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죽음 -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하여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삶을 사랑한다.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 나는 더운 여름날을 사랑하고 빗소리에도 즐거움을 느끼고 커피향에도 행복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행복을 주는 것들이 많고 무엇보다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좋아서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인간이고 싶다. 그런 한 편, 죽음이 두렵다. 내가 죽어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 내가 '없음'이 된다는 것, 내가 '있지 않음'이 된다는 것을 상상하면 너무 두렵다. 매일밤 잠들기 전에 그 날의 후회나 기쁨들이 생각나곤 하지만, 아주 자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든다. 내가 언젠가 죽게 된다는 것은 내게 크나큰 두려움이다. 그렇게 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드는 밤이면 가만가만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괜찮아, 만약 정말 내게 죽음이 닥친다면, 그래서 정말 죽는다면, 나는 없음이고 내가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해. 두려움 같은 것도 더이상 없어. 내가 없는데 무슨 두려움이야.


그렇다, 죽은 후에는 내가 '없음' 이라는 거, 아무것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무의 상태라는 것은, 내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이 살아가야겠다는 각오 혹은 두려움을 떨치겠다는 의지로 죽음에 대한 책들을 읽다 겨우 다다른 경지였다. 그나마 나를 다독일 수 있게 된 것은 죽음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죽음에 대한 책들을 부지런히 찾아 읽은 결과였다.


그러다 최근에야 나는 내가 삶에 열심인 태도로 임하는 것, 사소한 자연 현상에도 혹은 인간 관계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내가 삶의 유한함을 언제나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죽음이 나를 지배하는 것처럼 두려워한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나는 그 누구보다 삶은 유한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구나. 죽음이 나를 잠식한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너무 잘 인지하고 있던 거였어. 그것이 나를 열심으로 살게 만들고 작은 목표들을 가지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눈 돌리는 곳마나 기쁨과 행복이 있게 했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움직이고 여행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틈틈이 웃고 즐거워하고 살아가는 것은 내가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간의 삶은 단 한 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어!!


이제 삶의 유한함을 내가 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나는 계속 죽음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인간에게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이상, 그것을 내가 좀더 잘 받아들이거나 혹은 좀 더 잘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간의 죽음에 대한 관심과 독서가 나를 이만큼까지 오게 했다면, 앞으로 더 알고자 하는 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나는 장 아메리의 [자유죽음]을 읽으면서 내가 확실히 삶의 편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죽음과 나를 갈라두는 게 아니라 내가 이제 저쪽 편을 볼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확실히 이 편이었어, 저 편을 보려고조차 하지 않았지, 저 편은 이 편의 반대였고 이 편이 선이라면 저 편은 악이었어. 그러나 자유 죽음이라는 단어가('자살'이 아니다) 이 편에만 있고자 하는 내게 아니라고, 여기가 악인 것이 결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래, 나는 스스로 죽음을 향해 가는 이들을 향해 이 책에서 장 아메리가 지적한 것처럼 저잣거리의 교훈으로만 대하려고 했었던 거다. 살아야지, 어떻게든 살아야지!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야만 하는가? 라고 장 아메리가 묻자마자, 나는 갑자기 혼란을 느낀다. 



그러게.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선인가?



'장 아메리'는 이 책에서 '에셰크'라는 단어를 소개한다. 그것은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 말은 체스를 둘 때 외통수에 걸린 것을 나타내는 단어.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하고 만 것을 적시하는 단어' 라고 한다. 내가 나의 실패에,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맞닥뜨렸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자 하는게 아니라 '이런 식은 아니다, 싫다'고 거부하며 죽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라고, 그것이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구의? 오로지 자기 자신의 선택. 나의 주체는 나이고 나의 선택도 오로지 나여야 한다는 것. 여기에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장 아메리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학자들에 대해 언급하는데 그중 예로 드는게 '슈니츨러'의 <구스틀 소위> 이다. 소위의 명예를 잃게 되자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내용의 단편 소설을 예로 들면서 책 한 권에서 계속 주장한다. '그의 과거가 정말 치욕적이었을까? 그의 느낌 안에서는 분명 그랬으리라.(p.112)' 라고. 그러니까 타인이 '그정도의 것' 이라든가 '다른 식의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고 해도, 그것이 그 자신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느냐 하면, 그가 느낀 절망은 그 자신에게 너무나 강렬했다는 것.


너희에게는 별것 아닌 돌발 사건일 수 있다. 이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것은 인생의 결정적 사건이다. 너무나도 결정적인 나머지 나는 나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p.115)



장 아메리가 구스틀 소위를 데려와 '나에게 결정적 사건이므로 나는 나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다'고 했을 때, 나는 '조조 모예스'의 소설 [미 비포 유]를 떠올렸다. 미 비포 유 속에서  '윌'은 열정적으로 살아가며 신체활동을 즐기는 남자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운동을 즐기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와 침대에서 꼼짝할 수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런 그에게 '클라크'라는 여성이 개인 간호를 맡게 되고,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우정과 사랑이 싹튼다. 윌은 자신의 삶이 사고 이후로 우울하기만 했는데 클라크 덕에 더 밝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내일 아침 눈을 뜨는 이유도 오로지 클라크 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윌은 '장 아메리'의 표현을 빌자면, '자유죽음'을 택한다. 클라크는 자신의 사랑이,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윌의 마음이, 그리고 그들 사이의 이 감정이 자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윌은 말한다. 아니라고, 그건 물론 충분히 좋고 긍정적인 감정이지만, 윌이 생각하는 윌의 인생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클라크가, 클라크의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하찮아서가 아니라, 윌이 생각하는 윌의 인생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는 그런 삶을 유지하느니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그 자신이 그의 주체가 되어서 자유 죽음을 택하는 거다.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제는 내가 물러설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p.471-472



아무리 윌을 사랑한다고 해도 윌에게 '아니야 네 인생은 충분히 빛난다' 고 말하면서 그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윌이 느끼는 윌 자신의 인생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으니까. 그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자유 죽음을 택하는 윌에게 아무리 클라크라고 해서, 그리고 윌의 가족이라고 해서 '그래도 살아가야지!' 라고 해도 되는걸까? 삶을 사랑했던, 그러니까 무조건 이 편이기만 했던 내가, 내가 삶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윌에게도 네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말해도 되는 걸까?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에 대해 책을 읽고난 후 걸으면서 오래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 장 아메리는 유대인으로 태어나 박해를 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견뎌왔지만 마지막엔 자유 죽음을 택했다. 우리는 간혹 고통의 시간을 다 견뎌놓고서도 종국엔 자유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왜 그렇게 고통을 다 견뎠으면서도 자살햇을까?' 라고 의문을 갖고 '그것이 그사람을 지배한걸까?' 라고 자연스레 생각하지 않았었나. 나는 장 아메리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치 치하에서도 견뎌낸 삶은, 그것이야말로 그가 버티어낸 것이며,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유 죽음을 택한 것은, 그것이야말로 '내가 내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인 것을 이제는 알겠다. 너네가 죽인다고 내가 죽는 것이 아니야, 니네가 나를 죽이고 싶어해도 내가 죽는 것이 아니야, 내 죽음은, 내가 죽고 싶을 때 내가 결정하는 거야. 그야말로 자유 죽음, 자신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닌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에 대해서도 생각났다. 읽으면서 내가 몹시 혼란스러웠던 그리고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인데, 주인공 '메리앤'은 남자친구에게 섹스 도중에 자기를 때려달라고 말한다. 그것이 옳다 옳지 못하다와 별개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때리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 내면의 상처인가,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학대를 당해놓고 굳이 자기가 학대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아파하기만 햇었는데, 그 행위-나를 때려줘!-야말로 자신이 자기 자신의 주인임을 찾아가는 행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장 아메리의 이 책을 읽다가 들었다. 아빠오 오빠로부터 학대당한 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고 나에게 어쩔 수 없이 닥쳐온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너에게 나를 때려 달라고 말해서 가해지는 이 폭력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내가 지금 맞기를 선택했다, 지금 이 순간 내 육체의 주인은 나이다, 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는 거다. 물론, 나는 메리앤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말함으로써 주체적이 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그런 시간도 벗어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떤 고통을 부러 당함으로써 내가 지금 이 시간 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 샐리 루니의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 가슴 아프기만 했는데, 장 아메리는 나로 하여금 샐리 루니의 글을 뒤늦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아, 여러분, 책 읽는 거 진짜 너무 좋지 않나요? ㅠㅠ 나는 너무 좋습니다.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한다. 여전히 삶의 편 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죽음의 반대지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의 고통 혹은 치욕에 '왜 고작 그거 가지고'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걸 안다면, 결국 죽음을 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래도 살아야지!' 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나 자신의 주체가 되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은 '죽음은 두려운 것'으로부터 나를 조금 떼어놓는다. 밤에 잠들기 전에 또 죽음이 나에게 닥쳐올 것이고 내가 없음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워질라 치면, 이제 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어차피 없음이 되면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해, 이제는 '죽음 자체를 내가 선택할 수도 있다' 고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 아메리가 재차 중요하다고 말해왔던 것, 나는 나 자신에게 속해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속해있다는 것, 나의 주인은 나라는 것. 그것은 나를 단단히 서게 할 것이며, 죽음이란 두려움이 찾아들 때 나를 다독이게 해주기도 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한다. 죽음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죽음을 선택하게 될지, 그것은 아직 나에게 먼 일 같고 내 일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이 편의 맞은 편에 있는 것이 '선이 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아마 앞으로도 삶을 사랑할 것이고, 나에게 어떤 치욕이 찾아들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선택이 최종적으로 나의 몫임을 인지한다. 그래, 죽음이야말로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장 아메리는 이 책을 통해 자살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의 치욕 자신의 고통 그리고 종국엔 자신의 죽음에 대한 결정앞에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비난하기를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내 기준이 나만의 것이듯 그의 선택은 그의 것이니까. 


유진목 시인은 이 책의 추천의 글에서 '단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덮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 호흡으로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는 사람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라고 했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는 사람이었다(사실 단숨은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자꾸만 곱씹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의 유한함에 대한 불안함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은 작은 다독임이 되어주었다. 밑줄을 아주 많이 그었다.



두비토(Dubito‘나는 의심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적당한 때가 오면 반드시 자유죽음과 기독교를 더욱 자세히 이야기해야만 하겠다. 여기서 우선 말해두고 싶은 것은 진정 신앙심이 깊은 사람에게 뛰어내려야 할 상황은 생겨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자유죽음, 즉 ‘자살‘은 이런 맥락에서는 결국 죄악이라고 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은 위대하다. 주님의 자비는 끝을 모르므로 언젠가는 용서해주실 거다. 그래서 ‘신앙인‘은 죽음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겨, 주님의 사랑으로 품어 안으리라. 그렇다면 모든 게 좋다. 삶과 죽음을 두고 벌이는 논리적인 혼란이라는 우리의 문제는 고작 쓸데없는 망상일 뿐이다. 아니다, 더욱 나쁘다. 이건은 불행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 혹은 원한다면 시대정신은 신앙과 거리가 멀기만 하다. 그토록 깊은 신앙은 극히 소수의 사람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P53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때 슈니츨러는 겸손하게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등장 인물들로 하여금 말하고 생각하게 한다. 위의 문제들을 놓고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지껄여 대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보게 만든다. 슈니츨러는 문제에 직접 손을 대지는 않지만, 그게 우리에게 아주 절박한 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 P56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다! 바이닝거는 유대인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이었다. 가정부는 가수의 관심을 절대 받지 못하는 무명의 인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수의 눈에 가정부는 이름 없는, 가난한 처녀일 뿐이었다. 그래서 탈출구는 죽음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것은 실제로도 있어서는 안 되니까. 혐오스러운 유대인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유대인이 아닐 수 있는 현실의 길은 죽음이었다. 가정부도 마찬가지다. 가수의 눈길 한번 받을 수 없는 인생을 사느니, 그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부정의 길이 곧 자살이었다. 하지만, 이 길은 길이 아니다. 그 어디로도 이끌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바이닝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유대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개수대 앞에서 설거지하던 불쌍한 처녀가 죽었다고 가수의 품 안에 안길 수야 없지 않은가. 결국 자유죽음은 ‘무의미‘하다. 이 말은 모든 경우에 남김없이 적용될까? - P61

그러니까 가정부, 첼란, 클라이스트, 하젠클레버(Walter Hasenclever), 헤밍웨이 등은 그들의 어리석은 죽음으로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치명적인 증거를 내놓았다. 즉, 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최고로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니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줬다.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다‘는 게 심오한 농담 그 이상이라는 것을! - P63

존재, 곧 ‘있음‘이라고 하는 것은 연구하기 아주 힘든 문법적 구문을 가지고 있다. ‘있음‘이라는 말은 그 모순, 즉 ‘있지 않음‘이라는,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모를 모순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있지 않음‘, 곧 ‘없음‘이라는 말뿐인 불가능성을 강제로 이끌고 오는 사람은 무의미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무의미한 사람일 뿐, 망상과 광기에 사로잡힌 괴상하고 의심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자유죽음을 미친 짓으로만 몰아세우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 P68

여전히 사람들은 누군가 죽으면 그 죽은 사람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망자는 자신의 ‘평안‘을 찾았습니다!"하고 입에 발린 소리 하는 것을 들어야만 가까스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이때 죽은 육신, 곧 시체가 평안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완전한 해체로 이끄는 화학 과정이 시작된 시체가 무슨 평안을 느끼겠는가. - P81

학교 교육 덕분에 이제 인간은 죽음이 하나의 생명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들어선 어떤 과정의 종착점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세포들의 자기 재생 능력이 그 사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죽음이다. - P85

죽음이 아무리 자연적이라 한들 내 죽음은 나에게 최고로 반자연적이다. 이성을 마비시키며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게 내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멈출 수 없다. - P87

도대체 왜 무엇이어야만 하는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없음으로 돌아가면 왜 안 되는 것인가? - P98

나는 역사와 정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호감 가는 경우가, 드높은 용기로 성취해낸 정의가, 희망에 매달려서 이뤄졌다고 결코 믿지 않는다. 자신을 없음으로 던지는 행위, 이게 역사를 끌고 온 원동력이었다. - P106

그의 과거가 정말 치욕적이었을까? 그의 느낌 안에서는 분명 그랬으리라. - P112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할 자격이 있다. 너희에게는 별것 아닌 돌발 사건일 수 있다. 이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것은 인생의 결정적 사건이다. 너무나도 결정적인 나머지 나는 나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이것은 자연적인 죽음이다. 이 죽음이 자연적인 이유는 내가 일상 언어가 자연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정신적으로 소화할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선택한 죽음은 나에게 있어 자연적이다. - P115

자연 죽음으로서의 자살이라는 게 정확하게 무엇일까? 존재를 강타하며 파괴하는 ‘에셰크(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 말은 체스를 둘 때 외통수에 걸린 것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한다.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하고 만 것을 적시하는 단어다.)‘에 맞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게 자살이다. - P119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메말라버린 세계관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세계관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적어도 그에게 인정을 해줘야 한다. 그의 선택은 이성적인 것이었다고!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그에 맞게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그래도 끝까지 살아야만 해." 저잣거리를 떠도는 세속의 지혜는 이렇게 꾸짖는다. 아니다.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어차피 반드시 찾아올 어느 날 더는 살 수가 없어서, 아니 살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저 꾹 참고 그날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 P119

주체는 완전한 주권을 가지고 결정을 내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사회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과 결정은 오로지 당사자 개인의 문제다. 그는 자신의 독자성을 위해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의 고유한 것이지 않았던 생명이라는 고유 재산을 파괴한다. 손을 내려 놓는다. - P120

머리 때리는 것을 인간이 맛볼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인 굴욕으로 여기는 게 우연은 아니다(아이의 머리를 절대로 때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P130

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죽음에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의사가 자랑스러워한 구조 활동이라는 게 나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 P150

나는 나 자신에게 속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 P175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어떤 때 죽으며 무엇을 실현해야만 한다고 앞장서서 규정할 권리는 갖고 있지 않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따위의 명령은 주제넘은 월권일 뿐이다. 그래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죽음과 관련해 종교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사회의 요구와 똑같은 특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사회든 종교든 인간에게 자신의 소유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결정할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사회와 종교는 인간에게 결정의 자유를 포기하도록 요구한다. 칸트도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의무라는 것을 범주적으로 생각해본 끝에 조그만 시골 교회 목사나 위대한 신학자들처럼 자유죽음을 비난했다. 말인즉 자유의지로 결정하지 말고, 신이 부여한 의무 또는 인간이 지켜야 할 의무에 순종하라고 칸트는 타일렀다. 의무? 종교가 인간에게 간섭하며 요구하는 의무라는 것은 사회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 P175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존재다.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물망을 뒤집어씌우지 않고 생각해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생물학적인 숙명이라는 것과 따로 떼어볼 때, 인간은 본질을 드러낸다. 살아야만 한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 P181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든 학문에서든 현실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 단호하게 경쟁하는 적수가 자살자다. 그는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속한다는 것을 안다. - P198

자살자는 고집 센 토론자가 아니다. 그는 언제나 ‘예‘하는 말을 하며, ‘아멘‘ 할 따름이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지극한 존엄함에게, 종족 보존을 위해 필요한 풍문으로 자살자를 심판하는 세상에게! 평온한 바다와도 같은 감정으로? 시시각각 좁혀져 오는 사면의 벽들에 머리를 사정없이 부딪치면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 비유라고 하는 것은 겉보기에만 서로 배척할 뿐이다. 다만, 있지도 않은 저 하늘나라에 가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 P214


댓글(24) 먼댓글(1)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그 치욕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2-08-22 08:30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다! 바이닝거는 유대인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이었다. 가정부는 가수의 관심을 절대 받지 못하는 무명의 인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수의 눈에 가정부는 이름 없는, 가난한 처녀일 뿐이었다. 그래서 탈출구는 죽음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것은 실제로도 있어서는 안 되니까. 혐오스러운 유대인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유대인이 아닐 수 있는 현실의 길은 죽음이었다. 가정부도 마찬가지다. 가수의
 
 
공쟝쟝 2022-08-21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셰크. 피가되고 뼈가되는 아니 피가있고 뼈가 있고 살이 있다는 게 느껴지는 삶의 의지로 충만한 리뷰네요 ㅋㅋㅋ 이미, (또), 알고 있는 사람 다락방 ㅋㅋㅋㅋ 저는 다락방님이 글에서 어려운 말 안쓰면서 반복해서 곱씹으면서 주문 거는 거 좋아요 ㅋㅋㅋ
죽음에 대해 때때로 심각해지는 게 저잣거리나.. 고준담론은 정말 아닌데요… 너무 중요한 이야긴데… 사실 생각하길 미루죠. 좋은 책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삶의 편입니다. 만약에 태어나는 거 물어보면 안태어날꺼지만요 ㅋ

다락방 2022-08-22 09:12   좋아요 2 | URL
저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그보다 죽기 싫은게 더 크지만요. 죽기 싫다, 그러나 죽어야 한다면 다시 태어나고 싶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까요? 그걸 알 수 있다면 더 잘 살 수 있을텐데 말예요.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ㅋㅋㅋㅋㅋ

죽음에 대한 책은 가끔 읽게 되더라고요. 제가 죽음을 두려워해서 더 그런것 같아요. 알고 싶고 어쨌든 같이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아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쉽게 쓰는건, 제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어려운 거 쓰면 무슨 말인지 모르잖아요. 소통에의 욕망 같은 것이 아닐까. 하다가 아니면 .. 어려운 말은 내가 몰라서? 뭐, 그렇습니다.

단발머리 2022-08-21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의 의지가, 활력과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리뷰네요. 자살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다락방님 리뷰 읽고 나니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인거 같고요. <미 비포 유>의 ‘윌‘을 언급해주셔서 샘 클라플린 떠올리면서 읽으니 훨씬 더 좋았어요.
저도 죽음으로 ‘내‘가 없어진다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거기에서 말하는 ‘나‘란 내가 가진 의식을 말할텐데, 사실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기는 하는데. 그래도 제가 자주 생각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잘 읽고 갑니다. 저는 물어보면 다시 또 태어나고 싶어요 ㅎㅎㅎ

공쟝쟝 2022-08-21 19:42   좋아요 1 | URL
단발님은 바보얏🤣🤣🤣

단발머리 2022-08-21 19:44   좋아요 1 | URL
싸우자! 😡😡😡

다락방 2022-08-22 09:15   좋아요 1 | URL
저자는 자살과 자유죽음을 구분하는 쪽이에요. 저자가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하는건 자유죽음이고요. 저는 죽음에 대한 책을 가끔 읽어줘야 겠더라고요. 저 자신을 위해서. 어떤 것인지 모르니까 자꾸 두려워하잖아요. 알면 알수록 두려움의 크기는 줄어들겠지, 하고 읽는 쪽인데 두려움의 크기가 줄어든다기 보다는 나를 다독이는 경우의 수가 더 늘어나게 되는것 같아요. 어쨌든 이것도 좋습니다. 저는 그저 죽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책이겠거니 했는데 뜻밖에 철학책이며 자신의 주체는 자신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어서 좋았어요. 아, 그래서 말인데요 단발머리 님, 다음 원서에 대해 제안을 제가 단톡방에 하겠습니다. ㅎㅎ

mini74 2022-08-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도 두렵지만 죽은 후 남게 되는 사랑하는 이들이 슬플까도 두려운데 그건 제 몫의 걱정이 아니겠죠 ㅎㅎ 다락방님이 삶을 사랑하는 이유들이 참 좋네요.

다락방 2022-08-22 09: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니 님.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죽음에 대한 결정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무조건 살라고 하는 이유는 사실 죽음을 결정한 자 보다 주변 사람들 때문인 것 같아요. 남은 자들의 슬픔이 너무 클까봐서요. 제가 리뷰에도 썼지만 [미 비포 유]에서 윌이 죽음을 결심할 때 사랑하는 사람이 말리려고 하지만 그걸 말리는 것, 죽음을 미루거나 중단시키는 것은 누구를 위한것인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독서였어요.

그레이스 2022-08-21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어요
덕분에 내용을 조금 알고 가네요
미 비포 유 읽고도 생각이 많았어요

다락방 2022-08-22 09:41   좋아요 1 | URL
네, 미 비포 유는 뜻밖에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주져는 책이었어요. 로맨스인줄 알고 읽었다가 정말 생각이 많아졌고 그리고 이렇게 지금도 계속 생각나네요. 저는 윌이 죽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건 윌이 아닌 나의 생각이라는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 덕분에 미 비포 유를 또 생각하게 됐어요.

바람돌이 2022-08-21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 중의 한분이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인 김학철선생님이거든요. 그 분이 85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 마지막 20일간을 곡기를 끊으면서 자신의 죽음을 조용히 준비하고 흐트러짐없이 죽음을 맞았다고 들었어요. 죽음조차도 그분답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죽음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네요.
저 역시 삶을 너무 너무 사랑하지만 죽음은 어쨌든 인간으로서의 나의 기본적인 존엄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항상 해요.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다는 것은 삶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다락방님 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네요. ^^

다락방 2022-08-22 09:43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 님께서 언급하신 김학철선생님 이야말로 자유죽음을 선택하신 걸로 보여지네요. 내 죽음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준비한다는 태도랄까요. 내가 내 삶을 살았으니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내가 하겠다는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인것 같아요.

죽음이 두려워서 저는 자꾸 죽음에 대한 책을 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어서요.

책읽는나무 2022-08-21 2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가 없음‘의 무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생각을 하면 어릴 때만큼의 공포감은 좀 덜해졌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들을 하면 그냥 서글퍼지게 되는 것 같아요.
경험이 있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없어진다는 건 나의 고통은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아 좀 속 시원해질 것 같은데, 남겨진 나의 가족들과 나를 가깝게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슬픔과 고통이 눈에 밟혀 그게 서글프고 짠하게 느껴져...없어지고 싶지 않다는 미련이 남네요.
자유 죽음 제목이 참 의미심장 합니다.
저는 미련 때문에 아마도 죽음을 선택하게 되진 않을 것 같긴한데 말입니다. 죽음을 바라보게 되는 또 다른 관점은 될 듯 하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런 내용의 리뷰도 넘 좋네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도 다락방님만의 간결한 사유들이 전해져 오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22-08-22 09:4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책나무 님! 내가 ‘없음‘의 상태가 된다는 것, 그렇게 되면 나는 두려움도 안타까움도 아쉬움도 느껠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의 두려움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라고 하다가도 금세 철학적이 되어서, ‘그렇다면 없음이 될건데 나는 지금 왜 있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우리는 결국 ‘없음‘이 될건데 지금 왜 있는걸까요, 책나무 님? 제가 [자유죽음]을 읽으면서 이거 철학책이로구나, 했는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철학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현재 상태로는 제가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삶을 최대한 붙잡으려고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책을 읽는 건 너무 좋아요!! >.<

잠자냥 2022-08-22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음 생에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다부장님은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고,
다음 생은 당연히 그 무엇으로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잠자냥은 이 책을 나른하게 누워서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결론은 뜨거운 책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08-22 13:51   좋아요 4 | URL
네 이 책은 저에게 좋은 책이었어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읽기를 잘한 책이에요. 특히 나는 나 자신에 속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반복해주는게 좋았어요!!

잠자냥 2022-08-22 14:12   좋아요 3 | URL
기대 이상으로 울림이 큰 책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사회나 종교가 한 개인을 자기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가의 그 ‘포효!‘가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의 삶도 그 자체로 이 세상에 지지않겠다던 으르렁거림 같았고요...

다락방 2022-08-22 14:16   좋아요 4 | URL
네 잠자냥 님, 저도 종교에 대해 얘기하는 게 진짜 좋더라고요. 사회나 종교나 한 개인을 억압하는 건 같다고 하면서 재차 주장하잖아요.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속한다고요. 그래서 이 작가나 이 책이 비난을 들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잠자냥 2022-09-07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장님! 이 <자유죽음>으로 3만원 벌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7:22   좋아요 3 | URL
네. 봤습니다. 알라딘도 제가 불쌍했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9-08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드립니다 ~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thkang1001 2022-09-08 09: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9-08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축하드려요
다락방님!

책읽는나무 2022-09-10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축하드립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 자신에게 쉼없이 말을 건다. 그건 자주 아니 거의 대부분, 질문의 형태로 일어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디를 가고 싶은가, 왜 이걸 하려고 하는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등등. 마찬가지로 나는 상대를 이해하고 싶을 때 상대에게 질문한다. 자, 이런 경우 너라면 어떡할거야? 너는 왜 그런 선택을 한거야? 너는 무엇을 좋아해 그리고 무엇을 싫어해? 왜 거기 가있어? 제삼자에게는 닿지 못할 질문들을 나에게 던진다. 저 사람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저 선택을 하는 데에는 어떤 마음이 작동했을까,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것은 하나씩 둘씩 아는 것을 쌓아나간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던 행동들이 배경을 아는 순간 이해되기도 한다. 아는 것은 질문으로부터 나온다.


소설가 진 리스는 유명한 연애 소설 《제인 에어》를 읽다가 다락방에 갇혀 있던 로체스터 부인에게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 부인의 입장에서 소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써냈다. 나는 진 리스가 제인 에어를 읽고 재미있다거나 혹은 분노한다거나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이야기에는 항상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버사 부인의 입장이 되어 소설을 썼다는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그것은 질문이었으니까. 왜 버사 부인이 다락방에 갇혔을까, 왜 로체스터는 그녀를 방에 가두었을까, 그녀가 다락방에 갇히기 전에 그녀에겐 어떤 삶이 있었나. 이것은 질문이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한 그리고 어쩌면 우리 현실에 다른 식의 모습으로 존재할지도 모를 어떤 사람에 대한 질문. 


당신은 왜?


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과 상대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진 리스가 로체스터에게 혹은 버사 부인에게 혹은 샬럿 브런테에게 던진 질문을 알고자 함이고 이해하고자 함이다. 나를 당신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떻게? 세상을 구성하는 나를, 당신을, 그리고 다른 이들의 삶을 알고자 함으로써.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와 슈바르츠실트를 비롯한 천재 학자들은 그 질문을 수학을 통해, 물리학과 천체학 생물학을 통해 그리고 양자역학을 통해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을 하기 까지 그들에겐 일단 의문이 있었다. 저기 너머엔 뭐가 있을까, 이것은 어떤 작용을 할까, 저기까지 가면 그 다음엔 뭐가 있을까. 그들은 이것보다 더한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연구를 하고 질문을 하고 답을 내림으로써 어제는 몰랐던 이론을 발표해내기도 하고 어제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내기도 한다. 그것은 알고자 함이었고 이해하고자 함이었다. 무엇을? 세상을. 그들에게는 그 이면을 보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고 숨겨진 것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었다. 이 책을 시작하고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에 등장했던 '심연' 이라는 단어와 '내면'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그들 자신만의 우주 그리고 세상에 대한 예리한 지각 등은 자신의 심연과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세상을 확장시킨다. 그것이 언제나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도 아니고 인간을 더 살기 좋게 만드는 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것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세상이 돌아가는 일을 이해하고자 한다. 다른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물질에 관한 것들 그 물질을 구성하는 것들 그것들이 일어나는 화학작용, 그리고 그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 하지 못할 수많은 공식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그것들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세상은 그런 것이었다.



십대에 벌써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고 이십대에 대학 교수가 되기도 하는 천재들의 삶을 읽는 내내 너무나 당연하게 천재들의 삶이 나와 다름을 인식했지만, 그러나 책장을 덮고 생각하게 된 건,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능력으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나대로 진 리스는 진 리스대로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는 그들대로. 천재들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것은 내가 던지는 질문과 달랐고 또 진 리스가 던지는 질문과도 달랐지만, 그러나 그들의 질문이 더 수준 높은 것이고 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질문이었을까, 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지않다고 대답할테다.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데에는 그 모두가 다 필요할 테니까. 결국 우리는 나름의 질문으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천재들과 나의 질문은 그저 다를 뿐.



천재들의 생각과 삶을 엿보는 것은 즐거웠고 문장도 아름다웠고 또다시 나를 들여다보게 된 것도 이 독서의 수확인데, 뜻밖에 양자역학에 대한 관심까지 챙긴다. 덤으로, 나는 어쩐지 양자역학 쪽의 손을 들어주는 젊은이인것 같고 아인슈타인은 천재 꼰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뭔가. 하하하하하. 그러면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아인슈타인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뽀개봐, 양자역학을 뽀개봐!!!


자, 이제 양자역학을 공부할 시간인가. 후훗.



독일어로 ‘블라우조이레‘, 즉 청산靑酸이라 불리는 액체 상태의 시안화물은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 섭씨 26도에서 끓으며 연한 아몬드향을 내는데, 인류의 40퍼센트는 해당 유전자가 없어서 이 냄새를 맡지 못한다. 이 진화적 변이 대문에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마이다네크, 마우트하우젠 강제 수용소에서 치클론B에 살해당한 유대인 중 상당수는 가스실을 채우는 시안화물의 냄새를 낌새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일부는 자신들의 절멸을 계획한 자들이 자살용 캡슐을 깨물며 들이마신 것과 같은 향기를 맡으며 죽었다. - P16

슈바르츠실트가 쓴 풀이법은 간단했다. 그는 회전하지 않고 전하가 없는 완벽한 구형의 이상적 항성을 가정한 다음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대입하여 질량이 어떻게 (마치 침대에 내려놓은 포탄이 매트리스를 휘게 하는 것과 비슷하게) 공간의 형태를 바꾸는지 계산했다.
그의 수치가 어찌나 정확했던지 오늘날까지도 항성의 경로, 행성의 궤도, 중력이 큰 천체 근처를 지나는 광선의 휨 등을 추적하는 데 그의 공식이 쓰인다. - P47

일반적인 항성의 경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공간은 아인슈타인의 예측대로 완만하게 휘어졌으며 항성 본체는 마치 해먹에 누운 두 아이처럼 함몰부 중앙에 떠 있었다. 문제는 거성이 연료를 다 써버려 붕기하기 시작할 때처럼 너무 큰 질량이 매우 작은 면적에 집중될 때 일어났다. 슈바르츠실트의 계산에 따르면 그런 경우에는 시공간이 단지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다. 항성이 짜부라들어 밀도가 계속 커지다보면 중력이 너무 세지는 바람에 공간이 무한히 휘어져 스스로를 감싸고 만다. 그 결과는 우주의 나머지 부분과 영영 단절되어 빠져나갈 수 없는 심연이다.
사람들은 이를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고 불렀다. - P48

슈바르츠실트는 어찌나 소심했던지 오랜 교제 기간 동안 그녀를 단 한 번 만졌는데 그것조차 실수였다. 그녀가 소형 자작 망원경 렌즈를 들여다보며 북극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도와주다가 얼떨결에 가슴에 손을 얹은 것이 전부였다. 두 사람은 1909년 결혼하여 딸 아가타, 아들 마르틴과 알프레트를 낳았다. 딸은 고전을 공부하여 그리스 철학 전문가가 되었고 큰아들은 프린스턴대학교 천체물리학과 교수가 되었으나, 부정맥과 영구 동공산대瞳孔散大(검은색 눈동자가 크게 확대되는 상태-옮긴이)를 타고난 작은 아들은 평생 여러 차례 신경 쇠약을 겪다가 유대인 박해가 시작된 뒤 독일을 탈출하지 못하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P60

(하이젠베르크)그는 오줌 얼룩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으나 반점들이 기다란 숫자 사슬이 되어 그의 주위에처 춤추며 그의 목에 점점 빡빡하게 죄어드는 바람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이런 악몽은 에로틱한 꿈에 비하면 차라리 반가운 위로였다. 기력이 떨어질수록 음몽淫夢이 점점 강렬해져 그는 청소년기처럼 시트에 얼룩을 남겼다. 그는 로젠탈 부인이 시트를 갈지 못하게 하려고 애썼지만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방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그가 느낀 수치심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자위만은 참았다. 몸의 모든 정력을 연구에 쏟을 수 있도록 간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P135

아인슈타인이 보기에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성의 아버지 아인슈타인은 시각적 표현의 달인이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그의 개념은 모두 자신을 극단적인 물리적 상황에 놓는 상상력에서 탄생했다. 이런 까닭에 그는 하이젠베르크가 요구하는 제약을 받아들이기가 꺼림칙했다. 더 멀리 보겠다고 두 눈알을 후벼낸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하이젠베르크의 사고방식을 따라가 궁극적 결과에 도달하면 어둠이 물리학의 영혼에 스며들 것임을 직감했다. 하이젠베르크가 승리하면 마치 우연이 물질의 심장부에 깃들어 가장 기본적인 성분들과 떼려야 뗄 수 없이 묶인 듯 물리적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의 기본적 성격이 영영 모호하게 남을 터였다. - P143

하이젠베르크가 고비게 어떤 아원자 현상이든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기술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했다. 이전에는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이 있었지만 이젠 확률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뿐이었다. 만물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물리학이 발견한 것은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듯 세계의 끈을 당기는 합리적 신이 지배하는 단단하고 확고한 실재가 아니라 우연을 가지고 노는 천수千手 여신의 변덕에서 탄생한 놀랍고도 희한한 세상이었다. - P219

유럽 전역에서 날아온 늙은 대가와 젊은 신예들이 당시 가장 저명한 학술 회합이던 제5차 솔베이회의에 참석했다. 이토록 많은 천재가 한 지붕 아래 모인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폴 디랙, 볼프강 파울리, 막스 플랑크, 마리 퀴리를 비롯한 열일곱 명은 노벨상을 받았거나 훗날 받게 되며, 노벨상을 두 번 받은 퀴리가 헨드릭 로런츠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회의위원회를 감독했다.
회의 주제는 ‘전자와 광자‘였지만 모든 참석자가 알았다시피 회의의 진짜 목적은 물리학을 떠받치는 구조 전체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던 양자역할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 P221

하이젠베르크가 설명했다. "우리 시대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슨 객관적ㅇ고 초연한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행위자로서의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과학은 이제 실재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면할 수 없습니다. 세계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분류하는 방법은 스스로의 한계를 맞딱드렸습니다. 이것은 개입이 탐구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에서 비롯합니다. 과학이 세상에 비추는 빛은 우리가 바라보는 실재의 모습을 바꿀 뿐 아니라 그 기본적 구성 요소의 행동까지도 바꿉니다." 과학적 방법과 과학의 대상은 더는 분리될 수 없다. - P225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2-08-19 15: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진 리뷰에요!! 다락방님은 ‘질문‘을 시작점으로 두셨군요. 진 리스처럼 작품 속 천재들이 ‘왜?‘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눈부신 과학 발전의 빛나는 이런 순간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질문과 끈기가 천재의 특징 같고요.

그런데 아직도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안 읽은 저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

다락방 2022-08-19 15:39   좋아요 1 | URL
이 책 속의 천재들이 질문을 던지는 지점 혹은 의문을 갖게 되는 지점이 제가 가진 것과는 달랐지만, 질문이라면 진 리스도 던진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과적 천재가 수두룩 나오는 이 책을 읽다가 그만 상대적을 문과에는 진 리스가 있다!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하. 문과에 가면 진 리스도 있고 다락방도 있고!! ㅋㅋㅋㅋㅋ

저는 진 리스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다는 사실이 진짜 너무 짜릿해요! >.<

공쟝쟝 2022-08-1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인용문에 또 오줌!? 얼룩?ㅋㅋㅋㅋ)
아인슈타인 천재 꼰대 만들고, 천재들의 질문을 자신에 대한 질문과 같은 반열에 올려 놓으신 이해 쏙쏙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9 15:37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리뷰 등록해놓고 ‘음.. 나 너무 나랑 천재 동급으로 해놨나‘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뭐 다를 거 없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어떡하죠...사람이 이모양으로 생겨서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19 15:39   좋아요 1 | URL
이미 다락방님은 인생은 예측불허!로 예측 불가한 아원자들의 운동에 대한 대처법으로서의 인생론을 만든채 살아가고 계셨으므로 인생천재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8-20 10:26   좋아요 1 | URL
아 진짜 리뷰 쓴거 개후회중 ㅠㅠ

공쟝쟝 2022-08-20 11: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후회라니 ㅋㅋㅋㅋ 고런 것도 하시는 분이십니까?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19 1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까 낮에 단발님 리뷰 읽고 🤪🤪 되설라무네 댓글도 못달았는데 지금은 댓글 후닥닥 달고 싶네요.
책을 궁금하게 만드셔서요.
왜??? 라는 질문으로....ㅋㅋㅋ
근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그런 내용이었나요?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아직 읽진 못해서...또 한 권 궁금하게 만드셨어요^^

다락방 2022-08-20 10:25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제인 에어를 읽으셨다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바로 다음 수순 입니다. 저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도 좋지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쓴 그 스토리가 너무 좋아요. 진 리스는 최고입니다!! >.<

그레이스 2022-08-20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궁금해지네요.
저도 양자역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럴때 빨리 읽어야하는데... 어제보다 오늘 그 관심이 흐려지네요,,, 다른 급한 일에 쫒기고 있어서 ,,, 이 기분 꼭꼭 묶어둘수는 없을까요?^^

다락방 2022-08-21 17:27   좋아요 1 | URL
우와 그레이스 님도 엄청 멋진 리뷰를 써내셨더라고요. 저는 이 리뷰 쓴걸 엄청 후회하고 있습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그나저나 양자역학 궁금해져서 또 책을 사야되겠어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8-21 17:57   좋아요 0 | URL
부끄러우시다뇨, 전혀 아니예요.
다락방님만의 매력이 넘치는 글인걸요.
양자역학 좋은 책 있으면 공유해주세요.^^
 
그의 제안, 당신의 선택은?
Ugly Love (Paperback)
Colleen Hoover / Atria Books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소설에서 작가가 보이는 걸 싫어한다. 

인물을 만들고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가끔 작가가 끼어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떤 느낌을 강제하는 느낌을 갖게 되어서 나는 영 별로인데, 콜린 후버가 이 책에서 내가 싫어하는 그걸 했다. 작가는 끼어들어서 우리의 남자 주인공 마일스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비록 섹스파트너를 찾고 그녀에게 결코 사랑은 주려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그녀를 상처입히지만, 그러나 그는 불쌍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배려 있고 잘생기고 자신이 맡은 바 일도 잘하고 섹스 천재이고.. 내가 마일스란 이 책의 남자 주인공한테 그 자체로 반하게 되는게 아니라 작가가 '반할만하지?'를 묻는 것 같아서, 나는 반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혹은 소설은, 작가가 드러나지 않는 쪽이다. 그저 이야기속 인물들만이 거기 있는 소설, 그래서 나로 하여금 내가 그 시간을 보내고 내가 그 인물들에 이입하고 내가 사랑하고 내가 슬프게 하는 소설. 

콜린 후버는 이번에 처음 만난 작가이고 전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나는 콜린 후버를 좋아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는지는 잘 알겠다. 작위적인 설정이나 인물에 대한 매력을 드러내기 위한 끼어들기를 제외하면, 이 책 한 권만으로 평가해보건데, 작가는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고통에 대한 극복과 삶에 대한 희망. 인생은 완전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치명적으로 힘든 일도 일어나지만, 그러나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 고통이 없어지지는 않아도 잠시잠깐의 순간들로 존재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 그런 메세지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실은, 이 책이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별을 넷 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데. 나도 읽다가 결국 눈물이 핑돌았다. 번역본에서는 냉소했는데.



'테이트'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오빠가 사는 집에 잠시 얹혀 살기로 한다. 그러다가 오빠의 앞집에서 오빠의 친구 '마일스'를 알게 되고 그에게 끌리게 된다. 마일스 역시 마찬가지, 그녀에게 강하게 끌리고 그녀랑 키스 한 번 해봤더니 와 완전 좋아 너무 좋아 짱좋아 계속 하고 싶다.. 이렇게 되어서 테이트에게 나 너랑 섹스하는 사이 되고 싶어 오케? 하게 되고 테이트 역시 오케이 한다. 대신 마일스는 조건을 내건다. 내 과거를 캐지말고 내 미래를 궁금해하지 말라는 거다. 즉, 우리는 연인이 되는게 아니라 단순히 섹스만 하는 사이가 되자는 것. 테이트는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그와의 섹스를 유지한다. 상처받기도 하고 모멸감에 젖기도 하고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가면서도 그러나 이 관계를 쫑내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원서에서는 fucked 라고 표현되고 번역본에서는 강간이라고 표현됐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같이 읽는 친구들과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은,


1. 너무너무 극도의 쾌락을 주는 미친 섹스머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2. 테이트는 그러나 자신을 보는 그의 눈빛에서 그에게도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 있고 우리의 관계는 변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라는 두 가지 이유였다. 나 역시 이 두 이유에 동의하고 공감하는바, 그렇다면, 어떤 섹스는, 그러니까 어떤 섹스가 주는 극도의 쾌락은, 저기 저 먼 곳 어딘가 저기 무지개 너머에 존재하는 극도의 쾌락은 내 자존감이 짓밟힌 것도 무시하게 하는 그 엄청난 것인가?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나는 내 인생에 가장 극도의 쾌락을 줬던 섹스를 떠올려봐도, 만약 그 섹스 상대가 나를 이렇게 대한다면 헤어질거야" 라고.


친구도 역시 그러겠다고 하지만, 이내 이런 물음이 꼬리를 물었다.


"그건 마일스의 섹스만큼은 아니기 때문일까?" 그러니까, "우리의 극도의 쾌락은 사실 별 거 아닌거였던 걸까?", 그러니까, "우리가 최상의 쾌락이라 여겼던, 엄청난 섹스라 생각했던 그것보다 더 이상의 것이 사실은 아주 많이 있는걸까?" .... 그것은,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조차 용납하게 하는 그 어떤것인가?



사실 테이트에겐 2번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나에게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고, 내가 너를 사랑할거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하는 남자때문에 속이 상하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나를 좋아하고.. 그러니 기대를 갖고 기다리려던 거겠지. 그러나 사람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도 없고, 번번이 상처받으면서도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테이트는 그에게 이별을 말한다. 나를 사랑하면서 나를 그리워하면서 그러면서도 뒷걸음질치는 너따위!! 하고 세이 굿바이 하는 것이다. 굿바이 하는 순간까지도 그를 향한 기대를 품고서...



그런 한편 마일스에겐 상처가 있었다. 누나 마음 속에 삼천원 쯤은 있는 거잖아요...

커다란 상처였고 그것은 극복 불가해보였으며 그 상처가 지배하는 불행한 삶이 마일스의 삶이었다. 마일스는 다시는 삶에 사랑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런데 테이트를 만났고, 나같은 놈에게 이 사랑이 허락되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밀어내기 와 기타등등으로 내적 갈등 오지게 겪으면서 섹스에 졸라 충실한다. 아, 남자여.. 



어쨌든 이 야한 소설에서 자고 자고 또 자고 계속 자고 여기저기서 자고 막 그러는 소설에서 사실 하고자 하는 말은, 위에도 썼지만, 이거다.



"The pain will never go away, Miles. Ever. But if you let yourself love her, you'll only feel it sometimes, instead of allowing it to consume your entire life." -p.302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마일스. 영원히. 그렇지만 네가 그녀를 사랑하도록 자신을 허락한다면, 그건 가끔만 느끼게 될거야, 네 삶 전체를 그것이 소모하게 두는 대신에 말이지.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으로 그것이 삶을 지배하는 대신, 가끔만 찾아들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것을 허락할 수 있다. 이래서, 콜린 후버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 같다. 이런 당연한 말을 해주어서.







댓글(3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8-18 1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용만으로 볼 때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이런 소설에서 말하는 극도의 쾌락을 주는 섹스가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는 의문입니다. 뭐 1년에 한번쯤 한다면 열과 성을 다해서 하고 장렬히 나가떨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매일 일에 치이고 생활에 치이는 보통 사람이 저 로맨스소설 남주인공처럼 하면 복상사라는 말이 현실이 될걸요. ㅎㅎ
그러니까 나의 자존감이 짓밟히는걸 감내할만한 섹스는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저의 생각! 어떤 여자나 남자가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자신의 다른 약점이나 약함을 감추기 위한 방패정도가 아닐까 뭐 그렇다고요. ㅎㅎ

다락방 2022-08-18 15:15   좋아요 3 | URL
책속 남자가 25세 밖에 안됐어요. 여자는 23세 구요. 그러니 눈만 마주치면 자는 그 열정과 젊음..은 있을 것이고, 하고 또 해도 또 늘 새롭기도 할것이지만, 저 역시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걸 용납할만한 섹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 남자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것이다 라는 기대와 희망이 테이트로 하여금 좀 더, 좀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기다리게 만든 것 같아요.
사랑을 인정한 덕분에 그리고 받아들인 덕분에 마일스도 이제 건강하게 사랑하게 됩니다. 로맨스 소설은 대부분 이렇게 해피엔딩이죠. 후훗.

독서괭 2022-08-18 15: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누신 대화의 흐름이 넘 공감가네요 ㅋㅋ 우리가 이만큼 좋은 섹스를 모르는 게 아닐까?? ㅋㅋ 육체의 힘이랄까.. 하지만 저도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는 지속을 못 할 것 같습니다. 내쪽도 그쪽에 원하는 게 딱 몸 뿐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희망” 때문이라는 2번 해석이 더 설득력 있는 듯요!

다락방 2022-08-18 15:27   좋아요 4 | URL
네, 맞아요 독서괭 님. 마일스도 그녀가 희망을 갖고 있다는 걸, 그래서 자신의 변화를 기다리는 걸 눈치채고 알아요. 그래서 자꾸 말합니다. 나한테 희망을 갖는건 아니지? 내가 변할거라 생각해 지속하는 건 아니지? 하고요. 희망, 그것은 참 힘이 세네요, 독서괭 님. 그러나 그녀의 희망은 헛된것은 아니었어요.

잠자냥 2022-08-18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런 댓글 와중에 또 언제 이런 훌륭한 글을 썼습니까? 이 글에서도 절절히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네요. ㅋㅋㅋㅋ 저도 다부장님처럼 소설에서 작가가 보이는 걸 참 싫어하는데요, 다부장님이 쓰실 그 위대한 웹소설에서는 작가가 개입하는 거 용서할게요. 오히려 더 좋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니, 여기다 이런 댓글 달지마 잠자냥아! 쟝쟝 방으로 가! ㅋㅋㅋㅋ)

공쟝쟝 2022-08-18 15:51   좋아요 3 | URL
아니 여기서 왜 또 내 방이 나와?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제 방으로 오십쇼 ㅋㅋㅋ 덩기덕쿵더러러 ㅋㅋㅋㅋ

다락방 2022-08-18 15:59   좋아요 4 | URL
저 이 소설 읽으면서 잠자냥 님 생각했거든요. 잠자냥 님도 작가가 보이는 걸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 책을 잠자냥 님은 안좋아하실 것 같다, 생각했어요. 느낌 아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전 뭔 글만 쓰면 길든 짧든 노스탤지어 어떡하죠? 큰일이네, 큰일이야.. 이것이 바로 연륜과 경력에서 오는것인가..... (먼 산)

잠자냥 2022-08-18 16:02   좋아요 2 | URL
부장님 목소리 언제 들어본 적 있는데(유튜브에 뭔가 읽어주는 거) 노스탤지어와 아주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어여 쓰세요....... 웹소설 오디오북차트 1위 따 놓은 당상

다락방 2022-08-18 16:04   좋아요 2 | URL
노스탤지어랑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고요? 흐음..
전 제 목소리가 그냥 섹시하다고만 생각했는데................
=3=3=3=3=3

공쟝쟝 2022-08-18 17:35   좋아요 1 | URL
좋은 목소리와 예쁜 말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과거 흘리고 다녔었던 다부장은 의외의 예쁜 목소리와 상냥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를 가지고 있습니댜. 오디오북 가즈아!

다락방 2022-08-18 17:44   좋아요 1 | URL
아, 내 매력 그만 폭로해요. 가만 있어도 매력 터져서 미치는데 그렇게 더하면 어떡하란 말이야. 지금도 인기가 부담스러워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게 하지 말아줘요. 부탁할게요. 어휴.. 피곤해.....

공쟝쟝 2022-08-18 18:04   좋아요 0 | URL
그럼 그 매력은 나만 알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3만보의 범접 불가 매력이라 ㅋㅋㅋ 아무나 쉽게 접근 못함 ㅋㅋㅋ 최소 국토대장정 마니아 바람돌이님 정도만 빼고 ㅋㅋㅋ

건수하 2022-08-18 19:55   좋아요 1 | URL
멀지 않은 곳에 또 이런 댓글이 달리고 있었군요 ㅋㅋ

미미 2022-08-18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 읽고 찾아보니 노트북과 그레이 사이라는 문구가 있네요? 최상의 섹스에 과연 사랑이 배제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됩니다. 콜린 후버 저도 읽어보고싶어요!! ^^*

다락방 2022-08-18 16:04   좋아요 3 | URL
우오오옷 미미님이 읽게 되신다면 어떤 리뷰를 써내실지 너무 궁금합니다. 한 권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콜린 후버 책이 전 세계에서 흥행이더라고요. 우리 책 읽는 사람들은 그렇다면, 대체 왜그렇게 인기인가 보자, 하고 읽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한 권 읽고 더는 안읽을지라도... 하하

그런데 저는 원서 두 권 더 있고 번역본 한 권 더 있어요, 콜린 후버. 좀 더 읽어보려고요. 원서가 비교적 다른 원서들보다 쉬운 편이었어요.

공쟝쟝 2022-08-18 17: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태그까지 읽다가 빵빵 터졌어요. 아무리 최고의 섹스머신여도 대화가 안통하는 똥 멍충이가 나를 지 수준(?)취급한다면 저는 짜게 식을 거 같아요. 아닌가 안식나? 암튼 ㅋㅋㅋ 한참 집중할 땐 몰라도(?) 일단 식어지면(?) 사후 해석을 아주 똥 같이 만들어주면서 말로 비난해줄 테다. 그 고추 따위 지성이 빈약해서 다시는 아무 데나 못 세우 게 ㅋㅋㅋ 마음의 상처를 아주 물리적 상처로 재생시켜주겠어!!! 흥!!!(이렇게 쓰고 나니 너무 격렬한데? ㅋㅋㅋㅋ 내 대외적 이미지를 생각...하려했지만 오늘치 제 페이퍼 댓글로 다 덩기덕 쿵더러러해서 상관 없어졌다.)
근데 1번이 가능하긴 한지 궁금하긴 하네요. 이 쓸데없는 지적(?)호기심..
근데 나는 그래요. 섹스 머신 이런 게 아니고... 내가 나쁜 섹스를 했다는 것보다 더 견딜 수 없게 하는 건... 사실, 사랑 받지 못했다는 거? 근데 이젠 상관 없어요. 상관없어져야 하고요.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길고긴 페이퍼를 쓸 수 있다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8-19 14:37   좋아요 2 | URL
책 속의 마일스는 전혀 똥멍충이가 아니고 초고속 승진까지 하는 똑똑이 남에 배려남에 핸섬남에.. 뭐 그런 남자이긴 합니다. 그러니 여주인공이 속절없이 빠져든거겠지요. 여자가 했던 말들 다 기억해서 여자를 기쁘게 해주는 남자이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여자한테 최선을 다하는 남자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마!‘라고 하면서 나를 자신의 연인으로 공식화하지는 않죠.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저 역시나 극도의 쾌락을 주는 남자가 똥멍충이라면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칠 것 같습니다. 온갖 정이 다 떨어져서 토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게는 그런 편견도 있습니다. 똥멍충이가 극도의 쾌락을 주는 섹스 머신일 리는 없다, 고요. 섹스 머신으로서 상대에게 극도의 쾌락을 주기 위해서는 생각이란 걸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얘는 더 좋아하지, 이렇게 하면 얘가 더 잘 느끼지, 라는 생각과 배려요. 그런게 없이 어떻게 극도의 쾌락이 제게 오겠습니까? 그러니 똥멍충이는 섹스를 잘할 수 없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 물론 역의 경우, 그러니까 똑똑한 남자가 섹스를 못할 수는 있다는 것은 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못할 수 있지요.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뭐 사이즈나 기술이나 체력이나 기타등등.

그럼 이만.

건수하 2022-08-18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댓글 달았던 그 책 맞군요 (확인하고 옴)
저는 그때 하자고 하면 해보겠다고 댓글을 달았는데 ㅋㅋㅋ

25살.. 6년 전이면 19살.. 뭘 그리 큰 상처를 받았길래... @_@
얘들아, 인생은 길다 (뭐래...)

단발머리 2022-08-19 15:03   좋아요 2 | URL
수하님, 안녕?
걔네들 사건사고 많았어요. 고딩엄빠부터 시작해야혀 ㅋㅋㅋ 궁금하죠?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8-18 20:40   좋아요 0 | URL
찾아봤더니 (다행히도) 절판이네요 우후후후

단발머리 2022-08-18 20:52   좋아요 1 | URL
Ugly Love는 절판 안 됐다고 그래요 ㅋㅋㅋㅋㅋ 참고하세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2-08-18 21:26   좋아요 0 | URL
저는 ‘어글리 러브’만 취급할 생각이었 ㅎㅎ <임신중지> 아직 시작 못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2-08-18 21:29   좋아요 1 | URL
임신중지로 가셔야겠네요. 어글리 러브가 피임과 어마어마한 연관성이 있지만요. 허허허.

다락방 2022-08-19 14:34   좋아요 0 | URL
수하 님, 큰 상처입니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큰 상처였어요. 그래서 그 지점에서 작가가 좀 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왜이렇게 사랑으로부터 달아나려 하는가 하고 짜증이 나는데, 과거를 알고 나면 ‘이래서 이랬구나‘ 하게 되는거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잘하지만 그게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저는 읽으면서 여러차례 했습니다.

어글리 러브 보다는 ugly love 가 더 좋습니다. 저도 이제 임신중지로 갑니다. 슝-

단발머리 2022-08-18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번, 2번의 경우를 얼마나 설득력있게 썼느냐가 이 소설의 성공을 가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1번의 경우에 있어서는, 작가가 아주 잘 썼다고 생각하고요. 우아, 진짜? 하는 물음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요. 2번의 경우는 결말로서 해결이 되니까 또 그 나름대로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목도 표지도 컨셉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그 놈의 과거는 제발.... 좀 극복하자... 이런 맘이 들더라고요.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짜증이 밀려오고는 했습니다. 뒷부분에서는 현재도 짜증나고요.

그럼 지금까지 ‘같이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08-19 14:32   좋아요 1 | URL
저도 1,2번을 놓고 보면 아주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1번에 대해서는 좀 뻥이 심하다..는 생각은 해요. 스물다섯의 남자가 게다가 6년간 노섹스였던 남자가 이렇게나 섹스머신일 일인가.. 이것은 구라가 심하다.. 라고 말이지요. ㅋㅋㅋㅋㅋ
저는 마일스의 과거가 극복할 수 있는 과거는 아닐 것 같거든요. 너무 커요. 심각하게 큽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심각하게 큰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 과거의 사연을 지나치게 꾸몄다는 생각을 해요. 너무 아름답게 포장했달까요. 그 지점에서 역시나 또 작가가 보입니다. 과거 이야기 읽는게 그래서 너무 싫었어요. 너무 과해요. ㅠㅠ

아무튼 덕분에 다 읽었습니다. 저의 여덜번째 원서 완독입니다. 우리가 어느 틈에 여기까지 왔어요. 만세!!

2022-08-19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19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8-20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달리 생각해요 락방님, 이건 바로 위 댓글 읽고 하는 말인데요 저런 상황을 만일 겪었다고 한다면 6년 아니라 20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20년은 좀 심한가? 어쨌거나 읽는 동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던데요. 좀 오버긴 한데 과거의 마일스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각생도 완독했습니다.

다락방 2022-08-21 17:30   좋아요 1 | URL
비타 님, 저도 저 상처가 결코 잊혀지지 않을 상처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다시 사랑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다짐을 하지 않아도 어려울 거라고요. 저 상처는 당사자를 침몰 시킬 것 같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사랑하고 다시 아이를 낳는 삶을 살게 되는 마일스와 레이첼을 보는게 좋았고요. 저는 비타 님과 제가 달리 생각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다만, 저는 6년간 섹스하지 않았던 남자가 섹스 머신으로 컴백한다는 설정이 너무 과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고작 스물다섯의 나자가 말입니다. 이 책에는 제가 생각할 때는 과한 설정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끄는대로 충실히 울어버렸습니다 ㅠㅠ
 
여자짐승아시아하기 문지 에크리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에 김혜순 시인의 시집 <당신의, 첫>을 읽었더랬다. 지금 검색해보니 김혜순 시인의 글을 읽은건 그게 유일했다. 이 책, 《여자짐승아시아하기》는, 그야말로 지금의 나를 그리고 이곳의 여성들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골랐는데, 읽으면서 이건 영락없이 시인의 글이로구나, 했다. 구절구절마다 은유로 가득하고 책 한권이 통째로 은유라 해도 좋을것이다. 시인의 문장이라는 것은 아름다우나 다소 난해하기도 해서 어느정도 읽으면서는 이 책은 좋은 책이지만 나에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티베트, 인도, 실크로드, 산동성, 운남성, 산서성, 청해성, 미얀마, 캄보디아,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몽골 을 다녀오며 쓴 글인데, 매 꼭지 지금 시인이 머무르는 곳의 지명이 나와 있질 않아, 그저 글에서 설명한 걸 읽으며 아 여기는 인도겠구나, 여기는 미얀마겠구나 했다. 그 지점이 시를 잘 읽지 않고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친절하지 못하게 느껴졌는데, 나는 시 라는 문학장르에 있어서도 딱히 친절하다고 느끼질 않는 바, 이렇게 읽는 사람이 구절을 받아들이며 짐작하게끔 하는 거, 그게 바로 시인들의 글쓰기인가 싶은거다.


그렇게 난해하게 읽어갈 때쯤, 그러나 난해한 글, 어쩐지 모호하고 정확하게 와닿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여갈 때쯤, 아! 하고 날카로움을 느끼는 문장을 만난다. '인도'라고 한 번도 언급되진 않지만 인도임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모든 내용들에서, 결혼에 지참금을 준비해야 하는 여자와 그리고 지참금을 받는 남자들에 대한 구절이 그랬다.


이들의 아버지들은 돈을 주고 남편을 사서 이들에게 주었다. 남편들은 돼지들처럼 등급이 있다. 등급이 높을수록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아버지들은 딸이 태어나자마자 딸의 남자에게 줄 돈을 저축한다. 지참금은 가방에 넣어져 현금으로 전해진다. - P124



돈이 있어야 여자들은 시집을 간다. 비록 그 돈을 여자들이 직접 만져보는게 아니라 이 남자에게서 저 남자에게 건네지는 것이라해도 어쨌든 돈이 있어야 한다. 딸들의 아버지들은 딸들을 시집 보낼 남자에게 돈을 건넨다. 그런데 그걸, '남편들은 돼지들처럼 등급이 있다'고 쓴거다. 와. 나는 이 문장이 너무 좋은거다. 내내 아름답지만 다소 난해한 문장들을 만나다가 갑자기 훅- 남편들은 돼지들처럼 등급이 있다, 고 하다니. 다른 누가 쓴 것보다, 다른 어떤 글에서 본 것보다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시인은 다소 뜨거운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가 저 문장에서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 차갑고 날카로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지는 거다.


티베트와 인도는 하얗다면 다른 곳에 대해서는 붉은 종이로 '붉은' 이라는 표현이 많이 들어가있는데, 이 붉은 부분이 내게는 더 좋았다. 여기는 숫제 날카로움이 한가득이다. 그리고 그 날카로움들이 내게는 더 잘 와닿는다.



붉은 경보



결혼 행진곡은 모두 경보처럼 들린다. ‘모든 날개 가진 것들을 살처분하라.‘ 붉은 결혼 예복을 입은 소수민족 신부가 붉은 베일 속에서 운다. - P155



붉은 부분들이 날카롭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나는 책을 읽다 말고 책 뒷표지에 쓰인 글들을 마주한다. 우리가 제일 모르는 것, 우리가 아시아인이라는 것. 이 구절이 나를 아프게 찌른다. 그렇다. 나는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김혜순 시인의 글을 읽으며 처절하게 깨닫는다. 김혜순 시인이 이 책에 드러낸 곳, 이 책에서 본인이 도착해 만난 것들에 대한 묘사들은 내게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던 거다. 왜 똥이 넘쳐 흐르는 변소가 있는 곳에 굳이 찾아갈까, 왜 쥐가 들끓는 곳에 찾아갈까, 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제비가 몰려있는 탑을 찾아갈까, 왜 종이를 덕지덕지 붙인 불상이 있는 곳엘 갈까, 왜 돈을 달라고 몰려대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갈까, 왜 폭탄 테러가 있는 곳에, 왜 변소 앞에 바로 식당이 있는 곳에, 왜, 왜, 왜.. 도대체 '왜' 거기에 가는 거냐고, 치안도 안좋고 풍경도 안좋고 교통도 안좋은 곳에 왜 가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 차곡차곡 쌓일 때, 나는 그 문장을 마주한 것이다. 


우리가 제일 모르는 것, 우리가 아시아인이라는 것.


그래,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이 아시아 저기 어디쯤에서 저런 모습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아니, 나는 모르고 싶었구나. 그러면서 나는 잘도 잘사는 나라들을 선망하며 목적지를 언제나 그곳에 두었구나. 나는 항상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나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번번이 깨닫게 되는구나. 내가 아시아인인데, 저 지저분한 변소가, 선박에서 머무르면 물을 향해 바로 배설물을 내보내는 바로 저 지저분한 가옥이, 여자들이 감히 남자 위로 올라서면 안된다고 제약을 두는 장소가, 그러니까 그곳이 어디든, 거기가 다 아시아였다. 이게 너무 아픈거다. 김혜순 시인의 날카로움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있다고 생각하다가 그것은 나를 향해있다고 생각한다. 이 날카로움은 세상의 많은 다른 사람들을 찌르지만, 그러나 나를 찌르기도 하는 거였구나.



부러 내 몸이 편히 쉬지 못할 곳으로 찾아가 부러 끔찍한 광경들을 목도하고 그러면서 생각하고 글을 써내는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김혜순 시인이 그동안 살아온 삶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시를 쓰게 된건지, 어떻게 그런 곳을 여행하게 된건지, 그리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제일 모르는 걸 알려주고 싶어하게 된건지가 궁금해졌다. 김혜순 시인의 산문집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었는데 대부분 시집이었다. 그러나 산문집이 있다고 해도 내가 궁금해하는 걸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 같진 않다.



문장의 아름다움과 날카로움을 좋아할 친구들이 떠올랐다. 나보다 이 글을 더 잘 읽고 또 좋아하게 될 친구들이. 그들과 이 날카로움을 공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알고 있다. 날카롭기 위해서는 오래 벼르는 시간이 있었을 거라는 걸. 그 시간들이 김혜순의 시집들에 쌓여있는 걸까? 김헤순 시인이 궁금해진다.

붉은 먼지


당신은 푸른 하늘을 노래해라. 나는 내 몸속에 일어나는붉은 먼지구름을 노래하련다. 당신은 소멸의 고귀함에대해 노래해라. 나는 내 몸을 풀고 아기를 낳는 날들을노래하련다. 당신은 푸른 바다를 헤치는 흰 돛을 달고 피안으로 가라. 나는 전장의 참화 속에서 아기의 기저귀를널어놓고 쌀을 씻고 저 푸른 하늘에 눈을 흘기련다. 내 붉은 치마 속으로 숨어 들어오는 사람을 숨겨주련다. - P146

붉은 가위



여자의 두 다리는 가위 같다. 달마다 무엇을 자르는지 두다리 사이에서 붉은 물이 흘러내린다. 가끔은 뭉클한 허벅지로 만든 두 가윗날이 조그만 아기의 붉은 몸뚱이를잘라내기도 한다. 이브가 따 먹은 붉은 열매가 그 속에들어 있다가 한 달에 한 번 우는가 보다. 창조주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여자가 두 다리 사이에서 붉은 열매를 잘라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제 몸에서 또 다른 몸을 잘라낼수 있는 가위를 갖게 되었을 때. 사막의 여자가 모래바람속에서 금방 낳은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린다.
여자는 말이다. 아저씨는 말했다.
절대로 죽지 않는 요물이란다. - P174

간혹 거리에서 분홍색 가사를 걸치고 머리를 밀어버린 여자들을 만나지만 그녀들은 승려가 아니다. 여자는 사원에 몸을 의탁해도 승려가 될 수는 없다.
단지 잡무만 본다. 남자가 1층에 있을 때, 여자는 2층에올라갈 수 없다. 여자가 남자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건남자를 모욕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원의 제단에도 여자는 올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말한다. 국립대학에는 여학생 수가 더 많고, 사미니들의 불경 지식이 더 풍부하고, 해박하다고. 그래도 사미니들에게 분홍색 옷을입히고, 양산을 씌워 그들이 여성임을 강조하고 금기를덧씌우는 법은 사라지지 않는다. 독재정권 아래서 살아보지 않은 자는 모른다. 퇴폐, 슬픔, 분노, 타락을 어떤 예술 작품 형태로도 표출하지 말라는 권력자의 주문이 여성 억압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먼저 여성을 억압하고, 다음 소위 여성적이라고 규정된 것들을 억압한다. 그들은 전 국민을 자신들과 같은 부류로 개조하려 든다. - P244

도처에 ‘무엇을 하면 행운이 온다‘
‘무엇을 보면 행운이 온다‘라는 말이 난무한다. 그러나여자들 앞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하면 액운이 닥친다‘라는 팻말이 가로놓여 있다. - P248

지독히 붉어서 눈이 시린 모음



글을 쓰는 여성이 스스로의 언어를 발명하려는 지난한몸짓, 여성성에 ‘들리는‘ 과정에서 뾰족하게 솟은 ‘지독하게 붉어서 눈이 시린 모음‘의 언어. 그런 글을 읽으면내 안에서 기쁨에 찬 한 여자가 뛰쳐나오리 바람이 그곳을 지키고 앉아 있다. 사막의 걸레 커튼 밑에서 여자는 하루 종일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여자의 눈동자가 흐리다. 마치 사막에 시달려 백내장에 걸린 것처럼. - P254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ersona 2022-07-28 14: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혜순 시인 시집 정말 좋아요. 매미 우는 소리가 창밖에 들리는데 그 소리가 순식간에 잡초 우는 소리로 들릴 정도예요. ㅎㅎㅎ 시인들은 진짜 특별한 언어를 쓰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7-28 14:32   좋아요 5 | URL
페르소나 님, 이 책은 처음엔 난해하다가 뒤로 갈수록 좋아서 종국엔 김혜순 시인이 궁금해지게 만든 책이에요. 시집 정말 좋다 하시니 김혜순 시인의 시집을 한 권씩 읽어봐야겠어요. 후훗.

책읽는나무 2022-07-28 1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 또한 좋네요^^

다락방 2022-07-28 14:56   좋아요 4 | URL
백자평으로 담기엔 좀 길어서 리뷰를 썼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져버렸네요. 항상 쓰기 전에는 다섯줄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왜 키보드에 손을 가져다대면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이렇게 되어버릴까요. 어휴...
좋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훗.

책읽는나무 2022-07-28 15:03   좋아요 3 | URL
늘 생각하는 거지만, 다락방님의 매력은 백자평에 가둬지지 않아요.
이 책을 백자평으로 남기셨음 책에 대한 강한 인상을 못받았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07-28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내장 걸린 사람으로서 ㅎㅎ
리뷰만큼이나 김혜순 시인 좋아요 ^^

다락방 2022-07-29 08:03   좋아요 0 | URL
저는 오래전에 시집 한 권 읽은게 전부였는데 이 에세이 읽고 호감이 생겨서 어제 시집 한 권 더 주문했어요. 시집이 많아서 어떤걸 할까 하다가 가장 최근 것으로 골랐답니다. 역시 프레이야 님은 김헤순 시인을 진작 좋아하고 계셨군요!!

단발머리 2022-07-28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뼈를 때리네요.
시인의 말은 항상 이렇게나 날카롭고 아프고 그런데도 자꾸 쳐다보게 되네요. 다락방님 덕분에 김혜순 시인을 알게 됐어요^^

다락방 2022-07-29 08:04   좋아요 0 | URL
뭐랄까, 저는 막 감상적인 언어들이 참 싫은데 그리고 저는 시가 감상적인 언어의 대표격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아직 시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정말이지 어찌나 뼈를 때리시는지. 날카로웠습니다. 그래서 더 읽어보려고 해요. 후훗.

햇살과함께 2022-07-28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주에 이 책 샀어요^^ 리뷰는 살짝 곁눈질^^

다락방 2022-07-29 08:04   좋아요 0 | URL
햇살과함께 님 읽고 감상 남겨주세요. 궁금합니다!
 
Normal People (Paperback) - 『노멀 피플』 원서
샐리 루니 / Faber & Faber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나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오늘 아침엔 특히나 더 이십대 초반, 잘 알지도 못하던 남자들과 한심한 농담을 하며 낄낄거렸던 때가 떠올랐다. 그 농담이 무언지는 정확히 떠오르지 않지만, 그것이 분명 한심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기억났다. 만약 그 시절의 내가 했던 말들을 지금 내가 듣게 된다면 이불킥만으로도 모자라고 숲속에 숨어 혼자 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남자들과 농담한 것만이 어리석었던 건 아니다. 그 때 내가 친구들에게 했던 말들도 어리석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들도 그리고 행동들도 어리석었다. 어쩌면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기억들이 내게 있다. 어리니까 어쩔 수 없어, 라기엔 내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그 시절의 나를 누가 발굴해낼까봐 두렵다. 내가 유명인이 되지 않는 까닭은 다 여기에 있다. 누군가 불쑥 튀어나와서 너 젊은 시절에 이런 말과 행동을 했지, 이런 사람과 사귀었잖아, 라고 폭로하면 나는 정말 부끄러워서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럴까봐 배우를, 모델을 안하는거야...(응?)

그래, 연애도 어리석었다.


그런 한편 자존감이 낮은 시기이기도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지금까지 사실 나는 한 번도 아웃사이더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다들 나와 함께 있고 싶어했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만나고 싶으면 만날 사람도 있었고 사귀자고 하면 사귈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어떤 사람도 그리고 그 어떤 관계도 진실로 그리고 진심으로 나를 대한다는 생각을 하질 못했고, 아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거, 이렇게 겉에 보이는 거 말고,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이나 관계 같은 거, 그런 건 없을거야, 라고 생각했다. 늘 주변에 사람이 있었는데도 나는 못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못난 나, 이렇게 부족한 나, 이런 나를 누가 좋아해. 나는 중심이 될 수도 없고 그저 옆으로 피해 있어야만 하는 존재지. 심지어 대놓고 어떻게 너를 없는 사람 취급하겠니, 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나는 못났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 세상에 사랑하고 사는 친구나 연인들 같은 관계, 그런 걸 내가 가질 수 있겠어? 그건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남의 얘기지, 내 것이 될 순 없지. 나같은 사람한테 무슨..  그래서 나는 두고두고 후회할 연애도 하게 된다. 보통의 연애 같은 거, 좋은 연애 같은 거, 그런 걸 내가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두고두고 후회된다.



메리앤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었고 또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에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폭력의 대상이 되었고 어머니로부터는 외면당했다. 그런 메리앤은 친구가 없었고 그리고 살아가면서 누구도 나를 진심으로 원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친구의 행복한 연애를 지켜보면서 '나한테는 저런 게 찾아올 리 없지' 라고 생각했다. 메리앤의 생각은 근거가 있었다. 자신이 정말 인정받고 싶었던 코넬과 사귀게 되었지만 코넬은 자신과의 관계를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학교가 끝나면 메리앤을 만나고 메리앤과 섹스하지만, 코넬은 다른 학생에게 졸업파티에 가자고 한다. 메리앤은 숨겨지는 존재였고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아무도 메리앤을 사랑해주지 않았다.


코넬은 공부를 잘했고 축구도 잘했고 학교에서 인기도 많았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엄마와 살지만 엄마와 사이가 좋다. 엄마는 메리앤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고, 그런 코넬은 엄마 덕분에 학교에서 아무도 친구하지 않는 메리앤과 사귀게 된다. 코넬 역시 메리앤이 좋고 메리앤으로부터 이해받는 걸 알고 있고 또 자신이 메리앤에게 미치는 영향도 알고 있지만, 그러나 메리앤과의 관계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런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그들은 같은 대학에 들어가고 코넬과 메리앤은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지내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서로 그 누구보다 대화가 잘 된다는 걸 알면서 그리고 이런 사람은 정말이지 또 없다는 걸 알면서 그러면서도 그들은 멀어졌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코넬은 그들 사이에 빈부의 격차를 무엇보다 심하게 느껴 절망하기도 하고, 메리앤이 가정 폭력 속에서 자라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욕망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 서로의 욕망이 서로에게 고스란히 받아들여지고 그걸 해소해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만나 같은 욕망을 갖게 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힘에 굴복하고 싶은 욕망이, 다른 사람이 시키는대로 하고 싶은 욕망이,  상대가 나를 때려주었으면 하는 욕망이 메리앤에게 있다. 아니, 그것은 욕망 이란 이름으로 부르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메리앤에게 '그런' 어린 시절이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그것이니까.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상처라고 불러야 할까.  메리앤은 섹스를 하면서 상대에게 나를 때려달라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때리면서 혹은 또다른 폭력을 휘두르면서 사랑해라고 말할 때,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은 안다. 상대를 육체적 고통에 몰아넣으면서 동시에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메리앤은 그 상황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한다. 메리앤을 목조르고 때리고 벗은 사진을 찍었던 남자들은, 정말 그것이 '상대의 욕망'이라고 생각해서 그 일을 한걸까? 나는 단지 너의 욕망을 해소해주려는 것 뿐이야, 였을까?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 메리앤을 이해했던 코넬은 왜 '아니'라고 했을까? 왜 그런 메리앤의 욕망에 '그렇게 할 순 없어' 라고 말했을까? 



시간은 흐르고 그들은 이제 조금 더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 메리앤을 괴롭히고 왕따시키던 친구들은 이제 와 메리앤에게 사과를 한다. 코넬은 자신 역시 그 때 메리엔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안다. 이제, 좀 더 어른스러워진 그들이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 때, 코넬은 어릴 때 하지 못해 내내 괴로웠던 일, 그래서 메리앤까지 괴롭혔던 일을 잊고자 한다. 코넬은 고등학교 동창들이 다 보는 앞에서 메리앤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대학 때 사귀었던 전남친은 메리앤에 대한 루머를 계속해 퍼뜨렸는데, 이제는 대학 캠퍼스를 걸어도 아무도 메리앤을 보고 쑥덕이지 않는다. 루머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 역시 얼마만큼 자랐기 때문이리라. 메리앤은 자신이 평범하지 않았던(abnormal) 사람이었음을 알지만 이제는  normal people  이 됐다고 생각한다. 


메리엔과 코넬이 이제 다시 만났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너같은 사람은 없어, 다른 사람하고는 이렇게 좋지 못해를 상대에게 말해주기도 하고, 상대가 나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미쳐(influence) 자신이 분명히 좀 더 나은 사람(better person)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인것 같다. 몇 번의 better person 을 거쳐 비로소 normal people 이 되는 것.



그러나 메리앤과 코넬은 젊다. 아직 대학원에 진학하는 걸 앞두고 있고 아직 정식 직업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러니 메리앤과 코넬이 지금 함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분명 메리앤과 코넬에게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있고 좀 더 많은 문이 열려있고 좀 더 많은 곳이 손짓하며 그래서 좀 더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아직 그들에게는 젊음이 있어서. 또 한 번의 선택의 기회를 두고 널 두고 가지 않을거야, 다녀와 나는 여기서 너를 기다릴거야, 라고 말해도, 그들 자신도 어쩌면 우리는 지금과 달라질 것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해도 그들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은 사라지지 않고 그들을  better person  으로, 결국은 normal people 로 살 수 있게 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의 말과 행동들을 후회하고 어떤 관계들에 대해 입맛이 쓰다. 이불킥을 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도 한다. 왜그랬어, 왜그랬어.  그러나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나 역시 분명 better person 을 지나쳤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것은 젊음에서 그 다음으로 갈 때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메리앤과도 코넬과도 다르지 않다. 내가 그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내 앞에는 그들보다 더 적은 선택지와 더 적은 가능성이 열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몇 개의 문은 닫혔겠지. 그렇다 해도 나 역시 메리앤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안올지도 모르고 올지도 모르면서, 어쩌면 변할지도 모른다는 걸 인지하면서, 이렇게 말하게 된다.


I'll always be here. You know that. -p.266



몇해전 처음 번역서를 읽었을 때는 이렇게까지 좋지 않았는데, 원서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속도가 느려 아주 천천히 읽었기 때문인지, 모든 문장들마다 흠뻑 빠져 읽었다. 메리앤이 오빠와 함께 있으면서 긴장할 때 나도 같이 긴장했고, 그런 메리앤에게 코넬이 '지금 갈게' 라고 와주었을 때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무엇보다 그들이 다시 만나면서, 이런 대화를 할 때는 아랫배가 저릿저릿해졌다.


Hm, he says. I missed you.

It's not like this with other people.

Well, I like you a lot more than other people. -p.236



전후사정 없이 바로 섹스하는 장면들에는 아무 재미도 감동도 없지만, 저런 대화가 오간 뒤에 섹스라면 세상에, 너무나 에로틱하지 않은가. 감정의 교류가 있는 섹스가 참섹스... 리얼 섹스.... 트루 섹스......


You know I love you, says Connell. I'm never going to feel the same way for someone else. -p.265



아주 좋은 독서였다. 나는 샐리 루니를 더 읽어보기로 했다. (책 샀다는 얘기다.)

아무튼, 아주 좋은 독서였다.




I think it would be difficult to stay friends if we started sleeping together. - P89

I think I did learn from it. - P92

You shouldn‘t do things you don‘t want to do. - P105

He said he wanted to see other people and she said: Okay. Now, because she was never really his girlfriend, she‘s not even his ex-girlfriend. She‘s nothing. - P110

Only a few months ago he and Marianne used to stay up all night together talking and having sex. He used to pull the blankets off her in the morning and get on top of her with this little smiling expression like: Oh he, hello. They were best friends. He told her that, when she asked him who gis best friend was. You, he said. - P111

When Connell went home for Reading Week in the spring, heasked Marianne if she would send him naked pictures of her-self. I‘ll delete them whenever you want obviously, he said.
You can supervise. This suggested to Marianne a whole eroticritual she had never heard of. Why would I want you to delete them? she said. They were talking on the phone, Connell at home in Foxfield and Marianne lying on her bed in Merrion Square. - P112

He explained briefly the politics of naked pictures, not showing them to people, deleting them on request, and so on.
Do you get these photos from a lot of girls? she asked him.
Well, I don‘t have any now. And I‘ve never actually asked any before, but sometimes you do get sent them. She asked if he would send her back photographs of himself in return, and he made a ‘hm‘ noise.
I don‘t know, he said. Would you really want a picture of my dick?
Comically, she felt the inside of her mouth get wet.
- P112

Yes, she said. But if you sent one I would honestly never delete it, so you probably shouldn‘t. - P112

I do sometimes think God made you for me. - P113

I thought you would at least text me if you were coming home, he says. It‘s kind of weird running into you when I didn‘t know you were around. - P117

Look, if you don‘t want to be friends anymore, we don‘t have to be. - P119

Often he wished he could fall asleep inside her body. It was something he could never have with anyone else, and he would never want to. Afterwards they‘d just go back to sleep in each other‘s arms, without speaking. - P133

You didn‘t say anything about wanting to stay here, she adds. You would have been welcome obviously. You always were. - P151

You were always very concerned with what people in school would say. - P175

Could he really do the gruesome things he does to her and believe at the same time that he‘s acting out of love? Is the world such an evil place, that love should be indistinguishable from the basest and most abusive forms of violence? - P199

At the funeral back in January everyone talked about what a great person Rob had been, full of life, a devoted son, and so on.
But he was also insecure person, obsessed with popularity, and his desperation had made him cruel. Not for the first time Marianne thinks cruelty does not only hurt the victim, but the perpetrator also, and maybe more deeply and more permanently. - P226

You learn nothing very profound about yourself simply by being bullied; but by bullying someone else you learn something you can never forget. - P226

Joanna‘s girlfriend Evelyn comes along when she‘s not studying or working, and she‘s always painstakingly kind to Marianne and interested to hear about her life. Marianne is so happy for Joanna and Evelyn that she feels lucky even to see them together, even to hear Joanna on the phone to Evelyn saying cheerfully: Okay, love you, see you later. It gives Marianne a window onto real happiness, though a window she connot open herself or ever climb through. - P227

I never feel lonely when I‘m with you.
Yeah, he says. That was kind of a perfect time in my life, to be honest. I don‘t think I was ever really happy before then. - P234

I don‘t know what‘s the best thing for us, he says. Obviously it‘s nice for me hearing you say this stuff. But at the same time things have never ended well with us in the past.
You know, you‘re my best friend, I wouldn‘t want to lose that for any reason.
Sure, I know what you mean.
Her eyes are wet now and she has to rub them to stop tears running.
Can I think about it? he says.
Of course. - P234


댓글(4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2-06-30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놀릴려다가 오늘은 안 놀리기로….

다락방 2022-06-30 22:42   좋아요 1 | URL
으응? 왜죠? 참섹스 리얼섹스 나오는데 왜 얌전히 가는거죠? ㅎㅎ

잠자냥 2022-06-30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냥 가기 섭섭하다…. 오늘의 키포인트 ‘사람들은 다들 나와 함께 있고 싶어했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부장 꼬꼬마 시절부터 넘치는 자뻑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30 22:43   좋아요 3 | URL
아놔 ㅋㅋㅋㅋ왜 얌전히 가는거냐고 댓글 달자마자 돌아오셨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01 16:06   좋아요 1 | URL
아 저 다락방님에게도 저런 자존감 낮은 시절이 있었군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데.. 라고 쓰려고 했는데
잠자냥님 댓글 보니 그 시절에도 자뻑의 싹은 있었던 것인가 싶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1 16:24   좋아요 1 | URL
저 시절에 왜 그런 자존감 낮은 시간을 보낸건지 까닭을 1도 모르겠고요, 뭣땜시 제가 지금 이지경이(?) 된건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6-30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샐리 루니가 의도한 바 였을 거 같아요. 저도 좋았습니다. 번역본보다 갑절 이상. 젊은 나날들 실수가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이지만 좋네요. 긍정하는 자리에서 어쩐지 새로운 시작을 말하기에도 딱 적당한 타이밍 같고. 굿나잇.

다락방 2022-07-01 07:57   좋아요 2 | URL
정말 신기한 그리고 좋은 경험이에요, 비타 님. 번역본을 읽었을 때는 진짜 이렇게 좋지 않았는데 원서로 읽는 샐리 루니 왜이렇게 좋은가요. 모든 순간들의 감정이 훅훅 들어와서 때론 힘들기도 했지만 그러나 너무 좋은 독서였어요. 저 마지막에 그들이 다시 섹스할 때, 그 때 어찌나 아랫배가 저릿거리던지요. 어휴.. 힘들었네요. ㅋㅋ
정말 좋았어요, 비타 님. 이 책은 저의 10독 도서입니다!!

수이 2022-07-01 08:48   좋아요 0 | URL
영원하라 샐리 루니 🤭

유부만두 2022-07-01 0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리엔… 제겐 이성과 감성의 그 둘째 딸인데, 은근 샐리 루니에서도 그 느낌이 나요. 상징적 이름 같네요.

다락방 2022-07-01 07:57   좋아요 2 | URL
저는 이제 둘째라고 하면 얼마전 공쟝쟝 님 유튭에서 본 존고재비 님.. 이 생각납니다. 차녀힙합.. 을 부르짖으시던 분..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1 08:02   좋아요 1 | URL
엄마아빠실명저격하시던분 ㅋㅋㅋ

공쟝쟝 2022-07-01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지.. 오늘 아침 페이퍼들 다 왜 이래? ㅜㅜ (잠자냥 페이퍼에서 울다가 와서 여기서 또 울고 있다...) 이러면 나도 뭔가를 써야할 것 같은 데..? (응?).

다락방 2022-07-01 08:05   좋아요 2 | URL
그 서른다섯 시집 나도 사야겠어요. (불끈!)

잠자냥 2022-07-01 08:30   좋아요 2 | URL
응? 쟝쟝, 내 페이퍼 울 게 없는뎅?!

공쟝쟝 2022-07-01 09:59   좋아요 2 | URL
서른다섯 시집 ㅠㅠ 나도 장바구니로 또르르륵 ㅋㅋㅋ 레이먼드 카버를 시로 읽다니….

잠자냥 2022-07-01 11:23   좋아요 2 | URL
다부장님은 마흔다섯인데 왜 그 시집을 쿨럭;;;;;;;;;

공쟝쟝 2022-07-01 11:24   좋아요 2 | URL
나 땡투햇쪄요ㅠ잠자냥!!

다락방 2022-07-01 11:34   좋아요 2 | URL
저 서른다섯 인데요? ( ˝)

잠자냥 2022-07-01 11:35   좋아요 2 | URL
왜 그래요, 스물셋 꼬꼬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1 11:36   좋아요 2 | URL
서른다섯이었다가 스물셋이었다가 신비주의.... 사실 저는 어쩌면 인간이 아닐 지도 몰라요. 뱀파이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22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완독 아니어서 아직 코넬을 용서하기 전이라서 제 마음은 좀 그렇기는 하지만.... 좋은 사랑 만들어준 두 사람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옮겨주신 문장들이 참 좋아서 차분히 두 번 읽어봤어요. 원서 읽으면 이런 맛이 있군요^^

다락방 2022-07-01 10:38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진짜 원서 읽으면 이런 맛이 있네요. 노멀 피플의 맛을 아주 제대로 본 느낌입니다. 이렇게나 좋은지 몰랐지 뭡니까! 앞으로도 계속 원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서 읽는데 큰 도움 주신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단발머리 님, 다 읽으면 코넬을 용서하게 되실거에요. 흑흑 ㅜㅜ

공쟝쟝 2022-07-01 10:58   좋아요 1 | URL
ㅠㅠㅠ 다락방님이 코넬을 용서했다 ㅠㅠㅠㅠㅠ 그쵸? 코넬 그렇게까지 나쁜놈은 아니죠? 어쩌면 메리앤에게 너무 맞는 사람인거죠? 저 이 두 연인의 성장서사 넘나 사랑했어요 ㅠㅠㅠ 샐리루니 21세기의 제인오스틴… 이 페이퍼 보고 저도 난생 처음으로 원서 읽어보고 싶어짐 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07-01 11:07   좋아요 3 | URL
왜케 다들 코넬 용서해요? 아… 난 좀 더 미워할거라니까요. 나 말리지 마요!! 😤😤😤

잠자냥 2022-07-01 11:24   좋아요 3 | URL
난 코넬 싫어;;;;

공쟝쟝 2022-07-01 11:24   좋아요 2 | URL
잠자냥 편애 다부장 박애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1 11:31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이리 와요! (와락)

다락방 2022-07-01 11:35   좋아요 2 | URL
저는 코넬과 메리앤을 둘다 싫어했었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아-

잠자냥 2022-07-01 11:47   좋아요 2 | URL
보인다 보여, 다부장 엄마 미소........

새파랑 2022-07-01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원서로 봐도 괜찮을거 같아요. 제 짧은 영어로도 해석이 된다니 신기합니다 ㅋ

다락방 2022-07-01 11:35   좋아요 2 | URL
네, 그게 바로 샐리 루니 원서의 가장 큰 장점 같아요. 이 책을 읽자고 제가 제안한 것도 그나마 다른 원서들에 비해 영어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새파랑 님, 도전하세요!! >.<

책읽는나무 2022-07-01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뜬금없이 든 생각인데요.
이건 넘 멋있군요?
영어 원서 인용...리뷰!!^^
그러다가 맨 마지막!
좋은 독서는 또 책을 사게 만드는~ㅋㅋㅋ
그만큼 작가의 글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단 말이겠죠?
그...그....그 기억이 잘 안나네요??
어제 본 공쟝님 유튭 막내 동생분이 얘기한..
닥치고 낭만 속으로 풍덩! 다이빙!!이었나????
풍덩 비슷한 것만 기억나는군요!!! 몹쓸 기억력!!ㅋㅋ
암튼 샐리 루니에게 다이빙 했단 거네요^^

책읽는나무 2022-07-01 13:18   좋아요 2 | URL
아..다시 찾아 보고 왔어요!!
숨 참고 러브 다이빙!!!!
난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닥치고 낭만 속으로 풍덩!!
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던 건지??ㅜㅜ

다락방 2022-07-01 14:07   좋아요 3 | URL
아 책나무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닥치고 낭만 속으로 풍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숨 참고 러브 다이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뭐 그거나 그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샐리 루니를 계속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전작은 노멀 피플처럼 좋진 않았지만 다음 작품은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정말 흠뻑 빠져들어서 감정에 허우적대다 나왔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나온 것 같진 않아요. 아오 소설은 정말 이래서 좋아요. 빠져들게 만들어서요. ㅋ ㅑ -

공쟝쟝 2022-07-01 23:24   좋아요 2 | URL
아 진짜.. 닥치고 낭만속으로 풍덩이래.. ㅜㅜ 책읽는 나무님 너무 귀여워...

독서괭 2022-07-01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다락방님, 이 좋은 리뷰에 죄송하지만, 저 영어 인용도 다 투다닥투다닥 치신 거예요..???
저 노멀 피플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원서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근데 소설은 당분간 안 사기로 해서 ㅠㅠㅠㅠ

다락방 2022-07-01 16:25   좋아요 2 | URL
영어 짧은 건 투다닥투다닥 쳤고요 긴 건 사진 찍어 텍스트로 변환해가지고 붙여넣기 했습니다. 알라딘에 페이퍼나 리뷰를 쓴다는 건 사실 참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에요. 그쵸? ㅋㅋ

독서괭 님, 소설은 사지 마시고요, 그러니까 노멀 피플은 사지 마시고, 원서는 사세요. NORMAL PEOPLE 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던지기)

2022-11-24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5 0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