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게 거부감없이 수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미러링을 통해 표현된 언어의 원본은 ‘일간베스트‘ 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생산되고 누적되어온 여성혐오 발언과 철저하게 대립쌍을 이루고 있다. 이 대립의 구조는 미러링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순간그의 원본이 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함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도록짜여진 언어적 전략이다.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을 수용하는 사람의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로 만드는 구도인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 P72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원본의 폭력성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격한 표현들이 미러링의 전부인 것처럼 재현되지만, ‘여자가큰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좀 할 수 있지‘, ‘역시 큰일은 여자가 해야‘ 등 일상에서 오가는 언어를 비튼 표현도 존재한다. 온라인 공간의 여성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이런 종류의 표현은 원본의 차별성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자체로 여성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기도 한다. - P72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들의 언어 생산물이 ‘절대로 원본(의 폭력성과 현실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미러링을 만들 수 있었다. 여성들의 신체적 감각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는 누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여성들이 그동안 노출되어왔던 여성혐오적인 게시물의 규모와, 거기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얼마나 주목해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P73

오프라인 시위 현장에서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리는 행위는 1차적으로는 신변과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지만, 그동안 내가 하는 말의 내용이 아닌 여자로서의 내 얼굴이 말의 가치와 진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던 경험에서나온 것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과의 개인 인터뷰를 철저하게 통제하는것 역시 그동안 여성들이 언론과 맺어온 관계에서 비롯한다. 여성들은자신의 말을 언론이 보태고 자르기를 통해 어떻게 소비시킬 수 있는지를알고 있으며, 노출된 한 사람에게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있다. 한때의 ‘영웅‘이 어떻게 ‘마녀‘로 몰려 매장당하는지를 보아온 탓이기도 하다. 더불어 여러 가지 의제가 뒤섞인 사회운동이 그 ‘배후‘와
‘순수성‘을 묻는 질문 앞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본 한국인으로서의 여성은 시위를 하나의 의제를 목적하는 것으로 통제하고, 개인이아닌 조직의 이름을 내세워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을 차단하기도 한다. - P74

다음의 사진은 디지털 매체에서 시작된 여성들의 싸움 성과가 가장전통적인 매체에 의해 재현된 모습이다. 『타임』 지는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을 선정했다. 표지는 여성들이(2016지금까지 무엇을 이뤄왔는지를 영광스럽게 재현하면서, 우리가 불안 때문에 무엇을 ‘못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징적 기호를 담고 있다. 표지의 오른쪽 아래에 드러난오른팔의 모습이 그것이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이 여성은 이미 당한성폭력에 이어 자신과 가족들이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려움을 이기고 침묵을 깬공로를 인정받는 상황에서조차 여성은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 P75

여성들의 불안이 사회적이고 젠더화된 감정인 만큼, 익명의 여성이느꼈을 불안은 자신이 달성한 성취의 영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개인적 차원의 안타까움 이상의 파장을 갖는다. 가령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위한 시위가 끝난 뒤, 학교 본관을 점령했던 기간 동안쌓아왔던 시위 관련 데이터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여전히 공포의 기억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교내의 모니터에는 시위 관련 장면을 띄울 수 없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금기시된다. ‘시위와 관련된 기억을 모든 세상이 다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고백하는 학생도 있다. ‘여성혐오‘라는 말이 한국 사회의 공론장에 나오기전부터 여성혐오의 대표적인 피해자였던 학생들은 끝내 익명성을 선택했다(진명선, 2017.11.13). 이렇게 여전히 내재된 불안이 여성의 성공 경험 명명과 기록을 방해하는 탓에, 우리는 그녀들이 누구이고 무슨 일을했는지 아직 다 알 수가 없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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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변하지 않는 여성의 모습
    from 마지막 키스 2022-09-21 08:09 
    아, 진짜 이 책 너무 좋다. 두번째 꼭지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까지 읽었다. 제일 처음 김예란의 글도 너무 좋았는데, 백지연의 글도 진짜 너무 좋다. 그간 학자들도 그렇고 스스로 옳다고 확신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여성들의 미러링 말하기에 대해 비난하는 걸 익히 들어왔는데, 백지연은 미러링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잘 밝혀주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말하기를 시도하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젊은 여성
 
 
공쟝쟝 2022-09-2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해하는 부장님 💪

다락방 2022-09-21 07:49   좋아요 1 | URL
페이퍼 쓰는 중입니다 ㅋㅋ

공쟝쟝 2022-09-21 10:41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은 다락방에게 글을 쓰게 한다! 참 조흔 사상이다!
 















이 책의 가장 첫꼭지 '김예란'의 <행복을 향한 그녀들의 움직임: 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을 다 읽었다.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좋았는데, 일단 김예란 이란 저자가 아주 많은 책들을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겠다. 참고 문헌을 여러개 가져와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는데, 그만큼의 책들을 읽어서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는거란 생각을 하면, 역시 책은 읽어야 되고 공부는 해야되는 것 같다.


푸코는.. 성의 역사를 글자만 봐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겟는 그런 사람인데, 김예란은 푸코를 비롯한 다른 철학자들의 글들을 가져오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과는 다른 상태임을 분명히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행복은, 내가 지금 슬픔과 고통에 침잠해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치고 나가 나은 상황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 거기서 얻어지는 것들이라는 거다.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하는 바, 그 과정에서 저자는 부정과 긍정이 서로 반목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긍정과 부정, 강함과 취약성 같은 언뜻 대립적으로 보이는 원리들의 결합 가능성을 제시한 하나의 시도를 로지 브라이도티(2016)의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브라이도티는 기쁨과 긍정의 축을 검토한 후에, 긍정과 기쁨의 원리 안에 필연적으로 현존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취약의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삶의 과정에 결코 부인하거나 피할 수 없이 고통은 존재하며 취약한 주체는 그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이 상처는 "열린 상처"다. 그 상처가 주체에게 어떤 이후의 미래를 가져올지는 미리 알 수도, 정해져 있지도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따라서 브라이도티의 시각에서, 애초에 "긍정 대 취약affirmation versus vulneragility"이라고 흔히 대립적으로 이해되어온 짝패는 점차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필요로 하며 서로 타협하고 포용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p.30



우리는 이미 유명한 애니매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기쁨과 슬픔이 서로 반목하는 것이 아님을 배우지 않았나. 주인공 라일리 안에 있는 기쁨이와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 라는 감정들. 언뜻 보면 기쁨이가 가장 긍정적인 감정이고 중요한 것 같지만, 기쁨이가 찾아들기 전에 슬픔이가 먼저 찾아왔었다는 것을 그 애니매이션에서는 보여준 바 있다.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을 가져와 설명해주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취약성이란 단어에 꽂혀 도대체 어느 책에 나온건가 참고문헌을 보았는데, 이미 《위태로운 삶》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와있더라.
















오늘 책 10만원어치 샀는데 나중에 위태로운 삶의 존재를 알게 되어... 내가 어떻게 할지는 신만이 아시겠지.



자,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김예란은 미투를 포함한 자신의 고통을 발화하고자 햇던 여성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다는 것을 얘기한다.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이런 긍정적인 일만 일어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그러나 그녀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몸이 당한 고통을 말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복-취약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내가 아닌, 취약성을 끌어안고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견디고 주체적으로 지금과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기-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그런 그녀들을 위해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너무 좋은 글이었고 꼭 필요한 글이었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을 사게 하는 글이었다(응?).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게 아닌, 주체적으로 자기의 행복을 찾아 나서고자 행동하는 여성들을 나 역시도 지지한다. 그들이 찾고자 하는 -기존의 것, 기득권자의 것이 아닌-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다. 그런 그들은 이미 가진 자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불편한 존재이겟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다.



이만 총총.



푸코의 윤리학 개념에서는 주체가 자아와 맺는 관계가 "궁극"의 목적으로 "절대화"되는 가운데, 그러한 "자아의 실천"이 "삶의 기술"을 이루는 근거 위에서 주체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을 설계, 실천한다(Foucault, 2005). 윤리적 주체는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기획하며 실천하는 방향과 방법을 (도덕에서처럼 객관적 규범을 순응적으로 준수하기보다는) 스스로 통솔한다. 둘째, 푸코에게 주체란 지식과 권력 체제 안에서 주어지거나 주조되는 대상일 뿐 아니라, 더욱 흥미롭고도 유의미하게도, 그것의 "바깥"으로부터의 사유, 혹은 "외부"가 기입되어 형성되는 존재이기도 하다(Deleuze, 1988:Foucault & Blanchot, 1989). - P22

이러한 윤리와 주체의 개념을 고려한다면 행복의 윤리적 주체는 이미 규범으로 정해지거나 주어진 것과 연관되는 동시에 다른 행복을 욕망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고투하는 과정 안에서 형성된다. - P23

행복의 윤리 실천에서 행복은 주체의 삶의 근거, 규칙, 방법론, 목표가 되는 동시에 한걸음 더 나아가 체제와 조건의 경계를 인식하고 그 너머를 추구하고 발명하는 사회정치적 함의를 띠게 된다. - P23

고통과 행복의 관계를 생각함에 있어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에 대한 해석은 귀중한 도움을 준다. 버틀러(2006)는 존재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자신의 정치윤리학의 근본 전제로 삼는다. 존재의 취약성이란 어느 누구이든 무엇이든 본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실존적인 약함precariousness이기도 하며, 특정한 사회질서 안에서 야기되는 구조적 취약성precarisation이기도 하다. 그러나 논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버틀러는 주체에게 부여된 실존적·구조적 취약성이 그 또는 그녀가 모든 존재들에 대해 책임을 저야 하는 윤리적 근거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내가 존재하게 되기까지 이미 나는 알거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존재-타인, 생물과 무생물, 환경, 세계 전체에 이르기까지-에게 의존하고 빚을 졌다. 나는 당신이 없다면, 다수 무명의 그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약한 존재다. - P28

그녀(사라 아흐메드)에게 있어 대표적인 킬조이와 우울의 주체는 페미니스트, 이민족, 성소수자로 그려진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찬미되는 세속적인 가치들에 불편과 이질감을 느끼고 세상 역시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 이들이 노상 불평과 불만을 제기하면서 질서와 조화를 깬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구별되어진 소수자들은 기성의 질서 안에서 자신의 다름을 감추고 침묵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러나 이들이 행동을 하고 말을 시작하여 소수성이 수행될 때, 세계 ‘일반‘이 유지하고자 하는 거짓된 흥, 부당한 즐거움, 헐거운 평화의 허상이 깨지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생성될 수 있다. - P29

긍정과 부정, 강함과 취약성 같은 언뜻 대립적으로 보이는 원리들의 결합 가능성을 제시한 하나의 시도를 로지 브라이도티(2016)의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브라이도티는 기쁨과 긍정의 축을 검토한 후에, 긍정과 기쁨의 원리 안에 필연적으로 현존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취약의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 삶의 과정에 결코 부인하거나 피할 수 없이 고통은 존재하며 취약한 주체는 그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이 상처는 "열린 상처"다. 그 상처가 주체에게 어떤 이후의 미래를 가져올지는 미리 알 수도, 정해져 있지도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따라서 브라이도티의 시각에서, 애초에 "긍정 대 취약affirmation versus vulneragility"이라고 흔히 대립적으로 이해되어온 짝패는 점차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필요로 하며 서로 타협하고 포용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 P30

누구든 실존적·구조적으로 부여된 취약함으로 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모든 존재가 자신이 처한 고통과 슬픔을 싸안고 견디는 시간을 살아가고 이것이 곧 삶이다. 그렇다면 삶의 긍정화란 취약성의 상황을 겪으며 견디어나가는 인내를 통해 이루어진다. 브라이도티에게 있어 고통과 트라우마가 낳은 수동성을 자각하고 이와 고투하며 초극하려는 자기 변화의 과정이 곧 긍정의 윤리를 이룬다. - P30

여기서 긍정화란 여느 누그의 삶에도 불가결하게 현존하는 고통이나 허약성의 문제를 부인하거나 피하려는 수사가 아니다.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견디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삶을 보존하기, 그 생기를 몸으로 체현하기, 다른 상태로 변화하며 새로이 태어나기를 의미한다. 취약성을 껴안음으로써, 긍정은 순진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견딤과 변화‘의 내재성을 함축하게 된다(Braidotti, 2006) - P31

중요한 점은 ‘비수동적인 인내‘를 가지고 ‘가능함과 불가능함‘ 사이의 모호하고 고통스러운 경계 자체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 호은 여성주의 관점에서 ‘취약성의 정치‘를 주장하는 아타나시우(2016)의 표현을 빌리면,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성과 더불어/그 안에서 노력하는 것, 취약성안에 고착된 불의에 저항하는 것‘, 그럼으로써 ‘취약성과 관계맺는 새로운 집합적 방식을 발명‘함에 있다(Athanasiou, 2016:258, 272-274) - P31

개인적 이익이 세계가 제공하는 이익과 합치할 때, 내가 세계에 적절하게 부합할 때 나는 ‘만족‘한다. 이와 달리 행복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현재엔 부재하는 것, 불가능한 것, 부인되는 것을 상상하고 추구하며 실현하는 힘이다(바디우, 2016:91). 결론적으로 행복은 주어진 경계를 넘어 성실하게 행하는 자기 형성의 사유이다. - P36

신자유적의고 자본주의적인 질서에 순응적인 행복장치로 포화된 현 세계에서는 더욱이 그 강고한 경계 너머 외부를 향하고 발명하는 도전적인 행복의 윤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지금 고통의 상처에 젖은 불행한 주체들이 다른 삶을 상상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대안적인 행복장치가 필요하다. - P37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은 결코 완료될 수 없으며, 그녀의 말은 열린 상처를 안고 행복을 향해 새롭게 움직이려는 의지의 발현으로서 존중되고 지지되어야 마땅하다. - P38

몸은 취약성과 행위성을 모두 지니며 "할 수 있음doing"과 "당함being done to"의 상충적 층위들이 한 몸에 얽혀있다(Butler, 2004:21-23). 아울러 주체의 취약성은 말의 차원에 있어서도 작동한다. 우리는 무엇에 대해 말할 뿐 아니라 무엇인가를 말로써 하고, 말은 그 자체가 효과를 발생시킨다. 몸과 말이 서로 구성하고 작용한다는 점에서, "말하기란 그 자체가 육체적 행위"이다(Butler, 1997:10) - P39

디지털 플랫폼에서 여성의 육체는 자기표현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야기하는 "불안정성insecurity"의 도구로 환원될 수 있다. - P41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트윗을 비롯한 디지털 네트워크 미디어가 상처 입은 여성들의 행복장치로 저유되고 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주어진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이용자의 의도와 희원에 따라 도전적인 젠더 실천의 장치로 변환된 것이다. 이 변환에는 단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그에 복잡하게 얽힌 육체와 정동과 언어의 작동들이 주요했으며, 특히 비참을 안은 자들의 행복을 향한 집합적인 의지가 작동했다. - P44

나아가 현재 미투지형에 내재한 한계와 향후 발전되어야 할 방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미투는 어느 정도 상징권력을 지녀 공적 공간에 위치한 남성(유명인 등)에 대해서 가해 남성에 비교할 때 약자지만 다른 여성들에 비해 우수한 상징자본을 가진 여성들(검사, 배우 등)이 미투를 수행할 때 사회적 처벌이 가능한 성격이 컸다. 이 구조는 상징권력을 가지지 않거나 매우 약한 정도로 가져서 언어적 전복이 불가능한 남성들이 여성 약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더욱 만연한 폭력에 대해선 그다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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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16 1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소름돋더라구요. 흥분되고요ㅋ
제가 궁금했던것들이 죄다 다루어지고있어서, 밑줄이 엄청 많아지고 다 중요해지는 중이라 한 번 읽는걸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푸코를 저는 아직 읽지 않았기에 아쉽기도 했는데 마침 정희진쌤을 통해 알게된 부분이 푸코의 말과 연결된단 느낌을 받았어요. 이건 제가 내일 한번 써보겠습니다. 일단 기쁜 마음으로 계속 열심히 읽으렵니다. 고고씽!!

얄라알라 2022-09-16 18:24   좋아요 2 | URL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와!

만만해 보이지 않는 텍스트인데, 희열을 안겨주나봐요.
전 아직 시작 못했는데 일단 다락방님 스타트!

[임신 중지]통해 사라 아메드 첨 알았는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 기대됩니다

미미 2022-09-16 18:40   좋아요 2 | URL
얄라님 얼른 같이 읽어요!!
이 책으로 함께 이야기 나눌것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2-09-19 09:51   좋아요 1 | URL
저는 두번째 꼭지 시작햇는데 또 너무 좋네요. 마침 어제 본 영화 <공조2>에 대한 빡침과 연결해서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거 읽을 때마다 하고 싶은 얘기 생기는 너무 좋은 책이네요. 씐나요! >.<

공쟝쟝 2022-09-16 23: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앍!!!!!!!!!! 짜릿해 진짜!!! 그거야 내 알바 아니다...... 아 진짜 어떻게 글 끝내야 하는지 아는 사람!

다락방 2022-09-19 09:52   좋아요 1 | URL
이 책 너무 좋아요, 공쟝쟝 님. 진짜 너무 좋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게 짜릿합니다. 흑흑 ㅜㅜ

공쟝쟝 2022-09-19 11:03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 그렇죠? ㅋㅋㅋ 젊은 여성연구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책만으로는 확실히 안되는 게 있어요!!! 그나저나 너무 짜릿해 하시니까 저도 내일쯤엠 꼭 페이퍼를 쓰겠음당 ㅋㅋㅋㅋ💕

독서괭 2022-09-17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글에서 제일 재밌고도 놀랍지 않은 내용은 10만원어치 책을 샀다는 부분이네요 ㅎㅎㅎ
저도 아침에 김예란님 이글 읽다가 애들 방해로 중단했는데, 사라 아흐메드 정동이론 어디서 봤는데? 퀴어이론산책하기에서 봤던 내용입니다ㅎㅎ 오호~ 어서 읽고 연결해서 페이퍼 하나 써야겠어용
버틀러의 취약성도 저책에서 봤던 것 같은데.. 봤던 것 같은 기억만 있고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는 게 함정🙄

다락방 2022-09-19 09:53   좋아요 1 | URL
그 10만원어치 책에 대해서는 방금전에 페이퍼를 올렸습니다. ㅋㅋ 다음주 월요일에는 책샀다고 책탑 사진 올릴 때 거기에는 딱 한 권의 책만 있게 하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흠흠.

사라 아흐메드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는데 얄라알라님이 임신중지라고 알려주셨네요. 아, 그랬구나. 저도 이름 들어봤다고만 생각했지 내용은 기억 안나요.

정동에 대해서라면 저는 윤김지영 쌤 생각났어요. 윤김지영 쌤이 책에서 정동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리뷰나 페이퍼 쓴거에는 정동에 대한 가져올 인용문이 없길래 나중에 책을 한 번 다시 들춰봐야겠다 생각하는 참입니다. 책 읽는 거 참 좋네요, 독서괭 님.
:)

얄라알라 2022-09-17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흐메드라고 하나봐요. 저 혼자 아메드아메드^^;;;; 근데 precarious 단어를 모를지라도 표지가 완전 실감나게 느낌 옮겨주네요. 다락방님 사시는 책은 다 탐난단 말이예요 10만원은 조심스러운데^^;;

다락방 2022-09-19 09:54   좋아요 1 | URL
저 <위태로운 삶> 샀습니다! 저란 사람, 자제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 ㅠㅠ

독서괭 2022-09-19 12:41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다른 책 <퀴어이론 산책하기>에서는 사라 아메드라고 썼더라구요^^
 















소설 한 권쯤 더 읽고 시작하려다가 오늘 출근길에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고 시작하는데, 와, 이번 작가소개는 진짜 뭐라 해야 할까. 음.. 찢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고 이렇게 모여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냈다는 사실이 가슴 뻐근해졌다.



아.. 진짜 나따위. 

다들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나요. 어디 외국까지 가서 공부하고 막 박사 되어가지고 한국 와서 교수 하고 그러면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으로 뜨겁게 토론하고 그걸 책으로 내고. 아 진짜 미래가 밝다 증맬루. 

나는 외롭고 고독하고 평생 그것을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오하고 있다.

일전에 사주명리학 공부하는 친구가 원래 무술일주는 고독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 먹을수록 더 그럴거라고.

나는 고독함이 내 숙명이라 생각하고 점점 더 변해가는 나를 잘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있지만, 갑자기 또 이렇게 자기 분야의 것들,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글을 만나노라니 막 가슴이 웅장해지는 거다. 그래, 인간은, 아니 나는 특히 더, 외롭고 고독하겠지만, 그러나 내 삶이 언제나 외로운 것도 아닐 것이고 언제나 고독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나는 혼자로 채워지겠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 인해 채워지기도 할 것이다. 뭐 그런 생각이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들었던 거다. 이 똑똑하고 공부 열심히 한 사람들이 가만 있질 않고 뭔가 말하고 써주고 있잖아!!



그렇게 첫번째 '김예란'의 <행복을 향한 그녀들의 움직임: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 을 읽는다. 나는 분명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책을 시작했는데 처음 등장하는 단어가 '비참의 몸' 이다. 몸, body. 자, 몸에 대해 무슨 말을 하려는걸까? 김예란은 '미투'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이 집중하는 지점에 대해 이렇게 써두었다.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그보다 훨씬 미세하고도 통렬한 순간, 비참한 몸이 마침내 말을 하게 되는 전환적 찰나이다. 어떻게, 어떤 이유에서 비참했던 몸들이 오랜 동안의 시간을 겪어 보낸 후, 자신을 비난하는 현재의 거짓된 질서에 계속 침묵하는 대신 그에 충돌하는 자신의 진실을 말하게 되었을까?(cf. Foucault, 2014) 미투는 우리말로 번역될 때 "나도 당했다"와 "나도 말한다"라는 뜻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혼용된다. 이 이중 의미 자체가 나에겐 유의미하게 느껴진다. '당했다'라는 몸을 대상으로 한 과거 시제형의 표현과 '말한다'라는 말을 대상으로 한 현재 시제형 표현이 미투에 혼융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간 여성 몸에 가부장적 권력이 지극히 기형적으로 투입되어왔음을, 그리고 그 모순이 임계점에 다다른 오늘날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의 말들이 표출되고 있음을 동시에, 교차적으로 가리키기 때문이다. -p18~19



와. 진짜 너무 좋지 않은가. 내 몸이 '당했던' 과거시제를 '말한다'는 현재 시제로 바꾸는 것이라니.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이런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비참한 몸을 그만두겠다는 표현.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된 단어를 제 때에 잘도 찾아내는 것 같다. 이 통찰이 너무 좋아서 울컥 하는거다. 누가 미투에 대해서 이런 고찰을 할까. 이건 여성이 아니면 안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여성이-김예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고심하고 뻗어나갔을 걸 생각하니 정말 뿌듯해지는 거다. 미투 에 대한 고심 그리고 통찰. 

그러더니 김예란은 푸코를 언급한다. 행복의 윤리와 푸코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대체 이 글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너무 짜릿해지는 거다. 그리고 이런 글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사실 엊그제 정희진 선생님의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를 읽으면서 나는 정희진 쌤과의 간극은 더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는 정희진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알쓸신잡에 도대체 왜 정희진 선생님을 부르지 않는것인지 불만인데, 아무도 정희진 샘같은 넓고 깊은 사고가 되지 않기 때문일거라고 혼자 생각한다. 너무나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음, 나로서는 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도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고-물론 이건 너무 당연하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는거다. 그건 선생님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내 성향의 어느 부분들과 어긋났다는 것을 뜻하는 거고 그 어긋나는 지점은 점점 더 간극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는 거다. 어쩌면 그것은 세대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선생님과 세대 차이를 느낄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젊은 여성들과의 차이, 그렇게 보면 나는 젊은 여성들의 쪽으로 많이 기우는 것이다. 당연히 내 모든 이상을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대단한 학자가 다 채워줄 순 없을 것이다. 나는 그걸 한 사람에게만 바랄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하자, 한 사람으로부터 다 채울 순 없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 부분을 채워주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 막 이렇게 되는 거다. 여러분, 이런 내 마음 알겠어요? 



정희진 선생님이 트위터를 싫어하는 건 강연에서도 언급하신 적이 있어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인데, 이번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를 읽노라니 관점이 좀 바뀌신 것 같았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서 '미투를 포함하는 디지털 페미니즘' 이란 언급처럼, 나는 친SNS 적인건 아니라도 현재의 '젊은 여성'들의 말하기 흐름 이라는 것에 대해 그것이 SNS 에서 표현된다고 해서 결코 가볍다거나 '공부 안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온 몸으로 감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설사 읽지 않았다 해도 스스로가 살아온 삶으로 감각하는 페미니즘이 더 깊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페미니즘도 디지털 페미니즘이 되는건 너무 당연한 것 같다. 고작 몇 장 읽었을 뿐인데 정말 너무 좋아서, 앞으로의 내용이 너무나 기대된다. 사실 이 책의 저자들중에는 '교수'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다들 어떤 이야기들을 쏟아냈을까. 


처음부터 한국사람들에 의해 한국어로 쓰여진 책이라 읽기 쉬울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진 않다. 천천히 읽고 또 다시 한 번 읽기를 반복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읽어보겠다.



그건그렇고, 어떤 단어가 그렇게 한건지 모르겠는데, 이 중요한 내용을 읽다보니 갑자기 나의 채팅 시절 생각난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정확히 과목명은 생각나지 않지만 전산 이라든가 컴퓨터 라든가 여하튼 뭐가 있었던 것 같고, 전산실이었나... 거기에서 채팅이 가능했다. 그 때 했던게 스카이러브 였던가? 뭐지? 유니텔도 했었고.. 집에서 유니텔을 하려면 전화사용을 할 수 없고, 전화가 오면 통신을 끊어야 했던 그 시대를 살았었는데, 대낮에 학교 전산실에서는 얼마든지 채팅을 할 수 있었지. ㅋㅋ 처음 채팅을 하면서 상대와 얘기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고 신나서 한동안 열심히 하고, 그러다보니 우리 과에는 그렇게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상대와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고 그랬다. 또, 만나기 전에는 자신에 대해 한껏 포장했지만 만나고나니 자신이 설명한 외모와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들었었고. 한 친구는 만나기 전에 다정하고 사이가 좋았는데 만나고나니 성폭행을 시도해서 미친듯이 도망쳤던 일에 대해서도 얘기해줬다. 휴.


굉장히 놀라웠던 건,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 남자들이 언제나 만남을 시도한다는 거였다. 좀 친해지게 되고 만나는게 아니라, 지금 대화 시작해놓고 지금 만나! 이러는 것. 그런 대화들 속에서 내가 깨달은 건, 아 이 남자들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채팅을 하는거구나, 라는 거였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다른 여자들도 남자랑 노는거 재미있어서 채팅했지만, 남자들이 만나고자 하는 여자는 여자인간 이라기보다는 여성 이었달까. 섹스적 의미로 만남을 시도하는 거였고, 처음부터 채팅으로도 음담패설을 하는 남자들도 있기도 했다. 한 번은 내가 무슨 말인지를 못알아들어서-성애적 용어를 내가 몰랐음- 너 이런거 모르는구나? 하더니 남자가 '나는 이런거 아는 여자가 필요해' 하고 나가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도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 남자들은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했고, 가급적 빨리 만나고 싶어했고, 내가 만나길 저어하는 것 같으면 어떤 남자들은 '네 학교에 찾아가겠다' 라고 하기도 했다. 그당시의 나는 그것들을 폭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남자들은 어쩜 하나같이 이럴까' 라는 식으로만 생각했다. 한 번은 한 친구가 갑작스럽게 번개에 응해서 다른 학교 남학생들과 여러명이 우르르 만나 미팅을 한 적도 있다. 어쨌든 내가 대학시절 그렇게 채팅으로 누군가와 재미있게 혹은 재미없게 대화하면서 결심한 건 '채팅으로 남자 만나지 말자!'는 거였다. '인터넷으로 남자 만나지말자!' 이것이 나의 룰 같은게 되어버렸는데, 그러다 나는 좀 다른 남자를 알게 된다.


그 남자를 K 라고 부르자. K 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나와 처음 알게된 건 단체 채팅에서였다. 여러명이 함께 있는 채팅방이었고 거기에서도 여느때와 다름 없이 다른 남자들은 만남을 시도하곤 했는데, K 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K 와 개인 채팅을 하게 됐고, 그것은 가끔 이어졌다. 이메일을 주고 받는 일도 있었다. 나는 대학생이었고 그는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중이라고 했다. 자주 우리는 이메일로 서로의 소식을 전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는 대학을 졸업해 직장인이 되었고 그는 캐나다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가끔, 그리고 여전히 소식을 전했었는데 그렇게 알게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날 내가 만나자고 했다. 퇴근 후에 만나자고 했더니 그는 알겠다고 지금 채팅을 그만두자고 했다. 너 만나기 전에 이발하러 다녀와야겠다는 거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 만났고, 나는 친구들로부터 괴물 같은(혹은 찐따같은) 남자들에 대해 많이 들었던 터라, 어떤 기대도 품지 말자고 생각했다. 다만 그가 나쁜남자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에게 만나자고 했던 거였는데, 그를 만나고나서 함께 술을 마시는데, 그가 내게 물었다. 아니 어쩌다가 자기에게 만나자고 하게 되었냐고. 그래서 나는 솔직히 말했다. 너는 다른 남자들하고 달랐다, 다른 남자들은 채팅만 했다하면 만나자고 하는데, 너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내게 말한 적이 없다, 여자 한 번 만나볼라고 하는 뻔한 남자들하고 달랐다, 그래서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내 말을 듣고 있던 그가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었으니까 너한테 만나자고 못했던거야. 나도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아. 만나고 싶었어. 근데 캐나다에 있는데 그 말을 해서 뭐해, 만날 수도 없는데."



아????????????????????????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개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런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역시... 이 놈이나 그 놈이나 똑같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놈은 없는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우리는 사이 좋은 친구가 되고 우정은 한참이나 이어진다. 그는 나의 여자사람친구들과 남자사람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내 남동생도 만났고 ㅋㅋ 내 남동생의 그 당시 여자친구도 만났고. 나는 그가 혼자 사는 집에 놀러간 적도 있고. 아무튼 우리는 길게 길게 알았다. 그 길게 이어진 우정 속에 당연 짝사랑도 있었고, 잠깐 묘한 기류가 있기도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런 일이 있었다. 한번은 친구들과 K 와 함께 놀러간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운전석의 뒷자리에 앉았었는데, 차 안에서 나오는 노래를 다들 따라 부르고 있었고, 그러다가 백미러로 나를 보던 그와 눈이 마주쳤는데, 마주치자마자 그가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생길 정도로 환하게 웃는 거다. 날이 좋았고 차 안에서는 노래가 나오고, 또 그 안에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데 눈으로 나를 보고 활짝 웃는 그 순간의 그의 모습이 진짜 너무 좋아서, 내가 그 날 그 웃음 때문에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네. 그 웃음을 떠올리며 단편 소설을 쓴 적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두자, 이런 얘긴.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엉뚱한 얘기를 하고야 말았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이 놈이나 그 놈이나 다 똑같다, 뭐 그런 얘기다. '넌 달랐어' ... 

안다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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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9-14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르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캐나다가 복병인지라 캐나다가 그를 달리 하게 만들었지만 눈웃음 에피소드는 짱이네요. 영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우리 젊었네요 저런 에피소드들이 한가득해 ㅋㅋㅋㅋㅋㅋ

김예란 글도 잘 쓰고 깊이도 있고 전 좀 반했어요. 다른 책 읽느라 잠시 멈춤 상태인데 저도 다시 펼쳐야겠습니다.

다락방 2022-09-14 09:46   좋아요 2 | URL
그 남자 결혼하고 나서도 연락했었는데 이젠 안하고 있네요. 크- 그 날의 그 미소는 백만불짜리였습니다. 저만 보았던 미소였지요. 한동안 그를 향한 짝사랑에 엄청 시달렸는데, 그가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공무원 준비 한다고 하는 바람에 사랑이 식어버렸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아직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막 너무 좋아요! 김예란 말씀하신 것처럼 깊이가 있고 그것을 적절한 단어들로 표현한 것 같아서 가슴 벅차요. 그 뒤의 글들도 막 궁금해집니다. 이 책 읽기가 기대돼요!!

공쟝쟝 2022-09-14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웃기죠 ㅋㅋㅋ 푸코는 규범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기 게이 몸에 작용하는 권력을 통찰하고 그걸 철학과 언어로 만들고, 그럼 어떻게 살것인가? 그걸 연구했는 데 ㅋㅋㅋ 남자들은 그걸 신자유주의 권력 통치로, 동성애자 버틀러는 그걸 퀴어이론으로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의 몸에 작용하는 권력으로 바라보면서 푸코의 방식으로 권력을 사유하고 말해내기 시작했어요!! 푸코를 점점 더 읽어야하는데…. 내 머리… 낮에 쓰고나면 닳아져 ㅠㅠ
(물론 현실의 정치는 이분법적으로 구시대적 권력으로 여전히 권력을 바라보지만….)
그런데 이분법을 경계하고 논의를 납작하게 만들지 말자는 여성주의지식인들이 자기들 말안듣는다고 젊은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를 terf 대 교차 로 이분법으로 나눠버리고요 ㅋㅋㅋㅋ 사람들은 또 그런 우리를 랟이라고 하고요 ㅋㅋㅋ 이분법을 만들어서 논의를 납작하게 만드는 건 누구인가…ㅋㅋㅋ
신자유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경험과 몸에서 나오는 쓰여지지 않은 언어들을 혐오로 규정해버리고 신자유주의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누구인가…
희진샘은 최근 책에서 자기도 30년된 자유주의 자장안에 있는 페미라는 자백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하시는 것 같아서, 저는 쫌 더 믿어보마 싶어졌는데….
그렇지만 누구보다 촉수사유 하시는 다락방님의 이야기 답게, 자신들의 몸에서 나오는 공부를 하는 연구자들의 글이니 신나게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2-09-14 10:50   좋아요 3 | URL
아 쟝님. 저는 정희진 선생님을 계속 읽을 것이고 또 선생님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깊이 들어가고 멀리 보시는데 정희진 선생님을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누가 정희진 선생님의 학습을, 태도를, 사유를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에게는 정희진 선생님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이건 누가 됐든 마찬가지겠지만요), 그리고 그 점에 아쉬움을 느낀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 아쉬운 지점은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충분히, 차고 넘치게 대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시작하노라니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늘 느끼지만 제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건 제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인 것 같긴 해요. 저는 더 세게 내달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을 언제나 하고 있습니다. 그 지점에서 제 외로움은 발생하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이렇게 연구하고 발언하는 여성들이 많아서 정말 너무 좋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쟝쟝 2022-09-14 11:00   좋아요 2 | URL
네, 저는 그것 역시 ‘몸’과 ‘경험’의 다름이라고 생각해요. 연구하고 발언하고 공부하고 여성주의적 통찰로 이제막 시작한 그들이 써낼 글들과 새로운 인식.지식 나와 더 가까울 지식들이 앞으로 너무 기대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써갈 글들도 기대되요! 그러나 이미! 다락방님처럼 쓰고 계셨던 분들도 있어요. (나의 안목 칭찬해)…
비타님이 우리가 정희진을 넘어서야한다고 했는데.. 페미니즘 대중화(ㅋㅋㅋ 그래봤자 한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 필요해지고 더 확장되어서 더 자기 언어를 많이 갖는 여성들이 되자는 말로 들렸거든요? 저한테는…
근데, 현실적으로는 우리세대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판에박힌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도 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글쓰기가 더 중요해지고요! 다른 여성들의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글씨들로 남기면서 공유하고 반목(!)하는 곳으로 알라딘 여성주의 책읽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요즘 너무 가슴이 웅장해집미다.

단발머리 2022-09-14 11:03   좋아요 1 | URL
요즘 많이 웅장한거 같더라구요, 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합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다락방님에게까지 자라납시다!!!! 고지가 눈앞이야, 전진!!!

다락방 2022-09-14 11:05   좋아요 2 | URL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웅장한 마음이 생길 일인줄 몰랐는데, 여성주의 책 같이 읽고 어떻게든 글을 써보도록 하자, 는 것이 돌이켜보니 이리도 웅장한 일이 되어있네요. 나는 어쩌자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증맬루 자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참여하는 분들이 다들 벌도 없고 상도 없는데 열심히들 해주셔서 ㅠㅠ 또 웅장해지고. 여하튼 증맬루 최고되는 것입니다.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2-09-14 11:12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 이번책 4권에서요. 여성들의 작은 독서모임, 이야기 하시잖아요. 거기에 희망이 있다. 저는 우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이 생각났어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리가 같이 읽는 책들이 또 수준이 겁나 높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읽는 일도 대단하지만 여러 이웃님들 글 읽을 때 자주 감동받습니다. 이 퀄리티 어쩔 ㅋㅋㅋㅋㅋㅋ
앞에서 끌고가는 할수있다 다락방님, 온맘으로 칭찬합니다! 다크호스 만자돌이 쟝쟝님, 더 많이 힘내고요!!!

공쟝쟝 2022-09-14 11:10   좋아요 1 | URL
단발: 제가 다부장과 일주일을 함께했잖아요? 그녀는 찐입니다. 진짜예요. 절대 일반 민간인은 그의 체력과 자존감과 촉수사유를 따라갈 수 없음 ㅋㅋㅋㅋ 이미 그렇게 태어남. 본투비다락방. 전 배우긴 하는데 여튼 매우 많이 체력이 안돼요 ㅠㅠㅜ 메뉴 두끼도 어렵고요 ㅠㅠ 어제도 만두 싸옴 ㅋㅋ

단발머리 2022-09-14 11:15   좋아요 2 | URL
참.... 그러니까요. 우리 쟝쟝님 똑똑하고 야무지고 일 잘하고 재미있고 센스있고 내가 겁나 좋아하는 철학적 사유 가능한 사람인데 아직도 촉수사유 다락방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네요. 일단 체력부터 기르고요. 1인 2메뉴는 찬찬히 도전합시다. 그뒤로도 할거 엄청 많아요. 영어도 해야지, 요리도 해야지, 요가도 해야지 ㅋㅋㅋㅋㅋㅋ 바쁘다 바뻐.

다락방 2022-09-14 11:15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 님/ 그러니까 말입니다. 누가 좋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좋은 걸 하고 있었던 우리인 것입니다!! 만세!!


공쟝쟝 님/쟝님은 무엇보다 메뉴 두 개에 특히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군요. 흐음..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권 아직 안 읽었는데 사실 저는 5권도 좋긴 하지만 정희진님 책이라 읽는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새로운 화제가 있었지만 이제 그 분의 말이나 가치관이 익숙하달까.. 새롭진 않은 것 같아요.

상황이 사람을 다르게 만들기도 하는 거죠.
스카이러브.. 세상에 잊고있던 단어고요 ㅋㅋ
다락방님 덕분에 잊고있던 채팅+만남이 생각나버렸네요.
두 번 만났는데 그걸로 완전 충분했던 만남들 --;

저는 싸이월드에 안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ㅋㅋ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읽기 어렵지만 기대돼요.

다락방 2022-09-14 10:52   좋아요 1 | URL
저는 싸이월드가 저랑 잘 안맞았어요. 그래서 활동도 잘 하지 않았는데 ㅋㅋ 그게 다 아는 사람이어서 잘 안됐던것 같아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는 ‘생활인 나‘와 달랐는데, 싸이월드는 유독 ‘생활인 나‘에 집중하는 매체였달까요. 저는 그 지점은 잘 못합니다. 싸이월드 안좋은 추억이라니, 맙소사.. 하하하하.
우린 모두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추억과 저마다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저도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빨리 읽고 싶은데 회사라서 초조해요 ㅠㅠ

공쟝쟝 2022-09-14 11:05   좋아요 0 | URL
희진샘이 하시는 말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은 희진샘이 하는 말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안오기 때문입니다 ㅠㅠㅠ 여성주의, 탈식민주의 뭐시기 인식론으로 ‘페미니즘의 도전’을 하는 것 보다, 자본과 미디어 환경이 사람들을 한가지 생각만하게 하는 것이 더 빠르고 더 급속해요. 그게 정희진의 비극 ㅠㅜㅜ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라 (이미 있는)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대중이 필요한 상황인 거 같아요ㅠㅠ 그러니 수하님 글 많이 써요 ㅠㅠㅠ 휘리릭~ 싸이월드 안좋은 추억 썰 풀자 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11:15   좋아요 1 | URL
/쟝님 그런 마음으로 계속 읽고는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싸이월드 추억 따위는 지식에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만… ㅋㅋㅋ 얼마전 열렸다고 다들 가보던데 저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요 -ㅁ-

단발머리 2022-09-14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놈저놈 다 똑같겠지만 전 캐나다 그분은 웬지 다른것 같은데요. 본인 입으로 나도 그래... 그랬다는데서 점수 20점 추가.
저도 9월 도서 시작은 했는데 좀 어렵군요. 차근히 읽어봐야겠어요.
캐나다뷰 좋아요. 근데 나무들이 오늘은 싱싱해보이지 않고 좀 피곤해 보이네요. 추석 뒤라서 그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1:00   좋아요 1 | URL
K 는 심지어 외모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그를 짝사랑하느라 마음이 좀 힘들었어요. 하하하하하. 다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저도 이 책 시작하고 쉽지만은 않아서 재차 읽는 문장들이 좀 많아요. 아마 느린 속도로 이 책을 읽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나다뷰는 제가 곧 또 올리겠습니다. 그 때는 쌩쌩한 상태의 나무들이어야 할텐데요. 껄껄.
열심히 읽어봅시다, 단발머리 님!

독서괭 2022-09-14 16:4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본인 입으로 나도 그래라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심지어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니! 이것은 완전 로맨스 소설감입니다.

잠자냥 2022-09-14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니텔! *동공지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나다뷰가 아니라 캐나다놈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4:14   좋아요 1 | URL
유니텔 키즈 아니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4 14:19   좋아요 1 | URL
제 귀에 그 통신 접속할 때 소리가 들려요. 삐-삐삐삐삐삐-------- 파란 화면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4:23   좋아요 2 | URL
동생은 옆에서 전화 써야 된다고 잔소리하고 채팅 상대는 ‘안돼 가지마!‘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4 14:31   좋아요 0 | URL
난 몰라.... adsl 알아~ ㅠㅠ 우리집 컴터도 되게 늦게 사가지고 ㅜㅜ 전화 끊기고 그런거 몰라....... 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4 14:31   좋아요 0 | URL
그럴 때 동생에게 ˝아, 걔더러 삐삐치라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4 14:33   좋아요 1 | URL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삐삐 몰라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잠자냥...ㅜㅜㅜㅜㅜㅜㅜ 우리 멀다고 나 너무 마음에서 밀어내지마요ㅜ 스무살의 자유 TTL

미미 2022-09-14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을 이제야 봤네요. 읽기 시작하자마자 숨가쁘게 끝까지 쭉ㅋㅋㅋㅋ혹시 k는 지난번 다락방님이 과거 글 다시 올려주셨을때 집에 찾아오신 그 분 아닌가요? 다 읽고나서 단편영화 하나 본 기분이었어요^^*

발췌문 올려주신거보니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기대치 상승입니다. 요즘 나폴리 4부작 조금씩 듣는 중인데요 여성주의 책읽기도 그렇고 여자라서 가능한 이야기들이 요즘 제 삶을 풍요롭게 하네요.>.<

다락방 2022-09-14 14:18   좋아요 3 | URL
미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미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것은 단편소설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웃는 모습 만큼은 K 를 생각하고 쓴 게 맞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도망치고 싶네요. 쥐구멍 쥐구멍 쥐구멍을 찾자. 그러나 쥐구멍엔 내가 들어갈 수 없어. 쥐구멍 너무 작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정말 기대치가 높아졌어요. 작가들의 이력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막 가슴이 뿌듯해지는 거예요. 미미님 읽으시면서 꼭 글 써주세요. 처음 시작할 땐 그렇게 대단한 뜻이 있는건 아니었는데, 그저 같이 읽자, 그런데 어떻게 읽는지 공유하게 쓰기도 하자, 는 거였는데, 막상 이만큼 하고 보니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대단한 일 같아요. 히히 ^_________^

잠자냥 2022-09-14 14:20   좋아요 2 | URL
쥐구멍이라니요! 다부장은 다락방에 숨어야죠!

다락방 2022-09-14 14:23   좋아요 2 | URL
네 쥐구멍이 너무 작아서 발 하나도 안들어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4 14:32   좋아요 2 | URL
다락방 // 발 (x) 발가락 (o)

독서괭 2022-09-14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디지털 페미니즘> 목차 보고 제가 관심가는 꼭지부터 읽어봤는데, 맘스타그램이랑 성착취- 이 두개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들 처음부분이 어렵다고 하시는 것 같아서 ㅋㅋ 포기할까봐 ㅋㅋ 골라 읽었는데 이것도 괜찮은 듯요! 하지만 어려운 내용도 다락방님이 풀어쓰신 글 보면 읽어봐야겠다 싶어져요. 꼭 읽겠습니다>_<
통신 ㅋㅋ 채팅 ㅋㅋ 추억이 많으시네요. 못 만나는데도 계속 연락을 이어갔던 걸 보면 두분이 잘 통했던 것 같은데! 역시 결혼 후에는 연락이 어렵죠 ㅠㅠ 아쉽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아무리 다 비슷하다 해도 K는 좀 특별한 걸로!

다락방 2022-09-15 09:29   좋아요 1 | URL
오, 관심가는 꼭지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 되겠어요! 저는 워낙 고지식해서 그런식으로 책을 읽을 생각을 못하네요.꼭 순서대로 넘겨버린다는... 에휴..
푸코의 행복윤리.. 이런거 언급되어서 당황스럽지만 그러나 읽기에 너무 좋은 내용들인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글을 써내실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후훗.

K는 저에게 좀 특별했던 남자사람이긴 합니다. 제 인생에 특별한 남자사람이 많질 않은데, 그중에 한 명이긴 해요. 가만있자, 한 3위쯤 될듯합니다.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5 10:40   좋아요 0 | URL
오, 저도 관심가는 것부터 읽어봐야겠어요. 앞부분 좀 어려워서...
 



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9월 도서 소개합니다.


9월, 여성커뮤니케이션연구확회 의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책소개에는 '미디어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관점에서 오늘날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의 전개 양상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연구서' 라고 나와있는데, 아아 너무 흥미롭지 않습니까, 여러분...


8월 임신중지 아직 읽는 중이신 분들 힘내세요! 그게 참.. 잘 안읽히는 책인데, 우리가 언제는 잘 읽히는 책 읽었습니까? (응?)


9월 도서는 위와 같고 10월 도서 부터 내년 2월 도서까지 안내합니다. 중간에 살짝 기간이랑 내용 바뀐 부분 있으니 반드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10월, '게일 다인스' 의《포르노랜드》





엊그제 친구들 만나서 로맨스와 포르노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면서

왜 사는가, 왜 연애해야 하는가,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 에 대해 고민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얼마나 모순적일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모순을 그렇다면 얼마나 들여다봐야 하는가..

10월에 이 책 같이 읽어봅시다.






11월~12월,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




해당 책은 1,100 페이지 입니다.

제2의 성 1,000 페이지를 한 달안에 읽으면서 모두 너무 힘들어했고, 중도 포기한 분들도 계시고, 가까스로 완독한 후에는 그 다음 독서까지 휴식기가 필요하기도 했던 바,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두 달에 걸쳐 읽도록 하겠습니다.

두 달이라고 여유롭게 생각하시다가는 막판에 쌍코피 터져요.. 님들하, 알아서 계획적으로 꾸준히 읽어야 돼요...


목차 참고하시어 언급된 책들도 찾아서 읽어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댓글 다신 분의 요청에 따라 목차 첨부합니다. 참고하세요!!

제인 오스틴, 샬럿 브런테, 메리 셸리,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에밀리 디킨슨 등을 읽어두시면 좋을듯 합니다.







2023년 1월, '수잔 왓킨스' 의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아.. 너무 지적이야...













2023년 2월, '앤절라 Y. 데이비스' 의 《여성, 인종, 계급》


















2023년 3월, '케이트 만' 의 《남성 특권》

















2023년 4월, '사라 아메드' 의 《행복의 약속》

















2023년 5월, '엘리스 콜레트 콜드바흐' 의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2023년 6월, '낸시 레빗, 로버트 베르칙' 의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이상입니다.

해당 페이퍼는 제 서재 메뉴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카테고리에 공지로 박아둘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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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기 위한 참고도서
    from 수하의 서재 2022-08-29 12:27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1월-12월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읽는 데 도움이 될 다 읽지 못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마음으로참고도서 목록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아래는 개정되어 새로 나온 책의 목차 (이전 판과 차이 없음) 입니다. 2장 샬롯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3장메리 셸리 <최후의 인간> - (1-2권 분권판 중 1권 품절) 4장제인 오스틴 <노생거 사원> 5장제인 오스틴 <
  2.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1월, 다락방의 미친 여자
    from 마지막 키스 2022-11-02 07:45 
    와... 안올것 같았던 11월도 기어코 오고야 말았네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정말이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싫고 또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좋고. 우리는 시간의 인질인 것입니다..자, 2022년 11월과 12월은 두 달에 걸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어마어마한 두께라는 걸 책을 가지신 분들은 다들 아실텐데요, 보르는 분들도 검색해보면 압도적인 페이지수에 놀라게 되실 것. 그러니 두 달에 걸쳐 읽고 또 수
  3.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월,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from 마지막 키스 2022-12-27 12:12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1등으로 완독한 짱멋진 여자 다락방 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독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걸 보는 마음이 매우 뿌듯합니다.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제때에 완독하신다면, 우리는 2022년을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완독한 사람으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열심히 읽는 중이신 분들 모두 화이팅! 계속 열심히 읽어나가시길 바랍니다.세상에, 너무 멋지지 않아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은 사람이 된다는 것?샤라라랑~
 
 
거리의화가 2022-08-29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까먹고 다음달 여성주의책을 안샀네요ㅠㅠ 9월 1일날 주문해야겠어요ㅋㅋ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2달로 늘어나서 다행입니다^^ 이어지는 두 책도 기대되어요. 언제나처럼 안내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08-29 10:08   좋아요 3 | URL
9월 여성주의 책을 마련해두신 분들이 아직 많지 않은것 같아요. 자, 다들 준비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락방의 미친여자 1,100 페이지에요. 이거 한달에 진짜 안돼요 ㅠㅠ 제2의 성 너무 힘들었어서..
우리 두 달간 열심히 읽어봅시다!! >.<

건수하 2022-08-29 0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맨스와 포르노... 흥미있는 주제였을 것 같아요 ㅎㅎ

<다락방의 미친 여자> 를 읽으려면 뭘 미리 읽어야 하나... 누군가 목록 뿅 올려주시지 않을까...
않을까... 라고 믿고 있습니다 ㅎ

다락방 2022-08-29 10:07   좋아요 4 | URL
수하 님, 저는 일전에 수하 님 글에 댓글 달았던 내용에 대해 얘기했답니다. 로맨스와 포르노요. 후훗

다락방의 미친 여자 목차 본문에 추가해두었습니다. 참고하세요!!

건수하 2022-08-29 10:25   좋아요 2 | URL
사실은.. 제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 제본책을 갖고 있거든요. 저도 참고할 겸.. 목록을 조만간 뿅 올려보겠습니다 ^^

다락방 2022-08-29 12:12   좋아요 2 | URL
오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뿅~

건수하 2022-08-29 12:29   좋아요 1 | URL
뿅!

공쟝쟝 2022-08-29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막 난티님 페이퍼에서 보고 온 책이 여기서도 보이니까 짜릿짜릿, 게다가 여성,인종,계급은 정희진 해제 아닙니까? 아 또 짜릿짜릿... 그리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 (공쟝쟝)읽기 너무 기대되요. 우리 다 읽고 나서 크리스마스 같은 날 인증샷 릴레이 같은 거라도 할까요? 아니면 모여서 화이트와인 마시기? ㅋㅋㅋㅋㅋ 암튼 저 두꺼운 책을 쌓아놓고 인증샷을 꼭 찍어야 할것 같다는 의견을 내봅니다!!!

다락방 2022-08-29 12:13   좋아요 2 | URL
난티님 페이퍼에서 보고 저도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같이 읽을 수 있다니 너무 좋네요. 여성,인종,계급도 같이 읽으면 정말 좋겠지요?
인증샷 릴레이.. 그거 좋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자기가 읽은 책 사진 찍어 올리기 정도로 하면 될까요? 후훗.

공쟝쟝 2022-08-29 14:29   좋아요 1 | URL
다락방의 미친여자들! 릴레이 인증샷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29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 해 책은 다 갖추고 있었네요.
내년 책들 새로워 다시 봤구요.
저는 다락방의 미친~ 그 책 은근 압박이 느껴져 어제 제인 오스틴 소설 주문해서 오늘 받았어요. 그런데 샬롯 브론테와 조지 앨리엇도???
지난 번 화가님이 목록표 올려 주신 소설들 보고 철푸덕 했었어요. 읽을 책이 너무나 많던데 과연 다락방 미친 여자들을 읽어낼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네요.
책 받자마자 바로 읽어나갈까? 그런 작전도 짜고 있다죠?ㅋㅋㅋ

다락방 2022-08-30 09:21   좋아요 2 | URL
올해 책들 다 갖추고 계시다니, 너무 멋집니다, 책나무 님. 책나무 님 최고! 그래서 책나무 님이 백자평 천재가 되셨는가 봅니다. 백자평 천재 님!!
저도 다락방 미친 여자 속에 등장하는 그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하는데, 이 생각은 진작에 하고 있었지만 아직 한 권도 읽진 않았네요. 어휴... 아무튼 열심히 해봅시다!! 화이팅!!

난티나무 2022-08-29 16: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월 도서!!!! 에헴!!!! 😘

다락방 2022-08-30 09:21   좋아요 1 | URL
1월 도서를 정할 수 있게 해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난티나무 님!! 히히.
 















수치는 누군가가 사회적 존재로서 처참히 실패했음을 나타내며,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감정이다. 수치스러워하는 주체는, 스스로 인지하는 자기와 이상적 타자, 즉 되고 싶은 자아상 사이의 단절을 겪는다. 그는 그 자아상을 향해 가려는 한편, 자기를 거기에 반한다고 평가한다. -p.177-178



어젯밤 자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수치에 대한 가장 적확한 설명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스스로 인지하는 나와 되고 싶어하는 나 사이의 단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드는 감정, 수치. 수치야말로 그런 것이다. 수치는 그럴 때 쓰는 단어이다. 맞아, 바로 이게 수치야! 아, 너무 수치스러워 할 때의 나는, 현재의 나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어떤 이상과 지금 다른 식의 상황이 나에게 펼쳐졌으므로. 덧붙이자면, 그래서 성희롱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은 잘못된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성희롱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입히는 단어가 아닌가. 내 이상은 성희롱 당하지 않는 나인데 현실은 성희롱 당한 내가 있어 수치스러운 것인가? 이것은 너무나 이상하다. 수치 라는 단어가 대단히 잘못 적용된 상황이라 보겠다.



비혼 이면서 자녀가 없는 친구들과 때로 우리가 이렇게 싱글로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우리는 출산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살것인가와 더불어 만약 혹여 지금 임신이 된다면? 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이제 나이가 나이니만큼 임신 자체가 힘들기도 하겠지만, 임신을 한다면 출산 자체도 힘들어질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만약 비혼모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사실 지금이 제일 적당한 때가 아닌가 말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비혼모에 대한 시선으로부터도 구속되지 않고, 게다가 내 경우엔 가족 구성원들도 모두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아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축복해주고 예뻐해줄 터였다. 혹 이십년 전쯤이었다면 우리 엄마도 딸이 결혼도 안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을런지 몰라도 지금은 당당해져 있는 것 같다. 낳으면 키워줄게! 라고 하시니까. 모든 사회적 여건이 이제 아이를 낳아도 좋을 때라고 말하는데, 그런데 육체적으로 노쇠하여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 내가 조카들 어릴 때부터 같이 생활해보니 아이를 낳는 것뿐만 아니라 키우는 것도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체력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하도 조카들을 예뻐하니까 어느 하루는 이모가 내게 물었더랬다. 너 그렇게 아이 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예뻐하는데 네 자식은 안낳고 싶니? 이미 성인 아이 둘이 있는 이모인데, 내가 "이모, 조카랑 내 아이는 다르잖아, 나는 걔한테 붙들려 있어야 되고 너무 힘들잖아" 했더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모든 면에 여유가 있어서 지금이라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러나 아이 낳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계속 여행도 다니고 싶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다. 간혹 텔레비젼 틀어두고 와인도 마시고 싶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면서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싶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얼마간은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할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나는 아이 낳기는 역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 얘기가 나오면 엄마, 나는 구속 받기 싫어 자유롭고 싶어! 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러면 엄마는 내게 말씀하신다. "너 여태 계속 자유로웠잖아!" 


그렇다. 나는 여태 계속 자유로웠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자유로워도 되는거잖아?

지금까지 자유로웠고 앞으로도 자유롭기를 택하는 나는 이기적 쌍년인가?



에리카 밀러는 이 책의 초반에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에 만족했던 여성에 대해 얘기한다. 임신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임신중지를 했고, 그래서 좋았던 여성에 대해서. 이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자연스런 수순이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무것도 지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임신중지라면 얘기는 다르다. 피임하지 못한 여성, 생명을 죽인 여성에 대한 비난은 반임신중지 입장의 것이라면, 아이를 지금 키울 형편이 안되니까, 모성을 포기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낳으려고 선택하는 거니까 라며 임신중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임신한 여성에게 불편한 마음을 강요한다. 네가 낙태를 했다면, 그것이 어떻게든 너에게 좋을 리 없지. 그것은 고통스럽고 트라우마를 남길 거야, 그게 아무렇지도 않을 순 없는거야, 네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으니까. 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어쩔 수 없이 지운거잖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 그래서 사람은 사회화 된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내가 주체적이라고 해도 아무리 내가 내 고집대로 행동한다 해도, 거기엔 이미 이 가정에서 자라 이 학교, 이 직장, 이 나라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 가운데에서 살아왔던 내가 있다. 차곡차곡 사회가 내게 보여주는 것들은 내 안에 쌓여서 내 생각이 되고 내 기준이 된다. 만약 내가 이십대에 임신을 했다면 임신중지를 선택했을 것이고,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그것에 대해 엄마를 비롯한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일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로 처리(?)를 한 후, 내내 가슴에 담고 살았을 것이다. 혹여 누군가에게 그걸 들키기라도 할까봐 걱정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자라면서 보아왔던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책에서는 그것을 감추지 않으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것처럼 그려왔으니까.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 스타킹 훔쳐보기 시리즈 중에서도, 결혼 전 낙태했던 여자가 결혼 후 유산을 하게 되었는데 그걸 남편이 알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야기가 나왔더랬다. 결혼 전 임신사실, 임신중지의 사실은 결코 결혼할 남성에게는 밝혀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사회화 되었었다. 뭐, 지금은 배째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이만큼 살아온 그동안의 시간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의 4장 <수치스러운 선택> 에는 임신중지를 줄이고자 하는 호주의 정치인들 얘기가 언급된다. 그들은 무엇보다 '십 대 엄마'를 비난하며 그 수를 줄이고자 했다.



1970년대부터 '십 대 엄마'라는 인물형은 유독 '과도한 재생산적 신체'로 비난받았다. 십 대 엄마는 성적 미성숙이나 무책임과 연결되며, 특히 신자유주의적 통치가 확산됨에 따라 복지에 의존하는 계층화된몸이 되었다(2장 참고). 임신중지 법의 자유화가 진행된 이래 십 대 임신중지 ·모성 이라는 국가적 '수치'를 해결할 방책으로는 성적 억제라든지 피임기구 사용을 다루는 도덕교육이 제안됐다. 

십 대 임신을 막겠다는 발의들은 임신한 십 대가 아이를 낳든 임신중지를 하든 상관없이 실패자라고 전제한다. 임신중지를 사회문제로 구성하곤 하는 토니 애벗은 이런 수사를 사용했다. "십대의 난잡한 성생활을 억제하고 '속도위반'하는 십 대를 막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임신중지도 줄고, 따라서 트라우마를 겪는 젊은 여성도 줄고, 역기능 가정dysfunctional family도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애벗은 모든 십 대(여성)의 성적 행동을 '난잡'하다고 보면서, 순결을 옹호하고 피임을 회피하는 듯하다. 이는 보수적이고, 반임신중지적인 발화의 전형이다. 애벗은 여성의 무책임한 성적 모험이 임신중지로 이어져 트라우마 경험(3장 참고)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건조하게 '역기능'으로 프레이밍한 십 대 모성으로 이어지리라고 전제했다. 그는 임신중지를 십대의 몸과 연결함으로써, 나아가서는 임신중지를 미성숙과 무모함에 연결했다. -p.198



최근에 읽었던 책 '콜린 후버'의 《어글리 러브》에는 아직 고등학교 졸업전에 임신을 해버린 여자와 남자가 나온다. 여자와 남자는 사랑했다. 당시에 그들은 뜨겁게 사랑하며 이 세상에 다시 없을 사랑을 그들이 한다고 믿었다. 조심하느라고 했지만 어쨌든 여자는 임신했다. 남자는 임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착하고' , '책임감있는' 남자여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해결책을 마련해 여자 앞에 들이민다. 여자는 두려웠다. 함께 사랑했지만 혼자 임신하고 그래서 남자가 떠나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러나 이 '착.한.' 남자는 함께 고민해줬다. 그는 아이를 낳자고 한다, 그리고 같이 키우자고 한다, 우리가 함께 갈 대학에서 가족을 받아주기도 한다고, 그런 숙소를 알아왔다고. 그래서 여자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낳는다. 남자는 낳지 않았다. 여자는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고 엄마가 되었다. 남자는 섹스를 하고 아빠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은 빠져있다. 그러나 그 남자가 여자랑 섹스를 했기 때문에, 그 여자가 남자랑 섹스를 했기 때문에 임신했다. 십대에 임신한 여자는 호주의 토니 애벗 말대로 문란하다면, 십대에 임신하게 만든 남자는 문란하지 않은가? 여자는 난잡하고 남자는 난잡하지 않은가? 여자는 속도위반 했는데 남자는 하지 않았는가? 여자는 무책임했다면 남자는 무책임하지 않았는가? 여자랑 남자가 함께 한 일인데 여자는 무모했고 남자는 무모하지 않았는가? 여자는 미성숙했고 남자는 미성숙하지 않았는가? 




내가 임신을 했다면 그건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사정을 한 남자가 반드시 있었다. 그런데 임신을 하게 되면 걱정도 내몫이고 임신중지를 하려고 병원에 가는 것도 내 몫이고 혹여라도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도 내몫이고, 내 뱃속의 생명을 내가 죽였다고 트라우마를 가져가는 것도 내 몫이다. 그러나 이 내 몫의 것들 중에서 내가 '정말' 내 것으로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것들 모두 내가 사회화로 인해 갖게 되는 것들이 아닌가. 혹여라도 내 안에 죄책감도 없고 아이를 죽인다는 것에 대한 고통도 없고, 수술 후에 트라우마도 없다면, 나는 아마도 그런 나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임신중지 하고 나면 다들 괴롭다는데, 그거 죄책감 든다는데, 그거 트라우마 있다던데, 그런데 나는 왜 속이 시원하기만 하지? 나는 역시.. 이기적인가?

사회화는 내게 일어나는 자연스런 감정을 이상한 것으로 몰아가고야 만다. 그래서!


에리카 밀러의 임신중지를 읽는 일은 의미 있다. 나는 여성들이 안전한 섹스를 하고 굳이 임신중지 까지 가기를 원하지 않지만, 혹여라도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내 것이 아니어도 될, 수치심을 포함한 과도한 감정들을 품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에리카 밀러가 쓸데없는 고통과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이 책을 젊은 시절에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제기랄.. 내가 젊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임신중지 하는 여자들의 병원에 같이 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아마 다른 식의 대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때 나는 그 자리에 내가 있도록 한, 부재한 정자들의 주인들을 욕하기만 했다.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들.. 왜 여기에 안나타나냐 씨부럴것들.... 여기 왜 내가 있냐, 내가 사정했냐, 개새끼들...  그 때의 그 여자들을 포함한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들이 혹여라도 자신의 것이지 않아도 될 과도한 고통을 끌어안고 산다면(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아주,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수치에 대해 썼지만 선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책인데, 그런데 이 좋은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무슨 뜻인지 단번에 파악이 안돼 재차 읽어야 되는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읽다가 문장들이 툭, 툭 끊긴다. 거기에 스트레스 받아 원서를 구입해 옆에 두고 함께 읽어야 하나도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4장을 읽고 있다. 그래도 원서 살까? (사고싶구나...) 



아주 좋은 책이다. 뒷부분 계속 읽을 것이고, 많은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임신도 안하고 그래서 임신중지도 안하는 남성들이지만 임신중지에 말은 보태는 남성들이야말로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거기에 말 보태는 새끼들이 책 한 권 읽는다고 달라지진 않겠지요........



이만 총총.



원서.. 너를 어쩌면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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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23 0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십대 이야기 다시 읽어도 화가 나네요!-_- 임신과 출산 과정에 항상 함께 참여해야 할 남자들의 역할이 빠져있다는 것...!!!
좋은 책인데 저도 제가 좀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고통이나 두려움, 죄책감 등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기적인 여자인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것은 제 선택이었으나 어쨌든 그것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저를 제 우선순위에 둔 것은 분명했으니까요.
저도 원서를 읽으면 나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시간 관계상...ㅋㅋㅋ

다락방 2022-08-23 11:18   좋아요 2 | URL
제가 저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이 세상에서 사회화 되기를 저를 우선순위로 놓으면 이기적인 게 되잖아요. 부모를 위해, 남편을 위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여성에게 그동안 너무 당연시되었던 것 같아요.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디에서든 일단 ‘그 다음에‘, ‘나중에‘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여성에게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또 죄책감과 수치심 그리고 고통과 트라우마를 가져가라고 하죠. 후아-
거리의화가 님, 여자들이 아무리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이미 이기적으로 세상을 조정하려 드는 남자들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것 같아요. 우린 더 이기적이 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보다 이기적이 되어야 정치에서도 법에서도 매체에서도 여자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어요? 더 이기적이 됩시다. 더 드러납시다.

얄라알라 2022-08-27 17:20   좋아요 0 | URL
˝Happy˝
에리카 밀러가 의도를 담아 작정하고 뽑아 쓴 형용사인데 번역판에서는 밋밋하게 요 ˝happy˝를 빼버린 건 아쉬워요
저는 원서 없이 번역판만 읽었지만, 중간중간 ‘나라면 이보다 더 잘 옮길 수 있을까?‘하는 표현이나 문장들이 많았답니다. 원어가 궁금한 부분은 있어요

* ‘문화적 수행자‘로서의 태아. 수행자 원어는 performer일까? actor일까?
* 태아적 모성은 ˝fetal motherhood?˝ ˝embryonic motherhood?˝

일단은 몰라도 그냥 지나가야겠어요^^ 8월은 끝나가는 데 갈길이 머네요

이번에 3번째 다시 읽는 셈인데 넘 재밌어요
다락방님께서 판 깔아주신 덕분에 잼나게 공부합니다

다락방 2022-08-29 12:18   좋아요 0 | URL
오 알라딘 세번째 읽는 중이시라니, 너무 대단하세요!
저는 단어 선택 자체보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이해한건지 혹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때문에 한 문장을 두세번 읽는 경우가 허다했답니다. 덕분에 속도도 느리고요. 원문과 비교해보고 싶지만 막상 사두면 비교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아 안사려고요. 흐흐

잠자냥 2022-08-23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가운데 중간중간 역시 유머를 잃지 않은 명페이퍼군요.
저도 자유롭게 사는 이기적 쌍년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자유롭게 살 계획인데, 돌봐야 하는 고양이들이 여럿 생기면서 완전하지 않은 자유에 가끔 현타가 올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아, 애를 낳아 키우는 여자들은 정말 여러 가지로 대단하다 이런 생각도 들고, 왜 임신과 육아는 늘 여성의 몫인가.. 역시 무자식 상팔자다 이런 결론으로 돌아가고는 합니다.

다락방 2022-08-23 11:15   좋아요 3 | URL
아 맞아요. 내가 혼자가 아닌 일단 다른 존재와 함께 산다면 구속력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행 좋아하던 제 친구도 고양이 때문에 이제 장거리 여행도 못하고 하룻밤 외박도 마다하더라고요. 그 순간 나의 여행보다 나와 함께하는, 내 돌봄이 필요한 고양이가 우선인 것은 집사들의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역시 누군가 돌봐줘야 할 대상이 있다면 구속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 조카들 예뻐하면서 살려고요. 조카들 예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조카들 너무 예뻐요 ㅠㅠ 너무 사랑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조카예찬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8-23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이 책을 읽으면서 별로 어려운 책이 아닌데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들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것도 분명 있고요. 거기에 더해 원저자가 중언부언이 많아요. 하나의 일관된 주제아래 논리정연하게 딱 떨어지지 않고 얘기하다가 아 맞다 앞에서 이거 얘기했지만 그 부분 좀 부족했지? 그게 뭐냐면 말이야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읽는 독자로서는 정신사나운 글이 되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 말은 원서를 읽어도 별로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ㅎㅎ 그냥 제 생각이고요. 그럼에도 좋은 책이라는 것도 제 생각입니다.
다락방님 말씀하신 죄책감 수치에 대해서는 저는 엄청 할말이 많은 느낌이라 저도 오늘 이 책 끝내고 리뷰든 페이퍼든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

다락방 2022-08-23 11:12   좋아요 2 | URL
저도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서 턱턱 걸렸거든요. 이게 번역의 문제인걸까 원문이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걸까 생각했고요. 그런데 바람돌이 님 댓글 읽고 보니, 맞아요, 그것도 있어요. 얘기하다가(이건 4장에서) 또 얘기하닥(이건 2장에서) 이렇기도 하죠 ㅎㅎ 저는 내용 자체가 엄청 좋았거든요. 반드시 읽어야 할 내용이라 생각했고 사실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였어서 내용면으로 너무 좋았는데, 문장 자체가 읽기 힘들더라고요. 음.. 원서를 사서 번역본 옆에 똭 두고 읽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

저도 뒤에 조금 남았어요. 오늘 다 읽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 바람돌이 님의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빠샤!!

얄라알라 2022-08-27 17:21   좋아요 1 | URL
아...바람돌이님 거리의 화가님 다락방님 모두 번역문체 불편하셨군요?
저는 제가 이런 분야 글에 친숙하지 않아서 어려운가 했어요^^;

제목만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열배는 재밌었던 책^^

다락방 2022-08-29 12:20   좋아요 1 | URL
저는 정말 문장이 어렵긴 했지만 내용 자체는 너무 좋았어요.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도 했고, 젊은 여성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고요. 혹여 갖지 않아도 될 부정적인 마음들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예요. 무엇보다 콘돔 사용 안하는 남자와는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ㅠㅠ

미미 2022-08-2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문에서부터 기분좋게 머리를 한 방 맞은 느낌이었어요. 임신 중지에 대해 수치, 불쾌함, 죄책감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감정들이 모두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니...감정의 정치라는 말도 딱인듯하고요. 글이 읽기 힘듦에도 그래서 이미 별5개라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는 중입니다. 요 바로 위의 다락방님 말씀에 공감100(완전 제 생각이라 깜놀함요ㅎㅎ)

이런 어려운 책도 자꾸만 원서와의 비교를 고민하시는 다락방님 늘 존경입니다.*^^*

다락방 2022-08-23 14:16   좋아요 3 | URL
문장이 자꾸 튕겨져나와서 오히려 더 이해가 힘든 것 같더라고요. 내용 자체는 너무나 좋고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 문장 때문에 자꾸 튕겨져 나간다니 짜증이 나서 원서 까지 생각한건데,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은 안사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나중에 영어 실력이 좋아진다면(그런 날이 올까요?) 그 때 사서 보든지 해야겟어요. 지금은 한글책도 사두고 쌓아두기만 하는데 영어책은 무슨.. ㅠㅠ

저도 아주 당연하게 수치, 죄책감, 트라우마를 가져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순수하게 그게 속이 시원할 수도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걸수도 있고 또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하면서도 어쩐지 분했어요. 도대체 세상이 그동안 여자들한테 뭘 어떻게 한거야! 하고 말이지요. 오늘 내로 다 읽고 싶은데 집에 가자마자 잘 것 같아 조금 더 미룰 것 같아요.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얘기하고 부지런히 알아나갑시다, 미미 님.

책읽는나무 2022-08-23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장들이 얽히고 설켜 이 말을 주장하려는 것을 내가 똑바로 이해한 것이 맞는 것인가? 계속 의심하다 보니 자꾸 진도가 안나가고 계속 머리 식힌다고 다른 책 들게 되고, 이 바쁜 시기에 영화를 몇 편이나 봤는지 모르겠네요^^;;; 약간의 나의 자존감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했구요.(어려운 책 읽을 때는 내가 똑바로 독해하고 있는 것인지? 늘 문해력을 의심하게 되더라구요ㅋㅋ)
그런데 중언부언 한다는 바람돌이님의 말씀에...으응??^^;;;;; ㅋㅋㅋ

<나의 블루스> 란 드라마에서 십 대 시절에 임신을 한 경우의 배우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는 노희경 작가는 여학생은 임산부로 학교에 남아 공부를 계속하고, 남학생은 자퇴를 해서 미래 아기의 분유값을 모으려고 일을 한다는 설정으로 해결했는데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십 대들의 임신 이야기가 읽히니 갑자기 드라마 생각이 났네요.
이 책은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책이에요. 그럼에도 진도가 잘 안나간다는 의견들에 공감 백퍼입니다^^;;;
이제 반 읽었으니 앞으로도 남은 부분들 부지런히 읽어야죠.
잘 읽고 갑니다. 이 책 읽는 동안 많은 도움 얻고 가네요^^

다락방 2022-08-24 08:11   좋아요 3 | URL
저는 다 읽었습니다, 책나무 님! 오늘 출근길에 다 읽었어요. 아주 좋은 독서였습니다. 에리카 밀러가 주장하는 바는 우리 여성들이 그리고 남성들도 당연히! 듣고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쓸데없이 여성들에게 많은 죄책감과 수치를 안겨주었으니까요. 그런 당연한 주장을 듣는 것은 너무 짜릿한 일인데 문장이 툭툭 걸려서 읽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렸네요. ㅠㅠ

책나무 님, 남은 부분 열심히 읽으세요. 저는 맺음말 도 참 좋더라고요. 화이팅!!

공쟝쟝 2022-09-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르으로고 계속 여태 자유로워지실 다락방님께… 수치심!!의 정의 외워야겠어요 ㅋㅋ 맞아 저게 수치심이구나? ㅋㅋㅋ 내가 생각한 수치심은 좀 자기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함 정도 였는 데, 조금 더 수치심 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둬야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