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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마침 어제도 이 책 읽다가 사진 올린 분이 생각나, 사무실에서 도착해 나도 인증샷을 찍어 보았다. 밑줄을 긋고 북마크 붙여버린 나의, 육식의 성정치!



위의 밑줄은 한나 아렌트에 대한 부분이다. 아, 한나 아렌트 좋아, 한나 아렌트 멋져. 한나 아렌트 이렇게 막 여기저기 나와가지고 내가 한나 아렌트를 계속 읽어볼 겁니다.


한나 아렌트는 폭력에는 언제나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구를 이용한 폭력 없이 인간은 고기를 먹을 수 없다. 폭력은 도살 행위의 중심에 있다. -.120



책을 읽다 보면 책에서 인용되는 혹은 언급되는 다른 책들이 읽고싶어지는데, 육식의 성정치에서도 마찬가지. '업튼 싱클레어'가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하고 써냈다는 《정글》을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절판이라고 나왔다. 그렇다고 내가 원서를 사서 읽을 순 없는데!



20세기 초, 업튼 싱클레어는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했다. 싱클레어는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를 둘러싼 운명의 은유로 여겼다. 《정글》에서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유르기스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도살장에 들른다. 안내자가 유르기스를 일할 장소로 안내한다. 유르기스는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주의를 끌지도 못하는, 빛도 기억도 망각된 지하 감옥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조금 무서운 범죄 같은 것"을 경험한다(Sinclair 1906, 38~45). -P.121



















80페이지에 언급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도 읽고 싶어 검색했는데 국내에 번역된 건 없었고 원서만 주르르 검색이 된다. 슬퍼..



고기가 남성의 특권이라는 점은 성서에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은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에서 《성경》의 <레위기> 6장에 나오는 구절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제들은 제단 앞에서 깨끗한 옷으로 강라입고 나무와 숯을 이용해 매우 정성 들여 고기를 조리했다. 여자들은 그 음식을 맛볼 수 없었고, 모세의 형이자 유대교 최초의 제사장인 아론의 아이들 중 사내아이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Stanton 1974, 91). -p.80


















요즘 성경 읽기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을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원서 밖에 없다니.. 역시 영어 공부가 답인가. 해마다 '이번에는 기필코 영어공부를!' 다짐하지만 어째서 이 다짐은 저리로 꺼져버리는가. 사라져버려, 흔적도 없이.. 가벼운 다짐, 영어 공부. 샤라라랑~ ♡



그러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애덤스의 육식의 성정치에 언급되어 사고(읽고) 싶어진 책 두 권을 전부 구할 수 없었다는 거다. 특히나 업튼 싱클레어의 책은 읽으면 육식의 성정치와 맞물려서 좋을 것 같은데. 아쉬워.. 그렇다면, 이 책들이 없다면, 내가 책 구매를 이렇게 가볍게 포기하고 가겠는가? 나란 여자, 포기를 모르는 인간이다. 나는 장바구니에 책을 차곡차곡 쓸어 담았고, 그래서 장바구니에 이런 책들이 있다.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읽고 싶다고 어제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는 '그거 읽고 계속 육식하려고 그러지?' 라고 물어서 나를 빵터지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에 대해서는 책소개보다는 목차를 가져오는 게 더 읽고픈 욕망을 끌어올릴 것 같다.



특히나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 부분을 너무나 읽어보고 싶다.

게다가 나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것은 '도덕 코르셋'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이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물론 내용이 전체적으로 내 생각과 같을지, 내가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읽어보아야 알겠지만,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이란 단어를 쓴 걸 봐서는 나랑 지향하는 바가 같지 않을까.

















'경선'의 《오빠가 사라졌다》는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가상의 한국을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디지털 성범죄물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 역시 대학시절 한창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양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대학 전산실에서 보았더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컴퓨터를 잘 다룰줄 몰라서 친구가 이게 그거라고 틀어주고서야 볼 수 있었다. 그당시의 나는 내가 그것을 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었다. 다만, '이 여자는 이거 찍히는 거 몰랐던 거 같은데 이게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암울할까'하는 생각은 했더랬다. 그리고 얼마뒤 서점에서는 그 비디오를 찍고 유포한 남자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소개에서 그는 자신의 수많은 여성편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C. 라마자노글루'의 《푸코와 페미니즘》이란 책은 존재도 몰랐는데 어제 일명 '푸코 처돌이'인 친구로부터 소개 받아 알게 되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 왔으며 경험한 바도 생각한 바도 지향하는 바도 다 다르기에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으면서 나는 너무 힘들었는데 어쨌든 4권까지 기어코 읽어냈고, 친구는 성의 역사 1권만 읽고도 푸코에게 흠뻑 빠져들어 푸코 처돌이가 되어 입문서를 돌파하고 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한 명은 드디어 해방이라고 토할 것 같았다고 말하고 한 명은 푸코를 탐독하기 시작한다. 아아, 놀랍지 않은가.


나는 그런 친구에게 나의 이론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설파했다.

우리는 누구나 생에 한번 대머리를 품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누구나 다 아는 '재이슨 스태덤' 팬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나는 재이슨 스태덤 말고는 딱히 좋아하는 남자 배우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재이슨 스태덤은 대머리이다. 그러니까 나는 대머리 성애자라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사실 '대머리는 절대 안돼' 라고 마음 먹은 사람도 아니다. 대머리이든 아니든 별 상관 없는 사람이고 못생기든 아니든 역시 별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반하는 건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대머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키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쌍커풀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배가 나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상형은 근육질의 남자, 코어 파워 대마왕인 사람이고, 앞으로 내가 또 사랑에 빠진다면 혹은 또 연애를 한다면 코어 파워가 엄청난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부르짖은 사람이긴 하다만, 어쨌든 나는 재이슨 스태덤에게 연정을 품은 것이다. 내가 그대를 연모하오.

그러나 푸코 쳐돌이 친구는 대머리에 대해서라면 '안된다'는 취향이 확실했던 사람으로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머리 푸코에게 빠져들고 말았고, 나는 나의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이제 그만 인정하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내 말이 옳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는 정말 인정하기 싫어해서 몸서리쳤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너도 빠졌잖니, 대머리에게. 바로 지금, 바로 푸코에게! 대머리 총량의 법! 칙!


단톡방에서 우리의 대화를 보고 있던 또다른 친구는 말했다. 대머리 총량의 법칙 옳다고, 자신도 일전에 대머리를 사랑한적이 있었노라고... 거봐, 맞다니까? 맞다고!

아직 대머리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여러분, 앞으로가 있다, 앞으로.. 앞으로 여러분은 생에 한 번, 언젠가, 기필코, 대머리랑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샤라라랑~ ♡


아무튼 재이슨 스태덤은 코어 파워 대마왕이기도 한 부분.. ♡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직딩인 나는, 눈이 오는 날씨를 매우 싫어한다. 눈이 오는 것도 눈이 쌓인것도 아름답지만, 내게 아름다운 건 뒷전으로 밀린다. 출퇴근길이 편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내겐 더 중요하단 말이다.

어제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갑자기 눈이 내리고 쌓이기 시작했다. 슬슬 스트레스가 차올랐다. 아, 이거 이렇게 계속 내리면 어째, 쌓이면 어째, 나는 집에 어떻게 갈 것인가, 내일 출근은 어쩔 것인가.

회사에서는 눈이 많이 오니 일찍 들어가라 했고 그렇게 나는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사무실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 꼬박 이십분을 걸어야 했는데, 걷는 길은 눈이 쌓여 있었고 누군가 치워놓은 길은 질퍽질퍽하고 미끄러웠다. 내 신발이 유독 미끄러운 신발인건 아니었지만, 눈길을 걷는건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심히 걷느라 신경줄이 팽팽해진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건 무리였다.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있어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가자고 생각했다. 마침 며칠전에 텔레비젼 채널 돌리다가 미션 임파서블 다시 보고 오 재밌어 하면서 다른 편을 넷플에서 다운받아놓은 뒤였다. 물론 이것도 이미 본거였지만.















내가 이런 액션을 '다시'보게 되다니, 역시 사람일은 모른다. 미래는 예측불허야.. 그리고 무슨말인지 사실 내용은 잘 모르겠다. 이 정보 왜 보안 되어야 하는지, 그 보안 어떻게 뚫을 것인지 이렇게 말하는 거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본다. 처음부터 나오는 여성 '일사(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 엄청 뛰어나서 놀라서 보는데, 그러나 이렇게 액션 뛰어난 여자 주연이어도 드레스를 입고 허벅지를 내보이며 총을 쏘고, 이 영화를 통틀어서 비키니 입고 수영장에서 나오는 장면도 이 여자 등장인물에게만 있다. 아무리 여자한테 역할 주고 액션 줘봤자 여성성이 드러나는 걸 포기를 못하는 것이구먼..


그러다 놀랍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린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 언젠가부터 가끔 생각하는데, 예전엔 외로움이란 나와 먼 감정이라 생각하다가 요즘엔 불쑥 내것이 되기도 하는바, 최근에도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거다. 보통 내가 외롭다고 생각할 때는 내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생긴다. 이 감정을 누구도 이해못할거야, 누구도 날 이해할 수 없어, 라는 느낌은 나를 외로움으로 몰아간다. 내가 혼자 가져가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겪어내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극복해야 한다는 걸 새삼 다짐하게 될때면,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별개로 외로워지는 거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헌트'(탐 크루즈)가 '벤지'(사이먼 페그)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놀랍게도 위로를 받았다. 헌트는 CIA 로부터 쫓기는 사람이 되어 숨어 지내면서 악당을 찾아 무찌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몇달간 보지 못했던 옛동료 벤지에게 연락해 도와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계획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았고 게다가 벤지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에 헌트는 '널 보호할 수가 없어, 돌아가' 라고 말하는 거다. 그러자 벤지가 말하는 거다.


"그건 네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야.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현장 요원이고 매주 부인해 왔지만 네 친구이기도 해.도움이 필요해서 날 불렀잖아. 그러니까 난 아무데도 안 가."



CIA 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 항상 거짓말로 헌트와 친구냐고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던 벤지는, 헌트와의 대화에서 친구임을 인정한다. 벤지의 이 말들에 내가 울컥해지는 거다. 좋네. 헌트 잘 살았네, 좋구먼. 친구라고 옆에 있어주려는 사람이 있다. 좋구먼. 난 아무데도 안 가,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구먼. 좋다. 네 친구야, 라고 당당히 말해주는 사람이 있구먼. 좋다. 헌트, 그동안 외로웠겠지만 지금은 외롭지 않겠네. 네 친구이기도 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생이 외롭지 않겠어. 그래...


그래.....



그래..........



어쩐지 쓸쓸하군.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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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1-13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머리 총량의 법칙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26   좋아요 1 | URL
진리입니다, 참진리!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1-01-1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나도 읽어봐야겠어요.
머릿 속에서 떠나지가 않아요. 다락방님의 예언 ㅠㅠㅠㅠ 좋아하던 사람 중에 대머리 있었던가 계속 생각하는 아침.
대머리 모닝이여 ㅠㅠㅠㅠ

다락방 2021-01-13 11:28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당장 살건데요 그런데 다른 책을 무엇을 함께 지를까 막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어요.
로버트 패틴슨이나 샘 클라플린이 대머리가 된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지지 않겠습니까? 고민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1-1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똑똑이가 푸코와 페미니즘을 읽으면 어떤 파워를 가질지..... 잔뜩 기대!!!! 오늘 땡투하고 여기에서 하나 챙깁니다! 두근두근

다락방 2021-01-13 11:28   좋아요 0 | URL
푸코와 페미니즘을 읽고 써낼 페이퍼를 기다립니다. 후훗.
수연님이 여기서 하나 챙기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연님도 혹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두근두근

수이 2021-01-13 11:52   좋아요 0 | URL
딩동댕!!

다락방 2021-01-13 11: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미 주문을 마쳤습니다. 엣헴-

공쟝쟝 2021-01-1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전의 쇼님 페이퍼에도 달았읍미다만 쳐돌이 (x) 처돌이 (0) 입니다. 신조어 올바로 쓰기 운동본부에서 나왔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49   좋아요 2 | URL
아 오케오케 쓰면서도 쳐돌이인가 처돌이인가 했는데 처돌이구나. 그렇다면 제가 위의 본문에서 쳐돌이를 처돌이로 수정하고 오겠습니다. 영차!

공쟝쟝 2021-01-13 12:38   좋아요 0 | URL
으앙 이토록 성실하면 무안하잖아!

공쟝쟝 2021-01-13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생에 한번쯤은.... 한명의 대머리를 품게된다는 그 대머리 총량의 법칙 말입니다, 옳다고 칩시다. 그런데 하필 그토록 거부하던 대머리에게 빠졌는 데 이미 죽어버린 게이 대머리라니.. 나에겐 잔인한 법칙이야... 흥 미워!!

다락방 2021-01-13 11:51   좋아요 1 | URL
그거슨 저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머리에게 빠지게 될지 알 수 없어요. 무릇 사랑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스리슬쩍 다가와 후려갈기는 것이므로..... =3=3=3=3=3

수이 2021-01-13 11:52   좋아요 0 | URL
원래 인생이란 게......

다락방 2021-01-13 11:53   좋아요 0 | URL
아아, 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공쟝쟝 2021-01-13 12:37   좋아요 0 | URL
나의 생은 미친듯이 대머리를 거부하였으나 단 한번의 사랑은 대머리였노라

청아 2021-01-1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 퍼가서 읽고또 읽을래요!

다락방 2021-01-13 11:51   좋아요 1 | URL
아니 오늘 페이퍼 딱히 내용도 없는데 퍼가서 읽고 또 읽으신다니, 무엇을 퍼가실지... ㅋㅋㅋㅋㅋ
저도 육식의 성정치 부지런히 읽고 완독하겠습니다. 빠샤!!

persona 2021-01-13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대머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지만 그래요… 사랑했던 사람이 대머리가 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진짜 그런 건 안경을 썼냐 안 썼느냐 정도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오늘도 좋은 책들이 많이 들어있네요.

다락방 2021-01-13 11:52   좋아요 2 | URL
아 페르소나님, 댓글 너무 웃겨요. 그래, 그러고보니... 맞네, 하시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벌써 주문을 마쳤답니다? 하하하하. 언제나 책 주문할 때에는 행동이 너무 빨라버리는 부분... 후훗.

persona 2021-01-13 11:54   좋아요 1 | URL
저 아련하고 진지했었는데요. 웃기다시니 저도 웃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3 11:55   좋아요 1 | URL
진지하게 읽었는데 진지하게 웃기더라고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아련..이라고 하시면 두 눈 그렁그렁해져서 떠올리게 되는, 그런 부분인가요??

persona 2021-01-13 11:57   좋아요 0 | URL
그렁그렁은 아니고요. ㅋㅋㅋㅋ 내가 누굴 뭘 좋아했더라 생각하니까 어릴 적 저나 걔네들이 부러워져서요. ㅋㅋ

다락방 2021-01-13 13:1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가끔 돌이켜보곤 하는데요,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때면 괴롭더라고요. 그렇지만 과거의 그 때로 돌려놓으면 다시 꼭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제 인생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들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말이지요.

음.. 써놓고나니 저야말로 진지한 댓글을 달아버렸네요. ㅋㅋㅋㅋ 댓글은.. 의식의 흐름. 어디로 갈지 저도 몰라요~ 하핫.

persona 2021-01-13 13: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렇게 부러워봤자 같은 선택을 했겠죠. 제딴에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해 온 거니까요. ㅎㅎㅎ
의식의 흐름 좋습니다. ㅋㅋㅋㅋ

2021-01-1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4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1-1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 281쪽 ˝천재 페미니스트는 왜 고통받는가˝!
치아바타 천재 페미니스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 주제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다락방 2021-01-15 11:44   좋아요 0 | URL
아아 인생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고통스럽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는 저는 그러니까, 천재 페미니스트인 겁니까? 인생은 고...통............Orz
 

*제 글은 PC에서 읽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미래는 예측불허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다. 나는 내가 이 책, 《육식의 성정치》를 읽으면서 육식을 즐기는 나에 대해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아가야 할 길은 채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크게 내적 갈등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백쪽을 조금 넘겨 읽은 현재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커다란 기쁨과 흥분이다. 동물을 죽이고 절단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데 어떻게 기쁨과 흥분이 올 수 있냐 나조차도 갸웃하는 지점이지만, 와, 나는 이 책 읽다가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용어를 보는 순간(물론 서문에서도 만났지만) 갑자기 온 몸에 흥분이 막 차오르는 거다. 이 흥분은 재작년에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를 읽으면서 느꼈던 바로 그 흥분과 같다. 저자의 통찰과 사유에 대한 흥분,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데에서 오는 흥분, 그것을 내가 읽고 함께 깨닫게 되는 데에서 오는 흥분. 온 몸이 짜릿해지는 거다. 바로 이 맛에 책을 읽는 것 같다.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 알아채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알아채게 해주는 것, 바로 그 지점으로 책이 나를 이끄는 거다. 레이첼 모랜이 그랬듯이 '캐럴 제이 애덤스'는 통찰과 사유에 있어서 뛰어난 사람이구나,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 이런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고, 부재 지시 대상 꼭지에서부터는 모든 페이지, 모든 구절에 밑줄을 긋게 되는 거다. 캐럴 제이 애덤스는 나를 앎으로 이끌고 있다!!




도살을 통해 동물은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동물의 이름과 신체는 고기로 존재하는 동물에게는 부재하는 무엇이다. 동물의 생명은 고기에 앞서고, 따라서 고기라는 존재를 가능하게 한다. 살아 있는 동물은 고기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도살을 통해 죽은 몸이 살아 있는 동물을 대체한다. 동물이 없다면 고기를 먹는 일도 없게 된다. 그러나 동물이 고기라는 음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동물은 고기를 먹는 행동에서 부재하는 무엇이다. -P.104



아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이건 아주 사소한 일상의 면면들로도 알 수 있지 않나. 우리는 소고기가 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돼지고기가 돼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스테이크를 먹고 삼겹살을 먹으면서 살아있는 소나 돼지를 그리지 않는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이것이 '살아있는 동물이었다'는 걸 지운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때, 살아 숨쉬던 동물은 부재한다.



고기와 고기의 의미가 지니는 본질, 곧 동물의 죽음 없이는 아무도 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므로 살아 숨쉬는 동물은 고기의 개념에서는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다. -P.104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게 무엇인지 확 오지 않나. 이렇게 단어를 사용해서 정리해주니까 정리가 뽝 되면서 그 개념이 내게로 오는 거다. 개념이 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용어가 나로 하여금 이 과정을, 살아있는 동물-죽음-분리(해체)-소비로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거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레이첼 모랜'으로부터 '타락의 상호작용'이란 용어를 접하게 되었고 그 뒤로 그 단어를 잊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선명히 기억난다. 위의 책 제목에 링크를 걸었지만, 타락의 상호작용은 말그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남자' 가 그것을 아내나 여자친구에게는 요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에게 요구하고, 성매매 여성이 그 행위를 돈을 받고 해주기 때문에, 그 행동은 멈춰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레이첼 모랜은 이것을 '생리혈을 먹는 남자'의 일화를 통해서 이야기해준다. 타락한(하는) 사람에게 '그만둬' 나, '그걸 해서는 안돼'라고 말하는 게 아닌, 허락해버리는 순간 지속되는 그 타락은 상호작용을 갖게 된다는 것. 그 단어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그 단어가 가진 뜻이 레이첼 모랜 덕분에 명확하게 와 닿았기에 그 단어를 결코 잊을 수 없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페이드 포, 하면 자연적으로 타락의 상호작용,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는데, 육식의 성정치, 라고 하면 나는 이제 부재 지시 대상을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캐럴 제이 애덤스'는 채식주의자이자 시민 운동가인 '딕 그레고리'의 말을 인용한다.




동물과 인간은 똑같이 고통을 받으며 죽는다. 당신이 자기가 기른 돼지를 잡아 먹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죽여야 했으면, 십중팔구 당신은 돼지를 죽이지 못한다. 돼지 멱따는 소리 듣기, 솟구쳐 흘러내리는 붉은 피 지켜보기, 이 광경이 무서워 엄마 ㅜ디로 숨어버리는 아이 바라보기, 동물의 눈에서 죽음의 그림자 보기 등은 당신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그래서 당신은 돼지를 대신 잡아줄 사람을 고용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게토가 지저분하다고 비웃는 부유한 귀족들이 그 고통에 찬 비명을 들었으면, 배고픔에 서서히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을 봤으면, 사람들의 사나이다움과 위엄이 교살되는 장면을 목격했으면, 살인을 계속 저지를 수 없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은 이런 공포를 겪을 기회가 없다. …… 만약 당신이 고기를 먹기 위한 동물 살해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 당신은 게토의 이런 실상도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느 쪽도 정당화할 수 없다. (Gregory 1968, 69~70) -P.110




영화 《바베트의 만찬》에서 여자는 사람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크게 준비한다. 그간 자기의 감사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는데,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음식의 재료들을 구하는 과정과 요리가 되는 과정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거북이를 한 마리 사와서는 그걸로 수프를 끓이기 위해 커다란 솥 옆에 그 거북이를 놓아두는 거다.




















초대된 손님들은 수프부터 차례대로 먹는다. 그들이 먹는 거북이 수프에 거북이는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던 거북이, 잡혀온 거북이는, 그들이 먹는 음식 앞에 부재한다. 물론 바로 위의 사진에서 새는 그 모양 그대로 있지만, 손님들이 음식으로 먹을 때, 살아있는 새가 아닌 '새 고기'가 되는 거다.


나 역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양고기까지, 고기라면 좋아하며 먹는 사람이지만, 막상 재료로서 살아 있는 동물이 준비된 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큰 불편함을 느꼈다. 내가 초대되어 식탁에 앉은 사람이라면 부엌에서 요리하기 전에 살아 숨쉬는 동물들을 보진 않았을 거고, 내 앞에 차려진 고기에만 집중했을 거다. 그러나 부재가 아닌 존재하는 '동물'을 보는 순간 불편해졌다.




폭력/도살을 통해 살아 있는 동물을 소비 가능한 죽은 동물로 전환하는 과정은 육식이 지시하는 대상이 바뀌는 과정, 곧 살아 있는 동물에서 고기로 바뀌는 개념적 변화의 과정을 표상한다. -p.114



우리는 동물의 이름을 먹을 수 있는 부위별 이름으로 바꿀 뿐 아니라 동물의 원래 형태를 숨기기 위해 소스를 바르고, 간을 맞추고, 음식 등을 통해 별 생각 없이 지시 대상을 선택한다.

그다음에 소비가 진행된다. 동물의 실제 소비, 죽음, '고기'라는 용어의 은유적 소비, 그래서 고기는 죽은 동물을 지시하기보다는 음식물만을 지시하게 된다. -p.115



내가, 우리가, 인간이 고기를 먹을 때, 고기를 먹는 행위에는 동물을 죽이고 그것을 절단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거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고기를 먹으면서(즐기면서)그것을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 과정을 결코 머리에서 지울 수 없기에 가능해지는 게 아닐까.



은유와 지시 대상 사이의 누락된 관계에 평행한 형태로, 고기를 먹는 행위에는 고지의 절단 과정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자리한다. 먼저 우리의 시선을 대상화된 존재에서 소비 가능한 음식으로 옮겨놓자. 고기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고기의 도살, 절단, 분해 등은 누락돼 있다. 사실 가부장제 문화는 실제로 자행되는 도살에 침묵한다. 지리적으로 도살장은 격리돼 있다. -p.117-118



격리돼 있는 도축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정사 2013>(원제:MONA) 이다.




라트비아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집을 상속받은 남자가 이곳에 오면서부터 영화는 진행된다. 이 마을에 일할 곳이라고는 도축장밖에 없었다. 이에 여자는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 역시 이 도축장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 도시에서 온 남자는 이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음생에 도축당하는 동물로 태어난다는 말을 한다. 자신은 직접 동물을 잡아 죽이는 일을 하지 않을 위치에 있으면서, 그런 일을 누군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고기를 받아 쳐먹으면서, 그러면서 그 사람들은 도축당하는 동물로 태어날 거라고 말하는 거다.


'지리적으로 도살장은 격리돼 있다'는 캐럴 제이 애덤스의 말은, 이 영화가 바로 증명한다. 일자리라고는 도축장 밖에 없는 작은 마을, 자기 일을 싫어하는 사람들, 그러나 '소비될 수 있는' 고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살아있는 동물을 보면서 그것을 고기로 바꾸는 일을 어떻게 마음에 들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에게 고기가 되기 전 동물은 존재하는데.


그러나 영화속 부유한 도시남자는 고기를 볼 때 동물을 보지 않는다. 도살작은 격리돼 있고 고기앞에 동물은 부재한다.


도시 남자의 저 태도, 도축장만 있는 마을에서 도축인들을 무시하면서, 그 마을의 처녀를 '갖고 싶어하는' 저 남자를 볼 때는, 권력을 가진 백인 남자를 어쩔 수 없이 떠올렸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을 통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p.776







작은 마을에 일할 곳이라고는 도축장 하나만 주고서는 도축장에서 일하면 다음 생에 도축되는 동물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하다니, 이건 뭐...




일반적으로 부재 지시 대상은 부재하기 때문에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p.112



캐럴 제이 애덤스는 동물에 가해지는 폭력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언급한다.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라 여성은 여성의 경험으로부터 떨어져버리는 거다.



동물의 죽은 몸이 고기에 관련된 우리의 언어에 부재하듯이, 남성의 문화적 폭력에 관한 묘사에서 여성은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다. 특히 성폭행이라는 단어는 글자 그대로 여성이 겪은 일을 지시하지만, 또한 폭력적인 유린의 다른 사례들, 1970년대 초반의 생태학 저술에 자주 나온 지구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라는 표현처럼 다른 대상에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여성의 경험은 다른 억압을 묘사하는 매개 수단으로 쓰인다. 여성, 곧 여성의 몸에 가장 빈번하게 가해지는 현실의 성폭행은, 이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다른 대상에 은유적으로 쓰일 때는 부재 지시 대상이 된다. 이런 용어는 '여성' 자신이 아니라 여성이 겪은'경험'만을 환기시킨다. -p.106



자연을 여성으로 대상화 시켜서 거기에 가해지는 것을 폭력으로 묘사하는 것은 문학 작품에서도 흔한 일이다.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인데, 트랙터의 부속을 발기한 음경같다고 하거나 기어의 움직임에 오르가슴을 느끼며 기계적으로 강간했다는 장면은, 결국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었다(p.75)'라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문장에서 너무 화가 나서 열번쯤은 읽었다고 내가 지난번 페이퍼에 써두었던데, 나는 그 당시 내 감정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 알 수 없었지만, 트랙터가 땅을 강간하는 장면에서 실제 강간피해자로 살아가는 여성들은 부재하는 지시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 강간은 은유로 쓰였고, 캐럴 제이 애덤스의 말대로, 여성이 아닌 '여성의 경험'만을 환기시켰다. 물론 저 문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열정과 흥분이 없는 강간'이라는 바로 그 자체에 있지만 말이다. '강간'에 어떻게 열정과 흥분이 있단 말인가. '열정'과 '흥분'이 '강간과 나란히 쓰일 수 있는, 강간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다, 진짜.




용어 혹은 개념을 바로 잡음으로써 다른 것들을 끌어 오고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앎이 주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동물을 '대신' 살해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예를 억압하고, 그렇게 노예를 통해서 털달린 짐승들을 죽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부재 지시 대상은 모피가 되며 또 흑인이 된다. 저자가 언급한대로 너무나 흥미롭지 않은가.



부재 지시 대상의 구조는 동물을 대신 살해하는 소외된 노동 형태를 수행할 대리인들이 필요하다. 살아 있는 온전한 동물은 육식뿐 아니라 모피 거래에서 부재 지시 대상이다. 여기에서 모피 거래가 함의하는 동물 억압과 노예인 흑인을 대상으로 한 억압에 상관성이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의 흑인 역사가들은 노예 제도 아래에서 흑인이 원주민보다 더 강압적인 지배를 받은 역사적 원인의 하나로 모피를 얻기 위한 동물 학살을 거론한다. -p.109



내가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내가 느낄 거라 예상했던 건 불편함이었는데, 나는 불편함보다 흥분과 재미있음을 느끼고 있다. '재미있다'는 표현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랄 순 없겠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어떤 단어로 대체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읽는게 너무 재미있고 신난다. 회사에 있기 때문에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게 야속할 지경이다. 100쪽까지가 이렇게 흥미로웠는데 그 뒤에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생각만 해도 너무나 짜릿하다. 아, 역시 독서란 진짜 인생 개꿀템이야... 빅재미 보장하는 취미활동이다. 여러분, 책을 읽으세요. 책이 앎을 주고 흥분을 주고 재미를 준다, 여러분.. 책 만세다 진짜루... ㅠㅠ



책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도 또 페이드 포를 읽으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진짜 똑똑한 사람이 써야 된다. 똑똑한 사람이 써야 돼. 똑똑하고 꼰대가 아닌 사람,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써야 된다... 그게 지금 내가 책쓰기를 멈춘 이유다.....(눈물 좀 닦고) 똑똑하고 꼰대가 아니고 열린 사고를 가진 분들이여, 책을 쓰세요. 성찰한 바를, 통찰한 것을, 깨달은 것을, 사유한 바를 풀어 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독자가 기뻐합니다.



이만 총총.









근대 이전에는 유아, 젊은이, 가난한 사람, 흑인, 아일랜드인, 미친 사람, 여성이 모두 짐승으로 여겨졌다. "짐승으로 한번 인식된 인간이 짐승 취급을 받는 상태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인간 지배의 윤리는 인간의 관심 영역에서 동물을 제거했다. 결국 이런 인식은 동물하고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인간을 학대하는 행위를 정당화했다" (Thomas 1983,44). - P108

보통 폭행범,강간범, 연쇄 살인마, 아동 성학대자는 동물을 희생시킨다(aDAMS 1994, 144~161).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배우자 강간범은 여성을 위협, 포박, 폭행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연쇄 살인마는 종종 동물에게 시험 삼아 폭력을 쓴다. 1990년대 여러 공동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서 같은 반 친구를 살해한 남학생들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죽인 경험이 있다고 밝혀졌다. - P111

"잠자리에서 달콤한 말로 메티스를 달래던 제우스는 갑자기 입을 벌려 메티스를 삼켜버렸다. 메티스의 취후였다"(Graves 1955,46; 원래 이 이야기는 해시오도스Hesiod의 《신통기》에 기록돼 있다). 남성 중심 문화의 본질적 구성 요소는 이런 제우스의 행동, 곧 성적 욕구의 대상을 소비 가능한 존재로 보는 시각에 기초한다. 그러나 우리는 제우스가 메티스를 소비하는 신화에서 신체 분할에 관해 전해들은 이야기가 전혀 없다. 제우스는 어떻게 정확히 메티스의 임신한 몸, 팔, 어깨, 가슴, 자궁, 넓적다리를 그대로 한입에 삼킬 수 있었을까? 신화는 부재 지시 대상이 어떻게 부재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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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12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져요!! 개꿀템 인정(ㅋ0ㅋ)👍

다락방 2021-01-12 13:28   좋아요 2 | URL
책 읽는 거 너무 좋아요, 미미님. 게다가 좋은 책을 읽으면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 좋고요! >.<

파이버 2021-01-12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또 다락방님께서 정리해주신 내용을 읽으니 더 재미있네요! 다른 책에서 인용해주신 구절들도 너무 좋아서… 이런 글 써주시면 제가 기뻐합니다ㅎㅎㅎ

다락방 2021-01-12 13:30   좋아요 2 | URL
저도 이런 글을 쓰게 하는 책읽기가 무척 신나요. 읽으면서 막 이것도 생각나고 저것도 생각나고 갑자기 그때 그것이 이해되고 하는 이런 경험이요. 이런건 글 쓸 때도 너무 신나요!
파이버님, 우리 신나게 읽고 씁시다. 움화화핫!

단발머리 2021-01-12 1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 부호에서조차 다락방님의 흥분과 열정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ㅎㅎㅎ 저도 <페이드 포> 읽었는데 이렇게 연결될지는 생각도 못 했어요. 다락방님 글 읽으니까 아하~~ 하고 쪼금 이해될려고 해요. 게다가 <정사>, <분노의 포도>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기립박수를 치고 말았습니다!!!
음메음메 소 또는 얼룩이를 살치살로 부르는게 부재 지시 대상이죠. 여성도 같은 과정을 겪어왔고요. 저도 저 개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전 지금 2장인데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혹.... 북플로 위의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서재에 들어와서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다락방님이 네모난 상자로 잘 정리해 두셔서 훨씬 더 이해가 잘되네요. 그럼 저는 이만^^

다락방 2021-01-12 13:32   좋아요 2 | URL
저는 막 작가가 똑똑한 게 느껴지니까 너무 좋은거에요. 단순히 똑똑한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뭐랄까 계속 살핀다는 느낌, 하나의 사건을 보고 그 안을, 이면을 다 고루 보려는 게 느껴지는 게 진짜 너무 좋은거에요. 그것이 글로 표현되어서 독자에게 전해지는 게 너무 좋고, 그것을 줄 수 있는게 독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독서 진짜 너무 좋고요, 독서로 만나는 친구도 너무 좋고요. 아무튼 저는 오늘 책을, 독서를, 똑똑한 작가들을, 함께 책읽는 친구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에 대한 사랑이 넘칩니다. 샤라라랑~

단발머리님과 같이 읽을 수 있어서 또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다른 분들과 함께 읽는 것도 너무 좋아요. 같이 읽는 분들이 어떻게 읽는지 보는 것도 너무 신나요. 아 세상은 왜이렇게 신나는 게 많은지!!

아, 앞으로 글 쓸 때 위에 덧붙여야겠어요. 제 글을 PC 에서 보시기에 가장 좋습니다.. 라고 말이지요. 단발머리님의 댓글 덕에 이런 꿀팁을 얻습니다. 감사해요! 고마운 분.. ♡

라로 2021-01-1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PC에서 읽을게요. 지금은 침대에 누워서 북플로. 😅

다락방 2021-01-12 13:46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는 인용문과 인용문 아닌 것이 구분이 잘 되지 않아서 읽기가 불편하더라고요 ㅠㅠ 특히나 제 글처럼 긴 글의 경우에는 더더욱... ㅠㅠ

syo 2021-01-12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만큼 읽지 않았지만, 제가 서문만 읽고 전에 단톡방에다 누가 명확하게 이해했으면 알려달라고 말씀드린 ˝부재 지시 대상˝의 용법에 대한 궁금증이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인용해주신 112페이지의 문장 같은 거요.
˝일반적으로 부재 지시 대상은 부재하기 때문에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문장이 선뜻 이해가 되세요?

육식에서 부재 지시 대상은 동물이잖아요. 살아있는 동물이요.
그러면 저 문장은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드는 주체가 살아 있는 동물이라는 식으로 읽히잖아요?

실제로는 부재 지시 대상을 가리는 무언가가, 혹은 진짜 지시 대상을 부재시키는 어떤 언술이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경험할 수 없게 만드는 건데, 부재 지시 대상 입장에서는 억울하잖아요. 굳이 이분법적으로 따져 보자면 자기는 일종의 피해자인데, 부재는 한 거라기보다는 ‘당한‘ 건데, 부재하기 때문에 억압당한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식으로 서술해버리면.....

부재 지시 대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다거나 이 경우에 맞지 않다는 게 아니라, 맞는 개념 같은데 그걸 이 책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일관되어 보이지 않는 거 같아서요.

제가 뭔가를 잘못 읽은 걸까요?🤔

다락방 2021-01-12 14:30   좋아요 1 | URL
112쪽의 문장 같은 경우에는 동물에 대한 도살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같이 나오잖아요. 저는 말씀하신 문장에서 페미니스트인 여성들조차 여성을 도축당하는 고기에 비유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부재 지시 재상이 되면서 다른 부재 지시 대상을 은유로써 가져오고 바로 그 과정에서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문장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억압당하는 존재1(여성)이 억압당하는 존재2(동물)를 가져와 은유함으로써 그 개별 존재에 대한 억압을 유지시킨다고 해야할까요. 나 억압, 너 억압 우리 모두 억압으로 연결시키는게 아닌, 나 억압 은 쟤 같잖아, 하면서 ‘쟤‘의 억압을 당연시(자연스럽게) 여기게 되는 거요. 저자는 그 부분-여성이 자신을(혹은 다른 여성을) 고기에 비유하는-에서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가져간다고 보이고요.

사실 여기까지는 쇼님도 이해한 부분 같은데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주체적인 서술형.. 이 문제인걸로 보인다는 거죠?
제가 그래서! 원서를 찾아보았습니다.

Generally, however, the absent referent, because of its absence, prevents our experiencing connections between oppressed groups.

저는 일관되지 않은 서술이라기 보다는 112쪽의 문장은 ‘부재시키고‘, ‘대상화 하는‘ 등의 잘못을 강조하기 위한장으로 이해돼요.

syo 2021-01-12 14:4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이 말씀하시는 거 자체는 옳고, 저도 동의를 하는데요.
그렇지만 설명하신 대목이 저 문장에 대한 제 의문의 대답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부재 지시 대상은 부재하기 때문에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니까 다락방님이 설명하신 구도에서 저 문장을 이해하려면, 주어인 ‘부재 지시 대상‘은 다른 부재 지시 대상을 가져오는 여성을 말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 발화에서 여성은 부재하지 않고 존재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부재지시대상은(여성=존재1) 부재하기 때문에(동물=존재2)˝가 되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이 설명하신 그 억압당하는 존재1이 억압당하는 존재2를 가져와 은유함으로써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는 생각 자체는 저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문장은 논리적으로 그걸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 문장이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뭔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문장들이 자꾸 등장한다는 거구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해할 수 있고 쉽게 동의할 수도 있는데도요.

다락방 2021-01-12 15:20   좋아요 1 | URL
저는 저 문장 자체는

‘부재 지시 대상(여성)은 부재하기 때문에(여성) 억압당하는 집단들 사이(여성, 동물)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로 이해했다고요. 그래서 저 문장의 실질적 주어는 ‘부재‘라고 생각한거고, 그래서 여성(부재지시대상1)이 동물(부재지시대상2)처럼 직접 경험한 게 아닌데도 동물에 자신을 비유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로 2021-01-12 16:38   좋아요 1 | URL
다락방 님의 글 잘 읽었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말하면 ‘부재지시 대상‘이라는 단어는 ‘눈가리고 아웅‘,,처럼 들리네요. 제가 페미니즘이나 인문학에 대해 넘 무지해서 그런 것 같아요. ^^;;

다락방 2021-01-12 17:02   좋아요 1 | URL
그건 아마 본문이 아닌 인용문에서 만나고 제 글만 읽으셔서 그런것 같습니다..

난티나무 2021-01-12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웩 존 스타인벡 읽은 건 없지만 집에는 있어서 언젠간 읽겠지 했는데요. 웩.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와! 어! 그래? 완전 똑똑! 멋진데! 어라 이랬다고? 몰랐는데 어이 없네! 헐! 대박!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ㅎㅎㅎ

다락방 2021-01-12 20:42   좋아요 2 | URL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재미있긴 한데요 저렇게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튀어나와요. 게다가 결말은 더 어이없답니다. 저 너무 어이없어서 엄마한테 줄거리 얘기하면서 엄마라면 그럴것 같아? 하고 막 욕했었어요. 제가 분노의 포도 깠던 페이퍼도 알라딘에 고스란히 남아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빡치는 결말의 분노의 포도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님도 이 책 흥분하며 읽고 계신다니 너무 좋네요! 저도 계속 으앗 그래그래 맞아 아 멋져 똑똑해 ㅠㅠ 이러면서 막 줄 그으면서 읽고 있어요. 그런 과정이 너무 신나요! 아아 몰랐는데 맞네 그러네 오오 그렇다 하면서 어느 지점에서는 반성도 하고 말이지요. 저는 이런 책 너무 좋아요! 둘러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거듭해서 이건 이런것이다 하는 사유의 장을 펼쳐 놓은 거요. 진짜 너무 좋아요! 아마도 그런 지점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인상깊어서 10주년 기념 서문에 20주년 기념 서문 25주년 기념 감사의 말까지 고스란히 책에 실릴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남은 부분이 기대됩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눈도 많이 와서 퇴근길에 스트레스도 받고 너무 지쳐서 ㅠㅠ 쫄볶이에 만두 튀겨서 소주 마시고 있거든요. 옆에 소주잔 꺼내놓고 스맛폰으로 난티나무님 댓글 보고 너무 좋아서 맥북 가져와 펼쳐서 댓글 쓰고 있어요. 오늘은 책 안읽고 미션 임파서블 볼거에요. 이미 본거지만 또 볼거에요. 탐 크루즈 막 액션하는거 보면서 스트레스 풀자 싶었는데, <로그네이션> 퇴근하면서 봤는데 여자 등장인물 액션이 완전 멋지더라고요. 으하하하하. 오늘은 영화 보다 스르르 잠들 거에요.

난티나무님 같이 읽어서 너무 좋아요 엉엉 ㅠㅠ
 
















의도하지 않은 한마디 말이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임에도 정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 일전에 만나던 사람이 '결국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 같아'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은 나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한 말이 아닌, 그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가 되게 근사해보였더랬다. 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좋은데? 라고 그 순간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난 후에는 '그래봤자 실천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말하는 대로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일찍이 파악했더랬다. 옳은 것을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고, 거기에 대해서라면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면생리대를 쓰는 것이 환경에 더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시작해야 겠다고 늘 벼르고 있었다. 빨아서 쓰는 건 불편하겠지만, 그렇지만 쓰레기도 나오지 않고 몸에도 더 좋대, 라는 말들을 무수히 들어왔고 그래서 '그래 면생리대를 쓰자' 라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미루기만 했더랬다. 나는 환경을 생각해서, 지구를 생각해서 면생리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천으로 바로 옮기지 못했던 거다.


시간이 흐르고나니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몸은 더이상 일회용 생리대를 견뎌내지 못했다. 생리를 시작하고 일회용 생리대를 착용하기만 하면 생리대가 닿는 부분의 살이 부어 올랐고 아팠다. 걷기조차 힘든 날들이 며칠간 지속되었고, 십대 시절 생리를 시작할 때부터 일회용 생리대를 써왔는데, 내 몸은 이제 면역력이 너무 약해진건가 나의 노화를 탓했다. 더는 늦출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면생리대를 찾아 착용하기 시작했다. 당장 몸에 닿는 부분들의 아픔이 사라졌고, 내가 이제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면생리대를 사용하고나서부터는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괜찮아, 면이 닿을거야, 하면서 안정적인 마음과 몸의 상태가 되었다.



이 책의 주된 관심사는 윤리적 채식주의다. 육식을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로 여기는 윤리적 결정에 따른 채식주의다. 그러나 이런 의식에서 채식주의를 수용한 예는 우리 문화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은 많은 사람이 남몰래 채식주의를 즐기도록 부추겼다. 이런 채식주의는 동물을 향한 관심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서문, p.52



지구를 위해서 면생리대를 써야겠다는 나의 생각은 '윤리적'이었지만, 그러나 그 윤리적 다짐은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행동을 하게된 건, 내 몸 때문이었다. 내가 고통스럽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지금은 탐폰을 사용하고 있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었다. 귀찮아서. 내가 하는 거라곤 고작해야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전부인가, 장바구니를 챙겨가지고 다니는 게 전부인가. 윤리적인 생각으로 행동까지 이어지는 건 고작 그게 다인가. 탐폰이 너무 편해서 다시 면생리대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역시 나는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우선시하는구나. 친구들 중에는 생리컵으로 바꾼 친구들도 있었다. 윤리적 실천으로 나아가려면 나 역시 생리컵으로 바꿔야겠지만, 그러나 이제 내게 생리할 날이 몇 년이나 남았다고, 그 중의 일부를 적응하며 보내기가 싫은 거다. 내게 맞는 컵을 찾고 적응하느니, 편하게 남은 생리기간을 살아가자, 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육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위의 인용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부당한 착취'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채식주의로 돌아서야 한다고 생각은 해왔다. 그러나 역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를 이제 덜 먹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보자, 라고 다짐하고 실행하게 된 건, 동물에 대한 부당한 착취 때문이 아니라, 내 몸 때문이었다. 요가를 좋아해서 즐기고 싶은데 몸이 너무 무거워서 잘 안되는 것 같은 거다. 그러다 박상아가 자신의 책에서 채식하고 나니 몸이 더 가볍고 요가가 더 잘된다고 했던 부분을 읽고, 그제서야 아, 내가 요가를 못하는 것도 무거운 육식 때문인가, 그렇다면 나도 좀 육식을 줄여볼까, 하게된 거다. 그래서 얼마간은 가급적 고기를 피했었고, 안먹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왔다. 단단히 마음 먹지 않으면 육식을 피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이 책의 서문 밖에 읽지 않았다. 20주년 기념 서문, 10주년 기념 서문, 서문, 넬리 맥케이가 쓴 서문.. 무려 서문만 네 개에다가 그 다음에는 감사의 말이 이어지는 통에 아직 본문은 시작도 못했다. 서문만 읽었는데도 겁이 난다. 이 책의 본문에서 펼쳐질 내용들이. 그동안 고기를 좋아했던 나를 얼마나 두드려 팰것인가.. 무섭다.

이십대 중반 사귀던 남자는 나에게 갈비살을 사주면서 말했었다. '너한테 점수 딸려면 고기를 사주면 된다고 그러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제기랄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담? 몇 년전에 다정하게 지내던 남자사람은 내게 '족발만 사주면 돈도 꿔주겠네' 했더랬다. 그만큼 고기와 나는 밀접한 관계였다. 지금도 밀접한 관계다. 나는 밀가루보다 고기를 더 소화 잘 시키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윤리적으로는 육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 행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언행불일치는 나를 괴롭게 한다. 그러니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읽는 일은 몹시도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는가보다. 소설..을 읽고 싶다. 나를 두드려패지말란 말이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내가 인상 쓰며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육식을 스톱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는 데 있다. 아마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거기에는 윤리적인 것 플러스 개인적 욕심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러보면 그렇게 윤리적인 사람은 못되는가 보다.




여성주의 관련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고 하지 못하는 바도 얼마나 많은지, 깨닫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한 건 또 얼마나 많은지 늘 놀라게 되고 또 늘 두드려맞게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가 역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혹은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 하려 했던 내 안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콕콕 찔러줄 것 같다. 모르고 산다면 편하겠지만, 이제와서 모르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많이 늦은 감이 있다. 돌이킬 수 없어버려.. 어쩔 수 없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을 일단 계속 가보는 수밖에. 가면서 행해야 할 것이 있다면 최대한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가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친구와 성경 읽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 15일을 경과했다. 매일 할당량을 읽고 서로 인증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게 된다. 그전에도 우리는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함께 하는 게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연락하는 게 오, 나쁘지 않다. 뜻밖의 기쁨이다. 매일매일 너와 내가 약속한 것을 지켜가는 데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다. 그래서 '함께'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함께한다면, 모든게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떤 것들은 함께하는 나름의 기쁨이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저마다 자기 고집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리 친한 사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함께 하는게 늘 즐겁지만은 않을 터.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함께 가는 길이 꼭 즐거우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함께'에서 오는 그런 기쁨이 있는 거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알라딘에 계속하는 것 같다.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도 하게된 것 같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요가를 한 날이면 여동생에게 오늘은 어떤 걸 했어, 메세지를 보내고 있고, 그런 기쁨을 알기 때문에 친구와 성경도 읽게 된 것 같다. 수많은 것들을 혼자 하고 혼자 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어제 오늘은 '함께' 에 대해 생각했다.


며칠전 언급한 드라마 <브리저튼>에서는 '다프네'와 '사이먼'이 결혼해서 '함께' 산다. 그들은 그 큰 저택을(집이 우리 회사보다 더 크다) 함께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큰 집에 그렇게 많은 일꾼들을 관리하는 일은 머리 아프겠지만, 함께 추구하는 것이 있고 거기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그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줄 것 같다. 그들이 함께 하는데 있어서 가장 즐거운 건 사실 집 관리, 사람 관리라기 보다는 틈만 나면 섹스하는 거겠지만... 뭐, 젊을 때 한창 사랑하면 그러기도 하고 그러지... 늬들도 내 나이 되면.. 그래, 즐겨라, 인생을 즐겨... 나중엔 꼼짝하기 싫어서 하기 싫어지는 때가 온단다... 아니, 그 말 하려던 건 아니고,


함께 하는 기쁨을 내가 알고, 그러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행복을 역시 내가 알아도, 육식을 줄이는 것을 아직 누구랑 함께 하지는 못하겠다는 거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아직은 여기에 대해서는 방어막이 엄청 쳐있어서, 누구의 얘기도 듣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까 '줄여라' 내지는 '그만 먹어'라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가 않다. 여기에 대해서라면 내가, 순수하게 나의 생각과 의지와 다짐으로 실행으로 옮기고 싶은 그런 고집이 있다. 내가 고기에 대한 애착이 아직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육식의 성정치를 다 읽고 나면 나의 고기에 대한 마음은 어느만큼 작아져있을까? 아니 작아지기는 하는걸까? 육식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현재까지 자명한 사실이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떤 식으로 내가 행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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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1-11 15: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힘들었어요. 비건이 되기는 글렀구나 그런 죄책감도 살짝 들었고 이 죄책감이 위선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아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다락방님. 읽고 완전 쭈그리 되어버렸습니다. 2월 책도 힘들면 어떻게 하지요 엉엉 ㅠㅠ 울고싶다.

다락방 2021-01-11 15:10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비건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이 책을 다 읽어도 그런 결심을 하게 될 것 같진 않고요. 아마 조금 줄여나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마저도 잘 될지.. 제가 저를 잘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으면 또 그 땐 어떻게 될지. 저는 수연님의 이 책에 대한 감상이 참 좋습니다. 다들 이 책 읽고 변해야겠다, 변하자! 라고 했다면 저는 아마 거부감이 심했을 것 같아요. 수연님의 완독 후 감상 덕에 저는 그나마 조금 편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어요. 어떤 감상을 갖게 될지 나도 모른다, 의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불편하겠지만 읽어보고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괴로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읽어보겠습니다.
2월 도서는 이 책 보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기운 내요, 수연님!!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URL
쭈구리 된 수연님을 쫙~쫙~ 펴드리고 싶습니다🙆

2021-01-1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1-01-11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면생리대 + 생리컵을 쓴지 굉장히 오래되었는 데, (생리컵이란게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를 때 부터 썼었어요~! 5년 넘은 듯?) 1년 정도 적응하기 힘들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갠찮아요! 음, 케바케긴 하지만.. 그래두 한번 도전해보세욥!!! ㅎㅎㅎ (물론 컵을 쓰면 조금 편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생리는 아프고 싫다요.)
육식을 끊는다...역시.. 저는 끊는 것 까지는 아니고 줄이고는 있어요. 근데 이것도 순전히 지구에게 미안했던 입장이지 (ㅋㅋㅋ) 이게 페미니즘이랑 어떻게 연관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서, 책을 읽으면서 배워가려고합니다!!

다락방 2021-01-12 11:15   좋아요 1 | URL
저는 페이퍼에 쓴대로, 곧 완경예정이므로 탐폰 사는 것도 왕창 사는 걸 멈췄거든요. 곧 끝날 것이다, 하면서요. 남아 있는 생리 기간은 적응이라는 시간 없이 익숙하게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개인적 욕심..

저는 지구에게 미안해서 행동으로 옮기는게 그러고보니 별로 없더라고요. 순전히 개인적 욕심이더라고요. 지구를 위해 하는 거라고는 일회용품 안쓰기, 가급적 쓰레기 안만들기 정도가 전부인지라.. 그렇지만 순전히 저 자신을 위해 ‘육식을 줄이는 것‘을 선택해도, 그것이 곧 지구를 위하는 길이 되기도 할테니까, 앞으로 좀 줄여볼 생각을 갖고 있긴 합니다.

공쟝쟝님 이 책 너무 재미있어요!!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1-01-11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라리가 사피엔스 쓰면서 채식주의 됐다는 거 듣고 그래? 그랬잖아요, 제가.
거기서 돼지들의 곤란한 생활 나오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전 그 쪽이 강했어요. 동물들에게 우리가 너무하다.
근데 이게 환경이랑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성을 억압하는 것과 같이 작동된다는데.... 놀랐던 마음이 그대로에요.
처음 읽었을 때랑 비슷하네요, 지금도요.

다락방 2021-01-12 11:17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사피엔스.. 읽다 말았네요. 50쪽쯤 읽다 말았는데 역시 종이책으로 사야겠죠? (핑계)

며칠전에 단발머리님이 나의 사촌 레이첼에서 마녀사냥 얘기 하셨잖아요. 저는 아직 다 읽기 전에 그 말을 들었고 그리고 읽어가면서 ‘흐음, 마녀사냥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그러니까 마지막 장 한두장을 남기고 나서는 마녀사냥이 퍼뜩 떠오르는 거에요. 아아, 단발머리님이 이걸 본거구나, 하면서요.

제가 육식의 성정치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느낄 것이 죄책감이나 불편함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요, 본문을 시작하면서 놀랐어요. 저는 사실 좀 흥분과 기대와 신남으로 놀랐지만, 역시나 먼저 읽은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놀람‘이 찾아왔어요. 단발머리님,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님도 좋고, 나의 사촌 레이첼도 좋고, 육식의 성정치도 좋고, 책 읽는 것도 좋고요. 육식의 성정치 왜케 재미있어요? 너무 좋아요 ㅠㅠ

붕붕툐툐 2021-0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썼어요. 물론 엄마의 헌신적인 빨래 덕분이었는데, 탐폰이나 생리컵은 쓸 엄두도 못내는 구식 인간입니다.. 하핫~ 저도 얼른 시작하고 싶네용~

다락방 2021-01-12 11:19   좋아요 1 | URL
초경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하셨다면,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셨겠네요 흑흑. 저는 정말 한동안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걸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답니다. 제 면역력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일회용 생리대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요. 흑흑.

탐폰은 처음 사용하려다가 실패했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쫄아가지고 시도했다가 다시 일회용생리대를 거쳐 면생리대 갔었는데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탐폰이 세상 편하더라고요. 와, 그 오랜 시간 생리하면서 이 편함을 선택하지 않았다니... 하면서 야속했어요. 지금은 탐폰 때문에 너무 편하게 살고 있답니다. 으하핫.

붕붕툐툐님, 얼른 시작하세요.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

han22598 2021-01-12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식의 성정치 이제 0.000001 % 밖에 안 읽었고, 그리고 제가 조금 냉소적인 사람이라...사람이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그리고 진짜 딱 책 한권 읽고 바뀐다고 생각하면 진짜 무섭기 때문에...ㅋㅋ 다락방님 우리 고기를 너무 멀리하지 맙시당 ^^ 저는 서문 아주 조금 읽어서 그런지, 페미니즘-채식주의자의 신박한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궁금증만 가지고 바로 책을 덮었다는 것이 함정 ㅎㅎㅎ)

다락방 2021-01-12 11:21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책 한권 읽었다고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콧방귀 끼는 사람이기는 한데요, 와, 본문 시작하고 나니까 육식의 성정치 너무 재미있어요. 너무 흥미롭고요, 막 확 와닿아서, 육식을 안하겠다는 다짐은 사실 아직 딱히 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이 앎에 대한 과정이 너무 좋아요. 이 연결고리를 살펴보는게 진짜 흥분돼요. 한님, 꼭 읽어보세요. 저는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일 때려치고 책 들고 조용히 까페 가서 읽고 싶은데, 일도 때려칠 수 없고 까페도 가서는 안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 ㅠㅠ

독서괭 2021-01-12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공감해요. 전 생리컵 도전해보려고 사두긴 했는데 도저히 적응하고 관리할 시간을 낼 자신이 없어서 못 뜯고 있어요 ㅠㅜ 면생리대도 빨 거 생각하면.. 휴.. 첫째 때 천기저귀 쓰면서 뿌듯했던 그마음 생각하면 언젠가 도전하고 싶긴 해요
고기고기는 저도 포기하기 너무 힘듭니다 ㅠㅠ 그래도 고기를 먹을 때마다 “양껏” 먹는다는 마음가짐만은 좀 바꿔보려고 해요.

다락방 2021-01-12 11:23   좋아요 2 | URL
저도 저에게 남은 생리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것 같아서 생리컵 적응 노력은 포기하기로 했어요. 지금 찾은 편한 상태를 가져가자, 익숙함을 선택하자, 곧 끝날텐데..하면서요........
고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저에게는 아직 너무나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은 해보려고요. 사실 그동안 너무 많이 먹기도 했고.... ㅎㅎㅎㅎ 조금씩 줄이겠다는 노력을 저도 해보려고 합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동물을 위해서 그리고 지구를 위해서요! 조금씩 줄이다보면 그보다 더 조금 줄이게 되고 또 조금 더 줄이게 되는 식으로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벼르다가 어제부터 성경책 읽기를 시작했다. 친구 한 명과 함께 읽기로 했는데 친구는 종교적인 이유로 읽고 나는 나의 앞으로의 독서생활을 위해 읽는다. 소설, 인문학, 여성학 모두 책을 읽다보면 '성경을 알면 더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침 친구가 소개해준 앱은 1년동안 매일 어느정도 읽어야 구약과 신약을 포함한 성경을 완독할 수 있는지 계획을 짜주었고, 그렇게 첫날인 어제는 창세기 1장부터 3장까지 읽는 날이었다.


아주 꼬맹이때부터 나는 크리스찬이었다. 사실 신앙이나 종교라는것에 대한 큰 의미도 모르는채로 그냥 교회를 다녀야 해서 다녔다. 지금은 아주 많이 후회되는 시간들이 그 안에 있는데, 교회를 너무 열심히 다니는 아이었던 것에 대해 그렇다. 국민학교 6학년때 예배 반주자를 했고 피아노에 천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피아노 학원에 가서는 다음주 찬송을 미리 연습해야 했다. 덕분에 6학년 1년은 피아노학원에서 찬송가만 쳤고, 그 이후로 내 피아노 생활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피아노학원의 젊은 여선생님은 그래서 내가 찬송가 반주만 하는 걸 싫어했다. 다른 걸 치기 힘들어진다고.. 다른 얘긴데,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던 다른 학급의 내 친구 한명은 나처럼 연습 없이도 악보만 주면 바로 쳐냈더랬다. 나는 피아노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아주 늦게 깨달았다. 그때도 뭔가 인정하기 싫어했건만..


반주자만 한 게 아니라 열심히 적극적으로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전도에도 힘쓰는 아이었다. 친구들에게 전화걸어 교회 가자고 하는 아이었고, 예배가 끝나면 동네를 돌면서 주보를 나눠주며 전도하기도 했다. 그 때는 그렇게 하는 줄 알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했던 게 너무 싫다. 무엇보다, 아이들 끌고 다니면서 그렇게 하게 뒀던 교회가 너무 끔찍하게 느껴진다.


가장 어린 시절 기억나는 성추행도 교회에서였다. 목사였다. 더 나이들어서는(그래봤자 국민학생이었지만) 성가대 지휘자인 집사였다. 둘다 아내가 있었다. 그런게 성추행 가해자에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물론 나에게 가해진 성추행은 '기독교'가 한 것도 아니고 '교회'가 한 것도 아니다. 그 안의 '남성'이 한거지.


나는 중학교 2학년때 갑자기 교회를 그만두었고 그 뒤로 교회를 가지 않았다. 그렇게나 열심히 다녔던 아이었는데 교회는 내게 가장 끔찍한 장소가 되어 있었다. 점점 자라면서 교회에 대해 더 싫은 점만 보게되었고 욕을 퍼붓고 싶었던 일들은 아주 자주 일어났지만, 사람들이 교회에서 다 나같은 경험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교회는 영혼의 안식처였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받아들여주지 않는 자신을 받아주는 유일한 곳이었다. 지금은 가족 중에서 엄마만 교회를 다니고 계시는데, 토요일에 교회를 청소하러 간다고 하실 때마다 머리꼭대기까지 빡이 차오르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엄마가 가서 다른 교회분들과 사교활동을 하시며 즐거워하시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타이르는 중이다.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엄마의 유일한 사교 활동은 종교활동이니까. 어떤 사람들은 아는 사람, 친구를 사귀는 것이 교회 안에서 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중단된 상태지만.



그러니 성경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어도 어떤 말씀들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 알고 있기도 하다. 친할머니는 어마어마한 교회 신자였고 권사님이셨는데, 창세기를 달달 외우고 계셨다. 많은 나이에도 사람들 앞에 나가 창세기 외우기 시범을 보인 적도 있는 분이다. 올케쪽 친척 중에는 목사님도 계시다. 그러니까 내 주변은 친교회적, 친기독교적 이라는 거다. 이런 내게 성경 읽기는 그렇게 낯선건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더 좋은, 더 넓은 독서를 위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창세기의 시작부터 걸리적거렸다.



창세기 2장 18절에서 이런 말씀을 본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아담을 먼저 만들고 흐음, 좋지 아니하네, '그(남자)를 위하여', '그를 돕는' 여자를 만들자, 하게 된 것이라는데, 내가 이 나이 먹고 이 정도의 삶을 살아오고 이 정도의 경험을 한 후에 읽는 저 구절은 성경책을 덮게 만든다. 함께 읽는 친구에게 돕게 하려고 만들었대, 아오, 나 어떡하지, 물었더니 친구는 내게 그랬다. "앞으로 계속 너 화나게 하는 말 많이 나올거야."


후. 애당초 저렇게 쓰여져 있으니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성경에 쓰여진 말씀대로 사는건 너무 당연한거 아니었을까.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게 뭐여 하겠지만 그 종교 안에 있다면 말씀을 따르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나는 이 '여자는 남자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는 걸 분명 얼마전에 어딘가에서 봤는데, 아 보면서 그 때도 이것이 뭣이여 했었는데, 아 그게 뭐였더라, 하면서 역순으로 내가 읽은 책들을 떠올리다가, 아아, 푸코, 푸코의 성의 역사에서 봤다! 했다. 그렇게 내 책장 앞으로 가 푸코 <성의 역사 4>권을 꺼냈다.




내 책장이 좋은 이유는 내가 원할 때 책장 앞으로 가 맞춤한 책을 꺼내들고 찾아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어제 김치찜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아아, 성의 역사 4권이다, 하고는 책장 앞에 가 책을 꺼내들고 원하는 부분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여러분은 알쥬?

















육체의 고백에는 부부의 의무에 관련된 부분이 나온다. 푸코의 주장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여러 철학자들이 결혼과 아내, 부부에 관해 쓴 것들을 추려서 공통적인 주제들을 정리해둔 부분인데, 거기에는 불평등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



자연적 불평등의 원칙. <창세기>에 의하면, 하느님은 먼저 남자를 창조하고, 남자에게 여자를 '보조자'로 만들어 주면서, 남자에게 첫 번째 줄에서 명령하는 역할을 맡긴다. 그는 머리이다. "남편을 우두머리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여자를 몸통의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상상해 보자. […] 바오로는 남자와 여자의 자리를 지정한다. 한쪽이 권위와 보호의 자리라면, 다른 한쪽은 복종의 자리이다." -<육체의 고백>, p.383



여성주의, 페미니즘을 접하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사람들의 기본 전제는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신체적 차이가 있지만, 차이는 차이대로 인정하고 차별하지는 말자는 것. 그런데 성경은 애초에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여자는 남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여자인 하와는 하나님이 따먹지 말라고 했던 선악과를 따먹었고 그것을 남자인 아담에게 권했기 때문에, 여자에게 아이를 낳는데 고통을 크게 하는벌을 내린다(창세기 3장 16절). 일전에 닐 게이먼이 자신의 소설 《멋진 징조들》에서 적그리스도인 아담 영, 천사,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악마를 등장시켜 말했던 이런 구절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러게나 말이야. 그 나무에다 화살표를 그어놓고 커다란 글씨로 건드리지 말 것이라고 해놓다니. 그다지 치밀하다고 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왜 그 나무를 높은 산꼭대기에 올려놓든가 멀찍이 떨어뜨리지 않았느냔 말야. 정밀이지, 그 분이 뭘 계획하고 계신 건지 궁금해지잖아." -<멋진 징조들> 中에서








아마도 저렇게 그분의 뜻에 의문(?)을 가져서일까, 멋진 징조들은 영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기독교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내친김에 오만년전에 읽었던 멋진 징조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책은 지금 내게 없지만 그러면 다시 사야겠군...



다시 푸코 성의 역사로 돌아가면, 하느님이 부러 불평등하게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평등이 갈등을 야기할 거라고 한것. 이건 사실 하느님의 온전한 뜻이라기보다는 성경을 해석한 자들의 몫이었긴 했을테지만, 어쨌든 창세기의 말씀 대로라면 도우라고(help) 만든 존재가 여자이긴 하다.



하느님이 양성에게 똑같은 능력을 나누어 주지 않은 까닭은, 이러한 평등이 갈등을 야기하고, 여자들이 첫 번째 자리를 놓고 남자들과 다툴 만큼 자만심이 커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열에 따른 예절과 평화의 필요를 조정하면서, 하느님은 우리의 생활을 둘로 나누어 남자에게는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을 맡도록 했고, 여자에게는 매우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을 부여했다. 그 결과 남자는 생활의 필수품 때문에 여자를 공경하게 되었고, 여자는 자신의 일이 열등하다고 해서 남편에게 반항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호보완성이 잘 이루어질 수 있기 위해서 남자가 자기보다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는 '상전'을 맞아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자기보다 가난한 여자를 고른다면, 그는 여자에게서 '보조자, 지지자 […]'를 찾은 것이다. 자신의 가난 때문에 갖게 된 불편한 생각으로, 여자는 남편에 대해서 온갖 정성과 관심을 쏟고, 복종하고, 헌신함으로써 모든 부부싸움의 원인은 제거되었다. -<성의 역사 4>, p.384-385




얼마전에 여행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거기에서는 중국의 외진 마을을 보여주었다. 여행자는 그곳의 사당에 들렀는데, 그 마을에서 모시는 신은 천지를 창조했다고 했다. 그 프로그램을 같이 보던 엄마는 "어? 그건 하나님이 하신건데?" 하셨고, 나 역시 어릴적부터 기독교였던 터라, 그러게, 하였지만,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신은 결국은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섬기는 자들에 따라서 기독교의 모습, 이슬람 교의 모습, 불교의 모습이 되는건 아닐까. 왜냐하면, 하나같이 종교들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하질 않았으니까. 이는 '수 로이드 로버츠'의《여자, 전쟁》에서도 아주 잘 드러난다.


나는 책장 앞으로 가 그 책도 빼내온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감비아로 가 이슬람교의 우두머리인 '이맘'을 만난다. 그곳은 어린 여성들의 성기를 절단하는 할례가 이루어지는 곳이었고, 한번도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살아본적 없는 남자사람 '이맘'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여성의 성기에 대해 연설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이것이 이슬람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져온 이유이며, 우리가 그것을 실천하는 이유, 또 그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유입니다."

배석한 남자들이 동의의 뜻을 담아 연신 끄덕거리는 분위기에 취해, 이맘은 말을 계속했다. "FGM은 여성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할례할 때 잘라내는 것은 매우 가려운 부위예요. 너무나 간지러워서 그걸 완화하려면 철수세미로 문질러야 할 정도라고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말이죠, 할례를 하지 않은 여자는 축축한 분비물이 나와요.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옷이 잔뜩 젖을 지경이라 공공장소에 있다면 정말 망신스러운 일이 될 거예요."

이쯤 되자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여자로서, 약간의 분노를 담아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클리토리스를 가진 채 60년을 살았어요.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는 능글거리는 눈빛으로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요, 당신은 일반적인 여자들과는 좀 다른가보죠."

앞선 무식한 주장보다도 이 웃음에서 더 이상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만일 그가 진심으로 어린 여성들의 성기 절제가 신의 섭리이고, 여성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웃지 않았으리라. 그는 자신이 내뱉는 말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 자체가 성기 절제는 오직 여성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그가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 전쟁> p.28-29




할례가 아예 없어지진 않았지만 그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여자 전쟁 속에서 할례의 문화 속에서 살던 여자가 그를 피해 도망치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수많은 여성들은 보조자의 돕는 위치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돕는 것은 돕는 것대로 물론 충분히 의미있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러나 앞에서 이끄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것을 할 수 있고 하고싶어 한다면, 여자들이라도 그러하면 된다. 여성들이 보조적 위치에만 있지 않겠다고 항의하고 나서고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애초에 신이 인간을 빚었던 그 의도보다 여자들이 더 똑똑하게 진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훔친 이래로, 초기 기독교 교부들은 여성은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된다고 경고해왔다.- <여자 전쟁>, P29


여자 전쟁 얘기가 나온 김에 아일랜드 얘기를 덧붙여보자면,

대체 아일랜드의 종교단체가 운영한 세탁소 체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1767년 처음 문을 열었던 세탁소는 200년 이상 지속되어 마지막 세탁소가 1996년 문을 닫았다. '타락한 여자들'로 낙인 찍힌 여자 수만 명이 창피해하는 가족들과 위선적인 사제들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 도덕적 탈선으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킨다는 명목이었다. 단체의 이름은 예수의 추종자 가운데 한 명이자 '회개한 창녀'로 일컬어지는 막달라 마리아에서 비롯됐다.

여성의 성에 대해 성모마리아가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세운 이래 남성들은 이에 대비되는 '타락한 여자' 에 집착해왔다. 초기 기독교의 현자로 통하는 성 예로니모는 4세기에 "여성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글을 남겼다. 13세기에 발의된 교회법Canon laws은 여성 감금을 정당화했다. "추악한 육욕으로 인해 결혼의 침상을 내버리고 타락한 여성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종교에 귀의한 여성들이 있는 수녀원에 배속시켜 영구적인 고행을 하도록 해야한다" 19세기 초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사상이 인기를 얻었고 대부분의 대형 세탁소가 이때 지어졌다.-<여자 전쟁>, p.86




나는 아직 성경을 다 읽기 전이고 또 다른 종교서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신이 어떤 식으로 그 다음을 말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신이 여성을 감금하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만, 신이 남자를 먼저 만들고 그를 위해 여자를 만들었으며, 선악과를 따 먹은 것 역시 이브의 원죄라는 것. 그 사상은 아마 대대적으로 내려온게 아닐까. 그것이 후세에도 '여성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것이고, 결국 남자들의 기준으로 '타락한' 여자들은 막달라 마리아의 이름을 빌어 감금하게 한게 아닐까.


어느 정도냐면, 타락한 여자들만 보내는 게 아니라 타락할 위험에 빠질 것 같은 예쁜 소녀들도 보내진다.


아일랜드에서는 전통적인 아일랜드 도덕 관습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누구에게나 '타락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너무나도 쉽게 붙였다. 창녀는 물론이고 근친상간이나 강간 혹은 사고로 인해 임신하게 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됐다. 어떤 여자들은 심지어 '예방 차원'에서 세탁소로 보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수녀들은 외모가 특출하게 빼어난 소녀들을 '타락할 위험이 높다'며 세탁소로 보냈다. 메리 메릿은 아마 반항기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세탁소에 보내졌고, 그것이 파멸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엄격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와, 노동자를 공짜로 부려먹으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종교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들 세탁소는 그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확보했다. -<여자 전쟁> p.88


나쁜 건 제속도를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더 나빠진다. 타락한 여자들을 감금하고 노동시키는 것도 그러했지만, 여자는 결혼한 이상 남편의 성관계를 거부해서도 안되고 임신하고서는 아이를 낳지 않아서도 안된다.


아일랜드 의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성의 골반이 너무 작아 자연분만을 하기 힘들다면 골반 뼈를 부러뜨려서 출산하도록 처치한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쇠톱을 가져오는 걸 봤습니다." 노라 클라크Nora Clarke가 기억을 떠올린다. "정육점에서 동물을 자를 때 그걸 사용하는 걸 봤기 때문에 이사가 가져온 게 쇠톱인 걸 알았죠. 그 의사는 내 뼈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피가 샘처럼 솟아올랐고, 사방으로 튀었어요. 간호사들은 뼈를 자르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혔어요. 의사는 피가 안경에 튄다며 화를 냈고요." -<여자 전쟁> p.98-99



오늘은 창세기 4장부터 7장까지를 읽었다. 아담과 하와의 자식인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은 가인의 농사지은 제물은 받지 않으셨고 아벨의 제물인 양은 받으셨다. 왜 자기의 제물은 받지 않았는지 가인은 분노하는데, 나 역시도 왜 내가 준 건 안받고 쟤가 준 건 받지? 하면서 또 어리둥절 해지는거다. 이 부분 읽다가 친구에게 말하니 친구는 영어로 번역된 부분을 찾아 보여주었다. 가인이 드린건 자신이 농사지은 수확물이었으되, 영어에서 아벨이 드린건 '첫번째' 이며 'the best' 라고 했다. 음..



고작 창세기의 7장까지 읽었을 뿐인데 양미간에 주름 뽝지는 부분들이 여러차례 나오고, 그렇지만 이야기로서 재미있다. 좀 어이없는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이렇게 빡이 쳐서, -친구가 하와를 만난 부분의 영어 번역본도 보내주었는데, 너무나 당당하게 'for him' 이라고 써있었다- 내가 이 성경 한 권을 앞으로 읽어내는 일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을 읽는 나의 입장은 '비종교인'이며 '성인 여성'이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나는 성경을 읽다가 이렇게 여성주의 책을 떠올리는 일이 빈번하게 있지 않을까.


아무튼 오늘은 좀전에 오늘의 읽기를 마쳤다. 마음먹은 이상, 다 읽어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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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0-12-29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교여서 성경은 당시 배경에서 쓰인 역사 철학책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편이에요. 맞는 말도 많지만 아닌 말도 많아서요. 근데 안 읽을 순 없어요. 영문학을 공부하려면 한 손엔 성경 다른 한 손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말을 늘 듣다보니까요. 일단 읽어두면 외우고 있진 않더라도 서양에서 쓰인 대부분의 책 속 메타포가 뭔지 조금은 알것 같아지기에 저도 읽은 것 같아요. ㅎㅎㅎ
하다못해 굽 갈라지고 꼬리가 구불거리는 네발달린 짐승 먹지 말라는 말도 콜레라 때문이겠지 하고 그냥 넘겨요. 기독교인들이 그렇다고 해서 돼지고기 다들 안 먹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구약을 공통으로 믿는 유대교 이슬람교에서도 거의 이슬람교만 지키는 거 같고 구약보다는 기독교에선 신약이 더 중요한 거 같지만요.
그러고 보니 꾸란에는 그런 말도 나왔던 거 같아요. 여자들한테 너희는 남성들을 유혹시키지 말고 머리와 가슴을 가리고 체형 드러나지 않는 옷 입으라는 간접적으로 히잡을 하라는 구절이요. 아랍 방송에서 히잡 쓰거나 벗은채 나오는 여성진행자들 떠올려보면 그래, 여자들이 좀 이뻐야지 싶은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여성들이 타락하는 게 아니고 타락당하는 거 같기도 해요. ^^;;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0-12-29 11:06   좋아요 3 | URL
맞다 틀리다의 개념은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다를 것이고 또 이건 그냥 개인마다도 다른거잖아요. 나한테 상식이어도 다른 사람에게 상식일 수는 없을테니까요. 저는 어쩔 수 없이 비종교인에다 성인여성에다 여성학 책 읽기를 계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성경을 보게 되니 창세기에서부터 걸리적거려요. 그렇지만 그 안의 내용이 제 기준에서 틀리다, 잘못되었다 해도 읽는 재미는 있어요. 아담이 막 구백살 이상 살고 이런 거 읽으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아아, 나도 구백살... 이러면서요. ㅎㅎ
저도 페르소나님과 마찬가지로 제 앞으로의 풍부하고 질높은 독서 생활을 위해 성경을 읽어두는 게 좋을거라 판단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외우는거야 어림도 없겠지만 대부분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좋은 배경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읽어볼 참입니다. 계속 뭔가 걸리적거리면 그때마다 걸리적거린다고 말하고 쓰고 그러면 될테니까요.
아무튼 열심히 읽으면서 삽시다!

persona 2020-12-29 11:09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사람들마다도 또 생각과 기준이 저마다 다르겠어요. 넵. 파이팅입니다! ㅎㅎㅎ

비연 2020-12-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모든 글 중에 [성의 역사 4]라는 것이 가장 감동으로 다가오는... (성의 역사 2읽고 있는 자의 비애ㅜ)

다락방 2020-12-29 11:07   좋아요 1 | URL
제가 성의역사를 넣어 페이퍼를 쓸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비연님. 저도 저한테 감동했어요. 만세!! ㅋㅋㅋㅋ

2020-12-29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2-29 12:07   좋아요 1 | URL
히브리어를 안다면 성경을 읽으면서 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 친구도 히브리어로 읽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번역되는 과정에서 어떤 오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걸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히브리어로 읽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성경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겠지요.

저기서의 도움이 여호와는 나의 도움의 그 도움이라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성경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신 분들이 말씀해주셔야 제가 비로소 알게 됩니다 ㅠㅠ

그렇지만 돕는다는 단어가 하녀처럼 시중든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 여호와는 나의 도움할 때의 그 도움이라고 해도 저는 상황이 딱히 더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저 부분에서의 키포인트는 ‘그를 위해‘ 라고 생각을 하거든요.for him. 그를 위해 나중에 만들어진 존재. 어떤 식의 도움이든 그가 외로울까봐 혼자인 그를 위해 만드셨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는 보조적 의미로 여자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성경에 대해 계속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무래도 비종교인의 한계가 있는지라, 잘못 해석하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잠자냥 2020-12-29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문적 호기심 때문에 성경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요(다는 아니고요 ㅎㅎ) 성경의 어떤 구절은 차별과 혐오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 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 목소리는 대부분 그 옛날부터 성경을 풀이하거나 옮긴 그 남자들의 목소리겠지요. 암튼 빡치실 일 많을 텐데, 성경 읽기에 도전하신 다락방 님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0-12-29 13:28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잠자냥님. 애초에 기록하고 옮기고 해석하는 이들이 남자였을 것이니 자기들 좋을대로 기록하지 않았겠나 하고 말이지요. 아주 많은 명언들이 성경으로부터 인용되어지기도 하니, 읽다보면 저도 무릎을 탁 치면서 아아 너무나 좋은 말이다, 하게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부분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제가 제 생각보다 더 빡치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긴 하지만 ㅋㅋㅋ 그래도 잠자냥 님의 응원을 받고 열심히 완독의 길로 가겠습니다. 화이팅!

2020-12-29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9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0-12-29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앱 이름 가르쳐 주세요^^* 작년에 읽다 말았는데 저도 다시 해보고싶어요~☆

다락방 2020-12-29 15:10   좋아요 3 | URL
미미님 그 앱은 <갓피플성경통독> 입니다. 이 앱 설치후 바로 그 앱에서 성경을 읽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성경책으로 읽고도 표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북으로 사서 읽고 표기중입니다. 기준은 365일 한 권 완독으로 했고요. 그렇게 설정하니 첫날은 창세기 1-3장 둘째날은 4-7장으로 나오더라고요. 후훗. *^^*

청아 2020-12-2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자마자 신나서 그만 ‘쿠팡‘에다 갓피플성경..을 검색 (@_@;)ㅋㅋ 덕분에 이래저래 내년이 두근두근해가 되었어요.

다락방 2020-12-29 15: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내년에 우리는 계획했던 바를 그리고 원하는 바를 다 이루도록 합시다. 뽜샤!!

공쟝쟝 2020-12-2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성경을 읽다니.... (생각해보면 걔도 그냥 책인데 왜 책이라는 생각이 안들죠?)
다락방님 이제 성경을 뚜까패는 겁니까? 😚 그거 넘 좋아 ㅎㅎ

다락방 2020-12-30 07:55   좋아요 0 | URL
뭐든 다 덤볏! 다 뚜까패버리겠다! 덤벼덤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제 지식의 확장을 위하여. 샤라라랑~

2020-12-30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31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ngsujihyun 2021-01-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밀렛의 성정치학을 읽다가 문득 하느님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당연 남성으로 표현되는것이 이상도해서 재미삼아 네이버 검색했는데 이런 대단한 독서력의 해박하고 진솔한 글을 접하게 되었네요, 책읽기 좋아하는사람으로 서로의 서가를 교환해서읽을수있다면 참좋겠다 잠깐 생각했습니다. 푸코의 책을 읽어봐야겠다싶습니다,좋은글 잘 읽었어요, 멋지십니다~!!.

다락방 2021-01-07 09:18   좋아요 0 | URL
하하 감사합니다. 이렇게 우연히 방문해주시고 또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요.
푸코 <성의 역사>는 너무 읽기가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독서 근육을 좀 더 키운 후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했답니다.
케이트 밀렛의 <성정치학>은 재출간을 너무 기다리던 책이었고, 재출간 되자마자 갖추어둔 책입니다. 그런데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네요. 자꾸 다른 책들에 뒤로 밀려요. 얼마전에 그 책 다 읽은 제 친구도 너무 좋은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곧 읽겠습니다.

 

2021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됩니다. 두둥-



1월, 캐럴 J. 아담스 의 《육식의 성정치》입니다.

불편하지만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네, 제가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푸코 읽은 사람이고, 푸코를 읽다보면 푸코를 제외한 다른 모든 책들은 겁나게 재미질거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자, 우리 육식의 성정치를 읽읍시다.
















2월, '캐롤 페이트먼'의 《여자들의 무질서》

348쪽 밖에 안되니까, 우리 2월이라는 짧은 한 달동안 충분히 읽을 수 있잖아요? 하하하하.

348쪽, 이제는 우스운 것..
















3월, '낸시 홈스트롬' 《사회주의 페미니즘》

3월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달 아니겠습니까? 새학기를 맞이하는 기분으로다가 두껍게 한 번 가주시죠.

무려 832쪽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같이읽기가 아니라면 여러분, 이거 혼자 못읽어요.. 같이 읽어야 읽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입니다!

3월, 새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고고씽!


















4월, '바버라 에런라이크', '디어드러 잉글리시' 《200년 동안의 거짓말》

여러분, 4월이 과학의 달인거 다들 아시죠? 과학의 달에는 과학.. 책을 읽어야 하잖아요?

과학이 어떻게 여성의 삶을 조작했는지 우리 한 번 들여다보죠!
















5월,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 '메리 셸리' 《메리, 마리아, 마틸다》

5월, 우리 문학을 한 권쯤 읽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7년에 저는 '올해의 소설'로 '메리 셸리'의 의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하기도 했는데요, 그 해에 프랑켄슈타인 리커버 소개에는 제 리뷰가 추천으로 올라가있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자랑자랑.

여튼, 읽어봅시다, 문학적으로다가!



















이상, 5월까지의 책 선정을 공유합니다.

만약 중간에 너무나 좋은 여성주의 책이 새로 나온다면 일정이 바뀔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현재까지 5월의 목록은 위와 같고,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좀 더 찾아보고 앞으로의 리스트를 결정하게 되겠지만, '코델리아 파인'의 《젠더, 만들어진 성》이 현재 절판이라 선택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이 글을 혹시 볼지도 모를 출판관계자 여러분들, 저 책 개정판 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중간에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 관련 책들 개정판이 나온다면 거침없이 리스트에 추가할 것입니다. 제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들과 포르노 관련 도서를 함께 읽고 싶습니다. 혹여 포르노 관련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면 도서관 대여료 안드레아 드워킨이나 캐서린 맥키넌의 책들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최근에 출간된 책으로는 《포르노 랜드》가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느라 힘들었습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시작한 이래 늘 해당월에 완독했던 사람이라 그 기록을 깨기 싫었고, 무엇보다 읽자고 이 모임을 조직한 것 자체가 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만큼은 포기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힘겨울 때가 있었고 으앗 포기할까 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끈질기게 이어왔는데, 푸코 성의 역사는 아, 정말 대단한 위기였어요. 꾸역꾸역 읽으면서, 내용 파악을 하나도 못하고, 그저 글자만 좇아 읽으면서,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그래도 읽었다는 것, 완독했다는 것은 나에게 남는다,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는 내게 남아 나중에 빛을 발할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달래가며 결국 완독하였습니다. 의지의 다락방, 정말 대단하다 ㅠㅠ 여튼 그렇게 푸코 성의 역사를 끝으로 저는 2019년과 2020년 2년여에 걸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모두 완독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출처'에 대해 생각합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결국 여성의 말과 생각으로부터 출처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고요.

소위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남자 여러명이 나와 말과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명민한 생각이나 표현이 발현된다면, 그 프로를 본 시청자들은 인용하고 퍼뜨릴텐데, 그 출처는 모두 남성들의 것이잖아요. 저는 그 출처를 여성들의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 이거 누가 말했잖아, 아 그거 누가 그랬는데, 라고 떠올릴 때 퍼뜩, 여성의 말과 생각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출처에 여성의 말이 더 많이 인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에 나올 때, 언론에서 인터뷰를 딸 때, 남성들의 것과 균등한 비율로 여성들의 것도 함께 따야겠지요. 남자들만 우르르 불러서 세상에 대해 논하게 하지말고, 비슷한 비율로 여성들도 불렀으면 합니다. 철학에, 의학에, 과학에, 법학에 더 많은 여성들이 더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그렇게 여성들의 말에서 나온 출처를 늘려가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늘 망설이셨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함께 읽으시고요, 굳이 참여한다고 댓글 달지 않더라도 수줍게 본인의 공간에서 읽으셔도 좋습니다.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함께 읽노라면 다른 분들이 같은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엿볼 수 있어서 꽤 즐거운 경험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그럼 이만 안녕, 여러분!


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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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28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감동 🤩 내년에도 성실하게 꾸준히 가급적 많은 페이퍼로 함께 하겠습니다, 락방님 👍🏻💎🙋🏻‍♀️🥰💃🏻

다락방 2020-12-28 09:17   좋아요 1 | URL
수연님 이번 해에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이왕 하는김에 지치지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2021년에도 꾸준히 해봅시다. 힘내서 함께 가요! 뽜샤!

syo 2020-12-28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 망했어..... 자신감을 잃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2-28 10:01   좋아요 1 | URL
아오 진짜 푸코 정말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0-12-28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완독은 약속 못하지만
(내년 목표중 하나 약속 자제;) ‘육식의성정치‘읽고 싶던 책이라
저도 발을 담궈 보렵니다ㅋㅋ‘출처 가져오기‘ 깊이 공감합니다!

다락방 2020-12-28 10:17   좋아요 1 | URL
1월 요이땅, 하면 미미님, 육식의 성정치 같이 읽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읽으실테고 그렇게 수시로 관련 글들도 올라올 거에요. 그 책 자체가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같은 책 함께 읽으면서 즐겁게 보내봅시다!

단발머리 2020-12-28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선정하신 책들의 면면이 정말 화려하네요. 특히 3월도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예전에 혼자 읽다가 완독하지 못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서 더욱 반갑기도 하구요.
함께 읽는 분들의 눈부신 활약과 눈팅하시는 모든 분들의 새로운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 아자아자 뽜야!!

다락방 2020-12-28 11:16   좋아요 3 | URL
히히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해주어서 너무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덕에 제가 여기까지 함께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주신다면 제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님은 나의 힘!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책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엄두가 안나던 백래시도,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도 여러분과 함께 읽으니까 다 읽더라고요. 이렇게 벽돌책들을 다 정복해봅시다. 아자아자 뽜샤뽜샤!

2020-12-28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8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0-12-28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전 왜 푸코에 도전의식이 생기는 걸까요? 이웃님들 반응보면 저는 3장 못 넘길 거 같긴 한데..ㅋㅋ 육식의 성정치는 제목이 흥미롭군요~ 저도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0-12-28 16:33   좋아요 2 | URL
붕붕툐툐님, 푸코에 도전의식 생기신다면 거침없이 도전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 제발 정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대신 누군가가..... ㅋㅋㅋㅋㅋㅋ
육식의 성정치 1월에 같이 읽어요, 붕붕툐툐님! 후훗.

블랙겟타 2020-12-2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읽을 책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네요 배가 ㅋㅋㅋㅋ

다락방 2020-12-30 07:55   좋아요 1 | URL
3월...너무 기대되지 않습니까? 8백쪽이 넘는 책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ink123q34 2020-12-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에 대해 쓰신게.. 이렇게 당연한 일이 이렇게 먹먹하고 이렇게 울컥해요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보고 알라딘에 이런게 있네 하고 처음 봤을때 너무 어렵고 거대한 일로 느껴졌거든요ㅋㅋ 그래도 대충 한번 도전해봐야지~ 하고 생각났을때 찾아본 순간 책이 딱! 성의역사더라고요? 이런 뛣..ㅋㅋ 다음 책 뭘까 기다렸어요! 새해에 운동하기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대충 첫책 1장만 도전해요 저도 통 수줍은 편인데 침묵보다 말하기를 하라고 하길래. 또 다른 목소리의 수줍이들이 하나하나 같이 읽으면 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볼게요 :D

다락방 2020-12-30 13:47   좋아요 1 | URL
아이고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의역사가 하필이면 그때 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링크님,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는 제가 2018년 11월에 시작했거든요. 시작하다보니 지금처럼 고정멤버도 생기고 또 말없이 조용히 따라 읽어주시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 푸코 성의 역사는 제가 정말 선택의 실수라고 보는 책으로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다가 토할뻔 했어요 너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육식의 성정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육식의 성정치는 같이 읽어요, 링크님! 1월 한달 동안 같이 읽는 분들이 수시로 페이퍼 써주실텐데, 그 글들과 더불어 책을 읽으신다면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헤헷, 1월에 같이해요! >.<

han22598 2020-12-31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둥. 드뎌 1월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 다락방님을 알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2021년 복 많이 받으시고, 계속 그곳에 있어주세요 ^^

다락방 2020-12-31 08:18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1월, 육식의 성정치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두둥- 한님과 함께 육식의 성정치 읽을 생각을 하니 너무 기대됩니다. 우리 육식의 성정치로 이곳 알라딘에서 만나요. 샤라라랑~ ㅋㅋㅋㅋㅋ

저도 한님을 알게되어 기쁜 한 해였습니다.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우리 내년에도 힘차게 만나요. 힘차게 만나서 열심히 읽고 씁시다. 저는 가급적 계속 이곳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