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제가 홍콩 삼촌네 갔거든요. 처음엔 몰랐는데 섬이 있더라고요. 들어갈 때 배를 타야 된다는 거예요. '아, 뭐지? 어떡하지? 미쳤다.' 너무 무서운 거예요. 표정관리도 안 되고. 얘기도 못하고 저 혼자 끙끙 앓았는데 확실히 제가 나아진 걸 느낀 게……'이기자, 이기자' 그런 게 많이 생긴 거예요. 확실히 졸업 이후에 많이 커졌어요.

결국 배를 탔어요. 긴장되어갖고 손을 꽉 잡고 가는데, 다행히 티는 안 냈어요. '결국엔 탔네!' 옛날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인데 하나하나 극복하는 게 되게 스스로 기특하면서 …아, 진짜 내가 평범하게 살 수 있겠구나. 에전엔 '내가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아예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랬는데 이제는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이랑 섞일 수 있다는 그런 기대감? 안도감? (구술 이혜지, 세월호 당시 단원고 2학년)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팔과 다리를 다쳤고, 팔에는 깁스를 했더랬다.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을 계속 갔었다. 나는 심하게 다치지 않았었지만 같이 버스에 탄 사람들 중에는 아주 심하게 다친 사람들도 많았다. 그 후의 나는 버스 타는 걸 무서워했다. 버스를 안 탈 수는 없으니 타긴 탔지만, 급출발이나 급정거를 할 때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옆 차선에서 달리는 차들을 보면 또 두근두근 했다. 기사님이 음악이나 라디오를 크게 틀면, 그건 그대로 두근두근 했다. 기사님이 졸려서 저러시나, 싶어서, 그러다 사고날까봐. 


그리고 3년전, 친구와 지방에 여행을 갔다가 또다시 교통사고가 났다. 그때는 가벼운 충돌이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다만, 옆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면서 '어, 이건 부딪친다' 라고 생각했을 때, 정말 그 차가 와서 박은 거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넌덜머리가 났다. 버스라면 지긋지긋했다. 지금도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긴 하지만, 나는 가급적 지하철을 타고, 장거리라면 기차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 버스로 가야 하는 곳이면 가기를 포기하거나, 기차를 타고 최대한 가까이 가서 걷거나 택시를 타거나 한다. 내게 장거리 버스는 쥐약이다. 



그런데 세월호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의 생존자가, 배 앞에서 부들부들 떨다가, 그 순간을 이겨냈다. 나보다 더 어린 학생이, 그 일을 해냈다. 내가, 이래서 읽지 않으려고 했건만, 아, 울어버렸다. 이 책을 한 권 다 읽은 것도 아닌데 그랬다. 나는 그저 샘플북만 봤을 뿐인데, 그 샘플북의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울지 않은 장이 없었다.















이번호 시사인에서는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샘플북을 부록으로 줬다. 나는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있었지만 읽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이 책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샘플북이 왔고, 샘플북도 안 읽으려고 했는데, 하아, 읽어버렸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읽는데, 이들이 저마다 겪었던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을 겪는 걸 보노라니....게다가 자신들의 아픔을 다독이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까지 다독이려는 노력과 마음이, 이들을 너무 일찍 철들게 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사 간 집은 방이 하나 더 늘었어요. 사실상 엄마 방인데 형 방이라 지칭해두고 엄마가 거기서 생활하세요. 침대도 있고 다 있어요. 책꽂이 있잖아요. 거기에 형 사진 같은 거 있고 세월호 반지랑 팔지 같은 게 있어요. 다 정리해놨어요. 그런 물건들이 보이니까 그래도 뿌듯해요. 100퍼센트 좋다고 할 순 없지만 형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요. 그래도 형이 없으니까 허전한 게 있지만요. 추억이 제일 많은 게 엄마일 거예요. 형이 엄마가 한 요리를 좋아했다 했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되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거를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셨단 말이에요. 형이 맛있다고 해주는 것을 굉장히 내심 뿌듯해하시고 좋아하셨는데 그거를 좀 그리워하세요. 제가 좀 살가워지긴 했지만 그런 칭찬이 안 되잖아요. 하라면 하겠지만 자연스러운 게 아니잖아요. 인위적인 거지.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 (구술 정수범, 세월호 희생학생 정휘범의 동생)



아무쪼록 그들이 자신의 삶을 더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건, 결코 이기적인 게 아니다.



약간 이기적일 수도 있는데, 제 삶을 더 생각하고 싶어졌어요. 그동안 많이 수고했으니까 이제는 버틸 수 있을 만큼만 하자. 희생된 친구들한테 미안한 게 많지만, 이제는 내 삶도 생각할 수 있게… 그렇다고 아예 손을 떼려는 게 아니잖아요. 소송도 그렇고 제가 당사자니까 제 삶을 잃지 않으면서 해나가야죠. (구술 이혜지, 세월호 당시 단원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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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8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학영 의원은 필리버스터의 처음, 시 두 편을 읽고 시작했다. 브레히트의 시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로지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영화 [타인의 삶] 에서 처음으로 브레히트를 만났던 것 같다. 그때부터 언젠가 브레히트를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는구나. 필리버스터 덕에, 이학영 의원 덕에 이렇게 나는 브레히트를 읽어보려고 한다.




오늘 집에 놀러 온 일곱 살 조카가 나랑 놀던 중에 "같이 삽시다" 라고 말했다. 아, 이런 말을 일곱 살 조카에게 듣게 되다니, 심쿵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소꿉놀이 진행중이었고, 조카는 식당 직원 역을 맡아서 손님인 나에게 차를 내어주고 있었던 거다. 이 차는 몸에 좋고 하루에 백 잔을 먹어도 돼요 , 라고 말하길래 자꾸자꾸 마셨더니 맛있어요? 묻는 게 아닌가. 네, 맛있어요, 또 주세요, 라고 하니까, 이거 계속계속 줄게요, 같이 삽시다, 이러는 거다. 아... 이 녀석아 ㅠㅠ 


그 후에 저 시를 들었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나는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더 조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빗방울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같이 삽시다, 라고 말하는 조카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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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방울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이 부분이 생각에 빠지게 만드네요. ;^^

clavis 2016-02-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조카님 덕분에 저도 기분 좋은 심쿵이를♥.♥

레와 2016-02-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난다. ....

수퍼남매맘 2016-02-2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는 못 들었네요.
김남주 시인의 시도 여러번 읽어주셨죠.
인문학 강의 듣는 기분이 들었어요.

단발머리 2016-02-2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를 읽는 이런 국회의원이 있다는게 새삼 감동적이예요.
같이 삽시다,에 버금가는 감동이예요^^

나와같다면 2016-02-2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프로포즈예요.. ˝같이 삽시다˝
왜 내가 이리 설레이지..? 심쿵♡
 

회사에 있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업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나의 소중한 맥북으로-아직 할부를 한 달도 갚지 않은!!- 국회방송을 하루종일 틀어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필리버스터란 것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로 나는 알게 되었다. 어? 필리버스터? 하고 용어에 대한 것만 알았다가, 의원들이 차례대로 발언하는 걸 보면서, 아 이걸 말하는구나, 하고 바로 그 뜻이 와닿았다. 이들은 악법이 만들어지는 걸 저지하려는 거구나. 필리버스터란 이런 거였어! 그래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싶지만, 낮동안 내내 회사에 있고 집에 가면 자기 바빠서 실상 내가 이걸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제는 퇴근길에 들었고, 집에 가서는 맥북으로 켜두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켜두었고, 그렇게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아침을 먹었고, 그리고 출근길에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이를테면 테러방지법이 왜 나쁜 법인지, 국정원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거에 박정희는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테러방지법을 왜 막아야 하는지. 막연하게 혹은 조금 알고 있던 것들을 그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된 거다. 게다가 희망도 자라났다. 나는 국회의원이란 쌈질만 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늘 칠봉이는 '국회의원은 사실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자리다' 라고 내게 말했다. 법에 대한 걸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새로운 법을 만들고 거기에 대해 의논을 하고 하려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거다. 안그래도 이번에 발언하는 의원들을 보면서, 아 저들이 저렇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니, 저들이 안되는 것에 대해 저렇게 잘 알고 있었다니, 내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해지기까지 하는 거다. 친구들이랑 그런 얘기를 나눴다. 그간 이런줄을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계속 차분하게 자신의 말을 오래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좀 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방송을 많이 보지 못했으니 텍스트로 좀 봐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많은 방송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 깨알같이 기록을 해줘서 너무 좋다. 내 친구들과도 자꾸 얘기한다. 칠봉이랑도 자꾸 얘기한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박정희 시대의 강압적인 일들이, 그 수많은 간첩누명이 낱낱이 까발려졌고, 국정원이 한 일들이 탈탈 털렸다. 이렇게나 많은 말들이 차분하게 쏟아지고 있는데, 공중파 어디에도 여기에 대한 얘기가 없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회사 직원에게 얘기했는데 필리버스터 자체를 아예 모르더라. 그러니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거다. 그래, 어차피 이 방송은 관심 있는 사람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정작 읽어야할 사람들이 아예 읽지 않는 것처럼, 이 방송 역시 정작 들어야 할 사람들은 아예 듣지 않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만 하더라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위라며 책상을 탕탕, 무려 이십분간이나!! 쳤다지 않은가.


아, 그런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고 ㅋㅋㅋㅋ 이런 필리버스터가 글쎄, 책 얘기도 해주신다. 어제 신경민 의원이 국정원에 대해 쓴 책을 가지고 나오시더니!















좀 전에 서기호 의원은 '코리 닥터로우'의 [리틀 브라더]를 소개했다!!

















어머, 이게 뭔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 책을 가지고나와 발언하는 전판사 국회의원이라니! >.<

나는 저 책을 안읽었는데, 읽어봐야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리틀 브라더]의 작가 '코리 닥터로우'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썼다고 한다.


코리 닥터로우의 필리버스터 관련 글



책을 더이상 안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그러니까 적어도 이번 해 만이라도), 이 책은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하하하하. 


지금 통장에 잔고가 0이라서 내가 뭘 할 수가 없고, 월급을 받는대로 몇몇 의원에게 작게나마 후원금을 보내고 싶다. 내 친구들 여럿은 벌써 후원금을 넣었다고 하더라. 은수미 의원은 그렇게 1만원 2만원 찍힌 통장이 하루아침에 여덟개나 됐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다. 발언자 중에 진선미 의원도 있어서, 진선미 의원이 하는 발언은 오롯이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강동구 에서 일하셔서 지난번엔 길동역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 소라넷 이슈를 꺼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야 했는데, 갑작스런 마주침에 당황한 나는 '응원합니다' 라는 말밖에 꺼내지 못해 못내 아쉽다.



스맛폰의 단톡창으로, 그리고 트윗의 창으로, 나의 다정한 벗들이 자꾸만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어제 내가 국회방송을 볼 때 동시 시청자는 3만명이 넘었었는데, 지금은 2만5천명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두 응원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의원들이 나와 연설을 하고, 그 연설을 들으며 나와 내 친구들이 희망을 갖고, 총선에 기대를 하고, 그리고 지금 이 자체를 좋아하며 반응하고 있다는 것들이 모두다 너무 좋다. 고맙다. 어제 낮에 방송을 보던 친구는 못보고 있어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너 보면 난리날거야!' 라고 말해주었는데, 이런 모든 반응들이 난 참 좋다. 나의 다정한 벗들과 혹은 나의 형제들과 혹은 칠봉이와 함께 앉아 이 방송을 같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린 같이 흥분하고 같이 소리지르고 같이 울 수 있을텐데. 또, 같이 욕하기도 하면서.


몇 해전 선거에 어린 조카의 손을 잡고 투표하러 갔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그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나는 투표 현장으로 갔다. 투표하러 다녀올게, 란 말에 '이모 따라갈래' 라고 그 어린 아이가 얘기해서,-아마도 세살이었을 나의 조카!!- 그 작은 손을 잡고 내가 투표하러 갔던 일, 그 일이 얼마나 스스로 자랑스러웠는지가 새삼 생각났다.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있던 어른들이 모두 내 조카 예쁘다고 난리법썩인데, 나는 그렇게 예쁜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투표하러 왔다는 데에서 어마어마한 기쁨을 느꼈다. 



강기정 의원은 발언의 마지막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필리버스터가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장면이었다. 


이제 나는 어떤 국회의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희망이 생겼다. 믿음도 조금 가져본다. 나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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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02-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정말 좋다!!

비록 우리가 희망하는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여하고 시청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걸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 할수 있는 지금이 진심으로 좋다.
분명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당장 바꿀수 없다고 또는 안 바뀔거라고, 내가 가진 권리를 포기하는건 정말로 정말로 멍청하고 비겁한 것이다.

우리 힘내자.


다락방 2016-02-26 15:56   좋아요 0 | URL
응 너무 좋아요! 이렇게 계속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저 자리에 있다는 게 참 좋으네요. 그리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걸 알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싶고. 너무나 의미있고 고마운 순간이에요. 어떤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그동안 이런 말들을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우리가 이런 얘기를 더불어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아요! 여러모로 참 좋은 시간이에요. 정말 그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6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치 후원금 낼 생각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락방 2016-02-26 15:57   좋아요 1 | URL
네, 곰발님. 저도 그래요. 저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치 후원금을 낼 생각입니다. 그걸 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제 기부금 목록에 정치후원금을 추가해도 되겠어요. 저 역시 아주 많은 생각을 이번 기회에 하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많은 것들을 모르거나 혹은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제게도 참 좋은 시간입니다.

2016-02-26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2-26 15:58   좋아요 1 | URL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니, 좋아요!
:)

시이소오 2016-02-2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시간 이상 연설한 국회의원들도 멋지고 그걸 또 듣는 시민들도 멋지네요. 테러방지법은 한마디로 박정희때 중앙정보부를 부활시키겠다는건데 막아야죠. 숱한 민주화 열사들이 중정의 고문으로 죽어나갔습니다. 우리각하께선 여전히 아버지의 죽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니신것 같던데 하루빨리 치료를 받으셔야할텐데...
오랜만에 감동이네요.
다락방님 화이팅^^

다락방 2016-02-26 17:15   좋아요 1 | URL
네, 연설하시는 분들도 또 서기분들도 그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분들도 고생이시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간에는 방송이라도 틀어두고 있자 라고 생각하며 응원하는 마음이 되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생각이 많아졌고요, 또 새로이 알게 되는 것들도 있어서, 여러모로보나 유의미한 시간이에요. 다들 힘냈으면 좋겠어요! :)

hellas 2016-02-2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필리버스터가 정치에 대한 편견 오해를 조금 덜어내주는 계기가 된거 같아요. 이제까지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아무래도 별로 였으니까요.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관련 드립? 들도 너무 유쾌하고. 발언의원들 덕에 많은 공부가 됩니다. 정치가 구태하지 않다는 걸 너무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절로 후원생각이 날수밖에요. :) 지치지 않고 화이팅하면 좀더 밝은 미래를 그려볼수 있을거 같아 작은 희망도 생기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노력을 알아줬음 좋겠어요.

다락방 2016-02-28 12:12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진선미 의원님 발언 보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집안 청소하고 가구 배치 바꾸느라 보질 못했네요 ㅠㅠ 정청래 의원 조금 봤는데 완전 사이다더라고요. ㅎㅎ
저 역시 공부가 많이 되고 있어요. 몰랐던 것들 애매하게 알았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정치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저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위의 페이퍼에 쓴 것처럼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지치지 말아요. 지치지 말고 힘을 내요. 그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요!

transient-guest 2016-02-27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일을 하려면 한국은 국회의원 숫자가 지급되는 업무비용이 너무 적다고, 그전에 김광진 의원이 말했어요. 저렇게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이 여럿 있으면 지금 같은 꼴은 좀 덜 봐도 될 텐데요..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전문가로 이루어진 보좌진 - 비서 말고 - 도 많이 필요한 자리라고 합니다. 진짜로 일을 하려면 말이죠..

다락방 2016-02-28 12:13   좋아요 0 | URL
저렇게 제대로 일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었는데 그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미안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언론으로 인해 감춰져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 필리버스터는 공중파에서 일절 언급도 안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속 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나요. 물론 정작 봐야 하고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전혀 관심도 없겠지만요... 진짜로 일을 하려면 정말 공부 많이 해야 하는 자리라는 걸 이제는 알겠어요. 필리버스터가 여러가지로 좋은 시간을 가져다주고 있어요.

달팽이개미 2016-02-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회의원이 제 생애 멋있어보일거라 감히(?)ㅎ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이에요~~~애기 뒤치닥거리 하다가도 문득문득 지금은 어떤 얘기들을 하실까 궁금해지고 그러는 지금의 상황이 신기하기만해요..ㅎ

다락방 2016-02-28 12:14   좋아요 1 | URL
크-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달팽이개미님. 신뢰할만한 정치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겠어요. 그리고 그 사실에 힘이 납니다. 저도 어제 하루종일 집안 청소하느라 몸이 힘들었는데, 틈틈이 지금쯤 누가 어떤 발언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정치인들의 말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시간이 왔다는 이 상황이 저 역시 신기하고 좋아요. :)
 

















이 책을 읽고 싶은데 품절 이다. 그래서 알라딘 직배송으로 중고알림등록을 해두었는데 좀처럼 문자메세지는 오질 않고, 어제였나, 오오, 등록되었구나, 문자를 받고 잠깐 시간을 두고 접속했더니 이미 누가 사간 뒤다. 

오늘은 갑자기 '그렇다면 회원직거래로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았는데, 이런 상황이다.






정가는 9,800원인 책인데... 

아.. 읽고나서 4,500원쯤에 내가 중고로 팔고 싶다... 정가를 훨씬 웃도는 저 가격들 사이에, 독야청청, 4,000원이나 4,500원으로 등록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 책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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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016-01-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이 책을 알라딘에 팔기로 헐값에 넘긴 거 같은데......
아니면 C2C로... 암튼 헐값에 ㅠㅠ
혹시 안팔았을지도 모르니 집에가서 함 봐야겠네요

다락방 2016-01-08 10:20   좋아요 0 | URL
네, 집에 가서 꼭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파실거라면 저한테 파시는 걸로.. ㅎㅎㅎㅎㅎ

W 2016-01-0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500원에 올리면 독야청청이 빛날 틈도 없이 바로 나갈듯요!

다락방 2016-01-08 10:21   좋아요 0 | URL
그쵸. 4,500원이 빛날 순간도 없이 누군가 확- 가져가겠죠. 하하하.

2016-01-0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6-01-08 10:22   좋아요 0 | URL
내가 아무리 은둔생활을 하지만 이건 좀...했더니 이런 일이...그런데 비번을 입력해도 계속 아니래요 흑 ㅠㅠ

2016-01-08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는재로 2016-01-08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검색해보셨나요 도서관에 책두레라고 있는데 같은 지역도서관이면 타관에서 택배로 책배송해소 도서관에서 대여할수있습니다 저도 품절책 도서관에 신청해봤는데 도서관에서도 품절된책은 신청해도 구하지 못한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중고 아니면 헌책방을 몇군데 돌아다닙니다 먼저 도서관에서 검색해보고 없으면 하지만 말이죠 도서관의 책이 대부분 누구간 신청한 책이면 왠만하면 있거든거요 간혹 이해가 안되는 취소사유도 있지만 말이죠 얼마전 죽다살아나어요 에세이인데 만화라고 도서관에서 신청 취소되더군요 근데 토성 맨션을 신청되더라구요 다니구치 지로책도 신청되는데 사냥개 탐정은 신청이 안되고 참 기준을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청취소 빨리 연락이라도 되면 그냥 제가 사고 마는데 한달이나 지나서 신청안된다고 하면 짜증나서요 그래서 진짜 읽고 싶은 책은 1순위 2순위 정해서 1순위는무조건 사고 2순위는 도서관에 신청하죠 기다리는것도 힘들고 말이죠 얼마전 미미여사의 괴수전 신청해놓고도 못기다려서 결국 사서 읽었죠 읽고나서 한달쯤 지나니 도서관에 책이 들어왔더라구요 보통 신청해도 2~3달 정도 지나야 책이 들어오니 저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못기다리겟요 신청해놓고 잊어먹은적도 있고 책들어오는 기간만 짧아도 기다리는데 그래도 좋은 책도 있고 도서관이 답이것 같네요

다락방 2016-01-08 14:34   좋아요 0 | URL
저도 결국 도서관이 답이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분께서 보내준다 하셔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하하하. 저는 사실 사서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야 제 마음대로 밑줄긋는게 자유로워서 말이지요.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좀 조심스레 보게 되어서 잘 안가게 돼요. 게다가 제가 평일엔 도서관을 갈 수도 없고.. 어쨌든 이 문제는 해결 되었습니다. 하핫

2016-01-08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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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8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1-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있다면 다락방님께 보내드리고 싶은데 아쉽게도 없네요.ㅜㅜ

다락방 2016-01-08 14:36   좋아요 0 | URL
저 읽을 수 있게 됐어요!! 밑에 비댓님께서 보내주시겠대요. 힛. 꿈섬님의 마음은 참 감사합니다.
:)

꿈꾸는섬 2016-01-08 15:00   좋아요 0 | URL
아~~잘 됐네요.^^
축하드려요.^^

2016-01-08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ummii 2016-01-0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다읽고 저에게 파실수있으실까요 ㅎㅎ

2016-01-0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08 19:39   좋아요 0 | URL
네네, 고맙습니다!

2016-01-14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월급날은 11일이다. 나는 머그컵 두 개를 받을 생각이었고, 그렇게 8만원어치를 지를 계획이었다. 장바구니에 이미 책은 여러권 담겨 있었다. 집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은 많으니 기다리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 기다리자. 기다리면 된다. 게다가 중고책 팔아서 생긴 예치금도 조금 있다. 이것까지 섞어서 8만원어치를 사면 실상 내 돈은 8만원 다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잘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잘.


그런데.

















이 책이 당장 사고싶어졌다. 당장, 지금 당장.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우짜지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이 박연준과 장석주의 책인 걸 알고 있었고, 둘 다 시인인 걸 알고 있었고, 함께 쓴 걸 알고 있었고, 그냥 박연준의 글이 궁금했던 터라 읽어봐야지 했던 터다. 둘이 같이 쓰는 책이라는 건 내게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책소개를 자세히 읽지 않고 휭 넘겼을 때 문득 '결혼'이란 말이 보였지만, 그건 뭐, 서로가 가진 책들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나눈 글들을 결혼이라고 표현하는 거라고 대충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게 이 둘의 결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하는 그 결혼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 문득 이 책의 소개를 또 무심히 넘기다가 '시드니'란 단어가 보였다. 시드니? 시드니는 내가 좀 관심이 가지...라며 책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시드니에 둘이 함께 같이 갔다온건가? 내가 어쩌면 시드니를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볼까? 했던건데, 오, 이거슨


박연준과 장석주의 결혼을 의미하는 책이었다.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채 그들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된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아마도 그 '살이'에 있을 텐데, 한 집에서 한 '살이'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주는가, 낱낱이 기록을 해나갔다. 그리고 이렇듯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물이자 증거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다. 이 소박한 잔치의 두 주인공. 남자이자 신랑은 장석주 시인이고 여자이자 신부는 박연준 시인이다.



위의 책소개만 봤을 때도 이 결혼이 그 결혼인줄을 몰랐다. 아아, 김민정 시인의 글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아! 하게 됐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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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습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이 책을 집어든 분들 가운데 시드니를 경험해보신 분들 또한 꽤 많으시겠지요. 더불어 발을 디뎌보지 못한 분들도 꽤 많을 테고요.『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입니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채 그들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됩니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아마도 그 ‘살이’에 있을 텐데요, 한 집에서 한 ‘살이’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주는가, 낱낱이 기록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물이자 증거물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소박한 잔치의 두 주인공을 이쯤에서 소개해보려 합니다. 짐작들 하셨겠지만, 남자이자 신랑은 장석주 시인이고 여자이자 신부는 박연준 시인입니다. 많이들 놀라셨겠죠. 아니면 그런가보다 고개들 끄덕이시려나요.

기실 저는 그 전자와 후자 사이에서 팽팽하게 요요가 되었던 한 사람입니다. 이 책을 기획한 편집자이기 이전에 살아생전에 박연준 시인의 언니로 평생을 살아주겠노라 약속을 했던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두번째 시집이던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또한 제 손으로 만들어주었던 참이었습니다. 죽음 직전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딸을 처제라 잘못 부른 아버지와 그런 부친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연준의 공생을 제가 감히 알 것 같다고 잘난 척을 하며 지었던 제목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그 인연은 박연준 시인과의 돈독함이 컸어요. 글에 대해서라면 재능이 뛰어난 시인, 누구든 속이지 못하는 솔직함을 타고난 시인, 그럼에도 제 가장 은밀한 연애만은 오래도록 숨겨왔던 시인. 그런 박연준 시인이 언니라고 지칭되는 제게 연애를 한다고 했습니다. 누구냐, 그 이름은. 끝까지 박연준 시인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힌트는 한 가지, 나이가 좀 많은 문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제 입에서 장석주, 라는 이름이 튀어나갔습니다. 어떤 촉이 제게 귓속말을 하여 제 입이 방정을 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가 아닐까, 했던 어렴풋함이 사실로 드러나던 차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 주측에 대한 놀라움을 가슴의 콩닥거림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없이 살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식’이라는 형식이 주는 민망함과 어색함, 그리고 불편함을 저도 모르지 않아 그러라고 했습니다. 다만 주위에서 그래도 밥 한 끼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들로 고민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문득 스쳐간 것이 ‘책’이라는 물성의 힘이었습니다. 그래, 책으로 공표를 하자, 책으로 모두에게 알리고 책으로 모두에게 축하를 받자!

우리들의 비밀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평생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던 놀라운 감각의 소유자, 절대로 늙을 줄을 모르는 채 타고난 섬세함에 그 빗질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장석주 시인도 흔쾌히 동참해주었습니다. 지금 와 그들에게 말하건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을 잘 압니다. 책이라는 것은, 저자의 이름이라는 것은, 분서갱유를 아무리 목숨 걸고 한다고 해도 절대로 없어질 수 없는, 사라지기 힘든 존재임을 너무도 잘 아는 까닭입니다. 한때 한국 출판계에 놀라운 한 획을 그었던 출판사 ‘청하의 수장이었던 장석주 시인이 왜 그 사실을 몰랐겠습니까. 이는 남녀관계에서뿐 아니라 글쟁이로서의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의지임을 잘 알아먹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서교동에 살림집을 차렸지만 그들은 시드니를 걸어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그 재미가 훨씬 기대가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그것도 외진 시골 마을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던져진 형국이 되었으니 말이죠. 성실한 그들이 꼼꼼하게 기록한 시드니에서의 일상을 가장 먼저 훔쳐본 사람으로서 그 첫 감정을 토로하자면 온수의 여자와 냉수의 남자가 만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 여자와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선 남자가 합쳐져 채워진 욕조 속의 물 온도는 정말이지 목욕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온도를 이루기에 충분했습니다. 몸을 목까지 푹 담그기에 적합한 온도의 따뜻함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기억나지 않는 양수에서의 떠 있음이 비유될까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노곤한 잠이 밀려왔고 자고 일어났을 때의 상쾌함이 일었습니다. 사랑이 일으킨 기적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남녀의 사랑, 남녀의 연애, 남녀의 결혼을 다룬 책은 세상에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읽고 나면 그뿐, 내 사랑의 실천에 도움을 준 책은 정작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논리적으로야 백날 이해의 폭 안에서 맞는 말만 골라 한다지만, 실전에서 대입해볼 만한 자신감으로 덤벼든 책은 없었으니까요. 사랑하는 두 남녀, 그래서 결혼에 이른 두 남녀의 이야기가 전제되어 있긴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어는 ‘사랑’이 아닙니다. ‘결혼’ 또한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책이 주는 보다 큰 미덕은 바로 ‘이해’에 있지 않나 합니다. 이해하지 않으면 상대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진심을 쏟아낼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오랜 시간 한 남녀가 서로 눈을 맞추기 위해 팽팽하게 시소를 탔던 그 불안함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를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의 힘은 믿어보자는 다짐의 책이기는 합니다.

결혼식을 대신하는 책. 사례를 찾아보니 그런 일은 지금껏 한 번도 행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기질을 가진 남녀이기에, 무엇보다 시를 쓰는 시인들이기에, 신부는 1980년생, 신랑은 1955년생이라는 나이의 차이라는 세월의 더께를 이겨낸 그들이기에 이러한 귀여운 퍼포먼스도 용인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출간을 말미암아 두 사람의 결혼식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습니다. 매년 이들 부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서로가 함께임을 축하하는 술 한 잔을 서로에게 권하겠지요.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책을 읽어주심으로 정말이지 축하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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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얼마나 재밌는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는가, 아닌가 말이다. 아아,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당장 읽고 싶어졌는데, 8만원의 책을 오늘 지르자니 신용을 써야하고, 이거 한 권만 지르자니 11일에 8만원을 또 지르게 되고.. 아아, 이런 갈등.. 뭐지. 그러면 아싸리 그냥 집에 가는 길에 교보에서 사? 그러면 그냥 알라딘 8만원....이잖아? -0-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라는 제목도, 정말이지 너무나 근사하다!

그런데 왜 나는 남의 결혼에 호들갑인지?



에피톤 노래가 생각난다.



살아있다 저기 저 신호등 건너
두 손 흔들며 엷게 보조개 짓던 미소까지
조심히 건너, 내게 당부하던 입모양까지
오늘 우린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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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둘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저는 박연준 시인은 잘 몰랐고 장석주 시인의 책은 몇권 읽어봤거든요. 나이 차도 엄청나던데... 시인들의 사랑은 어떨지... 너무 궁금합니다 ㅎㅎ
그리고 제목 정말 좋지 않나요? 저는 저 문장만 읽고도 깨달은게 많았어요. 결혼 생활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전 너무 사나워지고 있구나 느꼈어요 ㅠㅠ 여행갈때면 특히 잔소리가 더 많아지거든요 ㅋ
저도 꼭 읽어보고 서로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사랑법 꼭 배우고 싶은 책이에요^^

다락방 2016-01-07 12:18   좋아요 0 | URL
저는 장석주 시인의 시집이라곤 [붉디붉은 호랑이] 한 권 읽어봤을 뿐인데, 그 시집읽으면서 뭔가 멘붕이었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뭐지?..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요. 반면 박연준은 첫 시집도 다음 시집도 제가 즐겨 읽었죠. 사실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이 시집 말고 다른 시집까지 딱히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속눈썹~]에서 좋은 인상을 받아서 어쩐지 호감가는 시인이었달까요. [소란]을 읽어봐야지 계속 생각만하고 있던 참에, 이렇게 근사한 책이 나왔더라고요. 되게 궁금해요. 어제는 안사고 버텼으니 조금 더 버텨볼래요. 히히히히.

오로라님, 결혼하지 않은 저도 점점 더 사나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0-

건조기후 2016-01-0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장이 벌렁벌렁하네요. 시는 잘 안 읽게 돼서 관심도 많이 없었는데 이 책은 꼭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6-01-07 12:18   좋아요 0 | URL
그쵸. 신형철이 서문에서 아내며 장인장모 언급한 건 영 오글거렸는데, 이 시집은 그럴 것 같지 않아요. 기대돼요!

책읽는나무 2016-01-0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어제 이책의 제목이 너무 좋아서 읽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더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여행지에서의 사랑 이야기는 또 어떨지??^^

다락방 2016-01-07 12:19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너무 궁금해요. 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자와 여자가, 시인이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남자와 여자가, 같이 글을 쓰며 같은 곳을 걸으며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을지 정말 너무 궁금해요. 흣.

singri 2016-01-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이 그런식이었다니 ㅎ 궁금 궁금해지네요 ㅋㅌㅋㅌ

다락방 2016-01-07 12: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 책이 그런 책이었더라고요. 궁금궁금합니다. ㅋㅋㅋㅋㅋ

akardo 2016-01-0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뭔가 엄청 로맨틱한 느낌이 드는 책이네요! 갑자기 덩달아 읽고 싶어졌습니다. 하하;

다락방 2016-01-07 12:20   좋아요 0 | URL
그치요? 이런 글이라면 오글거리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인데 이 책은 굉장히 로맨틱하고 두근거림이 느껴져요! >.<

moonnight 2016-01-0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읽고싶어요!@_@;

다락방 2016-01-07 12:20   좋아요 0 | URL
힛. 같이 읽어봐요, 문나잇님. 기대기대 @.@

hnine 2016-01-07 0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의 책 출간과 결혼 소식을 듣고 제가 다 두근두근, 두 시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에게 집에 있는 두 사람의 책을 들고 가서 ˝이 사람과 이 사람이 결혼하는데, 결혼식을 대신해서 책을 출간했대!˝ 이랬답니다. 갑자기 무슨 얘기인가? 하는 남편의 표정...ㅋㅋ
혼자 살아도 잘 살 것 같다고 평소에 생각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결혼 소식 들으니 같이 살아도 멋있게 잘 살 것 같아요.

다락방 2016-01-07 12:22   좋아요 0 | URL
결혼식을 대신해서 책을 출간했다는 것도 저도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사실 저는 앞으로 제가 결혼을 하게 될지 안하게 될지 모르지만, 결혼식이라는 식 자체가 너무 싫거든요.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가급적 결혼식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상 해왔어요. 그런데 책으로 결혼식을 대신하다니, 너무나 근사해요!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고 말이지요. 그런데 제가 혹여 `나 책으로 결혼식을 대신할게` 라고 한다면 저의 엄마 아빠가 싫어라 하시겠죠? --;;

연애든 결혼이든, 나인님 말씀대로 혼자 살아도 잘 살 것 같은 사람들이 만나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경우엔 서로 지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