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트윗에 퍼온 글을 내가 또 퍼왔다. 오랜만에 시원해서 웃었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니들 권한 밖이라 똥줄이 타냐?' 이 부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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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5-1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투. 나도 시원하게 웃었어요!!!

단발머리 2014-05-1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우리네 동네는 '공감' 이 한 번 밖에 안 되는 거죠?

공감 *1999 하셨습니다.
ㅋㅎㅎㅎㅎㅎ홓ㅎㅎㅎㅎㅎㅎㅎ

아무개 2014-05-14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우시군요 이분 ㅎㅎ

자작나무 2014-05-1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타임즈 일층에서 아침을 먹곤 했죠. 아시안 치킨 샐러드가 맛있어요.

건조기후 2014-05-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거 트위터에서 보고 리트윗 ㅎㅎㅎ

기억의집 2014-05-1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스마트폰으로 다락방님 서재 들어와 읽었는데. 지금에야 컴 들어와 댓글 다네요. 저 양반 미국사회에서 아시아인으로 공화당 지지할 정도면 대단히 보수적인 사람 맞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요일에 친구를 만나서 영화를 보고 삼겹살을 먹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영화에서 이들이 어찌나 레스토랑엘 자주 가고 와인을 자주 마시던지, 지금 당장 와인을 마시러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던거다. 할수없이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메뉴를 삼겹살에서 스테이크로 바꾸었다. 다행히도 극장 바로 옆에 세븐 스프링스가 있었고, 영화표를 가지고 오면 15프로 할인도 해준다고 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스테이크를 고르려는데 모두 돌판에 나온다는 거다. 돌판에 나오는거는 애초에 나올때는 미디엄 레어로 나와도 먹다보면 완전 웰던이 되버리는데, 돌판 말고 그냥 접시에 나오는 건 없냐고 물었더니 한 종류가 있다고 손으로 가리키는데 완전 별로인거다. 할 수없이 돌판에 나오는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역시나 고기는 좋긴했지만 금세 다 익어버리고 말았다. 제발 레스토랑에서 돌판에 스테이크 좀 얹어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손님한테 선택하게 해주던가. 나는 돌판에 스테이크 나오는 게 진짜 화딱지가 난다. 버터가 얹어져 나오고 그 버터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는 건 기쁨이었지만, 어휴, 다 익어버린 스테이크는 진짜 뻐킹쉿이라니깐.

 

돌판에 스테이크 주지 마세요. 네?

 

 

오랜만에 간 세븐에서 들떠가지고 이음식 저음식 다 가져다 먹다가 친구가 잠깐 화장실을 간 사이, 스맛폰으로 알라딘에 들어왔더랬다. 그리고 로쟈님의 서재에서, 맙소사, 마태우스님의 새로운 책 소식을 알게된거다. 꺅 >.<

 

 

 

 

아니, 시비돌이님과 마태우스님은 언제 만나서 이런 책을 쓰게 되신걸까?

부디 대박나시기를 바라며 나도 얼른 몇 권 사서 주변에 쫙 선물해야겠다. 하핫.

거듭 재인쇄 들어가신다면 제 덕이라도 생각하셔도 될겁니다, 마태우스님!

여태 시비돌이님이 인터뷰했던 분들 중 이번 책의 주인공이 내가 가장 애정해마지 않는 인물이다. 아...신해철..도 있는데.....신해철과 마태우스님이라.....음.......

 

예전의 나는 거침없이 신해철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뭐 이렇게만 말하고 마치겠다.

 

아흑, 빨리 읽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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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의 베란다쇼>의 웃긴 의사 '서민'의 유쾌한 인생 이야기. 강신주, 박원순, 표창원, 공지영 등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인터뷰한 인터뷰어 지승호가 서민을 만났다. 두 사람의 호흡은 아주 잘 맞았고, 그 결과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자연인 서민과, 직업인 서민,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이자 친구로서의 서민, 같은 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의 서민, 개를 지극히 사랑하는 ‘개 아빠’로서의 서민까지……. 지승호는 물었고, 서민은 답했다. 덕분에 우리는 “월세 밀린 세입자처럼 조용히” 그러나 할 말은 하는 보기 드문 사람, 서민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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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러 갔었던 때를 기억한다. 나는 그 연극이 불편했다. 연기를 한 배우들이 관객들 앞에서 과감하게 연극의 제목을 언급하며 보지 라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연극이 상영되는 내내 배우들의 연기가 불편했다. 세 배우 모두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했는데, 그 눈물은 인물의 공감에서 오는 눈물이 아니라, 눈물을 위한 눈물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야 연극을 몇 차례 본 적도 없으니 뭐라 말하기가 참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서 그 연극이 내게는 전혀 재미없게 느껴졌더랬다. 좀 더 극중 인물이 될 수 있는, 극중 인물이라 느껴지는게 무척 자연스러운 그런 나이 든 배우의 연기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래도 [버자이너 모놀로그]라는 내용만큼은 흥미가 생겼었는데, 그 작가의 다른 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접했다. 독립적인 소녀들의 인터뷰 내용이라니, 나는 흥미롭게 읽으며 감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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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가 전하는 뜨거운 조언. 사회가 강요하는 ‘착한 소녀’를 벗어던지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상을 향해 저항할 것을 소녀들에게 요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만난 십 대 소녀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준다. 따돌림에서부터 빈곤과 폭력,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겪는 각종 사회적 억압, 그리고 자아를 찾기 위한 저항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소녀들의 공격성, 감정과 욕망뿐만 아니라 그들을 억압하는 사회의 무게를 느끼게 될 것이다. 소녀들은 사회적이고도 개인적인 진실을 말함으로써 스스로의 목소리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저자는 이 목소리를 전하며 소녀들에게 감정을 당당히 말하고 직관을 따르며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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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먹는 도중 알라딘으로부터 문자가왔다. 내가 알림 신청한 《제스처 라이프》의 개정판이 나왔다는 거였다. 읭? 제스처 라이프라고? 내가 이런거 알림 신청해뒀었다고? 제목도 완전 생소한데?

 

이게 대체 뭔 책인가 싶어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안에서 검색해봤더니, 오호라, 이창래의 품절된 책이었던 거다. 앗. 맞아! 내가 이걸 읽어보고 싶어서 알림신청 해뒀었지! 다시 나온 제스처 라이프는 《척하는 삶》이란 제목을 달고 있었다. 흐음. 제목이 좀...거시기하다. 척하는 삶...이라니. 그러다가 그의 품절된 다른 책 《가족》도 새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쁜 마음으로 사리라~ 마음먹었다가, 이창래의 새로운 책을 사두고 읽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라 멈추었다.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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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이창래가 2004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로, 「타임」 선정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뉴욕의 롱아일랜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50대 남자 불만투성이 제리 배틀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업을 물려받아 부족할 것 없이 살아 온 제리 배틀. 그리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게을리 살지도 않았다. 미국의 적당히 부유한 집안 자제들이 마땅히 누릴 만한 것들을 누리며 편안하게, 그리고 적당히 방탕하게 일평생을 살아온 제리 배틀은 은퇴 후에 무료한 일상을 보내다가 경비행기를 구입하여 비행하는 것으로 소일하며 산다.

그러나 아들 내외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물려받은 가업을 위태롭게 하고, 임신 중에 암 판정을 받은 딸은 치료를 거부한다. 그리고 양로원에 있던 아버지는 사라져 버리고, 아내와의 사별 후 만나 오랜 시간 동거해 온 동반자 리타는 그를 떠나려 한다.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로부터 늘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던 그는 50대 후반이 된 지금에서야 그 중심에 서게 된다.

작품 속에 그려지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중산층은 얼핏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서 곪아 온,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롯된 영속적 가치에 대한 상실감과, 이미 해체된 옛 가족 구성원들이 받아 온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05년에 출간되었던 <가족>(전 2권)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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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하는 삶》

이창래가 1999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아니스필드-볼프 도서상을 비롯한 미 문단의 4개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계 일본인이었으나 세계 2차 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여 한국인 위안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던 구로하타 지로는 전쟁이 끝난 뒤, 미국 뉴욕 근처의 베들리런으로 이민해 프랭클린 하타라는 이름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이제 70대 노인이 된 그가 들려주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 전쟁, 사랑, 이민, 그리고 현재 그가 가장 사랑하는 (미국 이민 후 입양했던) 한국계 딸 서니와의 이야기가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2000년에 출간되었던 <제스처 라이프>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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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아빠보다는 엄마랑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나는 아빠 육아가 참 좋다. 호감이 간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도 같이 성장한다고 믿는 나는, 그렇기에 아빠 육아는 아이들에게도 또 아빠들에게도 분명 더 좋은 효과를 가져다 줄거라 확신한다. 물론 아빠들은 아이들과 노는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당황하기도 할 것이고, 더 솔직해지자면 아이들과 함께 '노는' 방법을 몰라 난처할 거란 걸 안다. 가까이로는 나의 제부만 봐도,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걸 갖게 해주는 것, 하고 싶다고 하는 걸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더 다정한 시선, 더 다정한 말투, 함께하는 더 많은 시간이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방법을 모르는 아빠들에게는 그 말 자체가 어렵게 느껴질것이다. 어쨌든, 오늘 어제자 신문을 들춰보다 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넘겨보고 싶어졌다. 아마, 많이 웃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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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수백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세계 최고 아빠(World's Best Father)'의 이야기다. '딸바보' 아빠와 그의 딸 앨리스 비(Alice Bee)와의 이야기를 위트 넘치는 백여 장의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아낸 918일 동안의 기록이다.

책은 소소한 일상이 주는 즐거움은 작은 것에서 온다는 사실을 재기발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기의 우유에 집착하는 아빠를 위해 세계 최고 엄마는 아빠의 컵에 술을 선물하는가 하면, 퇴근길에 아내가 만들어줬던 마티니의 환상적인 맛을 기억한 아빠는 딸과 함께 아내의 퇴근을 기다리며 마티니를 (한가득) 준비해 놓는 등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있다.

"가슴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가려던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저자가 온 시간(많은 아빠들이 여가 시간을 딸에게 희생하는 것만으로도 부성애를 느낀다고 저자에게 고백했다고 한다)과 마음을 다 바친 사진에는 따뜻한 웃음이 스며들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아이와 나를 키워준 부모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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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생긴 후의 나는, 육아서에 관심이 좀 생겼다. 그래서 한두권씩 읽어보곤 하는데, 오늘 신간들을 검색하다 이런 책들을 알게됐다. 읽어본 책이 아니니 말하는 걸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 책들의 소개글은 나를 무척 불편하게 했다. 저자는 엄마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몰고다니는 것 같은데, 그 모습은 마치 종교단체의 교주를 연상시키는 듯해서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지는거다. 물론 육아는 힘들고, 누군가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녹여내 다른 이들의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건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이 맞고, 또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소개글과 저자의 블로그 또 리뷰들을 보니, 이 책이 가져올 결과가 그리 긍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거다. 게다가 육아에 임하고 있는 엄마들은 매우 힘들고 약해져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 상황이 이 책의 인기에 더 날개를 달아준 게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쉽게 읽히는 게 꼭 좋은 번역은 아닌것처럼, 어릴 적부터 유창한 책읽기를 할 수 있는 것, 그것도 영어로 된 책을 술술 잘 읽게 된 것이 '좋은 육아', '남들이 다 본받아야 할 육아' 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건 이 책을 읽지 않고 책 소개글과 리뷰들, 저자의 블로그 글로 판단하고 말하는거다. 괜한 오지랖일테지만, 육아를 책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게 방법이 아니라는 걸 모든 엄마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저마다의 성향이 다르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방법이 내 아이에게도 좋은 방법일 리가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니까.

 

 

 

밥을 많이 먹고 배가 불러진 친구와 나는 알라딘 중고샵 종로점에 들렀다. 사고 싶은 책이 있나 검색도 해보고, 또 무엇이 새로 나왔나 둘러보던 나는, 내 옆에 서서 책 몇 권을 골라 들고 있던 제복 입은 남자에게 눈길이 갔다.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두 권의 책도 자기계발서였고 또 고르고 훑어보는 책들도 같은 종류였다. 나는 그가 입은 제복이 육군의 것인지 공군의 것인지 잘은 모르겠다만, 그가 왜 저렇게 멋들어지게 제복을 입고 저런 책(?)만 고르는걸까, 내 입장에선 심히 안타까웠다. 그 책들을 읽으려하는, 고르는 그의 상황이나 취미 성격 같은게 분명 있겠지만, 그 책들 틈에 한 권의 소설책을 끼워 넣어주고 싶은거다. 나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소설을 한 권 찾아 그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다. 얼른 소설 코너로 가 살펴봤는데 마땅한 책이 보이질 않았다. 초조해졌다. 그러다가 한창훈의 《그 남자의 연애사》가 눈에 띄었다. 그래, 이건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라기엔 좀 부족해 보이지만, 자기계발서만 읽는 젊은 남자가 소설이란 게 뭔지, 그것이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에 나쁘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들어 꺼내들었다.

 

꺼내들었지만 막상 그에게 다가가 그 책을 건네며 저기요, 이 책 한 번 꼭 읽어보세요, 라고 말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용기를 낸다고 해도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나 나이 많은 여자가, 어쩌면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날지도 모르는데, 뚜벅뚜벅 다가와 책을 건네고 추천하는 일은 낭만적이라기 보다는 건방지고 재수없게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두고 돌아보니 그는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아쉬워졌다. 에잇, 그래도 그냥 건네볼 걸 그랬나, 하고.

 

 

 

가방엔 이미 책 한 권이 있었고 중고샵에서 책을 세 권을 더 사서 넣으니 가방이 엄청 무거워졌다. 그렇지만 배가 불러 우리는 동대문운동장역까지 걷기로 했고, 그렇게 걷다가 광장시장을 지나치게 됐는데, 나는 거기에서 처음으로 내 팔뚝만한 순대들을 보게됐다. 와- 저건 뭐냐. 저것이 진정 순대란 말이냐, 으윽.

구두를 신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걷다가 나는 이내 피곤해졌다. 중간에 친구랑 헤어져 버스에 올랐다. 자리에 앉아 파김치가 되어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 스물다섯에 좋아했던 남자 H 가 떠올랐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겹쳐서.

 

그와 내가 종종 술을 마시던 곳이 종로여서 그랬는지 모를일이다. 그때의 나는 그를 좋아했는데, 함께 알고 지내던 여자후배 B가 내게 다가와 그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그를 더 먼저 알고 또 먼저 좋아했지만, 사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데 그 '먼저'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먼저' 마음을 토로한 B 때문에 나는 자연 나의 마음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나도 인터넷 검색엔 영 재주가 없었다. 그당시 꽂힌 음악에 대해 궁금했던 나는, 그걸  어느 밴드의 멤버이던 H 에게 물어보고 싶었고, 그러나 H와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했던 B에게 물어봐달라 청했다. 그런데 다음날 H는 내게 다가와 '그 음악 락방씨가 궁금한거죠?' 라며 제목과 가수가 적힌 쪽지를 내게 내밀었다.  그 곡 리메이크 곡인데요, 라며 설명하던 그의 말들은 들리지 않았고, 내가 궁금해한거란 걸 그가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것만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그리고 어쩐지 이 일을 B에게 말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여자친구 네 명이서 술을 마시다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호출을 해보기로 했다. 누가 가장 먼저 전화를 받는지 내기를 하자는 거였다. 참, 이런건 이제 시켜도 못할텐데 그때는 왜 미친듯이 열중했을까. 여튼 우리 넷은 동시에 각자 마음에 두는 상대에게 호출을 했는데, 놀랍게도 내게 가장 먼저 전화가 왔다. 당시 우리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던 사이가 아니었던터라 꽤 놀라운 일이었는데, 나는 병신같이, 정말 병신같이, 전화기 너머의 그에게 '호출 잘못했어요' 라고 하고는 끊어버린거다. 그때 내 친구들의 야유란. 한결같이 나를 병신이라 욕들을 했고, 나도 이런 내가 병신같아서 하염없이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이제 연락도 만날 일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 이년째쯤, 그당시 알고 지낸 다른 선배 한 명을 만나 오만년만에 술을 마시다가, 형 사실은 그때 내가 H를 좋아했었어요, 라고 말했더랬다. 그러자 선배는 내게 그때 진작 말을 하지 그랬냐며, H 도 나를 좋아했다는 거였다. 그때 당시 둘이 담배를 피다가, H가 선배에게 '형, 저 사실은 락방씨가 마음에 있어요' 라고 했다고. 이 말을 듣고 놀란 나는 아니 그럼 그때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냐고 했더니 선배는 내게 '너는 그녀석한테 전혀 마음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랬지' 라고 하는거다. 아 쉬바..조낸 야속해 ㅠㅠ

 

 

여튼 어제 버스안에서 내내 그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H의 전화번호가 선명히 기억나는거다. 016 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 그래, 십년도 넘게 지났지만 전화나 한 번 해볼까. 안부를 물어보자! 그렇지만 나와 동갑인 그가 지금 어떤 상황일 줄 알고 불시에 전화를 하나, 싶어지는거다. 주말밤인데 실례가 되는건 아닐까.  그래, 그 번호로 문자를 넣어보자, 싶어졌다가 아니 그 문자를 만약 다른 사람이 보고 뭔가 오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래, 버스에서 내리면 전화를 하자. 전화를 해서 일단 그의 이름 석자를 또박 또박 얘기해 그의 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맞다고 하면 내 이름을 밝힌 뒤, 혹시 주말밤인데 실례가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정중하게 묻자. 실례가 된다고 하면 죄송하다고 하고 끊자. 내 번호는 그에게 남으니 혹여라도 그가 궁금해지면 내게 다시 연락을 할 수도 있겠지. 만약 실례가 아니라며 조금이라도 반가워한다면, 그러면 그간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어보자. 서점에 가면 내가 쓴 책이 있다고도 말해야지. 그래, 그게 좋겠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렸다.

 

걸으면서 수화기를 들고 잠깐 멈칫 하다가 이내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 다시 확인하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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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5-11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례자의 책을 가지고 쓴 단편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쉬워요.
알라딘 중고샵은 강남점이 맞아요? 동대문 운동장까지 어케 걸어가요..ㅎㅎ
마지막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마지막 장면 같아요. 너무 극적이에요!

다락방 2014-05-11 20:48   좋아요 0 | URL
종로점이었어요. 마노아님 댓글 덕분에 고칠 수 있었네요. 아니 강남점에서 동대문 운동장까지 걸어가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서울 대장정인가요 ㅎㅎㅎㅎㅎ 강남점이 저기서 왜 튀어나왔지.. 하아-

요즘엔 아주 많이 과거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돼요. 아주 많이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주말 잘 보냈어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4-05-11 21:06   좋아요 0 | URL
일용할 양식 때문에 승질이 났어요. 담에 만나면 우리 부장님 욕 좀 할게요. ㅋㅋㅋ

다락방 2014-05-11 21:33   좋아요 0 | URL
뒷담화는 삶의 엑기스! 얼마든지 해요, 얼마든지!!

유부만두 2014-05-1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010으로 바꿔서 다시 걸어봐요~

다락방 2014-05-12 08:46   좋아요 0 | URL
그 생각도 안한건 아니지만..뭐랄까..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제가 뭐 지금 갑자기 십년도 전에 좋아했던 사람에게 연락해서 뭘 해보자는 것도 아니고..그저 오래전에 알던 이사람, 잘 지내나 싶었던 거니까.. -0-

Forgettable. 2014-05-1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토요일에 종로에 있었는데!!!!!

다락방 2014-05-12 08:47   좋아요 0 | URL
오!
배터질것 같아서 뒤뚱뒤뚱 걷고 있는 나를 못봤습니까? ㅎㅎ

2014-05-12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2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3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3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4-05-1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해철 넥스트 앨범 곧 나온다던데.. 그에 대한 애정도 확실히 예전같지 않지만 ㅋ 앨범이 기다려지긴 해요.
저 영화 어땠어요? 저거 볼까말까 고민하다 말다가 하고 있어요. ㅎㅎ

다락방 2014-05-12 12:42   좋아요 0 | URL
저 별로 재미없더라고요. 좀 지루하기도 하고.
전 요즘 왜 무슨 영화를 보든 무슨 책을 읽든 등장인물들이 다 외롭게만 느껴지죠? 외로워서 저러는구나, 하는것만 보여요. 왜이러죠? ㅠㅠ

그나저나 신해철 넥스트 앨범..이라고요? 오마이갓!

네꼬 2014-05-12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좀 조마조마했어요. 이렇게 결론 나서 다행이라고! (이 술꾼아!!)

말하기 조심스러워한 저 두 책 중 한 권(오른쪽)을 나는 읽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데, 정말 염려스러운 책이더이다. -_- 락방씨 안녕? 나랑도 고기 먹으러 (또) 가요.

다락방 2014-05-12 16:43   좋아요 1 | URL
앗 나 좀전에 네꼬님 서재에 댓글 달고 왔는데 ㅎㅎ

네꼬님이 읽은 책의 저자가 왼쪽 책도 쓴거에요. 새 책이 나왔더라고. '닥치고 군대육아'라니...아 정말.. ㅠㅠ 제목부터가 너무 슬퍼. 어떻게 저런 제목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ㅠㅠ 네꼬님이 저 책은 뭐하러 읽었담? 표지부터 네꼬님이나 내가 똭- 읽기 싫어할 스타일인데. 특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네꼬님이 저 책을 마음에 들어할 리 없다는 생각이 뽝- 드는데 말이지요!!

잘 왔어요!

무스탕 2014-05-12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자이너 모놀로그] 볼때 저 만났던거 생각나세요? 솔직히 전 그 연극 전혀 생각 안나요.
그날 다락방님 만났던것만 생각나요~♡

다락방 2014-05-13 09:01   좋아요 1 | URL
당근 무스탕님 만난거 기억하죠! 제가 자리 좁다 그래서 무스탕님이 제 자리를 더 넓게 만들어주셨잖아요. ㅋㅋㅋㅋㅋ 덩치가 커서 죄송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4-05-13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달달한 이야기. 조려가며 읽었네요! 다락방님, 저는 솔직히 <저지대> 분량을 보고 제가 결국 다 읽어내지 못하겠다, 나는 줌파 라히히의 단편을 좋아하지, 장편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했는데...

정말 고마워요.....다 읽었고 뭉클했어요....그리고 다 읽고 나니 다락방님을 좀 더 알 수 있겠다, 싶은 묘한 기분.
소설은 죽지 않았고, 이 작가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그런 성장하는 작가구나. 게다가 얼굴도 대책없이 이쁘구나, 진짜 부럽다, 했지요--;; 그리고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이창래의 소설을 한번 도전해 볼까 싶어요.
자, 추천해 주세요. 딱 한 권을 꼽으신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다락방 2014-05-13 11:34   좋아요 1 | URL
저는 아직 이창래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단계에요. 제가 읽어본 거라곤 그의 책들중 딱 한 권 이거든요. 그게 《영원한 이방인》이에요. 이 책만 읽었는데, 만약 이 책을 블랑카님께서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이 책을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블랑카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생존자》는 아직 사두고 읽지 않았고요, 저 위에 링크한 책들은 아직 사지도 않았답니다. 하핫.

저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주변 사람들이 줌파의 단편이 더 좋다, 역시 줌파는 단편이다, 라고들 했는데 저는 아니더라고요. 물론 그녀의 단편을 사랑하지만 이 책, 《저지대》도 무척 좋았어요. 어떻게 그렇게 인물들의 외로움을 저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뭉클하게 읽으셨다니, 다행(?)이에요. 하핫

다락방 2014-05-13 11:35   좋아요 1 | URL
영원한 이방인 품절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4-05-13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3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침내 그는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질까 봐 날카로운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니콜 크라우스,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pp.252-253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저 문장을 마주쳤을 때, 아 내가 지금 이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핑- 눈물이 돌 것도 같았다. 최근의 내 머릿속은 폭발 직전이었고, 그래서 그런 내가 무서웠다. 모두가 힘든 것처럼 나도 그랬다. 아침 저녁으로 신문과 뉴스를 보며 줄줄 눈물을 흘렸고, 자기 전에 확인한 트윗의 멘션들을 보고도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업무적으로 힘든 일이 생겨 낮동안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이런 날들이 이주이상 이어지고 있었고, 결국 엊그제 밤, 인터넷 쇼핑을 하기 위해 컴퓨터에 앉았다가 반복되는 결제 에러 앞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젠 이 눈물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이 처음 눈물을 흘렸던 그때의 슬픔인가, 아니면 엄마가 우울증의 증상이라고 말했던 그 눈물인가. 나는 이제 왜 뉴스를 보지 않고도 눈물을 흘리는가. 결제 에러 나는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잠이 오질 않았다.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분노와 걱정과 스트레스가 꽉꽉 들어차있어서 이건 위험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게 우울은, 생리전 증후군으로나 찾아오는 것이었고, 그러나 그것이 생리가 시작된 후 끝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것과 상관없이 찾아온 이 막강한 우울은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고, 얼마나 더 심해질지 혹은 덜해질지도 알 수 없었다. 무서웠다. 머릿속이, 목구멍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져버리고 찢어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녹초가 되었고, 너덜너덜해졌고, 웃음을 잃었다. 나는 지금 나의 이 극심한 우울을 치료하고 싶었다. 지금의 이 수렁으로부터 빠져나오고 싶었다. 


여러가지 방법들을,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이란 방법들을 머릿속으로 다 찾아내보았다. 그 중의 하나가 결혼이었다.


결혼을 할까? 결혼을 하면 괜찮아질까? 이렇게 길게, 이렇게 심하게 정신이 아픈 내가 외로웠다. 외롭고 두렵고 무서웠다. 나는 우울에 침잠할수록 혼자있고 싶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식구들은 내게 텔레비젼을 끄라고 몇 번이나 반복했고, 회사를 관두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 걱정이 되어 아빠는 일하다가도 엄마께 전화해 락방이 텔레비젼 못보게 해, 라고 말씀하셨고 여동생은 수시로 안부를 물어왔다. 그러나 이 모두가 내게는 다 귀찮았다. 아무것도, 무엇도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게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거란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란 걸 하면, 그러면 내가 이렇게 온전히 혼자서 아침부터 밤까지, 잠들기 직전까지 힘들어하는 걸 알아주지 않을까, 그건 그 자체로 위로가 되지 않을까, 나는 의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어쩌면 결혼은 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I thought it might fix things." 



모든것들을 바로잡아 줄 수 있을것 같아서 결혼을 선택한 여자가 등장하는 줌파 라히리의 단편 소설도 생각났다. 그러나, 그 다음, 그 다음은?


만약 결혼이란 것으로 내가 지금의 힘든 시기를 극복해냈다 치면, 그러니까 이 우울은 언젠가는 끝날것인데, 그 상태의 내가 낫기 위해 선택한 결혼이라면 그것은 단지 그 순간만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나는 그 잠깐 동안의 나를 위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다른이를, 그리고 다른이의 가족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이 지나서도 나는 내가 선택한 상대를 믿고 의지하고 따르며 함께할 수 있을까? 거기엔 자신이 없었다. 결혼은 궁극적인 답이 될 수 없었다. 내겐 그랬다. 물론, 그걸 답으로 선택한다 해도 아주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정신과 상담이었다. 나는 내가 미쳐버리는건 아닐까 걱정됐다. 정말로 걱정됐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더 버텼다가는 큰일나는 거 아닌가, 나는 무언가 해야하지 않나, 그렇다면 정신이 아프다고 생각되는 만큼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지금의 이 시기를 지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하는 게 아닐까.


그러다 트윗에서 이 책의 첫 줄을 읽게 됐다.


"내가 정신병원에 간 날은 목요일이었다."


아! 이 작가는 지금의 나와 같은 정신 상태였던걸까.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던데, 나도 이렇게 시작하는 자전적 소설을 쓸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내가 만약 정신과 상담을 받게된다면, 그렇게 치료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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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에바 로만의 장편소설. "내가 정신병원에 간 날은 목요일이었다." 에바 로만의 첫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은 실제 에바 로만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녀는 이 한 편의 데뷔작으로 독일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등장했다.

에바 로만은 여느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출근하고, 쫓기듯 하루하루를 보내고, 일요일 밤이면 다음날 한 주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생활을 몇 년 지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더 이상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삶의 의욕과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심리상태를 겪게 된다. '이렇게 계속 사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 그녀는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고 급기야 우울증 진단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작가는 밀라(Mila)라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병명은 우울증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과거 부모님과의 관계, 만족스럽지 못한 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타인을 위해 살았던 삶, 그로 인한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서적인 극도의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증후군)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시간은 8주. 그 8주 동안 일어난 사건과 만난 사람들, 치료 과정과 그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내면, 황폐해져버린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도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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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를 보러갈까, 하는 것도 방법중의 하나였다. 일전에 몇차례 사주를 보았을 때 위로를 받기도 했으니까. 일종의 카운셀러 역할을 한다고 보는바, 이것이 가장 나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묻고 싶었다. 이 시기가 끝날까요? 언제쯤 끝날까요? 시간은 반드시 흐른다는 자명한 이치 아래, 그럼에도 나는 묻고 싶었다. 제 정신이 온전할 수 있을까요? 저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미칠까봐 두려워요. 미치고 싶지 않아요. 괜찮을까요?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었고, 매달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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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점'을 소재로 한 심리 치유 에세이. 한때 말랑말랑한 심리학 책들이 유행했다. 삶이 그만큼 팍팍하고 고달팠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바로 그 인생의 고달픔과 답답한 마음들을 달래고 풀어보기 위해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졌고, 주역과 사주에 대한 공부를 거쳐 마침내 직접 점을 치게 되는 재미에까지 이르렀다. 

누군가는 힘들고 괴로울 때 종교를 찾고, 철학이나 심리학을 찾고, 혹은 사랑을 찾아 위로나 답을 얻는다지만, 저자는 그것들 대신 다양한 인생들에 대한 관조와 분석을 택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과 사람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게 되었단다. 잘나가는 직장생활 뒤에 점을 치는 취미(?)를 갖게 된 이중생활의 시작은 그랬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주점이 인간에게 운명의 테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것 같아도, 의외로 저자는 이 책을 "사람은 운명보다 강하다"고 끝맺는다. 정해진 운명은 분명히 있으되, 그러나 아무리 잔혹한 운명일지라도 결국엔 꿋꿋하게 살아남는 존재가 또한 인간이라는 것을 천년의 세월과 동서를 종횡으로 오가며 증명해낸다.

하지만 가장 먼저 사주니 동양철학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터부나 부담부터 떨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독자들에게 말한다. "마음 답답할 때 친한 친구나 선배에게 하소연하는 심정으로, 아니면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가 몇 가지 삶의 옵션에 대해 듣는 심정으로, 그것도 아니면 교회나 절에 주말의 하루를 위탁하는 심정으로 부담 없이 읽어 주었으면 한다. 마음 한편에 괜스레 바람이 부는 날, 그 실속 없는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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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결방법은 사실 '나' 자신에게 있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깊은밤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성격을 바꾸자' 였다. 내 탓이다. 내 성격 탓이다. 내가 지금과 다른 성격이었다면, 업무에 있어서 모든걸 쉽게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나는 지금처럼 스트레스 받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지금처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앞에 어떤 일이 닥쳐올 때마다, 그것이 사소한 것일수록 더욱더, 완벽하고 완전하게 해내고 싶었다. 하나라도 실수하는 것 같다 싶으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친구를 만날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식구들과 있을 때도 무심하고 대범한 나이지만, 왜 업무에 있어서는 이토록이나 찌질한걸까. 나는 나를 바꾸고 싶었다. 상사의 잔소리에도, 흥, 너따위, 너의 잔소리 따위, 하고 넘겨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실수한 게 아니라 병신아, 니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거야, 라고 대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내 머릿속이 지금처럼 요동치지 않을텐데. 이렇게 터질듯 아프지도 않을텐데. 요즘의 나는 자주 어지럽고 아팠다. 성격을 개조해야겠다고 자꾸만 마음먹었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성격이 개조 되지는 않으리란 사실을. 나는 나를 파악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를 고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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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3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독일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우르술라 누버의 여성 심리학. 저자는 이번 신작에서 한낮에는 당당하지만 밤에는 눈물을 쏟으며 자신이 한 말과 행동, 벌여놓은 일들에 대해 괴로워하는 여성들을 위해, 자기 자신의 모순을 이해하고 억눌렀던 감정을 해방시키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면서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왜 낮에는 일상생활을 잘 꾸려가는 것처럼 보이던 여성들이 밤만 되면 남몰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며 베갯잇을 적시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고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채로 그녀들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마음의 작용을 이야기하고, 해독제를 찾아보려 한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싶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질 않아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이 책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마음의 퍼즐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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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처럼 많은 꿈들을 꾸었다. 그 꿈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출근길에 스맛폰으로 인터넷을 뒤적여 검색해보기도 했다. 어제는 친구 정식이를 만나 내가 꾸었던 그 많은 꿈들에 대해 쉬지 않고 얘기했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도 했어, 꿀벌이 나를 쏘았지, 내가 구미호가 된 적도 있어. 정식이는 내게 프로이트 읽기를 권했고, 사실 나는 프로이트를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읽게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래팩 노블이라면, 그렇다면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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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인간>은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남자의 일생을 따라다닌 집착과 신경증,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결코 일반적인 그래픽노블의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이야기가 그래픽노블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늑대 인간>은 프로이트와 상담 치료를 받는 동안 이 증례에서 핵심 개념인 <늑대 꿈>을 그려 보여 주었다. 그가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 꿈을 이미지화하고 그려 보는 것 자체가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프로이트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연상법과 이 이야기가 갖는 탐정 소설과 같은 서사 구조가 이 이야기를 그래픽노블화 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스와바 하라시모비치는 <늑대 인간>의 분열된 정신 상태, 그가 느낌 두려움, 공포스러운 늑대 꿈을 표현하기 위해 콜라주 기법을 도입했다. 

또한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흑색을 유지했다. 그녀는 페이지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 그림을 잘라 이리저리 배치하며 페이지를 구성했다. <늑대 인간>의 조각난 기억들을 맞춰가며 치료를 완성해간다는 의미에서도 콜라주 기법은 완벽하게 이 이야기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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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업무적으로 또 멘탈이 찢어져 있을때, 그때 찾아온 타부서의 J 과장이 우연찮게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나는 그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퇴근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맙다고, 정말 고마웠다고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했다. 그 작은 일이, 내가 정신과 삼담을 받지 않아도, 사주를 보러 가지 않아도, 성격을 고치지 않아도 괜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아직은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가 없다(잘 읽지도 못했다). 그러나 터질듯한 머릿속을 치료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해 뭐든 해보고 싶다. 지난 주말에 대전 한밭 수목원에 갔다가 그 높은 아파트단지와 그 한가운데에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위로 받고 대전에 터를 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분명 도시의 느낌인데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유롭고 한가로운 도시, 그 느낌을 대전의 한밭수목원이 주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곳에 터를 잡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이 사정 저 사정 봐주지 않은채, 그저 뒤돌아 도망치고 싶었다. 그리고 대전의 수목원 근처에 숨고 싶었다. 그러면 뭐든 다 괜찮아질것 같았다.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이사를 가고 무엇보다 이사를 가기 위해 내가 살 곳을 마련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무력해진다.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다한들, 그 대출금은 무슨 돈으로 갚는단 말인가. 대전에서 직장을 구해 혼자 살아가는 생활비를 감당하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은 무슨 수로 갚을 것인가. 일단은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면서 버텨가야겠다. 그래서 어제는 정식이랑 저녁을 먹었다. 최근 이주간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못한채 지냈는데, 어제는 와인도 한 잔 마셨다. 하늘공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보는 도시의 야경은 근사했다. 다가오는 연휴에는 한밭수목원을 다시 찾기로 해서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 오늘은 또다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평일에 친구를 만나는 것 역시 내게는 무척이나 오랜만의 일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은 세상 그 무엇보다 잔인한 일이지만, 또 그래서 다행일런지도 모른다.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마음이 많이 아프고 낮에는 그보다 정신이 더 아프지만, 그래서 신문을 펼치고 또 줄줄 눈물을 흘려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아픈 날들 속에서도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렇게까지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또한 먼 사람들에게 조차도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고 싶다. 안부가 간절한 날들이다. 나의 안부를 글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는 그들에게 이 글로써 나의 안부를 전한다.



나는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요, 아프지만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렇겠지요. 당신도 아프지만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겠지요. 우리, 잘 지내봅시다. 잘 지내보도록해요. 그리고 가끔 내게 당신의 안부를 전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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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4-3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다락방. (하트)

다락방 2014-05-02 08:2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2014-04-3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네, 잘 지내봐요.
잘 지내보도록 해요.

다락방 2014-05-02 08:29   좋아요 0 | URL
우리, 잘 지내봅시다!

미녀 2014-04-3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 2014-05-02 08:29   좋아요 0 | URL
♡.♡

2014-04-30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2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30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2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본래 이 글은 알라딘 닉네임 '정서'님의 페이퍼에 달았던 댓글입니다. 그런데 그 댓글을 단 페이퍼가 삭제됐어요(4월 28일 17:54 현재는 수정해서 새로 올리신 것 같습니다). 새움출판사 게시판에는 여전히 그 글이 그대로 존재하기에, 거기에서 가져와 댓글을 페이퍼로 옮깁니다. 

단, 새움 이방인의 책 링크는 걸지 않겠습니다. 걸기 싫어요.


새움 게시판 역자 이정서의 글: http://saeumbook.tistory.com/440



밑에는 내가 쓴(썼던) 댓글:


정서님(알라딘 닉네임이 '정서'이니 .'정서님'이라 호칭하겠습니다.).

 

정서님을 비롯하여 새움출판사의 직원들은 댓글들에 대한 엉뚱하고 어이없는 추측을 전혀 접을 생각이 없으신 듯 보입니다. 새움출판사 게시판에서도 새움의 이방인에 대한 반대댓글을 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타출판사 직원 이라던가 알바라고 싸잡아 말씀하시더니 말이지요. 지금도 '고마해라' 님을 문동의 번역을 맡으신 이기언 교수님이라고 멋대로(그러나 본인은 나름대로 추론하여) 짐작하시네요. 저는 '고마해라'님이 이기언 교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마해라님은 그보다 이 논쟁에 참여한 독자 라고 보여지는데요. 만약 '고마해라'님이 '이기언 교수님'이 아니시라면, 정서님은 지금 큰 무례를 범하고 계시는 겁니다. 두 분 모두에게 말이지요.


아마도 정서님이 그렇게 추측하게 된 많은 계기는 알라딘에서도, 새움 출판사의 게시판에서도, 82쿡 게시판에서도 새움 출판사의 직원들이 모두 닉네임을 가지고 댓글을 달기 때문에 다른 출판사들의 직원(및 알바)들도 그러할 것이다, 에서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더 위험한 건데요, 말꼬리 잡고 늘어지려는 건 아니고요, 

위 글에서 하신 말씀중 '저것이 정말로 세계적으로 독창적 해석인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그걸 주장하시는 분이 누구냐에 따라 그 발언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 이라고 하셨는데 말이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겁니까? 그래서 '고마해라'님이 고마해라 님이었을 때는 댓글을 무시했고 '이기언 교수님' 이 되는 순간 상대해줄 가치가 생기는겁니까? 고마해라님이 정서님의 번역에 문제를 제기한 '독자'이고 그렇게 '댓글러'가 되는 순간, 그 글은 가치가 없는 게 되는겁니까? 왜 '이기언 교수'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거기에 '무게'가 실리는걸까요? 왜 독자의 반박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는건가요? 정서님은 이번 논쟁에서 수도없이 '이 책은 눈 밝은 독자들이 읽고 평가해줄 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가장 의존하는 건 독자라고 말씀하시면서 정작 독자의 의견-그것이 반박일 때-는 그 글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건지요? 


이번 논쟁에서 별다섯을 준 알라딘 리뷰중에 '달을 가리킨 손가락을 보고 짖는 꼴'이란 표현을 보았는데요, 제일 처음 로쟈님이 이방인에 대해 쓰신 글을 다시 한 번 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정서님. 

그건 정서님이 그토록 부르짖으시던 '번역'에 대한 글이었어요. 다만 정서님이 바라던 것과는 달리 '나는 뱃고동 쪽이다' 라는 글이었죠. 그게 어떻게 정서님과 새움출판사 직원에게는 '상식적이지 못하고 인신공격적인 글'로 읽힐 수 있을까요? 전 제가 잘못읽은걸까, 도대체 여기서 어디 그렇게 읽히는걸까, 네 번이나 로쟈님의 처음 글을 읽었습니다. 


그 뒤의 새움출판사의 대응 때문에 사람들이 손가락을 보고 짖는 겁니다, 정서님. 그 손가락이 그냥 손가락이 아니라서요. 순수하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그 손으로 송곳을 움켜쥐고 있어서요. 너무나 날카로운 송곳을 움켜쥐고 있어서 달을 볼 수가 없는겁니다. 그러면서 달을 보라고 계속 말씀하시고, 달을 보고 얘기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조차 그 의견이 정서님이 바라던 의견과는 다르기에 출판사 알바로 보고 계세요. 


정서님도 언젠가의 글에서 말씀하셨듯이, 문제에 빠져 있으면 당연히 흥분하게 됩니다. 

그 문제의 중심에서 외곽으로 벗어나, 처음 글부터 다시 읽어보세요. 제일 처음, 로쟈님의 글은, '나는 사이렌보다는 뱃고동 쪽이다' 라는 본인의 번역에 대한 의견을 나타낸 글이었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은 출판사 책의 띠지에서 온 게 아닙니다, 정서님. 로쟈님의 첫 글을 읽은 후부터 정서님과 출판사분들의 대응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본인(과 출판사)의 번역에 대한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데서 온겁니다, 정서님. 다른 분들은, 정서님이 김화영님의 번역에 대하여 틀렸다고 지적했듯, 그렇게 지적을 하고 계신겁니다. 정서님이 본인의 그것을 의견이라 말씀하신다면, 다른 분들도 의견을 표현하고 계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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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4-2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정서님과 새움출판사가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책 한 권의 판매도 중요하지만, 반대편의 부정적이 감정도 적지 않조. 노이즈 마케팅이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이미지 손상도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탐대실이죠.

그것은 그렇고. 다락방님은 어떻게 이방인을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제 독후감이 동떨어진 느낌을 받아서요.

다락방 2014-04-28 17:06   좋아요 0 | URL
(비밀댓글이니 닉네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제 댓글은 공개 댓글로 쓰겠습니다.)

제가 요즘에 글을 쓸만한 감정적 상태가 전혀 아니라서 쓰질 못했는데요. 언젠가 이방인에 대해 얘기해야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방인을 문동의 것으로 읽었어요. 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고, 뫼르소가 '태양때문에' 살인을 하게 된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뫼르소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구매자평에서도 이런 글을 읽은것 같은데요.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가 태양 때문에 쐈다고 한다면, 그건 태양 때문에 쏜 게 맞는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과 그 후의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자신이 느낀바, 생각한 바 그대로를 말하였고, 여자친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요.

제가 생각하는 뫼르소는 관계를 더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혹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다른 것들을 덮어 씌우거나 거짓을 말하지 않아요. 가장 본능에, 자기 자신에 충실했기 때문에, 자신보다 타인을 더 신경쓰는 세상에서 이방인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재판과정에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태양 때문에 총을 쐈다는 뫼르소의 말을 모두가 그대로 듣고 생각하려고 하기 보다는, 왜, 어머니 장례식 후의 태도가 이 시점에서 더 문제가 되는걸까. 왜 다들 그걸로 뫼르소를 어떤 인간인지 판단하려 할까, 하고 말이지요. 뫼르소는 사실,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기 꺼려하는, 그래서 가장 깊은 곳에 숨기고자 하는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내뱉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들은 숨기고 사는데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을 보는 것을 불편해하니까요.



그리고 새움과 이정서에 대해서라면, 저 역시 그간 몇 번이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쓰지 않았던 게 다소 걱정되는 면이 있는게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악에 받쳐서 대응하는 모습을 보니 한없이 약해져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 역시 그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 그들의 편에서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다만,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꼭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마립간 2014-04-28 21:06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은 새움 출판사 직원들에게 뭐하고 하려고 걸어 놓았던 것인데, 그냥 말았습니다. 서로 비판만 키우는 것 같아서요.

뫼르소의 솔직성은 저도 인정합니다. 단지 저는 솔직함이 유아적이라는 것이죠. 새움 출판사 '이방인'으로 따로 독후감을 올릴 예정입니다. 다락방님의 의견을 구했던 것은 이 소설을 다른 방향에서 보려고 해서요.

숲노래 2014-04-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번역을 번역답게 알뜰히 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번역가끼리 서로 모여서
저마다 번역한 글을 놓고 토론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인터넷으로 '내 번역이 옳다'고 말하지 말고
번역가가 함께 모여서 토론을 하면 될 텐데요...

다락방 2014-04-29 11:22   좋아요 0 | URL
지금 이 논쟁(이라 부를 수 있다면)의 모습은 딱 이겁니다.

"네 번역은 틀렸지. 내가 다 뜯어고쳤어. 이제 내건 정답이야."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니, 네 것도 틀렸어." 라고 말하는거죠. 그러자 "너네들은 상식없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라고 대응하는 거죠. '내 번역은 옳다, 이것이 정답이다' 라는 자기 확신이 도를 넘어서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개 2014-04-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너무 오래된 판본의 이방인을 읽은 터라
저는 지금 딱히 이 논쟁에 할말이 없네요.
아무래도 새움 출판사 본으로 다시 읽어 보긴 해야할듯 하네요.
킁........


다락방 2014-04-29 11:00   좋아요 0 | URL
전 새움출판사 이방인은 표지도 보기 싫어졌어요. -_-
전 문동으로 읽었고 이제 다른 출판사 것으로 다시 읽어보려고요.

자작나무 2014-04-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에 의해 창조된 인물이 태양 때문에 총을 쐈다고 말한다면, 작품 안에서 그것은 진실이겠지요.
평자들은 때때로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소설에서 있었던 일을 현실의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하면 대개는 실패합니다.
근데 뫼르소가 총을 쏜 이유는 까뮈도 설명하지 못할 거예요. 만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있었다면 이 작품의 문학적 생명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죠...
근데 요즘 무슨 일이 있나요? 전 내일부터 뉴욕에 좀 다녀올까 해요.

다락방 2014-04-29 11:00   좋아요 0 | URL
오, 자작나무님. 진짜 내일부터 뉴욕가세요? 진짜요? 진짜?

자작나무 2014-04-29 11:40   좋아요 0 | URL
네. 뉴욕의 최신 요리 트렌드를 파악하려구요.

다락방 2014-04-29 11:44   좋아요 0 | URL
아..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뻥이에요 진짜에요? ㅠㅠ
진짜라면 나도 데꾸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트럴파크가 나를 기다릴텐데...아직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야경을 보지도 못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

자작나무 2014-04-29 11:58   좋아요 0 | URL
내일 저녁 6시까지 공항으로 오세요 7시반 비행기예요
요즘에 맨해든은 식상해서 브룩흘린이랑 브롱스 위주로 다니고 있어요
락방님이 같이 가신다면 제 단골인 Peter Luger Steakhouse와 Fette Sau BBQ로 안내하죠

다락방 2014-04-29 12:01   좋아요 0 | URL
내일 갔다가 언제 오는 일정입니까?

자작나무 2014-04-29 12:20   좋아요 0 | URL
5월 7일에 와요

다락방 2014-04-29 12:45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전 뉴욕에서 살고싶은 사람인데 ㅠㅠ

자작나무 2014-04-29 13:57   좋아요 0 | URL
뉴욕의 어떤 점이 좋으세요?

다락방 2014-04-29 14:07   좋아요 0 | URL
어떤점이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요. 센트럴 파크도 좋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좋고. 그냥 좋아요. ㅠㅠ

마립간 2014-04-29 14:14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몇 년 전에 업무차 (뉴저지에 숙박하면서) 뉴욕에 10일 정도 머르는 적이 있었는데, 저는 ... 뉴욕 좋은 것 잘 모르겠던데요.

다락방 2014-04-29 14:21   좋아요 0 | URL
ㅎㅎ 마립간님 저도 이십대 후반에 열흘정도 있었는데요. 가기전에도 물론 좋아서 갔고 가니까 더 좋아지더라고요. 횡단보도도 좋고 지저분한 맨하튼 거리도 좋고. 전 그냥 다 좋더라고요. 뉴욕에서 몇 년 살아보고 싶어요.

아무개 2014-04-29 15:50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의 페이퍼의 백미는
이 산으로 가는 댓글들이 아닐까 싶네요. ㅎㅎㅎ
그나저나 다락방님 자작나무님이 부러워서 뒤로 넘어 가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다락방 2014-04-29 16:05   좋아요 0 | URL
네 부러워서 쓰러져요. 안그래도 요즘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ㅠㅠ

자작나무 2014-04-30 08:39   좋아요 0 | URL
이 새움 이방인 논란 포스팅의 결론은 <다락방은 뉴욕을 사랑해> 입니다
 

60만원대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최근 3개월간 순수 구매액은 몸무게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둘 중에 뭐가 더 어렵냐고 물으면, 굳이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하면 역시 몸무게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어쨌든 순수 구매액을 줄이기는 진짜 어렵다.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486,230원>


지난 토요일에 알라딘 중고샵 건대점을 찾았다가 책 세 권을 또 사버리고 말았고, 2만원 내려가면 1만5천원이 다시 높아지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러다보면 줄겠지..한다. 암튼 2014년의 목표는 순수구매금액과 몸무게 줄이기...( ")


각설하고, 관심가는 책들에 대한 얘기를, 페이퍼의 목적이었던 바대로, 해봐야겠다.





어떤것들을 어느 시점에 가르쳐야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일전에 여동생과 조카에게 장난감을 사주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아이가 갖고 싶다는 걸 다 사주는 것은 옳은 게 아니다, 가지고 싶다고 그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는 식의 얘기였는데 그 때 내 동생과 나의 공통된 생각은 '그걸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까?' 였다. 좀 더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고 친구들을 사귀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저절로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구나' 라는 걸 깨달으며 좌절을 겪게 될텐데, 언제고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걸 굳이 미리 알려줘야 할까? 그게 더 나은걸까?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무엇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것도 그렇다. 죽음은 이별을 가져온다는 것, 그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을 언제,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너에겐 지금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와 삼촌이 있지만, 앞으로 니가 만나게 될 다른 아이들에겐 그들중 누군가가 있었다가 없어진 걸 수도 있다고, 다들 너처럼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라고, 언제,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잘 모르겠다면 책의 힘을 빌려보는 게 어떨까? 물론, 그조차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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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서정적인 글과 잔잔한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주인공 에곤은 누구의 위로도 필요 없다는 듯이 아빠의 죽음을 누구보다 담담하게 극복해 나간다. 하지만 담담해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가슴 뭉클하고, 어딘지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여느 다섯 살 아이처럼 사랑스럽기만 하다.

저자는 어린아이가 죽음을, 또 어느 날 달라진 어른들의 시선을 바라보는 솔직한 감정을 직접적이면서도 매우 감성적인 글로 담아냈다. 또한 무겁지 않은 잔잔한 그림은 시종일관 차분한 에곤의 마음을 은근하게 표현해 냈다. 죽음, 즉 ‘영원한 이별’과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커다란 슬픔을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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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지난주 북섹션 코너에 이 책이 실렸다. 두꺼운 책이고, 제목에서 주는 느낌이 어려워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선뜻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책소개에서 말하기를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면 20매 분량인 에세이 480여 편이라고 하니, 의외로 잘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 맞다, 타부키의 책도 새로 나왔다는 얘길 얼마전에 들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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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추앙받는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불안의 서>.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면 20매 분량인 에세이 480여 편이 실려 있다. 흔히 명예, 성공, 편리함, 소음과 번잡함 등이 인정받는 현시대에, 페소아는 그와 정반대되는 어둠, 모호함, 실패, 곤경, 침묵 등을 자신의 헤테로님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를 통해 노래하고 있다. 

소아레스는 포르투갈의 도시 리스본, 특히 도라도레스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그곳 사람들, 그곳 풍경, 그곳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맘껏 펼쳐 보인다. 480여 편에 이르는 각각의 글들은 원칙적으로 독립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 삶과 죽음, 내면의 심리와 외부세계와 같은 근원적이고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가운데,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차분하고 섬세하고 치밀하면서도 치열하게까지 느껴지는 페소아의 글들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에 삶에서 부닥치는 전반적인 주제들을 중심으로 고뇌하는 한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소설가 배수아의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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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일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은, 이 책이다.

나는 몰랐는데 소설가 이승우에 대한 표절 시비가 있었는가보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책, 《지상의 노래》에 대해서. 책의 소개나 리뷰, 페이퍼로 짐작하건데 아마도 이승우는 이 작가, '김주욱'의 소설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작품을 읽고 그 중에 어떤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에 써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일전에 '조경란'도 마찬가지의 과정에서 《혀》를 집필했다는 말이 나왔던이상,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탁 까놓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심정적으로, 조경란은 그랬으되 이승우는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김주욱이 어떤 소설을 썼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말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내가 이승우를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승우의 소설을 그간 읽어왔던 바, 그가 그런 식으로 소설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상의 노래》가, 그간 읽어왔던 이승우 소설의 집합체 라고 여겨졌더랬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도 잘했고 저것도 잘했으니 그것 역시 잘했을 것이다' 라는게 단순히 추측일 뿐이지, 반드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소설 1,2,3을 잘 썼다고 해서 4까지 온전히 백프로 자신의 것일거라는 건 그를 사랑하는 독자의 믿음인 것이지, 작가는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여전히 심정적으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라고 생각하지만,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김주욱'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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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3년 3월 시사월간지 <신동아> 에 문학작품 표절 사건이 실려 문학계에 파문이 일었다. 어느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은 저명한 소설가의 수상작이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한 신예 소설가의 문제제기였다. 그동안 표절과 창작의 모호한 경계선에 파문을 던진 이 사건이 소설로 탄생했다. 이 소설의 저자는 그 사건에서 자신의 소설이 표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주욱이다. 자신의 소설 <허물>이 신춘문예 최종심에서 탈락한 후 심사위원이었던 이 모 교수의 작품 일부가 <허물> 과 흡사한 점을 발견하고 이 과정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작중 ‘나’인 우혜미에게 소설가 후배인 Q가 “소설가 G가 내 소설을 표절했다”고 알려온다. 우혜미는 Q에게 이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을 쓰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우혜미 역시 예전 베트남 작가의 소설 일부를 차용(표절?)한 기억이 있다.
표절 의혹에 휩싸인 G는 D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던 Q의 소설을 탈락시키고 그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G는 문예지에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야기의 중반에 해당하는 설정이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G는 친구 M의 작업실에 갔다가 M이 가지고 있던 D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에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 작품은 몇 해 전 신춘문예 중편소설 최종심에서 자신이 탈락시킨 Q의 소설 <허물>이 개작된 <머리카락>이었다. 
창업했던 회사가 망한 후 Q는 미용사 친구 명규의 집에 얹혀산다. 명규가 키우던 뱀과 뱀이 수놓아진 비단주머니에 머리카락을 모으던 할머니와 같은 과 긴 생머리 여학생에게 느꼈던 머리카락 페티시즘(?)과 뱀의 연관성을 느낀 Q는 이를 바탕으로 소설 <허물>을 쓴다. <허물>은 D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서 탈락한다. 어느 날 서점에서 Q는 G의 소설 <천국의 비명> 6장 “지옥불”이 자신의 소설과 매우 비슷해 G가 표절했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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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부분도 다 읽지 못했을만큼 조금 읽었지만, 이 책을 읽다가 학창시절의 국사, 세계사 과목에 대한 생각이 나 부르르 떨었다. 정치경제도 생각났다. 정치경제 과목을 18점 받았던 적도 있었는데...(100점 만점에!!) 국사 세계사는 모든 아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9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70점 대였는데...무슨 국사 세계사 암기과목이 영어나 국어보다 점수가 낮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국사와 세계사가 내게는 '암기과목' 이어야 했느냐는 거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얘기를 하다가 아주 잠깐 헨리 8세와 블러드 메리,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고, 그제서야 나는 그들의 구성이 손에 잡히는거다. 아 이러이러했구나, 하고. 국사랑 세계사는 암기과목이 아니구나, 이해해야 하는 과목이었어. 그리고 재미있으면 이해가 되는 거였어. 나는 교과서로 국사와 세계사가 재미있었던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는데!!!!!


암튼 아직까지는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진 않아서 한 번 계속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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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보는 자본주의의 역사.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고전들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까지의 장면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땅에서 쫓겨나는 농민들을 보여주고, 모험 상인 로빈슨 크루소를 통해 자영 농민인 요맨들이 어떻게 자신의 땅을 지켜나가는지를 전한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빈민을 구제하기 세워진 구빈원이 강제 노역소가 된 현장을,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서는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아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해리 브레이버만의 『노동과 독점자본』에서는 과학적 노동 관리를 내세운 테일러리즘이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분리시키고 육체노동을 천하게 여기게 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 책에서 소개한 고전들을 통해 우리보다 먼저 자본주의를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그들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또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만나게 된다. 아울러 위대한 작품과 뛰어난 사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자본주의에 대해 그다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데에 고전은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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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콘서트에 갔던 얘기는 다른 페이퍼에서 하기로 하고,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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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4-08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부터,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넘치는 책과 서류들을 조금씩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아마 그 즈음입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간다면 책을 읽을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아마 나는 평생동안 지금 내 방에 모여있는 책을 다 못읽을 거예요. 만일 어느날 갑자기 죽는다면 그 책들을 처리하는 것 또한 가족들에게 큰 부담일 것이고.
그래서 이제 책을 사지 않고 쌓여있는 책들을 줄여나갈까 해요.
그리고 앞으로는 다락방의 서평만 보기로.

다락방 2014-04-08 12:56   좋아요 0 | URL
넘치는 책과 시디 dvd 를 정리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르네요. 제 경우엔 앞으로 살아갈 날은 많다고 생각하나, 지금 당장 현실에 돈이 없어서 팔아버리고 있거든요. 서평만 본다면..놓치는 게 아주 많을 것 같은데요. Orz

아무개 2014-04-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다락방 님 혹시 <불안의 책> 언젠가 책장에서 뙇! 하고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 <불안의 책>이 개정되어 나온게 <불안의 서>로 알고 있어요.
로쟈 님 서재에서 본거 같은데..

2.세계사나 국사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때도 이해하는 과목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벼락치기의 달인 이다보니 급하게 암기하는거 잘하는 편이라 점수가 좋게 나오긴했어도
지금에 와서 역사책들 읽어 보면 내가 이런걸 공부했어나 싶게 완전 백지상태 ㅋㅋ

3.아이들 교육은 정말 너무 어려운 문제.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만해도 왠지 심장이 콩닥콩닥 긴장되요...
다행히 저는 그럴일은 없겠지만요 ^^:::::

4. 아..그리고 이승우 표절시비는 저도 얼마전에 알았는데
대략 다락방 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김주욱의 소설도 읽어보려구요.


다락방 2014-04-08 12:54   좋아요 0 | URL
1. 네, 완역본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제 책장에 있던 불안의 책을 팔아버렸습니다. 읽지도 않고. -0-

2. 저는 암기를 완전 못하는 타입이거든요. 뭘 외우려고 하면 도무지 외워지질 않는, 외울 수가 없는 뇌의 소유자. -0- 그래서 암기과목은 죄다 엉망이었어요. 암기과목이 주요과목이 아니었던 것, 단위수가 낮았던 게 제겐 다행이었지요. ㅠㅠ 그렇지만 그때도 국사나 세계사를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은 분명 있었죠..

3. 저도 부모는 감히 꿈도 못 꿀것 같고요. 좋은 어른으로 사는 것 조차도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4. 사실 저는 이승우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다면, 그건 자기 자신이 아닐까 싶거든요. 위에도 썼지만 《지상의 노래》는 그간 이승우 소설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어서 말이지요. 토탈적으로 정리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표절'이란 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어쩌면 그래서 만약 표절이라면 김주욱 작가가 더 억울할 수 있을테고요. 어쨌든 마음은 이승우 쪽으로 기울어지는...킁.

2014-04-08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8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4-0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순수금액이 저 정도인거예요?
와아~ 진짜 다이어트 조금 하셔야되지만서도, 한국 출판 문화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다락방님 페이퍼를 기다리는 저를 위해서,
"줄이지 마시어요~~~~"

고르신 책 중에서는 "표절"에 눈이 가네요. @@
저도 [지상의 노래]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좋았던 작품이라서요. 정리해서 얘기해주심 안 되나요?~~~~

다락방 2014-04-09 15:0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 책값도 술값도 줄여야 합니다. 매달 재정 빵구에요.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닙니다. 흑흑.

그래도 [표절]은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우하하핫.
이승우의 소설..을 정리해서 얘기해달란 말씀이십니까, 단발머리님? 오. 그건 너무나 어려워요! ㅜㅜ

레와 2014-04-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말이죠,










115650원

냐핫~

다락방 2014-04-09 15:02   좋아요 0 | URL
내꺼 이십만원만 가져가요. 나도 십 만원대로 내리고 싶어.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4-04-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카의 장난감들을 사면서 그런 갈등을 겪었었지요. 애 버릇 나빠지게 만든다고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구요. 그런데 제 생각은, 어차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사 줄 수도 없을 뿐더러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텐데 그 결핍을 벌써부터 주입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원하는 걸 갖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가 하는 문제는 참.. 어려워요. ㅠ_ㅠ;;;

최근, 책 사는 걸 좀 줄였어요. 집에 책들이 넘쳐나는 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정리를 하고 중고서점에 팔고 해도 나가는 책들보다 들어오는 책들이 더 많으니 -_-;;;;;;;;;;;;;;;;;;;

다락방 2014-04-09 15:03   좋아요 0 | URL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려줘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저절로 알게 될텐데 벌써부터 그래야해? 라는 생각도 들고
조카가 누구 한 명쯤은 '이사람한테 사달라고 하면 다 사줘, 내 말은 다 들어줘' 하는 사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ㅠㅠ
지난번에 여동생에게 뭔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는데 여동생이 안된다고 했더니 '이모한테 사달랠거야!' 했다더라고요. 그 말이 저는 어찌나 좋던지요.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4-04-09 23:19   좋아요 0 | URL
격한 공감 ㅠ_ㅠ;;; 저도 조카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이 험한 세상에 한 사람쯤은 뭐든 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물론 뭐든 다 들어줄 능력은 없..ㅠ_ㅠ;;;;;;;) 제 오빠는 그걸로 또 뭐라 하긴 하지만(애가 부모한테는 비밀로 하고 너한테 가서 귓속말로 부탁한다고 -_-;;;;) 조카가 사슴 눈을 하고 "고모, 이거 사 주면 안 돼? "라고 물을 때는 저는 한여름 땡볕의 아이스크림이 되고 만다는. ㅠ_ㅠ;;;;;;;;;;;;;;;;;;;;;

다락방 2014-04-10 09:23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돈을 벌어서 제가 사랑하는 조카에게 무언가 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쁩니다. 그래서 계속 돈을 벌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4-04-10 20:1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도 이런 고모와 이런 이모를 필요로한다는 소식입니다.
갑자기 슬퍼지네......요. 앙앙............. T.T

다락방 2014-04-11 10:2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 단발머리님과 저는 알라딘에서 만날 운명이었던 겁니다. 이모나 고모가 아니라 말이지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