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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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내 친구는 이 책의 존재 즉, 동물과 섹스를 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 놀라고 불쾌해했다. 동물을 인간보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동물과의 섹스는 동물에 대한 강간으로 인식되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과 인간의 대등함이 그들에게 있다고 말함에도, 그 대등함이 과연 정말 대등함인지, 그리고 대등하다고 해서 꼭 동물과 섹스까지 해야 하는지 재차 물어왔다. 친구의 의심과 물음은 그리고 불쾌함은,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것들과 정확히 일치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갖는 감정과 의심도 모두 이와 같으리라.


게다가 나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성폭력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나는, 동물과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식의 트라우마를 가진 건 아닌지, 그러니까 인간으로부터 크게 상처 입어 동물로 돌아선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동물을 나 좋을대로 이용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게 아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대등성' 이리라. 

이 책의 제목 성스러운 '동물성애' 자에서 바로 느껴지듯,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동물과의 섹스를 특별히 더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동물과의 섹스는 안해도 좋은 것이었고 했다해도 그 횟수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뉴스에 간혹 등장하는 동물에 대한 강간과는 완전히 다른 식의 관계가 그들에게 있었다. 동물에 대한 강간은 강간 가해가의 욕망과 폭력성에서 비롯되지만, 이 책에서 '주파일'로 불리는 동물성애자들에게 동물과의 섹스는, 동물과의 관계성에서 따라오는 것이었다. 즉, 나와 대등한 나의 파트너-어떤 이에게는 개(dog)가 '아내' 였다-이기에 함께 살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 주요한 삶의 형태이며 목적이고 그 과정에서 혹여라도 찾아오는 섹스에 대한 욕망이 느껴진다면, 그 때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인간들처럼 삽입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오랄이기도 했고 그저 자위를 도와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인 '하마노 지히로' 가 만난 주파일 중의 많은 사람들은 동물의 섹스를 받아들이는 남자 인간이었다. 이들에게 섹스는 동물과의 관계성에서 따라오는 것이었고, 그 누구보다 '서로가 원할 때', '서로가 대등한 입장에서' 섹스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잘 갖춰져 있엇다. 이들은 동물을 단지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동물 강간 가해자들을 혐오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대등성'을 받아들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동물이 '원한다'고 할 때 정말 그것이 동물이 원하는 것일지, 저자처럼 나도 의심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주파일들의 인터뷰를 통해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등성 만큼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동물과의 '관계성' 이었다. 인간이 한 인간과 시간을 함께 오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처럼, 동물과 당연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이었다. 나야말로 동물이 원한다는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이었지만, 그러나 인간중에 동물과의 사랑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동물이라고 그렇지 않을거라고 확신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중심적인 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문득 도나 해러웨이의 책에서 보았던 '어질리티' 가 생각났다. 인간과 개가 함께 달리는 경기. 도나 해러웨이는 그 때의 개를 파트너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어울릴 지 모르겠지만, 개와 하나가 되어 달리고 또 그 개를 파트너라고 부른다면, 그보다 더 확장되고 더 깊은 개념이 주파일이 되는게 아닐까. 도나 해러웨이는 인간이 비인간과 얽혀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했는데, 주파일은 그것을 바로 몸소 실천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던 거다. 물론, 그렇다해도 나 역시 내 친구가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굳이 섹스까지 나눠야 할까' 라는 생각을 여전히 버리지는 못하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주파일들에게 섹스는 부차적인 것임에도 주파일을 대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섹스가 되어버리는 거다. 정희진의 해제는 이 책을 통해 내가 알게된 걸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주파일은 인간의 사랑 행위 중 일부일 뿐, '동물과 섹스하는 사람'과 동의어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섹스가 아니라 동물의 삶을 성의 측면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p.278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의 주파일들이 등장한다. 주파일로 태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파일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도 있다. 주파일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것이 부조리하다며 주파일로서의 자신을 커밍아웃 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 남자 애인의 주파일이라는 커밍 아웃에, 그와 대화하고 그를 이해하며 자신 역시 주파일이 되기로 선택하며 남자의 파트너를 포함한 개와 함께 섹스를 나누는 여자도 있다. 이 여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주파일임을 커밍아웃한다면 그 후의 나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세상에는 이 책을 읽은 사람보다 읽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 그러니 내가 읽지 않은 사람들보다 동물 성애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알고 편견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내 남자 애인이 주파일이라고 한다면, 나는 이 여자처럼 너를 이해하며 나 역시 주파일이 되는 걸로 해볼게, 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책의 부제는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이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었음에도 종도 편견도 넘어설 수는 없는 사람인 것 같다.



하마노 지히로는 이 책을 맺으며 '주파일을 통해 섹스나 사랑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음을 밝힌다. 주파일들과 만나며 대화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하마노 지히로는 그들과 새로운 관계성이 생긴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가진 상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상처란 무릇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온전히 지워낼 수는 없는 것. 그러나 그 상처를 가지고 우리는 다른 것들을 경험하며 그 상처를 점차 잊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늘 그 상처가 머릿 속에 먼저 떠올랐다면, 지히로가 그랬듯 다른 관계들을 맺고 다른 이야기들을 겪고 경험하면서 이제는 들여다봐야 야 여기에 내 상처가 있었지, 할 수 있게 되는 것. 

자신을 연구하기 위해 그들을 만났던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한 지히로지만, 그러나 나는 지히로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을 연구한다는 목적을 불손하게 품은 듯 말했지만, 그러나 그녀의 연구는 결국 그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었고 새로운 관계성을 가져다 주었으며, 나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에게 대등성과 관계성에 대해 끊임없이 묻게 해주지 않았는가. '정말 대등한가' 에 대해 아마도 가장 많이 물어가며 읽은 책인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의 평안을, 진정한 사랑을 비인간으로부터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인간들과의 어떤 관계보다 대등할 수도 있다.이제 나는 그것을 안다.



뜬금없지만, 자신을 위해 연구를 하고 결국 이렇게 책으로 내보낸 저자를 위해, 나는 콜린 후버의 [어글리 러브] 에서의 문장을 리뷰의 마지막에 가져오고 싶다.


"The pain will never go away, Miles. Ever. But if you let yourself love her, you'll only feel it sometimes, instead of allowing it to consume your entire life." - <ugly love>, Colleen hoover, p.302






성폭력의 본질이 페니스 자체에 있을 리는 없다. 지극히 단순하고 맹목적으로 페니스에서 폭력성을 찾아낸 후 섹스에서 폭력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남성, 엄밀히는 페니스를 ‘악‘으로 만드는 식으로는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항 대립을 손쉽게, 끊임없이 만들어낼 뿐이다. 성폭력의 본질은 다른 지점에 있으며, 성별이나 성기의 형상과는 근본적으로 관계가 없다. - P159

인간은 동물의 종 혹은 종이 속한 집단에게 당연한 존재 양상을 바란다. 말하자면, 식용 가축은 인간의 식량이라는 목적을, 펫은 인간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같은 인간이라는 종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인간은 스스로 인간의 존재 양상을 다양한 금지 사항으로 규정한다. 동물과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종교 규범 또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한 규칙 중 하나다. 그리고 섹스라는 행위는 인간의 탄생과 종의 존속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므로 법률이나 규범, 상식이 항상 개입되게 마련이다.
인간은 동물과의 사이에 경계를 긋고 난 후 ‘사람‘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의 섹스는 그 경계를 교란한다. 그러므로 주파일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섹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 P188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강 같은 것이 있어요. 나에게 섹스는 관계성의 문제이지만, 많은 남성에게는 생리 현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요." - P201

론야, 휠체어, 아누크의 관계는 이종 혼교적으로 뒤얽혀 있다. 그녀가 걸을 때 아누크도 걷는다. 아누크가 걸을 때 그녀도 걷는다. 그리고 둘을 보조하고 이어주는 도구가 휠체어다.
휠체어에 앉은 그녀의 시선은 덩치 큰 아누크의 시선과 거의 같은 위치다. 일체가 된 둘은 항상 같은 속도로 걸어간다. - P204

‘병‘이나 ‘변태‘라는 말이 만들어내는 배타성은 위험하다. 저들은 나와는 다르다며 선을 그으면, 사고는 거기서 멈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나름대로 파악해가는 것뿐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상을 보고 싶었다. - P243

래디컬 페미니스트 안드레아 드워킨은 삽입 섹스 자체가 강간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이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딜도를 이용한 자위를 포함하여 인간의 성애에서 삽입섹스(inter/course), 즉 무엇인가를 몸에 넣는다는 행위는 몸을 공간화한다는 의미에서 폭력성을 함의하고 있다.
주파일을 상대방(동물)의 동의 없는 수간으로만 인식하는 편견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해제 중 - P274

이 책은 우리에게 소중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에로틱의 의미는 언제나 재정의되어야 한다. 사랑이나 성애의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동등함과 관계성, 인격적 관계가 에로틱한 것이며 이러한 상태(사랑)가 우리를 구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주파일은 인간이 사랑 행위 중 일부일 뿐, ‘동물과 섹스하는 사람‘과 동의어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섹스가 아니라 동물의 삶을 성의 측면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레즈비언이 되기로 ‘선택‘한 여성들, 아니, 모든 인간들처럼 주파일을 선택한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선택한다는 것은 성적 지향에 머무는 일이 아니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생의 중요한 일부다. -해제 중 - P278

현재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하지 않다. 특히 남성과 여성은 그렇다. 그런데도, 인간 간의 성애는 생물학적 본질로 오식되어 관계성과 동등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파일처럼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은 관계와 보살핌, 평등에 대해 훨씬 많은 고민을 하고 실천할 수밖에 없다. 젠더 관게에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남성보다 가부장제 사회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기 사회를 더 폭넓게, 더 깊이, 더 많이 공부하는 이유와 같다.
주류의 언어와 삶의 경험은 일치하지만, 주변인의 삶과 기존 언어는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성애자와 주파일 중 누가 더 성과 사회에 고민이 많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성 노동의 성애화, 여성 섹슈얼리티의 상품화, 만연한 젠더 폭력, 구조적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 남성 문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자 새로운 목소리가 될 것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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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0-0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 왠지 저도 읽으면 딱 다락방님처럼 느낄 것 같습니다. 설득된다.. 그러나 진짜 섹스까지? 하는.. 종도 편견도 넘어서진 못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23-10-01 22:35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었어도 제 애인이 주파일이라고 제게 커밍아웃 하지 않아주기를 바랍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3-10-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저도 독서괭님과 비슷한 생각이요. 저도 이 책 읽으면 조금 설득될 거 같기도 해요.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이 지금은 동물에게로 향하지만 곧 AI가 우리에게 묻겠죠.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일까요… 인간중심성에 매달리는 저는 궁금합니다. 뭘까요, 당최… 🤔

다락방 2023-10-04 07:51   좋아요 0 | URL
네, 무엇보다 그들에게 섹스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 관계성에서 따라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매우 좋았습니다만, 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뭔가 확 달라진 건 아니고요. 단지 앎에 있어서만 달라졌다고 해야할까요. 좀 그렇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10-02 0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은…(이른) 시간에 잘 읽었습니다. 별 다섯이라니 일단 뿌듯…(내가 왜?!)

다락방 2023-10-04 07:51   좋아요 0 | URL
넷을 주고 싶었는데 넷을 줄 이유도 딱히 없었어요. ㅎㅎ

은오 2023-10-0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읽으섰군요!! 고생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설득돼 있는 마법.. 진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게 되죠 ㅋㅋㅋㅋ
읽은지 반년 지나니까 저도 아니 그래도 굳이 섹스까진.. 하는 생각이 다시 올라와요 ㅋㅋㅋㅋㅋ 그래도 진정 동등한 수평적 관계란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충격적이면서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다락방 2023-10-05 20:36   좋아요 0 | URL
어휴 읽을 때 장면이 생각되어서 아주 고통스러웠습니다. 자꾸 읽다보니 대등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긴 했고, 그래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음.. 네, 좀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 아무튼, 읽었습니다!! >.<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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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으로 파괴됐을 때, 폭탄 맞은 풍경속에서 처음 등장한 생물이 송이버섯이었다고 한다. - P24


오래전에 보았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시골로 내려가 버섯을 재배하려고 시도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버섯이 자랄 거라고 기대했던 나무들에서는 버섯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남자와 그의 파트너는 절망했었다. 그 때 그 장면을 보면서 버섯은 나무에서 자라지만 재배가 쉽지는 않구나,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애나 칭은 이 책을 통해 송이버섯을 인간이 재배할 수 없으나, 인간의 참견으로 자랄 수 있다고는 얘기한다. 숲을 교란시켜 소나무에 버섯이 열리는 환경을 만들 수는 있다는 것. 인간의 의지로 재배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인간이 조금 관여하면 송이버섯이 자라게 도울 수는 있다는 것이다. 송이 버섯은 폐허에서도 피어날 수 있지만, 그러나 그 폐허에 소나무가 있어야 한다. 생명력과 전달력이 강한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야 비로소 송이 버섯은 열리는 것이고, 활엽수의 방해를 받아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놓아두지 않기 위해 인간은 숲을 교란하는 것이다. '교란'이라는 단어가 폭력과 부정을 뜻하는 듯 보이지만, 여기서 애나 칭이 언급하는 교란이란 숲의 생을 돕는 걸 뜻한다.


송이버섯과 소나무는 숲에서 그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은 숲을 만든다. 송이버섯 숲은 풍경을 만들고 변형하는 모임gatherings이다. 이 책의 3부는 교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교란을 시작점, 즉 행동을 위한 첫 단추로 만든다. 교란은 변형적인 마주침을 위한 가능성을 재배치한다. 풍경의 패치들은 교란에서 등장한다. 그리하여 불안정성은 인간을 넘어서는 사회성에서 일어난다. - P271



송이버섯의 쓰임을 얘기하기 전, 애나 칭은 송이 버섯을 채집하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한다. 정규직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은 난민이거나 전쟁을 겪었거나 징집을 피해 옮겨왔고, 그렇게 송이버섯을 만났으며, 송이버섯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송이버섯을 취식함으로써가 아니라 판매함으로써.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있는듯 옆으로 비켜나서, 또 자본주의랑 결코 가깝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은 그들이, 송이버섯을 채집한 뒤에는 자본주의와 만난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버섯 채집인 대부분은 삶의 터전에서쫓겨나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등 끔찍한 일을 경험했다. 생계를 이어갈 다른 방도가 없는 이들에게 상업적 채집은 근근이 살아가는 방식보다 더 나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종류의 경제인가? 송이버섯 채집은 자영업이며, 채집인을 고용하는 회사는 없다.

임금이나 혜택도 없으며, 채집인은 그저 자기가 찾은 버섯을 팔 뿐이다. 버섯이 나지 않는 해도 있는데, 그런 시기에 채집인은 경비손해에 더해 수입도 없다. 상업적 야생 버섯 채집은 사회보장이 제공되지 않는 불안정한 생계의 한 예다. - P27



자,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소나무도 송이버섯도 그리고 인간까지도. 

그들은 모두 어떻게든 서로의 삶에 관여한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생각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나라는 인간은 이 세상에서 혼자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인간들이 있어야만 비로소 삶이 더 인간다워진다고 생각했던 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참이지만, 그러나 그것만이 참인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다른 인간의 끼어듦이 필요하듯이, 인간에게 비인간과의 얽힘도 필요하다. 단순히 송이버섯과 소나무 그리고 인간사이의 일만이 아니다. 수많은 박테리아가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데, 그렇다면 나라는 인간은 온전히 나라는 인간만으로 탄생과 존재가 가능한가 하면, 그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거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몸 속에 있던 수많은 미생물들과 마주친다는 것, 그렇게 밖으로 나온다고 얘기하는 거다.



내가 애나 칭을 만난 건 도나 해러웨의 책이었다.

애나 칭이 우리가 태어나고 또 생을 이어나가기 위해 수많은 비인간 존재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결국 도나 해러웨이의 '반려종과 함께 살아가기'와 닿는다. 단순히 반려견이나 반려묘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생물들. 게다가 이 비인간에는 살아 숨쉬는 존재까지 포함해 그렇지 못한 것들까지 다 소환된다.



직접 성형수술을 해보고 그에 대한 책을 써낸 '임소연'은 자신의 책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에서, 성형수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그러니까 한 사람이 '성형수술을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성형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도 필요하지만, 수술실이 필요하고 수많은 수술도구들이 필요함을 언급한다. 그 도구들은 결국 의사의 몸을 확장해서 수술을 돕는다는 것. 게다가 간호사들은 그 수술실과 도구들을 관리한다. 인간인 의사와 성형수술을 하는 당사자와 또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수많은 비인간이 그 수술의 도중과 전과 후에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임소연이 보여준 것은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과 이어진다.



이것이 포스트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의 인본주의, 결국 인간 중심주의였다면, 포스트 휴머니즘의 영향을 받은 현재의 문화인류학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비인간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만이 주체가 아니라 비인간-생물과 도구를 포함한-들과의 연결이 문화를 형성해간다, 공동 행위자라고 보는 것이다.


아, 이 앎이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나는 버섯이 나무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알았으나 송이버섯이 소나무에서 자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자연인들이 숲으로 깊이 들어가 버섯을 채집할 때 그것을 재배할 수 없어서임은 알지 못했다. 애나 칭은 핀란드와 일본, 중국, 미국 을 돌며 버섯 채집인들을 만나는데, 핀란드의 버섯 채집장소에 가서 러시아의 국경과 가깝다는 얘기를 한다. 나는 러시아가 아주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비행기 두시간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갔던 걸 떠올려보고 또 핀란드에서도 러시아 국경도 가깝다니, 여기에서 핀란드는 비행기로 열시간 이상을 가야하는데 도대체 러시아란 얼마나 넓은 것인가 갑자기 아득해졌다. 난민들과 전쟁으로부터 피한 사람들이 버섯을 채집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았다. 사실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자본주의로부터 완전히 언제나 벗어나 있기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나는 휴머니즘의 영향을 받고 살아온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포스트 휴머니즘의 영향권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내가 포스트 휴머니즘을 주장하는 도나 해러웨이, 임소연, 애나 칭을 읽은 경험이 영향을 줬다. 도나 해러웨이의 반려종과 사이보그 언급에서는 당황하고 어려웠지만, 그 후에 임소연을 성형수술로 만나고, 애나 칭까지 버섯으로 만나니, 이제야 비로소 그들이 하는 말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글 한 번 읽는 것으로 금세 이론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이 모두를 읽어야 비로소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사실, 도나 해러웨이를 집어들었을 때만해도 내가 마주치게 될것이 포스트 휴머니즘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흐름을 따라갔을 뿐이었다. 도나 해러웨이, 임소연, 애나 칭을. 그리고 거기에 포스트 휴머니즘이 있었다.


갑자기, 애나 칭의 책속에서 본 이 문구가 떠오른다.



카오가 물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버섯을 따러 가자며 내게 손짓했다. 근처에 버섯이 있었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캠프에서 멀지 않은 바위 언덕을 기어올랐다. 내 눈에는 흙과 가지만 앙상한 소나무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양동이와 막대기를 든 카오는 아무것도 없는 땅을 깊이 찌르더니 두툼한 버섯갓을 꺼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지만 이제 그곳에 버섯이 있었다. - P41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지만 이제 그곳에 포스트 휴머니즘이 있었다.



이제 어렴풋하게 감을 잡은 나는 다음 도나 해러웨이를 조금 더 가뿐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도나 해러웨이에 더 다가가려고 애나 칭을 읽은 게 아닌데, 순수하게 버섯으로 인류를 얘기하는 애나 칭이 궁금했던 것뿐인데, 애나 칭을 만났더니 도나 해러웨이에게 다가갈 자신이 조금 더 생겨났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지만 이제 그곳에 자신감이 있었다.


짜릿해.





모든 사람이 자본주의에 의존하고있지만 거의 어느 누구도 이전에 ‘정규직‘이라 불리던 직업을 갖고있지 않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 P25

송이버섯은 인간이 교란한 숲에 산다. 쥐, 너구리, 바퀴벌레처럼 송이버섯도 인간이 만든 환경 문제의 일부를 기꺼이 참아주고있다. 하지만 송이버섯은 유해 생물이 아니다. 송이버섯은 귀한 고급 식재료이며, 적어도 일본에서는 높은 가격 때문에 종종 지구상가장 귀한 버섯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송이버섯은 나무에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척박한 땅에서도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돕는다. 송이버섯을 따라가다 보면 환경 교란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우게 된다. 이것이 환경을 더 훼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여하간 송이버섯은 협력적 생존의 한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송이버섯은 글로벌정치경제의 균열도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30년간 송이버섯은 북반구 전역의 숲에서 채집되어 신선한 상태로 일본에 배송되면서 글로벌 상품이 되었다. - P26

나는 경제와 생태 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종속된다고 보는 방식을 거부하지만, 경제와 환경을 잇는 한 가지 중요한 연결 고리를 먼저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바로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투자 자원으로 삼아 부를 축적한 인간의 역사다. 이 역사를 통해 고무된 투자가들은 사람과 사물 모두를 소외시켰는데, 여기서 소외란 마치 생명의 얽힘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독립할 수 있는능력을 말한다. 사람과 사물은 소외되는 과정을 거치며 이동하는자산이 되었다. 운송을 통해 거리라는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사람과 사물은 자신의 삶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삶의 세계에서교환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 P29

소나무는 곰팡이를 파트너로 삼아, 인간이 만든 화전에서 번창한다. 소나무와 곰팡이는 환한 빈터와 노출된 무기질 토양을 이용하고자 힘을 합친다. 인간과 소나무와 곰팡이는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다른 생명체를 위해 동시적으로 주거 환경을 만들어나간다. 그것이 다종의 세계다. - P56

존재 방식이란 마주침에서 창발하는 결과다. 인간을 떠올려보면 이 점은 분명해진다. 버섯 채집은 삶의 방식이지만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특성은 아니다. 다른 생물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나무는 인간이 만들어낸 빈터를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 버섯을 찾는다. 배치는 삶의 방식을 모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방식을 만들어낸다. 배치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다음과 같이 질문하게 된다. 어떻게 모임은 때때로 부분들의 합보다 더 큰 사건happenings‘이 되는가? 만약 진보를 뺀 역사가불확정적이고 다각적이라면, 배치가 그것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줄수 있는가?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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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9-2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지만 이제 그곳에 자신감이 있었다.

우아.... 이 페이퍼 너무 좋아요! 저도 송이버섯 소나무 옆에서 자라는 거 몰랐어요. 제게 익숙한 버섯은 새송이 버섯인데, 그건 거의 하우스에서 재배되겠죠.

이 두꺼운 책을 읽어내셨다니 너무 대단하십니다. 한다면한다의 다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나 해러웨이도 임소연도, 우리의 앎이 뻗어져나갈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이라 더 좋고요.

다락방 2023-10-01 22:22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정말이지 꼭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회사 동료도 결국 하루를 몽땅 투자해서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하네요. 어렵지만 좋았다고요. 인간과 비인간, 자본주의와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 참 좋았어요. 뭐랄까 신랄하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과 관계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자는 것 같았어요.

단발머리 님이야말로 앎이 뻗어나가도록 다양한 독서를 하시는 분 아니신가요.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님의 앎의 확장에 대한 글을!! 빠샤!!
 
Who Was Harriet Tubman? (Paperback, DGS, Reprint) Who Was (Book) 117
Yona Zeldis McDonough / Penguin Workshop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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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가들도 이렇게 쉬운 단어들로 쉬운 문장들을 써주면 얼마나 좋을까.

쉽게 읽혀서 좋고 해리엇 터브만의 일생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해리엇이 첫남편에게 우리 도망치자 했는데 이미 자유의 몸이었던 남편은 이를 거절하고 도망치면 우리 뭐 먹고 살아? 걱정하며 오히려,  너 도망치면 신고할거야,  했다. 그 때부터 해리엇은 남편을 두려워했는데, 나중에 탈출에 성공하고 나서 남편 데리러 갔던 거 너무 충격이다. 가족들 다 데리고 탈출하고 이제 남편도 데려오자, 했던건데, 그렇게 남편 데리러 갔더니 이미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살고 있던 부분 …


삶에 있어서 어떤 시간들은 daring 하게도 다른 사람들을 노예의 땅으로부터 탈출 시키는 것이 그녀가 한 일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다른 시간들에는 earn 해야 했다. 내가 이 얇은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찾아보고 외우게 된 단어가 whipping 이라는 것이 마음이 좀 아프다.


  • 명사 (벌로 가하는)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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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9-11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가 지난번에 해리엇 터브먼 관련 책으로 읽은 번역본의 원서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쉬운 영어책 좋아요.

다락방 2023-09-11 15:09   좋아요 1 | URL
쉬운 영어책은 사랑입니다. 이 얇은 책을 읽고도 성취감을 느꼈어요. 흑흑. 30권 얼른 채워 영어 박사 되겠습니다. 빠샤!!

망고 2023-09-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whip 단어를 인디아나 존스 게임하면서 알게 되었던거 같습니다ㅋㅋㅋㅋㅋ어릴때라 한글화가 안 되어 있어서 사전 찾아가며 게임을 했었어요ㅋㅋㅋ

다락방 2023-09-11 15:11   좋아요 0 | URL
인디아나 존스 게임이란 것도 있나요? 저는 게임쪽은 정말이지 전혀 모릅니다. ㅎㅎ
마침 저는 어제 최근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엄마 아빠와 함께 보았습니다.

해리엇 어릴 때에도 채찍질 당했는데, 아니 어떻게 아이들에게도 채찍질을 하나요. 진짜 인간들도 아니야 ㅠㅠ

망고 2023-09-11 15:37   좋아요 0 | URL
90년대 하던 고전 게임인데ㅋㅋㅋㅋ영화를 토대로 만들어졌어요 그 당시 어렸던 저는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사전을 옆에 끼고 열심히열심히 게임을 하다가 엄마한테 혼났다는 새드 엔딩ㅜㅜ
그나저나 역시 다락방님은 효녀^^ 부모님과 함께 영화도 보시고 다정하신 분인 듯 합니다ㅎㅎㅎ

사람한테 채찍질은... 너무 끔찍해요ㅠㅠ 하필 비극적인 상황인데 다락방님은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게 되어서 기억엔 오래 남는 효과겠지만 암튼 슬프네요ㅠㅠ

다락방 2023-09-12 13:52   좋아요 0 | URL
사전 끼고 게임하던 어린 망고는 이제 원서를 막 읽을 수 있는 어른 망고가 된 것이로군요! 사전 찾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저도 사전 좋아해요. 지금은 꽂아두기만 하고 보진 않지만 말예요. 하하.

채찍은 사람한테든 동물한테든 끔찍한데, 애초에 그 끔찍한 걸 누가 만들 생각을 한걸까요? ㅠㅠ
 
너라는 생활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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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모든 단편들은 '너'를 관찰하며 쓰여진다. 


나와 처음 만난 너, 길고양이에게 신경을 쓰는 너, 나를 또 만나길 원하는 너, 나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너, 오지랖 넓은 너,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너, 혹은 언제나 할 말을 하는 너,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너, 하고자 하는 바를 하려는 너 등등. '나'는 그런 너와 함께 살며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할 때도 있고 불만을 대신 드러내줄 때도 있으며 얹혀사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배려하고 존중해줘야 하는, 호의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내'가 있고, 싫지만 알겠다고 말해야 하는 '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너를 만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너를 견뎌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너를 참아내야 하는 내가 드러나는 건, 모두가 '너'를 보며 말한 것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너'를 말하는 순간 드러나는 건, '너가 그런 사람이다'가 될 수도 있겠으나, 더불어 '그런 너'를 말하는 '이런 나'이기 때문이다.


왜 그걸 견디느냐고 진작에 헤어졌어야 하는데, 그걸 왜 헤어지지 못하냐고, 왜 그런 취급을 당하고도 그 사람 옆에 있냐고, 독자의 입장에 있던 내가 끼어들어 말을 얹으려다가, 그때야 알았다. 아, 책속 화자는 '너'에 대해 말하지만, 나는 책속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있구나, 하는 것을. 그제야 선명해진다. '너'에 대해 말하는 것은 결국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는 것.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처럼,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어떤 것을 욕으로 쓰느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어쩔 수 없었던 나의 성별을 가지고 욕으로 쓰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그걸 흠으로 보고 있다는 깊은 여성혐오가 내재되어 있음이 드러나는 것처럼, 상대를 비하하는 그 모든 지점에는 그렇게 보는 '내가' 있는 거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고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자신의 소설을 빌어 말한 적이 있다. 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당신에 대해 어떤 것을 말해준다고 말이다. 


“당신이 그런 쓰레기한테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이 당신에 관해 뭔가를 말해준다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시 올리브》, p.265


이 모든 것이 나에 대해 말해주지만 그러나 이것들만이 나에 대해 말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너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너를 어떻게 보고 너를 좋아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도 나에 대한 것은 드러난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느냐로 내 결핍이 드러나는 것처럼,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으로부터 그리고 결국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와 헤어지고 누구의 옆에 머무르느냐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보여지는 것.



너에 대해 말하는 이 소설에서 말하는 나를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데, 만약,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지금과 달랐다면 그때도 '그런 너'를 보는 '이런 내'가 있을까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그들이 만난 곳이 재개발을 앞둔 곳이 아니었다면? 광장이 생긴다고 해놓고서 개인 소유지가 되는 곳이 아니었다면? 언덕을 올라야만 비로소 나오는 집이 아니었다면? 다시 말해 그들이 청담동에서 만났다면, 대치동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그래도 '그런 너'를 견디는 '이런 내'가 있을까? 애초에 '그런 너'가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런 나'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너를 좋아하는 것 혹은 지금의 너와 헤어지는 것, 이 모든 것에도 나의 공간적 배경은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나의 사회적 계급은 결코 나랑은 그리고 너랑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친구의 사무실이 오픈했을 때 냉장고를 사달라는 말에 당황하고 그리고 그것을 할부로 결제하면서, 그런데 그 친구는 내 친구가 아니라 네 친구잖아, 같은 생각을 하면서,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건 '그런 사람하고 왜 함께인거야, 헤어져'이지만, 그런데 애초에 냉장고쯤은 아무렇지 않게 사줄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그때도 그 상황에 불만과 갈등이 또 쌓이게 될까? 너를 말하는 내가 보이는 이 소설은 결국 너라는 계급을 가진 나라는 계급의 사람을 드러냄에 다름 아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돈이 없어 점점 더 외곽의 집을 구해야만 하는, 좋은 집이라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좋은 집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사는 이런 계급 속의 너와 나, 그런 우리. 내가 너를 좋아하고 혹은 싫어하는 지극히 내 주관적이고 내 기준이고 내 감정인듯한 이 행위가 그런데 정녕, 내 고유의 나만의 온전한 선택이랄 수 있을까? 


이 모든 '내' 감정은 결국 내 계급이 끼어들어 하는 일이다.

계급이 달랐다면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니, 아예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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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8-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나에 대해 말하는 것
확 와닿는 구절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하는건 언제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거 많이 생각해요.그 마음을 딱 짚어주시네요. 그러면서 냉장고를 쉽게 결제할 수 있는 경제력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아주 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아침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좋아요. ^^

다락방 2023-08-11 13:43   좋아요 0 | URL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되기가 더 유리하잖아요. 너도 가난하고 나도 가난한데 그와중에 너가 조금 더 가난할 때 혹은 내가 조금 더 가난할 때 여러가지 불만이 어쩔 수 없이 생겨버리는 것 같아요. 애정으로 시작한 관계도 자주 마주치는 빈곤함앞에 무너지기 일쑤이고요. 더 많이 가졌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겠죠.

맞습니다, 바람돌이 님.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할 때,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분노하거나 존경하거나 등등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말할 때는 바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드러나는 것이지요.

미미 2023-08-1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글 너무 좋네요!
저는 이 소설이 말하는 바가 무겁고 복잡하게 다가와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또 한 편의 에세이를 써주셨군요.

다락방 2023-08-11 13:44   좋아요 1 | URL
백자평 쓰려다가 백자평 안에 담기엔 조금 길 것 같아 썼는데 길어져버렸네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 님. 이게 제가 8월에 완독한 첫 책이네요 ㅠㅠ

단발머리 2023-08-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 리뷰 좋아요, 다락방님....
저는 딱 설명할 수는 없는데, ‘확률적 운명론‘도 생각나고요. 뭐든지 다 정해진 것 아닌데, 무언가는 정해져 있는 것 같고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것 같고요.
역시나!!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23-08-11 13:46   좋아요 0 | URL
무언가 정해져있는 게 만약 달랐다면, 그러니까 다른 식으로 정해졌다면 또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생겨나겠죠. 제가 지금보다 더 부잣집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제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나 방식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회사를 다니는게 아니라 경영자라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한두번쯤은 골프를 치러 다닌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생활방식 같은것들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만나는 사람들도 달랐을 것이고 그 때 피어나는 애정이나 혹은 불만 역시도 또 다른 형태이겠죠. 그렇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이렇게 태어나는 걸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모습이고, 지금 이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 운명인 것일테고 … 쓸수록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3-08-11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다른 때보다 짧지만 강력한 한 방이 와 닿네요.
전 아직 이 소설을 읽진 않았지만, 다락방 님의 관점을 기억하며 읽게 될 것 같아요. 안그랬음 제가 좋아하는 작가라, 맞어 맞어! 하며 읽었을 것 같아요. 궁금해서 더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다락방 2023-08-11 13:47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읽어보세요. 짧은 이야기들이라 금세 읽을 수 있는데 제가 너무 피곤에 쩔어 있어서 읽는데 오래 걸렸네요. 읽으면서 저는 저에 대한 반성도 했습니다.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을 내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나, 같은 거 말이지요.

달자 2023-08-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이 이 책을 소개할 때 하신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리뷰인 것 같아요! 다락방님의 8월의 첫 책 첫 리뷰 잘 읽었습니다 희희

다락방 2023-08-14 08:36   좋아요 1 | URL
정희진 선생님의 이 책에 대한 언급 때문에 이 책을 읽긴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좋진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선생님은 나랑 다르시구나 싶었고요. 물론, 다름은 너무나 당연하지만요.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 페미니스트 법 이론
낸시 레빗.로버트 베르칙 지음, 유경민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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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남자사람에게 그런 애길 한 적 있다.

페미니즘 내에서도 여성들은 수많은 다른 입장들을 비판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며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하는데, 페미나치다 꼴페미다 하면서 단지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은 크게 도태될 거라 생각한다고.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다고 말이다. 한쪽은 계속 고민하고 그래서 여러 이론들을 주루룩 내세우며 세상을 보는데, 그런데 그런 여성들에 대해 손가락질만 하다니. '내 기분이 나빠서' 그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멈추는 거, 그건 멈춤이 아니라 뒷걸음질이다. 가만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계속 들여다보면서 앞으로 가고 있으니까.


이 책,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의 수많은 이론들을 법에 적용시켜 어떤 판결이 있었는지 또 사례들을 가지고 나와 보여준다. 오타가 좀 많아서 별 넷 줬다가, 그러나 로 대 웨이드의 그 뒷이야기를 내가 이 책이 아니면 어떻게 알았겠는가 싶어 다시 별을 올렸다.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 '낸시 레빗'과 '로버트 베르칙'은 여성의 교육에 대해 언급한다. 한 소녀를 교육시키는 것은 한 가정을 교육시키는 것과 같고, 그것은 결국 세상을 바꿀 커다란 힘이라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의 많은 어린 여자들이 교육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여성성 신화》의 베티 프리단도 그 책의 결론 부분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했었다. 여자들아, 공부해라. 신부수업 같은 거 말고, 남자들이 대학에서 받는 그런 공부, 그런거 해라! 하고 말이다. 그러니 교육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해도 되리라.


상대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교육을 덜 받는 어린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야 더 말해 뭐하겠는가. 맞아, 그래, 이게 답이다. 공부하자!, 공부시키자! 이러다가, 마지막으로 언급된 경제문제에서 나는 뒤통수를 맞는다. 세계의 빈곤에 대해서 듣거나 읽게 되면 그 때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다가도 돌아서면 잊곤 한다. 아마도 나는 세계의 빈곤을 언급할 때 들어가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 책에서 또 언급된다. 


경제 발전 


이러한 문제들 아래에는 경제 자원의 문제가 있다. 여성들의 가족과 경제 상황과 관련된 선택을 제한하고 강제 노동, 신체적 학대, 지적 빈곤 등의 수모를 견디도록 하는 것은 여성의 상대적인 경제 자원 부족이다. 그러므로 이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세계경제 발전을 여성해방의 열쇠로 강조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경제 발전에 대한 강조는 개발도상국에서 "평등한 권리"는 그 자체로 대부분의 여성들의 삶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적다는 인식을 나타낸다. 한 가지 이유는 극빈자들 사이에서 권리에 대한 약속은 물질적 재화에 대한 약속만큼 즉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갈 수 없고 나가는 경우 돌팔매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인도 과부에게 균등한 임금의 권리가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매일 10시간씩 식사를 준비하고 물을 모으는 방글라데시 소녀에게 교육권은 무엇인가? -p.307


마사 누스바움은 어떤 본질적인 활동을 하거나 즐길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여성의 복리를 측정하려고 하는 "역량 접근법"으로 불리는 모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역량 접근법은 현재 유엔 개발 프로그램의 인간 개발 보고서에 의해 정기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누스바움 교수의 최소한의 역량 목록에는 음식과 보금자리를 얻고, 자신의 신체를 통제하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일자리를 찾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다.

목록은 극도의 가난뿐만 아니라 여성 생식기 절단 및 인신매매와 같은 다른 많은 악습으로부터의 보호 역시 제안한다. 이 모델의 국제주의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결국 서양의 전통에 바탕을 둔 보편적 권리의 개념으로 되돌아간다. 그러한 접근법이 여성의 복지에 대한 개선된 척도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특정한 문화적 관점을 부적절하게 채택하는 것인지 여부는 향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p.311


책을 읽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도 그 이유중 하나인 것 같다. 

돌아서면 잊게 되는 것들을 계속 상기하기 위해서.

모르면 함부로 말하기 너무 쉽다. 모르면 욕하기 쉽다. 그러나 알면 그렇지 않다. 알기 위해서, 잊는 일들을 다시 꺼내오기 위해서도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쪽이 행동에 더 가까워진다고 나는 믿는다.


여러분, 책을 읽자. (사실 여기에서 이 리뷰 읽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은 필요 없을 것이고, 이런 말이 필요한 사람은 이 글을 볼 리도 없겠지 …)



이번달도 완독했다. 만세! 내가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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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6-2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른 시작해야겠어요
반납일이 목줄을 당기네요!

아... 결국 돈인가요..
사랑도 그렇고 교육도 그렇고 결국 돈으로 귀결되는 ...

다락방 2023-06-28 09:03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시작하면서 <긴즈버그의 말> 같이 읽으려고 꺼내두었는데요,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는 ‘장 지글러‘의 책 중 아무거나 다시 한 권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은하수 님, 화이팅 입니다. 뽜이팅!!

잠자냥 2023-06-28 0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그런 생각에서 먼 나라의 소녀들*만* 콕 찝어서 후원하는 것입니다. 흠흠!

다락방 2023-06-28 09:02   좋아요 4 | URL
오 잠자냥 님은 고양이 단체에도 후원하시지 않나요? 평소 관심있는 분야에 사람들은 후원하는 것 같거든요.
저도 여성단체들과 아이들을 위한 곳에만 후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소녀들이여, 우뚝 서자!!

잠자냥 2023-06-28 11:34   좋아요 3 | URL
괭이도 하고 인간 소녀도 하고… 학교 졸업시킨 소녀도 있습니다. 그들은 날 모르지만 괜찮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28 09:18   좋아요 4 | URL
소녀들아 무럭무럭 자라서 잠자냥 님의 기운을 받고 강인한 여성이 되도록 하자. 빠샤!!

단발머리 2023-06-28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셨어요,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처음에 제목이 법 이론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사실 딱딱함), 법의 여러 사례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나 생각하니 법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늘부터 파티!!!

다락방 2023-06-29 08:42   좋아요 1 | URL
저는 마지막 부분에서 소녀의 교육을 말하고 경제문제를 언급하는게 참 좋더라고요. 교육이 답이라는 건 단발머리 님 글 읽고 아 그렇게 나오겠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책 본문을 통해 확인하는 건 또 그대로 짜릿하더라고요. 역시 교육이 답입니다! 저는 경제문제 언급에서 또한번 생각했어요. 나는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 다른 식의 삶을 살아야하는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예의 장 지글러 생각이 나면서 …

어제는 말씀대로 파티했어요! 책 끝내서 파티는 아니고, 아버지 퇴원하셔서 파티했어요. 비록 아버지는 못드시는 음식이 너무 많고 술도 못드시지만 ㅋㅋ 저는 와인 따라놓고 파티했어요! 껄껄.

미미 2023-06-28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려던 말을 단발머리님이
다 하셨네요ㅎㅎ 다락방님 이번 책도 넘 좋았습니다!! 저도 오타 때문에 몇번 당황했지만 그것들을 상쇄할만한 지점들이 더 많았죠.
역사이래 교육받지 못했던 여성들로 인한 전지구적 손해가
어마어마했을거예요. 책을 읽자!
공부를 하자! 아자아자!!

다락방 2023-06-29 08:44   좋아요 2 | URL
네, 미미 님. 뒤에 후기 보면 번역 부분에서도 그렇고 공동저자 모두가 굉장히 애를 써서 책 한 권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는 수시로 툭툭 튀어나오더라고요.
미미님 말씀처럼, 오래전부터 남성에게 허락된 교육만큼 여성에게도 똑같이 허락됐더라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네요 ㅠㅠ

미미님, 공부합시다. 지금처럼 우리는 계속계속 공부합시다. 직접적인 지원도 좋지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 여성도 나름의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합시다. 아자!!

독서괭 2023-06-2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서면 잊게 되는 것들을 계속 상기하기 위해서. -> 정말 공감합니다!!
이 책, 너무 비싸서 사진 않고(그렇게 두껍지는 않던데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빌려왔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뒷이야기 궁금한데 그 궁금함을 동력으로 읽어보려고 다락방님이 언급하신 글 일부러 안 읽었고요ㅋㅋ
다락방님 짱짱짱!!

다락방 2023-06-29 14:25   좋아요 1 | URL
아마도 역자가 여럿이라 책이 비싼게 아닐까 싶지만 사실 왜 비싼지 저도 잘 모르겠고요. 책이 너무 비싸서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하기 좀 망설여지더라고요. 벽돌책도 아닌데 ㅠㅠ
독서괭 님도 빌려오셨군요. 독서괭 님의 독서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로 대 웨이드 진짜 너무 대충격 ㅠㅠ
마음 다잡으세요. 하아-

독서괭님 짱짱짱!!!!!