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아빠' 와 '윤아'의 '엄마'는 불륜관계다. 주리의 아빠는 아내가 있고 고등학생 딸이 있으면서도, 고등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윤아의 엄마와 연애(?)를 하고 있다. 게다가 윤아의 엄마는 주리 아빠의 아이를 임신까지 한 상태. 주리는 주리대로 이 사실을 주리의 엄마가 알게될까봐 두렵고 윤아는 윤아대로 남편 없는 자신의 엄마가 아이를 낳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게 두렵다. 윤아는 어느 밤, 엄마에게 그 아이를 지우라고 말한다.



"그 아저씨가 이혼이라도 한대? 안한대지?"

"전화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 물어봐. 왜, 이 시간에는 가족들이랑 있으니까 전화하지 말래?"


윤아의 말은 뼈를 때리는 말인데, 이에 윤아의 엄마는 윤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니야.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미안하지만."




아마 윤아의 엄마는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을 것이다. 아니, 믿고 싶었을 것이다. 고등학생 딸의 눈에도 훤히 보이는 진실을, 윤아 엄마는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관계는 비참함이지 사랑이 아닐테니까. 임신까지 한 마당에 그 관계가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변하지 않는 진실은,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그저 우리가 가진 환상, 거짓된 믿음, 착각하고 싶은 마음일뿐,

'사실'은,


그 사람은, 역시나, 그런 사람이다.



현재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지켜보았을 때 어리석어 보이는 관계, 그러니까 고등학생 딸이 짐작한 바 그대로,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윤아의 엄마는 그들의 관계가 바깥으로 드러나서야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는다. 내가 힘들 때 나에게 오지 않는사람, 자신이 한 일을 실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 그 남자가 말하는 그 '실수'로 여자는 많은 나이에 임신까지 했건만! 남자는 가정을 깰 생각도 없었고, 아내에게 무릎을 꿇었고, 병원에 입원한 '불륜의 애인'에게는 찾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데. 아, 대체 왜 그 여자는 그 남자를 사랑했단 말인가!



게다가 윤아의 엄마는 이미 윤아의 아빠로부터 한심한 남자의 전형을 목격한 바가 있다. 아버지 구실을 못하는 남자, 남편 구실을 못하는 남자를 이미 겪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주리의 아빠와 사랑에 빠져서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대체 왜,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할 경우 다시 사랑에 빠지지 못하게 될까봐여서겠지. 그렇다면 다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고 뭐가 어떻게 되길래 굳이 다시 사랑에 빠져야했을까.



윤아의 엄마는 혼자 식당을 운영하면서 '여자 혼자 운영한다고 돈 떼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식사대금을 선불로 받는다.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든 것들에서 그녀는 남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어야만 했을 것이다.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이 남자도 그 전의 남자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사람이었어.


여자여, 왜 그 남자와 사랑에 빠졌나요? 그것은... 사랑인가요?




며칠전 읽었던 《여자는 인질이다》의 이 구절이 떠올랐다.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 상황 2는 피지배 집단에 속한 개인이 지배 집단에 속한 친절한 특정 개인에게 보이는 반응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배 집단-피지배 집단은 예컨대 부자-빈자, 백인-흑인, 남자-여자, 이성애-동성애 집단이 맺는 관계다. 개인은 소속된 집단에 따라 특정한 종류의 트라우마를 겪거나, 친절을 베푸는 처지가 된다. 이건 예측 범위 내에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친절한 지배 집단 일원과의 접촉 자체는 무작위적이다. 즉, 피해 집단의 특정 일원이 지배 집단의 특정 일원과 접촉하게 될지 아닌지는 우연이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라는 집단이 여성이라는 집단에게 폭력적인 상황에서 특정 남자가 특정 여자에게 친절을 보인다면, 여자 개인은 이 친절한 남자 개인에 대해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를 겪게 된다. '남자는 안 믿는다', '남자는 믿을만한 족속이 못 된다'라고 말하는 여자가 내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예외라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p.124)



위의 구절은 윤아 엄마에게 겹쳐졌다. 이미 빌어먹을 남편을 겪어냈으면서, 그러나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며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를 감싸는 모습. 그리고 또다시, 빌어먹을 남자를 겪어내고야 만 현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우리는 억압된 현실속에서 아주 작은 친절에도 감사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억압하지 않은 현실을 갈구하기 보다는, '아아, 친절해' 하는 것. 얼마전에 본 영화 《콜레트》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지 않던가.


'목줄을 느슨하게 맸다는 게 목줄을 안 맨 건 아니지'



린다 러브레이스 본인은 데이비드 윈터스가 "트레이너와는 정반대로 보였다"라고 말하지만, 러브레이스가 두 남자를 설명한 내용을 유심히 보면 둘은 유사한 점이 많다. 윈터스도 트레이너처럼 연예 산업 종사자였으며, 린다를 이용해 생계를 해결한 것도 트레이너와 같았다. (윈터스는 린다 통장의 돈을 자기 돈처럼 썼고, 트레이너는 린다의 성적 행위를 상품처럼 팔아먹었다.) 윈터스가 트레이너와 달랐던 점이 있다면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다. (p.123)





노예 소유주가 친절을 베풀면 수하의 노예들은 노예제의 멍에가 견딜만하겠지만, 노예 제도의 극악무도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p.201)




실제로 우리는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할 때 의존성이 제일 강해지며, 빵 쪼가리에 가까운 친절에도 가슴 벅차하게 된다. (p.201)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준다는 데에 감격해서 애초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남자의 폭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는다. (p.190)



여자는 여남 소득 격차 때문에 남자와 손을 잡으면 생활 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자가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게 해주거나 그럭저럭 살만하게라도 해주면 당연히 여자 처지에서는 남자가 친절을 베푼다고 느낄 수 있다. 여자 대부분이 남자라는 끈만 놓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자의 임금을 남자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바로 남자다. 여자에게 남자의 친절이 필요하게 한 범인이 남자라는 말이다. (p.194)



누군가에게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이미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이 내 입밖으로 나온 순간, 바로 그 때, 그 관계를 다시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친절은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사람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신변이 안전한 상황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사소한 친절도 신변이 위협받거나 심신이 약해졌을 때는 크게 느껴진다. 앤절라 브라운Angela Browne의 책에 따르면 파트너의 구타에 시달리는 여자 중에는 파트너가 폭력을 중지하는 것을 친절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p.95)






사람들은 대부분 신체적 폭력을 정신적 폭력보다 더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지만, 파트너 구타에 시달리는 여성 피해자나 전쟁 포로를 다룬 연구를 보면 실제 신체 폭력보다 폭력을 가하겠다는 협박이 심리적으로 더 큰 가해다. 많은 피해자가 불구로 만들거나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처럼 감정적인 학대에 노출되었을 때 신체적 생존이 위협당한다고 느낀다. 이런 이유로 정신적 폭력은 신체적 폭력만큼이나, 혹은 신체적 폭력보다도 더 스톡홀름 증후군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 P93

피해자는 ‘당할 만해서 당한다‘라는 인질범/가해자의 착각을 내면화하면서 피해 사실을 부끄러워하게 되는데, 피해자는 이런 수치심 때문에 가해자와는 시각이 다른 타인과 선뜻 가까워지지 못하고 고립되기도 한다. - P96

장기간 감금되어 있던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가해자와 분리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여기에는 다수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중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먼저 고립돼 있던 기간 동안 피해자가 맺을 수 있었던 단 하나의 긍정적인 관계는 가해자와의 관계다. 피해자는 이 관계를 잃을까봐 두려워한다. 앞서 언급했듯 피해자는 가해자가 심은 공포로 인해 보살핌, 보호, 안전을 갈구하며,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이를 찾으려 한다. 두 번째로 피해자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정체성은 가해자의 눈으로 본 자기 자신이다. 피해자는 이 정체성마저 잃어버릴까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버려지는 것이 두렵고, 외로운 것이 두려우며, 가해자 없이 살 수 없을까봐 두렵고, 가해자가 없으면 내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될까봐 두렵고, 공허함이 두렵다. 피해자의 두려움이 클수록 피해자가 더 심각하게 고립되어 있었다는 뜻이 되며, 피해자의 자아감이 더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02

아동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눈을 통한 자아감이 평생 유일하게 가져본 자아감일 수 있다. 성인 피해자는 이 자아감 이전에 가졌던 자아감을 밀어내고 자리잡았을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가해자에게 벗어나 자아감 없이 산다는 건 심리적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 P103

인질극이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리를 지키는 건 가해자가 자신을 ‘잡으러‘ 다시 돌아올 것이고, 이번에는 가해자가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고(살려주지 않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한 번 당했다는 게 다시 당할 수 있다는 증거로 느껴진다. 피해자는 나머지 평생을 자칫 가해자를 배신할까 두려워하고, 다시 가해자가 자길 잡으로 올 때를 준비하며 살아갈지 모른다. 가해자와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멀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옆에 두길 원하는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서 멀어지면 기겁할 것이다. 피해자가 만사를 가해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피해자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다. - P103

피해자는 (1)목숨을 위협했던 사건을 둘러싼 본인의(부정적, 긍정적)감정을 직면해야 하고 (2)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사용했던 생존 전략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인지한다.) 이렇게 공포를 극복해야만 다시 두려운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라앉을 것이다. - P104

표 2.2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한다고 믿는 것과 피해자가 본인을 탓하는 것, 두 가지 인지 왜곡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오귀인misattribution이라는 개념부터 알아보자. 오귀인은 원인을 잘못 짚어 생각한다는 뜻이다. 피해자는 본인이 흥분 상태이고 가해자에게 과잉된 관심을 보이는 게 공포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오귀인은 피해자가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 생기는 잉ㄴ지 왜곡이다. 이런 오귀인(인지 왜곡)없이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기지도, 계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월스터와 버샤이드의 표현대로 "피험자가 … 본인의 경험을 사랑으로 규정짓는 순간, 그건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 P108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타인과 고립되어 있으며, 가해자/인질범의 사소한 친절을 목격한 개인이 있다. 이 개인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는 것임을 깨닫고, 실제로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하고 그 사람에게 유대감을 느껴야 하므로, 스톡홀름 증후군 발생은 상당한 인지 왜곡 없이는 불가능하다. 피해자는 무의식적으로 학대 부정이라는 인지 왜곡을 통해 위험과 트라우마 가능성을 잊으려 하고, 학대 부정은 가해자와의 유대감 형성을 촉진한다. - P128

학대가 꼭 이렇게 노골적인 방식으로만 여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파트너에게 맞고 사는 여자 중 많은 수는 자살 사고와 자살 시도, 실제 자살로 걸어 들어간다. 차마 가해 파트너를 살해하지는 못하는 여자들에게는 자살이 학대를 멈출 유일한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P146

모든 아동은 생존을 위해 모부에게 완전히 기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모부의 인질이라고 볼 수 있다. 모부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을 때, 모부다 실제 신체적 폭력을 쓰거나 폭력을 쓰겠다고 위협할 때 아동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 P152

러셀은 맥키넌의 요청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선정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930개 가정의 설문을 바탕으로 여자가 평생에 걸쳐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겪지 않을 확률을 구했다. 그 확률은 단 7.8%에 불과했다. - P164

남자가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함으로써 남근이 여근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확립되면, 남자는 일상적으로 여자와 상호작용할 때조차 이런 폭력에서 이득을 얻는다. 그저 자기는 남근이 있고 여자에겐 여근이 있다는 걸 환기하기만 해도 우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해서 남근이 위고 여근이 아래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남자는 일부지만, 결국 일부 남자의 폭력이 늘수록 모든 남자가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 - P171

많은 여자는 남자가 가장 친절할 때가 성관계를 가질 때라고 말한다. - P195

‘박는다‘는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 말이 함의하는 행위가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 P196

지배가 공고하면 공고할수록 지배는 우리 눈에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남자는 두 가지 논리로 이런 폭력을 합리화한다. 여자는 싫다고 말해도 실제로는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성관계가 필요한 쪽은 여자라고 하기도 한다("박히면 좋아서 꼼짝 못할 주제에." 같은 말이 그런 생각을 담고 있다.) - P197

남자들이 함께 모여 여자를 어떻게 ‘따먹고‘ ‘박아볼까‘ 이야기를 하고 ‘진도‘를 운운할 때, 이들은 성관계는 여자랑 하긴 해도 남자끼리의 감정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성 동지들에게 "나랑 자는 여자보다 너희들이 더 중요해"라고 전하는 것이다. (이게 많은 남자가 어떤 여자랑 성관계를 갖는지에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또한 여기에 여자와의 성관계는 착취가 목적이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남자들끼리 이런 대화가 이루어질 때, 남성 청자도 남성 화자와 여자의 성관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여자에게 ‘박고 있는‘ 남자 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남성 동지들이 지켜보며 서 있다. 남자가 여성 착취에 성공하면 그건 모두의 승리가 되고, 승리로 말미암아 남자끼리의 유대감이 강화되며, 이들은 여성성을 발밑에 깐 채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하나가 된다.
- P198

오늘날의 문화에서 많은 남자는 여자가 비하당하고, 모멸감을 느끼고, 조종당하고, 고통을 받는 광경을 봐야만 ‘싼다.‘ 오르가슴을 느낄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여성 착취가 없으면 성적이거나 에로틱한 경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여자가 굴욕을 감수하기를 원하는 남자는 결코 소수가 아니다. 남자의 돈으로 쌓아 올린 수백만 달러 규모의 포르노 산업이 그 증거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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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9-30 08:25   좋아요 0 | URL
방금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2019-10-02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복잡한 마음















어제 늦은밤. 컵라면에 밥을 먹고 홍콩에서 돌아온 짐을 풀며 틀어둔 티비에서는 <연애의 참견>을 방송하고 있었다. 사연 속의 여자는 남자와 일년 가까이 연애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던 중, 남친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는 복수를 결심한다.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든 뒤에 보란듯이 빵 차주겠어!' 하며 D-day 를 50일 뒤로 잡는다. 그렇게 남자의 집에서 다른 여자의 흔적을 찾아 확보하던 중, 까페에서 남친이 다른 여자와 다정하게 입을 맞춘 장면을 맞딱드리게 되는데, 이 때 여자는 그 자리에서 남자에게 아는 척을 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모른척 지난간다. 나중에 남자가 왜 그 때 모른척 지나갔냐 물으니,


"오빠가 곤란할 것 같아서." 라고 대답한다. 남자는 이에 크게 감동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이제 정말 너만 보겠다며 달라지겠다 한다. 그 뒤로 남자는 여자에게 엄청 다정하며 최선을 다한다.


여자는 달라진 남자의 모습에 수시로 흔들리지만, 그래도 복수를 하리라 결심한다. 드디어 디데이!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알 리가 없고, 그런 여자에게 꽃다발과 반지를 주며 프로포즈를 한다. 나와 결혼해줄래? 이 때 여자는 꽃다발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반지를 돌려주며, 사실은 네가 바람피우는 거 그 전부터 알았고, 너한테 복수하려고 내내 참았던 거다, 이제 그만하자, 라면서 뒤돌아선다.


남자는 아프고 괴로워한다. 여자에게 제발 돌아와달라고 애원한다. 이에 여자가 남자를 찾아갔는데, 남자는 그때 그렇게 말한다.


'4년간 사귀어온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가 어느날 유학을 간다 해서 그 여자 유학가있는 동안 용돈도 보내주고 기다렸는데, 거기에서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더라. 그 때 상처를 받아서 깊은 관계를 못가지게 됐다, 그래서 바람을 피우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시는 안그러겠다'


여자는 이 말을 듣고 고민하며 사연을 보낸 거다. 이 남자랑 계속 사랑할 수 있을지, 그래도 될지, 아니면 헤어져야 할지. 물론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나 역시 여자의 흔들림을 알 수 있었다.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그 상처가 그에게 깊어 그런 식으로 나타났다면, 그리고 그것이 잘못임을 깨달았다면, 달라지고 바뀌어 괜찮지 않을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남자에게 기대해봐도 좋지 않은가. 여자가 흔들렸다는 것은 남자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는 걸 의미하는데, 미련이 남은 건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꾸 자신에게 잘해줬던 게 생각났는데, 그래서 흔들렸다면, 이제는 믿어도 좋지 않을까?


나 역시 여자의 입장이 되어 이렇게 생각했는데, 와- 패널들 얘기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패널들의 얘기를 종합하자면, 이 선택에 다른건 없다. 딱 두 가지 길이다, 바람남과 사귀느냐 바람남과 헤어지느냐. 이렇게 말해주니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뚜렷하게 보이잖아. 그리고 말했다. '내가 헌신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해서 내가 바람을 피우게 됐다'는 것은,



'나는 어릴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지. 그래서 지금 바람을 피웠어' 와 다름없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변명일 뿐이라고.

'나는 감기에 걸렸었어. 그래서 지금 바람을 피웠지' 이게 무슨 말이 되냐고.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여자가 연애를 하게 되면 자신이 사랑한 남자에 이입을 해서 말도 안되는 변명을 받아주게 된다고도 했다. 그 남자는 그냥 바람남이라고. 나는 사연을 보낸 여자의 마음이 되어 남자의 입장에 또 이입하고 있었다. 아!!


그러자, 5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 《여자는 인질이다》생각이 났다.



"아직도 왜 신호가 안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리에만 쏘겠다니 올손은 너무나 친절하다고 감격했던 게 아직도 떠오른다. 당연히 올손은 강도였고,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목숨을 위협했던 범법자였으며, 언제든 우리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꾸 그 사실을 잊게 됐다." (p.53)




은행강도에게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도 친절한 은행강도에게 감사했던 인질들. 게다가 그 중 어떤 여자는 그 상황에서의 범법자, 자신을 인질로 만들었던 남자와 약혼까지 하게 되지 않았던가!



1985년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 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인질이었던 여자 세 명 중 두 명이 인질범 두 명과 각각 약혼했다. (p.62)




그리고 패널들은 말했다. 복수를 하기로 했으면, 바람핀 남자를 응징하기로 했으면 바로 했어야지, 도대체 왜 그렇게 그 뒤로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거냐고. 둘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없던 정도 생기면서 복수는 불가해진다고. 스톡홀름 증후군에서도 함께하는 오랜 시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웨셀리어스와 데사르노는 두 번째 인질 피해자만 스톡홀름 증후군 증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이 피해자가 인질범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긍정적인 접촉도 가장 많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인질들은 함께 감금되어 있었던 반면 이 피해자는 홀로 고립되어 있었다. 감금 기간이 짧았음에도 이 피해자에게 스토골름 증후군이 나타났다는 근거로는 ˝그가 인질범에게 긍정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점, 외부에 있던 책임자들에게 분노했다는 점, 인질이 죽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인질범이 실제로는 악취를 풍기고 행색이 초라했음에도, 인질범이 말쑥하고 매력적이었다고 묘사한 유일한 피해자였다.˝- P68



만약 내 사연을 보낸다면 패널들은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 내가 들어가있는 사랑,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서 나는 당사자이지만, 제삼자가 보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연애 혹은 사랑과 다를 것이다. 패널들은 저 사연속의 연애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남자를 사실 그대로 '바람남'이라 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연 속 여자는 자신이 당사자 였으므로 '상처를 가진 남자'를 봤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것처럼,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줘도 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우습잖아. 패널들이 한 비유처럼, 어릴 때 나는 물에 빠진 적이 있지 그래서 바람을 피웠어... 랑 뭐가 다르다는 건가.


사연속 남자는 바람남이다. 한 번 바람피운 남자가 또 피울 확률은 높다고 패널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인질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납치범이고 범법자이다. 납치범의 친절한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해도, 그가 납치하지 않았다면 여자가 인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왜이래요, 그 사람은 당신을 인질로 만든 나쁜놈이야!' 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제삼자였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나 역시 내 사랑들 속에서 부당하게 일방적으로 그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했던 적은 없었나.

분명 이십대 중반의 나는 그런 적이 있.었.다. 그 관계에서도 물론 괴로워했지만 그 관계를 끊어내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내가 괴로워했던 건, 내가 나를 잃는 것을 누구보다 못견디기 때문이란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다. 내 안에는 내가 있으니까,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과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십대 중반의 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애써 지우고 그를 사랑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이 아직까지 내게 큰 상처로 남아있고 내 인생의 오점이다. 내가 이것 때문에 정치인이 될 수가 없어...


그러나 그 이후의 나는 어땠는가.

분명 몇 번이나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했을 것이고, 내가 잘못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아껴줘야 한다는 걸 분명히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연휴동안 엄마와 둘이 홍콩에 다녀왔다. 비행기 안에서, 대관람차 안에서, 케이블카 안에서, 거리에서, 호텔방에서 나는 엄마와 내내 둘이었다. 우리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했고, 비행기 안에서 엄마는 내게 물었다.



"너 그 남자 그렇게 좋아하면서 대체 왜 쫓아가서 매달리지 않았어?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매달리고 잡았어야지."



나는 엄마에게 답했다.



"엄마, 나는... 그 남자보다는 나를 더 사랑했던 것 같아."



연애는 우리 둘의 몫이고, 우리만의 이야기는 우리가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사이의 일을,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제삼자가 보는 관계에서는 분명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나 혹은 그를 설명하는 간단명료한 언어가 튀어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관계를 제삼자에게 설명했다면, 그는 어떻게 정의될까. 그리고 나는?



나는 나쁜년일까? 나는 이기적인 여자일까? 내가 잘못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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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7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8-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비슷한 사연을 들을때마다 글에 나오는 패널들처럼 단호하게 당연히 헤어져야지! 라고 했었어요.
이 글을 생각해보니 당사자가 아니기때문에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을 전혀 이해못했던거 같더라구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왜 나오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인질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받기위해선 인질범의 입장에서 사고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그의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작은 배려(?)에도 감사히 여기다 보면 이렇게 쌓인 신뢰, 연민등의 여러감정들이 마치 애정처럼 느껴질수도 있고..
이러다보니 인질-인질범 관계에서 나오는 것들이 아, 연인관계(특히 이성연인)에도 적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다 읽어갈수록 모든 연인의 관계가 가볍게 보이지 않더라구요. 무섭게 읽혀졌어요. ㅠ
 
복잡한 마음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여자 디제이는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이라면 전혀 달랐겠지만, 대학시절 사귀었던 첫사랑 남친에게 왜그렇게 매달렸는지 모르겠다고. 심지어 그 남자는 바람을 피우기까지 했는데, 그걸 알면서도 헤어지기 싫어서 매달리고 고가의 지갑까지 선물로 주었었다는 거다. 같이 방송하던 게스트도 왜그랬냐고 하고, 디제이 역시도 왜그랬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데, 나 역시도 의문이었다.



'왜 그랬을까?'



바람을 피운 건 나를 배신하는 행위인데, 나를 속이는 행위인데, 나를 잠시라도 밀어둔 것인데, 왜 그런 남자에게 날 떠나지 말라고 매달린걸까?




어제 자기전에 침대에 누웠다가, 갑자기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영화속의 자쿠지 신이 너무 보고 싶었다. 둘만 있는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그 씬이 갑자기 너무 보고싶은거다. 그 영화속에서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장면. 그 장면이 보고 싶어서 틀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너 때문에 그 먼 데 있는 한인마켓가서 네가 좋아한다는 요구르트도 사왔다'고 하는 피터에게 '그 요구르트가 그렇게 맛있었나 보지?' 하고 부러 엉뚱하게 대답하는 라라 진을 보고 좋아서 웃었다. 그 때의 실망하는 남자의 표정과 행동이란. 그런데,


그 남자의 전(前)여친은 그 둘의 관계를 떼어놓고 싶어 라라 진에게 '네 남자친구가 어제 내 방에 왔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라라 진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머리끈이 왜 피터의 전여친에게 가 있는걸까. 라라 진은 너무 속이 상하고, 전날 밤의 다정함이 다 뭐였나 싶다. 라라 진은 피터에게 묻는다.


"너 어젯밤에 젠 방에 갔었어?"

"그거 설명할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내 머리끈도 젠 줬고?"

"...그건...."



라라 진은 우리 그만 끝내자며 혼자 집으로 돌아오고, 피터는 그 날밤 라라 진을 찾아와 오해를 풀고자 한다. 얘기를 좀 나누자고 한다. 그런 피터에게 라라 진은 이렇게 말한다.



"항상 밀려나는 것도, 척하는 것도 지겨워."



나는 이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라 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밀려나는' 상대이고 싶지도 않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 거짓으로 '척'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한다면, 밀려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밀려나는' 상대이고 싶지 않다. 뒤로 제껴두는 상대가 되고 싶진 않아. 함께 있으면서 마음 아프고 속상한 관계보다는, 혼자면서 자유로운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밀려나는 사람이라는 것, 내가 우리의 관계를 '척'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해서는 안될짓이다. 그리고 결국은 그런 자세가 나를 우선 순위에서 밀어두지 않는 상대를 만나게 한다고 생각하고. 왜냐하면, 피터는, 오해를 풀지 못하고 서로 기분이 안좋은 상황에서 헤어지는 와중에도 라라 진에게 이렇게 말했으니까.



"넌 밀린 적 없단 거 알아줘."



내가 나를 밀려나는 위치에 두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자세로 살아야, 나를 밀어두는 상대를 만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아침 라디오 디제이는 대학시절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한 쪽으로 제껴두는 걸 허용했기 때문에, 그 나쁜 관계에 매달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나쁜 관계에 왜, 도대체 어째서, 왜, 왜 매달린걸까?




이 책을 쓴 공저자로서 나와 내 동료들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를 약속한다. 첫 번째로 우리는 여기서 여남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이며, 여러분은 다시는 이전 같은 방식으로 여자, 또는 남자, 또는 여남 관계를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이 책을 읽는 건 감정적으로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다. (p.35)



5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여자는 인질이다》로 정했다. 4월에 이미 이 책의 앞 몇 장을 읽어본 나로서는 꽤 힘겨운 독서가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오늘 아침 라디오 디제이가 바람 핀 남친에게조차 매달렸던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다시 처음부터 읽을 생각인데, 자, 여러분, 5월에도 우리 열심히 읽고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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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4-29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월의 책을 미리 공수해놓은 단발머리입니다. 5월에도 여성주의책 같이 읽기, 같이 하고 싶습니다.

참, 피터의 자쿠지 신은 사랑입니다💜

다락방 2019-05-01 17:19   좋아요 0 | URL
항상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덕에 제가 꾸준히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 5월에도 읽으면서 열심히 이야기 나누도록 해요.

피터의 자쿠지 신은 너무 좋아서 저는 어제도 자기 전에 보면서 미소지었답니다. 라라 진의 천연덕스러움 크- 너무 좋아요! >.<

공쟝쟝 2019-04-30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가 눈에 화악! 꽂혀요!!
캘리번과 마녀가 너무 좋고 어려웠어요 ㅜㅜ저 혁명의 영점이랑 가부장제의 창조 빨랑읽고 (아쉽지만 여자전쟁은 패스하고 5월도서루 직진할게여🙋🏻‍♀️) 다락방님 따라서 고고🏃🏽‍♀️🏃🏽‍♀️

다락방 2019-05-01 17:20   좋아요 1 | URL
캘리번과 마녀가 저도 어려웠어요. 저는 혁명의 영점은 더 어렵더라고요 ㅠㅠ
네, 쟝쟝님 부지런히 따라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읽고 항상 글 남겨주시는 것도 너무 좋고 고마워요! 쟝쟝님도 읽고 쓰는 게 반복될수록 성큼성큼 앞으로 걷는 게 막 느껴져요. 이렇게 같이 책 읽는 게 쟝쟝 님께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그렇답니다. 우리 할 수 있는 한 함께해요!

공쟝쟝 2019-05-01 21:24   좋아요 0 | URL
어렵긴 하지만 ㅎㅎ 한분야의 책을 꾸준히 함께 읽고 나누는 건 저에겐 정말 귀하고 고마운 경험이예요~ 함께해요 ^.^

블랙겟타 2019-05-01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슬그머니 매달 참여하는 것으로... ^^;;;

앞장에서 미리 감정적으로 힘겨운 여정이 될 내용이라고 말해두는군요. ㅠㅠ

다락방 2019-05-01 17:21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 님이 함께한다고 해주신 순간부터 저는 정말이지 감사하고 기쁘답니다.
그리고 5월 도서는 블랙겟타님도 각오하고 읽으셔야 할 거에요. 아주 세게 시작하는 책이거든요.
그렇지만 주저앉지 말고 우리 함께 읽고 써보도록 합시다. 화이팅!!

블랙겟타 2019-05-01 17:56   좋아요 1 | URL
저역시 이렇게 함께 읽으면서 얻어가는 것이 많기때문에 감사하죠.
이번 책은 각오 단단히 먹겠습니다!!
(๑•̀ㅂ•́)و✧
 















부자 나라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성착취 인신매매범은 나이지리아와 태국, 동유럽 국가들에서 성노예 여성들을 실어 나른다. 그들은 이것이 투자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위험 부담은 낮고 수익률은 높은 산업인 것이다. (p.182)




한 사람이 완벽하게 모든 면에서 선할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았는데 나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때로는 알면서도 선한일을 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안의 모순과 수없이 맞닥뜨릴 것이다.


나의 경우, 비행기 한 번 타면 말짱 꽝이 되어버린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 가급적 비닐을 쓰지 않기 위해 애쓰고 가급적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가끔 시위에 나가기도 하지만, 사실은 돈으로 하는 게 가장 쉽다고 생각해 <한국 여성의 전화>, <유니세프>, <DSO>, <국제엠네스티>에 정기후원을 하고 가끔 다른 단체나 정치인에게 기부를 한다. 나는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과 여성들을 돕고 싶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또한 지구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데도 힘을 보태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고 있고 비행기를 탄다.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나보다 더 열심히 행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러다가 '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일'임을 알면서도 내 인생의 즐거움이란 생각에 놓지 못할 것이다. 내적갈등과 모순속에 갈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지. 그러면서 수시로 더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고민하기도 할테고, 내가 과연 포기할 수 있는 건 뭘까를 생각해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6장은 <인신매매로 사라지는 소녀들>이란 제목을 달고 있고 부제는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이다.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 가난한 나라, 직업을 구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가망이 없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하는 소녀들. 그 소녀들은 더 넓은 세상, 더 잘 사는 나라에 성매매여성으로 팔려간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일자리는 가보고나면 성매매업소였고, 일단 그곳에 도착한 이상 여권도 빼앗기고 강제로 감금된다. 너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느라 돈이 들었다며 갑자기 그녀에게 빚을 덮어 씌우고, 그녀가 도망가거나 반항하지 않게끔 여러차례의 강간과 폭력으로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첫 사례는 덴마크에서 벌어진 성매매였다. 덴마크... 덴마크라고? 거기 행복지수 높다던 선진국 아니었어?



이 책의 7장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나는 자리> 이며 소제목은 '보스니아와 코소보' 이다. 나는 갑자기 왜 유엔 평화유지군이 나오는지, 그러니까 좀 생뚱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쁜 상황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유엔 평화유지군이 나와?


7장은 6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일자리가 없었던 여자들이 끌려간 곳에서, 그 여자들은 유엔평화유지군을 만난다. 아니, 유엔평화유지군에게 당한다. 평화를 유지하고 불행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라고 기대되어졌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오히려 여자들을 그리고 미성년자들을 불행으로 끝없이 몰아넣고 있었다. 인신매매 당한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평화유지군들이, 경찰들이 그녀들을 돕기는 커녕 그녀들을 이용한다.




모니카가 이어서 하는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손님 상당수가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군인과 경찰관이었어요.  현지 사람을 도와주러 파견 온 사람들요.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죠,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요." 보스니아 전쟁이 끝난 후 유엔은 수천 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명목상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법과 질서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역 주민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두둑한 월급을 받는 평화유지군이 도착하고 얼마 안 가 인신매매범들과 그 피해자들이 생겨났다고 말해줄 것이다. (p.204)




유엔평화유지군이 반드시 선함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건, 그들이 해야하는 맡은 바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일을 하라고 월급을 받는 것일테고. 그러니 그들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산다고 한들 그들을 비난할 순 없다. 한 인간이 온전히 선할 수 없듯이, 유엔평화유지군도 온전히 선할 수 없는 개인들일 테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은 분명히 있다. 즐거움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일들이야 수없이 많겠지만, 그러나 즐거움 때문에 허락되어서도 안되는 일들. 그것이 바로 인신매매이고, 인신매매로 인한 성매매이고, 게다가 그 안에 갇힌 미성년자 성매매일 것이다. 성매수는 경찰들 내에서도 해서는 안되는 일로 정해져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한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납치되었음을, 끌려왔음을, 나이가 어린것을 얘기하고 도와달라 말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무시한다. 그 때의 유엔평화유지군이 맞닥뜨리는 건 평범한 인간이 맞닥뜨리는 '내 안의 모순' 혹은 '내적갈등'과 다르다. 그들은,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가해를 하고 있다.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큰 트라우마를 주고 있다. 그들은,



성폭력 가해자가 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있는 곳이면, 인신매매범들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오늘날 유엔의 가장 큰 수치인데도 책임자들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는 눈을 감고 말아요." (p.206)




그들이 그런 일을 벌인다는 걸 내부에서 모르는 바가 아니다. 안다. 게다가 그곳에서 탈출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자신을 강간한 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고, 그렇게 그들을 짚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모니카는 집에 가는 교통편을 거부하고 사라예보에 남아 자신의 포주와 착취자 들을 밝혀내겠다고 용기를 냈다.



"나를 요청하는 손님 누구나와 섹스를 해야 했어요. 하룻밤에 최소한 세 번 이상이었고, 어느 날은 일고 여덟 명까지도 됐죠. 대부분 미국인이었어요. 그들은 재미를 보고 싶어했고, 얼마나 무례하게 구는지, 그 행태를 상상도 못 할 거예요. 그들은 늘 만취해서 큰소리로 여자애들을 조롱하고, 우리를 그냥 쓰레기처럼 대했어요. 그런 행동들을 못하게 막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나뿐 아니라 이런 상황에 처한 소녀들에게 옳지 않아요."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나토의 평화정착유지군Stabilisation Force(SFOR), 유엔 국제치안임무군the International Police Task Force(IPTE)-1990년대 후반 보스니아의 국가 재건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만든 치안경찰-소속이었다고 한다. 파괴된 국가를 재건하는 임무를 띤 이들은, 도망가게 도와달라는 모니카의 요청을 모두 외면했다. "그들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왜냐면 이런 종류의 술집에 가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서 곤란하다고 했어요. 만약 나를 돕는다면 자신들이 해고될 거라고요. 나는 혼자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죠."

경찰서에서 모니카는 IPTE 소속 경찰 네 명과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네 명을 성매수자로 지목했다. 그녀는 법정에 가서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끝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가 고향에 보내졌기 때문이에요. 영문을 모르겠어요. 무슨 이유인지 납득이 안 가요. 나는 집에 가려고 서두르지 않았거든요. 처음부터 나는 다른 피해자들이 또 생기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몹시 화가 나요. 나는 정의가 있다고 믿어왔지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반드시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데,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숨기기에 급급할 뿐이에요." (p.207-208)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규정에 위반된다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했다. 도와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면서 그들은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욕구. 욕망. 성욕. 대체 남자들의 성욕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어떻게든 해소되어야만 삶이 유지되는 것인가. 왜 성욕에 그들 스스로는 갇혀 버렸는가. 여자들이 없는 곳에서라면 어떻게 살건데. 그 성욕은 본능으로부터 온것이니 땅바닥에 구멍을 뚫어 할 것인가? 다른 남자들을 강간할 것인가? 상대가 없는 곳에서라면 할 수 없을 것이고, 상대가 없다면 해서도 안되는 것일텐데, 그런데 그들은 상대를 기어코 강제로 만들어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욕이라는 핑계로 뒤로 숨을 게 아니라, 그들안에 내재된 폭력성에 더 두 눈을 부릅떠야 하는 게 아닌가.




미국에서 10년간 경찰을 하다가 1999년 자원해서 보스니아에서 일을 하게 된 '케이시 볼코백Kathy Bolkovac'은 내부고발자가 된다.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일에 결코 눈감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나 어리고, 너무나 연약한, 그저 서구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자발적으로 집을 떠난 소녀들이었어요." 볼코백은 회상했다. "자신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인신매매범과 포주 들에게 협박당한 상태였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소녀를 갑자기 사창가에 데려다놓고는 일을 시작하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 일을 하게 하려면,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길 만큼 강간하고 학대해서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죠" (p.212)




그러나 내부의 일을 알게 되고 가담자들을 찾아내려고 했던 케이시 볼코백은 해고당한다. '정신적으로 방전' 상태라며 업무에서 배제되고 조작된 근무시간 기록표를 이유로 해고된다. 그녀는 열심히 누구보다 일을 잘 해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항의해봤지만 조직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짐을 싸면서도 그는 위협을 느꼈다. 어떤 동료들은 그녀의 목숨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되었느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 "최일선에서 인신매매된 여자들을 인터뷰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IOM 프로그램을 거친 인신매매 여성들을 하나하나 전부 인터뷰했죠. 그리고 자신이 맡은 임무에서 매우 매우 뛰어났어요. 그러면서 이런 피해자를 확산시킨 거대한 성범죄에 IPTE도 관여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중이었죠." 볼코백은 자신을 미국에서 채용했던 영국 용병업체 다인코프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영국 남부 해안의 사우샘프턴 재판부는 전원 일치로 볼코백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녀가 지목한 몇몇 경찰은 해고됐지만, 보스니아에서 복무하는 동안 받게 되는 기소면책권 때문에 아무도 처벌받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p.215)



볼코백은 승소했지만 그러나 다시 같은 일자리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를 써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담은책 《내부고발자The Whistleblower》를 썼다.

















찾아보니 아직 국내에 번역된 책은 없는 모양이다. 자, 출판사 여러분들, 이 책 어서 빨리 번역해줘요. 빨리요!



이 책은 레이철 와이즈 주연의 영화로도 나와있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본 적이 없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인지 검색해 보았다. 오, 있다! 게다가 네이버 굿다운로드도 가능하다!
















볼코백은 자신이 나선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후회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나섰기 때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여자 전쟁》의 '수 로이드 로버츠'는 과연 그 변화가 가능했을까, 가능할까를 의심한다. 그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볼코백의 용기와 대담함, 그녀가 한 일에 대해 받는 칭송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변화를 가져왔을까? 슬프게도, 젊고 취약한 여자들을 납치하는 성산업이 대규모 남성 인력을 동원하는 국제 평화유지군 주둔 지역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 입증되어 명백한 현상이 눈앞에 있는데도, 지휘구조의 최상층부에서 이를 덮으려고 시도 하는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p.216-217)




몇 해전에 국내 SNS 에서도 '경찰이라니 가해자인줄' 해시태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는 숱한 폭력의 피해자들로부터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움받지 못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던가. 피해자의 편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한 경찰이, 약자를 보호해줄 거라 생각한 경찰이 그러나 약자의 편이 아니라는 걸 안다는 건 얼마나 기운 빠지는 일인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평화유지군이 코소보에 처음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은 비로소 세르비아인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알바니아계 지역사회를 재건할 수 있도록 군인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들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위 보호자라는 이들 평화유지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미 프리슈티나 시내는 성착취 인신매매 산업으로 곪을 대로 곪은 흔적을 곳곳에 품고 있다. 다락방에 갇힌 여자들로 운영되는 클럽, 마사지숍, 비밀 업소들 말이다. (p.222)




남자들은 인신매매를 하고 강간을 하고, 그런 일들을 서로 감싸준다. 여자들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본국으로 보내려고 노력한다. '셀리아 드 라바렌' 역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이 곳에서 저 곳으로 계속 이동하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돕는다. 그말인즉슨, 이곳과 저곳 어디에서도 인신매매 피해가 있고, 그녀가 기습해야할 성매수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셀리아 드 라바렌과 그녀의 STOP 팀은 2년간 처음에는 보스니아에서, 그다음에는 코소보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발칸 반도에서 일하고 있다. 수백 개의 술집과 클럽을 기습 단속해 폐업 시켰고, 수많은 젊은 여자들을 도와 본국에 돌려보내거나 사회 복귀 교육을 시켰다. 유엔 직원들이 라이베리아로 이주하면서 평화유지군의 성욕 해결을 위해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그리고 발칸반도에서처럼 동유럽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여자들이 인신매매를 통해 들어오자 셀리아는 또다시 그곳에서 같은 임무를 부여받았다. (p.224)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지목하고 또 증언하려고 하는데도, 어떤 여성들은 내부고발자가 되어 조직의 범죄를 드러내려 하는데도, 또 어떤 여성들은 계속해서 여기저기로 이동하며 피해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도, 또 이렇게 수 로이드 로버츠처럼 그런 일을 바깥으로 보도하려 하는데도, 남자들이 성욕을 핑계로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 하는 일들이 지속될까봐 무섭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찾아간 소녀들을 비롯해서, 하교 후에 갑자기 길거리에서 납치된 소녀들이 계속해서 발생할까봐 무섭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지속해나가며 그것을 단순히 쾌락을 위한 걸로 소비하는 남자들이 계속 존재할까봐 무섭다. 이 지독한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어떡하지?




셀리아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사라예보에서 '사창가 소탕'을 함께 한 지 12년 만에 비로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됐다. 스페인의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는 우리가 발칸반도에서 함께 목격했던 일들이 현재 라이베리아에서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녀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방에 갇혀서 강간당하고, 강제로 약물에 취하고, 두들겨맞고,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손님은 그 옛날과 똑같아요. 이른바 '국제평화유지군' 말이에요." (p.225)




어떻게 해야 그들이 이 끔직한 짓을 멈출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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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이디 크레딧]여성이란 점을 이용하기
    from 마지막 키스 2022-04-08 08:39 
    몇해전에 (아마도) 시사인을 통해 사채업자들의 기사를 읽게 됐다. 사채업자들은 주로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여성들이 더 잘 갚기 때문이었다. 여성들에게 네 남편에게 알리겠다, 네 가족에게 알리겠다, 네 자식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다, 라고 협박하면 여성들은 어떻게든 기어코 돈을 갚으려고 한다는 것. 경제적으로 취약했던 여성들이 사채를 한 번 빌리고 나면 지옥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김주희'의《레이디 크레딧》을 어젯밤 자기 전
 
 
단발머리 2019-04-22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골적인 성산업 뿐만 아니라, 여성을 ‘성의 도구‘로 착취하는 산업이 얼마나 거대한지,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수로이드 로버츠만 이 사실을 고발하는게 아닐텐데요...
인구의 반인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고통 속에 묶어 놓을 수 있는 이 강력하고 파괴적인 힘의 근본은 뭘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 이 끔찍한 범행들이 멈춰질까요...

저도 반 이상 읽었는데 아직 페이퍼를 하나도 못 썼네요. ㅠㅠ 얼른 따라갈께요.

다락방 2019-04-24 09:56   좋아요 0 | URL
수 로이드 로버츠만이 이 사실을 고발하는 게 아닐뿐더러, 세계 곳곳에서 여자들이 옳지 못하다고 부르짖고 있는데도 이 거대한 여성혐오 세상은 바뀌지를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유엔평화유지군이 성매수에 적극 가담하는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실망했고요. 실망하는 자신에게 또 놀랐습니다. 아, 내가 아직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구나, 그 성별에게.. 그 성별을 여전히 인간으로 대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여성들은 계속 피해자들을 구해내려고 하는데, 성매수를 하고 강간하는 남성들이 너무 크고 넓게 퍼져있고 힘도 세서 도무지 세상이 바뀔것 같지가 않아요. 수차례 절망하다가,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또 기운을 내곤 합니다.

단발머리님, 천천히 따라와요, 천천히. 열심히 따라오다가 지치면 안되니까요. 우리 천천히 갑시다!
 















지난 목요일, 헌법 재판소는 현재의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바로 위헌 결정이 내려기질 바랐지만, 혹시라도 합헌이라 결정날까봐 조마조마하던 터라, 헌법불합치 결정만으로도 나는 이미 울컥했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도 하면서. 덕분에 그날 축하하며 민우회에 후원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친구들과도 서로 축하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어제, 이 책, [여자 전쟁]에서 아일랜드 편을 읽었다. 3장인데, 소제목은 <종교가 박해한 '타락한' 여자들> 이었다. 아, 어쩌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이렇게 아일랜드 편을 읽게 되었을까. 읽는 내내, 얼마전 사진으로 본, 아일랜드 낙태죄 폐지를 위해 외국에서 귀국하던 여자들 행렬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봄알람 출판사의 [유럽 낙태여행] 에서였나, 이미 막달라 마리아 세탁소에 관해 알고 있던 터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세탁소에 관해 아주 자세히 알려준다. 그 세탁소에 감금당했던 생존한 여성과 '수 로이드 로버츠'는 인터뷰를 했던 거다.




대체 아일랜드의 종교단체가 운영한 세탁소 체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1767년 처음 문을 열었던 세탁소는 200년 이상 지속되어 마지막 세탁소가 1996년 문을 닫았다. '타락한 여자들'로 낙인 찍힌 여자 수만 명이 창피해하는 가족들과 위선적인 사제들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 도덕적 탈선으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킨다는 명목이었다. 단체의 이름은 예수의 추종자 가운데 한 명이자 '회개한 창녀'로 일컬어지는 막달라 마리아에서 비롯됐다.

여성의 성에 대해 성모마리아가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세운 이래 남성들은 이에 대비되는 '타락한 여자' 에 집착해왔다. 초기 기독교의 현자로 통하는 성 예로니모는 4세기에 "여성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글을 남겼다. 13세기에 발의된 교회법Canon laws은 여성 감금을 정당화했다. "추악한 육욕으로 인해 결혼의 침상을 내버리고 타락한 여성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종교에 귀의한 여성들이 있는 수녀원에 배속시켜 영구적인 고행을 하도록 해야한다" 19세기 초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사상이 인기를 얻었고 대부분의 대형 세탁소가 이때 지어졌다.(p.86)



이곳에 감금당했던 여자 중 한 명은 중간에 탈출해 신부를 찾아갔는데 신부에게는 강간당하고 다시 세탁소로 돌려보내진다. 그런데도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빌어야 하는 사람은 감금당한 여자였다. 강간을 당했고 감금을 당하고 그리고 잘못했다고 빌어야 했다.



찰스 디킨스에 관해서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찰스 디킨스에 관해서는 나쁜 말들을 여러차례 들어오곤 했지만, 이 보호시설... 까지 관련됐을 줄이야.



아내를 경멸하고 정부를 두었던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타락한 여자들을 돌보는 보호시설 운영에 관여했다. 그는 '여성의 속죄를 위한 우라니아 코티지Urania Cottage for Redemption of Women'가 "질서와 꼼꼼함, 청결, 그리고 세탁, 수선, 요리 같은 모든 일상의 가사 임무"라는 덕목을 떠받쳐야 하며 그러면 비로소 구원의 길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에서는 정신 업이 바쁜 세탁일이 영혼을 정화화는 공인된 방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금지된 성교에 관여한 남자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데 이런 에너지를 쏟은 적은 없었다. (p.87)





아일랜드는 도대체 여자들에게 무슨 짓을 한것인가.



아일랜드에서는 전통적인 아일랜드 도덕 관습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누구에게나 '타락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너무나도 쉽게 붙였다. 창녀는 물론이고 근친상간이나 강간 혹은 사고로 인해 임신하게 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됐다. 어떤 여자들은 심지어 '예방 차원'에서 세탁소로 보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수녀들은 외모가 특출하게 빼어난 소녀들을 '타락할 위험이 높다'며 세탁소로 보냈다. 메리 메릿은 아마 반항기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세탁소에 보내졌고, 그것이 파멸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엄격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와, 노동자를 공짜로 부려먹으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종교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들 세탁소는 그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확보했다. (p.88)



피해자인 여자들을 타락한 여자로 몰며 감금시키고 노동시킨 것도 모자라, 아일랜드에서는 임신한 여자는 무조건 애를 낳아야 했고, 애를 여러명 낳는 것이 힘들으 남편과의 동침을 거부하려고 하면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골반이 너무 작아 출산이 힘든 여자들의 골반 뼈를 부러뜨려 아이를 낳게 하는 수술도 만들어냈다. 




아일랜드 의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성의 골반이 너무 작아 자연분만을 하기 힘들다면 골반 뼈를 부러뜨려서 출산하도록 처치한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쇠톱을 가져오는 걸 봤습니다." 노라 클라크Nora Clarke가 기억을 떠올린다. "정육점에서 동물을 자를 때 그걸 사용하는 걸 봤기 때문에 이사가 가져온 게 쇠톱인 걸 알았죠. 그 의사는 내 뼈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피가 샘처럼 솟아올랐고, 사방으로 튀었어요. 간호사들은 뼈를 자르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혔어요. 의사는 피가 안경에 튄다며 화를 냈고요."  (p.98-99)



이렇게 살아온 여자들에게 낙태죄 폐지는 정말이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이 어디에 있든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해 아일랜드르 돌아오던 모습은 정말이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었구나, 그래야만 했구나. 그리고, 너무 오래 고생했구나.




아일랜드에서도 이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 그리고 세탁소에 감금당했던 여자들은 자신들이 당한 짓을 폭로하고 보상받고 사과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이가 들었고 몸이 불편해도 포기하지 않은 채,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한다. 사과 받고자 한다. 아, 정말이지 어디에서든 억압을 당했던 여자들은 그 자체로 무너지기 보다는 옳지 못하다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세상은 여자들에게 너무 가혹했고, 여자들은 정말 강했다. 그리고 강하다. 앞으로도 강할 것이다. 



나는 어쩌자고 4월의 도서를 여자 전쟁으로 정했을까 ㅠㅠ 진짜 짱이야 너무 딱딱 맞아 떨어져 최고다 ㅠㅠㅠ




그런 의미에서 5월의 도서 예고합니다. 5월 도서는 [여자는 인질이다]로 하겠습니다. 자, 미리미리 책 준비하세요! 이 책도 엄청 쎄니까 각오하셔야 할겁니다. 빠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을 하면 처벌을 받고 아이를 빼앗기는 한편으론 결혼한 여성은 죽을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를 낳아야 했다. - P100

게다가 아기의 죽음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로라 맨Laura Mann은 1940~1950년대에 더블린에서 조산사로 일했다. "끔찍하게도 가난했던, 10명의 아이가 있는 가족이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살며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던 시기"였다고 그녀는 기억한다. 피임은 불법이었고, 불임수술은 엄두도 못내었다.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어머니들은 쇠약해져서는 사제들에게 잠깐 휴식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남편과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러나 사제들은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속죄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답니다." 로라 맨이 말한다. 남편에게 복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계속 임신을 장려한 셈이 되었고, 이는 더 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중요한 건 아이를 낳는 거였으니까요. 출산 중에 불구가 되거나 죽더라도 말이죠. 실제로 많은 산모들이 그렇게 됐고요." - P97

1931년에 교황은 회칙을 통해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여인은 순교자다"라는 교령을 내렸다. - P97

종교 지도자들에게 불임수술은 ‘여성이 꼭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독실한 가톨릭교도 의사들은 이것이 은밀한 피임법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했다. - P98

사적으로는 남성과 접촉 자체가 금지되는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필사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들은 남성들이 하달한 종교 규율에 스스로 복종하고, 다른 여성들을 처벌해 맹목적인 열정으로 따르게 압박한다. 자신들의 진정한 힘을 부정한 채 그저 거꾸로 자신들을 통제하는 남성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필사적으로 자신이 통제하는 여성들을 학대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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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4-16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남자가 피임만 하면 여성들이 임신의 불안에서 해방될수 있을텐데 말이죠.뭐 앞으로는 먹는 남성용 피임약이 나올테니 더이상 낙태의 공포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네요ㅜ.ㅜ

다락방 2019-04-16 16:06   좋아요 0 | URL
먹는 피임약이 나와도 남자들이 안먹으면 아무 소용없고요, 그보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잡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랙겟타 2019-05-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반을 부러뜨려서 아이를 낳게하는 수술을 의사들이 기발하다고 떠올렸다고 하는 대목에선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같은 사람으로 보고 있었던게 맞았을까요? 하나의 부속품에 불가했다고.. 느껴지네요.
가부장제의 질서유지와 노동착취로 인한 이득의 이해관계속에서 암묵적으로 자행되어 왔던 수녀회의 세탁소사업이 저도 살아 있었던 90년 후반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 빌어먹을 이해관계가 지금이라고 없어졌을까 하는 의문도 품게되네요.

다락방 2019-05-22 14:29   좋아요 1 | URL
아마 다른식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여성을 혐오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쉽게 없어질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지금만 하더라도 여경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아 여성을 혐오하기 위해 준비가 되어 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대체 어떻게 해야 뿌리뽑을 수 있을까요, 블랙겟타님?

말씀하신 것처럼 골반 부러뜨려 출산을 강제하는 것은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절대 저지를 수 없는 일이죠. 그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억울하고 분해서 미치겠더라고요. 왜이렇게 여자로 사는 일은 억울하고 분한 일의 연속일까요?

블랙겟타 2019-05-22 16:53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하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여권이 나아졌다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빈 틈이 보인다면 여성을 혐오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상태는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너무 민감하다고.. 그냥 예전처럼 내말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은 예전에도 발언들이 잘못된 것이었지만 잘못된 것인지 모르거나 용인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사회전체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드려졌기때문에 대부분의 남자쪽에선 더 민감하게 받아드린다라고 아직도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아직 남성-여성간의 인식의 갭이 크네요.
성평등에 대한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나온만큼 당장의 잡음이 많겠지만..ㅜㅜ 장기적으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야겠죠.
일단 저부터도 모르는 부분이 많거나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다보니 앞으로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다락방님의 마지막 말은 저로서도 어떤 말조차 해드리기가 어렵네요...ㅠ

다락방 2019-05-23 15:32   좋아요 1 | URL
남성-여성간의 인식의 갭이 큰 건, 남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공포와 두려움, 불편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들에게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가해지는 압박이 아니기 때문에 ‘뭘 그렇게까지 해‘ 라는 남일보듯하는 사고방식이랄까요. 그래서 공부를 할 생각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살던대로 살면 세상 편한데 왜들 차별이다, 불편하다, 혐오다 라고 말들하는지 쯧쯧...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세상은 분명히 바뀔겁니다. 일단 저부터가 달라졌고, 제 주변 사람들도 달라졌어요. 물론 대부분 여자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요즘 학생들도 많이 달라졌고요. 이렇게 달라지는 사람이 많아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뭐가 문제야! 예민하게 굴지마!‘라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은, 분명 뒤로 쳐질겁니다. 그건 확실해요. 그들이야말로 가만히 있는 지금이 퇴보라는 것을 알게될 날이 올겁니다.

블랙겟타님, 계속 같이 공부하고 계속 같이 나아갑시다!

블랙겟타 2019-05-24 18: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남성에겐 실제의 압박이 아니고 간접적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요.
다락방님 말대로 그.럼.에.도. 역사는 조금씩 진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뀔 것 같아요.
저도 뭐 처음부터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요? 저도 변했고 이렇게 온라인 상이긴 하지만 여성주의 책을 같이 읽는 모임도 참여하고 말이죠.. 하하..

이제껏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몇권 읽으면서 느끼는게 앞으로는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에서 이러한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지 더더 공부해보고 싶은 지식욕구가 생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