회사생활을 오래 해서 이제 남자들하고 일하는 건 익숙해요. 근데 뭐 딱히 좋진 않고요 ㅎㅎ 회사에서 싫은 사람은 공교롭게도 죄다 남자들이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아무튼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파이팅!!

거리의화가 2023-05-1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 분명 봤는데 주인공들 직업이며 뭐며 거의 기억이 안나네요? 친구분 기억력이 엄청나신듯!^^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토니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 좋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핀트가 계속 어긋나는 느낌이랄까 그런게 점점 짙어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도 주인공이 그 남자친구에게서 딱히 얻는 거라고는 위안 정도인 듯한데 과연? 물론 주인공의 정신적인 상황이 그에게 기대게 만드는(?) 것 같긴 합니다. 또 자라온 환경도 영향이 있을 듯하구요.

저는 남초집단 회사(IT 산업)에 오래도록 일을 했고 중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거의 남자들이 많은 집단에서 지내서인지 여자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더 어색한 경우가 많더군요. 이미 이 세계에 제가 철저히 익숙해져있는 것이겠죠. 이게 오래되어 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리는듯해서 스스로가 깨어나야한다 생각하여 요즘 더 여성이 쓴 책을 읽으려고 노력중인듯합니다.

다락방 2023-05-18 16:03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가 이정재가 조정선수였다고 하니까 아 그랬지! 싶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의 직업은 통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제 친구 정말 짱이네요.

저도 토니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뭔가 저에게 좀 짜증스러워서 결국은 잘 안됐다는 얘기를 하려나 싶긴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위안을 얻고 싶어서 토니를 만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엘리스가 사고 당해서 전화했는데 토니의 대응이 저는 확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렇지만 엘리스에게 안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저는 요즘 젊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게 너무나 잘 이해가 됩니다. 매일 뉴스에서 남성들의 범죄 사건이 보도되는데-어쩌면 그렇게 매일같이 불법촬영과 성폭행 기사가 나는걸까요?- 징글징글 하잖아요.

깨어나야한다, 깨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스스로 언제나 하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열심히 물어야 할테고요. 거리의화가 님, 우리 힘내요!

감은빛 2023-05-18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낌은 기억나지 않는데요. ㅎㅎ
물론 언급하신 배우들은 다 잘 기억나지만요.

저 역시도 오늘 일하다가 열받아서, 이 놈의 일을 확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열 번도 넘게 했네요.
스트레스 때문에 일하기 싫어서 오랜만에 알라딘 놀러왔어요.
얼른 아이들이 자라야 정말로 확 일을 그만둬버리고 말텐데요.

다락방 2023-05-19 13:44   좋아요 0 | URL
저는 일 자체를 그만둘 순 없을 것 같아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를 먹여 살릴 사람이 저뿐이라서요. 다만, 지금 하는 일은 그만하고 싶어요.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 다니고 싶습니다. 좀 더 다닐테지만 1,2년 정도 더 다니면 아마도 그만두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저 퇴사하면 맛있는 거 사주세요.. ㅎㅎㅎㅎㅎ

감은빛 2023-05-19 19:38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로 저를 먹여 살릴 사람은 저 뿐입니다. ㅎㅎ
그래도 저는 일 그만하고 싶어요.
저도 지금 이 일은 오래 할 것 같지 않아요.
2년 보고 있거든요.
음, 어쩌면 2년 후에 우리 실업자가 되어 만나겠군요. ㅎㅎㅎㅎ

아무리 돈이 없어도 다락방님과 맛난 건 먹을 수 있겠지요. 언제든 사드릴게요.

따라쟁이 2023-05-2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여~ 나의 눈을 봐요.~~
저는 김민종이 젤 좋았어요.ㅎㅎㅎ 셋중에 하나라면 나는 안경 쓴 김민종 이랬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저는 ‘안경 쓴‘에 집착하는 사람이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건 ‘김민종‘이 아니고 ‘안경 쓴‘이였어...

어제 중피종과 싸우고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더 이상 경제적인 생산 능력이 없는 것에 자존감이 많이 상한다는 말을 했어요.
주식이나 다른 투자로 돈을 벌고 있지만 노동으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것을 느낄 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데요
다락방님 글을 그 친구에게도 소개 시켜 주어야겠어요.



다락방 2023-05-23 08:32   좋아요 0 | URL
저는 예나 지금이나 김민종은 별로인데 따라쟁이 님 저랑 남자 취향 너무나 다르네요. 껄껄.
그런데 김민종 엄청 인기 잇었던 기억 납니다. 드라마에서도 우희진이 김민종 선택하지 않았나요? 이정재랑은 아마도 이복형제였던 것 같고...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던...

저는 이제 받아들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스스로 노동해서 밥을 먹어야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노동하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냥 인생인 것 같아요. 각자의 자존감은 그러니 각자가 찾아야 할 것 같고요. 친구분은 아픈거잖아요. 아픈데 생산 능력 없는걸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제조업이고 몇 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다. 그 공장에서는 인명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입사하고 첫 근로자 사망을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무서웠다. 나와 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일을 하다 죽을 수도 있다니! 회사의 대처는 내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고, 그러나 회사는 늘 그랬듯이 잘 흘러갔다. 

그때가 근로자 사망의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니었다. 부상은 그보다 더 자주 일어났다. 하반신을, 손가락을 다치는 근로자들은 계속 생겼다. 당연히, 임원이 그런식의 부상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가난하게 살았던 페인트공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돈을 잘 번다는 친구의 말에 철강 노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제철소에 들어가 신입 직원 교육을 받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공정에서 어느 노동자들이 어떤식으로 죽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된다. 그러니 당연히 안전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거다. 어쩌면 내가 어딘가에 깔려서 혹은 떨어져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데 그 일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가 없다. 돈을 벌어야 해. 급여 명세서를 보게 된다면 기쁘거든. 내 위로 뭐가 지나가는지 수시로 살피면서 근로해야 하는 삶이 이 드넓은 제철소에 있다. 



삶과 죽음은 운명일 수 있다. 그리고 공장에 다닌다고 반드시 죽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재해로 죽고 어떤 사람들은 교통사고로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건강하게 살려고 해도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잘 걸어가다가도, 잘 자고 있다가도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제철소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임원진들은 그리고 경영자는, 이 제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보다 위험에 덜 노출된다. 깔리거나 떨어져서 죽거나 다치는 위험은 노동자들에겐 언제나 있지만, 그러나 임원진에게는 없다. 사장에게도 그런 위험은 없고 회장에게도 그런 위험은 없다. 대통령에게도 그런 위험은 없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는 환경은 언제나, 돈 없는 자들에게 주어진다. 오늘 밤에 집에 가 잠드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삶은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에게만 있다. 누군가에겐 더 많은 죽음의 위험이 있고 누군가에겐 더 많은 안전함이 보장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이거 너무 부조리하잖아?



신입교육을 마치고 엘리스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특별할 것도 없이, 여성인 그녀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늙은 남성 노동자가 그 안에 있다. 



"너희 여자들은 돌봐주기를 바라잖아." 그가 내게 말했다. "너희 여자들은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지." -p.105



에휴 … 정말 답답스럽다. 너희 여자들은 머릿속에 돈 생각밖에 없지. 그러면 너희 남자들 머릿속엔 뭐 특별한 거 있냐? 너도 돈 벌라고 여기 와있는 거 아녀? 니 머릿속엔 뭐 세계평화가 있냐? 환경 보호 있어? 니 머릿속엔 아동성학대 근절 있냐? 뭐 지 머릿속엔 대단한것 있는것마냥 돈 생각을 욕하냐. 지들도 어차피 돈 벌라고 직장 다니고 더 많은 돈을 가지려고 권력 옆에 빌붙어 살고 사기도 치고 징징대면서 뭐 졸라 고귀한척 하고 지랄이야. 



엘리스는 어린 시절 학교 남자아이가 자신을 성추행 했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때 보았던 눈빛을 얘기한다. 엘리스의 성기를 만지던 어린 '남자'아이의 눈빛. 



눈이 내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남자아이의 시선에는 나를 두렵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텅 빈 눈동자는 걸신들린 듯 거칠어 보였다. 당시에는 그 눈빛의 의미를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게 어떤 눈빛인지 알게 되었다. 후일에 나는 남자들의 눈에서 그 표정을 읽었다. 술집의 남자들. 거리 모퉁이의 남자들. 일터의 남자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해소해줄 빈 공간으로 나를 판단하는 남자의 눈빛이었다. -p.109



나는 엘리스의 이 비유가 아주 적확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해소해줄 빈 공간'. 여자를 공간으로 보는 것. 그것은 침략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남자아이에게도 그 눈빛은 있다. 당연하다. 그 남자아이가 자라는동안 도처에 그런 눈빛들이었을테니. 



노동자와, 여성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살과함께 2023-05-17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맛보기로 1장만 읽었는데(서문이 없더라고요?)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포스코도 생각나고.

다락방 2023-05-17 12:17   좋아요 1 | URL
네. 이게 이론서가 아니라 에세이라서 그간 읽었던 책들에 비하면 잘 읽힐 것 같아요. 뒤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흥미진진합니다!!

잠자냥 2023-05-17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 밖에 없지? 어휴 지들은 뭐..... ˝뭐 졸라 고귀한척 하고 지랄이에요.˝ 증말...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래 책도 그렇지만 이것도 읽으면 분통 터질 일이 많겠습니다....

다락방 2023-05-17 12:17   좋아요 2 | URL
돈 생각 하니까 지들도 일하러 나오는거 아녜요.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세상은 너무 똥같아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5-1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1장밖에 안 읽었는데 흥미진진 하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간만에 에세이류 여성주의 책인 것 같구요.
작년에 읽었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책을 읽는 기분이랑 비슷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문장 와 닿네요^^

다락방 2023-05-17 14:39   좋아요 1 | URL
네, 읽으면서 노동자라는 정체성과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겹치는 바람에 아마도 아주 많이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책나무 님, 화이팅!!
 















김혜리 기자의 팟빵 <조용한 생활>을 유료 구독하고 있는데, 의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는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코너이다. 책 코너도 영화코너도 미술코너도 아니고 클래식 음악 코너. 정윤수 작가가 나와서 설명해주는데 이 코너 덕에 정윤수를 처음 알았다. 검색해보니 여행기를 써둔 것 같아 주문해두었다.


나는 클래식음악을 듣는 귀가 없다. 그러니까 가사가 없다면 이 음악이 저 음악 같고 저 음악이 이 음악 같고 들어본 음악 같고 처음 듣는 음악 같고… 그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라면 지식이 전무하며 취향같은 것도 성립되지 않았다. 남들이 클래식 음악 얘기하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 좋아하고 루시아 좋아하면서 흐느끼는 쪽의 사람이다. 나름 클래식 공연에 가보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이것은 확실히 이과의 영역'이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에피톤의 경우는 문과의 영역 같은데 클래식이라고 하면 어디에서 무슨 악기가 어떤 강도로 연주되어야 한다는 걸 설정하고 그대로 연주하고 지휘해서 또다른 곡으로 완성시키는 지점은 확실히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혹은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의 것 같은거다. 그런점에서 클래식 음악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나랑은 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김혜리 기자의 코너에서 클래식 음악을 다룬 코너를 좋아할까. 말러가 화가인지 연주자인지도 모르고 말러라는 이름은 그러나 들어본 상태의 무식한 내가 그런데 이번 코너에서는 말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이걸 유료구독하게 된 계기 자체가 정윤수의 이 코너 때문이었는데, 아니 이게 말러를 얘기하잖아? 그러면 말러 얘기만 하는게 아니라, 말러가 이랬다고 얘기하기까지 끊임없이 줄기차게 아주 다른 많은 것들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말러 얘기하면서는 세상에, 버지니아 울프도 소환됐다니까? 지난번에 바그너 얘기하면서는 니체도 소환되고. 나는 이런 얘기가 세상에, 그렇게나 재미있다. 그리고 그 시대적 배경까지 다 언급되는데 세상 꿀잼인거야. 한 번 듣는다고 기억하면 좋겠지만 또 그건 아니라서 다 까먹고 어디가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겠지만, 아 나는 진짜 김혜리와 정윤수의 이 코너 듣는게 넘나 꿀잼이다. 그렇다면,


내가 행복의 약속 책을 링크해두고 왜 김혜리 팟빵 얘기를 했느냐. 그것은 사라 아메드가 본인이 생각한 행복과 불행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다른 작가들의 책과 또 영화들을 예로 들기 때문이다. 꿀잼이다. 내가 본 책이나 영화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이걸 읽는게 넘나 꿀잼이다. 덕분에 나는 SF 장르라서 볼 생각 전혀 없었던 <아일랜드>라는 영화를 보려고 마음 먹었다. 아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좀비' 영화도 그것은 결국 인간에 대해 말하는 영화야!! 라며 다 찾아보면서, SF 도 결국 인간을 말하는 영화임에 분명할텐데 왜 안보는걸까, 나는??? 각설하고,


자,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백인 남자' 이다. 백인 남자. 사라 아메드가 <아일랜드>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칠드런 오브 맨>을 가져오는데, 그 때도 결국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는 건 백인 남자(쉽게 말하면 주인공이자 히어로) 라고 언급했었는데, 아일랜드 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한다.



거짓 희망(아일랜드)은 진짜 희망(사랑, 해방)으로 전환된다. 전화전이 되는 사람, 행복이 보장하던 거짓 희망에서 클론들을 해방시켜 그들에게 진짜 희망을 주는 사람은, 클론이든 아니든, 백인 남자다. (p.345)



이 지점에서 나는 영화 <히든 피겨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속에 천재 여성들은 모두 흑인인데, 일터에서 흑인의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을 뿐더러 저기 먼 데 있다. 일하다 말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저기 저 먼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는 거다. 이 때 그녀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다는 걸 인지해 어디 갔다왔냐 묻고, 그것이 백인과 분리된 화장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며, 그래서 백인전용 화장실이라는 간판을 부수는 사람은 누구냐? 백인 남자다. 불편을 겪은 것은 흑인인데, 그 불편을 겪지 않게 만들어주는 우리들의 히어로, 기꺼이 그 간판을 부수는 사람은 백인인 거다. 정말 불쾌한 장면이었는데, 여기에는 그가 백인 남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 한몫했다. 불편한 당사자인 흑인 여성, 저 멀리까지 기어코 땀 흘리며 뛰어가야만 화장실에 닿을 수 있는 그 흑인 여성은 본인의 힘으로 간판을 부술 수 있었을까? 힘들고 불편하고 빡치는 당사자인 흑인 여성은 왜, 그 간판을 부술 수 없었을까. 왜 백인 남성이 그렇게 해주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까. 흑인 여성은 고통 당하면서도 부수지 못한 것을, 이 백인 남성은 어떻게 한 번에 부숴버릴 수 있었을까? 너무 빡치지 않나? 역사속에 드러나지 않은 흑인 여성들을 전면에 보여주는 영화여도 어쨌든 백인 남성은 히어로적으로 등장해버리는 부분. ㅋ ㅑ  분리한 것도 백인이고 합치는 것도 백인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 네…



그리고, 샤론 볼턴을 떠올렸다. 내 사랑 샤론 볼턴.




"글쎄, 이곳에선 적응을 잘 못한 것 같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말이 맞아요. 이곳 섬들은 작지만 강력한 패거리가 다스리고 있거든요. 체격이 큰 금발의 남자들 말이죠.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스코틀랜드 대학을 다녔고, 노르웨이 부족의 침략이 있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 말이에요. 토라, 생각해봐요. 병원의 아는 의사들이나, 학교의 교장이나, 경찰이나 치안판사, 또 상공회의소, 지역 시의회까지, 그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고요."

그 점에 관해서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꽤 많은 섬 주민들이 눈에 띄게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사실을 나도 이미 여러차례 실감한 터였다. (p.249)








이 인용문 가져오려고 페이퍼 뒤졌더니, 내가 샤론 볼턴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당시에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적혀있더라. 옮겨와본다.


- 이 구절 속에서는 작은 섬이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차지하잖아. 그렇지만 이건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지.

- 아아

- 백인 남자들이 지배하고, 전세계적으로 남성들이 주요한 위치를 다 차지하고. 작가는 그 얘기를 이 섬에 빗대어 한 것 같아. 그게 너무 좋았어.

- 거꾸로 보면 이렇게 볼 수 있겠네. 백인 남자들이 지배하고 전세계적으로 남성들이 주요한 위치를 다 차지하는 그 짓이 이 세계를 자그마한 섬으로 만드는 짓이다.

- 크- 해석 좋다.

- 아니야 나는 니가 말하기 전까지 저 구절은 그냥 사실적시라고만 생각했어. 과연 니가 좋아할만하네.

- 나는 이 작가가 이래서 좋아. 할 말을 되게 세련되게 해.




사라 아메드가 이 책에서 언제나 히어로로 출연하는 '백인 남성'을 지적했고, 샤론 볼턴 역시도 자신의 소설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백인 남성'에 대해 지적한다. 젊은 작가인 '샐리 루니'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설에서 '백인 남자'라는 워딩을 등장시킨다. 기억이 맞다면 그 워딩은, 백인 남자의 입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동안에는 지적되어지거나 언급되어진적이 없었던, 그러니까 너무나 당연햇던 일들이, 이렇게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백인 남성, 백인 남성 하고 자꾸 소환되면, 아마도 듣는 백인 남성들 빡칠것이고 우리가 뭘 그렇게 더 누렸다는 거야, 하면서 그렇게 언급하는 여성들을, 사라 아메드 식으로 말하자면,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로 보겠지만, 나는 이렇게 여성학책이든 소설책이든 백인 남성이라는 워딩이 등장하는 게 즐겁다. 그 워딩이 등장하는 순간, 그러니까 '백. 인. 남. 성' 이라는 워딩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히어로적이지도 않고 지도자 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보다는, '그동안 히어로 역 따놓고 했던 놈들' 의 의미가 더 크다. 짜릿하지 않은가? 챙피하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대표적 히어로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영화 <아마겟돈>을 너무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볼 때마다 우리의 백인 남성이 자신을 희생해 지구를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오열하곤 했다. 극장에서 통곡해서 같이 보던 동생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말려야 했고, 집에서 다시 보면서도 또 울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부끄럽다. 백인 남성이 지구를 구한다고 자기 한 몸 희생하는데 왜 유색인종 아시아여성인 내가 그렇게 흐느끼는 것이야 …



아직 행복의 약속을 끝내지 못했고 오늘이 벌써 4/28 이다. 주말에 나름의 스케쥴이 있기 땜시롱 오늘 안으로 끝내야 한다. 어제 끝내려고 새로 산 책상에 앉았다가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버렸… 침대에 앉아서 읽기 때문에 조는 줄 알았더니 책상에 앉아도 졸더라고요? 책상 괜히 산 부분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YDADDY 2023-04-28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여는 인질이다>에서 여자가 노예에서 탈출할 대안으로 공간 마련하기 라는 것이 있는데 여자는 공적인 공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겠죠. 그럼 그 공간을 선점 혹은 획득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남자이겠죠.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를 되짚어보니 언제나 남자가 세상을 구원하고 여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거나 희생되는 쪽이 더 많아요. 인질로 잡히거나 죽음을 당해 남자의 행동에 촉매제가 되는 역할이었죠. 가끔 여자가 히어로인 경우도 있어 멋있다며 보고 있던 영화들도 필요 이상으로 타이트한 의상으로 성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아 마음 한구석이 내내 불편했어요.
여자는 왜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그 역할을 맡을 ‘공간‘을 남자가 차지했기에 여자의 ‘공간‘은 육아 즉 돌봄에 한정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종종 밤에 책을 읽다 저도 모르게 졸아버려서 새벽 두세시쯤 깨는데 저만 그러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 안도감이 생기는 아침입니다. 즐거운 주말을 위해 오늘 하루 에너지를 아끼고 보충하며 보내시기를 바라요. ^^

다락방 2023-04-28 10:38   좋아요 1 | URL
대디 님, 저는 여자에게 공간이 없다는 대디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래서 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공간을 지키는 일이라면 아주 예민해지고 신경을 뽝 쓰게 돼요. 여성공간을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 모든 시도에 반대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생겨난 여성전용 공간인데 자꾸 모두를 위해 양보하라고 하는건지… 여자에게 양보하라고 배려하라고 하는 건 이제 그만 듣고 싶어요.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고 봅니다.

제가 그래서 여성 히어로 영화인 <원더우먼> 볼 때도 너무 불편했고요, 그런 옷을 입고 싸움을 한다니. 말도 안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 … 뭐냐, <레지던트 이블> 그건 대환장 지점이죠. 싸우는 여성들에게 싸울만한 옷을 입혀라, 좀!! 여성 액션도 여성들이 끈나시 입고 가슴 보이고 힐 신고 뛰는게 너무 많잖아요. 힐 신고 걸어다녀도 족저근막염 걸리는데(제가 바로 그런 사람) 왜 힐 신은 여성 영웅 만드나요. 아 정말 다 꼴보기 싫어요!!

DYDADDY 2023-04-28 10:56   좋아요 0 | URL
몇년 전 이야기이지만 회사 건물 내에 여직원을 위한 휴게공간이 없어 (남직원은 점심 시간에 누워서 잘 수 있는 휴게실이 있어요) 만들자고 건의했다가 대차게 까인 적이 있어요. 왜 여성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지 내내 궁금했는데 다락방님의 추천으로 읽은 <여자는 인질이다>에 그 답이 있었어요. 페이퍼에는 쓰지 못했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

잠자냥 2023-04-28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도 말러 이야기하다가 버지니아 울프까지 가는 거 완전 잘해요. 주특기 아님? 이 페이퍼에서도 몇 개를 끌어와 이야기하시는지….. 암튼 그것이 부장님의 특기이자 페이퍼를 재미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갑자기 칭찬하려니까 이상하다. ㅋㅋㅋㅋ 풋- 댓글로 기분 상하게(?)한 거 같아서 급 칭찬 모드였습니다. 좀만 깐죽대야지…;

그런데 <아마겟돈>에서 울 부분이 있던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 참 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8 10:35   좋아요 3 | URL
풋댓글 기분 안상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안해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 ㅋㅋㅋ 아니 이게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 많이 하면 너무 사람이 가벼워보이잖아요? 음... 안가벼워 보이나? (먼 산)

아마겟돈.. 백인 남자가 모두를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죽는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저도 참….

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흠흠.

잠자냥 2023-04-28 10:55   좋아요 1 | URL
그렇게라도 가벼워 보여야죠!

체지방도 많은데…..

다락방 2023-04-28 11:29   좋아요 1 | URL
딱 기다려요! 체지방 내가 다 없애버리고 말겠엇!! 불끈!!

책먼지 2023-04-28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좋아하신다는 포인트가 딱 다락방님이 글쓰시는 스타일 그 자체라고 언급하러 내려왔는데 이미 자냥님이 칭찬 날리셨군요!!!

저 다락방님 지난번 페이퍼 읽고 <조용한 생활> 무료체험 중인데 해당 코너에서 정윤수 작가님이 워낙 열정적으로 신나게 말씀하시니까 덩달아 더 신나고 알고 싶고 재밌고 그렇더라고요!!

<히든 피겨스> 관련해서 알쓸신잡에 출연하셨던 김진애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도 떠올라요. 재학 당시 서울대 공대에 여자화장실이 아예 없었다면서 본인은 교직원 화장실 이용하면서 학교 다녔는데 딱히 불편한 게 없었다고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그걸 문제제기하고 여자화장실을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신다고요. 저는 여자화장실 없던 것에서 1차 충격 (설계 당시 여성이 서울대 공대에 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한 거잖아요..??), 그걸 겪은 당사자가 어떻게 불편을 못 느꼈지 싶어 2차 충격이었어요..

(덧붙여, 다락방님 인바디 이미 칭찬 잔뜩 받으셨겠지만 저희 요가쌤이 보셨으면 완전 폭풍칭찬 날리셨을 것입니다!! 막대 세 개가 고르게 분포된 게 가장 베스트라고 하셨어요!! 저도 다락방님 것처럼 고른 그래프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체지방이 많아서 조절해야 하는 유형은 가운데가 움푹 패인 브이형태고 실제로 인바디 재보면 이 유형이 가장 많이 나온대요!!!)

다락방 2023-05-02 14:57   좋아요 0 | URL
정윤수 작가님 코너 정말 애정합니다. 이번호 듣다보니 본인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지휘의 발견>이란 책에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책도 사려고 장바구닝 넣어두었습니다.

저 예전에 김진애 자서전인가 에세이인가, 그러니까 제목이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나의 테마는 사람>이런 류였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게 저 국민학교 6학년때 읽었던 책이고, 그 때 화장실 얘기가 나왔던 것 같았어요. 여자화장실 없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문득 책먼지 님의 댓글 읽으니 그 책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책먼지 님, 제 인바디 고른 그래프 아닙니다. 절대로, 절대로 아닙니다. 저야말로 가운데가 움푹 패인 유형입니다. 부끄럽지만 체중과 체지방이 너무 높아서 가운데가 움푹 파였어요. 누가 빠진다면 올라올 수 없을 정도로 파였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이런 말.. 하고 싶지 않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3-04-28 1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의약속 링크해놓고 팟캐스트 얘기하다가 사실 하려던 얘기는 백인남자였고, 히든피겨스에 샤론 볼턴까지 가는 다락방님 글도 만만찮게 흥미롭습니다 ㅋㅋㅋ
저는 히든피겨스 내용 말씀하신 부분을 보니 <제2의 성> 964-965페이지가 생각납니다.
(덩달아 멋져 보이고 싶어서 보부아르 소환 ㅋㅋ)

공쟝쟝 2023-04-29 12: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동의하고 독서괭님 앞으로는 문장까지 같이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9 15:01   좋아요 2 | URL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어제 바빠가지고 ㅋㅋㅋㅋ

바로 여기에 여자의 초라함의 뿌리 깊은 원인이 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부르는 남자들은 - 어떻게 해서든지 - 자기들의 어깨에 세 계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사람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그 일을 잘 해내었다. 그들은 세계를 재창조하는 데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다. 그러나 우선 그 엄청난 중책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어떤 여자도 결코 하지 못한 일이며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세계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세계의 죄를 자기의 죄로 여 기며 세계의 진보를 자랑스럽게 여기기위해서는 특권자 계급에 속해야만 한다.
세계를 변화시키고 생각하고 드러냄으로써 세계를 정당화하는 것은 거기에서 명령권을 장악하고 있는 특권자들에게만 속한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세계 속에 서 자기들을 알아볼 수 있고, 거기에 자기의 표지를 새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 이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여자 속에서가 아니라 남자 속에서다. 그런데 우리에 게 모범적으로 보이는 개인들이나 천재로 불리는 개인들은 그들 개개의 실존 속 에서 인류 전체의 운명을 걸려고 한 사람들이다. 자기에게 그런 권한이 주어졌다.
고 믿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것입니다

다락방 2023-05-02 14:59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알라딘의 여성분들 글쓰기에 자랑스러움이 솟구칩니다. 샤론 볼턴, 히든 피겨스, 사라 아메드 얘기했더니 보부아르 똭- 가져오는 이 멋짐, 어쩌면 좋아요. 정말 정말 멋집니다, 독서괭 님. 알라딘 만세만세 만만세에요. 특히 여성주의 책 읽는 분들 더 만만세!! 꺄울 >.<

햇살과함께 2023-04-28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든 피겨스 그 장면 보면서 처음엔 자동적으로 와 멋지다, 역시 케빈 코스트너! 했다가 ㅋㅋㅋ
책에는 없는 장면인데, 역시 미국 영화의 영웅주의 또 시작이구나 반성했네요.
미국식 영웅주의 영화 너무 싫어서 못 보겠어요.

다락방 2023-05-03 17:15   좋아요 1 | URL
저 극장에서 그거 같이 본 친구가 케빈 코스트너 멋지다고 해가지고 ‘난 짜증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미국식 영웅주의 싫다고 하면서, 백인 남자 하나가 세상을 구하고 지구를 구하는 거 싫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저는 아마겟돈 보면 울고 배트맨 좋아해요. ㅠㅠ 하아, 이 모순을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

난티나무 2023-04-28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메드가 ‘백인 남자’ 말해줘서 늠 속시원했어요!!!
저도 클래식 잘 안 듣는데 어젯밤에는 피아노연주에 꽂혀서 한 시간을 들었네요????@@ 이야기도 늠 재밌을 거 같아요.
저 어제 다 읽고 방금 백자평 썼어요!!!

다락방 2023-05-03 17:17   좋아요 0 | URL
저는 ‘백인남자‘라는 워딩을 사용하고 지적하는 모든 글쓴이들에게 복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백인 남자를 한국남자보다 올려치기 했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도 들고요. 뭐 그건 그런데 ..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언젠가 클래식 귀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빠샤!!

책읽는나무 2023-05-01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김혜리 기자님 <조용한 생활> 구독하지 싶네요. 지난 번 댓글을 읽고 며칠 무료 듣기 몇 개 골라서 들어봤었는데요. 목소리도 좋고, 주제들도 좋아 귀담아 들어지더군요. 걷기할 때 희진샘 팟빵 다 들음 김혜리 기자님 것도 듣다 보면 한 달은 훌쩍 지나있겠구나! 생각 했었네요.
클래식 잘 모르는 사람도 훅 빠져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건 참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인 거네요.
다락방 님의 페이퍼도 훅 빠져 읽게 하시니 그렇다면 같은 양질의 페이퍼!!!^^
전 <아일랜드> 영화는 극장에서 봤었는데 꽤나 충격이어 몇 개의 장면들이 조금 기억에 남습니다. 디스토피아 영화여서 충격이었던 건가 봅니다. 그런데 책에서 이 영화 이야기가 나와 또 놀랐었어요. 영화 풀이를 읽으면서 충격이 아닌 공감으로 읽혀서....격세지감을 살짝 했었네요ㅋㅋㅋ

다락방 2023-05-03 17:18   좋아요 1 | URL
김혜리 기자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고 굵은데 되게 매력있더라고요? 저 어제 새로 등록한 요가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싫어서 지금 고민입니다. 3개월 등록했는데 이 목소리 어쩔.. 저는 제가 목소리에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어제 쌤과는 목소리 합이 안맞는가보다. 하고 있어요. 하하하하하.

아일랜드 영화 책 읽을 땐 보고 싶었는데, 사실 퇴근 시간이 되면 그런 영화 말고 다 때려부수는 영화나 사랑사랑하는 영화 보고 싶어요. 하아. 아무튼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나무 님!!
 

4월 말일이.. 주말이네요. 아직 행복의 약속을 못읽은 저는 몹시 초조합니다. 

완독하신 분들, 고생 많으셨고요, 아직 읽는중이신 분들, 힘내세요!!


5월 같이 읽기 도서 안내합니다.



'엘리스 콜레트 콜드바흐' 의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입니다.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기도 하고, 우리, 노동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모두 화이팅!!


















2023년 6월, '낸시 레빗, 로버트 베르칙' 의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2023년 7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의 《성의 변증법》




성의 변증법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였는데 그 때 완독하지 못한 분들도 많고 또 읽었던 분들도 너무 어려워 재독을 원했습니다. 우리, 7월에 이 책을 읽어봅시다. 읽었던 분들도 다시 읽어 봅시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 사이에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읽은 책들도 여러권이니 부디 독서근육이 단단히 쌓여 처음보다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발 좀 이해하자, 나여... 정말 어렵게 겨우 완독해낸 책이었어요. 그런데 그것을 완독이라 불러도 될것인가...









8월, '실비아 페데리치'의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사실 제목만 보면... 제가 선정하지 않을 가벼운 책인것 같지만, 우리의 페데리치!! 믿고 가보도록 합시다!!











9월, '어맨다 몬텔'의 《워드 슬럿》




제가 2월에 이 책을 8월 도서로 정해두고서는 그 뒤에 8월에 페데리치 책을 넣는 바람에 리스트가 혼란스러워졌네요. 해서, 이 책을 9월로 옮겨둡니다.

여러분, 9월에는 워드 슬럿! 젠더의 언어학 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어요.

이 책 사두었지만 안 읽고 쌓아둔 분들, 9월에 정복해버렷!!










10월, '레이첼 모랜' 의 《페이드 포》


















11월, '마릴렌 파투-마티스' 의 《파묻힌 여성》


















드워킨과 캐서린 맥키넌의 책이 좀 나와줬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자, 여러분, 남은 4월 힘내요!! 빠샤!!



잠정적으로 저는 2023년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마지막 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만 총총.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끼 2023-04-26 15: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왜 마지막 해인가요..!

건수하 2023-04-26 16:09   좋아요 3 | URL
저도 비슷한 댓글을 달고 싶었습니다.

난티나무 2023-04-26 16:11   좋아요 3 | URL
2222222

다락방 2023-04-26 16:17   좋아요 3 | URL
아, 너무 오래한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018년 11월부터 했을텐데, 꼬박 5년을 한 셈입니다. ㅋ ㅑ ~

난티나무 2023-04-26 16:18   좋아요 3 | URL
그러나 다락방님은 작년에도 이 말씀 하셨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6 16:19   좋아요 3 | URL
저와 여성주의 책 같이읽는 분들의 미래는 어찌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4-26 16:20   좋아요 3 | URL
책도 계속계속 나오는 판국에…. 십년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으흠흠

이제 막 우끼님 합류하셨는데. 저도 온 지 얼마 안됐는데.!

거리의화가 2023-04-26 16:22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 저는 합류한지 얼마 안되어서 여전히 읽을 거리가 많습니다ㅠㅠ 계속 해주시면 안될까요;;;

건수하 2023-04-26 16:24   좋아요 4 | URL
앞으로 꼬박꼬박 다락방님께 땡투하겠습니다…. (응?;;;)

독서괭 2023-04-26 16:38   좋아요 4 | URL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마무리 하시고, 페미니즘 책 뿌셔 읽기로 새로 시작하실 거져? 🥺

건수하 2023-04-26 18:13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

독서괭 2023-04-26 1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10월 페이드포 입니까? 저 완독을 못했는데 그때 완독해봐야겠어요.
6월 책에 관심이 갑니다.

공쟝쟝 2023-04-26 17: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미 거의다 샀습니다!!! ㅋㅋㅋㅋ !!!

건수하 2023-04-26 17:36   좋아요 4 | URL
(쟝님도 더 하자고 댓글 달아요! 얼른~ )

공쟝쟝 2023-04-26 17:49   좋아요 5 | URL
(한달만 쉬고 더해요 속닥속닥 ㅋㅋㅋ)

건수하 2023-04-26 17:53   좋아요 3 | URL
음.. 그래요 프로젝트 이름을 바꿔서 새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어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04-26 17: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행복의 약속>만 믿고 있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입니까!! 😱😱😱😱😱




😱

건수하 2023-04-26 17:39   좋아요 3 | URL
😺👍👍

단발머리 2023-04-26 17:48   좋아요 3 | URL
플랜카드 제작 들어가렵니다!
문구 좀 만들어 주세요, 수하님!

건수하 2023-04-26 17:52   좋아요 2 | URL
엄… 제가 그런 일에 좀 약한데…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

건수하 2023-04-26 20:31   좋아요 2 | URL

우유 빛깔 다락방
함께해요 책읽기!

뭐 이런거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ㅎㅎㅎ

우끼 2023-04-26 20:38   좋아요 1 | URL
수하님 단발머리님 두분 다 최고에요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4-26 17: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 시작했는데!!
한 달 쉬고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셔야죠~!!

다락방 2023-04-26 2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놔 ㅋㅋㅋ 여러분 내가 내일 올게요. 지금 술 마시고 있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4-26 20:45   좋아요 4 | URL
술과 함께 웃음과 함께 즐거운 밤 되세요~ ^^

책읽는나무 2023-04-27 00:2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잘못했어요.
열심히 읽을게요!!😭😭

건수하 2023-04-27 09:12   좋아요 3 | URL
제 마음과 같아요 나무님 ;ㅁ;

책읽는나무 2023-04-27 09:15   좋아요 3 | URL
ㅋㅋ
이리 오세요.
힘들 때 우리 포옹이나 합시다.
🫂🫂🫂

건수하 2023-04-27 09:17   좋아요 3 | URL
☺️

얄라알라 2023-04-27 0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러스트벨트의 낮과 밤] 넘 재밌게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면 좀 빠르게 페이지 넘길 수 있겠네요^^
항상 이끌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락방님.

다락방 2023-04-27 07:4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이제 5월이고요. 그러니 일단 정해진 리스트를 충실히 읽어나갑시다. 결정은 10월쯤에 해도 늦지 않을테고요. 열심히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꾸벅.

건수하 2023-04-27 09:12   좋아요 4 | URL
와.. 위에 저런 댓글이 있는데 이렇게 근엄하게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ㅋㅋㅋ

4월은 좀 늦었지만, 10월까지 쭉 열심히 읽겠습니다.. 딸랑딸랑.

은오 2023-04-27 21: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의외로!!! 성의변증법을 어려워하지 읺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 저랑 파이어스톤 좀 잘맞나봐요 ㅋㅋㅋㅋ 번역은 좀 아쉽긴 했지만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
페이드 포도 읽어보고 싶어요. 저건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랑 같이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다락방 2023-04-28 08:56   좋아요 1 | URL
아니, 성의 변증법을 재미있게 읽었다니. 은오 님, 너무 멋진데요? 멋져 ㅠㅠ 멋지다 ㅠㅠ 하트 두 개 드립니다!
♡♡

페이드 포 진짜 좋아요, 은오 님. 안그래도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하고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사두었어요. 페이드 포는 정말이지 작가인 레이첼 모랜의 통찰이 엄청난 책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겪고 모두가 다 같은 사유나 통찰에 이를 순 없는데, 레이첼 모랜은, 그런 의미에서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선, 미소에 대해 말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굳이 '미소'로 딱 지정하진 않고 웃음으로 확장해도 될 것 같다.


일전에도 내가 소설을 읽고서였나, 웃음에 대해 말했던 적이 있다. 내 경우에는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는다. 이건 내가 페미니즘을 알기 훨씬전부터 갖고 있는 나의 성격이었다. 아마 나같은 사람은 많을텐데, 나는 상대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있다 해도, 혹은 상대가 아주아주 웃길 의도로 어떤 농담을 던진다 해도, 그래서 함께하는 모두가 웃고 있다해도, 그 말을 하는 상대가 싫으면 웃지 않는다.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이 하나도 재미있지 않고 그 사람에 전혀 웃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는다. 웃고 싶지 않으면, 나는 웃지 않는다. 웃고 싶지 않은데 웃는 건, 내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반면, 상대가 좋으면 굳이 나를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웃는다. 상대가 좋을 경우 나에겐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상대가 좋으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웃는 표정으로 그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 내 표정은 내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어서 상대가 싫은데, 이 농담이 싫은데 웃을 수는 없다. 내 웃음은 그런 식으로 발휘되지 않는다. 


이건 그냥 내 성격이다. 그리고 아마 나만 이런건 아닐 것이다. 지구상에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웃고 싶지 않은 상대나 상황에서 굳이 웃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저 웃지 않는것만이면 다행이게. 적극적으로 웃고 싶지 않아, 웃지 않는 날 봐, 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아닌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여성 해방 운동을 위해 "꿈꾸는 행동"이 "미소 거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소 거부를 선언하면 모든 여성들은 즉각 '남을 즐겁게 하는' 미소를 버릴 것이고, 그 후로는 자신들이 즐거울 때만 웃으려 할 것이다" (Firestone 1970: 90[132]). -p.127


내 웃음은 그러고보면, 남을 위한 것이 아니었구나 싶어졌다. 나는 널 위해 혹은 분위기를 위해 웃을 생각은 없다.


각설하고,


이 책의 제2장의 제목은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 이다. 나는 이 책을 선정할 때 '사라 아메드의 책을 한 권쯤 다같이 읽어야겠다'로 생각하고 골랐고, 그중에서도 좀 덜 어려워보이는 걸로 선택했다. 제목의 '행복'과 '약속'은 어렵지 않음을 말하는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러면서 목차도 보지 않고 선택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펼치고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라는 제목을 봤을 때 살짝 당황했으며,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웃음이 났다. 아 그럼 그렇지, 그럼 그렇지!! 그래, 페미니스트 얘기를 하고 있었어, 사라 아메드는!! 아직 2장도 채 다 읽지 못했지만, 와, 진짜 아직 2장도 다 못읽은 현재 이 책은 별다섯을 예약한다. 진짜 너무 좋다. 페미니스트이든 아니든 읽으면 너무나 좋을 책이다. 게다가 사라 아메드는 자신의 이론과 주장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아는 소설들을 가지고 온다. <댈러웨이 부인>,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디 아워스> 를 가져와서 이야기하고 벨 훅스와 오드리 로드도 끌어들인다. 이미 여성학 책을 여러권 읽어왔던 사람들은 익히 아는 이름을 만나니 즐거울 것이고,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이라면 우리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통해 만나지 않았던가. 단 하나 유감이라면,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스포 당해버려쒀… 아놔…Orz



자, 무슨 말을 하는지 인용문을 좀 가져와보겠다.


즉, 트러블 메이커는 깨질 듯한 평화의 조건을 위반한 사람이다. 이 모든 사건에서 매기는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이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그녀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든 폭력,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도발하는 폭력이다.(플로스강의 물방앗간)-p.113



결국 페미니스트들은 기꺼이 소란을 일으키겠다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심지어 고집을 부려야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주체의 의지가 다른 사람들의 의지, 즉 그의지가 일반의지 또는 사회의지로 물화物化된 이들의 의지와 일치하지않을 때 고집스럽다고 말한다.

따라서 여성 트러블 메이커의 형상은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의 형상과 동일한 지평을 공유한다. 두 형상 모두 행복의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해석하면 이해가 가능하다. 페미니스트는 행복을 약속하는 대상들이그렇게 장밋빛이 아님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깰 수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그래서 불행으로 흠뻑 젖어 있다. 페미니스트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바로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고 행복을 가져온다고 생각되는 그 어떤 것을 파괴한다고 미리부터 읽버린다.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깬다." -p.120



우리는 또한 페미니스트의 불행에 대한 집착(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즐겁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깬다는 신화)을 목격할 수 있다. 여성들이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들은 성취하지 못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들에 대한 시기심이 전위된 결과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p.123



나는 오늘 아침 지하철안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보게 된,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의 구매자평이 떠올랐다.

나는 이 책(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사서든 빌려서든 읽을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이 무슨 말을 할지는 알겠다. 요즘의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라 하질 않아서 살 생각이 없는데, 어쨌든, 나는 이 책에 달린 이런 구매자평을 보게 된거다.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으니 책의 내용에 대해 확신할 순 없다.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되게 구릴 수도 있다. 내가 읽는다면 책의 내용에 동의를 안할 수도 있고 나 역시 어떤 점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나는 아직도, 여전히 페미니스트=사랑받지 못하는 여자 라고 생각하는 이 낡고 고루한 사고가 부끄럽다. 이 구매자평은 내가 위에 인용한 모든 것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일치한다. 바로 위, 123 쪽에서 뭐라고 했는가.


'여성들이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들은 성취하지 못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들에 대한 시기심이 전위된 결과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 고 하지 않았는가!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 이라는 전제가 너무 낡아서 진짜 깜짝 놀랄 지경이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아직 학생이던 때, 그러니까 가만 보자 그때가 언제냐, 가만있자그러니까한 30년전쯤이었던 것 같다. 30년전쯤, 나 역시 페미니스트는 사랑받지 못하고 못생긴 여자들이라고 생각했었단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고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책들을 읽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 결과, 30년 후에는 페미니즘, 여성주의에 대해 완전히 그 때와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고, 그리고 그 때의 나를 부끄러워하는 내가 되었다. 


나는 지금 완벽한 인간이 아니지만, 그러나 과거의 나보다는 훨씬 나은 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과거의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알고,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로도 그걸 안다. 고전을 비판하는 일이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로하는 거라고 생각하다니.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해 머릿속에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알겠다. 더이상의 말은 생략하겠다. 그냥, 너무, 부끄럽다 … 저 구매자평을 보았을 때, 와,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네 하고 으 부끄럽다 하고 돌아섰었는데, 오늘 아침 사라 아메드의 글을 읽는 순간 샤라라랑~ 마법처럼 저 구매자평이 똭! 떠오르는 거다. 오오, 사라 아메드가 말한 게 바로 이거네!!!



사라 아메드 책 너무 좋다. 행복은 그저 선이고 참이라고만 생각했다가 아주 여러 갈래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2장에서는 페미니스트를 소환하고 3장에서는 퀴어가 나올 참인가보다. 단순히 문장으로만 보면 행복을 '깬다'는 것은 악인듯 하지만, 그러나 '어떻게' 만들어진 행복을 '왜'깨는가, 로 좀 더 들여다보면 행복은 선이 아니고 억압일 수 있으며 깬다는 것은 내 삶을 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사라 아메드가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즐겁고, 이 책을 선택하기를 몹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라 아메드의 《행복의 약속》은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사실, 인생에 있어서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난다면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 2장도 채 안읽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특히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정말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다.


아, 그리고 매직 마이크 페이퍼 쓰러 가야겠다. 슝 =3=3=3=3

(이러고 이 페이퍼 보다 먼저 등록함. 여러분, 오늘 페이퍼 하나 더 있숑!!)




페미니즘의 역사는 문제 일으키기의 역사,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르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거부함으로써 소피가 되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역사이다. - P111

페미니스트 주체들이 사람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은, 성차별 같은 불행한 주제들을 놓고 떠들어대서이기도 하지만, 행복이란 게 잘 지내지 못함을 나타내는 바로 그 기호들을 지워 버림으로써 유지되고 있다는 걸 폭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P122

유색인 페미니스트로서 당신은 심지어 긴장을 초래하는 어떤 말도할 필요가 없다. 어떤 신체가 단순히 근접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서적전환이 일어난다. 어울려서 잘 지내려면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그 공간에들어올 수조차 없음을 의미하는 그런 것들에 동조해야 한다. 이런 예들은역사가 무형의 분위기에 혹은 걸림돌처럼 보이는 유형의 신체에 어떻게응축돼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아마도 분위기는 긴장의 지점들을 어디에위치시킬지에 대한 합의가 존재할 때 공유되는 것 같다.
유색 여성으로서 화를 내며 말하면, 당신은 긴장을 야기하는 사람이라는 당신의 위치를 확증해 주는 셈이 된다. 당신의 분노는 사회적 결속을 위협하는 것이다. 오드리 로드가 묘사하듯이 "유색 여성이 백인 여성과 만날 때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보통 ‘참 난감한 기분이 들게 만드시네요‘, ‘백인 여성이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시네요‘, ‘신뢰에 기초한 대화와 행동에 방해가 됩니다‘라고한다" - P125

즉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세상에 우리가 불행을 느낄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더더욱 의식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불행은 또한 우리가 꾸준히 정서적으로 불행의 원인에 관심을 두게 해줄 수 있다. 당신이 불행한 것은 불행의 원인들 때문이다. 의식화가 불행한 가정주부를 행복한 페미니스트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할 순 있겠지만 말이다! - P129

행복이 우리를 특정 지점에 도달하게 해주는 것이라 해도, 당신이 거기 도달했을 때 반드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댈러웨이 부인에게 이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은 사라짐이다. 이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의 핵심은 어떤 사라짐, 가능성의 상실, 신체 역량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어떤 실패, 그녀의 신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하는 어떤 실패이다.19 우리는 가능성을 의식해야 그것의 상실을애도할 수 있다. - P130

셉티머스는 셸쇼크shell shock[전쟁신경증의 하나를 앓고 있다. 그의 느낌, 전쟁에 대한 공포가 기억으로 침투해 들어올 때의 패닉과 슬픔은 우리에게도 전해진다. 그의 고통은 과거를 현재의 시간 속으로 들여온다. 전쟁은지속되고, 피부에 후유증으로 끈질기게 남아, 지나간 것이 되기를 거부한다. - P132

보부아르가보기에 파티라는 선물은 곧 의무가 되어 버린다. - P134

불행은 그것이 익숙한 느낌일 때조차, 낯선 방문객처럼 도착해 익숙함을 방해하거나 익숙함 속에 있는 불편한 요소를 드러낸다. - P136

"우리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전제로 한 삶이 로라에게는 견딜 수 없는 삶이었던 것이다. 그런 행복은 죽음과 같았다.
그녀는 행복을 위해 그 삶을 떠난 것이 아니다. 삶을 위해 이 행복을 떠난 것이다. - P141

로라의 행동이 극단적인 것으로만, 심지어 폭력으로, 회복될 수 없는 고통의 원인으로만 서술 가능하다는 사실은 행복 관념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보여 준다. 이는 행복 관념이 타인의 행복을 보살피는 충동과도 밀접히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불행을 초래할까 두려워, 공감 받지 못할까 두려워, 매정한 사람으로 남을까 두려워 불행한 상황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삶을 위해 행복을 떠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행복 관념에 따라 살아가면서 상실한 것들을 의식하는 것과 삶을 위해 행복을 떠나는 것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있다. 이 간극에서 일이 벌어지고, 삶을 살기도 하도, 상실하기도 한다. - P143

페미니즘의 유산을 재생산하는 데는 한 세대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고, 그로부터 우리는 공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기억돼 온이들을 향한 공감(아마도 정서 이방인들을 위한 공감 혹은 이질적인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 P144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4-21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스트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할 지는 모르지만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해서 행복하지 못한 것은 아닌데.. 편협하네요 ㅎ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은 것과
더 나은 것을 꿈꾸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입니다 :)

책먼지 2023-04-21 10:29   좋아요 2 | URL
문가영 배우에게 이렇게 예쁜데 왜 페미니스트냐는 투로 달린 댓글보고 제가 진짜 너무 헛웃음이 나왔는데.. 이것도 비슷한 편협함에서 나온 말인 거 같아요 속 터집니다!!!

다락방 2023-04-21 16:58   좋아요 3 | URL
저 구매자평 쓴 사람보다 제가 더 사랑도 많이 받고 행복하고 인기도 많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역시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확신에서 오는 좋음이 있는데 말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더 나은 상황을 꿈꾸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고 빡치기도 하고 그래요. 아마 우리는 그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하며 이동중인게 아닐까 싶습니다. 흔들흔들 거리면서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지요.

못생긴 애들이 페미한다고 똭 생각해둬야 자신들의 삶이 편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저런 사고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그건 똑똑한 애들은 불편하다는 데에서 오는 바로 그 생각과도 닿는것 같아요. ‘날 불편하게 하는 애들은 예쁘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1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제 어릴 적 사진 보면 1) 단체사진 빼고는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 없고 2) 웃고 있는 얼굴이 없거든요.. 내가 찍히는 대상이라는 걸 자각한 것도 혼자 카메라를 보며 최대한 예쁘게 웃으며 찍는 행위(셀카)도 진짜 늦되게 배웠어요.. 여전히 서툴고 싫어하고요!! 아무튼 웃음이 사회적으로 학습된 결과라는 걸 저는 제 어린시절 사진 보며 확 느낀 것 같습니다. 왜냐면 다락방님과는 반대로 저는 가장 편안한 사람들하고 있을 땐 거의 무표정이고 진짜 웃길 때만 웃거든요. 근데 직장에서는 왠만하면 웃어요.. 웃을 준비 하고 있고.. 희진쌤이 오디오 매거진에서 언급한 것 같은(지나치게 긴장되거나 무서우면 웃음으로 반응하는) 그런 유형은 아닌데.. 웃으면 일이 수월해진다는 걸 이용하고는 있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4-21 17:05   좋아요 2 | URL
저는 잘 안웃는 사람이긴 한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기본적으로 웃음을 장착하고 있는것 같아요. 제 웃음은 사실 웃겨서 나오기보다는 좋아서 나오는 게 더 큰 것 같고요. 물론 저 역시도 사회생활 하면서 억지로 웃어야 할 때가 있긴 합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뭘해도 안웃겨요.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은 웃는데 저는 안웃는 경우가 그래서 생깁니다. 그런데 책먼지 님 댓글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저는 어릴 때에도 안웃기면 안웃는 아이이긴 했어요. 그러고보니 셀카.. 저는 안찍고 못찍어요. 저도 기본적으로 사진 찍히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너무 싫어요 사진 찍히는 거!!

저도 정희진 선생님의 그 웃음.. 에 대해서라면, 그런 생각을 해봤었어요. 정희진 선생님을 내가 좋아할 수 있는건 사적으로 친하지 않아서라는. 저는 선생님의 지식과 교양과 넓은 사고와 깊은 사유를 모두 사랑하지만, 멀리서 선생님을 동경할 때에만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시에나 2023-04-21 1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대에 회사에서 남자 과장들에게 ‘잘 안 웃어줘서‘, 회의실 따로 불려들어가서 ‘표정 관리 좀 하라고‘ ‘그런 식으로 (여자인 주제에 쿠션어도 안 쓰고) 사회생활 하면 안 된다‘ 한 소리 듣고 나온 사람, 저..ㅋㅋㅋㅋ 나는 킬조이다!!! <행복의 약속> 읽고 그런 저 자신의 과거와 화해했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3-04-21 17:06   좋아요 0 | URL
오오, 행복의 약속은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게 만들어준 책이로군요! 사실 제목만으로는 말랑말랑 에세이 같은데 막상 책장을 넘겨보면 사유속으로 풍덩 하게 되는 책인것 같아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시에나 님. 어딘가에서 똑똑한 여성이 이런 이야기를 써주었다는 사실이 아주 크게 힘이 됩니다.

잠자냥 2023-04-21 1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아 그래서 다락방님이 제 페이퍼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발하시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100자평은 저도 저 책을 읽을 생각은 없어도 쟝쟝 페이퍼에서 봤던가 그런 거 같은데 저런 사람이야말로 뒤틀린 자아의 표본 같아요. 음...

다락방 2023-04-21 17:07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은 저에게 어떤 단계에까지 이르렀냐 하면 말입니다, 내가 쓴 글 잠자냥 님이 다 읽어줬으면 좋겠다, 까지 와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3-04-21 17:31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먹고 많이 쓰는 자여!

다락방 2023-04-21 17:35   좋아요 1 | URL
아니, 과거 글은 말고요. 그건 부끄러워요. 앞으로 쓸 글들만 읽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4-21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장 참 좋죠^^ 전체 목차들 중 가장 좋았던 챕터였던 것 같아요.
저는 ‘거짓 미소‘ 또는 ‘가식 미소‘에 제가 너무 익숙하다는 사실을 몇 년전에야 알게 되었어요.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해서 ˝내가 그랬었나?˝하고 대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일이 최근에서야 좀 더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평화 지향주의?‘를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껄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외면했던 일도 많고요. 감정이 잘 드러나는 사람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과 싸우는 건 불편한? 아무튼 그렇습니다. 하긴 그러다가 쌓이면 저도 모르게 철벽치고 더 이상 그 사람을 보지 않았던 경우도 많네요. 아무튼 이렇게 저라는 사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은 많지만...
이 책 나중에라도 저의 감정을 돌아볼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될 듯합니다. 다락방님 남은 장 읽기 응원할게요!

다락방 2023-04-21 17:13   좋아요 0 | URL
저 아직 2장 다 안읽었거든요. 몇페이지 남았는데, 참 좋으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 나왔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사라 아메드가 이런 생각을 하고 또 글로 써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지식인 여성의 존재란 얼마나 감사한지요! 사라 아메드 한 권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선택했는데 뜻밖에 너무 좋은 책이라서 정말 행복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저 역시도 저란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도 말이죠. 책을 읽으면서 곧잘 아, 맞아 나도 그렇지, 아 나도 그랬던가? 수시로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런 순간들이 참 즐겁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독서를 놓을 수 없는가봐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열심히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독서괭 2023-04-21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미 별다섯 예약이라니~~ 읽어보고 싶어요! 저는 <퀴어이론 산책하기>에서 사라아메드 맛보기 했는데, 좋았거든요. 이 책도 나중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아근데 이 책 읽기 전에 플로스강 먼저 읽고 와야 한다는거죠? 아이고..
구매자평 ㅋㅋㅋ 너무 전형적이고 구시대적이라 웃음이 나오네요 헛웃음 ㅋㅋㅋ
페이퍼 하나 더 있다니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쓩~

다락방 2023-04-21 17:14   좋아요 2 | URL
저 플로스강 읽으려고 사뒀는데 여기서 엄청난 스포를 당해버려가지고 지금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싶어요. 인생 허무하다, 우리는 왜 치열하게 살아가는가... 뭐 이런 생각이 스포 당하고 들어버렸어요. 껄껄.

독서괭 님, 주말 잘 쉬시고 책도 많이 읽고 즐겁게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3-04-22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가하고 늦은 아침 먹고 커피 마시면서 (그리고 약과 ㅋㅋㅋㅋㅋ) 이 글을 읽는 시간이 참 행복하고 좋네요.
저는 ‘무조건‘ 잘 웃는 사람쪽인거 같아요. 항상 흐흐, 하하, 허허...... 웃음 역시 사회화된 측면이 있기도 하고요. 웃음이 많이 사라진 요즘, 그 이유를 좀 찬찬히 찾아봐야겠어요. <사라진 웃음을 찾습니다>

제가 피터 스완슨 책 읽느라 여기저기 정체인 구역이 많습니다. 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행복의 약속> 기다려라!!

다락방 2023-04-24 11:02   좋아요 3 | URL
앗, 나도 약과 있는데!! (얼른 꺼내 하나 먹는다)
단발머리 님이 잘 읽어주시니 제가 너무나 기쁩니다. 저는 정말이지 저 좋자고 글 쓰는데 이렇게 즐거이 읽어주는 분들이 계시면 너무 기쁘더라고요. 결국은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인가 싶고 말이지요. 크

피터 스완슨 책 읽으신다니, 저도 읽을래요! 하고 싶지만, 영어책이라 일단 패쓰합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인생 수업 영어책 읽는 것도 지금 너무 벅차요, 단발머리 님. 빨리 읽고 로맨스로 갈아타고 싶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4-23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 장염을 좀 앓느라 일주일을 통으로 날려버렸더니 지금 좀 멍~ 한 기분입니다.
그동안 앞부분 조금 읽어둔 것들도 기억이 가물가물...일주일 안에 다시 읽기 가능할까?
멍 때리며 북플하던 도중, 다락방님 글은 늘 삶의 의욕을 샘 솟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내일부터 다시 읽어보리라! 불끈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웃음에 대해 저도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저도 잘 웃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재밌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웃으려고 재밌는 친구 쫓아다니고, 예능 프로 찾아 보고 그랬었는데...나이 들수록 마음에서 우러나 크게 웃을 일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과 대면했을 때 웃는 건 (특히나 불편한 사람을 만나서 웃는 웃음) 진짜 웃음이 아닌 썩소에 가깝기도 하겠지만, 거짓 웃음을 남발하고 다닌 면도 없진 않네요ㅋㅋㅋ
웃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다락방 2023-04-24 11:15   좋아요 2 | URL
사실 거짓웃음을 웃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남자들도 그러할 것이고 여자들은 더 그러하겠지요. 분위기 망친다는 얘기 듣기 싫고 좋은게 좋은거다 하고 억지로 웃게 되는 경우들이 많지요. 저 역시도 그래야 할 때가 있고 여전히 그런 순간들이 오기도 합니다.

저는 <행복의 약속>오늘부터 3장 들어갔어요. 책 참 좋더라고요. 읽으면 확실히 더 나아질 것 같은, 그런 책이에요. 책나무 님, 얼른 몸 컨디션 회복하시고 힘내세요. 빠샤!!

관찰자 2023-04-24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최근에 어떤 사람이 저한테
˝너 머리가 커트인거 보니, 페미구나. 너처럼 이쁘고, 남자한테 사랑 받은 여자가 왜 페미가 됐어?˝
라고 했어요.
물론, 위의 말에서 틀린 부분도 있고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커트인 것은 맞고, 이쁜 것은 글쎄 뭐... 남자한테 사랑 받는 것도 뭐....(남편이 있으니, 받았으려나?)

아무튼,
너무 당당하게 위와 같이 말을 하는데,
그것에 대한 내 반론은 제대로 듣지도 않을 뿐더러,

˝아~ 그렇구나. 꼭 페미들은 이렇게 전투적이고 논쟁을 좋아하더라˝ 이러더라는.

그날로 손절했지만,
뭔가
아직도 내내 울화가 쌓여 있는 상태라서
괜히 또 다락방님께 주절 주절 하고 있는 내 자신, 사랑해.(ㅡ.ㅡ)

다락방 2023-04-25 10:48   좋아요 0 | URL
못생기고 사랑 받지 못하는 여자가 페미다.. 라는 건 이제 졸업할 때쯤 되지 않았나요? 자기들이 얼마나 구린지 알지도 못하면서 구린 발언 하는거 .. 으, 제가 다 부끄러워요.

저는 정말 좋아하던 남사친하고 멀어지게 된 계기가, 저에게 ˝너 그러다 꼴페미 되는거야˝라는 말을 해서였어요. 전 그 친구 정말 좋아했거든요.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그렇게 우정을 이어오기까지 나름 어떤 것들은 그냥 넘기기도 했던건데, 그 말에서 제가 그냥 손을 놔버렸어요. 하아-

공쟝쟝 2023-04-24 2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불행해서 페미된게 아니라 똑똑해서 페미된건뎅~ 똑똑해서 페미되면 스스로를 더는 소외시키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고 나 스스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데~
저는 과잉 사회화의 댓가인 거짓웃음 남용으로 ㅋㅋㅋㅋ 감정에 맞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되어버려 여러가지 신체화 증상으로 개고생하는 사람으로서 ㅋㅋㅋ 내 몸이 이렇게 된 건 여성혐오적 사회때문이라는 걸 너무 정확하게 알게 되어 삶을 위해 행복을 떠났습니다!
지금의 나를 미워하게 하는 행복의 약속따위에 귀한 나의 현재를 볼모 삼는 삶을 살지 않습니닷 😤

다락방 2023-04-25 10:55   좋아요 3 | URL
저는 정희진 선생님이 방송에서 본인 말에 막 웃으실 때마다 쟝님 생각이 나요. 정희진 선생님하고 쟝님은 그 점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엠비티아이 잘은 모르고 딱히 관심있는 건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정희진 선생님하고 쟝님하고 엠비티아이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그렇게 웃는거랑 언어화에 능한 거랑요. 가끔 쟝님의 단어 정리에 깜짝 놀라거든요! 그런데 정희진 쌤도 그런 분..

공쟝쟝 2023-04-25 11:13   좋아요 2 | URL
저는 희진샘의 사유와 대중과 소통하려 애쓴 흔적이 보이는 언어사용이 정말 좋아요ㅋ 웃음포인트 이상하신 거 동족 느낌나서 저 강의 듣다 울뻔한 사람..(🥲)

다락방님은 사는 것을 쓰면서 살아오신 분! 말과 글이 똑같은 사람을 저 처음봐서, 여전히 놀랍고 신기해여! mbti일 수도 있는데, 저는 다락방님이 선명한 자의식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온 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그러기가 쉽나요! 타고나길 장군처럼 살아온 인생천재 다락방!!

둘다 똑똑하므로 멋지다!!

다락방 2023-04-25 11:17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아무리 여성주의 책 읽고 공부해도 정희진 선생님처럼 될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정희진 선생님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공쟝쟝 님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쟝쟝 2023-04-25 11:24   좋아요 2 | URL
칭찬치고는 심한데 일단 받고요… 윤리적인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긴 해요!!! 전 다락방님처럼 쌀국수 먹고 싶으면 바로 베트남 가는 사람되고 싶은데…. 역시… 안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